'고맙습니다' 와 염라대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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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지독한 구두쇠로 손가락질 받던 황 영감. 그런 그가 염라대왕 앞에 서자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재물 대신 그가 평생 모은 '이것'이 저승 전체를 환하게 비췄기 때문입니다.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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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시청자 여러분, 돈과 명예가 최고의 가치라 여겨지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인색한 구두쇠로 알려진 한 노인이 평생 모아온 아주 특별한 재산 이야기. 염라대왕마저 감동시킨 그의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마을 최고의 구두쇠, 황 영감
존경하는 시청자 어르신들, 그리고 지혜로운 삶의 이야기를 사랑하시는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전, 조선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바람 잘 날 없는 세상사 속에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노송(老松)처럼, 이 마을에도 한결같은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사람들은 모두 그를 ‘황고집’, ‘황두쇠’라 불렀습니다. 바로 황 영감이었지요. 그의 얼굴엔 고단한 세월이 그대로 내려앉아, 깊게 파인 주름은 마치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 같았고, 늘 무언가를 살피듯 땅으로 향한 시선 탓에 등은 활처럼 굽어 있었습니다.
황 영감의 자린고비 정신은 실로 대단하여, 마을의 전설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멀쩡한 아들, 며느리 다 출가시키고 홀로 남은 초가삼간은 언제 무너질까 위태로웠지만, 지붕에 이엉 한 번 갈지를 않았습니다. 비가 새면 방 안에 솥단지를 받쳐놓고 지냈지요. 한번은 마을 잔치가 있어 돼지고기 한 점이 생겼는데, 그는 그것을 먹지 않고 실에 꿰어 천장에 매달아 두었습니다. 그리고는 밥 한술을 뜬 뒤에 그 고기를 한번 쳐다보고, 또 한술을 뜬 뒤에 쳐다보며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낙들이 기가 막혀 "아니, 영감님! 그걸 왜 보기만 하슈? 어서 드셔야지!" 하고 타박하면, 그는 태평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허허, 이 사람아. 보기만 해도 입안에 기름이 도는 것을, 굳이 먹어 없앨 필요가 다 뭐란 말인가." 밥상이라고 해야 고작 거친 보리밥에 멀건 된장국, 시커먼 장아찌 하나가 전부였고, 옷은 해지고 기워 입어 원래의 색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심지어 냇가에 나가 멱을 감고는 "허허, 이 또한 공짜 목욕이니 아니 좋을쏜가." 하며 웃는 양반이었으니, 마을 사람들의 혀 차는 소리가 마를 날이 없었지요.
장터에 모인 아낙들은 황 영감을 흘깃거리며 이렇게 수군거렸습니다.
"어이구, 저기 황 영감 좀 보게. 또 장터 바닥에 떨어진 콩이며 팥이며 줍고 있구먼."
"쯧쯧쯧. 자식들이 보내주는 생활비도 꽤 된다던데, 저 돈을 다 움켜쥐고 어디다 쓰려는 건지. 땅속에 독이라도 묻어뒀나 봐. 저러다 죽으면 그 돈, 저승에 싸 들고 갈 수도 없을 텐데 말이야. 조상님들 제사 한번 제대로 지내는 걸 못 봤으니, 원."
그렇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비친 황 영감은 그저 인색하고 욕심 많은, 외로운 늙은이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사람의 인생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다른 면이 있기 마련이지요. 해가 저물고 마을이 잠잠해지면, 황 영감은 등잔불도 아까워 달빛에 의지해 헛간으로 향했습니다. 헛간의 퀴퀴한 짚단 냄새 속에서 그는 마치 귀한 보석이라도 다루듯, 낮에 주워 모은 성한 짚들을 고르고 또 골랐습니다. 끙끙 허리를 두드리면서도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밤새도록 짚신을 삼는 것이었지요. 그의 투박한 손은 오랜 세월 짚에 스쳐 수많은 상처와 굳은살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요, 돈이 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묵묵히, 하루에 한 켤레씩, 닳아빠진 무릎 위에 짚단을 올려놓고 정성을 다해 짚신을 엮었지요. 어쩌다 손을 헛디뎌 피가 나면 "에잉, 이놈의 손모가지!" 하고 역정을 내다가도, 이내 완성된 짚신을 들고는 아이처럼 흐뭇한 미소를 짓곤 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짚신들은 헛간 구석에 차곡차곡 쌓여만 갔습니다. 사람들은 몰랐습니다. 황 영감이 밤마다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그 짚신들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훗날 염라대왕마저 놀라게 한 한 남자의 위대한 비밀의 시작이었습니다.
※ 홀로 맞은 죽음과 저승으로 가는 길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법. 그토록 악착같이 살던 황 영감에게도 마지막 날은 찾아왔습니다. 그날은 유난히 비바람이 거센 밤이었습니다. 창호지를 찢을 듯 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마치 외로운 영혼을 데리러 온 저승의 전주곡처럼 들렸습니다. 아무도 그의 임종을 지켜보는 이 없이, 황 영감은 마치 긴 잠에 빠져들 듯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평생을 외로이 살다, 마지막 가는 길 또한 그리도 쓸쓸했습니다. 잠시 후, 닫혀있던 방문이 '삐거덕' 소리를 내며 저절로 열렸습니다. 빗줄기도, 바람도 들이치지 않는 문지방 너머로, 검은 옷에 갓을 쓴 저승사자 둘이 그림자처럼 서 있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은 표정이 없었고, 입고 있는 검은 도포는 세상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듯 칠흑같이 어두웠습니다. 그들이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맹렬하던 비바람 소리가 거짓말처럼 멎고 섬뜩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저승사자 하나가 낮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황 아무개. 네 수명이 다하였으니, 우리를 따라 길을 나서야 한다."
황 영감의 영혼은 홀연히 몸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늙고 병든 육신을 잠시 내려다보았습니다. 평생을 고단하게 함께해 온 몸뚱어리였지요. 그는 어떠한 미련도, 아쉬움도 없는 표정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담담함에 오히려 저승사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습니다. 저승사자들을 따라 나선 길은 춥고, 어둡고, 또 배고팠습니다. 이승에서 입었던 누더기 옷은 뼛속까지 스며드는 음산한 바람을 막아주지 못했고, 맨발은 날카로운 돌멩이에 긁혀 쓰라렸습니다. 주변에서는 그와 같이 끌려가는 다른 영혼들이 울부짖었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내가 평생 모은 내 전답! 내 금은보화! 그걸 두고 어찌 간단 말이냐!"
"나는 억울하오! 나는 죄가 없소! 그 벼슬자리에 오르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어떤 영혼은 이승에 두고 온 재물과 권세를 부르짖었고, 어떤 영혼은 자신의 삶을 변명하며 발버둥 쳤습니다. 하지만 황 영감은 그저 묵묵히 걸을 뿐이었습니다. 그의 표정은 놀라울 만큼 평온했습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길을 예감하고 준비라도 한 사람처럼 말입니다. 한참을 걸으니 거대한 강이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바로 저승의 첫 관문이라는 삼도천이었습니다. 죄업의 무게에 따라 강물의 깊이와 물살이 달라진다는 그곳. 강가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뒤엉켜 아우성이었고, 죄가 무거운 자는 위태로운 조각배를 타고 가다 시커먼 강물 속으로 끌려 들어가기 일쑤였습니다. 황 영감의 차례가 되자, 뱃사공은 그의 남루한 행색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경멸의 빛을 감추지 않고 가장 낡고 허름한 조각배를 가리켰습니다. 평생을 인색하게 살아온 구두쇠 영감이니, 당연한 처사라 생각했겠지요. 황 영감은 군말 없이 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던 조각배가, 황 영감이 올라서자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잔잔한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강물 속에서 죄인들을 기다리던 악귀들도 감히 그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저승사자들도, 뱃사공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지요. 마침내 삼도천을 건너자, 거대하고 위압적인 저승의 궁궐이 나타났습니다. '염라전(閻羅殿)'이라는 현판 아래, 황 영감은 인간의 모든 선악을 심판하는 염라대왕의 궁전에 도착했습니다.
※ 염라대왕의 심판과 위대한 반전
염라전의 내부는 그야말로 장엄하고 살벌했습니다. 바닥은 죄인들의 피눈물로 얼어붙은 검은 얼음 같았고, 천장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기둥에는 온갖 지옥의 형벌을 받는 모습들이 섬뜩하게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옥좌에 앉은 염라대왕의 모습은 실로 위엄이 넘쳤습니다. 불꽃 같은 눈과 칼날 같은 서슬에, 웬만한 호걸이라도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지요. 양옆으로는 죄를 기록하는 판관들과 무시무시한 형벌을 집행하는 옥졸들이 도열해, 새로 들어온 망자를 차갑게 쏘아보고 있었습니다. 그 거대한 심판대 앞에, 남루한 행색의 황 영감은 조용히 엎드렸습니다. 옥좌에 앉은 염라대왕이 천지를 울리는 목소리로 호령했습니다.
"고개를 들라. 네가 바로 이승에서 황 아무개로 살다 온 자이더냐."
황 영감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의 눈은 두려움에 떨지도, 원망을 품지도 않은 채 그저 맑고 고요했습니다. 주변에 도열한 판관들과 옥졸들은 황 영감의 초라한 행색을 보며 저들끼리 수군거렸습니다.
"보아하니 평생 제 한 몸 건사하는 데만 급급했던 모양이군. 저런 자의 업보는 보나마나 텅 비었거나, 인색함이라는 죄로 가득 차 있겠지."
"저런 자는 뜨거운 가마솥이나 칼날이 선 도산지옥이 제격일세. 재물을 탐하는 자들이 가는 곳이지."
염라대왕이 옆의 판관에게 눈짓하자, 인간 세상의 모든 행적을 비춘다는 거대한 거울, 업경대(業鏡臺)가 황 영감 앞으로 옮겨졌습니다. 염라대왕이 다시 호령했습니다.
"망자 황 아무개의 일생을 업경대에 비추어 보라! 저 자가 이승에서 지은 모든 선업과 악업을 낱낱이 밝혀, 그 죄의 경중을 가릴 것이다!"
저승의 모든 눈이 업경대에 쏠렸습니다. 곧 저 거울에는 황 영감이 평생 동안 저지른 인색한 행동들이 비치며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업경대는 황 영감의 남루한 모습을 비추는 대신, 마치 수천 개의 태양이 한꺼번에 떠오른 듯 눈부신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빛은 너무나도 따스하고 영롱하여, 어둡고 차갑기만 하던 염라전 전체를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깜짝 놀란 염라대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판관들과 옥졸들은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잠시 후, 빛이 가라앉은 업경대에서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거울 속에서 수백, 수천 개의 황금 구슬이 끝없이 쏟아져 나와 황 영감의 발치에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구슬들은 세상의 어떤 황금보다도 찬란하고 순수하게 빛났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구슬 하나하나에는 누군가의 환한 미소와 함께 ‘고맙습니다’ 라는 다섯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평생 수억만 명의 인간들을 심판하며 온갖 죄업과 탐욕을 보아왔던 염라대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 이것은 대체... 이것은 재물이나 권세의 빛이 아니다. 이것은... 진심이 담긴 감사의 결정체란 말인가...!"
황금에 눈이 멀어 형제를 죽이고, 권력을 위해 나라를 팔아넘긴 자들의 시꺼먼 업보만을 보아왔던 그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그 어떤 보석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순수하고 따뜻한 '감사'의 마음들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은 평생 모은 '고맙습니다'라는 재산 앞에서, 할 말을 잃고 황 영감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가장 가난한 행색의 노인이, 실은 이 저승 전체를 통틀어 가장 눈부신 부자였던 것입니다. 심판정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습니다. 대체 이 노인의 삶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것일까요? 그 위대한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한마디의 비밀
염라대왕의 손에 들린 따스한 구슬. 심판정에 가득 쌓인 '감사'의 보석들. 그 비밀이 마침내 업경대 거울 위로 장대한 그림처럼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옥의 모든 소음이 멎고, 판관과 옥졸들은 숨을 죽인 채 거울에 비친 한 사내의 기이한 일생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첫 장면은 늦은 밤, 인적 드문 험준한 고갯길이었습니다. 낮에 장터에서 짚을 팔아 생긴 몇 푼으로 허기를 채울 법도 한데, 황 영감은 그 돈으로 튼튼한 노끈을 사서 밤새 짚신을 삼았습니다. 그리고는 이슥한 새벽,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그 짚신을 고갯마루 쉼터 바위에 가지런히 놓아두고는 멀찍이 숨어 지켜보았지요. 그는 생각했습니다. ‘나 역시 젊은 시절 저 고개를 넘다 짚신이 끊어져 피를 흘리며 열흘 길을 걸었지. 그 서러움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 잠시 후, 무거운 짐을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오르던 한 나그네가 다 해진 제 신을 보며 한숨을 쉬다, 바위 위의 새 짚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아니, 이게 웬 짚신인가! 하늘이시여, 이 늙은 몸이 고단한 것을 아시고 이리 귀한 것을 내려주셨나이까! 필시 이름 모를 귀인이 나 같은 사람을 어여삐 여겨 도와주시는구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나그네가 너른 바위를 향해 허리를 숙여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올릴 때, 멀리 나무 뒤에 숨어있던 황 영감의 얼굴에는 세상 가장 행복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는 그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마치 주린 배를 채우는 쌀밥처럼, 추운 겨울밤의 화롯불처럼, 가슴 깊숙한 곳에 소중히 품고 또 품었습니다. 그 온기만 있으면 배고픔도, 추위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업경대의 장면이 바뀌었습니다. 이번에는 옆집에 사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과부의 집이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아이가 열병으로 끙끙 앓고 있었지만 과부는 약 지을 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지요. 그 모습을 담 너머로 지켜보던 황 영감은 자신의 일처럼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날 밤, 황 영감은 낡은 도롱이를 걸치고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비에 젖어 미끄러운 산길을 오르며 해열에 좋다는 약초를 한가득 캐 왔습니다. 그러다 발을 헛디뎌 나뒹굴기까지 했지만, 그는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그리고는 누가 볼세라 대문 앞에 조용히 약초 꾸러미를 놓아두고 돌아섰습니다. 다음 날, 아이의 열이 내리자 과부는 대문 밖을 향해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 모아 빌었습니다.
"어느 분이신지 모르오나, 이 은혜를 어찌 갚으리오. 썩어가는 제 속을 아시고 이리 귀한 약을 내려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황 영감은 자기 집 툇마루에 앉아 그 소리를 들으며, 마치 제 일인 양 기뻐하며 멀건 보리밥을 꿀처럼 달게 넘겼습니다. 장면은 또 바뀌었습니다. 굶주림에 지쳐 길가에 쓰러진 걸인을 보고도 사람들은 못 본 척 지나갔습니다. 그때 황 영감이 다가가, 자신의 한 끼 식량인 작은 주먹밥 덩이를 슬며시 내밀었습니다. 걸인이 허겁지겁 주먹밥을 먹으며 중얼거렸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영감님..."
그 순간, 걸인의 진심 어린 감사 한마디가 또 하나의 영롱한 황금 구슬이 되어 황 영감의 마음 창고에 '차곡' 하고 쌓이는 모습이 업경대에 선명히 비쳤습니다. 평생을 모은 재산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집도, 땅도, 옷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남들이 버린 짚으로, 이름 없는 약초로, 자신의 부족한 끼니를 쪼개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 바로 사람의 '진심 어린 감사'를 모아왔던 것입니다. 인색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그는 오히려 세상 가장 부유한 마음으로 살았던 위대한 부자였습니다.
※ 염라대왕의 눈물과 판결
업경대에 비친 황 영감의 일생이 모두 지나가자, 심판정에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오직 바닥에 쌓인 황금 구슬들이 내뿜는 따스한 온기만이, 지옥의 냉기마저 밀어낼 듯 법정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평생 수억만 명의 인간들을 심판하며 온갖 죄악과 탐욕을 보아왔던 염라대왕의 근엄한 얼굴 위로, 누구도 본 적 없는 것이 흘러내렸습니다. 그것은 바로 뜨거운 눈물이었습니다. 분노나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깊은 감동과 존경심에서 비롯된, 맑고 순수한 눈물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옥좌에서 천천히 내려와 산더미처럼 쌓인 '감사'의 구슬 앞에 섰습니다. 그가 손을 뻗자, 구슬 하나가 마치 살아있는 듯 그의 손바닥 위로 날아와 앉았습니다.
"내가 이 명부(冥府)를 다스린 지 수천 년. 부귀영화를 누린 왕후장상부터, 천하를 호령한 대장군까지 수많은 인간들을 심판해왔다. 그들은 모두 이승에서 쌓은 재물과 권력을 놓지 못해 발버둥 쳤고,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거짓을 고하며, 더 많은 것을 탐하지 못했음을 원통해했다. 그들이 가져온 황금은 이 저승에서는 차가운 돌덩이요, 그들의 권세는 한 줌의 검은 연기에 불과했다. 저잣거리의 필부들조차 평생을 악착같이 모은 몇 푼의 엽전을 움켜쥐고 이 저승길을 서러워했거늘..."
염라대왕은 떨리는 손으로 황 영감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의 눈은 더 이상 한낱 망자를 심판하는 왕의 눈이 아니었습니다. 깊은 존경과 깨달음을 얻은 현자의 눈빛이었습니다.
"황 아무개. 너는 어찌하여 금은보화도 아니요, 높은 벼슬도 아닌,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고맙습니다' 한마디를 평생의 보물로 삼았느냐. 남루한 옷과 거친 밥으로 연명하면서도, 네가 가진 가장 귀한 것들을 이름 모를 이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었구나. 세상 사람들은 너를 구두쇠라 손가락질했지만, 너야말로 인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부자이며, 가장 따뜻한 부자였다. 네가 모은 이 '감사'의 구슬 하나가, 인간 세상의 모든 황금을 합친 것보다도 귀하고 무겁다는 것을 저 어리석은 인간들은 정녕 모른단 말인가!"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이제 내가 판결하노라! 망자 황 아무개는 이승에서 지은 죄업이 단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세상을 맑히는 공덕을 산처럼 쌓았다. 그의 재산은 이 명부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위대하니, 마땅히 모든 지옥의 형벌을 면하고 극락세계(極樂世界)로 향할 것이다! 옥졸들은 길을 열어, 이 위대한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하라!"
판결이 끝나자, 저승의 어두운 문이 활짝 열리고 그 너머로 눈부신 빛과 함께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염라대왕은 허리를 굽혀, 극락으로 향하는 황 영감에게 예를 갖추어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인간의 영혼에게 염라대왕이 고개를 숙인 것은, 저승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 진정한 부자는 누구인가
염라대왕의 판결에 따라, 황 영감의 영혼은 더 이상 남루한 노인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몸은 순수한 빛으로 변하여, 심판정에 쌓였던 수천수만 개의 '감사' 구슬들과 함께 하늘로 떠올랐습니다. 그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어둠이 걷히고 따스한 온기가 퍼져나갔으며, 죄인들의 비명으로 가득했던 지옥의 벽에서 잠시나마 연꽃이 피어나는 듯한 환영이 보였습니다. 황금 구슬들은 마치 주인을 따르는 기러기 떼처럼 그의 뒤를 따라 장엄한 빛의 강을 이루었고, 그 강은 곧 저승의 하늘을 가로질러 극락의 문으로 유유히 흘러 들어갔습니다. 그가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심판정에는 영롱한 빛의 잔상과 함께 이루 말할 수 없이 향기로운 내음이 감돌았습니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염라대왕은 나직이 읊조렸습니다.
"인간들은 어리석구나. 눈에 보이는 것만을 좇아 평생을 다투고 미워하며 살아간다. 진정한 부는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에서 생겨나고, 가장 값진 보물은 황금이 아니라 사람의 따뜻한 마음 한 조각임을, 저 미천한 노인을 보고서야 나 역시 다시금 깨닫는구나."
염라대왕은 옆에 서 있던 판관을 불렀습니다.
"기록하라. 오늘 있었던 일을 명부의 첫 장에 똑똑히 기록하여, 앞으로 저승에 오는 모든 영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라. ‘세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자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영혼으로 극락에 들다.’ 라고 말이다. 또한 기록하라. 영혼의 무게를 재는 저울은 이제부터 황금이 아닌, 그가 평생 동안 받은 '감사'의 수로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황 영감의 이야기는 그렇게 저승 전체에 전설처럼 남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평생을 살아갑니다. 곳간을 채우고, 지갑을 채우고, 명예를 채우려 하지요. 하지만 황 영감은 달랐습니다. 그는 자신의 것을 비워 다른 이의 마음을 채웠고, 그 빈자리를 세상 가장 값진 보물인 '감사'로 가득 채웠습니다. 텅 비었기에 오히려 가장 가득 찼던 그의 삶은, 진정한 부유함이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엄중히 묻고 있습니다.
어르신들, 그리고 구독자 여러분.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고맙습니다" 라는 진심 어린 말을 건네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그 한마디가 누군가의 텅 빈 마음을 채우는 가장 따뜻한 보물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네 인생에서 진정으로 쌓아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지, 황 영감의 이야기가 긴 여운으로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오늘 들려드린 '평생 모은 '고맙습니다' 한마디에 감동한 염라대왕' 이야기, 어떠셨는지요? 우리 어르신들의 지혜로운 삶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때로는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 채널은 이처럼 마음을 채우는 따뜻한 옛이야기들을 정성껏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염라대왕과 한 인간의 아주 특별한 인연! 죽음과 삶의 경계를 일곱 번이나 넘나들며 염라대왕과 기이한 약속을 맺게 된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일생, '염라대왕과 맺은 특별한 인연 - 일곱 번 환생한 사람' 편이 기다리고 있으니, 구독과 알림 설정 잊지 마시고 꼭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