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빚에 아내를 팔아넘긴 남편이 십 년 만에 무릎 꿇은 사연」 (계서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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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200~300자) — [단언형]
여러분, 오늘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말이지요, 듣고 나면 한참을 멍하니 앉아 계실 그런 사연입니다. 노름판에 미쳐 제 처자식까지 판돈으로 걸어 팔아넘긴 사내가 있었답니다. 그 사내가 십 년 세월을 떠돌다 거지꼴로 아내 앞에 다시 섰을 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겠습니까. 제가 이 대목을 처음 읽었을 때, 책장을 덮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지요. 사람의 죄와 뉘우침, 그 끝이 어디까지 가는지... 자, 계서야담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지요.
씬1. 노름판에 빠진 사내, 가산을 탕진하다
자,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때는 영조 대왕 시절이었답니다. 충청도 어느 한적한 고을에 김덕배라는 사내가 살고 있었지요. 본디 천성이 순박하고 손재주도 야무져, 목수 일로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가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내 윤씨로 말할 것 같으면, 바느질 솜씨가 어찌나 곱던지 동네 아낙들이 침을 흘릴 정도였답니다. 마음씨는 또 비단결 같았고요. 슬하에 아들 하나 두었으니 이름이 돌이라, 이제 막 다섯 살 된 어린 자식이었지요.
여러분, 이 정도면 참 단란한 살림 아니겠습니까. 가난해도 알콩달콩, 부족해도 웃음꽃 피던 그런 집이었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사람 일이 한순간에 어그러지는 게 참 무섭습니다. 어느 해 봄, 덕배가 장에 나갔다가 노름판을 기웃거리게 된 거예요. 이 노름판이라는 게, 요즘으로 치면 도박장 같은 곳이지요. 골패짝이라는 걸 가지고 엽전을 걸고 따고 잃고 하는, 사람 잡아먹는 곳입니다.
마침 마을 건달 박서방이 옷자락을 슬쩍 잡아끌면서 이러는 겁니다.
"여보게 덕배, 자네도 한 판 끼어보지. 재미 삼아 한 번이면 되네."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지요. 그런데 옆에서 엽전 꾸러미가 오가는 걸 보니까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는 거예요.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다.
'한 판만 해보자. 잃어도 그만, 따면 마누라 비단치마 하나 사주면 되지.'
여러분, 이 한 생각이 지옥문 여는 열쇠인 줄 그땐 정말 몰랐던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첫날은 운이 따라주더란 말이지요. 엽전 서너 닢 가지고 시작한 게 해 질 무렵엔 닷 냥이 넘어 있었습니다. 닷 냥이면 그 시절 적은 돈이 아니에요. 덕배 손이 부들부들 떨릴 만하지요.
박서방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그러는 겁니다.
"이 사람아, 자네 노름에 소질이 있구먼. 내일 또 오게."
그날 밤 덕배가 잠을 잤겠습니까? 눈만 감으면 골패짝이 어른거리고, 엽전 굴러가는 소리가 귓전에 맴돌더라는 거지요. 이게 노름의 무서운 점입니다. 한 번 손대면 머릿속에 그것밖에 안 남아요.
이튿날, 덕배는 일거리도 마다하고 노름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사람 운이라는 게 매일 따르겠습니까. 그날은 가져간 닷 냥을 다 잃고, 외상으로 다섯 냥을 더 빌려서 그것마저 홀랑 날려버린 겁니다.
집에 돌아온 덕배 안색이 흙빛이었지요. 윤씨가 조심스레 묻습니다.
"여보, 어디 편찮으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으세요."
"아, 아닐세. 일이 좀 고단해서 그러네."
거짓말이 시작된 겁니다. 거짓말이 한 번 나오면 그다음은 줄줄이 따라 나오는 법이지요.
석 달이 지나니까 덕배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었습니다. 연장통을 팔고, 소를 팔고, 나중에는 논 두 마지기까지 헐값에 넘겨버렸어요. 윤씨가 그제야 눈치를 채고 통곡하며 매달립니다.
"여보, 제발 정신 차리세요. 돌이 아비로서 어찌 이리 사십니까. 이러다 우리 식구 다 굶어 죽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노름에 미친 사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 줄 아십니까.
"시끄럽다! 사내 일에 아녀자가 무슨 참견이냐!"
여러분, 덕배가 그 곱디고운 아내 뺨을 후려친 겁니다. 윤씨가 뺨을 부여잡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어린 돌이를 끌어안고 흐느꼈지요. 덕배는 그 모습을 외면하고 또 노름판으로 향했답니다.
이미 그 사람 눈에는 처자식도, 가난도, 아무것도 안 보였던 거예요. 오직 골패짝과 엽전 더미. 그것뿐이었지요.
씬2. 마지막 한 판, 아내를 판돈으로 걸다
자, 이제 이 이야기에서 가장 기가 막힌 대목으로 넘어가 봅시다.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밤이었답니다. 덕배는 그날도 노름판에 앉아 있었지요. 그런데 가진 게 있어야 노름을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옷가지 빼고는 판돈으로 걸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날따라 노름판에 낯선 사내가 하나 끼어 있었답니다. 비단옷을 떡 차려입고, 손가락엔 굵직한 옥가락지를 낀 풍채 좋은 양반. 사람들이 수군수군하기를, 한양에서 내려온 최부자라 하더라는 거지요. 곡식 장사로 큰돈을 모은 자였답니다.
이 최부자가 그날 밤 내내 패가 좋았어요. 판돈이 산처럼 쌓여갑니다. 덕배가 그 광경을 보고 침을 꿀꺽 삼키는데,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이 들었겠습니까.
'저 돈만 따면, 저 돈만 따면 모든 게 해결된다. 빚도 갚고, 논도 되찾고, 마누라한테 무릎 꿇고 빌면 용서해주겠지.'
여러분, 이게 노름꾼의 전형적인 망상입니다. 한 번에 다 해결된다, 한 판이면 된다... 이런 생각이 사람을 잡는 거예요.
옆에서 박서방이 옆구리를 콕 찌릅니다.
"여보게 덕배, 자네는 가진 게 없잖은가. 그만 일어나게."
"아닐세. 한 판만, 한 판만 더 하겠네."
"무얼 걸려고? 자네 입은 옷이라도 벗어 걸 텐가?"
바로 그때였습니다. 최부자가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여보게 젊은이, 자네 마누라가 그렇게 곱다며?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하던데."
여러분, 그 자리 분위기가 어땠겠습니까. 노름판이 일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지요. 덕배 어깨가 흠칫 떨립니다.
"무, 무슨 말씀이시오?"
"자네가 정 한 판 더 하고 싶다면, 내가 백 냥을 걸지. 자넨 마누라를 걸게. 자네가 이기면 백 냥은 자네 것이고, 내가 이기면 자네 마누라를 내게 보내게. 어떤가?"
방 안 공기가 그대로 얼어붙었답니다. 평생 노름판에서 닳고 닳은 노름꾼들조차 어이가 없어 입을 못 다물었어요. 다들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요.
'설마 받아들이겠는가. 사람이라면 그러지 않겠지.'
그런데 말이지요, 덕배 눈빛이 흔들리고 있더라는 겁니다. 백 냥. 그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된다. 게다가 자기 패는 지금 좋다. 질 리가 없다.
'한 판이다. 딱 한 판만 이기면 된다.'
여러분, 사람이 미치면 이런 생각을 한답니다. 아내가 사람이 아니라 판돈으로 보이는 거예요. 짐승만도 못한 마음이지요.
"좋소이다. 그렇게 합시다."
이 말이 덕배 입에서 떨어지는 순간, 박서방이 황급히 팔을 잡아챕니다.
"이 사람아, 정신 나갔는가! 어찌 마누라를 판돈으로 건단 말인가!"
"놓으시오! 내 일이오!"
골패짝이 펼쳐졌지요. 덕배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여러분, 결과가 어땠겠습니까.
"허허, 이거 내가 이긴 모양일세."
최부자 패가 두 끗 차이로 앞섰던 겁니다. 덕배 얼굴이 그 자리에서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하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풀썩 주저앉아 버렸어요.
"아니, 아니, 다시 한 번. 한 번만 더..."
"약속은 약속일세. 사내 대장부가 한 입으로 두말하면 안 되지. 내일 자네 집으로 사람을 보내겠네."
최부자는 천천히 일어나 옷자락을 탁탁 털고는 방을 나가버렸답니다. 덕배는 그 자리에 엎드려 짐승처럼 울부짖었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던 거예요.
씬3. 끌려가는 아내, 무너지는 가정
자, 이제부터가 정말 가슴 아픈 대목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데,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세요.
이튿날 새벽, 덕배가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사립문을 여니까 마당에서 아침 짓던 윤씨가 깜짝 놀라 맞이하지요.
"여보, 밤새 어디 계셨어요? 돌이가 아버지 찾으며 울다 잠들었어요."
여러분, 이 아내가 얼마나 착합니까. 노름판에서 밤새 노름하다 들어온 남편한테 한마디 원망도 안 하고, 어린 자식 안부부터 전하는 거예요.
덕배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부엌으로 들어가 부뚜막에 걸터앉아 고개만 푹 숙였답니다. 윤씨가 따뜻한 숭늉 한 사발을 내미는데...
"드세요. 속이 쓰리실 텐데."
그 순간 덕배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는 겁니다. 윤씨가 깜짝 놀라 손을 잡지요.
"여보,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여보... 미안하오. 내가, 내가 죽일 놈이오."
바로 그때 사립문 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답니다.
"이리 오너라! 이 집이 김덕배 집이 맞느냐!"
덩치 큰 하인 셋이 와르르 들이닥치고, 그 뒤로 어젯밤 그 최부자가 점잖은 걸음으로 마당에 들어서는 거예요. 윤씨는 영문도 모른 채 우두커니 서 있었지요.
"부인, 어젯밤 자네 남편과 약조한 바가 있어 모시러 왔네. 짐을 챙기시게."
"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윤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덕배를 돌아봤습니다. 덕배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해요.
"여, 여보? 이게 무슨 일이에요? 말씀해 보세요!"
여러분, 이때 덕배가 입을 떼는데, 그 말이 얼마나 모진지...
"... 내가, 내가 자네를 노름판 판돈으로 걸었네. 그리고 졌네."
윤씨 손에 들려 있던 숭늉 사발이 바닥에 쨍그랑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답니다. 무릎이 풀썩 꺾였지요.
"여, 여보...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저를... 저를 노름빚으로..."
방 안에서 잠자던 어린 돌이가 그 소란에 깨어 마당으로 뛰어나옵니다.
"엄마! 엄마 왜 그래?"
윤씨가 어린 아들을 꼭 끌어안고 통곡하기 시작하는데,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절하던지, 마당에 서 있던 하인들조차 차마 눈을 못 마주치고 고개를 돌리더라는 겁니다.
"여보! 여보! 어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저야 그렇다 쳐도 우리 돌이는, 우리 돌이는 어찌하라고요!"
덕배는 짐승처럼 흐느낄 뿐 아무 대답도 못 했지요.
여러분, 그런데 이 최부자라는 사람이 무도한 양반인 줄 알았는데, 의외의 면이 있더란 말이에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이러는 겁니다.
"부인, 너무 슬퍼 마시게. 내 본디 자식이 없어 양자라도 들이려던 참이었네. 아이도 함께 데려가시게. 의식주 걱정 없이 살게 해드리리다. 다만..."
최부자가 덕배를 매섭게 쏘아봅니다.
"이런 자와는 다시는 인연을 맺지 마시게. 자네같이 처자식을 노름판에 내건 자는 사람이 아닐세."
윤씨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 눈빛에 더 이상 사랑도 미움도 없었어요. 오직 깊은 절망과 체념. 그것뿐이었지요.
"... 알겠습니다. 따라가겠습니다."
윤씨는 천천히 일어나 방에 들어가 봇짐을 꾸리고, 어린 돌이 손을 꼭 잡고 마당으로 나왔답니다. 사립문을 나서기 직전, 마지막으로 덕배를 돌아보며 이 한마디를 남겼지요.
"여보, 한 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저희 모자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살아있어도 죽은 사람으로 알겠습니다."
여러분, 이 한마디가 얼마나 무섭습니까. 욕도 아니고 저주도 아닌데, 사람을 산 채로 죽이는 말이지요. 가마에 올라 멀어져가는 아내와 자식의 뒷모습을, 덕배는 마당에 무릎을 꿇은 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답니다. 해는 무심하게 중천에 떠 있었고요.
씬4. 빈집에 홀로 남은 사내의 추락
자, 이제 이 빈집에 홀로 남은 덕배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아내와 자식이 떠난 그 집은 무덤보다 적막했답니다. 덕배는 마당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사흘을 보냈어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그저 마당의 한 자리만 멍하니 응시할 뿐이었지요. 윤씨가 사발을 떨어뜨린 그 자리, 깨진 사기 조각이 햇볕에 반짝이는 그 자리를 말입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내가 사람인가, 짐승인가.'
여러분, 뒤늦은 후회처럼 무서운 게 없습니다. 천 갈래 만 갈래로 가슴을 후벼파는데, 후회한들 무엇하겠습니까. 이미 떠난 아내와 자식을 되돌릴 길이 없는데요.
나흘째 되는 날 박서방이 찾아왔어요. 덕배 몰골을 보더니 혀를 끌끌 차는 겁니다.
"이 사람아, 이렇게 죽치고 앉아 있으면 무엇하나. 정신 차리고 일어나게. 자네 빚도 아직 남아 있네."
"... 빚?"
"그래. 어제 잃은 것 말고, 그 전에 진 외상값 말일세. 닷 냥 갚아야지."
덕배가 허탈하게 웃었답니다. 가진 거라곤 빈 몸뚱이뿐인데 무엇으로 닷 냥을 갚겠습니까.
"이 집을 팔게. 그러면 빚은 청산되네."
결국 덕배는 살던 초가집마저 헐값에 넘기고 말았어요. 손에 쥔 건 한 푼도 없었답니다. 빚 갚고 나니 정말로 알거지가 된 거지요.
그날 밤, 덕배가 마지막으로 빈집을 한 바퀴 둘러봤답니다. 아내가 쓰던 반짇고리, 돌이가 갖고 놀던 팽이, 부뚜막의 그을음 자국... 모든 게 그대로인데 사람만 사라지고 없었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부엌 한구석에서 덕배가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겁니다. 윤씨가 두고 간 작은 보따리였어요. 풀어보니 그 안에 곱게 개켜진 무명저고리 한 벌, 짚신 한 켤레, 그리고 엽전 두 닢이 들어 있더라는 거예요.
저고리 안쪽에는 윤씨 글씨로 짧은 글이 적힌 종이가 끼워져 있었답니다. 들어보세요. 이 글이 어떤 글인가 하면요.
『여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두고 갑니다. 추운 겨울 오면 입으세요. 짚신은 길 떠나실 때 신으시고, 엽전 두 닢은 끼니 거르지 마시라고 둡니다. 부디 몸 상하지 마시고, 새사람으로 거듭나시기를 빕니다. 윤씨 올림.』
여러분, 이 대목에서 저는 늘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자기를 노름판에 팔아넘긴 남편한테, 마지막 순간까지 이런 마음을 두고 간 아내. 그 마음이 얼마나 사무쳤겠습니까. 차라리 욕설 한 바가지를 퍼붓고 갔으면 덜 미안할 텐데, 이런 글을 두고 갔으니 덕배 가슴이 어땠겠어요.
덕배가 그 종이를 손에 쥐고 한참을 흐느꼈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사람으로 살아갈 자격이 있는가.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은가.'
그날 밤 뒷산으로 올라갔답니다. 큰 소나무 가지에 무명 띠를 걸어요. 막 목을 매려는 그 순간, 어디선가 부엉이 한 마리가 슬피 우는 겁니다.
"부엉— 부엉—"
그런데 그 소리가 덕배 귀에 어떻게 들렸겠습니까. 마치 어린 돌이가 "아부지— 아부지—" 하고 부르는 것처럼 들리더라는 거지요. 덕배 손이 뚝 떨어졌습니다.
'아니다. 죽는 것은 도망치는 것이다. 내 죄를 갚지 않고 죽는 것은 더 큰 죄다. 살아서, 살아서 갚아야 한다.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
여러분, 사람이 진짜 뉘우치는 순간이 바로 이런 순간 아니겠습니까.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무서운데, 그래도 살아서 갚겠다고 마음먹는 그 순간 말이지요.
덕배는 무명 띠를 풀어 봇짐에 넣고, 아내가 두고 간 짚신을 신었답니다. 엽전 두 닢을 품에 넣고, 정처 없이 산길을 내려왔어요. 그날부터 덕배의 십 년 떠돌이 세월이 시작된 겁니다.
씬5. 십 년의 떠돌이 세월, 거지가 된 사내
자, 그날 이후 덕배가 어떻게 살았는지 들어보세요. 이 십 년 세월이 참 기구합니다.
덕배는 그날로 고향을 등졌답니다. 두 번 다시 그 마을에 발 디딜 면목이 없었지요. 처음 한 해는 이 고을 저 고을 떠돌면서 품팔이로 연명했어요. 목수 솜씨가 있으니까 일거리는 어렵지 않게 구했답니다. 그런데 어느 마을에 좀 정착하려고 하면, 밤마다 꿈에 윤씨와 돌이 얼굴이 떠올라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거예요. 결국 며칠 일하다가 또 짐 싸 떠나기를 반복했지요.
이태째 되던 해 겨울이었답니다. 덕배가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큰 병에 걸렸어요. 오한과 고열로 사경을 헤맸지요. 마을 사람들이 거두어주지 않았으면 그대로 객사할 뻔했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동네에 마음씨 고운 노파 한 분이 계셨어요. 자기 집 헛간을 내어주고, 미음을 끓여 떠먹여 주시는 겁니다. 여러분, 이런 분들이 진짜 부처님 아니겠습니까. 생판 모르는 떠돌이 거지를 거두어 살려주시니 말이지요.
이 노파가 어느 날 덕배한테 이렇게 묻는 거예요.
"젊은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리 떠도는가."
덕배가 그제야 처음으로 자기 죄를 입 밖에 내었답니다. 노름빚에 아내와 자식을 팔아넘긴 그 이야기를 말이지요. 노파가 가만히 듣더니 깊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사람이 한 번 잘못은 할 수 있네. 허나 잘못을 알았으면 갚아야지. 갚지 않으면 그것은 또 다른 죄가 되는 게야. 자네는 어떻게 갚을 셈인가?"
덕배는 대답을 못 했어요. 무엇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거지요.
"갚을 길을 모르겠거든, 우선 자네 같은 처지의 사람들부터 도우시게. 세상에 자네 같은 사연을 가진 이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여러분, 이 한마디가 덕배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답니다. 내 죄를 직접 갚을 수 없으면, 세상의 다른 사람을 도와서 갚으라는 말씀. 이게 바로 옛 어르신들의 지혜 아니겠습니까.
병이 다 나은 뒤에도 덕배는 그 마을에서 한 해를 더 머물렀어요. 노파의 땔나무를 해다 드리고, 무너진 헛간을 고쳐드리고, 마을 어귀의 다리도 새로 놓아드렸지요. 그러는 동안 노름이라는 두 글자는 덕배 머릿속에서 천천히, 천천히 지워져갔답니다.
그 후로도 떠돌이 세월은 계속되었지만, 이전과는 영 달랐어요. 가는 곳마다 고아원의 무너진 담을 고쳐주고, 홀로 사시는 노인의 지붕을 이어드리고, 길에 쓰러진 거지에게 자기 밥을 나누어 주었답니다. 품삯은 받지 않았어요. 받아도 곧 다른 사람한테 나누어주었지요.
마을 사람들이 수군수군해요.
"아니 저 사람은 어찌 저리 사는가? 미친 사람인가?"
그러면 덕배는 그저 빙긋 웃을 뿐이었답니다. 속으론 이런 생각이었지요.
'내가 짐승만도 못한 짓을 했으니, 사람 노릇 한 번 하려면 평생을 바쳐도 부족하지.'
여러분, 세월이라는 게 참 무심하지요. 그러는 사이 덕배 머리에는 어느덧 흰 서리가 내렸답니다. 얼굴은 햇볕에 검게 그을리고, 두 손은 굳은살투성이가 되었어요. 옷은 누덕누덕 기운 베옷, 신은 다 해진 짚신. 누가 봐도 영락없는 거지였지요.
그렇게 십 년이 흘렀습니다.
십 년째 되던 해 가을이었어요. 덕배는 한양으로 향하는 길에 올라 있었답니다. 누가 시킨 일은 아니었지요. 그저 한양 땅 어디쯤에 아내와 자식이 살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그리움이 발길을 그쪽으로 이끌었던 거예요. 만나려는 건 절대 아니었답니다. 그저 멀리서나마 한 번이라도, 살아있는지 그 모습만이라도 보고 죽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싶었던 거지요.
경기도 어느 고을을 지나던 날이었답니다. 덕배가 길가에 쓰러져 있는 노인 한 분을 발견했어요. 행색을 보니 양반 같은데 의복이 흙투성이입니다. 다리를 다친 모양이었어요.
"어르신, 정신 차리십시오. 어디 다치셨습니까?"
덕배는 자기가 입고 있던 누더기 두루마기를 벗어 노인을 덮어드리고, 등에 척 업었답니다. 마침 인근에 큰 마을이 있어 그곳까지 모셔다 드렸지요. 그 마을이 어떤 마을인고 하니, 한양에서 사흘 거리, 충청도와 경기도 경계에 자리 잡은 큰 동네였답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까 노인이 정신을 차리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보게 젊은이, 자네 은혜를 어찌 갚으리. 우리 댁이 바로 저기일세. 잠시 들어가서 요기라도 하고 가시게."
노인이 가리킨 곳은 마을에서 가장 큰 기와집이었답니다. 솟을대문에 행랑채까지 즐비한 대갓집. 덕배가 손사래를 쳤지요.
"아닙니다 어르신. 거지꼴인 제가 어찌 그런 댁에 들어가겠습니까."
"이 사람아, 사람을 살린 은인을 그냥 보낼 수는 없네."
여러분, 덕배가 그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서던 그 발걸음이 말이지요, 운명이 십 년 동안 준비해 둔 거대한 매듭의 시작인 줄, 그땐 정말 몰랐답니다.
씬6. 운명의 재회, 대갓집 마님이 된 아내
자, 여기서부터가 진짜 기막힌 대목입니다. 숨 한번 고르고 들어보세요.
대갓집 안마당에 들어서니까 하인들이 분주하게 오갑디다. 노인은 이 집 대감의 친척이라 했어요. 며칠 전부터 손님으로 와 머물던 중에 마실 갔다가 발을 헛디뎌 다친 거라더군요.
"마님께 어서 알리거라. 이 어른께서 나를 살려주셨다."
노인이 청지기에게 이르니까, 청지기가 안채로 후다닥 달려갑니다. 덕배는 행랑채 댓돌 앞에 어색하게 서 있었어요. 거지꼴로 대갓집 마당에 서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요.
잠시 후 안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답니다. 비단치마 끄는 소리가 사르륵— 사르륵— 났어요.
"어르신, 무사하시다니 다행입니다. 어디 많이 다치셨습니까?"
여인의 목소리였답니다. 차분하고 단정한,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귀에 익은 목소리였어요. 덕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지요.
'설마... 설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답니다. 들어서는 안 된다는 본능이 그를 짓눌렀던 거예요. 그런데 노인이 손짓하며 이러시는 겁니다.
"마님, 이분이 길에서 쓰러진 나를 업어다 주신 은인이오. 비록 행색은 남루하나 그 마음씨가 부처님 같으오."
여인의 시선이 덕배에게 향했답니다. 그 순간, 덕배도 천천히 고개를 들었어요.
여러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세상이 일순간 멈춘 것 같았답니다. 가을바람도, 마당의 닭 우는 소리도, 멀리서 들리던 다듬이 소리도 다 사라졌어요. 오직 두 사람의 숨소리만 남았지요.
비단저고리에 옥색 치마, 머리에는 옥비녀를 꽂은 단아한 마님. 십 년 세월에 얼굴은 더 차분해지고 눈빛은 더 깊어졌으나, 그 모습은 분명 윤씨였어요. 덕배가 노름판 판돈으로 팔아넘긴 그 아내, 윤씨였답니다.
윤씨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하고, 손에 들고 있던 비단 손수건이 스르륵 바닥에 떨어졌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 윤씨라는 양반이 보통 분이 아니에요. 비명을 지르지도, 쓰러지지도 않았답니다. 다만 깊고 깊은 우물 같은 눈으로 덕배를 응시할 뿐이었지요.
덕배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립니다.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싶었으나, 그것조차 죄스러워서 차마 움직이지 못했어요. 노인이 분위기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조심스레 묻습니다.
"... 마님, 아시는 분이오?"
윤씨가 천천히 입을 열었답니다.
"아닙니다. 모르는 분입니다."
여러분, 그 한마디에 덕배 가슴이 무너져 내렸어요. 그런데 덕배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답니다. 자기가 어찌 윤씨의 남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자긴 그저 길에서 노인을 도운 거지일 뿐이었지요.
"여봐라. 이분께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대접해 드리고, 옷가지 한 벌 내드려라. 그리고 노자도 두둑이 챙겨드려라."
윤씨 음성이 미세하게 떨렸답니다. 그러나 그 떨림을 알아챈 사람은 덕배뿐이었어요.
"마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옷도 노자도 사양하겠습니다. 국밥 한 그릇이면 족합니다."
덕배는 깊이 머리를 조아리고는 청지기를 따라 행랑으로 갔답니다. 행랑에 앉아 국밥을 받았는데, 도무지 목으로 안 넘어가요.
그때였습니다. 어린 사내아이 하나가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오는 거예요. 열다섯쯤 되어 보이는 도령이었어요. 비단 도포를 입고 책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지요. 얼굴이 어찌나 단정한지... 그런데 어딘가 낯이 익더란 말이에요.
"어머님, 글방에서 돌아왔습니다."
도령이 안채를 향해 인사하는 그 모습. 그 목소리, 그 이마, 그 눈썹...
여러분, 덕배 손에 들린 숟가락이 툭, 떨어졌답니다.
'돌이로구나. 우리 돌이로구나.'
다섯 살이던 어린 자식이 어느덧 열다섯 도령이 되어 있었던 거예요. 글방에서 글을 배우고, 비단옷을 입고, 어머니를 향해 단정히 인사하는 사대부 댁 자제가 되어 있더라는 겁니다.
덕배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답니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눈물이었어요. 자식이 잘 자랐다는 게 뼈저리게 고맙고, 그 아비 노릇을 자기가 못했다는 게 뼈저리게 미안했지요. 여러분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떠셨겠습니까. 저는 이 대목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도령은 행랑채에 거지가 앉아 우는 모습을 보고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하인을 불러 무엇인가 분부하고 안채로 들어갔답니다.
잠시 후 청지기가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마님께서 안채로 잠시 드시랍니다."
덕배는 그제야 청지기를 따라 안채로 향했지요.
씬7. 무릎 꿇은 눈물, 그리고 마지막 선택
자, 이제 이 이야기의 마지막 대목입니다. 마음 단단히 잡고 들어보세요.
안채 마루에 윤씨가 단정히 앉아 있었답니다. 사방에 인적이 없었어요. 사람을 모두 물린 거지요.
덕배는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그 자리에 풀썩 무릎을 꿇었답니다. 십 년 동안 한 번도 꿇어본 적 없는 무릎이었으나, 이번에는 저절로 꺾이더라는 거예요. 이마를 땅에 대고 흐느꼈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말이 안 나옵니다. 사죄의 말, 변명의 말, 그리움의 말, 모든 말이 가슴 속에서 엉켜서 한마디도 입 밖으로 안 나와요. 다만 흙바닥에 떨어지는 눈물만이 그 모든 말을 대신했답니다.
윤씨도 한참을 말없이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어요. 마침내 차분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지요.
"고개를 드세요."
덕배는 못 들었습니다. 차마 들 수가 없었던 거지요.
"고개를 드시라 하지 않습니까."
두 번째 말에야 덕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답니다. 윤씨 두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했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윤씨가 울지를 않습니다. 십 년 세월 동안 흘릴 눈물은 다 흘렸다는 듯이, 두 눈에 가득 고인 그 물기를 그대로 머금고 있더라는 거예요.
"오래 떠도셨군요."
"... 죽일 놈이올시다. 차마 살아 돌아왔다 말할 면목이 없어, 거지 행색으로 마님 댁을 어지럽혔습니다. 용서해 달라는 말도 못합니다. 그저 우리 돌이가 저리 잘 자란 모습을 멀리서나마 보았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윤씨가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자기 사연을 풀어놓더랍니다. 들어보세요. 이 사연이 또 기가 막힙니다.
"그날 끌려가던 가마 안에서, 저는 죽기로 결심했었습니다. 한강에 몸을 던지려 했지요. 그런데 어린 돌이가 제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더이다. 그 얼굴을 보니, 차마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아이라도 사람으로 키워야겠다, 그 한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여러분, 어머니 마음이라는 게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자기 목숨보다 자식 목숨이 먼저인 것이지요.
덕배는 다시 이마를 땅에 대었답니다.
"최부자께서는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저를 첩으로 삼지 않으시고, 누이로 거두어 주셨습니다. 글공부를 시켜주시고, 돌이를 양자로 들여 친자식처럼 키워주셨습니다. 삼 년 전 그분이 돌아가시면서, 이 집 살림을 모두 저와 돌이에게 물려주셨지요. 돌이는 이제 사대부 댁 도령이올시다."
"... 그 어른께 감읍할 따름입니다."
여러분, 그러니까 이 최부자라는 양반이, 처음 노름판에서는 무도해 보였어도, 실은 자식 없는 외로운 처지에 윤씨 모자를 거두어 친누이처럼, 친자식처럼 보살핀 의인이었던 거예요.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씀, 이래서 나오는 겁니다.
그때 윤씨가 십 년 만에 처음으로 그 호칭을 입에 담았답니다.
"여보."
덕배 어깨가 흠칫 떨렸지요.
"여보,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십 년 동안 어찌 사셨습니까. 정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덕배는 자기 십 년 세월을 더듬더듬 풀어놓았답니다. 노파의 헛간에서 다 죽어가다 살아난 일, 그 노파의 한마디에 마음을 고쳐먹은 일, 가는 곳마다 무너진 다리를 놓고 헐벗은 이들에게 밥을 나눠준 일, 노름이라는 두 글자는 두 번 다시 입에 올리지 않은 일, 그리고 한 번도 다른 여인을 마음에 둔 적 없이 오직 처자식 안부만 빌며 살아온 일을 말이지요.
윤씨가 가만히 듣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하늘이 무심치 않으시군요."
윤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루 끝으로 다가왔어요. 그러더니 십 년 전 자신이 부엌에 두고 갔던 그 무명저고리와 똑같은, 새 옷 한 벌을 덕배 앞에 내려놓는 겁니다.
"여보, 저는 이미 최씨 가문의 사람이 되었고, 돌이도 최씨 가문의 자제로 자랐습니다. 다시 부부의 연을 맺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돌아가신 최부자 어르신께 도리가 아닙니다."
덕배가 고개를 떨구었지요. 당연한 말이었답니다.
"그러나 당신이 사람이 되어 돌아오셨으니, 그것만으로도 이 윤씨는 평생의 한이 풀렸습니다. 이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절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 주지 스님께 부탁드려, 당신이 머물 자리를 마련해 두겠습니다. 거기서 남은 평생, 사람들의 무너진 다리를 놓아주시며 사세요. 돌이에게는... 돌이에게는 언젠가, 때가 되면 제가 직접 말하겠습니다."
여러분, 이게 바로 진짜 어른의 처사 아니겠습니까. 미움도 원망도 다 내려놓고, 죽은 이의 도리도 지키고, 산 사람의 길도 열어주는. 이런 처분이 어디 쉬운 일이겠어요.
덕배는 그 옷을 받아 가슴에 끌어안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엎드렸답니다.
"... 마님, 평생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여보,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드리겠습니다. 사람이란 한 번 잘못해도, 백 번 뉘우치고 천 번 갚으면 다시 사람이 되는 법입니다. 부디 남은 세월, 사람으로 사세요."
덕배는 그날로 그 절에 들어갔답니다. 그 후로 이십 년을 더 살았다 해요. 그 절 인근의 무너진 다리며, 끊어진 산길이며, 헐벗은 노인들의 지붕은 모두 그 손으로 새로 지어졌다지요. 사람들은 그를 "다리 영감"이라 불렀답니다.
덕배가 일흔이 되어 세상을 떠나던 날, 한양에서 사대부 한 분이 흰 도포를 입고 내려와 그 영전에 사흘 동안 곡을 했다 합니다.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으나, 다만 그 절의 노스님 한 분이 조용히 합장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전해지지요.
"부자의 연이 끊어진 듯하나, 어찌 끊어진 것이겠는가. 다만 늦게 이어졌을 뿐이지."
이상이 계서야담에 전하는 「노름빚에 아내를 팔아넘긴 남편이 십 년 만에 무릎 꿇은 사연」이올시다.
유튜브 엔딩멘트(200~300자) — [교훈형]
여러분, 오늘 이야기 들으시며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저는 이 대목을 풀어놓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답니다. 사람이 한순간 욕심에 눈멀면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법이지만, 진정으로 뉘우치고 백 번 천 번 선업을 쌓으면, 하늘이 끝내 그 마음을 외면치 않으신다는 것... 이것이 우리 조상님들이 두고두고 전해주신 말씀 아니겠습니까. 노름이며 술이며 헛된 욕심, 어찌 김덕배 한 사람의 일이겠어요. 오늘 이야기 좋게 들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리며, 다음 전설의 고향에서 또 뵙겠습니다.
썸네일 프롬프트 (영어, 16:9, 실사, no text)
A cinematic 16:9 photorealistic scene set in Joseon-era Korea at dusk. In the foreground, a haggard middle-aged man in tattered hemp rags and worn straw sandals kneels deeply on the dirt ground of a grand traditional Korean hanok courtyard, his weathered face streaked with tears, gray-streaked hair disheveled, calloused hands pressed against the earth in profound remorse. In the mid-ground stands a dignified noblewoman in elegant silk hanbok of pale jade and ivory, jade hairpin in her neatly coiffed hair, her composed face revealing restrained sorrow as she looks down at him, a single tear glistening on her cheek. Behind them, the imposing wooden gate and curved tiled roof of a wealthy yangban estate, paper lanterns casting warm amber light, autumn maple leaves drifting through the air. Moody golden-hour lighting with deep shadows, melancholic and dramatic atmosphere, shallow depth of field, ultra-detailed textures on fabric and weathered skin, traditional Korean historical drama aesthetic, cinematic color grading, no text, no letters, no water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