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동자승 무덤 건드리면 죽는다 출처 《불교전설자료집》

    태그 (15개)

    #동자승무덤, #인과응보, #권선징악, #금기, #저주, #청룡사, #탐욕의끝, #불교설화, #미스터리설화, #불교전설, #조선시대야담, #무서운이야기, #오디오드라마
    #동자승무덤 #인과응보 #권선징악 #금기 #저주 #청룡사 #탐욕의끝 #불교설화 #미스터리설화 #불교전설 #조선시대야담 #무서운이야기 #오디오드라마

    후킹멘트

    강원도 깊은 산속 고찰, 불과 열 살에 죽은 신동 동자승의 작은 무덤. 그곳에는 절대로 가까이 가거나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무서운 금기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헛된 욕심에 눈이 먼 한 양반이 귀한 부장품을 노리고 기어코 그 무덤을 파헤치고 마는데…. 건드리는 자는 일주일 안에 반드시 죽는다는 끔찍한 저주! 과연 탐욕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불교전설자료집에 전해오는 소름 돋는 실화 속으로 들어갑니다.

    ※ 1: 영특하지만 슬픈 운명을 타고난 동자승 법운

    조선 중기, 산세가 험하고 골이 깊기로 소문난 강원도의 어느 깊은 산속. 구름마저 쉬어간다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는 백 년이 훌쩍 넘는 긴 역사를 간직한 고찰, 청룡사가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수백 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마치 절을 호위하듯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한낮에도 햇빛이 겨우 스며들 정도로 숲은 울창하고 깊었습니다. 속세와 철저히 단절된 이 고요한 절집은 참선과 수행을 하려는 스님들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도량이었습니다. 새벽이면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도량석 소리와 목탁 소리만이 산새들의 지저귐과 어우러져 깊은 산중의 정적을 깰 뿐이었습니다.

    이 평화로운 청룡사 대웅전 뒤편, 인적이 드문 볕 바른 언덕에는 아주 특별하고도 기이한 사연을 품은 작은 무덤 하나가 외롭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보통 절집에서 스님들이 입적하시면 다비식을 거쳐 부도를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으나, 이 무덤만은 봉분을 갖춘 일반적인 묘의 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절의 스님들은 누구도 그 무덤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않았고, 심지어 멀리서 바라보는 것조차 꺼리며 발길을 돌리곤 했습니다.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지 않도록 누군가 정갈하게 관리를 해두었지만, 무덤 주변에는 언제나 서늘하고도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봉분 앞에는 어른 무릎 높이만 한 작고 소박한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곳에는 '동자승 법운의 묘'라는 글귀가 깊게 패어 있었습니다.

    이 외롭고 쓸쓸한 무덤의 진짜 내력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절을 이끄는 주지스님 혜담뿐이었습니다. 혜담 스님은 이미 팔십을 훌쩍 넘긴 고령이었지만, 눈빛만큼은 밤하늘의 별처럼 초롱초롱하고 정신이 맑았습니다. 가끔 달빛이 밝은 밤이면, 혜담 스님은 차를 달이며 절에 갓 들어온 젊은 사미승들에게 낡은 전설처럼 이 무덤에 얽힌 기막힌 사연을 조심스럽게 들려주곤 했습니다.

    "우리 법운이는 말이다… 참으로 하늘이 내린 영특한 아이였다네. 그 맑은 눈망울을 보면 속세의 찌든 때가 단숨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지."

    혜담 스님의 깊게 팬 주름진 눈가에는 어느새 촉촉한 이슬이 맺혔습니다. 법운이 청룡사에 오게 된 것은 아이의 나이 겨우 다섯 살 무렵이었습니다. 돌림병으로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친척집을 전전하다 버려진 가엾은 아이를, 탁발을 나갔던 혜담 스님이 거두어 온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밤마다 부모를 찾으며 목놓아 우는 대신, 스님들이 불경을 외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놀라운 일은 아이가 절에 온 지 불과 석 달 만에 일어났습니다. 글을 배운 적도 없는 다섯 살 핏덩이가, 어른 스님들도 외우기 벅차하는 천수경과 반야심경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외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법운의 재능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부처님의 뜻이 담긴 화엄경의 한 구절입니다. 스님들, 이것은 이런 뜻이 아닐까요?"

    어린 법운은 불경의 깊은 뜻을 스스로 깨우쳐, 오히려 어른 스님들에게 그 이치를 설명해주곤 했습니다. 법운의 붓글씨 또한 명필이어서, 작은 손으로 꼭 쥐고 써 내려간 사경(寫經)은 당대의 뛰어난 선비들도 감탄할 만큼 기품이 넘쳤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법운을 가리켜 불교의 큰 기둥이 될 신동이라며 입을 모아 칭송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이 어린 천재에게 너무도 가혹한 능력을 하나 더 얹어 주었습니다. 바로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적인 세계를 꿰뚫어 보는 신안(神眼)이 열려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아이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저 부모를 잃은 충격에 헛것을 보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예언은 소름 끼치도록 정확하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흘 뒤 정오 무렵, 저 아랫마을 김 씨 아저씨네 외양간에서 붉은 불길이 솟아오를 거예요. 마을의 절반이 잿더미가 될 테니 어서 피하라고 알려주셔야 합니다."

    아이의 다급한 경고를 허투루 들었던 스님들은, 사흘 뒤 산 아래에서 시뻘건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정말로 김 씨네 집에서 시작된 큰불이 마을 절반을 집어삼킨 것입니다. 죽을병에 걸린 사람의 운명을 맞추기도 하고, 산사태가 날 곳을 미리 알려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산 아래 마을 사람들까지 쌀과 곡식을 이고 와 어린 법운 앞에 엎드려 자신의 미래를 묻곤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남의 미래를 훤히 내다보는 이 끔찍한 능력은, 맑고 순수해야 할 어린 법운의 영혼을 매일매일 날카로운 유리 조각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었습니다. 보고 싶지 않은 죽음의 그림자, 사람들의 흉악한 속마음, 그리고 다가올 재앙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이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스승님… 제 머릿속에 자꾸만 무서운 그림자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사람들의 얼굴 위에 짙은 죽음의 사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볼 때마다, 제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저는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 눈을 갖게 된 것입니까?"

    어느 깊은 밤, 땀에 흠뻑 젖은 채 악몽에서 깨어난 법운이 혜담 스님의 품에 파고들며 울먹였습니다. 혜담 스님은 가늘게 떨리는 아이의 작은 등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삼켰습니다.

    "가엾은 것… 그것은 전생의 깊은 업보이자, 부처님께서 네게 주신 특별하고도 무거운 인연의 무게일 것이다. 네가 보는 그 세상으로 많은 중생을 벼랑 끝에서 구해낼 수 있으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거라. 이 늙은 에미 애비가 너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줄 터이니…."

    하지만 혜담 스님의 간절한 위로에도 불구하고, 법운의 깊은 근심은 하루가 다르게 아이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밥을 넘기지 못해 뼈만 앙상하게 말라갔고, 밤이면 허공을 향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듯 알 수 없는 소리를 웅얼거렸습니다. 자신이 본 수많은 끔찍한 미래 중에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잔혹한 운명 하나가 똬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열 살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만 하는 법운 자신의 처절한 죽음에 대한 예언이었습니다.

    ※ 2: 무덤에 내려진 무서운 금기와 세월의 흐름

    가을비가 스산하게 내리던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마루 끝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던 법운이, 곁에 서 있던 혜담 스님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유난히 창백한 아이의 얼굴에는 어린아이답지 않은 묘한 체념과 평온함이 서려 있었습니다.

    "스승님, 저는 아무래도 열 살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 이승에서의 인연은 딱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갑작스러운 아이의 말에 혜담 스님은 들고 있던 염주를 떨어뜨릴 뻔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목소리를 가다듬었습니다.

    "아니, 이 녀석아! 천지 분간도 못 하는 어린것이 어찌 그리 불길한 소리를 함부로 입에 담는단 말이냐! 네가 아직 어리고 몸이 허약하여 그런 무서운 환영을 보는 것이니, 내일부터는 방에 틀어박혀 약이나 달여 먹고 푹 쉬도록 하여라!"

    혜담 스님은 버럭 화를 내었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터질 듯한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던 법운의 예언이었기에, 이번에도 그 끔찍한 말이 사실이 될까 봐 미치도록 무서웠던 것입니다.

    "스승님, 화내지 마십시오. 저는 매일 밤 꿈속에서 제가 누워있을 차가운 땅자리를 봅니다. 시퍼런 열병이 제 온몸을 태우고 나면, 저는 조용히 숨을 거둘 것입니다. 제가 죽는 것은 억울하지 않으나, 죽은 뒤에 일어날 일들이 너무도 끔찍하여 밤마다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 제 무덤을 파헤치고, 제 뼈를 깎아먹으려는 시커먼 그림자들이 자꾸만 제 주변을 맴돕니다."

    법운의 눈동자는 공포에 질려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떠나고 나면, 대웅전 뒤편 볕이 잘 드는 언덕에 저를 온전한 관에 뉘어 묻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평소 아끼던 경전과 붓을 함께 묻어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하지만 스승님, 이것 하나만은 명심하셔야 합니다. 제 무덤은 절대로, 그 누구도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 짐승 한 마리조차 얼씬거리지 못하게 단단히 금줄을 쳐 주십시오. 만약 헛된 욕심을 품고 제 무덤을 파헤치는 자가 있다면… 그자는 자신의 피를 토하며 일주일 안에 반드시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저주가 아니라, 이 땅에 맺힌 지독한 업보의 굴레입니다."

    그리고 마치 아이의 예언이 저승사자의 장부라도 되는 양, 열 살 생일을 불과 열흘 앞둔 어느 날 밤, 법운은 원인 모를 극심한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불덩이처럼 뜨거워진 아이의 몸은 얼음물로 수건을 적셔 닦아내도 좀처럼 식지 않았습니다. 산 아래에서 용하다는 의원을 모셔와 독한 약을 다려 먹였지만, 아이는 며칠 밤낮을 헛소리를 하며 앓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이 아이의 말대로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단 말인가. 부처님, 어찌하여 이 맑은 영혼을 이토록 일찍 거두어 가시나이까….'

    혜담 스님은 피눈물을 흘리며 밤낮으로 부처님 앞에 엎드려 108배를 올렸지만, 야속한 운명은 끝내 아이의 손을 놓아버렸습니다. 법운은 혜담 스님의 거친 손을 힘없이 쥐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습니다. "스승님… 무덤을… 절대…." 아이의 마지막 속삭임은 허공 속으로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혜담 스님은 오열하며 아이의 유언대로 대웅전 뒤편 언덕에 가장 좋은 자리를 골라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작은 나무관 속에 아이의 맑은 얼굴을 눕히고, 생전에 아이가 밤낮으로 손에서 놓지 않았던 화엄경과 벼루, 그리고 정갈하게 써 내려간 붓글씨들을 함께 넣어주었습니다. 무덤 위로 흙을 단단히 다져 올린 뒤, 주변에는 누구도 접근할 수 없도록 굵고 질긴 붉은 금줄을 여러 겹으로 쳤습니다. 그리고 절의 모든 스님들을 모아놓고 엄중하게 경고했습니다.

    "동자승의 무덤 주변에는 발길도 주지 말라. 헛된 호기심으로 저곳을 기웃거리거나, 금줄을 넘는 자는 부처님의 도량에서 영원히 내쳐질 것이다. 죽은 아이의 간절한 유언이자 무서운 금기이니,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것이다!"

    법운이 세상을 떠나고 무덤이 세워진 뒤, 청룡사에는 기이하고도 소름 돋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달빛조차 숨어버린 그믐밤이면, 무덤 쪽에서 서럽게 흐느끼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습니다. 때로는 깊은 밤 대웅전 불상 앞에, 회색 승복을 입은 작은 그림자가 가만히 엎드려 절을 올리고 스르륵 사라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산짐승들조차 그 무덤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묘 주변의 풀들은 한겨울에도 기이하게 푸른빛을 유지했습니다.

    '우리 법운이가 죽어서도 속세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 절집을 지키는 넋이 되었구나.'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강산이 다섯 번이나 바뀌는 5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토록 아이를 애틋하게 여겼던 혜담 스님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입적하여 한 줌의 재로 돌아갔습니다. 절의 주지는 몇 번이나 바뀌었고, 당시의 일을 기억하는 늙은 스님들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자승 법운의 무덤에 내려진 무서운 금기만큼은, 마치 바위에 새겨진 글씨처럼 청룡사의 가장 엄격한 법도로 굳건히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새로 주지가 된 도원 스님 역시 사미승들에게 늘 신신당부했습니다.

    "절대로,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뒷산 동자승의 무덤 근처에는 발을 들이지 마라. 그곳은 산 자의 구역이 아니며, 그 금기를 깨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들이닥칠 것이다."

    세월이 흘러 무덤의 봉분은 비바람에 깎여 낮아지고 붉은 금줄은 빛이 바래 삭아갔지만, 금기를 향한 두려움은 오히려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도 저주도 아닌, 끝을 모르는 인간의 징그러운 탐욕이었습니다. 단단하게 봉인되어 있던 이 슬프고도 무서운 무덤의 금기는, 산 아래 마을에 사는 한 양반의 탐욕스러운 귀에 들어가면서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 3: 탐욕에 눈이 먼 이참판, 무덤의 소문을 듣다

    청룡사에서 십 리 남짓 떨어진 산 아래 제법 큰 고을에는, 이만수라는 본명보다 '이참판'이라는 직함으로 불리며 떵떵거리는 한 양반이 살고 있었습니다. 한때 조정에서 제법 높은 벼슬을 지내다 낙향한 그는, 곡간에 쌀이 썩어나갈 정도로 막대한 재산을 모아둔 부자였습니다. 겉으로는 사서삼경을 읽으며 고상한 선비 행세를 했지만, 그의 본성은 탐욕의 늪 그 자체였습니다. 남의 땅을 교묘하게 빼앗거나 가난한 소작농들의 고혈을 짜내는 일은 예사였고, 특히 그의 눈을 뒤집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오래된 고서화나 진귀한 골동품이었습니다. 귀한 물건이 있다는 소문만 들리면 체면 따위는 내팽개치고, 어떻게든 구슬리거나 협박하여 기어코 제 손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몹쓸 병에 걸려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이참판은 고을의 유지들을 불러 모아 거나하게 술판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기생들의 노랫가락이 무르익고 술기운이 거나하게 올랐을 때, 술 취한 한 노인이 혀 꼬부라진 소리로 툭 던진 이야기 하나가 이참판의 탐욕스러운 귓바퀴를 파고들었습니다.

    "참판 대감… 우리 고을 뒷산 청룡사에… 기가 막힌 보물이 묻혀 있다는 소문 들어보셨소? 내가 젊었을 적 들은 이야기인데, 글쎄 백 년도 더 전에 그 절에 신동 동자승 하나가 살았답디다. 겨우 다섯 살짜리가 화엄경을 통달하고, 붓만 잡았다 하면 왕희지도 울고 갈 명필을 쏟아냈다지 뭡니까."

    이참판은 술잔을 입에 대려다 말고 번뜩이는 눈빛으로 노인 쪽으로 몸을 바짝 기울였습니다.

    "오호, 다섯 살에 화엄경을 깨치고 명필을 남겼다? 그래, 그 신동이라는 녀석의 글씨가 지금 청룡사에 보관되어 있단 말이오?"

    "쯧쯧, 아깝게도 그 기가 막힌 글씨들은 이승에 없소. 그 아이가 열 살을 못 넘기고 요절을 해버렸는데, 그때 절의 주지가 아이를 묻으면서 생전에 썼던 그 귀한 경전과 글씨들을 관 속에 몽땅 쓸어 묻어버렸다는구만. 5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무덤 속에 묻힌 그 천재의 글씨 하나만 세상 밖으로 꺼내면 족히 기와집 수십 채 값은 넘을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지요. 하지만 아무도 그 무덤을 파볼 엄두를 내지 못했소이다."

    "아니, 기와집 수십 채가 넘는 보물이 흙구덩이 속에서 썩어가고 있는데, 이 고을의 미련한 것들은 왜 그것을 구경만 하고 있었단 말이오? 파서 내다 팔면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 텐데!"

    이참판이 답답하다는 듯 무릎을 치며 호통을 치자, 노인은 두 손을 내저으며 기겁을 했습니다.

    "에구구, 대감마님! 큰일 날 소리 마십시오! 그 무덤에는 무시무시한 저주가 걸려 있단 말입니다. 동자승이 죽기 전에 '내 무덤을 건드리는 자는 일주일 안에 피를 토하고 죽을 것이다'라고 유언을 남겼다지 않소. 실제로 옛날에 도적놈 하나가 무덤 주변을 얼쩡거리다 산 채로 벼락을 맞아 죽었다는 둥, 무덤을 파려던 놈팽이가 시름시름 앓다 일주일 만에 온몸이 썩어 죽었다는 둥… 흉흉한 소문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목숨이 열 개라도 그 무덤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금지된 곳입니다요!"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에 몸을 떨었지만, 이참판의 속마음은 완전히 다르게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저런 멍청한 것들. 저잣거리에서 흔히 떠도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에 겁을 먹고, 그 어마어마한 보물을 산속에 고스란히 방치해 두다니! 천재 동자승이 직접 쓴 50년 된 화엄경 사경이라면… 한양의 고관대작들에게 바치면 떼돈을 버는 것은 물론이고 내 벼슬길이 다시 열릴 수도 있는 물건이다. 저주? 쯧, 무식한 중놈들이 보물을 뺏기기 싫어 지어낸 뻔한 수작질이지.'

    다음 날 아침이 밝자마자, 이참판은 하인 복돌이를 대동하고 서둘러 산길을 올랐습니다. 겉으로는 부처님께 시주를 하러 간다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의 머릿속은 오로지 무덤 속에 잠든 보물의 가치를 저울질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즈음 청룡사에 도착한 이참판은, 현재 주지를 맡고 있는 도원 스님을 불러내어 번지르르한 말로 시주금을 건넸습니다.

    "허허, 스님. 부처님의 자비가 온 세상에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약소하지만 시주를 좀 챙겨왔소이다."

    "참판 어른의 깊은 불심에 감사드립니다. 부처님의 가피가 늘 함께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도원 스님은 정중하게 합장을 올렸습니다.

    차를 한 잔 마시며 슬쩍 눈치를 살피던 이참판이, 마침내 헛기침을 하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스님, 내가 산 아래에서 오다 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소. 옛날 이 절에 아주 영특한 동자승이 있었는데 일찍 요절을 하여 뒷산에 무덤을 썼다지요? 내가 비록 속세의 사람이나 그 어린 생명이 가여워 견딜 수가 없구려. 내 부처님께 시주하는 김에, 그 가엾은 동자승의 무덤에도 술 한 잔 올리고 명복을 빌어주고 싶은데, 무덤이 어디에 있소?"

    부드러운 이참판의 질문에, 찻잔을 들고 있던 도원 스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습니다. 스님의 평온했던 얼굴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굳어버렸고, 온화했던 눈빛에는 짙은 경계심이 서렸습니다.

    "참판 어른… 그 아이의 사연은 가엾으나, 그곳은 산 자가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없는 철저한 금역(禁域)입니다. 법운이라는 그 아이가 입적하기 전 스스로 무서운 금기를 걸었고, 선대 주지스님께서도 절대로 다가가지 말라 엄명을 내리신 곳입니다. 그 무덤을 건드리는 자는 목숨을 잃는다는 무서운 저주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참판 어른의 마음만으로도 그 아이의 영혼에 닿았을 터이니, 무덤을 찾는 일은 부디 거두어 주시옵소서."

    스님의 단호하고도 겁에 질린 경고를 듣는 순간, 이참판은 무덤에 진짜로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확신했습니다. '저 중놈이 어지간히도 그 보물을 뺏기기 싫은 모양이군. 저렇게 펄쩍 뛰는 것을 보니 소문이 백 번 맞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이참판은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한 발짝 물러서는 척했습니다.

    "허허, 스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내 고집을 피울 수는 없지 않겠소. 그저 무덤 곁에 가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서 눈으로만 한 번 보고 합장이나 올려주고 싶으니, 멀리서 무덤의 위치만이라도 보여주시면 안 되겠소?"

    끈질긴 요구에 도원 스님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이참판을 대웅전 뒤편 숲길로 안내했습니다. 빽빽한 소나무 숲을 지나자 볕이 드는 언덕 한가운데, 낡고 빛바랜 금줄이 둘러진 둥근 봉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덤 위로는 50년의 세월을 증명하듯 거친 잡초들이 뒤엉켜 있었지만, 묘한 기운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이참판의 눈동자는 마치 탐스러운 먹잇감을 발견한 승냥이처럼 번들거렸습니다.

    '옳거니… 저곳이구나. 낡아빠진 금줄 하나 쳐놓고 저주 운운하며 사람들을 속여왔다 이거지? 조금만 기다려라. 네 놈들이 꽁꽁 숨겨둔 그 알토란 같은 보물들을, 내 오늘 밤 당장 세상 밖으로 꺼내어 줄 터이니!'

    이참판은 겉으로는 합장을 하며 명복을 비는 척했지만, 등 뒤로 깍지 낀 두 손은 이미 탐욕으로 바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금기를 조롱하며 파멸의 불구덩이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 4: 금기를 깬 대가, 한밤중의 섬뜩한 도굴

    음력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창백한 빛을 뿌리던 깊은 밤. 인적 끊긴 산길을 따라 시커먼 그림자 셋이 은밀하고도 빠른 걸음으로 청룡사를 향해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탐욕에 완전히 눈이 뒤집힌 이참판과, 그에게 억지로 끌려온 건장한 두 하인 복돌이와 철수였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번들거리는 쇠 괭이와 끝이 날카로운 삽, 그리고 어둠을 밝힐 작은 등불이 들려 있었습니다. 낮에는 그토록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숲길이, 한밤중이 되자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괴물처럼 스산한 바람 소리를 내며 일행의 발목을 잡아끄는 듯했습니다. 부엉이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계곡을 타고 울려 퍼질 때마다, 겁이 많은 두 하인은 어깨를 움츠리며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주인마님… 제발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요. 스님께서 그토록 신신당부하며 경고하셨는데, 죽은 이의 무덤을, 그것도 저주가 내렸다는 금지된 묏자리를 파헤치다니요. 제 등골에 식은땀이 멈추질 않습니다요. 부처님이 노하시면 저희는 뼈도 못 추릴 것입니다."

    사시나무 떨듯 떠는 복돌이의 애원에, 이참판은 짐승처럼 번뜩이는 눈으로 뒤를 돌아보며 낮고 매서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습니다.

    "이 미련하고 겁 많은 놈들아! 입 다물지 못할까! 낡아빠진 중놈들의 미신 나부랭이에 겁을 집어먹다니, 사내놈들이 부끄럽지도 않으냐? 그 무덤 속에 묻혀있는 보물이면 너희들 평생 배불리 먹고 남을 논마지기를 떼어줄 수 있다. 잔말 말고 어서 발걸음이나 재촉하거라. 만약 내 일을 그르치게 한다면, 귀신에게 당하기 전에 내 손에 먼저 죽을 줄 알아라!"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이참판의 귀에는, 부처님의 자비도, 스님의 엄중한 경고도, 아이의 슬픈 유언도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직 관 속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을 천재 동자승의 진귀한 글씨와 경전들만이 아른거릴 뿐이었습니다. 이윽고 일행은 스님들이 모두 깊은 잠에 빠진 청룡사 대웅전 뒤편,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동자승 법운의 무덤 앞에 당도했습니다. 낮에 보았을 때는 그저 허름한 봉분이었으나, 달빛 아래 드러난 무덤은 뿜어내는 기운부터가 달랐습니다. 무덤 주위를 겹겹이 두르고 있는 붉은 금줄은 마치 살아 숨 쉬는 핏줄처럼 섬뜩한 붉은빛을 띠고 있었고, 사방은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기괴한 정적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 절대적인 고요 속에서, 이참판은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는 거침없이 다가가 그 질긴 금줄을 낫으로 끊어버렸습니다. 툭,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50년을 이어오던 붉은 결계가 속절없이 끊어지며 땅에 떨어졌습니다.

    "자, 뭘 멀뚱멀뚱 서 있는 게냐! 날이 밝기 전에 서둘러 파헤쳐라!"

    이참판의 다그침에 하인들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괭이를 치켜들고 봉분의 흙을 파내기 시작했습니다. 퍽, 퍽. 차갑게 굳어있던 흙덩이들이 파헤쳐지는 소리만이 어둠을 갈랐습니다. 그런데 무덤을 반쯤 파 들어갔을 무렵, 믿을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이 일어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나뭇잎 하나 흔들리지 않을 만큼 바람 한 점 없는 밤이었건만, 무덤 주변의 잡초와 낙엽들이 미친 듯이 바스락거리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아주 멀고 깊은 땅속에서부터 새어 나오는 듯한 어린아이의 애달픈 울음소리가 밤안개를 타고 일행의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흐윽, 흑. 뼈를 깎는 듯한 그 구슬픈 울음소리에 철수가 기겁을 하며 괭이를 내던졌습니다.

    "주, 주인마님! 방금 들으셨습니까요? 저 구덩이 속에서,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요! 제발 그만두게 해주십시오. 이러다 저희 다 죽습니다요!"

    "이놈이 미쳤느냐! 산짐승 소리를 듣고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당장 괭이를 들지 못해!"

    이참판이 발길질을 하며 억지로 하인들을 몰아세운 순간이었습니다. '깡!' 하고 삽자루 끝에 무언가 단단한 것이 부딪히는 소리가 산통을 깼습니다. 이참판의 얼굴에 환희가 번졌습니다.

    "관이다! 드디어 관이 나왔다! 흙을 모두 걷어내거라!"

    드러난 것은 어른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작은 크기의 나무관이었습니다. 놀랍게도 50년이라는 긴 세월이 무색하게, 관의 표면에 새겨진 정교한 연꽃 무늬는 방금 조각한 것처럼 선명하고 생생했습니다. 썩은 나무 냄새 대신 짙은 향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이참판이 직접 쇠지렛대를 관 틈새에 밀어 넣고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내어 뚜껑을 비틀어 열었습니다. 삐그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관 뚜껑이 열리는 순간, 구름에 가려져 있던 보름달이 기괴할 정도로 밝은 빛을 관 속으로 쏟아냈습니다.

    관 속을 들여다본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숨을 헉 하고 들이켰습니다. 그 안에는 백골이 된 시신이 아니라, 방금 잠이 든 것 같은 맑고 고운 얼굴의 어린아이가 그대로 누워 있었습니다. 썩지도 부패하지도 않은 채, 두 손을 가슴에 가지런히 모으고 평온하게 잠든 동자승 법운의 시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머리맡과 발치에는, 이참판이 그토록 침을 흘리며 탐내던 빛바랜 고서들과, 벼루, 그리고 붓글씨들이 한가득 놓여 있었습니다.

    "하하하! 내 말이 맞지 않았느냐! 50년 전 천재가 쓴 화엄경이 내 손에 들어왔다!"

    광기에 사로잡힌 이참판이 시신의 발치에 놓인 서책들을 움켜쥐려 손을 뻗은 바로 그 찰나였습니다.

    '스르륵….'

    눈을 감고 있던 동자승의 창백한 얼굴 위로, 핏기 없는 입술 양끝이 기괴하게 찢어지며 위로 말려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너무도 섬뜩하고 무서운 조소(嘲笑)였습니다. 그리고 굳게 닫혀 있던 아이의 두 눈이 번쩍 하고 떠졌습니다. 검은자위가 없는 새하얀 눈동자가 똑바로 이참판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누가… 겁도 없이 내 깊은 잠을 깨웠느냐."

    땅이 울리는 듯한 소름 끼치는 아이의 목소리에 하인들은 그 자리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 뻔했습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심장이 얼어붙은 이참판은 훔쳐 낸 서책 몇 권을 품에 안은 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헤헤헤… 기어코 선을 넘었구나. 드디어 올 것이 왔어…."

    동자승의 입에서 터져 나온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무덤 주변으로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거센 돌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시뻘건 흙먼지가 회오리치고,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비명을 지르듯 부러질 듯 휘어졌습니다.

    "도, 도망쳐라! 어서 산을 내려가라!"

    이참판 일행은 삽과 괭이도 팽개친 채,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미친 듯이 비탈길을 구르다시피 뛰어내려 갔습니다. 짐승처럼 네 발로 기며 어둠 속을 도망치는 그들의 등 뒤로, "일주일이다… 일주일 뒤에 데리러 가마…"라는 동자승의 차갑고도 날카로운 저주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었습니다.

    ※ 5: 일주일의 저주, 이참판과 가족들에게 닥친 참극

    산을 내달려 도망쳐 온 그날 밤부터, 이참판의 화려하고 평온했던 기와집은 끔찍한 생지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대문을 박차고 들어오자마자 마당에 피를 토하며 쓰러진 이참판은, 즉시 안방으로 옮겨졌으나 순식간에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이마에서는 끊임없이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고,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떠돌았습니다. 용하다는 의원들이 줄줄이 불려 와 침을 놓고 독한 탕약을 억지로 입에 쏟아부었지만, 열은 조금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짐승의 헛소리만이 흘러나왔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고통은 더욱 잔혹해졌습니다. 이참판이 혼절하여 빠져드는 꿈속은 항상 똑같은 풍경이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무덤가, 그 차가운 흙구덩이 속에서 새하얀 눈동자를 한 동자승이 기어 나와 이참판의 가슴팍 위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아이의 작고 차가운 두 손이 이참판의 목통을 서서히 조여 올 때마다, 아이는 천진난만하면서도 원한에 찬 목소리로 끊임없이 물었습니다.

    "왜 팠어? 왜 내 허락도 없이 내 방을 부수고 내 물건을 훔쳐 갔어? 왜 내 평안을 깨뜨린 거야? 아파… 나도 아프게 해줄게…."

    "살려다오… 제발 내가 잘못했다… 그깟 서책들 당장 돌려주마… 제발 내 목을 놔다오!"

    이참판은 매일 밤 허공을 향해 두 손을 비비며 처절하게 살려달라 애원했지만, 꿈속의 아이는 찢어질 듯한 웃음소리만 남긴 채 그의 목을 더욱 강하게 옥좼습니다. 사흘째 되던 날, 이참판의 온몸에는 역겨운 고름이 찬 검붉은 발진들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살이 썩어 들어가는 끔찍한 악취가 안방을 가득 채웠습니다.

    하지만 동자승의 저주는 결코 이참판 한 사람의 목숨만으로 끝날 가벼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탐욕의 피를 나눈 가족 전체를 향한 잔혹한 형벌이 서서히 그 마수를 뻗쳐오고 있었습니다. 닷새째 되던 날 아침, 언제나 건강했던 이참판의 아내가 방바닥을 뒹굴며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악! 내 머리… 내 머릿속에 수만 마리의 벌레가 기어 다니며 뇌수를 파먹는 것 같아! 누가 제발 내 머리 좀 깨어주게!"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지르는 아내의 모습에 집안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하지만 비극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참판의 든든한 기둥이었던 건장한 큰아들은, 한낮에 서재에서 글을 읽다 돌연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습니다. 하인들이 달려가 부축하려 했지만, 큰아들의 목 아래로는 짚단처럼 빳빳하게 굳어버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끔찍한 전신 마비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날 밤, 곤히 잠들었던 열다섯 살 둘째 아들의 방에서는 하늘이 무너질 듯한 처절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어머니! 불을 켜주세요! 방이 너무 어두워요! 제 눈이… 제 눈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으아아악!"

    아침에 눈을 뜬 둘째 아들의 두 눈은 초점을 잃은 채 하얗게 탁해져 있었고, 세상의 빛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집안의 막내인 겨우 열 살 난 늦둥이 딸마저 원인을 알 수 없는 지독한 고열에 시달리며 피 섞인 기침을 토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집안 곳곳에서 비명과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하인들은 귀신이 붙었다며 봇짐을 싸서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엿새째 밤. 바람 한 점 없던 기와집 마당에 갑자기 차가운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치며, 온 집안의 촛불이 일제히 푸른빛으로 타오르다 꺼져버렸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대청마루 끝에서부터 사각사각, 누군가 맨발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헤헤헤… 재미있다… 다 같이 아프니까 참 재미있어…."

    소름 끼치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집안 전체를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공포에 떨던 가족들의 눈앞, 이참판이 죽어가는 안방 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스르륵 열렸습니다. 그곳에는 달빛을 등진 작은 아이의 시커먼 실루엣이 서 있었습니다. 동자승 법운이었습니다. 아이는 천천히 숨을 헐떡이는 이참판의 머리맡으로 다가갔습니다.

    "욕심쟁이 영감… 내가 그토록 경고했건만, 결국 네 알량한 욕심이 네 새끼들의 눈을 멀게 하고 몸을 썩게 만들었구나. 이제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안 됩니다! 제발… 우리 남편이 지은 죄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가엾은 내 새끼들만은…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 목숨을 대신 거두어 가셔도 좋습니다!"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이참판의 아내는 바닥에 엎드려 이마에서 피가 나도록 절을 하며 울부짖었습니다. 하지만 동자승의 차가운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늦었어. 부처님의 자비도, 나의 경고도 무시한 것은 너희들이다. 내일 해가 질 무렵, 정확히 일주일이 되는 그 시간에 이 집안의 숨통은 모두 끊어질 것이다."

    그 서늘한 선고를 끝으로 동자승의 모습은 연기처럼 사라졌고, 다시 켜진 촛불 아래에는 절망에 빠진 가족들의 오열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이참판은 눈도 감지 못한 채 검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내고는 영영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무덤을 파헤친 지 정확히 이레 만에 벌어진, 끔찍하고도 소름 돋는 저주의 완성이었습니다.

    ※ 6: 남겨진 자들의 참회와 영혼의 용서

    집안의 기둥이 무너지고 남은 자식들마저 죽음의 문턱에서 신음하자, 이참판의 아내는 남편의 주검을 부여안고 통곡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마을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촌장이 지팡이를 짚고 찾아와 다급하게 일렀습니다. "마님,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 모든 참극이 청룡사 동자승의 노여움에서 비롯된 것이니, 당장 산으로 올라가 주지스님을 봬야 합니다. 그 길만이 남은 새끼들을 살릴 유일한 방도일 겝니다!"

    이참판의 아내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피투성이가 된 버선발로 가파른 산길을 미친 듯이 기어올랐습니다. 청룡사 대웅전 앞에 쓰러지듯 엎드린 그녀는, 놀라 달려온 도원 스님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짐승처럼 울부짖었습니다.

    "스님! 대자대비하신 스님! 제 남편이 눈이 뒤집혀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습니다. 남편은 제 죗값으로 끔찍하게 죽었으나, 방에 누워 숨이 넘어가는 제 가엾은 어린 새끼들은 대체 무슨 죄란 말입니까! 제발, 부처님의 자비로 이 어미의 목숨을 거두시고 제 새끼들만은 살려주십시오. 제가 그 죗값을 다 치르겠습니다!"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피를 흘리는 어미의 절절한 모정에, 도원 스님은 긴 한숨을 내쉬며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아아, 나무아미타불… 인간의 어리석은 탐욕이 기어코 이리도 무서운 화를 불러왔단 말입니까. 어서 일어나십시오, 마님. 제가 그리 엄히 경고했건만… 허나 아무 죄 없는 어린 생명들이 고통받는 것을 부처님께서도 원치 않으실 터, 제가 나서보겠습니다."

    도원 스님은 곧바로 사미승들을 이끌고 파헤쳐진 무덤으로 향했습니다. 처참하게 열려 있는 관과 흩어진 흙더미를 본 스님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이참판의 아내는 품에 안고 온, 남편이 훔쳐 갔던 그 귀한 화엄경과 붓글씨들을 꺼내어 눈물로 닦아내고는 원래 있던 자리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습니다. 스님들은 향을 피우고 불경을 외며 관 뚜껑을 다시 닫고, 무덤의 흙을 정성껏 다져 올려 봉분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전보다 훨씬 굵고 단단한 새로운 금줄을 치며 결계를 쳤습니다.

    복구가 끝나자, 도원 스님은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애달픈 목소리로 축원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법운아.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것도 억울할 터인데,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게 만든 중생의 어리석음을 이 늙은 중이 대신 사죄하마. 네가 분노하는 것은 마땅하나, 저 어미의 피 끓는 참회를 보아라.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것은 부처님의 법도도, 너의 본래 맑은 성정도 아니지 않느냐. 이제 그 무서운 분노와 원한을 다 내려놓고, 부디 극락왕생하여 평안을 찾거라."

    스님의 간절한 독경 소리가 산등성이를 맴돌 때였습니다. 거세게 불던 산바람이 잦아들고, 시들어 구부러졌던 무덤가의 들꽃들이 기적처럼 고개를 빳빳이 들며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허공에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분노에 일그러졌던 악귀의 모습이 아닌, 50년 전 그토록 맑고 영특했던 동자승 법운의 본래 모습이 희미하게 나타났습니다. 아이의 큰 눈망울에는 슬픔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스승님… 저는 그저 조용히, 아주 조용히 잠들고 싶었을 뿐입니다. 사람들의 무서운 욕심이 제 무덤을 부수고 저를 억지로 깨웠습니다. 하지만… 저 어미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50년 전 돌림병으로 죽어가며 제 손을 놓지 못하던 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너무도 아픕니다."

    이참판의 아내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법운 스님,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평생 스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무덤을 지키며 참회하겠습니다."

    법운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습니다. 당신의 새끼들에게 걸린 죽음의 그물은 거두어 주겠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다시는 누구도 탐욕으로 내 집을 넘보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리고 매년 내 기일이 오면, 나를 위해 따뜻한 밥 한 그릇과 향을 피워주십시오. 그렇다면 나도 영원히 이 절과 산을 지키는 선한 수호신이 되겠습니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죽는 날까지, 아니 제 자식들의 대를 이어서라도 그 약속만은 목숨처럼 지키겠습니다!"

    이참판의 아내가 오열하며 맹세하자, 법운의 영혼은 한 줄기 따뜻한 빛이 되어 허공으로 스르륵 흩어졌습니다. 그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녀의 무거웠던 어깨가 솜털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집에 당도하니, 마법처럼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빳빳하게 굳어있던 큰아들이 손발을 움직이며 마루로 기어 나왔고, 펄펄 끓던 막내딸의 열도 씻은 듯이 내렸습니다. 아내의 깨질 듯한 두통도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다만, 둘째 아들의 멀어버린 두 눈만은 끝내 빛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남긴 영원한 흉터이자, 평생 잊지 말아야 할 준엄한 교훈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이참판의 가족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곳간을 열어 가난한 이들에게 재물을 나누었고, 둘째 아들은 비록 눈은 멀었으나 마음의 눈을 크게 떠 주변의 아픈 이들을 돌보는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났습니다. 이참판의 아내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식들의 손을 잡고 유언처럼 당부했습니다. "절대 욕심을 부리지 말거라. 그리고 산에 계신 법운 스님의 제사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뫼셔야 한다."

    마을 사람들도 이 끔찍하고도 슬픈 참극을 거울삼아 헛된 욕심을 경계하게 되었고, 청룡사의 동자승 무덤 앞에는 '이곳을 건드리는 자, 영원한 화를 면치 못하리라'는 굳건한 비석이 세워져 오늘날까지도 그 무거운 금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구독자 여러분, 불교전설자료집에 전해져 내려오는 동자승의 무덤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금기를 깨고 죽은 자의 물건까지 탐냈던 어리석은 양반의 최후가 주는 교훈이 참으로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내가 쥔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남의 것을 끝없이 탐내는 욕심이야말로,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가장 무서운 저주가 아닐까요? 오늘 이야기가 흥미로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시고요, 다음 시간에는 패관잡기에 실린 더 기묘하고 재밌는 야담, '선비를 홀린 기생 귀신'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