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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자의 한, 49일의 속삭임

by K sunny 2025.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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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한, 49일의 속삭임

태그:

#조선설화, #망자의한, #사십구재, #천도재, #사후세계, #조선시대미스터리, #금강경, #원귀, #불길한속삭임, #49일의저주, #전설의고향

 

 

디스크립션

조선시대 어느 마을에서 한 사내가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사십구재를 올렸지만,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밤마다 어디선가 낮고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문틈 사이로 한기가 스며든다.
"나는 아직 떠날 수 없다"
49일이 지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던 마을 사람들.
그러나 사십구재가 끝난 후에도 망자의 속삭임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을 사람들은 이제껏 감춰졌던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후킹 멘트

"사십구재가 끝나면, 망자는 저승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이 마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49일이 지난 후에도 사내의 혼은 여전히 마을을 떠돌고 있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나는 아직 떠날 수 없다"
마을을 감싸는 불길한 기운 속에서, 감춰진 진실이 밝혀진다.

1: 마을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조선의 깊은 산골 마을,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사람들은 일찍이 문을 걸어 잠그곤 했다. 그러나 오늘 밤, 마을은 불길한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마을 중앙, 큰 느티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 서려 있었다. 한 남자의 시신이 흰 천에 덮인 채 들것 위에 놓여 있었다. 그는 바로 며칠 전까지 마을을 돌아다니던 정한이었다.

"이럴 리가 없소. 정한이는 멀쩡했소.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했는데, 갑자기 목숨을 잃다니"

한 노인이 깊은 주름진 얼굴을 감싸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마을 사람들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몸에 상처 하나 없었소. 병을 앓던 것도 아니었소.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이오?"

사람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웅성거렸다. 정한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다. 그는 마치 깨어나기 직전의 사람처럼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숨이 끊어진 것은 분명했다.

진오 스님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마을에서 존경받는 승려로, 수년간 불경을 외우며 망자를 달래는 천도재를 집전해 왔다.

"죽음에는 인연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면, 그 영혼은 쉽게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스님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더 깊이 몸을 움츠렸다.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오?"

마을 원로 중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십구재를 올려야 합니다."

스님의 말에 사람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십구재란 망자가 저승으로 떠나기 전, 49일 동안 기도를 올려 극락으로 가기를 빌어주는 의식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망자가 원한을 품고 있다면, 불길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 떠돌곤 했다.

"49일 동안 매일 밤 기도를 올리고, 불경을 독송할 것입니다. 망자의 혼이 이승에 미련을 두지 않도록 우리가 그를 위로해야 합니다."

스님의 말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정한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올리기로 결심했다.

그날 밤, 마을 사당에서는 촛불이 밝혀지고, 첫 번째 기도가 시작되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관세음보살"

스님의 목탁 소리가 정적을 깨뜨리며 울려 퍼졌다. 마을 사람들은 조용히 손을 모은 채 기도를 올렸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마치 바람에 실려 오는 듯한 낮고 흐릿한 목소리였다.

"아직 떠날 수 없어"

한 여인이 움찔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무언가 들리지 않았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소. 아마 바람이었겠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기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너도 보았구나"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사십구재의 첫날이 끝났지만, 마을에는 기이한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49일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2: 속삭임을 들은 자

사십구재의 둘째 날, 마을은 고요했다. 사람들은 낮에는 평소처럼 일을 하며 움직였지만, 해가 질 무렵이면 자연스레 사당 앞에 모였다. 마을의 망자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일은 신성한 의식이었고,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관세음보살"

스님의 목탁 소리가 사당을 울렸다. 향불이 타오르며 은은한 연기가 피어올랐고, 사람들은 망자의 극락왕생을 빌며 두 손을 모았다.

그러나, 어제 속삭임을 들었던 여인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녀는 밤마다 꿈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달리고 있었다.

"떠나지 못했다 아직"

그 목소리는 너무도 선명했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나면 그것이 단순한 악몽인지, 아니면 정말 무언가가 그녀를 부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기도가 끝난 후 여인은 조용히 사당 뒤편으로 향했다. 그녀의 가슴은 두근거렸고,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확인해야만 했다.

사당 뒤에는 작은 숲이 있었다. 달빛이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고, 바람 한 점 없는 밤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누구 있습니까?"

아무 대답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 뭔가 느껴졌다.

그 순간, 바람이 없는 밤하늘에서 갑자기 초가 흔들렸다. 사당 뒤편의 촛불들이 일제히 흔들리며, 마치 어떤 존재가 지나간 듯 휘청거렸다.

그리고

"너도 들었구나"

그 목소리는 너무도 분명했다. 이번에는 꿈이 아니었다.

그녀는 숨이 멎을 듯 얼어붙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누, 누구세요?"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대신, 그녀의 귀에 또렷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들에게 말하지 마라"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사당을 뛰쳐나왔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비명을 듣고 놀라 사당 앞으로 몰려왔다.

"무슨 일이오?"

스님이 다가왔지만, 여인은 말을 하지 못하고 숨을 헐떡였다.

"저 저기서 목소리가!"

그러나 사당 뒤를 살펴본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것도 없소이다."

여인은 두려움에 휩싸인 채 입을 다물었다. 만약 자신이 들은 것이 망자의 속삭임이라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괜찮을까?

그러나 그녀는 몰랐다.

망자의 속삭임을 들은 자는, 차례로 사라진다는 것을.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사라졌다.

사십구재가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던 마을 사람들.

그러나 49일의 저주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3: 끝없는 속삭임과 불길한 예감

여인의 실종 소식은 마을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녀의 가족들은 울면서 그녀를 찾아다녔고, 마을의 젊은이들은 등불을 들고 밤새 산과 강을 뒤졌다. 하지만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녀가 스스로 마을을 떠났을 리가 없소!"

마을 원로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어린아이도 아니었고, 특별한 이유 없이 사라질 사람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다름 아닌 사당 뒤편이었다.

"혹시"

누군가 중얼거렸다.

"망자가 데려간 것은 아닐까요?"

그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침묵했다.

"터무니없는 소리!"

한 노인이 불같이 화를 냈지만,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녀가 사라지기 전, 밤마다 불길한 속삭임을 들었다는 것을.

스님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십구재가 끝나기 전까지는, 망자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오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떠나지 못한 혼이 원한을 품으면, 이승의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겁에 질렸다. 망자가 살아있는 사람을 데려간다니.

"설마,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된다는 말씀이오?"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스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한 것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속삭임을 들은 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

그렇다면 만약 또 누군가가 속삭임을 듣게 된다면?

그날 밤, 마을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창호문을 굳게 닫았다. 혹시라도 불길한 소리를 듣게 될까 봐, 귀를 틀어막고 눈을 감은 채 숨을 죽였다.

그러나 두려움은 피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달이 중천에 떠오를 무렵.

어디선가 들려오는 속삭임.

"도망쳐야 해"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떠나지 않으면 다음은 너야"

그 속삭임을 들은 남자는 숨이 멎을 듯 굳어버렸다.

그 순간, 방문이 스르륵 열렸다.

아무도 열지 않았는데, 문이 스스로 열린 것이었다.

그 너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남자는 알았다.

문 밖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그는 온몸이 얼어붙은 채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희미한 손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방 안에 있던 촛불이 한순간에 꺼졌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깨달았다.

속삭임을 들은 자는 차례로 사라진다는 것을.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이제 다음 속삭임이 누구에게 들릴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4: 감춰진 진실

남자가 사라진 후, 마을은 공포에 휩싸였다. 연이어 벌어진 실종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안한 얼굴로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건 그냥 실종이 아니오."

한 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이오."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

이 마을에서, 사십구재가 끝나기 전까지 망자의 혼이 머물 수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마치 망자가 단순히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혹시, 정한의 죽음에 대해 더 알고 있는 사람이 있소?"

스님이 조용히 물었다.

그러나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여인이 사라지기 전, 속삭임을 들었다 했소."

마을 원로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사라진 사내도 마찬가지였소. 우리가 속삭임을 들은 자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안 이상, 이건 단순한 귀신의 장난이 아닐 것이오."

스님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망자가 떠나지 못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순간,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주저하던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얼굴이 창백했고,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전, 정한이가 죽기 전날 밤, 그를 만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그날 밤, 정한이는 저에게 찾아와서 뭔가 말하려 했어요."

사내는 손을 떨며 말을 이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려운 얼굴로 말했죠."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난 뭔가 잘못된 것을 봤어. 이대로 두면 안 돼."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마을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그가 말한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

스님이 조용히 물었다.

사내는 머뭇거리다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말하려 했지만, 결국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는 죽은 채 발견되었죠."

마을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정한은 죽기 전, 뭔가를 보았다. 그것은 분명 마을 사람들조차 알지 못하는 무언가였다.

"그럼, 그는 살해당한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오?"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순간, 바람이 한 번 세차게 불어왔다.

사당 뒤쪽에서 촛불이 흔들리며, 한기가 온 마을을 감쌌다.

그리고, 사당 기둥에 걸려 있던 천이 스르륵 내려앉았다.

그 아래에는, 오래된 글자가 쓰여 있었다.

"49일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진다."

마을 사람들은 얼어붙었다.

이제 남은 날은 얼마 없었다.

망자가 남긴 속삭임.

그것이 단순한 저주가 아니라면 그들이 감춰둔 진실이 밝혀지는 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5: 망자의 분노

49일 중 30일이 지났다. 마을은 더 이상 평온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속삭임을 들은 자만이 사라졌지만, 이제는 듣지 않은 사람들조차 기이한 현상을 겪고 있었다. 한밤중에 문이 저절로 열리고, 닫힌 창문이 덜컹거리며 흔들렸다. 마당의 장독대가 깨진 채 발견되었고, 마을의 개들은 이유 없이 밤새 울어댔다.

그러나 가장 끔찍한 것은 마을 사람들은 점점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정한은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다. 흰 옷을 입고, 온몸이 물에 젖어 있었으며, 한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말해야 한다"

"진실을 밝혀라"

그는 꿈속에서 마을 사람들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거짓이 계속된다면, 나는 멈추지 않는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마치 실제로 망자가 다녀간 것처럼 몸이 한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사라진 사람들의 집에서는 이상한 흔적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어젯밤 꿈에서 정한이 서 있던 곳.

그곳에는 물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이건 단순한 망자의 한이 아니오."

스님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는 저승으로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천도가 아니라 ‘진실의 폭로’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

"진실이라니 무슨 말씀이오?"

스님은 그들을 둘러보았다.

"여러분 중 누군가는 그가 죽기 전, 그가 본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한 사내가 벌떡 일어나더니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그만! 제발 그만두시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온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당신 뭔가 알고 있소?"

사람들이 그를 주목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손을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

"정한이는 우연히 본 것이오."

그가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밤, 정한이는 우리 중 몇 사람이 마을 뒷산에서 뭔가를 묻는 것을 보았소."

"뭘 묻었소?"

그는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중얼거렸다.

"사람이었소."

그 말이 떨어지자, 마을은 얼어붙었다.

"그렇다면"

스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정한은 단순한 사고사가 아니었군요."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정한은 우연히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것을 말하려 했지만 누군가 그를 막았다.

"그래서 그가 죽은 것이오?"

한 노인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면 망자가 원하는 것은"

"진실의 폭로입니다."

스님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마을의 사당에서 갑자기 촛불이 일제히 꺼졌다.

그리고

어디선가 익숙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진실을 말할 시간이다"

바람도 불지 않는 밤.

어둠 속에서, 마을의 가장 깊은 곳에서

정한이 걸어오고 있었다.

6: 마지막 천도재

마을은 숨을 죽였다.

정한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제껏 그들은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사십구재를 올리고 있다고 믿었지만, 정작 망자가 원하는 것은 천도가 아니라 복수였다.

그리고 이제, 그가 직접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스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망자가 원하는 것은 억울함을 푸는 것.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는 결코 이승을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천도재를 올려야겠군요."

그날 밤, 마을 사당에서는 다시금 촛불이 켜지고, 스님은 염불을 시작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관세음보살"

마을 사람들은 불안한 얼굴로 기도를 따라 외웠다.

그런데 그때.

촛불이 흔들렸다.

누군가 사당의 문을 두드렸다.

마을 사람들은 얼어붙었다.

천천히, 덜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그곳에

정한이 서 있었다.

그는 생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흰 옷을 입고, 얼굴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마치 강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처럼.

그러나 그의 눈은, 이승을 떠나지 못한 혼의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말해라."

정한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왜 나를 죽였느냐."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정한은 천천히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날 밤 나는 보았다."

그는 걸음을 옮겼다. 마을 사람들은 저절로 뒷걸음질 쳤다.

"나는 죽어야 했던 것이냐."

그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속삭였다.

"너희는 나를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목소리를 듣고도 외면했다."

스님은 침착하게 앞으로 나섰다.

"정한아."

정한의 시선이 스님에게 향했다.

"네 억울함을 안다. 하지만 이승에서 복수를 한다고 한이 풀리겠느냐."

정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정말 원하는 것이 복수인가? 아니면 진실이 밝혀지는 것인가?"

그 말에 정한의 형체가 흔들렸다.

망자의 한이 커질수록 그는 더욱 강한 원귀가 될 것이고, 결국 이승과 저승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가 될 터였다.

그러나 그 순간.

"잘못했소!"

한 사내가 무릎을 꿇었다.

사람들은 놀라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정한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마을 사내였다.

"우린 네가 본 것을 덮으려 했소 네가 입을 열기 전에 그렇게 될 줄은 몰랐소"

그의 얼굴은 후회로 일그러졌다.

"제발 용서해다오"

그 순간, 사당의 촛불이 크게 흔들렸다.

정한의 형체가 일렁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마을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제야"

그의 입에서 마지막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떠날 수 있겠구나."

그의 형체가 서서히 희미해졌다.

사당 앞을 감싸던 한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정한은 마침내, 극락으로 향한 것이었다.

그날 이후, 마을에서는 더 이상 속삭임이 들리지 않았다.

사십구재가 끝나자,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저주를 피해 간 것이 아니라, 마침내 용서를 받았다는 것을.

그리고, 먼 곳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이.

7: 속삭임이 멈춘 밤, 혹은 다시 시작된 속삭임

사십구재가 끝난 후, 마을은 조용했다.

그동안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왔지만, 정한의 원혼이 사라지자 모든 것이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농사를 짓고, 장을 보고, 마을 아이들은 다시 뛰어놀기 시작했다.

"이제 모든 게 끝난 거겠지요?"

한 마을 여인이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겠지. 사당의 문도 다시 열렸고, 사라진 사람들도 다시 나오지 않았잖아."

"스님께서도 더 이상 걱정할 일은 없다고 하셨소."

마을 원로들은 오랜만에 편히 앉아 찻잔을 들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그날 밤.

달이 환히 빛나는 정적 속에서, 느티나무 아래를 지나가던 한 사내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기이한 기운이 느티나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바람 한 점 없는 밤이었다.

그런데도, 그 나뭇잎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나는 떠날 수 없어"

사내는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리고 그는, 정한이 사라졌던 밤을 떠올렸다.

망자가 완전히 떠났다고 믿었던 그날 밤에도,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었다.

그때도, 누군가 마지막 속삭임을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속삭임을 들은 자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는 숨을 삼켰다.

사십구재가 끝났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이었을까?

어둠 속에서 나뭇잎이 스르륵 흩날렸다.

그리고.

"49일이 지나면, 다시"

그 속삭임이 또 한 번 귓가를 스쳤다.

사내는 몸을 떨며 달아났다.

그러나 마을 한구석, 사당의 문이 천천히 흔들렸다.

누군가 아니, 무언가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끝난 줄 알았던 49일의 속삭임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엔딩 멘트

"망자는 떠났지만, 남은 자들은 그날 밤을 잊지 못할 것이다."
마을에서 사라진 속삭임. 하지만 그날 밤을 경험한 사람들은 안다.
진실을 감추려 했던 자들이, 그 죗값을 치렀다는 것을.
그리고 먼 곳에서 한 줄기 바람이 불었다.
"나는 이제 떠날 수 있을까?"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49일이 지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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