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을 본 소년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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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영조 시대, 가난한 나뭇꾼의 아들 돌쇠가 산에서 우연히 봉황을 목격한다. 그러나 봉황을 보면 왕이 되거나 죽는다는 전설처럼, 돌쇠에게 연이은 불행이 찾아온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스승을 찾아 나서고, 마침내 자신의 운명을 극복해가는 이야기.
[1부: 봉황과의 만남]
1. 약초를 캐러 간 산길에서 봉황 목격
"어머님 드실 약초만 찾으면 되는데..."
돌쇠가 깊어가는 산길을 걸으며 중얼거린다. 늦가을의 찬바람이 낙엽을 휘날린다.
해가 저물어갈 무렵, 그는 오래된 소나무 근처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희귀한 약초가 자란다는 곳이었다.
"여기쯤이라고 하셨는데..."
그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밝아지더니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꽹과르르-
돌쇠가 고개를 들자 숨이 멎는다. 소나무 꼭대기에 앉아있는 것은 전설로만 들어왔던 봉황이었다. 오색찬란한 깃털과 긴 꼬리, 그리고 사람의 눈빛 같은 맑은 동공.
"봉... 봉황..."
돌쇠의 목소리가 떨린다.
봉황이 천천히 날개를 펴고 돌쇠를 바라본다. 그 순간, 이상한 기운이 돌쇠의 온몸을 감싼다.
"네가... 나를 보았구나."
봉황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린다.
"이제... 너의 운명이 시작되었다."
돌쇠가 정신을 차렸을 때, 봉황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소나무 아래에는 봉황이 떨어뜨린 깃털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이게... 꿈은 아닌가?"
돌쇠가 깃털을 주워들자 따스한 기운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해가 저물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멀리서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돌쇠는 깃털을 품에 숨기고 서둘러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이 만남이 그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사실을.
2. 마을 무당의 불길한 예언
"어떤 운명이 보이시기에..."
안노미 무당은 노리 소반에 돌쇠가 가져온 봉황의 깃털을 올려두고 한숨을 내쉰다. 좁은 방안에는 향 연기가 자욱하다.
"할머니, 전..."
돌쇠가 말을 꺼내려는데, 갑자기 안노미의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봉황... 봉황이 보인다!"
안노미의 눈이 하얗게 뒤집히며 굿을 시작한다.
"아이고 이를 어쩌나... 아이고..."
"할머니, 무슨 일이십니까?"
돌쇠의 어머니가 다급히 묻는다.
"봉황을 본 자는 두 가지 운명을 맞이한다하였으니..."
안노미가 방울을 흔들며 춤을 춘다.
"하나는 왕이 되는 길이요, 하나는 죽음의 길이라..."
방안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촛불이 흔들리며 괴이한 그림자를 만든다.
"하지만 할머니, 전 그저 나뭇꾼의 아들인데..."
돌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것이... 그것이 더 위험하단 말이다!"
안노미가 갑자기 돌쇠의 손을 잡는다.
"네 운명이 너무 크니, 네 몸이 견디지 못할 것이야..."
"그럼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돌쇠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묻는다.
"산으로... 산으로 가거라."
안노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청계산 깊은 곳에 사는 도사를 찾아... 그만이 네 운명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야..."
갑자기 방안의 촛불이 모두 꺼지고, 안노미가 쓰러진다. 돌쇠는 품 안의 봉황 깃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어머니..."
돌쇠가 어머니를 바라본다. 어머니의 눈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밖에서 갑자기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린다. 불길한 예감이 돌쇠의 가슴을 짓누른다.
운명이란 것이, 이렇게 무겁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3. 연이은 불행의 시작
"어머니! 어머니!"
깊은 밤, 돌쇠는 고열로 신음하는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다. 봉황을 본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물... 물..."
어머니의 마른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돌쇠가 물을 떠다 드리려는 순간, 갑자기 지붕 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꽹과르르-
"저 소리는!"
돌쇠가 밖으로 뛰쳐나가 보니, 지붕 위로 봉황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 순간 번개가 치며 지붕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불이야! 불이야!"
마을 사람들이 달려오지만 이상하게도 물을 아무리 부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어머니!"
돌쇠가 불타는 집으로 뛰어들어 어머니를 업고 나온다. 그때 봉황의 깃털을 보관해둔 함이 불길 속에서 밝게 빛난다.
"돌쇠야... 저건..."
어머니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저 함을... 가져가거라..."
돌쇠는 불길을 뚫고 함을 가져온다. 이상하게도 함은 전혀 타지 않았다.
"봉황을 본 자의 저주가 시작되었구나..."
안노미 무당이 한숨을 쉰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달빛이 불타는 집을 비추고, 멀리서 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돌쇠의 가슴에 품은 깃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운명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제 청계산으로 가야만 했다.
[2부: 운명과의 싸움]
4. 스승을 찾아 떠나는 길
"어머니... 꼭 돌아오겠습니다."
돌쇠는 병상의 어머니를 안노미 무당에게 맡기고 청계산으로 향한다. 품 안에는 봉황의 깃털이 든 함이 있다.
"도사를 찾으려거든 산신령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더구나..."
주막 노파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할 때, 갑자기 안개가 짙게 깔린다. 돌쇠의 발걸음이 멈춘다.
"누구냐!"
돌쇠가 외치자, 안개 속에서 흰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난다. 사슴의 눈동자가 봉황처럼 맑다.
"봉황의 운명을 지닌 자여..."
사슴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린다.
"네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전... 운명을 바꾸고 싶습니다."
돌쇠가 대답한다.
"운명을 바꾸려 하면 더 큰 시련이 찾아올 것이다."
사슴이 천천히 다가온다.
"그래도 가겠느냐?"
"네!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돌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슴이 돌진해온다. 순간 돌쇠의 품 안에서 봉황의 깃털이 빛나며 사슴을 막아선다.
"좋다... 첫 번째 시험은 통과했다."
사슴이 사라지며 말한다.
"도사는 폭포 너머 백련암에 있느니라..."
안개가 걷히고, 달빛이 산길을 비춘다. 돌쇠는 깊은 숨을 내쉬며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운명을 바꾸기 위한 진정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5. 도사와의 만남과 수련
"어찌 왔느냐."
폭포 너머 백련암에서 한 노인이 돌쇠를 맞이한다. 그의 흰 눈썹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맑은 눈빛은 하늘을 담고 있었다.
"도사님을 찾아..."
돌쇠가 말을 잇기도 전에 노인이 손을 든다.
"알고 있다. 봉황의 운명을 지닌 자로구나."
도사가 돌쇠의 품에서 빛나는 깃털을 바라본다.
"하지만 네가 진정 원하는 것은 운명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님..."
돌쇠가 무릎을 꿇는다.
"제발 가르침을 주십시오."
도사가 잠시 돌쇠를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연다.
"봉황의 운명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는 것이니라."
"하지만 전설에 따르면..."
"전설은 전설일 뿐."
도사가 폭포를 가리킨다.
"저 폭포를 보아라. 물은 바위를 피하지 않고 흐르면서도 결국 자신만의 길을 만든다."
그때 갑자기 폭포수가 반짝이며 무지개가 피어오른다.
"이제부터 너는 매일 저 폭포 아래서 수련할 것이다."
도사의 목소리가 엄숙하다.
"그리고 봉황의 깃털이 가리키는 길을 배워야 한다."
"스승님, 깃털이 길을 가리킨다니..."
"봉황은 재앙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주는 것이니라."
도사가 미소 짓는다.
"이제 시작하자꾸나."
돌쇠는 폭포 아래 자리를 잡는다. 차가운 물줄기가 그의 어깨를 때리고, 봉황의 깃털이 은은한 빛을 발한다.
새로운 운명을 향한 수련이 시작된 것이다.
6. 첫 번째 시련 극복
"역병이 돌고 있다!"
마을 입구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돌쇠가 걸음을 멈춘다. 3개월간의 수련을 마치고 잠시 어머니를 뵈러 돌아온 길이었다.
"돌쇠야!"
안노미 무당이 달려온다.
"마을이... 마을이 큰일이다!"
돌쇠는 마을로 달려간다. 집집마다 역병으로 쓰러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돌보다 함께 병든 가족들.
"어머니는..."
돌쇠가 자신의 집으로 달려가 보니, 어머니도 병석에 누워계셨다.
"이것이 네 첫 시련이다."
스승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봉황의 깃털이 가리키는 길을 따르거라."
돌쇠는 품에서 봉황의 깃털을 꺼낸다. 그러자 깃털이 마을 뒷산을 가리킨다.
"저기에..."
돌쇠가 달려가보니 깃털이 가리킨 곳에는 오래된 약초가 자라고 있었다. 스승님께 배운 대로 약초를 달이고 기운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것을 마시게 하세요."
돌쇠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약을 나눠준다. 그리고 스승님께 배운 도술로 병자들의 기운을 다스린다.
밤낮으로 이어진 7일간의 치료. 마지막 날, 갑자기 하늘이 밝아지더니 봉황이 나타난다.
꽹과르르-
이번에는 두렵지 않았다. 돌쇠는 봉황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이제 알겠구나... 당신이 나를 선택한 이유를."
봉황이 울음소리와 함께 사라지자, 마을의 병자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한다.
"기적이다!"
"돌쇠가 우리를 살렸다!"
달빛이 마을을 비추고, 돌쇠의 품 안에서 봉황의 깃털이 따뜻하게 빛난다. 이제 그는 알았다. 운명은 피하는 것이 아닌, 마주하고 극복하는 것임을.
"어머니, 이제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병석에서 일어난 어머니를 바라보며 돌쇠는 다짐한다.
첫 번째 시련을 넘어선 그의 눈빛은 이제 봉황처럼 맑게 빛나고 있었다.
[3부: 운명의 극복]
7. 봉황의 두 번째 출현
"스승님, 그들이 다가옵니다!"
돌쇠가 폭포 아래서 수련을 하던 중 갑자기 소리친다. 밤중이었지만 달빛에 비친 검은 그림자들이 보였다.
"그렇구나... 두 번째 시험이 찾아왔구나."
도사가 천천히 일어선다.
그때였다. 하늘이 갑자기 밝아지더니 봉황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찬란한 모습이었다.
"네가... 다시 나타났구나."
돌쇠가 봉황을 바라본다. 더 이상 두려움은 없었다.
"이제 진정한 운명을 마주할 때가 되었다."
봉황의 목소리가 울린다.
"저들은 궁을 무너뜨리려는 자들... 너는 선택해야 한다."
검은 그림자들이 다가오며 정체를 드러낸다. 자객들이었다.
"도사 영감, 저 소년을 내놓으시지."
자객 중 하나가 검을 빼든다.
"봉황의 계시를 받은 자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
돌쇠의 품에서 봉황의 깃털이 강렬한 빛을 발한다. 동시에 폭포수가 역류하며 무지개빛 장막을 만든다.
"스승님..."
돌쇠가 도사를 바라본다.
"이제 네가 스스로 선택할 때다."
도사가 미소 짓는다.
"봉황이 너를 선택한 이유를 보여주거라."
돌쇠는 깃털을 높이 들어올린다. 순간 봉황이 그의 주위를 맴돌며 불꽃을 뿜어낸다.
"이것이... 내 운명이구나."
돌쇠의 눈에서 무지개빛 광채가 번쩍인다. 자객들이 뒷걸음질 친다.
"저, 저건..."
"전설의 봉황신권이다!"
달빛이 폭포수에 반사되어 온 산을 밝힌다. 돌쇠는 이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8. 왕실을 구하는 선택
"움직이지 마시옵소서, 전하!"
돌쇠가 흑의관 군사들을 뚫고 궁으로 달려들어간다. 봉황의 깃털이 가리킨 곳, 바로 영조가 산책하는 후원이었다.
"네가 감히!"
흑의관들이 돌쇠를 막아서려 하지만, 그의 주위를 감싼 봉황의 기운이 그들을 밀어낸다.
"전하, 위험하시옵니다!"
돌쇠가 영조 앞으로 달려들어 그를 감싸 안는다. 그 순간, 숲속에서 날아온 독화살이 돌쇠의 등을 스친다.
"네놈이..."
영조가 놀란 눈으로 돌쇠를 바라본다.
"전하... 봉황이 알려주었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돌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숲속에서 자객들이 쏟아져 나온다.
꽹과르르-
하늘에서 봉황이 나타나 불꽃을 뿜어낸다. 자객들이 놀라 뒤로 물러선다.
"저자가 봉황의 계시를 받은 자인가!"
자객들의 우두머리가 소리친다.
"저자를 죽여라!"
돌쇠는 봉황의 깃털을 높이 들어올린다. 순간 후원의 연못물이 용처럼 솟구쳐 자객들을 덮친다.
"아니... 이런 술법이..."
자객들이 쓰러지고, 숨어있던 나머지 자객들도 체포된다.
"네가... 봉황의 아이로구나."
영조가 돌쇠를 바라본다.
"과인의 목숨을 구했으니, 무엇이든 하사하겠다."
돌쇠가 무릎을 꿇는다.
"전하, 신은 그저 봉황이 가리킨 길을 따랐을 뿐입니다. 다만..."
"말해보거라."
"민초들을 돌보는 의원이 되고 싶사옵니다."
달빛이 후원을 비추고, 봉황이 마지막으로 울음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운명은 피하는 것이 아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것임을 돌쇠는 이제 완전히 깨달았다.
9. 새로운 운명의 시작
스님, 도사, 의녀들이 모인 가운데 돌쇠의 승급식이 열리고 있었다. 이제 그는 민생을 구하는 영험한 의원이 될 것이다.
"봉황의 아이가 마침내 자신의 길을 찾았구나."
안노미 무당이 미소 짓는다. 그녀의 옆에는 건강을 되찾은 돌쇠의 어머니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서 있다.
"이제 봉황님께 마지막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돌쇠가 봉황의 깃털을 들어올린다.
꽹과르르-
하늘이 밝아지며 봉황이 마지막으로 나타난다. 이번에는 두려움도, 불안함도 없다. 그저 감사함만이 가득하다.
"네가 진정한 운명을 찾았구나."
봉황의 목소리가 모두의 마음속에 울린다.
"이제 내 깃털을 돌려다오. 다음 운명의 아이를 찾아가야 할 때니..."
돌쇠가 깃털을 하늘로 띄우자, 봉황이 그것을 물고 날아오른다.
"스승님..."
돌쇠가 도사를 바라본다.
"이제 네 앞길은 네가 걸어가야 하느니라."
도사가 미소 짓는다.
"봉황은 떠났지만, 그 가르침은 네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해가 떠오르며 봄바람이 불어온다. 돌쇠는 자신의 앞에 놓인 새로운 길을 바라본다. 이제 그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것이다.
"자, 여러분. '봉황을 본 소년의 운명' 이야기 어떠셨나요?
운명이란 것이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우리의 진정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죠.
봉황은 단순한 상상의 동물이 아닌, 우리 선조들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이었던 거죠.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도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