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산 채로 지옥문을 연 무녀, 염라대왕의 심판을 뒤집다 (출처-어우야담)

    태그 (15개)

    #무속신앙, #염라대왕, #저승사자, #무당, #무녀설화, #판타지사극, #ASMR, #전설의고향, #귀신이야기, #운명개척, #영웅서사, #긴장감, #소름주의, #오디오드라마, #어우야담
    #무속신앙 #염라대왕 #저승사자 #무당 #무녀설화 #판타지사극 #ASMR #전설의고향 #귀신이야기 #운명개척 #영웅서사 #긴장감 #소름주의 #오디오드라마 #어우야담

    후킹멘트

    서늘한 새벽녘,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죽음을 선고하러 온 저승사자의 검은 손길에 맞서, 스스로 붉은 부적을 쥐고 지옥의 문을 여는 한 무녀가 있습니다. "내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 억울한 영혼들을 구제하기 위해 염라대왕의 심판대 앞에 당당히 선 무녀 설화. 생사를 건 서늘하고도 장엄한 대결이 지금 시작됩니다.

    ※ 1: 죽음의 그림자를 거느리고 찾아온 불청객

    새벽녘, 날카로운 산바람이 거칠게 마을을 스치며 사방에 뼛속까지 시린 싸늘한 기운을 퍼뜨리고 있었다. 구름에 가려 달빛조차 자취를 감춘 하늘에는 오직 희미하고 창백한 별빛만이 점점이 떠 있었고, 인적이 끊긴 마을은 죽은 듯한 무거운 적막에 깊이 잠겨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생명이 숨을 죽인 듯한 그 고요함 속에서, 마을 외곽에 자리한 낡고 작은 기와집 안에서만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간헐적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 안 돼… 오지 마라…."

    이름난 무녀 설화는 두꺼운 무명 이불을 꽉 움켜쥔 채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창백하게 질린 그녀의 넓은 이마에는 차가운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고, 굳게 감긴 두 눈꺼풀은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그녀의 의식은 이미 육신을 떠나, 끝을 알 수 없는 짙은 안개가 드리운 서늘한 황천길을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잿빛 안개를 헤치고 나아가자, 저 멀리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거대하고 검은 철문이 흉흉한 위용을 드러내며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굳게 닫힌 지옥의 문 앞에는, 기이하고도 압도적인 형상을 한 저승사자가 묵직한 어둠을 두르고 우뚝 서 있었다.

    "설화야…."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고 심장이 얼어붙을 듯한 기괴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그것은 마치 수백 개의 쇳덩이가 부딪치는 듯한 소리이기도 했고, 깊은 무덤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 같기도 했다. 창백한 피부에 감정이 완전히 거세된 무표정한 얼굴을 한 저승사자는, 텅 빈 칠흑 같은 눈동자로 그녀를 꿰뚫어 보며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다.

    "때가 되었다. 너의 이승에서의 연은 모두 다하였으니, 이제 미련을 버리고 저승으로 가야 한다."

    설화는 그 서늘한 선고를 듣는 순간, 온몸의 혈관에 얼음물이 흐르는 듯한 끔찍한 공포와 절망감을 느꼈다. 평생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고 영혼들을 달래 온 무녀였지만, 막상 자신의 죽음 앞에서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아직… 아닙니다. 나는 아직 이승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억울하게 눈감은 자들의 한을 풀어주고, 맺힌 매듭을 끊어내야 할 소명이 내게 있단 말입니다!"

    설화가 피를 토하듯 절규하며 반항했지만, 저승사자는 일말의 동요도 없이 그저 차갑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인간의 운명은 하늘과 명부가 정한 지엄한 이치. 한낱 미천한 인간의 의지로 거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순순히 받아들여라."

    설화는 온 힘을 다해 몸을 뒤로 물리려 발버둥 쳤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꽁꽁 묶인 듯, 아니면 두 발이 진흙 늪에 깊이 박힌 듯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저승사자가 서서히 그녀의 목을 향해 검고 앙상한 손을 뻗어왔다. 죽음의 냉기가 코끝까지 다가온 그 숨 막히는 순간, 설화는 비명을 지르며 번쩍 눈을 떴다.

    "하아… 하아… 헉…."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거칠게 헐떡였다. 낡은 방 안의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녀는 온몸이 얼음물에 빠졌던 것처럼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것을 느꼈다. 덜덜 떨리는 두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리며, 설화는 방금 전의 끔찍한 환영이 단순한 악몽이 아님을 뼛속 깊이 깨달았다. 그녀는 신의 목소리를 듣고 영혼을 보는 무당이었다. 그녀에게 꿈은 언제나 피할 수 없는 미래를 알리는 신령의 계시였다. 그리고 지금 이 꿈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도 분명하고 잔혹했다.

    '내 죽음이… 턱밑까지 다가왔구나. 명부의 사자가 내 목숨줄을 끊으러 오고 있어.'

    설화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비틀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지가 사시나무 떨듯 떨렸지만, 이대로 무력하게 방구석에 앉아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었다. 비록 명부에 붉은 줄로 운명이 정해졌다 한들, 무당으로서 그저 가만히 목을 내어주는 것은 스스로의 신념을 꺾는 일이었다.

    '저승의 지엄한 법이 나를 데려가려 한다 해도, 나는 결코 순순히 끌려가지 않겠다. 내 운명의 끝은 오직 내가 스스로 맺을 것이다.'

    설화는 화로에 남은 불씨를 불어 단호한 눈빛으로 두꺼운 촛불에 불을 밝혔다. 붉은 불빛이 일렁이며 그녀의 결의에 차오른 창백한 얼굴과 꽉 다문 입술을 비췄다. 그녀는 살아남아 자신의 소명을 다할 방법, 그 불가능에 가까운 길을 찾아내고야 말 것이었다. 운명을 건, 이승과 저승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싸움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결전의 밤이 깊어갔다. 문밖에서는 여전히 매서운 바람이 마른 나뭇가지를 스치며 귀곡성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고,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은 방 안의 공기를 더욱 싸늘하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설화는 대야에 담긴 차가운 우물물로 얼굴을 거칠게 씻어내며 흐트러진 정신을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두려움에 먹혀버리면 모든 것이 끝이야.'

    그녀는 불안감에 몸을 떨기보다는, 곧 들이닥칠 저승의 사자에게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신령의 힘을 어떻게 끌어올릴지에 대한 고도의 집중력으로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방 안을 밝히고 있던 두꺼운 촛불이 미친 듯이 파르르 흔들리더니,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푸쉬식 하며 검은 연기를 내뿜고 꺼져버렸다. 완벽한 어둠이 좁은 방 안을 집어삼켰다. 설화는 온몸의 잔근육을 굳히고 숨소리마저 죽인 채 예민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깥에서 짐승의 털끝을 곤두서게 만드는, 이질적이고도 소름 끼치는 낯선 기운이 묵직하게 밀려오고 있었다. 분명 저승에서 온 존재가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어 천천히 방문의 문고리를 잡고 열었다.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마당 한가운데에는 짙은 어둠을 뚫고 검은 갓을 푹 눌러쓴 훤칠한 사내가 우뚝 서 있었다. 바닥까지 끌리는 긴 검은 도포가 음산한 바람에 펄럭이며 흩날렸고, 갓 아래로 드러난 사내의 얼굴은 밀랍처럼 기괴하게 창백했다. 그의 텅 빈 눈동자는 인간의 어떠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고, 보일 듯 말 듯 입술이 천천히 열리며 기계적인 음성을 토해냈다.

    "설화야…."

    설화는 단숨에 숨을 들이마시며 턱을 치켜들고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너를 데리러 왔다. 이제 그만 미련을 놓고 가자꾸나."

    현실로 강림한 저승사자였다. 설화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등 뒤에 숨겨두었던 옥구슬을 꽉 쥐고 날카롭고 당당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직 내게 허락된 시간이 다하지 않았소! 나는 아직 맺힌 원한을 다 풀지 못했으니, 이승에 더 머물러야만 하오. 썩 돌아가시오!"

    그러나 저승사자는 그녀의 앙칼진 외침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마당으로 들어서며 무거운 목소리로 짓눌렀다.

    "천지신명이 정한 운명은 이미 명부에 깊이 새겨졌다. 네 영혼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반드시 저승으로 가야만 한다. 거역할 생각 마라."

    설화는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으고, 입술을 빠르게 달싹이며 비기(秘技)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녀가 모시는 굳건한 신령의 힘을 당장 이곳으로 불러내어 죽음의 기운을 밀어내야만 했다. 그러나 저승사자는 무당인 그녀가 반항할 것을 진작에 예상이라도 한 듯, 눈 깜짝할 사이에 뻗어온 긴 팔로 설화의 가녀린 손목을 철통같이 꽉 움켜쥐었다.

    "도망칠 수 없다. 명부의 밧줄은 이미 네 목을 옥죄고 있다."

    설화는 짐승처럼 몸부림치며 사자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손목을 틀어쥔 저승사자의 악력은 끔찍했고, 그 손길은 한겨울의 얼음장보다 수백 배는 더 차가웠다. 마치 살갗을 뚫고 들어와 영혼의 정수까지 통째로 빨아들이는 듯한 섬뜩한 기운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뻗쳐오기 시작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설화의 입술 사이에서 인간의 것을 넘어선 기이하고도 신비로운 소리가 폭발하듯 흘러나왔다.

    "나는 하늘의 뜻을 묻고 신의 계시를 받는 무당이다! 억울한 자를 살리려는 나를, 그따위 기계적인 저승의 법으로 억압할 수는 없어!"

    쩌렁쩌렁한 외침과 동시에, 설화의 꽉 쥔 손끝에서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푸른 신령의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 엄청난 파동이 저승사자의 검은 기운을 맹렬하게 쳐내며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냈다. 예상치 못한 강력한 반격에, 감정 없던 저승사자조차 순간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설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두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려 신령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모으며 찢어질 듯 외쳤다.

    "나는 내 운명을 기필코 거스르겠다! 너희들이 정해놓은 얄팍한 명부의 뜻대로 순순히 끌려가 개죽음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잠시 주춤했을 뿐, 이내 도포 자락을 추스르며 다시금 무서운 속도로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희미한 분노마저 서려 있었다.

    "그토록 운명을 부정하고 싶다면… 좋다. 그렇다면 네 발로 직접 지옥불이 끓어오르는 염라대왕의 심판대 앞으로 걸어와, 직접 네 운명을 따져보거라!"

    그 서늘한 선고가 끝나는 순간, 설화의 발밑에서부터 시커먼 어둠의 안개가 소용돌이치며 피어오르더니 그녀의 몸을 뱀처럼 칭칭 휘감기 시작했다. 땅이 푹 꺼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저승의 거대한 늪으로 강제로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설화는 숨이 막히는 고통 속에서도 이를 뿌득 갈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이대로… 이대로 어둠 속에 파묻혀 당할 수는 없어. 끝까지 발버둥 칠 테다…!'

    그녀의 하나뿐인 목숨과 영혼을 건 거대하고도 끔찍한 사투가, 이제 막 그 장엄한 막을 올리고 있었다.

    ※ 2: 생사를 넘는 붉은 부적

    뼈를 얼리는 듯한 차가운 어둠이 마치 늪처럼 그녀의 전신을 게걸스럽게 감싸안았고, 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저승의 기운이 점차 그 농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설화는 발을 딛고 서 있던 단단한 마당의 흙바닥이 일순간 푹 꺼지며, 끝을 알 수 없는 아득한 허공으로 몸이 무기력하게 가라앉는 듯한 공포스러운 감각에 사로잡혔다. 사방을 에워싼 칠흑 같은 장막 속에서 수많은 원혼들의 기괴한 비명 소리가 환청처럼 울려 퍼졌다.

    '이대로 꼼짝없이 영혼을 빼앗겨 저승의 심연으로 끌려가게 둘 순 없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그녀는 고통 속에 눈을 질끈 감고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숨을 들이마시며 극도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무당으로서 평생을 수련하며 몸에 층층이 쌓아온 신령의 맑은 기운, 이승과 저승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피를 토하듯 춤을 추었던 수많은 굿판에서의 강렬한 기억들이 뇌리를 스치며 흩어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아주었다. 그녀는 내면에 잠들어 있던 가장 강력한 무속의 힘을 쥐어짜 내어 자신을 휘감은 검은 안개와 맹렬하게 충돌시켰다.

    바로 그때였다.

    "설화야! 정신을 차리거라!"

    아득히 먼 곳에서, 혹은 귓가에 대고 소리치는 듯한 익숙하고도 굵직한 노인의 호통 소리가 벼락처럼 들려왔다. 번쩍 눈을 떠보니, 자신은 아찔한 허공이 아니라 여전히 촛불이 꺼져 캄캄한 기와집 방 안 한가운데 엎드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하지만 온몸은 깊은 얼음물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있었고, 귓가에는 심장 박동 소리가 북소리처럼 쾅쾅 울려대고 있었다.

    "설화야, 도대체 무슨 변괴가 일어난 것이냐!"

    벌컥 하고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방 안으로 뛰어 들어온 이는, 평생을 바쳐 그녀에게 무속의 길을 가르쳐 준 필생의 은인이자 스승, 백운 도사였다. 산속 깊은 암자에서 수행 중이어야 할 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고 축지법을 쓰듯 단숨에 달려온 것이다. 백운 도사는 바닥에 쓰러져 사시나무 떨듯 떠는 설화의 참담한 상태와, 방 안을 가득 채운 역겨운 저승의 잔여 기운을 살피더니 이내 눈빛을 매섭게 번뜩였다.

    "허어… 기어이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지엄한 경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구나. 명부의 사자가 들이닥친 게로구나."

    설화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찢어질 듯 건조해진 목구멍으로 거친 숨을 고르며 다급하게 말했다.

    "스승님… 저승사자가 강림하여 제 목숨을 거두려 목을 조여왔습니다. 제가 필사적으로 신령의 힘을 빌려 간신히 밀어내긴 하였으나, 놈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승님… 저는 억울한 영혼들을 두고 이대로 이승을 뜰 수는 없습니다. 제발 저를 도와주십시오."

    백운 도사는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제자의 처절한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하지만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자의 손아귀를 한 번 물리쳤다 한들, 명부의 장부에 적힌 죽음의 시한을 지워낼 수는 없는 법. 네가 끝까지 이승의 삶을 고집한다면… 결국 저승의 주인이신 염라대왕과 정면으로 맞서 판결을 뒤집는 수밖에 없겠구나."

    설화는 두 눈을 크게 치켜뜨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말… 산 자의 육신을 이끌고 끔찍한 저승의 문을 넘어, 그분 앞에 직접 도달할 방도가 있단 말씀이십니까?"

    백운 도사는 주름진 얼굴을 굳히며 엄숙하고도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디 무당이란 하늘과 땅을 잇고, 신을 육신으로 부르는 영매(靈媒)가 아니더냐. 네가 가진 그 무궁한 영력이라면 강제로 저승의 문을 열어젖힐 수도 있을 터. 허나… 네가 산 자의 몸으로 직접 그 끔찍한 황천의 문을 넘어가겠다면, 다시 이승의 빛을 보고 살아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재로 변해 구천을 떠돌게 될지도 모른다."

    그 끔찍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설화는 두 주먹을 하얗게 질리도록 움켜쥐며 핏발 선 눈으로 스승을 바라보았다.

    "앉아서 짐승처럼 도살당하길 기다릴 바에야, 스스로 불나방이 되어 뛰어들겠습니다. 나의 운명은 하늘도, 사자도 아닌, 오직 내 의지로 결정할 것입니다."

    제자의 그 꺾이지 않는 강철 같은 결기를 확인한 백운 도사는 조용히 눈을 감고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 결심이 정녕 그토록 확고하다면, 스승으로서 너에게 지옥불을 건널 마지막 비책을 전수해주마."

    그는 품속 깊은 곳을 뒤적여,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낡은 비단 주머니에서 선홍빛 주사로 복잡하고 기괴한 문양이 빼곡히 적힌 붉은 부적 한 장을 조심스레 꺼내어 들었다.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릴 만큼 강력한 영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것은 과거 윗대 스승들로부터 비전으로 내려온,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생사의 틈새를 넘을 수 있게 해주는 호신 부적이다. 허나 부적은 그저 길을 터줄 뿐, 네가 그 안에서 진정한 신령의 합일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부적은 불타 없어지고 너는 영원히 저승의 미귀객이 될 것이다."

    설화는 두 손을 뻗어 스승이 내민 그 붉은 부적을 경건하게 받아 쥐었다. 손끝에 닿는 순간, 심장 깊은 곳까지 뜨거운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밀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제 영혼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염라대왕의 심판을 꺾고 살아 돌아와 뵙겠습니다."

    그녀는 결연한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고쳐 입고, 곧바로 마당에 나서 거대한 굿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죽음을 부르는 밤이 가장 깊어진 자정 무렵. 하늘을 향해 거대한 오색 깃발이 세워졌고, 둥둥둥- 하는 심장을 두드리는 육중한 북소리가 마을의 고요를 깨며 처절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제단 위에는 향불이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며 타올랐고, 설화는 화려한 무복을 펄럭이며 빙글빙글 돌며 신령의 이름을 피가 나도록 부르짖었다.

    저승의 굳게 닫힌 빗장을 박살 내어 열기 위한, 목숨을 건 의식이 폭풍처럼 시작된 것이다. 그 순간, 하늘의 별빛마저 모두 자취를 감추고 마당을 휩쓰는 거센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며 제단의 촛불들을 미친 듯이 뒤흔들었다. 설화는 빙글빙글 도는 것을 멈추고 꼿꼿이 서서, 마지막으로 폐부가 찢어질 듯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두 눈을 부릅떴다.

    "이제, 만반의 준비는 끝났다. 내 목을 가지러 오지 못한다면, 내가 친히 염라대왕의 면전으로 찾아가 맞서 주마!"

    ※ 3: 염라대왕의 거대한 심판대 앞에 서다

    요동치는 굿판 한가운데 선 설화는, 핏빛보다 붉은 부적을 두 손으로 찢어질 듯 움켜쥔 채 제단 위를 노려보았다. 향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향연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춤을 추며 그녀의 가냘픈 몸을 겹겹이 감싸 안기 시작했고, 스승 백운 도사가 맹렬하게 두드리는 북소리는 점차 박자를 더해가며 심장의 고동과 완벽하게 일치되어 터질 듯 울려 퍼졌다. 칼날 같은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닥치며 마당의 모래바람을 일으켰고, 이승의 견고하던 공기가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저승과의 경계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허물어지고 있었다.

    "천지를 다스리시는 옥황상제시여, 그리고 명부를 관장하시는 지엄한 염라대왕이여! 이 보잘것없는 무당이 스스로 생살을 찢고 황천을 건너 친히 찾아가오니, 닫힌 문을 열고 내 운명의 무게를 직접 달아보시지요!"

    그녀가 영혼의 바닥까지 긁어모은 마지막 주문을 목청껏 토해내며 부적을 허공에 높이 치켜든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하는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굿판 한가운데의 땅이 수십 갈래로 쩍쩍 갈라지며, 그 깊고 어두운 틈새에서 시뻘건 유황불의 기운을 머금은 검은 안개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찰나, 설화의 몸이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인력에 휘말리며 허공으로 붕 떠올랐고, 이내 쩍 벌어진 심연의 소용돌이 속으로 쏜살같이 빨려 들어갔다.

    시공간의 감각이 완벽하게 붕괴되는 끔찍한 어지러움과 비명으로 가득 찬 진공 상태를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번쩍 떴을 때, 그녀의 발끝에 닿은 것은 이승의 따뜻한 흙이 아닌 뼛속까지 시린 흑요석 바닥이었다. 몸을 일으켜 세운 그녀의 눈앞에는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거대하고도 압도적인 검은 궁전이 그 흉흉한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사방은 짙은 어둠으로 차단되어 있었고, 오직 기둥마다 피어오르는 시뻘건 불꽃들만이 어른거리며 이 지옥의 법정을 위압적으로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 수십 개의 계단 위로 솟아 있는 거대한 석상 같은 왕좌에는 저승의 절대적인 지배자, 염라대왕이 산처럼 거대한 체구로 좌정해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기괴한 흑빛 관복을 입고, 인간의 생사를 굽어보는 그는 바위처럼 무표정하고 차가운 얼굴로, 불나방처럼 자신의 법정에 뛰어든 당돌한 무녀 설화를 굽어보고 있었다.

    "이승의 냄새를 풍기는 미천한 무당 설화야. 명부의 부름을 거역한 것도 모자라, 너는 어찌하여 살과 피를 가진 채 스스로 지옥의 심판대에 발을 들였느냐?"

    공간 전체를 진동시키는 염라대왕의 목소리에 뼈마디가 부서질 듯한 엄청난 중압감이 밀려왔지만, 설화는 억지로 떨리는 무릎을 곧게 펴고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 염라대왕의 번뜩이는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었다.

    "저의 억울하고도 부당한 운명을 직접 논하기 위해 사지(死地)를 뚫고 왔습니다! 저승의 사자가 제 목숨의 끝을 알리며 데려가려 하였으나, 저는 아직 이승의 맺힌 원한들을 풀어주고 구제해야 할 소명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사옵니다. 제 명줄은 아직 끊어질 때가 아닙니다!"

    설화의 당돌한 외침에 염라대왕은 흥미롭다는 듯, 혹은 가소롭다는 듯 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유심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 얄팍한 운명은 이미 태초부터 명부의 생사부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해진 이치다. 네게 허락된 모래시계의 모래는 이미 다 떨어졌으니, 알량한 미련을 버리고 이승을 떠나는 것이 순리거늘."

    설화는 두 주먹을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꽉 쥐며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운명이란 그저 명부의 죽은 먹물로 끄적여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피가 흐르는 인간의 굳은 의지와 피땀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 아닙니까!"

    순간, 끊임없이 울부짖던 지옥의 불꽃 소리조차 멈춘 듯 거대한 법정이 섬뜩한 침묵에 휩싸였다. 명부의 판관들과 저승사자들조차 감히 내뱉지 못할 불경한 발언에 대기마저 얼어붙는 듯했다. 염라대왕은 옥좌의 손걸이를 꽉 쥐더니, 눈을 번뜩이며 천천히 묵직한 입을 열었다.

    "지금, 인간 따위가 하늘의 질서인 운명을 제멋대로 뒤바꿀 수 있다고 맹신하는 것이냐?"

    설화는 한 치의 망설임이나 물러섬 없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제 영혼이 아직 이승에서 구제해야 할 남은 소명을 채 다하지 못했다면, 저를 거두려는 명부의 섣부른 심판은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저는 제 하나뿐인 목숨과 영혼을 통째로 걸고, 제가 아직 살아서 이승에 남아야 할 자격이 있음을 이 자리에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염라대왕의 번뜩이는 눈이 매섭게 가늘어졌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이토록 당돌하게 지옥의 법도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증명이라…. 좋다. 허나 네가 만약 실패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참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뼈와 살이 녹아내리고 영혼이 찢겨 영원히 구천을 맴도는 고통을 받을 터인데, 진정 그 끔찍한 형벌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설화는 서늘한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결연히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만일 제가 제가 뱉은 말을 증명하지 못해 이승으로 돌아갈 자격조차 없는 하찮은 존재라면, 변명 없이 순순히 저승의 끔찍한 형벌과 법에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염라대왕은 턱을 괸 채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옥좌에서 몸을 일으키며 벼락같은 목소리로 호령했다.

    "좋다. 너의 그 오만한 배짱이 진실인지 만용인지 내 친히 확인해주마. 그렇다면 이 거만한 무녀에게 지옥이 준비한 시험을 내리겠다!"

    염라의 선고가 떨어지는 그 순간, 흑요석 바닥이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흔들리며 쩍쩍 갈라지더니, 그 틈새로 살을 태울 듯한 시뻘건 융암 불길이 거대한 기둥처럼 솟아올라 설화를 둥글게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 끔찍한 저승의 시험들을 모두 무사히 통과한다면, 내 특별히 네 운명의 줄을 다시 재단할 기회를 주겠다. 자, 어디 한 번 발버둥 쳐 보거라!"

    설화는 숨을 거칠게 삼키며, 피부를 그을릴 듯 다가오는 맹렬한 불길과 그 너머에 도사린 끔찍한 어둠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이승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의 운명과 목숨이 걸린 진정한 지옥의 시험이 이제 막 잔혹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 4: 지옥불에서 울부짖는 억울한 원혼들의 늪

    설화는 거대한 염라대왕의 심판대 아래, 마치 자신을 집어삼킬 듯 맹렬하게 춤을 추는 시뻘건 불기둥 한가운데 위태롭게 서 있었다.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옥불의 열기는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부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듯 뜨거웠고, 살갗은 당장이라도 바싹 타들어 갈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설화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두 다리에 단단히 힘을 준 채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그 끔찍한 불길 너머의 염라대왕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꽉 쥐어진 스승 백운 도사의 붉은 부적만이 미세한 푸른빛을 내뿜으며 그녀의 가냘픈 몸을 지옥의 열기로부터 간신히 보호해주고 있었다.

    "네가 정녕 죽음의 순리를 거역하고 다시 이승의 빛을 보길 원한다면, 이 저승의 끔찍한 시험을 견뎌내야만 할 것이다."

    염라대왕의 무겁고도 위압적인 목소리가 끓어오르는 불길 소리를 뚫고 쩌렁쩌렁하게 법정을 울려 퍼졌다. 그의 선고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설화가 딛고 서 있던 단단한 흑요석 바닥이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깊고 어두운 틈새에서 끈적하고 시커먼 진흙 같은 것들이 꿀럭거리며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그녀의 발목을 덮치는 거대한 늪으로 변해버렸다.

    "이, 이것은 대체…!"

    설화가 당황하여 발을 빼내려 했지만, 늪은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짐승의 아가리처럼 그녀의 발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곧이어 그 시커먼 늪 속에서 수십, 수백 개의 앙상하고 창백한 손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허공을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끔찍한 원혼들의 형상이었다. 이승에서 참혹하고 억울하게 죽어, 죽어서도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저승의 구천을 떠도는 원통한 영혼들이었다. 그들의 두 눈동자는 텅 빈 채 검은 눈물만을 쏟아내고 있었고, 입에서는 세상을 향한 증오와 비탄이 섞인 끔찍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와 닫힌 법정 안을 소름 끼치게 가득 채웠다.

    "이들은 생전에 스스로의 운명을 부정하고, 죽음에 순응하지 않아 저승의 법도에 반항했던 자들이다. 결국 분노와 원망에 잡아먹혀 이토록 흉측한 악귀가 되어버렸지. 네가 진정 이승으로 돌아갈 자격이 있는 무녀라면, 이들의 그 깊은 원한을 잠재우고 늪에서 벗어날 힘을 내 앞에서 똑똑히 증명해 보여라!"

    염라대왕의 서늘한 시험 과제가 떨어짐과 동시에, 원혼들은 살아있는 생명의 기운을 감지하고 일제히 설화를 향해 미친 듯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나도 살고 싶었다! 왜 나만 죽어야 한단 말이냐!"
    "억울하다… 원통하다… 내 살을 뜯어먹은 자들을 저주할 테다!"

    귀막을 찢는 듯한 원혼들의 울부짖음이 설화의 고막을 사정없이 때렸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뾰족한 손톱들이 그녀의 무복 자락을 찢고, 종아리와 허벅지를 파고들며 늪의 깊은 바닥으로 맹렬하게 잡아끌기 시작했다.

    '이대로 끌려 내려가면 나 역시 저들의 원망에 동화되어 영원히 이 지옥의 늪을 헤매는 악귀가 되고 말 것이다. 밀어내야 해!'

    설화는 이를 악물고 손끝에서부터 신령의 기운을 영혼 끄트머리까지 쥐어짜 내어 끌어올렸다. 그녀가 붉은 부적을 쥔 손을 높이 들어 올리자, 부적에서 강렬한 푸른빛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며 원혼들을 향해 방사되었다.

    "이승의 연을 다하고 떠난 자들은 헛된 미련을 버리고 순순히 저승의 길로 가야 마땅하다! 내 앞길을 막지 말고 물러서라!"

    신령의 힘이 깃든 맑고 강력한 빛이 늪을 강타하자, 원혼들은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요동을 쳤다. 몇몇 영혼들은 빛에 튕겨 나가 진흙 속으로 다시 가라앉았지만, 그들의 원한은 설화의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지독했다. 잠시 뒤로 물러났던 원혼들이 더욱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지더니, 이전보다 훨씬 흉포하고 거대한 그림자가 되어 설화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덮쳐왔다.

    "네깟 무당 년이 우리의 이 찢어지는 고통을 알기나 한단 말이냐! 너도 우리와 함께 이 깊고 차가운 진흙 속에서 영원히 썩어가야 해!"

    순간적으로 방어막이 뚫린 설화는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원혼들이 뿜어내는 강력한 충격파를 정통으로 맞고 뒤로 튕겨 나갔다.

    "크으윽…!"

    뜨거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 그녀가 간신히 고개를 들었을 때, 수십 개의 창백한 손아귀들이 이미 그녀의 목과 팔다리를 거칠게 짓누르고 있었다. 숨통이 조여오고 시야가 까맣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원혼들이 내뿜는 지독한 슬픔과 증오의 감정이 설화의 머릿속으로 고스란히 밀려 들어왔다. 배를 곯다 맞아 죽은 아이의 기억,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목이 달아난 선비의 분노, 피눈물을 흘리며 자식을 잃은 어미의 절망까지. 그들의 고통은 그녀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만큼 생생하고 처절했다.

    바로 그 순간, 숨이 끊어질 듯 헐떡이던 설화의 눈동자에 번쩍 하고 새로운 깨달음의 빛이 서렸다.

    '아… 이들은 그저 흉포한 악귀가 아니다. 생전에 단 한 번도 위로받지 못한, 누군가 자신의 억울함을 들어주기만을 간절히 바라던 가엾은 백성들의 파편일 뿐이다. 나는 무당이다. 이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고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품어 안고 한을 풀어주는 것이 진정한 나의 소명이 아니던가!'

    설화는 목을 조르는 원혼들의 차가운 손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두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입술을 열어, 억눌렸던 숨을 토해내며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나는 이승과 저승의 막힌 경계를 넘나들며 길을 터주는 무당이다! 너희들이 겪은 그 끔찍한 고통과 억울함, 내가 내 영혼에 새겨 모두 이해하고 품어 안겠다! 그러니 더 이상 헛된 분노에 영혼을 갉아먹히지 말고, 내가 밝히는 이 빛을 따라 평안히 눈을 감아라!"

    그녀의 진심 어린 눈물과 처절한 외침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그녀의 몸 가장 깊은 단전에서부터 따뜻하고도 눈부신 푸른 신령의 빛이 태양처럼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단순히 귀신을 쫓아내는 파괴적인 힘이 아니었다. 죽은 자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한없이 자애롭고 강력한 정화의 빛이었다.

    빛이 늪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 안자, 설화의 목을 조르던 원혼들의 흉측한 얼굴이 서서히 평온하고 원래의 인간다운 모습으로 변해갔다.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던 그들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고, 이내 하나둘씩 푸른 빛의 입자로 부서져 내리며 어둠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져갔다. 그 지독했던 진흙 늪도 거짓말처럼 바짝 말라 굳어지며 다시 단단한 흑요석 바닥으로 되돌아왔다.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웅크린 설화의 머리 위로, 옥좌에 앉은 염라대왕의 고요하고 묵직한 시선이 내리꽂히고 있었다.

    ※ 5: 이승과 저승을 집어삼키려는 거대 사자와의 사투

    원혼들의 늪을 잠재운 설화는 온몸의 기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땀과 흙먼지, 그리고 영적 에너지를 극도로 소모한 탓에 그녀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두 다리는 금방이라도 꺾일 듯 후들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맑고 결연한 두 눈빛만큼은 여전히 지옥의 불꽃보다 더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두 팔로 바닥을 짚고 비틀거리며 기어이 다시 꼿꼿하게 일어섰다. 아직 그녀의 운명은 완전히 결정되지 않았고, 생사를 가르는 염라대왕의 시험은 끝나지 않았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관문은 무사히 넘겼구나. 힘으로 원혼들을 억누르는 대신, 그들의 맺힌 원한을 스스로 품어 안아 정화시킬 줄이야. 과연 이승에서 이름을 떨치는 무녀답구나."

    지옥의 법정을 가득 채우고 있던 시뻘건 불꽃들이 염라대왕의 목소리에 맞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일제히 일렁거렸다. 염라대왕은 옥좌에서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며,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위험한 눈초리로 설화를 내려다보았다.

    "허나 방심하기엔 이르다. 이것이 네 목숨을 건 마지막 시험이다. 만약 이번 시험에서 네가 이승과 저승의 엄격한 균형을 조금이라도 흐트러뜨리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네 운명은 두 번 다시 허락되지 않을 것이며 그 즉시 지옥 불기둥의 한 줌 재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 서늘한 경고가 떨어지는 순간, 흑요석 바닥이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쾅! 쾅! 하는 둔탁한 진동과 함께 법정 한가운데의 공간이 마치 종잇장처럼 일그러지더니, 그 틈새를 찢고 산더미처럼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포효하며 솟아올랐다. 그것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들며 죽음 그 자체를 형상화한 존재, 명부의 가장 흉포한 야수라 불리는 '저승 사자(獅子)'였다.

    일반적인 인간 형상의 저승사자가 아닌, 진짜 거대한 괴수 사자의 형상을 한 그 요물은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유황불을 내뿜었다. 등에는 날카로운 갈기 대신 시퍼런 칼날들이 돋아 있었고, 두 눈동자는 마치 피를 가득 담은 항아리처럼 붉고 번뜩이고 있었다. 야수의 거대한 네 발이 바닥을 딛을 때마다 법정 전체가 지진이 난 듯 쿵쿵 울렸다.

    "크르르르…. 이승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옥의 문턱까지 기어들어 온 어리석은 인간이여. 네가 감히 죽음의 섭리인 나를 꺾고 다시 이승의 밥을 먹으려 하느냐?"

    괴수 사자의 입에서 인간의 언어가 섞인 기괴하고 끔찍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엄청난 살기에 짓눌려 설화는 헛숨을 들이마시며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저 짐승은 앞서 만났던 원혼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저것은 분노나 원한의 덩어리가 아니라, 모든 생명을 무자비하게 거두어들이는 절대적인 '죽음' 그 자체의 화신이었다.

    "나는 이승과 저승의 끊어진 길을 잇는 무당 설화다! 내 운명은 저승의 야수가 입을 벌린다고 해서 허망하게 먹히지 않는다. 내 길은 오직 내가 개척할 것이다!"

    설화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두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그녀의 굳은 선언에 코웃음을 치듯, 거대 사자가 찢어질 듯한 포효를 내지르며 거대한 뒷다리로 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고는 쇠를 단숨에 두 동강 낼 듯한 무시무시한 앞발의 발톱을 휘두르며 설화를 향해 운석처럼 내리꽂혔다.

    "죽어라, 오만한 인간!"

    "흣!"

    설화는 본능적으로 몸을 바닥으로 굴려 간신히 사자의 공격을 피했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사자의 발톱이 긁고 지나간 흑요석 바닥이 수십 척 깊이로 파이며 돌 파편이 폭탄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날카로운 파편 하나가 설화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며 붉은 피가 길게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품속에서 찢어질 듯 구겨진 붉은 부적을 꺼내어 사자의 흉측한 면상을 향해 힘껏 던졌다.

    "마군을 멸하고 사악한 기운을 흩어버려라!"

    부적에서 신령의 기운이 벼락처럼 뿜어져 나오며 사자의 앞길을 가로막는 거대한 푸른 방패를 형성했다. 콰아앙! 사자의 거대한 몸통이 푸른 빛의 방패에 정면으로 충돌하며 거대한 파동이 일었다. 하지만 죽음의 화신인 사자는 고통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더욱 거세게 발톱을 휘두르며 방패에 금을 내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죽음을 관장하는 나를 상대로 힘의 크기를 겨루려 하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네깟 한낱 인간의 알량한 영력으로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점점 균열이 가며 깨져가는 방패 뒤에서 설화는 식은땀을 비 오듯 쏟으며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사자의 말대로, 순수한 파괴력과 힘만으로는 절대 저 거대한 죽음의 짐승을 이길 수 없었다. 힘이 바닥나면 꼼짝없이 저 짐승의 뱃속으로 들어가 영원한 소멸을 맞이할 것이 자명했다.

    '어찌해야 하는가. 죽음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파괴가 아니다. 죽음을 덮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생명의 힘, 끊어진 것을 다시 이어내는 무당의 진정한 근원뿐이다!'

    설화는 덜덜 떨리는 두 눈을 감고 잡념을 완전히 비워냈다. 방패가 완전히 깨져버리며 사자의 흉측한 이빨이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 쇄도하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녀는 양손을 넓게 펼치고 남아있는 생명력과 영혼의 힘까지 모조리 끌어모아 최후의 비기를 담은 주문을 터뜨렸다. 그 순간, 지옥의 캄캄한 천장이 기적처럼 십 자로 쩍 갈라지더니, 그 너머에서 이승의 태양빛보다 더 눈부시고 거대한 황금빛 기둥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와 설화의 몸을 완벽하게 감싸 안았다.

    사자의 거대한 발톱이 그 황금빛에 닿는 순간, 마치 뜨거운 불에 닿은 눈송이처럼 치직 소리를 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사자는 생명을 잔인하게 거두어들이는 파괴의 존재이나, 나는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고 이승과 저승의 끊어진 길을 잇는 존재다! 빛 앞에서는 어둠이 물러나는 것이 우주의 순리일지니!"

    설화가 황금빛 속에서 신처럼 신성하게 속삭였다. 그 압도적인 생명과 창조의 빛 앞에서 죽음의 사자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괴성을 질렀다. 거대하고 단단했던 사자의 형체가 짙은 안개처럼 서서히 부서지고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사자는 저승의 깊은 어둠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가 소멸해버리고 말았다.

    미친 듯이 요동치던 지옥의 법정이 거짓말처럼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불기둥마저 고요하게 잦아들었다. 설화는 피투성이가 된 채 거친 숨을 고르며, 황금빛 잔여물을 두른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옥좌의 염라대왕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 6: 생사의 경계를 지키는 옥패를 쥐다

    거친 숨소리만이 텅 빈 지옥의 법정을 위태롭게 맴돌고 있었다. 사자의 환영이 완전히 소멸하고 난 뒤, 설화는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을 뻔했지만 간신히 무릎에 힘을 주고 버텼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피와 식은땀이 턱 끝에 맺혀 검은 흑요석 바닥 위로 툭, 툭 떨어졌다. 옥좌에 앉은 염라대왕은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깊이를 알 수 없는 형형한 눈빛으로 죽음의 화신을 물리치고 살아남은 작고 가녀린 인간 무녀를 유심히, 아주 오랫동안 내려다보고 있었다.

    숨 막히는 무거운 침묵을 깨고, 마침내 염라대왕이 천천히, 몹시도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인간의 나약한 몸으로 원혼들의 슬픔을 품고, 죽음의 공포마저 생명의 의지로 이겨내다니. 참으로 놀랍고도 기이한 영혼이로구나. 네가 그토록 끔찍한 저승의 시험들을 모조리 거부하고 피투성이가 되어서라도 이승으로 억척같이 돌아가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

    설화는 거친 숨을 고르며 한 자 한 자 단호하게 대답했다.

    "저는 무당입니다. 아직 이승에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눈을 감지 못하는 가엾은 백성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저는 살아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승과 저승의 막힌 경계를 올바르게 잇는 자로 계속 살아가야만 합니다. 그것이 제가 죽음의 문턱에서 발버둥 치며 증명하고자 했던, 저의 진정한 운명입니다."

    그녀의 한 치의 거짓 없는 결연한 대답에 염라대왕은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수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집행되어 온 명부의 법칙. 하지만 눈앞의 이 오만한 무녀는 스스로 그 법칙을 부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낼 자격을 충분히 증명해 보였다. 이윽고 염라대왕이 눈을 번쩍 뜨며, 지옥을 쩌렁쩌렁 울리는 깊은 목소리로 엄숙하게 선언했다.

    "좋다. 네놈의 그 지독한 의지와 소명을 내 온전히 인정하마. 지엄한 명부의 장부를 지우고, 네 운명을 이 자리에서 완전히 새롭게 재단하여 주겠다!"

    설화는 터질 듯이 뛰는 심장을 움켜쥐고 조용히 마른침을 삼키며 절대자의 다음 판결을 기다렸다.

    "너는 이제 평범한 인간을 넘어, 이승과 저승의 무너진 경계를 수호하고 잇는 특별한 존재가 될 것이다. 네게 씌워졌던 죽음의 굴레를 이 시간부로 완벽히 거두어주마."

    염라의 판결이 떨어지는 그 순간, 법정을 가득 채우고 있던 시뻘건 불꽃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꽃잎처럼 흩어지더니 눈부신 빛으로 변하여 설화의 몸을 따뜻하게 감쌌다. 그녀가 입고 있던 찢어진 무복이 말끔해지고, 피부에 났던 상처들이 기적처럼 아물어갔다. 스스로의 힘으로 이승과 저승의 가혹한 시험을 뚫어낸 그녀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생명과 운명을 부여받고 있었다. 불꽃이 점차 사그라지고 차가운 저승의 짓누르던 기운이 걷히자, 그녀의 몸은 마치 새털처럼 한없이 가벼워졌다.

    염라대왕은 여전히 위압적인 자세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그의 차가운 표정 속에는 깊은 고심과 희미한 경외감이 깃들어 있었다.

    "허나 명심하거라. 네가 하늘의 섭리인 운명을 네 손으로 직접 바꾼 자가 되었으니, 네게 주어진 생명의 무게와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너의 목숨은 평범한 인간들처럼 안일하게 늙어갈 수 없다. 이승에 살아 숨 쉬는 대신, 너는 죽는 그날까지 이승과 저승의 아슬아슬한 틈새에서 억울한 영혼들을 구제하고, 함부로 운명을 거스르려 악행을 저지르는 요물들을 엄벌하는 저승의 대리인으로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설화는 그것이 얼마나 고단하고 외로운 피의 길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꺼이 그 무거운 운명을 제 두 어깨에 짊어지겠습니다. 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습니다."

    그녀가 맹세하는 순간, 옥좌에서 뻗어 나온 한 줄기 영롱한 빛이 설화의 두 손 위로 사뿐히 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그녀의 손바닥 위에는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는 푸른빛의 작은 옥패(玉牌)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그 옥패는 네가 저승과 이승을 자유로이 연결할 수 있다는 지엄한 증표다. 네가 이승에서 그 옥패를 쥐고 진실된 신령의 이름을 부르면, 저승의 문이 열리고 나의 군사들이 기꺼이 응답할 것이다. 자, 이제 가보거라.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설화는 그 옥패를 소중히 두 손으로 감싸 쥐며 염라대왕을 향해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가장 깊고 경건한 절을 올렸다.

    "대왕님의 자비롭고 지엄하신 판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녀가 고개를 드는 순간, 주변의 공간이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일그러지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옥의 검은 안개가 거센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피어오르더니, 설화의 몸을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감싸 안고 천천히 저승의 깊은 바닥에서부터 위로 밀어 올렸다. 시공간이 교차하는 아득한 어지러움 끝에 다시 번쩍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매서운 밤바람이 불어치던 자신의 마당, 촛불이 다 타들어 간 굿판 한가운데에 오롯이 서 있었다. 등 뒤로 서늘한 새벽 공기가 밀려왔고, 동쪽 하늘의 능선 너머로는 어느덧 칠흑 같은 어둠을 밀어내고 붉고 찬란한 새벽 여명이 서서히 세상을 밝히며 떠오르고 있었다. 죽음의 공포로 가득했던 기나긴 밤이 지나고, 새로운 생명의 아침이 밝은 것이다.

    설화는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작은 손바닥 안에는 염라대왕이 하사한 그 푸른 옥패가 영롱한 빛을 머금은 채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정 지옥을 다녀와 자신의 죽음을 물리친 것이다.

    "이제… 나의 운명은 내가 스스로 결정한다. 누구도 내 험난한 앞길을 막을 수 없다."

    설화는 옥패를 가슴 깊이 품으며 조용하지만 강인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지럽혀진 굿판을 정리하는 그녀의 뒷모습은 더 이상 나약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 무녀가 아니었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단 하나의 수호자, 운명의 굴레를 박살 내고 새로운 길을 창조해낸 초월적인 존재가 그곳에 우뚝 서 있었다. 그리고 세상을 뒤흔들 그녀의 길고도 험난한 진짜 사명은, 떠오르는 저 태양과 함께 이제 막 그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죽음의 문턱까지 찾아온 저승사자를 물리치고, 기어이 염라대왕의 심판대 앞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낸 무녀 설화의 처절하고도 장엄한 대결, 어떻게 들으셨나요? 정해진 운명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억울한 자들을 위해 지옥의 불길마저 뛰어넘은 그녀의 용기가 참으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우리 삶에 닥친 시련도, 어쩌면 설화처럼 정면으로 부딪혀 이겨내길 바라는 하나의 시험일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의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잊지 마시고, 다음에도 소름 돋게 재미있는 기묘한 옛날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