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폭로로 뒤집힌 천당행 , 염라대왕도 웃은 황당한 판결 『청구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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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내외)
"염라대왕님, 저 사람 절대 천당 보내시면 안 됩니다!" 평생 선행을 쌓아 천당행이 확정된 남편. 그런데 저승재판장에 아내가 난입하더니 남편의 숨겨진 민낯을 폭로하기 시작합니다. "겉으로는 성자인 척, 집에서는 악마였습니다!" 염라대왕도 당황한 아내의 증언. 과연 이 남편은 천당에 갈 수 있을까요? 조선시대 야담집 『청구야담』에 실린, 웃음과 교훈이 가득한 부부의 저승재판 이야기. 염라대왕도 결국 웃음을 터뜨린 황당한 결말까지, 지금 시작합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시대 야담집 『청구야담』에 실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평생 선행을 베풀어 마을의 성자로 불리던 한 양반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승에서도 그의 천당행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죠.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려는 순간, 그의 아내가 나타나 충격적인 폭로를 쏟아냅니다.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의 실체, 그리고 평생 참고 살았던 아내의 한. 염라대왕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웃음과 교훈, 그리고 따뜻한 해피엔딩이 있는 조선시대 저승 이야기입니다.
※ 마을 전체가 슬퍼한 선비의 임종
조선 중종 때의 일입니다. 경기도 양주 고을에 한성규라는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 예순다섯에 이른 이 양반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성자로 불렸습니다. 가난한 이웃이 있으면 쌀을 내주었고, 병든 사람이 있으면 약값을 대주었으며, 과부와 고아를 돌보기를 자기 식구처럼 했습니다. 서당을 열어 가난한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쳤고, 흉년이 들면 곳간을 열어 백성들을 구제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한성규 선비를 존경했습니다. "저분이야말로 진정한 선비다", "저런 분이 관직에 나가셨으면 백성들이 얼마나 좋았겠는가"라는 칭송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성규 선비는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오를 수도 있었지만, 자신은 높은 자리보다 백성 곁에서 선행을 베푸는 것이 더 가치 있다며 평생 재야에 머물렀습니다.
그런 한성규 선비가 어느 가을날 병을 얻었습니다. 갑자기 쓰러져 자리에 눕더니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모두들 눈물을 흘리며 쾌차를 빌었습니다. 하지만 한성규 선비의 병은 깊어만 갔습니다.
한 달을 앓던 끝에 한성규 선비는 마침내 임종을 맞이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주변 사람들을 걱정했습니다. "내가 죽거든 장례를 검소하게 치르시오. 그리고 내게 남은 재산은 모두 가난한 이웃에게 나누어 주시오." 이 말을 남기고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마을은 상여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장례식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모두들 진심으로 슬퍼하며 성자를 떠나보냈습니다. "이제 저분은 틀림없이 천당에 가셨을 것이다", "극락왕생하셨을 것이다"라는 말들이 오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성규 선비의 아내, 정씨 부인의 눈에는 눈물이 없었습니다. 남편을 사십 년 가까이 섬겨온 아내였지만, 그녀는 그저 무표정하게 장례 절차를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아마도 슬픔이 너무 커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 것이리라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정씨 부인의 마음속에는 사람들이 상상도 못 할 다른 생각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사십구재를 지내는 동안에도 정씨 부인은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밤마다 혼자 방에 앉아 무언가를 중얼거렸습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할 말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과부가 된 슬픔에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닌가 걱정했지만, 정씨 부인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또렷했습니다. 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사십 년 동안 참고 참아왔던 진실을 밝힐 때가 온 것입니다.
※ 저승에서 환영받는 선비
그 무렵 저승에서는 한성규의 영혼이 막 도착한 참이었습니다. 저승사자 두 명이 정중하게 그를 안내했습니다. 보통 죄 많은 영혼들은 저승사자가 쇠사슬로 묶어 끌고 오지만, 한성규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저승사자들도 그의 선행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성규 선생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염라대왕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승사자의 말투도 존댓말이었습니다. 한성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자들을 따라갔습니다. 저승길은 어둡고 음산했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지나가는 길만큼은 희미한 빛이 비추었습니다. 그의 선행이 만들어낸 공덕의 빛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의 재판정에 도착하자, 이미 여러 저승 관리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염라대왕은 높은 자리에 앉아 한성규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위엄보다는 호의가 가득했습니다.
"한성규, 그대가 생전에 쌓은 공덕이 참으로 대단하구나. 내 오래 이 자리에 있었지만, 그대만큼 선행을 베푼 자를 보기 드물었다."
염라대왕의 칭찬에 한성규는 공손히 절을 올렸습니다.
"과찬이십니다, 대왕님. 저는 다만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판관에게 명했습니다.
"이 사람의 수명부를 가져오너라."
판관이 커다란 장부를 펼쳤습니다. 그 장부에는 한성규가 평생 동안 한 모든 일들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판관이 장부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경오년 봄, 가뭄으로 굶주리는 백성 오십 가구에게 쌀 오백 석을 나누어 줌. 신미년 여름, 전염병이 돌자 약초를 구해 백여 명을 구함. 임신년 겨울, 얼어 죽을 뻔한 거지를 집에 데려와 한 달 동안 먹이고 재워줌"
기록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듣고 있던 저승 관리들도 모두 감탄했습니다. 판관이 장부를 다 읽는 데만 한 시진이 걸렸습니다. 마침내 판관이 장부를 덮으며 말했습니다.
"대왕님, 이 사람의 선행 점수를 계산해보니 천당행에 필요한 점수의 세 배가 넘습니다. 악행은 단 한 건도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염라대왕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한성규는 즉시 천당으로 보내도록 하라. 서방정토의 극락세계에서 영원한 안락을 누릴 것이다."
천당 안내를 맡은 동자가 나타났습니다. 하얀 옷을 입은 동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성규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이제 모든 고통과 번뇌가 사라진 곳으로 가시는 겁니다."
한성규도 안도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평생을 착하게 살았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동자를 따라 재판정을 나서려고 했습니다. 천당으로 가는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 향기가 흘러나왔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재판정 뒤쪽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잠깐만요! 염라대왕님, 재판을 멈춰 주십시오!"
모든 이들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머리가 허연 한 여인이 서 있었습니다. 한성규는 그 여인을 보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습니다. 자기 아내, 정씨 부인이었습니다.
※ "잠깐만요!" 재판장에 나타난 아내
"여보, 당신이 왜 여기에"
한성규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정씨 부인은 남편을 노려보며 재판정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염라대왕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그대는 누구인가?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어찌 저승에 왔는가?"
정씨 부인이 염라대왕께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대왕님, 저는 한성규의 아내 정씨입니다. 죽지는 않았지만 염라대왕님께 꼭 말씀드릴 것이 있어 혼을 빼내어 이곳까지 왔습니다."
염라대왕이 눈썹을 치켜올렸습니다. 산 사람이 의지만으로 저승까지 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절박한 마음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말해보라. 무슨 일로 이곳까지 왔는가?"
정씨 부인은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염라대왕님, 저 사람을 천당에 보내시면 안 됩니다!"
재판정이 술렁였습니다. 한성규는 황급히 아내를 말렸습니다.
"여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요! 정신이 나갔소?"
하지만 정씨 부인은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했습니다.
"대왕님, 제 남편은 마을 사람들 앞에서는 성자였을지 몰라도, 집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위선자였습니다!"
염라대왕의 표정이 심각해졌습니다. 이것은 중대한 고발이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한성규의 천당행을 재고해야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보라. 그대 남편이 집에서 어떤 짓을 했다는 것인가?"
정씨 부인은 사십 년 동안 쌓였던 한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제 남편은 밖에서는 자비롭고 너그러운 척했지만, 집에 들어오면 달랐습니다. 밥이 조금만 늦어도 밥상을 엎었고,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저를 구박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천 냥씩 선뜻 내주면서, 저에게는 비녀 하나 사주지 않았습니다!"
한성규가 급히 반박했습니다.
"그, 그건 검소하게 살기 위해서였소! 우리 부부가 사치하면 백성들에게 본이 되지 않잖소!"
정씨 부인이 비웃었습니다.
"검소하게요? 당신은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는 제일 비싼 술을 시키면서요? 제가 옷 한 벌 해 달라고 하면 사치라고 하면서, 당신 벗들에게는 비단 두루마기를 선물했잖아요!"
염라대왕이 판관에게 물었습니다.
"수명부에 그런 기록이 있는가?"
판관이 당황하며 장부를 뒤적였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대왕님, 집안일은 수명부에 기록되지 않습니다. 오직 밖에서 한 행동만 기록되는 법입니다."
염라대왕이 턱을 쓰다듬었습니다. 이것은 수명부의 맹점이었습니다. 정씨 부인은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저 사람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지만, 저에게는 매일같이 짜증을 냈습니다.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저에게 풀었습니다. 밖에서는 성자, 집에서는 폭군이었습니다!"
"여보, 그건 오해요! 나는"
"오해가 아닙니다! 사십 년을 참고 살았습니다. 당신이 밖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니까, 제가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천당에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당신 선행의 그늘에서 평생 고통받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염라대왕님께서 아셔야 합니다!"
재판정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습니다. 모두가 정씨 부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 아내가 폭로하는 남편의 민낯
염라대왕은 심각한 표정으로 정씨 부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계속 말해보시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증언하시오."
정씨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본격적으로 폭로를 시작했습니다.
"대왕님, 제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수백 가지입니다. 하나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스물다섯 해 전 일입니다. 우리 아들이 과거를 보러 서울에 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아들의 노자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돈으로 마을의 가난한 아이 열 명을 서당에 보냈습니다. 결국 우리 아들은 과거를 포기했습니다."
한성규가 항변했습니다.
"그건 아들에게 과거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였소! 입신양명보다 백성을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당신 생각만 중요했죠! 아들의 꿈은 생각해봤나요? 아들은 그 일 이후로 당신을 원망하며 살았습니다. 지금도 변변한 일자리 하나 없이 힘들게 살고 있어요!"
정씨 부인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염라대왕이 판관에게 지시했습니다.
"한성규의 아들 상황을 조사해보라."
잠시 후 판관이 보고했습니다.
"대왕님, 한성규의 아들은 현재 마을에서 품팔이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재능이 있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해 가난하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염라대왕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정씨 부인은 계속했습니다.
"스무 해 전 일입니다. 우리 딸이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딸의 혼수를 제대로 장만해주지 않았습니다. 그 돈으로 마을의 과부 다섯 명에게 집을 지어주었습니다. 딸은 시댁에서 혼수가 초라하다고 구박을 받았습니다. 결국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하고 병을 얻어 일찍 죽었습니다."
이 말에 한성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딸의 죽음은 그에게도 평생의 한이었기 때문입니다. 정씨 부인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당신은 남의 자식은 돌봤지만, 자기 자식은 돌보지 않았어요. 남의 아내는 도왔지만, 자기 아내는 학대했어요. 세상 사람들에게는 성자였지만, 가족에게는 최악의 남편이자 아버지였어요!"
재판정의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한성규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씨 부인은 더 많은 사례를 들었습니다.
"제가 병이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십오 년 전, 저는 큰 병을 앓았습니다. 약을 써야 했지만 남편은 약값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돈으로 흉년이 든 이웃 마을에 쌀을 보냈습니다. 저는 약도 못 쓰고 앓다가 겨우 살아났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후유증으로 팔다리가 아픕니다."
염라대왕이 물었습니다.
"한성규, 이 말이 사실인가?"
한성규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백 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더 큰 선이라고 믿었습니다."
정씨 부인이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그 한 사람이 언제나 저였죠. 당신 가족이었죠. 우리는 당신의 명예를 위한 희생양이었어요. 당신은 성자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우리는 그 대가를 치렀습니다."
염라대왕이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한성규는 분명 많은 선행을 했지만, 동시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희생시켰습니다. 그의 선행은 진정한 자비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명예욕에서 나온 것일까?
정씨 부인이 더 구체적인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십 년 전, 저희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제가 아껴두었던 비녀 한 쌍마저 도둑맞았습니다. 도둑을 잡아보니 마을의 가난한 청년이었습니다. 남편은 그 청년을 용서해주고 오히려 돈까지 주어 보냈습니다. 저는 그날 밤 혼자 울었습니다. 제 물건을 훔쳐간 사람에게까지 자비를 베푸는 남편이, 정작 아내에게는 비녀 하나 새로 사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또 있습니다. 남편은 손님이 오면 제일 좋은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가고 나면 제게는 찬밥에 된장국뿐이었습니다. '우리는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남편의 지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검소함은 언제나 저와 아이들의 몫이었을 뿐, 남편 자신은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제법 좋은 술과 안주를 즐겼습니다."
재판정의 저승 관리들도 점점 표정이 굳어갔습니다. 정씨 부인의 증언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밤마다 남편은 책을 읽으며 촛불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제가 밤늦게 바느질을 할 때는 '기름값 아깝다'며 촛불을 끄라고 했습니다. 남편의 공부는 소중하고, 제 바느질은 하찮은 것이었나 봅니다."
한성규는 점점 더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내의 말 하나하나가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정씨 부인이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대왕님, 저는 남편을 지옥에 보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천당에 보내시기 전에, 그가 진정으로 반성할 기회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게도, 제 자식들에게도 사과할 기회를 주십시오. 그것이 제 소원입니다."
한성규는 그제야 아내를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사십 년을 함께 살았지만, 아내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아내를 무시하고 살았는지 깨달았습니다.
※ 공과 과를 저울질하는 재판
염라대왕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재판정을 천천히 거닐며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분명 한성규는 수많은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가족을 희생시켰습니다. 과연 이것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염라대왕이 판관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판관들이여,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 자를 천당에 보내야 하는가, 아니면 다시 재판해야 하는가?"
첫 번째 판관이 말했습니다.
"대왕님, 수명부에 기록된 선행만 보면 이 자는 당연히 천당에 가야 합니다. 집안일까지 따지면 세상의 누가 천당에 갈 수 있겠습니까?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두 번째 판관이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자비는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는 법입니다. 자기 가족도 돌보지 못하면서 남을 돕는 것이 진정한 자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시길, 집안을 다스리지 못하는 자가 어찌 천하를 다스리겠느냐 하셨습니다."
세 번째 판관이 의견을 냈습니다.
"가족을 희생시킨 것은 잘못이지만, 그로 인해 수백 명이 목숨을 건졌습니다. 공과 과를 따져봐야 합니다.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듯이 말입니다."
네 번째 판관이 다른 각도에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대왕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 사람의 문제는 선행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라, 왜 선행을 했느냐입니다. 진심으로 남을 돕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명예를 얻고 싶어서였는지가 핵심입니다."
판관들의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한성규에게 물었습니다.
"한성규, 그대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는 선인인가, 악인인가?"
한성규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답했습니다.
"대왕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진심으로 백성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남을 돕는 것이 최고의 덕'이라고 배웠고,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칭송이 좋았습니다. 성자라고 불리는 것이 기분 좋았습니다."
한성규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선행을 베푸는 것이 백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 명예를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절 칭찬할 때마다 기분이 좋았고, 더 많은 칭찬을 듣고 싶어서 더 많은 선행을 했습니다. 이것이 이것이 진정한 선행이었을까요?"
재판정이 술렁였습니다. 한성규 자신도 자기 행동의 동기를 의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성규는 계속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말이 모두 맞습니다. 저는 가족을 소홀히 했습니다. 아니, 학대했습니다.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집에서 풀었고, 가족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제가 성자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내와 자식들의 희생 덕분이었습니다. 저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염라대왕이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후회하는가?"
한성규가 아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여보, 미안하오. 사십 년 동안 당신을 힘들게 했소. 나는 성자인 척하느라 정작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렸소. 당신은 내 아내였지만, 나는 당신의 남편이 아니었소. 당신의 하인이나 노비처럼 대했소. 용서해주시오."
정씨 부인의 눈에서 마침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사십 년을 기다린 사과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말로만 사과하면 됩니까? 진심이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죠? 당신은 밖에서도 늘 그렇게 말을 잘했어요.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달랐죠."
염라대왕이 나섰습니다.
"정씨 부인, 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남편에게 벌을 내리기를 원하는가? 지옥에 보내기를 원하는가?"
정씨 부인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닙니다, 대왕님. 저는 단지 남편이 진심으로 깨닫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가능하다면, 다음 생에서는 우리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남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선행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가족을 사랑하고 돌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칭찬보다 아내의 미소가 더 소중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염라대왕은 정씨 부인의 말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그녀는 복수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진정한 사랑을 원했을 뿐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듯했습니다. 재판정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염라대왕이 눈을 뜨고 말했습니다.
"좋다. 내가 판결을 내리겠다."
※ 모두가 만족한 해피엔딩
염라대왕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판결을 선언했습니다.
"한성규, 그대가 생전에 베푼 선행은 분명 인정할 만하다.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하고, 수천 명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이는 결코 작은 공덕이 아니다. 만약 수명부에 기록된 것만 본다면, 그대는 마땅히 천당에 가야 할 사람이다."
한성규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스쳤습니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 그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외면했다. 아니, 학대했다. 이 또한 결코 작은 죄가 아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대를 성자라 불렀지만, 그대 가족에게 그대는 폭군이었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더욱 엄숙해졌습니다.
"그대의 선행이 진정한 자비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명예욕에서 나온 것인지 나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아마 처음에는 자비였지만, 나중에는 명예욕이 섞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명예를 위해 그대는 가족을 희생시켰다. 이것은 명백한 죄다."
재판정이 조용해졌습니다. 염라대왕이 판결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나는 이렇게 판결한다. 한성규, 그대는 천당에도, 지옥에도 가지 않을 것이다."
재판정이 술렁였습니다. 한성규와 정씨 부인도 놀란 표정으로 염라대왕을 바라보았습니다. 천당도 지옥도 아니라니, 그렇다면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그대는 다시 인간 세상으로 환생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날 것이다. 재산도 없고, 명예도 없고, 배움도 부족한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게 될 것이다."
염라대왕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계속했습니다.
"그대는 다음 생에서 들에 나가 농사를 지으며 살 것이다. 땀 흘려 번 돈으로 아내에게 비녀를 사주고, 자식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일 것이다. 세상의 명예는 얻지 못하겠지만, 가족의 사랑은 듬뿍 받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대를 성자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대의 아내와 자식들은 그대를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남편이자 아버지라고 부를 것이다."
한성규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쳤습니다. 명예 없는 삶이라니. 평생을 명예를 위해 살았던 그에게는 가혹한 판결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족의 사랑을 받는다는 말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습니다.
염라대왕이 정씨 부인을 향해 말했습니다.
"그리고 정씨 부인, 그대는 평생 남편을 헌신적으로 섬겼고,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웠다. 비록 남편에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대의 희생은 하늘이 알고 있다. 따라서 그대가 수명을 다하고 이곳에 오면, 그대는 곧장 천당으로 갈 것이다. 그 누구도 그대의 천당행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정씨 부인이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왕님."
염라대왕이 다시 한성규를 향해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성규, 그대에게 한 가지 기회를 더 주겠다. 환생하기 전에 저승에서 삼 년 동안 머물며 반성하고 배우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 그 삼 년 동안 그대는 저승의 여러 곳을 돌아보며, 진정한 자비가 무엇인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을 것이다."
"저승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있다. 그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보며 배울 것이다. 밖에서는 착했지만 집에서 나빴던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반대로 겉으로는 평범했지만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들이 어떤 보상을 받는지 직접 보게 될 것이다."
염라대왕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 삼 년 동안, 정씨 부인도 가끔 이곳에 와서 그대를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 생전에 제대로 나누지 못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여라. 그대들 부부는 사십 년을 함께 살았지만, 진정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 말에 한성규와 정씨 부인의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염라대왕은 마지막으로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한성규, 그대가 다음 생에서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잘 살면, 그 다음 생에는 천당에 보내주겠다. 단, 이번에는 진짜 성자로 살아야 한다. 밖에서도 착하고, 집에서도 착한 사람 말이다. 세상의 칭찬도 받고, 가족의 사랑도 받는 사람 말이다."
재판정에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엄숙한 저승 재판장에 처음으로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염라대왕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치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수행이다. 한성규, 그대에게는 그럴 기회가 있다. 다음 생에서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라."
한성규가 아내에게 다가가 두 손을 잡았습니다.
"여보, 정말 미안하오. 그리고 고맙소. 당신이 이곳까지 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영원히 깨닫지 못했을 거요. 당신은 내 인생의 은인이오."
정씨 부인도 남편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입니다. 삼 년 후에 다시 만나요. 그때는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다음 생에서는 진짜 행복한 부부가 되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았습니다. 사십 년 만에 처음으로 나눈 진심 어린 포옹이었습니다. 재판정의 저승 관리들도 모두 감동한 표정이었습니다. 판관들도 눈시울을 붉혔고, 심지어 무뚝뚝한 저승사자들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판결이 끝나고 정씨 부인은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갔습니다. 한성규는 저승의 특별 교화소로 보내졌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삼 년 동안 진정한 사랑과 자비를 배웠습니다. 수많은 영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얼마나 잘못 살았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아내가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삼 년이 흐른 후, 한성규는 환생했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명예는 없었지만 행복했습니다. 아내에게 사랑받고, 자식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삶이 끝나고 다시 저승에 왔을 때, 염라대왕은 약속대로 그를 천당으로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천당에 갈 자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천당에서 한성규는 먼저 와 있던 아내를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천당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말입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조선시대 야담집 『청구야담』에 실린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아무리 세상에 선한 일을 많이 해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소홀히 한다면 진정한 선인이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비는 멀리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됩니다. 가족에게 따뜻하고, 이웃에게도 따뜻한 사람이 진정한 성자입니다. 염라대왕의 지혜로운 판결처럼, 우리도 삶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밖에서의 얼굴과 집에서의 얼굴이 다르지 않도록 말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조선시대 저승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