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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를 위한 목련존자의 구원 어머니를 위한 목련존자의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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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300자 미만)

    신통제일 목련존자가 천상과 인간계, 지옥까지 뒤져 마침내 찾아낸 어머니. 그러나 어머니는 뼈만 앙상한 아귀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들이 정성껏 지은 흰 쌀밥을 어머니 입에 넣어 드리는 순간, 밥은 시뻘건 불덩이로 변해 버립니다. 하늘의 감로수마저 끓는 쇳물이 되어 버리지요. 산을 옮기는 신통으로도 옮길 수 없었던 어미의 업보. 과연 목련존자는 어머니를 구할 수 있을까요? 효심과 공포, 그리고 구원이 어우러진 『우란분경』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1: 감춰진 죄업

    아주 먼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고을에 나복이라는 젊은이가 살았더랍니다. 훗날 목련존자라 불리게 될 바로 그 사람이지요. 나복의 집안은 대대로 부유하여 곳간마다 곡식이 그득하고, 마당에는 소와 말이 줄지어 매여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어질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분이라, 배고픈 나그네가 문 앞을 지나가면 반드시 불러 밥을 먹였고, 스님이 탁발을 오시면 두 손으로 공손히 쌀을 부어 드렸지요.

    그런데 어머니 청제부인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겉으로는 웃는 낯이었지만, 속은 인색하기가 돌덩이 같았더랍니다.

    '아까운 쌀을 왜 남에게 퍼 준단 말인가. 한 톨이라도 내 곳간에 쌓아야지.'

    남편이 보는 앞에서는 마지못해 시주를 하는 척했지만, 남편이 없을 때면 문을 걸어 잠그고 탁발승을 빈손으로 돌려보내기 일쑤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나복은 아버지의 삼년상을 정성껏 치렀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절을 올리며 말씀드렸지요.

    "어머니, 아버님께서 남기신 재물을 셋으로 나누고자 합니다. 하나는 어머니께서 쓰시고, 하나는 집안 살림에 쓰고, 나머지 하나는 소자가 장사를 다녀오는 밑천으로 삼되, 어머니께서는 그동안 아버님이 하시던 대로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어 주십시오."

    "오냐, 오냐. 걱정 말고 다녀오너라. 이 어미가 아버지 뜻을 받들어 부지런히 공덕을 쌓으마."

    청제부인은 아들의 손을 잡고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복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먼 길을 떠났지요.

    하지만 아들의 발소리가 멀어지기가 무섭게, 청제부인의 낯빛이 싹 바뀌었습니다.

    '어리석은 녀석. 그 아까운 재물을 중들에게 퍼 주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

    부인은 시주하라고 남겨 둔 재물을 몽땅 광 깊숙이 감추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탁발을 오는 스님들을 문전박대하는 것도 모자라, 하인들을 시켜 몽둥이를 들고 쫓아내게 했더랍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살생을 즐겨 돼지를 잡고 닭을 잡아 날마다 잔치를 벌였고, 배고파 찾아온 거지들에게는 쉰 밥 한 덩이조차 아까워 개를 풀어 내쫓았습니다.

    어느 날은 늙은 스님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찾아와 대문 앞에서 목탁을 두드렸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지나가는 객승이올시다. 밥 한 술만 보시해 주시면 시주님 댁에 복이 가득하시길 축원하겠습니다."

    그러자 청제부인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씩 웃더니, 부엌으로 들어가 개밥그릇에 담겨 있던 밥에 온갖 더러운 것을 섞어 바리때에 부어 주었습니다. 늙은 스님은 그것을 받아 들고 한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돌아서며 나직이 탄식했지요.

    "쯧쯧, 지은 대로 받는 것이 하늘의 이치이거늘. 이 업을 장차 어찌 감당하려는고."

    이웃 사람들이 수군거렸지요.

    "저 집 부인이 아들 없는 사이에 저리 모질게 구는구먼."

    "쉿, 조용히 하게. 그래도 명색이 부잣집 마님인데."

    몇 해가 지나 나복이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옛 하인 하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도련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마님께서는 그동안 시주는커녕 스님들을 매질하여 내쫓고, 짐승을 잡아 살생을 일삼으셨습니다."

    나복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서둘러 집에 들어가 어머니께 여쭈었지요.

    "어머니, 소자가 없는 동안 공덕을 쌓으셨는지요?"

    그러자 청제부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암, 쌓다마다. 날마다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 가난한 이들을 먹였느니라. 이 어미의 말이 거짓이라면, 내가 이레 안에 죽어 무간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하늘이 듣고 땅이 듣는 무서운 맹세였습니다. 나복은 차마 어머니를 더 의심할 수가 없어 고개를 숙였지요. 하지만 어찌 된 일일까요. 그 맹세가 있은 지 꼭 이레째 되던 날, 청제부인은 갑자기 쓰러지더니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더랍니다. 제 입으로 뱉은 맹세가 화살이 되어 돌아온 것이지요. 거짓말은 잠시 사람의 눈을 가릴 수는 있어도, 하늘의 눈은 가리지 못하는 법입니다.

    나복은 어머니의 주검 앞에서 목 놓아 울었습니다. 그토록 모질게 사셨어도 어머니는 어머니. 세상에 하나뿐인 어머니였으니까요. 그는 어머니의 장례를 정성을 다해 치르고, 무덤 곁에 움막을 지어 삼 년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했지요.

    '재물도, 집도 다 부질없다. 나는 출가하여 도를 닦으리라. 그리하여 돌아가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리라.'

    나복은 곳간을 활짝 열어 모든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쌀을 받아 든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절을 했지만, 나복은 담담히 고개를 저었지요.

    "이것은 본래 여러분의 몫이었습니다. 진작 나누어졌어야 할 것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는 맨몸으로 길을 나서 부처님을 찾아가 머리를 깎고 제자가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목련이라는 이름을 내리셨지요. 이것이 훗날 신통제일이라 불리게 되는 목련존자의 첫걸음이었습니다.

    목련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진했습니다. 남들이 잠든 깊은 밤에도 홀로 나무 아래 앉아 숨을 고르며 마음을 닦았지요. 그 지극한 마음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어디에 계실까. 부디 좋은 곳에 태어나 편안하시기를.'

    하지만 이때만 해도 목련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그 이레 만의 죽음 뒤에 어머니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그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날, 목련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게 됩니다.

    ※ 2: 아귀가 된 어머니

    출가한 목련의 정진은 실로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새벽닭이 울기 전에 일어나 좌선에 들고, 한낮에는 부처님의 말씀을 새기고, 밤이 이슥하도록 홀로 어둠 속에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았지요. 다른 제자들이 혀를 내둘렀습니다.

    "목련 사형은 어찌 저리도 지독하게 정진하시는가."

    "듣자 하니 돌아가신 어머님의 은혜를 갚고자 저러신다더군."

    그렇게 몇 해가 흘렀을까요. 마침내 목련의 마음에서 온갖 번뇌의 티끌이 걷히고, 밝은 지혜의 눈이 열렸습니다.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서도 으뜸가는 신통력, 이른바 신통제일의 경지에 오른 것이지요. 하늘을 날고, 몸을 나누고, 천 리 밖의 소리를 듣고, 삼계의 구석구석을 꿰뚫어 보는 천안통까지 얻게 되었더랍니다.

    신통을 얻던 그날 밤, 목련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그렇습니다. 어머니를 찾는 일이었지요.

    '어머니, 이 불효자가 이제야 어머니를 찾아뵐 힘을 얻었습니다. 어디에 계십니까. 부디 좋은 곳에 계시기를.'

    목련은 고요히 앉아 천안을 열고 하늘 세계부터 살펴보았습니다. 눈부신 광명이 가득한 도리천,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천상의 궁전들. 그곳에서 복락을 누리는 수많은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지만, 어머니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하늘에 안 계신단 말인가. 그렇다면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나셨는가.'

    목련은 다시 인간 세상을 두루 살폈습니다. 동쪽 나라, 서쪽 나라, 갓 태어난 아기들의 얼굴까지 샅샅이 들여다보았지만 역시 어머니는 없었지요. 짐승으로 태어났는가 하여 축생의 세계도 살펴보았습니다. 들판의 소, 산속의 노루, 하늘의 새들까지. 그러나 그 어디에도 어머니의 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목련의 가슴에 서늘한 예감이 스쳤습니다.

    '설마... 설마 그럴 리가 없다.'

    떨리는 마음으로 목련은 시선을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렸습니다. 어둡고 음습한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곳. 죄지은 혼백들이 벌을 받는 지옥의 세계였지요. 펄펄 끓는 가마솥, 칼날이 숲을 이룬 산, 얼음보다 차가운 어둠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습니다. 목련은 지옥의 문을 하나하나 지나며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도 어머니는 없었더랍니다.

    그때였습니다. 지옥을 지키던 옥졸 하나가 목련에게 말했지요.

    "존자께서 찾으시는 청제부인이라면, 이곳 지옥을 거쳐 아귀도로 보내졌습니다. 살아생전 삼보를 능멸하고 시주 재물을 감추었으며, 살생을 일삼고 거짓 맹세까지 하였으니, 그 죄가 겹겹이 쌓여 아귀의 몸을 받았나이다."

    아귀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목련의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습니다. 아귀도가 어떤 곳입니까. 목구멍은 바늘구멍처럼 좁고 배는 산더미처럼 큰 아귀들이, 천 년 만 년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는 곳. 물을 마시려 하면 물이 불로 변하고, 밥을 먹으려 하면 밥이 숯으로 변하는, 배고픔의 지옥이 아니던가요.

    '어머니가... 나의 어머니가 아귀가 되셨다니.'

    목련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살아생전 어머니가 지은 죄를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설마 아귀도까지 떨어지셨으리라고는 차마 생각지 못했던 것이지요. 목련은 정신없이 아귀도를 향해 내달렸습니다.

    아귀도의 하늘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땅은 갈라져 메마른 흙먼지만 풀풀 날렸습니다. 어둡고 메마른 땅, 풀 한 포기 물 한 방울 없는 잿빛 벌판에 뼈만 앙상한 아귀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저 멀리 강이 하나 보였지만, 아귀들이 목을 축이려 달려가면 강물은 순식간에 시뻘건 불길로 변해 버렸지요. 굶주림에 지친 아귀들의 신음 소리가 마른 바람을 타고 벌판 가득 떠돌았습니다. 그들은 목련의 몸에서 나는 사람의 향기를 맡고 벌 떼처럼 몰려들어 아우성쳤지요.

    "밥을 주시오! 물 한 모금만 주시오!"

    그 수많은 아귀들 틈에서, 목련은 한 아귀 앞에 우뚝 멈추어 섰습니다. 머리카락은 다 빠져 엉키고, 뱃가죽은 등에 붙고, 눈은 퀭하니 들어갔지만... 아아, 어찌 몰라볼 수 있겠습니까. 그 얼굴은 분명,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였습니다.

    "어, 어머니...!"

    목련의 목소리가 갈라졌습니다. 아귀가 된 청제부인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퀭한 두 눈에서 잿빛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지요.

    "네가... 네가 내 아들 나복이란 말이냐. 아가, 이 어미가... 이 어미가 배가 고파 죽겠구나. 이곳에 온 뒤로 밥알 한 톨, 물 한 방울 목구멍으로 넘겨 본 적이 없단다. 뱃속에 불덩이가 들어앉은 것 같구나. 밥... 밥 한 술만 다오."

    바싹 마른 손이 허공을 더듬으며 아들을 향해 뻗어 왔습니다. 그 손을 보는 순간, 목련의 눈앞에 어린 시절이 스쳐 지나갔지요. 따뜻한 밥을 지어 소반에 올려 주시던 손. 열이 오른 이마를 밤새 짚어 주시던 손. 바로 그 손이 지금, 뼈마디만 남은 채 밥 한 술을 구걸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쩌다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셨습니까!"

    천하의 신통제일 목련존자도, 그 순간만큼은 그저 어머니 앞의 어린 아들일 뿐이었습니다. 목련은 무너지듯 주저앉아 어머니의 앙상한 손을 부여잡고 통곡했더랍니다. 그리고 눈물을 삼키며 다짐했지요.

    '그래, 내게는 신통이 있다. 발우에 밥을 가득 담아 어머니께 올리리라. 굶주림부터 면하게 해 드리는 것이 자식 된 도리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여러분, 목련은 아직 모르고 있었습니다. 업의 무게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리고 잠시 후, 그 밥그릇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광경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 3: 불로 변한 밥

    목련은 눈물을 닦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신통력을 부려 눈 깜짝할 사이에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 그는, 정갈한 쌀로 밥을 지어 발우에 소복이 담았지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 살아생전 어머니가 그토록 좋아하시던 밥이었습니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이 아들이 갑니다.'

    목련은 밥이 식을세라 발우를 품에 안고 다시 아귀도로 날아갔습니다. 어머니는 아까 그 자리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목련이 발우를 내밀자, 청제부인의 퀭한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습니다.

    "바, 밥이냐? 정말 밥이란 말이냐!"

    어머니는 와락 발우를 낚아챘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지요. 어머니는 밥그릇을 끌어안더니, 한 팔로는 그릇을 가리고 왼손으로 밥을 움켜쥔 채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리 가! 이건 내 밥이다! 아무도 오지 마라! 내 아들이 나에게만 준 밥이야!"

    주변의 굶주린 아귀들이 밥 냄새를 맡고 비틀비틀 다가오자, 어머니는 짐승처럼 이를 드러내며 그들을 쫓았습니다. 아아, 여러분. 아귀도에 떨어져 그 모진 굶주림을 겪고도,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그 인색함이, 남과 나누지 못하는 그 탐욕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죄는 몸을 바꾸어도 마음은 쉬이 바뀌지 않는 법이지요.

    목련이 안타까이 외쳤습니다.

    "어머니! 나누어 드십시오! 그 탐심 때문에 이곳에 오신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굶주림에 눈이 뒤집힌 어머니의 귀에 그 말이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청제부인은 떨리는 손으로 밥을 한 움큼 크게 움켜쥐고, 허겁지겁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화르륵!

    밥이 입술에 닿는 순간, 흰 쌀밥이 시뻘건 불덩이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입안 가득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으아악! 뜨겁다! 뜨거워!"

    어머니는 불붙은 밥을 뱉어 내며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놀란 목련이 급히 물을 떠다 어머니 입에 흘려 넣었지만, 물마저도 입에 닿는 순간 펄펄 끓는 쇳물로 변해 버렸지요.

    "어머니! 어머니!"

    목련은 다시 밥을 한 술 떠서 조심스레 어머니의 입에 넣어 드렸습니다. 화르륵! 또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을 거듭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밥은 입에 닿기가 무섭게 이글이글 타오르는 숯불로 변했고, 어머니의 입가는 시커멓게 그을려 갔습니다.

    "아가... 아가... 어째서, 어째서 이 어미는 밥 한 술도 먹을 수가 없단 말이냐... 눈앞에 밥을 두고, 아들이 떠 주는 밥을 두고도 먹지 못하다니, 차라리 밥을 보지 못했을 때가 나았구나..."

    청제부인은 타 버린 밥알을 움켜쥔 채 목 놓아 울었습니다.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절한지, 잿빛 벌판의 다른 아귀들마저 숨을 죽였더랍니다.

    목련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신통력을 다해 하늘 세계의 감로수를 구해 왔지요. 천상의 신들이 마신다는, 한 방울만 마셔도 만 가지 병이 낫는다는 그 감로수였습니다.

    "어머니, 이것은 하늘의 감로수입니다. 이것이라면, 이것이라면 반드시!"

    목련은 두 손을 모아 정성껏 감로수를 어머니의 입가에 가져갔습니다. 어머니도 마지막 희망을 붙들듯 입을 벌렸지요. 하지만 감로수가 입술에 닿는 찰나,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맑은 물이 시커먼 고름 같은 불물로 변해 버렸습니다.

    "으흐흑... 하늘의 물조차... 하늘의 물조차 이 어미를 버리는구나..."

    목련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신통제일이라 불리는 그였습니다. 하늘을 날고 바다를 가르고, 수미산을 겨자씨 속에 넣는다는 신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대단한 신통으로도, 어머니 입에 밥 한 술, 물 한 모금을 넣어 드릴 수가 없다니.

    '내 신통이... 내 신통이 어머니의 업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구나.'

    그렇습니다, 여러분. 신통은 산을 옮길 수는 있어도, 사람이 제 손으로 지은 업은 털끝만큼도 옮기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생전 감춘 재물, 내쫓은 스님들, 죽인 생명들, 그리고 하늘에 대고 한 거짓 맹세. 그 하나하나가 불씨가 되어, 밥이 입에 닿을 때마다 불길로 타오르는 것이었지요.

    목련은 하늘을 우러러 통곡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눈앞에 어머니를 두고도, 밥 한 술을 드리지 못하는 이 자식의 심정을 어찌하란 말입니까!"

    그 절규가 아귀도의 잿빛 하늘에 메아리쳤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옷자락을 붙들고 매달렸지요.

    "아가, 가지 마라. 이 어미를 두고 가지 마라. 무섭구나, 이곳은 너무나 무섭구나..."

    "어머니..."

    목련은 어머니의 야윈 어깨를 감싸 안았습니다. 품에 안긴 어머니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가벼웠습니다. 이 몸으로 얼마나 오랜 세월을 굶주려 오셨을까. 생각할수록 가슴이 미어졌지요. 하지만 이대로 곁에 있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밥 한 술 드리지 못하는 자식이 곁에 있는 것이, 오히려 어머니께는 더 큰 고통일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한참을 울던 목련의 머릿속에 문득 한 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부처님. 부처님이라면. 이 하늘 아래 땅 위에 홀로 존귀하신 그분이라면, 반드시 어머니를 구할 방법을 알고 계실 것이다.'

    목련은 흐느끼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어머니, 조금만, 조금만 더 견디십시오. 소자가 반드시, 반드시 어머니를 이곳에서 구해 내겠습니다!"

    목련은 눈물을 뿌리며 부처님 계신 곳을 향해 나는 듯이 달려갔습니다. 등 뒤에서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따라왔지요. 과연 부처님께서는 이 가엾은 모자에게 어떤 답을 주실까요.

    ※ 4: 부처님의 가르침

    목련은 한달음에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렀습니다. 기원정사의 너른 뜰에는 마침 수많은 제자들과 대중이 모여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있었지요. 목련은 체면도 격식도 다 잊은 채,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 부처님 발아래 엎드려 이마를 땅에 대고 통곡했습니다.

    "부처님, 부처님! 이 제자를 살려 주십시오!"

    늘 태산처럼 흔들림 없던 목련존자가 어린아이처럼 우는 모습에, 대중들은 크게 놀랐습니다. 부처님께서 고요히 물으셨지요.

    "목련아, 무슨 일이기에 그리 슬피 우느냐."

    "돌아가신 저의 어머니가... 어머니가 아귀도에 떨어져 계셨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천 년의 굶주림에 시달리고 계셨습니다. 제자가 밥을 지어 올렸으나 밥이 입에 닿는 순간 불덩이로 변했고, 하늘의 감로수를 올렸으나 그마저 끓는 쇳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부처님, 제자는 신통제일이라 불리는 몸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어미 입에 밥 한 술을 넣어 드릴 수가 없단 말입니까!"

    법당에 모여 있던 대중들이 모두 숨을 죽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목련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시다가, 천천히 입을 여셨지요.

    "목련아, 너의 어머니는 살아생전 지은 죄의 뿌리가 너무나 깊고 무겁구나. 삼보를 능멸하고, 시주 재물을 감추고, 산 것을 죽이기를 즐기고, 하늘에 대고 거짓 맹세까지 하였으니, 그 업이 겹겹이 쌓여 태산과 같으니라."

    "부처님, 그렇다면 저의 어머니는 영영 구할 수 없단 말씀이십니까!"

    "아니다, 목련아. 잘 들어라."

    부처님의 음성은 낮고도 따뜻했습니다.

    "네가 아무리 효성이 지극하고 신통이 하늘을 덮는다 한들, 너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미의 업을 어찌할 수 없느니라. 하늘의 신도, 땅의 신도, 삿된 도술도, 그 어떤 힘도 홀로는 안 되느니라. 오직 한 가지 길이 있으니, 그것은 시방에 계신 여러 스님들의 위신력을 빌리는 것이니라."

    "여러 스님들의... 위신력이라 하시면..."

    "오는 칠월 보름날은 여름 석 달 동안 산문을 걸어 잠그고 정진하던 스님들이 안거를 마치는 날이니라. 석 달의 수행을 원만히 마친 그날, 스님들의 도력과 공덕은 일 년 중 가장 맑고 크니라. 그날 밥과 온갖 과일, 백 가지 맛난 음식과 향과 등불과 평상과 침구를 정성껏 마련하여 시방의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도록 하여라."

    부처님께서는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한 사람의 촛불은 바람에 꺼지기 쉬우나, 천 사람의 촛불이 모이면 능히 어둠을 몰아내는 법. 계율을 지키고 도를 닦은 청정한 스님들이 한마음으로 축원하면, 그 공덕의 힘으로 살아 계신 부모는 백 년의 복락을 누리고, 돌아가신 부모와 일곱 생의 부모까지 아귀의 고통을 벗어나 천상에 태어나느니라."

    목련의 젖은 눈에 비로소 빛이 돌아왔습니다.

    '그렇구나. 혼자의 힘이 아니라, 여럿이 모은 청정한 마음의 힘이구나. 내 신통이 아니라, 공양과 공덕의 힘이구나. 내가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신통만 믿고 홀로 어머니를 구하려 하였으니.'

    돌이켜 보면 그랬습니다. 밥도, 감로수도, 모두 목련 혼자의 힘이었지요. 하지만 태산 같은 업 앞에서 한 사람의 힘이란 얼마나 작은 것인지, 목련은 뼈저리게 배운 것입니다.

    목련은 다시 이마를 땅에 대고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하오면 제자, 칠월 보름을 기다려 반드시 그리하겠나이다. 하온데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어찌하여 제자의 정성만으로는 안 되고, 스님들께 올리는 공양이라야 하는 것입니까."

    "목련아, 너의 어머니가 지은 죄가 무엇이더냐. 바로 베풀지 않은 죄, 나누지 않은 죄이니라. 감추고 움켜쥔 그 손이 어미를 아귀로 만들었으니, 그 매듭을 푸는 길 또한 베풂에 있느니라. 아들이 어미를 대신하여 아낌없이 베풀고 공양할 때, 비로소 어미의 묵은 업이 녹기 시작하는 것이니라. 지은 자리에서 푸는 것, 그것이 인과의 이치니라."

    아아, 여러분. 얼마나 지당한 말씀입니까. 움켜쥐어서 생긴 병은 펴서 고치고, 아껴서 생긴 죄는 베풀어서 씻는 법. 매듭은 묶인 자리에서 풀어야 하는 것이지요.

    목련이 다시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이 법은 제자의 어머니만을 위한 것입니까."

    "아니다, 목련아. 이 법은 천하의 모든 자식들을 위한 법이니라. 지금 살아 계신 부모의 수명과 복을 빌고자 하는 이도, 이미 돌아가신 부모의 넋을 건지고자 하는 이도, 누구든 칠월 보름에 이 우란분 공양을 올리면 그 뜻을 이루리라. 우란분이란 거꾸로 매달린 고통을 푼다는 뜻이니, 아귀도의 고통이 마치 거꾸로 매달린 것과 같이 참혹한 까닭이니라."

    목련은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물러 나왔습니다. 그날부터 목련은 칠월 보름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공양 준비에 온 정성을 쏟았습니다. 탁발을 나가 한 톨 두 톨 쌀을 모으고, 산과 들을 다니며 정갈한 과일을 구하고, 개울물에 손을 씻고 또 씻어 그릇을 닦았습니다. 함께 수행하던 도반들이 그 모습을 보고 하나둘 팔을 걷어붙였지요.

    "목련 사형, 저희도 돕겠습니다. 사형의 어머님은 곧 저희 모두의 어머님이 아니겠습니까."

    "고맙네, 참으로 고맙네..."

    밤이면 목련은 등불 아래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기도했습니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지금도 그 잿빛 벌판에서 굶주림에 떨고 계실 어머니. 보름달이 차오르는 그날, 이 아들이 반드시 어머니를 그 불구덩이에서 건져 내겠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초승달이 반달이 되고 반달이 점점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칠월 보름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 5: 백중날의 공양

    칠월 보름. 훗날 백중이라 불리게 되는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목련은 목욕재계하고 정갈한 가사를 갖추어 입었습니다. 그리고 도반들과 함께 밤새 준비한 공양물을 하나하나 상에 올렸지요. 갓 지어 김이 오르는 흰 쌀밥, 산에서 따 온 밤과 대추와 배, 들에서 거둔 온갖 나물과 백 가지 맛난 음식들. 어느 것 하나 목련의 손길과 정성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쌀은 골라내고 또 골라내어 티끌 하나 없었고, 과일은 흠집 하나 없는 것만 정성껏 닦아 올렸지요. 향로에서는 맑은 향이 피어오르고, 촛불은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히 타올랐습니다. 새로 마련한 평상과 깨끗한 침구까지, 부처님께서 이르신 그대로 하나도 빠짐이 없었습니다.

    이윽고 여름 석 달의 안거를 원만히 마친 스님들이 줄지어 들어오셨습니다. 백 일 가까이 산문을 나서지 않고 오로지 정진에만 힘쓴 스님들이었지요. 그 얼굴들이 어찌나 맑은지, 마치 갓 씻어 낸 옥구슬 같았더랍니다. 어떤 스님은 산꼭대기 바위굴에서 좌선만 하다 내려오셨고, 어떤 스님은 나무 아래에서 경만 외우다 오셨고, 어떤 스님은 이미 성인의 경지에 오른 분도 계셨습니다. 그 모든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그 도력이 오죽했겠습니까.

    목련은 스님 한 분 한 분 앞에 무릎을 꿇고 공양을 올렸습니다.

    "스님, 받아 주십시오. 아귀도에서 고통받는 저의 어머니를 위한 공양이옵니다."

    "스님, 받아 주십시오. 천 년의 굶주림에 우는 저의 어머니를 위해서입니다."

    밥 한 그릇을 올릴 때마다, 과일 한 접시를 올릴 때마다, 목련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그 정성이 어찌나 지극한지, 공양을 받는 스님들의 눈시울도 함께 붉어졌지요. 한 노스님이 목련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습니다.

    "존자여, 염려 마시게. 어머님을 위하는 그 마음이 이미 하늘에 닿았을 것이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축원해 드리겠네."

    "스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윽고 공양이 끝나자 스님들은 자리를 가지런히 하고 앉아, 일제히 합장하고 축원을 시작했습니다.

    "시방의 부처님과 보살님들이시여, 굽어살피소서. 이 공양의 공덕이 목련존자의 어머니 청제부인에게 이르러, 아귀의 몸을 벗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아울러 이 공덕이 시방의 모든 굶주린 넋들에게도 두루 미치게 하소서."

    수백 명 스님들의 낭랑한 독경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져 물결처럼 퍼져 나갔습니다. 그 소리는 기원정사의 지붕을 넘고, 구름을 넘고, 하늘 끝까지 울려 퍼졌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았으나, 수백의 청정한 마음이 모이니 그 힘이 천지를 진동시켰던 것입니다. 목련은 그 한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습니다.

    '어머니, 들리십니까. 이 소리가 들리십니까. 어머니를 위한 기도입니다. 부디, 부디 이 공덕의 빛을 붙잡으십시오.'

    바로 그 시각, 아귀도의 잿빛 벌판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굶주림에 지쳐 쓰러져 있던 청제부인의 귀에, 어디선가 아득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처음에는 바람 소리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 보니, 그것은 분명 사람의 목소리. 수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축원하는 소리가 아니겠습니까. 청제부인은 앙상한 몸을 힘겹게 일으켰습니다.

    '저 소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어찌하여 내 마음이 이리도 따뜻해지는가. 이곳에 온 뒤로 이런 온기는 처음이구나.'

    그 소리가 들려올수록, 청제부인의 가슴속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평생 돌덩이처럼 굳어 있던 마음 한구석이, 봄눈 녹듯 스르르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뱃속을 태우던 그 지긋지긋한 불덩이도 조금씩 사그라드는 듯했지요. 그리고 그 자리에, 살아생전의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문전에서 쫓겨나던 늙은 스님의 뒷모습. 개밥을 받아 들고도 원망 한마디 없이 돌아서던 그 조용한 발걸음. 배고파 울던 거지 아이의 눈망울. 자신이 잡아 죽인 짐승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아귀도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밥을 떠먹이려 애쓰던 아들의 얼굴이었습니다. 불에 덴 어미의 입가를 닦아 주며 소리 없이 울던, 그 아들의 눈물이었지요.

    '그 아이는... 그 아이는 이 못난 어미를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구나. 이런 어미를 구하겠다고, 저 좋은 신통을 다 바쳐 가며...'

    "아아... 내가...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청제부인의 퀭한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번 눈물은 여느 때와 달랐습니다. 배가 고파서 흘리는 눈물도, 제 신세가 서러워서 흘리는 눈물도 아니었지요. 난생처음으로, 남에게 지은 죄를 뉘우치며 흘리는 참회의 눈물이었던 것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스님들이시여, 이 죄 많은 여인을 용서하소서. 굶주린 이들이여, 내 손에 죽어 간 목숨들이여, 부디 이 어리석은 여인을 용서하소서..."

    그 참회의 눈물이 메마른 잿빛 땅에 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눈물이 떨어진 자리마다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천 년 동안 풀 한 포기 나지 않던 그 저주받은 땅에 말입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눈부신 금빛 광명이 구름을 가르며 아귀도의 어두운 하늘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벌판의 아귀들이 웅성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지요.

    "저 빛은 무엇인가!"

    "따뜻하다... 저 빛이 따뜻하구나!"

    수백 스님들의 축원 공덕과, 아들의 지극한 효심과, 그리고 어머니 스스로의 참회. 이 세 가지가 마침내 하나로 만난 것이지요. 과연 청제부인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 6: 어머니의 구원

    금빛 광명이 청제부인의 몸을 감싸는 순간이었습니다.

    바스러질 듯 앙상하던 아귀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피어올랐습니다. 엉겨 붙었던 머리카락이 윤기를 되찾고, 등에 붙었던 뱃가죽이 펴지고, 시커멓게 그을렸던 입가가 깨끗해졌지요. 굽었던 허리가 펴지고, 갈라졌던 손끝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지긋지긋하던 뱃속의 불덩이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이럴 수가... 배가... 배가 고프지 않구나. 천 년 만에, 천 년 만에 처음으로 배가 고프지 않아..."

    청제부인은 제 두 손을 내려다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맑은 방울 소리와 함께 오색구름이 내려와 부인을 사뿐히 태웠습니다. 아귀의 몸을 벗고 천상에 태어나게 된 것이지요. 구름이 떠오르자, 잿빛 벌판의 아귀들이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때 청제부인이 구름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눈물지었습니다.

    "여러분, 부디 희망을 잃지 마시오. 나 같은 죄인도 구원을 받았소. 자식의 효심과 스님들의 축원과 참회의 눈물이면, 이 어둠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오!"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남을 위해 눈물 흘려 본 적 없던 그 여인이, 마지막 순간에 남을 위로하고 있었으니. 아아,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게도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한편, 기원정사에서 기도를 올리던 목련의 눈앞에 홀연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오색구름 위에서 고운 천상의 옷을 입고 환하게 웃는 어머니. 그토록 그리던, 병들기 전 젊은 날의 그 얼굴이었지요. 목련은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어머니이신가. 정녕 나의 어머니이신가. 아귀도의 그 모습이 아니라, 어릴 적 나를 품에 안아 주시던 바로 그 모습이 아닌가.'

    "아가, 나복아. 아니, 목련존자여. 네 덕분에, 그리고 스님들의 공덕 덕분에 이 어미가 아귀의 몸을 벗고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단다. 고맙구나. 참으로 고맙구나. 이 은혜를 어찌 다 갚겠느냐."

    "어머니! 어머니!"

    목련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목 놓아 불렀습니다. 기원정사에 모여 있던 수백의 스님들과 대중들도 그 광경을 보고 일제히 합장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지요. 어머니는 아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아가, 이 어미를 보아라. 살아서 베풀지 않은 죄가 이토록 무섭단다. 곳간에 쌓아 둔 재물은 저승까지 한 톨도 가져오지 못하더구나.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오직 지은 업뿐이더라. 부디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 다오. 있을 때 나누라고. 베풀 수 있을 때 베풀라고. 그것이 이 어미가 천 년의 굶주림으로 배운 단 하나의 진리란다."

    그 말을 남기고, 어머니를 태운 오색구름은 찬란한 빛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 갔습니다. 하늘 저편에서 은은한 방울 소리가 오래도록 울려 퍼졌지요. 목련은 어머니가 사라진 하늘을 오래오래 바라보다가, 이윽고 옷깃을 여미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엎드렸습니다.

    "부처님, 감사하옵니다. 하온데 제자, 한 가지 청이 있나이다. 이 우란분 공양의 법을 저희 모자만 알고 그치기에는 너무나 아깝습니다. 후세의 모든 불효자들, 부모의 은혜를 갚고자 하는 천하의 모든 자식들도 이 법을 행할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착하도다, 목련아. 참으로 착한 물음이로다. 후세의 모든 사람들도 해마다 칠월 보름이 되거든, 살아 계신 부모와 일곱 생의 돌아가신 부모를 위하여 우란분 공양을 올리도록 하여라. 그리하면 살아 계신 부모는 백 년의 복락을 누리고, 돌아가신 부모는 고통에서 벗어나 천상에 나리라."

    이것이 바로 해마다 음력 칠월 보름, 백중날에 절마다 우란분재를 올리게 된 유래랍니다. 우리 조상님들도 이날이 되면 절을 찾아 돌아가신 부모님과 조상님의 넋을 위해 재를 올리고, 햇과일과 정성껏 지은 음식을 공양했지요. 농사일에 지친 머슴들까지 하루를 쉬게 하고 배불리 먹였으니, 백중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함께 위로받는 날이었던 셈입니다. 조상님들의 넋을 위로하고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그 아름다운 풍습이, 바로 이 목련존자의 눈물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여러분,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인과응보의 무서움입니다. 감추고 움켜쥔 손은 언젠가 제 목을 조이는 법. 청제부인의 아귀도는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 부인 스스로 지은 것이었지요. 하늘은 잊는 법이 없고, 업은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법입니다.

    둘째는 효심의 위대함입니다. 목련존자는 어머니의 허물을 탓하지 않고, 끝까지 어머니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밥이 불로 변해도, 감로수가 쇳물로 변해도, 그는 주저앉지 않고 길을 찾았습니다. 그 지극한 효심이 마침내 하늘을 움직인 것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아무리 무거운 죄인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곁에서 함께 기도해 주는 이들이 있다면, 아귀도의 밑바닥에서도 하늘로 오르는 길이 열리는 법이지요. 늦은 참회란 없습니다. 참회하는 그 순간이 언제나 가장 빠른 때이니까요.

    오늘 밤, 부모님 생각이 나신다면 마음속으로라도 따뜻한 밥 한 그릇 지어 올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살아 계시다면 전화 한 통, 돌아가셨다면 기도 한 자락. 그리고 이웃에게 건네는 작은 나눔 하나. 그것이 바로 우리 곁의 작은 우란분 공양이 아니겠습니까. 목련존자의 밥 한 그릇이 어머니를 하늘로 올렸듯이, 우리의 작은 정성도 분명 누군가에게 닿을 테니까요.

    부디 오늘 밤도 편안한 꿈 꾸시기를 바랍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250자 내외)

    오늘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산을 옮기는 신통으로도 어머니 입에 밥 한 술 넣지 못했던 목련존자. 하지만 지극한 효심과 여럿이 모은 정성은 끝내 하늘을 움직였습니다. 있을 때 나누고, 베풀 수 있을 때 베푸는 것. 그것이 저승까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이 아닐까요.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또 만나요.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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