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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라대왕과 꾀쟁이 사서

by K sunny 2025.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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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과 꾀쟁이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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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좋아하던 한 젊은 사서가 죽음을 맞이하고 염라대왕 앞에 섭니다. 재치 있는 언변으로 대왕을 속여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염라대왕과 사서의 지혜 대결, 과연 그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지혜와 재치로 운명을 바꾸는 사서의 좌충우돌 모험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01

서기 1608년, 조선 광해군 10년. 궁궐에서 사서로 일하던 젊은 김진이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죽음 앞에 선 그는 저승으로 인도되어 진휙 같은 어둠 속을 헤매다 문득 정신을 차리게 되었죠.

"여기가... 저, 저승이란 말인가?"

음산한 기운이 서려 있는 낯선 풍경에 김진은 극도의 혼란을 느꼈습니다. 시커먼 옷을 입은 저승사자들이 망자들을 거칠게 끌고 가는 모습, 묵직한 쇠사슬 소리와 괴이한 형상을 한 졸개들. 이곳이 인간 세상이 아님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곳에 오다니... 이제 모든 것이 끝장이구나...'

한동안 절망에 빠져 있던 김진. 그러나 책을 좋아하고 지혜를 갈고닦는 데 여념이 없던 그였기에 이내 좌절을 떨치고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됩니다.

'아니야, 아직 희망은 있어. 내가 그동안 책에서 배운 지혜를 총동원하면 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거야. 기억해 보자, 염라대왕 앞에서 기지를 발휘해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간 자들의 이야기가 분명 있었어!'

이윽고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기 위해 김진이 끌려갑니다. 웅장하고 위엄 있는 모습의 염라대왕 앞에 선 그는 두려움에 휩싸이면서도 결연한 눈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죄인의 이름은 무엇이냐."

"소인은 조선 궁궐의 사서 김진이옵니다."

"흠, 너의 죄목을 낭독하라."

대왕의 명에 따라 곁에 선 판관이 두루마리를 펼쳐 들고 읽기 시작합니다.

"망자 김진. 그는 궁궐에서 한량처럼 지내며 여색을 탐하고 책만 읽느라 세월을 보냈으니, 나라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그 죄악이옵니다."

"크큭... 하하하!"

죄목을 듣자마자 김진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 모습에 염라대왕은 노려보며 물었죠.

"죄를 덜하게 생각하는 모양이구나. 죄인에게도 변명의 기회를 주고자 하니, 할 말이 있거든 해 보아라."

"대왕마마, 황송하오나 소인에게 귀 기울여 주시옵소서."

김진은 계획대로 되어간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책을 통해 터득한 지혜로 염라대왕을 설득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입니다. 과연 그는 어떤 말솜씨로 대왕을 속일지, 저승 법정의 공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02

염라대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김진은 태연하게 입을 열었습니다.

"대왕마마, 소인에게 죄가 있다면 오로지 책을 너무 사랑한 것뿐이옵니다. 허나 그 책을 읽음으로써 소인은 나라에 큰 보탬이 되고자 했사옵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이냐? 책이라는 것이 한낱 죽은 지식의 모음집이 아니더냐."

"아닙니다 대왕마마.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혜를 배우는 것이 독서의 참뜻이옵니다."
김진은 정중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습니다.

"소인은 역사서를 읽으며 성군의 통치술을 배웠고, 병법서를 통해 전술을 익혔으며, 시문집을 읽고 창작의 영감을 얻었나이다. 이 모든 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옵니다."

그때 옆에서 판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그래봤자 글로써 세상을 어찌할 수 있겠느냐. 글 읽는 것 역시 한량의 오락거리에 불과할진저."

하지만 김진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당당한 목소리로 반박했죠.
"아닙니다. 글이야말로 혼을 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사옵니다. 소인은 죽는 날까지 책을 통해 위대한 선비들의 정신을 받들고 이 땅에 전파하려 했나이다."

그 진심 어린 모습을 보던 염라대왕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김진은 어렵사리 기회를 잡은 듯 더욱 열변을 토했습니다.

"책 속의 지혜로 신하들을 가르치고 백성들을 교화하는 것, 그것이 소인이 감당해야 할 진정한 사서의 소임이옵니다. 대왕마마께서도 천 년 전 한 선비가 쓴 시를 읽고 감명을 받으신 적 있지 않사옵니까?"

순간 염라대왕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어떤 속사정을 알고 있는 듯한 김진의 태도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던 것입니다. 이를 눈치챈 김진이 재빨리 말을 이었죠.

"그 선비의 시구가 대왕의 마음을 울린 것처럼, 소인 역시 책을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했사옵니다. 그것이 소인의 진심이옵니다."

흔들리는 염라대왕의 눈빛을 보며 김진은 안심했습니다. 그의 독서 행위에 관한 거침없는 변론이 조금씩 효과를 보이는 듯했죠. 책의 힘에 대한 믿음, 거기에 승부를 걸기로 마음먹은 김진. 과연 그 다음 수는 어떤 것일까요?

03

"그래, 책을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겠다 이거냐..."
염라대왕은 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듣고 보니 네 말도 일리가 있는 듯하구나. 하지만 그 책 읽는 일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다른 임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변명하겠느냐?"

순간 김진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또 다른 책 속 지혜를 떠올리며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대왕마마, 우리 선조들은 일찍이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강조하셨나이다. 소인 역시 독서로 정신을 수양함과 동시에 검술과 승마 등으로 육체를 갈고닦았사옵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의아한 눈빛으로 되물었죠.
"네가 무예에도 능숙하다는 말이냐?"

"송구스럽사옵니다만, 소인은 어려서부터 병서를 탐독하며 무예의 진수를 터득코자 했나이다. 비록 실전에 나서진 못했사오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늘 수련에 힘썼사옵니다."

김진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염라대왕이 문득 묘안이 떠오른 듯 입가에 미소를 띠었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네 능력을 시험해 볼 만하겠구나. 내 친위대 중 가장 뛰어난 무사를 골라 그와 겨루게 하겠노라. 만약 네가 승리한다면 너의 죄를 사하고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내 주마."

김진은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겉으로는 침착한 척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대왕마마의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소인은 기꺼이 그 시험에 임하겠나이다."

이내 대왕의 명을 받은 저승사자들이 김진을 무예를 겨룰 공간으로 끌고 갔습니다. 생사가 걸린 승부, 책 속 지식만으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김진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소인이 읽은 병서에 이런 대목이 있었사옵니다.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제압하려는 마음가짐이라 하였나이다."
김진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책에서 배운 지혜에 의지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잠시 후, 육중한 쇠사슬 갑옷을 두른 무시무시한 병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염라대왕의 친위대를 이끄는 우두머리, 저승에서 으뜸가는 무사의 등장이었죠.

"어서 나오거라, 똑똑한 죄인 양반. 네 목숨을 내 창끝에 걸겠노라."
병사가 도발의 말을 내뱉으며 커다란 창을 휘둘렀습니다. 숨을 집어삼킨 김진이 공포에 휩싸인 채 힘겹게 읽었던 병법서의 구절을 되새기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그 책 속 진리가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통할 수 있을까요? 김진의 예측 불허 승부, 그 행방은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04

염라대왕 앞에 죽음을 각오한 채 선 김진. 그의 눈앞에는 저승 최고의 무사로 소문난 장수가 도전의 포효성을 내지르며 서 있었습니다.

"자, 네 실력을 보여라! 한 방에 너의 고결한 혼을 거두어주마!"

무사는 묵직한 철퇴를 거침없이 휘둘러 김진에게 속사포처럼 던졌습니다. 하지만 책 속 병법을 익혀온 김진은 눈 한 번 깜짝이지 않고 철퇴를 피해냈죠. 오히려 민첩한 동작으로 무사의 빈틈을 노려 반격에 나섰습니다.

'상대의 기세에 압도되지 말고 그 힘을 역이용하라...'

김진은 떠오르는 병법서의 구절을 되뇌며 절묘한 각도로 무사의 공격을 비껴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허를 찌르는 빠른 발놀림으로 무사를 혼란에 빠뜨렸죠.

"으윽... 네 놈! 어디서 그런 모략을!"

"책을 읽으며 병서도 탐독했지요. 독서의 힘을 아직 모르시는군요."

김진은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무사는 이를 악물며 다시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지만, 번번이 김진의 재치 있는 움직임에 무위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염라대왕은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흠... 저 죄인, 결코 얕잡아 볼 수 없겠구나. 병법서에 나오는 기술들을 저렇게 자유자재로 쓰니 말이야."

김진은 무사를 상대로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책에서 얻은 지혜로 절대 불리한 상황을 가뿐히 타개해나가는 모습이 마치 선인(仙人)을 연상케 했죠.

결국 기진맥진한 무사는 땅에 털썩 주저앉아 김진에게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으아악! 내가 졌다! 저 책 읽는 죄인 녀석 보다 못한 몸뚱이로구나!"

김진은 겸손한 자세로 염라대왕에게 다가가 읍소했습니다.

"대왕마마, 소인의 미천한 재주를 용서해주시옵소서. 이 승부로 소인의 결백과 책 읽기의 진정한 의미를 조금이나마 보여드릴 수 있었기를 바라옵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래, 네 능력을 충분히 입증해 보였느니라. 하지만 아직 너를 그냥 보내줄 순 없노라. 내게도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것이 있는 게야."

"무엇이든 물으시옵소서, 대왕마마."

"책을 읽는 일이 그리도 중한 의미가 있다면, 그 책 중에서 나의 염라국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도 있겠느냐?"

순간 김진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대왕을 설득하기 위한 결정적 기회가 온 것입니다. 김진은 가슴 속 떨림을 감추며 염라대왕을 향해 공손히 답하기 시작했습니다.

05

대왕마마의 현명한 물음에 감사 말씀드리옵니다. 저승을 다스리는 옳은 법에 대해서라면 소인도 몇 가지 아는 바가 있사옵니다.

소인이 읽은 책 중에는 공자님의 '논어'라는 성현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그 책에서는 다스림의 근본은 덕(德)에 있다 하였습니다. 백성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진정한 왕도라 하였지요.

"흠... 덕으로 정치를 하라... 그 말씀이 내 귀에 쏙 들어오는구나."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습니다.

또한 '맹자'에서는 인(仁)을 강조하였습니다. 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백성들의 고통에 공감하라 하였지요. 폭력과 형벌보다는 은혜와 교화로 민심을 살피는 것이 진정한 왕의 덕목이라 하였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저승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로구나."
염라대왕의 눈빛이 부드러워졌습니다. 김진은 더욱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죠.

나라를 다스리되 법률만을 앞세우지 말고, 백성들의 예의와 염치심에 호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도 있사옵니다. 상벌을 남용하기보다는 백성 스스로 옳은 길을 택하도록 깨우치는 것이 진정한 치국평천하의 방책이라 하였습니다.

"오호... 그 책들에 그런 깊은 뜻이 담겨 있었구나..."
염라대왕은 책을 읽는 자의 혜안에 탄복하는 듯했습니다.

소인이 살아생전 읽은 경전과 사서들에는 이처럼 훌륭한 다스림의 지혜가 가득했사옵니다. 비록 저승이지만 이 가르침들을 염두에 두신다면 보다 현명하고 자애로운 정치를 펼치실 수 있으리라 믿나이다.

염라대왕은 잠시 명상에 잠긴 듯 눈을 감더니, 이윽고 웃음을 머금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대의 진심 어린 조언을 듣고 보니 내 마음이 한없이 깨끗해지는구나. 그 어떤 참언보다도 더욱 날카로운 충고로다."

이어 엄숙한 목소리로 선언했습니다.

"죄인 김진, 그대의 삶을 돌이켜보건대 결코 죄가 없었음을 알겠노라. 책을 통해 깨우친 값진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자 한 그대야말로 귀감이 될 자로다."

김진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염라대왕에게 큰절을 올렸습니다.

"이제 그대를 다시 인간세상으로 돌려보내주마. 책에서 배운 바를 널리 펴 세상을 환히 비추는 빛이 되어주시게."

"대왕마마의 은혜 결코 잊지 않고 살겠나이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승리의 기쁨에 겨워 환호성을 내지르는 김진. 염라대왕과의 기 싸움에서 책 읽기로 얻은 지혜가 마침내 그를 구원한 것입니다.

이렇게 김진은 사서로서의 삶에 대한 염라대왕의 인정을 받아내고, 기적같은 생환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으니...

06

환한 빛 속에서 눈을 뜬 김진. 그는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손에 익은 책갑과 축 늘어진 관복 차림새, 모든 게 지옥으로 떠나기 전 그대로였죠.

'아니, 방금 전까지 염라대왕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가?'
의아해하는 김진의 눈에 탁자 위에 놓인 한 통의 서찰이 들어왔습니다.

"진인(賢人) 김진에게 전하노라. 본래 세상 이치란 꿈과 같아 허무하기 그지없거늘, 그대처럼 책 읽기에 힘써 진리를 깨우친 자는 죽음으로도 끝을 보지 못하리라. 이제 그 지혜로 민초들을 널리 깨우치고 나라에 큰 보탬이 되기를 바라노라. 그것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그대에게 부탁하는 바이니라. - 염라대왕"

김진은 다시 한 번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염라대왕과의 만남이 꿈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것이죠.

'이 목숨, 결코 헛되이 쓰지 않으리라. 책을 통해 배운 지혜와 염라대왕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백성들을 위해 살아가리라.'

그 날 이후로 김진은 전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사서로서의 본분에 더욱 충실해졌고, 책에서 얻은 통찰을 주변 사람들과 활발히 나누었죠.

"여보게들, 책을 읽는 일만큼 값진 게 또 있겠는가. 옛 성현들의 말씀 속에서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네."

"김 사서님의 말씀이 진실이었어. 저 또한 이제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을 터이니!"

김진의 진심 어린 권유로 책 읽는 이들이 날로 늘어났고, 조정에서도 그의 학식과 덕망을 높이 사 중용하게 되었습니다. 임금 또한 그를 귀감으로 삼아 일심으로 학문에 매진하고 덕으로 나라를 다스렸죠.

세월이 흘러 김진이 여든에 이르렀을 때, 하루는 꿈에 그를 만난 염라대왕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김진이여, 자네 덕에 나라가 태평해졌고 백성이 편안해졌구만. 이제 편히 저승길 올 준비 하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김진은 무병무탈한 채 편안히 눈을 감았습니다. 염라대왕이 그의 손을 잡고 저승으로 인도한 것이죠.

이후로도 조선 팔도에서는 독서의 힘으로 현명함을 얻고 나라에 큰 공을 세운 김진 사서의 이야기가 회자되며, 많은 이들이 책 읽기에 정진하였다 합니다. 한 사서의 삶이 세상에 끼친 영향이 그토록 깊었음이여...

"염라대왕과 김 사서의 만남이 우리 모두에게 깊은 교훈을 남기는구려. 우리도 힘써 좋은 책 읽고 삶의 지혜 터득하세."

독서의 참된 가치를 일깨워준 김진의 이야기는 오늘도 우리 귀에 쟁쟁히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07

시간은 흘러 흘러 현대에 이르렀습니다. 어느 도서관의 한 켠, 중년의 사서 김성현이 오래된 두루마리를 펼쳐보고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조선시대 사서 김진의 일대기를 쓴 건가... 정말 신기한 이야기로군."

김성현은 김진 사서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책을 향한 그의 열정과 염라대왕과의 기지 싸움은 오늘날 사서인 자신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나 역시 그 옛날 김진 사서처럼 책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야겠어. 사람들에게 독서의 소중함을 가르쳐주고 싶어.'

김성현은 도서관에서 크고 작은 독서 모임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책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죠. 김성현의 열정 덕분에 도서관은 활기를 띠고 책 읽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김 사서님, 책 읽는 재미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즐거운 책 모임 계속 해주시겠죠?"

"당연하죠. 책 읽기만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게 또 있을까요? 우리 함께 멋진 책 여행 이어가요."

어느 날 밤, 김성현의 꿈에 낯익은 얼굴의 신령님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염라대왕이었죠.

"허허 그대가 바로 김진의 후예로군. 독서를 통해 사람을 깨우치는 그 열정 나도 똑똑히 보고 있다네."

꿈속에서 염라대왕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김성현에게 말했습니다.

"나를 만난 자들 중 그대처럼 사서의 삶을 사는 이는 드물었어. 앞으로도 그 길을 꿋꿋이 가거라. 내 그대를 굳이 저승으로 부를 일 없도록 하마."

잠에서 깬 김성현은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있는 염라대왕의 말에 신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자신의 삶이 예부터 내려온 사서들의 숭고한 정신과 이어져 있음을 깨달은 듯했죠.

'맞아, 우리 사서들이 가는 이 길은 결코 혼자가 아니야. 책을 통해 세상에 빛을 밝히고자 한 선조들의 염원이 함께 하는 거야.'

김성현은 새로운 각오를 다졌습니다. 앞으로도 자신은 물론, 후배 사서들에게 김진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책 읽기의 소중한 가치를 이어갈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한 권의 책, 한 사람의 인생일지라도 세상에 큰 울림을 줄 수 있음을 믿으며 말이죠.

독서의 힘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사서들의 삶. 김진에서 김성현으로 이어지는 그 여정은 오늘도 묵묵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08

김진이 이승을 다시 떠난 뒤, 저승에서 그를 반긴 것은 다름 아닌 염라대왕이었습니다. 환한 미소로 김진의 손을 맞잡으며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이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듯 정겨워 보였습니다.

"자네가 드디어 이곳에 돌아오는구만. 훌륭한 사서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이제 영원한 안식을 취할 때가 된 것 같군."

"대왕마마, 지난 세월 동안 제게 깨우침을 주신 은혜 잊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이제 다시 이곳에서 대왕마마를 모시게 되니 너무도 기쁘옵니다."

김진과 염라대왕은 지난날 책을 둘러싼 이야기며 세상 이치에 대해 환담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현자와 왕이 학문과 삶의 진리를 탐구하듯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갔죠.

"그대가 세상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네. 덕분에 내 저승에서 심판할 죄인도 많이 줄었지 뭔가? 하하!"

"아닙니다 대왕마마. 그건 모두 제게 깨달음을 주신 대왕마마 덕분이옵니다."

이야기를 마친 염라대왕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제 그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을 주고자 하네. 이 굴레를 풀어 극락왕생하는 것이야."

그러자 김진의 몸에 휘감겼던 업보의 사슬이 스르륵 풀리더니 저절로 녹아내렸습니다. 그의 영혼은 이제 누구보다 맑고 깨끗해진 상태. 이윽고 범종 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지며 노을빛 낙원으로 통하는 문이 드르르 열렸습니다.

"가시게, 자네에겐 이제 그곳이 적격일 거야. 부디 그간의 공덕이 헛되지 않기를..."

"대왕마마의 가르침 영원히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환한 미소를 머금은 김진은 천천히 극락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책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또 다른 이에게 그 의미를 전한 김진. 이제 그에겐 영원한 안식과 깨달음의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한편 세상에 남은 이들은 사서 김진의 삶을 기리며 그의 정신을 이어갔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책을 읽고 진리를 깨우칠 수 있으며, 그 힘으로 세상을 밝힐 수 있다는 희망 말이죠. 김진의 이야기는 오늘도 우리에게 책 읽기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합니다.

그렇게 김진은 비록 육신은 세상을 떠났지만 영혼만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되었습니다. 책을 품에 안고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깨달음을 전한 사서, 그의 발자취는 세월이 흘러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엔딩멘트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금까지 조선시대 사서 김진과 염라대왕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비록 몇백 년 전 인물의 이야기지만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결코 낡지 않았죠.

가끔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종이 책을 집어 들어볼 일입니다.
책장을 넘기는 손맛, 책 향기를 맡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즐거움을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영상이 여러분께 책 읽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며,

다음 재미난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옛이야기 #조선시대설화 #책스타그램 #사서 #염라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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