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도 눈물 흘린 사랑 ,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난 남편 『전등록』
태그 (20개)
#조선시대, #야담, #전설, #전설의고향, #염라대왕, #저승, #이승, #부부, #사랑이야기, #감동실화, #해피엔딩, #권선징악, #인과응보, #시니어, #50대, #60대, #70대, #잠안올때, #이야기보따리, #전등록
조선시대, 야담, 전설, 전설의고향, 염라대왕, 저승, 이승, 부부, 사랑이야기, 감동실화, 해피엔딩, 권선징악, 인과응보, 시니어, 50대, 60대, 70대, 이야기보따리, 전등록


후킹멘트 (300자)
"아내의 무덤에서 통곡하던 사내. 그날 밤, 죽은 아내가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서방님, 저 왔어요.' 차가운 아내를 끌어안은 사내. 이들의 기이한 동침은 마침내 저승의 염라대왕까지 움직이게 만드는데 이승과 저승의 법도를 뛰어넘은 한 부부의 지독하고도 뜨거운 사랑 이야기. 과연 염라대왕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시대, 죽음도 가르지 못한 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전등록』에 기록된 설화를 바탕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와 그녀를 잊지 못한 남편의 기적 같은 재회를 그립니다. 이들의 사랑이 과연 저승의 왕, 염라대왕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요? 가슴 따뜻한 해피엔딩이 어르신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 잉꼬부부 이선과 옥영의 금슬 좋은 나날
조선 중기, 경상도 안동 땅에 이선(李善)이라는 선비가 살고 있었으니, 그는 비록 가세는 평범했으나 인품이 맑고 학문이 깊어 주변의 칭송이 자자했다. 그의 곁에는 그림자처럼 따르는 아내 옥영(玉英)이 있었다. 옥영은 인근에서 소문난 미인으로, 그 마음 씀씀이가 비단결 같아 두 사람을 보는 이들마다 '하늘이 맺어준 원앙 한 쌍'이라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은 혼인한 지 삼 년이 되도록 마치 신혼 첫날밤처럼 서로를 아끼고 뜨겁게 사랑했다. 이선의 집안은 그리 부유하지 못하여 옥영은 손수 길쌈을 하고 밭을 매며 살림을 꾸렸으나, 그녀의 얼굴에서는 단 한 순간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선 또한 그런 아내를 지극히 귀히 여겨, 글공부를 하다가도 아내가 고된 일로 지쳐 보이면 망설임 없이 책을 덮고 달려와 아내의 어깨를 주물러 주곤 했다. 밤이 깊어 호롱불이 꺼지고 두 사람만 남아 방 안을 채우는 시간이 오면, 이들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달빛이 창호지를 은은하게 적시는 밤, 이선은 고된 하루 일과에 잠든 아내의 고운 뺨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부인, 내 복에 어찌 당신 같은 사람이 왔는지 모르겠소." 그러면 옥영은 잠결에도 남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이선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옥영의 살결은 갓 쪄낸 백설기처럼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그녀에게서는 언제나 은은한 난초 향기가 풍겼다. 이선은 아내의 향기에 취해 그녀의 입술을 찾았고, 옥영은 수줍은 듯하면서도 남편의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숨결이 하나로 섞이고, 얇은 명주 속옷이 스치는 소리만이 방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그들의 밤은 늘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탐하고 나누며 깊어갔다. 이선은 아내의 부드러운 굴곡을 어루만지며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었고, 옥영은 남편의 단단한 품 안에서 비로소 완전한 평온을 느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였다. 이들은 단순한 부부를 넘어,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벗이요, 가장 뜨거운 연인이었다. 이선은 옥영의 몸짓 하나, 숨결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옥영 또한 이선의 눈빛만 보아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들의 금슬은 너무나도 완벽하여, 때로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저 부부는 밤마다 구름을 타고 신선 세계를 노닌다더라'하는 농담 섞인 소문이 돌 정도였다. 이선은 종종 옥영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리는 다음 생에도, 그다음 생에도 꼭 부부로 만납시다. 나는 부인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소." 옥영은 남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대답했다. "서방님, 그런 말씀 마세요. 우리는 이 생에서 백 년, 천 년 함께할 것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행복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 아내 옥영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이선의 처절한 슬픔
그러나 행복은 종종 시련과 함께 오는 법이던가. 그해 여름, 마을에 지독한 돌림병이 돌기 시작했다. 옥영은 쇠약한 시어머니를 간병하다 그만 병을 얻고 말았다. 이선은 백방으로 약을 구하고 이름난 의원을 수소문했지만, 옥영의 병세는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불과 달포 전까지만 해도 복숭아 빛으로 발그레했던 아내의 뺨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고, 낭랑했던 목소리는 가느다란 신음으로 변해갔다. 이선은 차마 아내의 고통받는 모습을 볼 수 없어, 밤마다 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는 아내의 손을 붙잡고 애원했다. "옥영, 제발 제발 나를 두고 가지 마시오. 당신 없는 세상은 나에게 지옥과 같소." 옥영은 힘겹게 눈을 떠 남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려 애썼다. "서방님 울지 마세요. 부디 저를 잊고 행복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옥영의 마지막 말이었다. 아내의 손에서 온기가 사라지던 그 순간, 이선의 세상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집안은 곡소리로 가득 찼지만, 이선은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그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아내의 싸늘한 시신 옆에 주저앉아, 이미 생기를 잃은 아내의 얼굴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장례를 치르는 사흘 내내 이선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아내의 무덤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그는 차가운 흙더미를 끌어안고 통곡했다. "옥영! 옥영! 어찌 나를 두고 갔소! 차라리 나를 데려가시오!" 그의 절규는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이선은 아내가 쓰던 방에 틀어박혀 문을 걸어 잠갔다. 방 안에는 아직도 아내의 체취가 남아있는 듯했다. 그는 옥영이 입던 저고리를 끌어안았다. 옷고름에는 아내의 손때가 묻어 있었고, 옷깃에서는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은은한 난초 향기가 희미하게 풍겨왔다. 그는 그 향기를 미친 듯이 들이마셨다. "아, 옥영 당신의 향기 당신의 온기" 이선은 아내와의 뜨거웠던 밤들을 떠올렸다. 자신의 품에서 수줍게 떨던 아내의 여린 어깨, 달빛 아래 빛나던 고운 살결, 애틋하게 자신을 부르던 목소리. 그 모든 것이 이제는 만질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과거가 되었다는 사실이 그를 미치게 했다. 그는 빈 베개를 끌어안았다. 늘 옥영의 머리가 놓여있던 자리였다. 그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아내의 따뜻했던 몸이 누워있던 자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는 아내의 부재를 육체적으로 실감했다. 밤마다 서로의 살을 맞대고 체온을 나누던 그 지독한 그리움이 뼈를 깎는 고통이 되어 밀려왔다. 그는 식음을 전폐했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선의 몸은 날로 쇠약해졌고, 그의 눈은 초점을 잃어갔다. 부모가 아무리 달래고 윽박질러도 그는 아내의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죽음만이 자신을 아내 곁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믿으며, 그렇게 서서히 자신을 놓아가고 있었다.
※ 죽은 아내의 귀환,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은 재회
아내가 죽은 지 꼭 일곱 번째 되는 날 밤이었다. 이선은 여느 때처럼 텅 빈 방 안에서 아내의 옷가지를 끌어안은 채 몽롱한 상태로 앉아 있었다. 밖에서는 거센 바람이 불어 문풍지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때였다. 끼이익 굳게 닫혀있던 방문이 소리 없이 스르르 열렸다. 이선은 힘없는 눈을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달빛을 등지고 서 있는 여인. 비록 낯빛은 창백했지만, 꿈에서도 그리던 아내 옥영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선은 자신이 미쳐서 헛것을 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옥영? 당신이오? 내가 꿈을 꾸는 게요?" 옥영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방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섰다. 그녀의 발은 땅에 닿지 않은 듯 사뿐했다. "서방님. 저 왔어요. 서방님이 저를 너무나도 애타게 부르셔서 차마 황천길을 건널 수가 없었답니다." 옥영의 목소리는 예전처럼 맑았지만, 그 소리에는 이승의 것이 아닌 듯한 한기가 서려 있었다. 이선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다가갔다. 그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아내의 뺨을 만졌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감촉. 그러나 분명히 만져졌다. 꿈이 아니었다. "옥영! 옥영! 정말 당신이오!" 이선은 아내의 차가운 몸을 미친 듯이 끌어안았다. 아내의 몸은 산 사람의 온기가 아니었지만, 이선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아내가 돌아왔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옥영 역시 남편의 목에 팔을 감고 흐느꼈다. "서방님, 보고 싶었어요 서방님의 따뜻한 품이 너무나도 그리웠어요." 그날 밤, 두 사람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어 다시 하나가 되었다. 이선은 아내의 차가운 입술을 탐했다. 살아생전의 뜨거움은 없었지만, 그보다 더 절박하고 애절한 사랑이 두 사람을 휘감았다. 옥영의 몸은 옥(玉)처럼 차가웠으나, 이선의 뜨거운 사랑에 반응하듯 미세하게 떨려왔다. 이선은 아내의 명주 속옷을 벗겨내며 속삭였다. "비록 그대의 몸이 차가울지언정, 나에 대한 그대의 사랑은 여전히 뜨겁구려." 옥영은 남편의 품에 안겨 속삭였다. "저는 비록 죽은 몸이나, 서방님을 향한 제 마음은 단 한 순간도 식은 적이 없나이다." 두 사람은 마치 처음 만난 날처럼, 혹은 마지막인 것처럼 서로를 격렬하게 원했다. 산 자의 뜨거운 양기와 죽은 자의 차가운 음기가 방 안에서 기묘하게 뒤섞였다. 이선의 몸은 옥영의 한기에 소름이 돋았지만, 그의 마음은 아내를 다시 품었다는 환희로 불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밤이 새도록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사랑을 나누었다. 닭이 울고 동이 터올 무렵, 옥영은 남편의 품에서 아쉽다는 듯 일어났다. "서방님, 저는 이제 가봐야 해요. 하지만 밤이 되면 다시 돌아올게요." 옥영의 모습은 아침 햇살이 스며들자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선은 벅찬 가슴을 안고 텅 빈 방 안에 홀로 남았다. 비록 꿈결같은 하룻밤이었지만, 그는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 사내의 방에 감도는 음기, 집안사람들의 의심
그날 이후, 이선은 기적처럼 생기를 되찾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송장이나 다름없던 사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하게 세수를 하고 의관을 정제했다. 그는 예전처럼 식사를 했고, 심지어 가벼운 농담까지 던졌다. 이선의 부모는 아들이 드디어 슬픔을 이겨냈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들의 행동에는 어딘가 기이한 구석이 있었다. 이선은 해가 지기 무섭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또한 그는 매 끼니마다 자신의 밥상에 수저 한 벌과 빈 그릇을 더 놓아달라고 청했다. "아들아, 어찌하여 빈 그릇을 놓으라는 것이냐?" 노모가 묻자, 이선은 그저 "아닙니다, 어머니. 그저 습관이 되어서 그렇습니다."라며 얼버무릴 뿐이었다. 하지만 방 안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밤이 깊으면, 이선의 방에서는 두런두런 말소리가 새어 나왔다. 분명 이선 혼자 있는 방인데도,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여자의 가느다란 웃음소리가 섞여 들려오는 듯했다. 집안의 늙은 몸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련님이 실성이라도 하신 건가' 호기심을 참지 못한 몸종은 어느 날 밤, 몰래 이선의 방문에 다가가 뚫어진 창호지 구멍으로 안을 엿보았다. 방 안에는 이선이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맞은편 빈자리에도 술잔이 놓여 있었고, 그 잔이 저절로 비워지는 것이 아닌가! 이선은 허공을 향해 다정하게 속삭였다. "부인, 한 잔 더 받으시오. 오늘 밤은 달이 참 밝구려." 그러고는 마치 누군가의 뺨을 쓰다듬듯 허공에 손을 뻗었다. 몸종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때였다. 분명 방 안에는 이선 혼자인데도, 호롱불 그림자가 두 개로 나뉘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하나의 그림자는 이선의 것이 분명했으나, 다른 하나의 그림자는 가늘고 긴 여인의 형상이었다! 심지어 몸종은 이선이 그 여인의 그림자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듯한 기괴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림자 두 개가 하나로 겹쳐지며 격렬하게 일렁였고, 방 안에서는 이선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여인의 교태 섞인 신음소리가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그것은 분명, 남녀가 정을 통할 때 나는 소리였다! 몸종은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으며 뒷걸음질 쳤다. 방 안에서는 퀴퀴한 흙냄새와 함께, 죽은 옥영 아씨가 쓰던 그 난초 향기가 진하게 풍겨 나오고 있었다. '아씨의 혼령이다! 돌아가신 아씨의 혼령이 도련님의 양기를 빨아먹고 있어!' 몸종은 혼비백산하여 안방으로 달려가 이선의 부모에게 이 사실을 고했다.
※ 밝혀진 진실과 무당의 등장, 이별의 위기
몸종의 충격적인 보고를 들은 이선의 부모는 그날 밤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들이 슬픔을 이겨낸 것이 아니라, 죽은 며느리의 혼령에 단단히 홀려 양기를 빨리고 있었던 것이다. 노부부는 당장 아들의 방문을 두드렸다. "이선아! 이선아! 문 열어라! 어미 아비다!" 방 안에서 들려오던 기묘한 소리들, 남자의 거친 숨소리와 여자의 교태 섞인 신음소리가 뚝 그쳤다. 잠시 후, 이선이 옷깃을 여미며 문을 열고 나왔다. 그의 얼굴은 흥분으로 상기되어 있었으나, 뺨은 창백했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 밤중에" 이선의 아비는 다짜고짜 아들의 멱살을 잡고 방 안으로 밀치며 소리쳤다. "네 이놈!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냐! 죽은 아내의 혼을 불러들여 이 음란한 짓을 벌이다니! 네가 정녕 미쳤느냐!" 노모는 방 안에 진동하는 퀴퀴한 흙냄새와 짙은 난초 향기가 뒤섞인 기묘한 냄새에 코를 막고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아가, 이 어미가 모를 줄 알았더냐! 네 낯빛이 날로 창백해지고, 네 몸에서 산 사람의 냄새가 아니라 이 퀴퀴한 흙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그 요망한 것이 네 정기를 다 빨아가고 있구나!" 이선은 처음에는 완강히 발뺌하려 했으나, 노부부의 눈물 어린 추궁과 몸종의 구체적인 증언—허공에 술을 따르고, 두 개의 그림자가 엉켜 뒹굴며, 남녀가 정을 통하는 소리를 내었다는—앞에 결국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오히려 붉어진 눈으로 부모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맞습니다! 옥영은 매일 밤 저를 찾아옵니다. 저희는 살아생전과 다름없이 행복합니다! 귀신이면 어떻습니까! 음귀면 어떻습니까! 저는 옥영 없이는 단 하루도 숨을 쉴 수 없습니다. 그녀의 차가운 살결이라도, 그 얼음장 같은 몸이라도 만질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제 명을 내어놓을 것입니다! 제발 저희를 그냥 두십시오!" 아들의 광기 어린 집착에, 이선의 아비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노발대발했다. "이 미친놈! 산 자와 죽은 자가 어찌 한데 어울린단 말이냐! 그건 네 아내가 아니라, 네 양기를 빨아먹으려는 음귀(淫鬼)다! 이러다간 너마저 송장이 될 것이다!" 이선의 부모는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음 날 당장 용하기로 소문난 무당을 수소문해 집으로 불러들였다. 오색 깃발을 든 무당은 이선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킁킁거리더니 인상을 썼다. "이 집에 아주 지독한 음기(陰氣)가 서려 있구먼. 시집 못 가 죽은 처녀귀신보다 더 독한, 정(情)에 굶주린 귀신이야. 이 집 장남에게 단단히 붙었어. 어허, 밤마다 사내의 정기를 쪽쪽 빨아먹고 있구나. 사내의 몸이 이미 반쯤은 저승에 걸쳐있어! 저러다간 보름을 못 넘기고 말라죽겠어!" 무당은 당장 마당에 굿판을 벌였다. 징과 꽹과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무당은 신들린 듯 춤을 추기 시작했다. 돼지 피를 사방에 뿌리고, 뜨겁게 달군 작두에 신주(神酒)를 뿜어내며 기세를 올렸다. "이 잡귀야! 썩 물러가라! 어디 산 사람의 몸을 탐하느냐! 팥을 뿌리고 복숭아 나뭇가지로 후려칠 것이니, 당장 저승으로 꺼지지 못할까!" 이선은 부모에 의해 광에 갇힌 채, 밖에서 벌어지는 굿판 소리를 들으며 절규했다. "하지 마시오! 제발 옥영을 내버려 두시오!" 그날 밤, 굿판이 절정에 달했을 때. 옥영은 어김없이 이선을 찾아왔지만, 그녀의 형체는 촛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옥영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선에게 매달렸다. "서방님 저들이 저를 쫓아내려 해요 너무 아파요! 살이 타는 것 같아요! 저를 저를 데려가 주세요 서방님, 저와 함께 가요" 무당이 복숭아 나뭇가지로 이선의 방 문을 세차게 내리치자, 옥영은 비명을 지르며 연기처럼 흩어지려 했다. 이선은 피를 토하는 무당과 울부짖는 부모, 그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의 혼령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대로라면 아내를 영영 잃게 될 터. 아내 없는 이승은 그에게 지옥과 다름없었다. 이선은 광에 갇힌 자신을 원망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구석에 쥐를 잡기 위해 놓아둔 독초(毒草) 한 줌이 눈에 들어왔다. "옥영, 날 두고 가지 마시오! 당신 없는 이승은 나에게 의미가 없소.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그곳이 지옥이라도 함께 가겠소!" 이선은 부모가 광 문을 부수고 들어와 말릴 틈도 없이, 그 독초 한 줌을 그대로 입에 털어 넣고 삼켜버렸다. "이선아!" 부모의 절규가 방 안을 울렸으나, 이선은 검붉은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의 영혼이 서서히 몸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이것만이 이것만이 옥영과 함께하는 길이오!" 이선은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옥영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 염라대왕 앞에 서다, 저승에서의 재판
이선의 영혼이 육신을 완전히 벗어나자, 기다렸다는 듯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들이 방 안에 나타났다. 그들은 옥영의 혼령과 막 육신을 벗어난 이선의 영혼을 거친 쇠사슬로 묶었다. 옥영은 이선의 앞을 막아서며 애원했다. "이분은 아직 명이 다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제가 서방님을 유혹한 죄입니다. 제발 이분만은 돌려보내 주세요!" 그러나 저승사자는 얼음장처럼 냉혹했다. "법도는 법도다. 제 명에 죽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영혼은 중죄를 면치 못한다. 게다가 죽은 자가 산 자를 유혹하고, 산 자가 죽은 자를 탐했으니, 둘 다 염라대왕님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썩 따르지 못할까!" 두 사람의 영혼은 순식간에 쇠사슬에 묶여 어둡고 끝이 없는 길로 끌려갔다. 그 길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춥고 축축하며 끈적거리는, 절망 그 자체의 물질로 이루어진 길이었다. 사방에서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들은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화산지옥(火山地獄)을 지났다. 펄펄 끓는 용암 속에서 수많은 영혼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았다. 그 뜨거운 열기가 자신들의 영혼마저 태워버릴 듯했다. 곧이어 살을 에는 듯한 한빙지옥(寒氷地獄)을 지났다. 거대한 얼음 계곡에서, 영혼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얼어붙어 있었다. 이선은 옥영의 차가운 몸을 떠올렸으나, 이곳의 추위는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영혼의 핵심까지 얼려버리는 고통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염라대왕의 거대한 심판대 앞에 섰다. 옥좌에 앉은 염라대왕의 위엄은 하늘을 찔렀고, 양옆으로는 소머리(우두)와 말머리(마두)를 한 옥졸들이 불타는 눈으로 죄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염라대왕의 등 뒤에는 거대한 업경대(業鏡臺)가 빛나고 있었다. 그 거울에는 이선과 옥영이 이승에서 보냈던 가장 은밀한 순간들이 적나라하게 비치고 있었다. 살아생전 뜨겁게 사랑을 나누던 모습, 그리고 옥영이 죽은 후, 이선이 그녀의 차가운 몸을 끌어안고 정을 통하던 기이한 모습까지. 그들의 격렬한 애무와 뒤엉킨 육체의 그림자가 모든 저승의 관리들 앞에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염라대왕은 그 모습을 노려보며 천둥 같은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네 이놈들! 감히 이승과 저승의 법도를 어지럽힌 죄가 얼마나 큰지 아느냐! 음양(陰陽)의 조화는 하늘의 근본이거늘! 네놈 이선은 산 자의 몸으로 어찌 죽은 자의 음기를 탐하여 그 육신을 더럽혔으며, 네년 옥영은 썩어 문드러질 육신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어찌 산 자의 양기를 훔쳐 법도를 어지럽혔느냐! 너희가 나눈 그 음탕한 정(情)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무너뜨릴 뻔했노라!" 옥영이 두려움에 떨며 앞으로 나섰다. "대왕님! 모든 죄는 저에게 있습니다. 서방님을 너무나도 사모한 나머지, 차마 저승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서방님의 몸을 탐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저 그분의 따뜻한 숨결이, 저를 안아주시던 그 단단한 팔뚝이, 제 이름을 불러주시던 그 목소리가 그리웠을 뿐입니다. 그분을 다시 만질 수만 있다면, 제 영혼이 아홉 번 흩어져도 좋습니다. 부디 저에게만 벌을 내리시고, 제 서방님은 이승으로 돌려보내 주시옵소서." 그러자 이번에는 이선이 피 묻은 영혼의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외쳤다. "아닙니다, 대왕님! 죄는 저에게 있습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매일 밤 아내를 불렀습니다. 아내가 돌아왔을 때, 저는 그녀가 귀신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그녀를 품었습니다. 아내의 차가운 살결이라도 제게는 천상의 비단보다 더 귀했습니다! 아내의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으나, 저에게는 그 어떤 불꽃보다 뜨거웠습니다. 아내의 품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만 있다면, 제 남은 수명을 모두 거두어가셔도 좋습니다. 아내 없는 이승은 저에게 지옥과 같으니, 차라리 아내와 함께 저 불타는 지옥 불에 떨어지게 해 주십시오!" 염라대왕은 수천 년간 수많은 영혼을 심판해왔지만, 이처럼 죽음의 경계마저 넘어선 지독한 사랑(情炎)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염라대왕은 두 사람 사이에 묶인 '인연의 붉은 실'을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이 죽으면 그 실은 끊어지기 마련이건만, 이 두 사람의 실은 끊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단단하고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 실에서는 업경대에 비치던, 두 사람이 나눈 뜨거운 정념의 기운이 여전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염라대왕이 그 붉은 실에 손을 대자, 두 사람의 지독한 그리움과 육체적인 갈망이 전기에 감전된 듯 느껴져 염라대왕조차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이토록 지독한 인연이라니" 염라대왕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 염라대왕의 판결, 사랑이 죽음을 이기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염라대왕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너희의 사랑이 지극한 것은 알겠으나, 법도는 법도. 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엄연한 것이다. 네놈 이선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니 괘씸하고, 네년 옥영은 이승에 머물며 산 자를 홀렸으니 그 죄 또한 가볍지 않다." 두 사람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눈을 감았다. 그때, 염라대왕이 옆에 있던 판관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생사부(生死簿)를 가져오너라! 저 여인의 명이 정녕 다했는지 내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다!" 판관이 급히 거대한 두루마리를 펼쳐 옥영의 이름을 찾았다. 그는 한참을 더듬거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어 이상합니다. 경상도 안동의 옥영이라 분명 명이 다했다고 보고를 어?? 아니, 이럴 수가!" 판관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뢰었다. "대왕님! 큰일 났습니다! 여기 생사부를 보니, 본래 이 여인 옥영은 칠십 세까지, 40년을 더 살 운명이었습니다! 이름이 같은 안동의 다른 노파 옥영과 착각하여 저승사자가 실수로 잡아 온 것이옵니다!" 그 말에 염라대왕은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며 노발대발했다. "뭣이 어째! 이런 천인공노할 실수가! 당장 그 실수를 저지른 저승사자를 잡아들여라! 저놈의 두 눈을 뽑고 팔다리를 잘라,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이 우글거리는 무간지옥(無間地獄)에 처넣어라! 감히 나의 명부를 흐리다니!" 염라대왕은 거친 숨을 몰아쉬다,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심판대 아래 엎드린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흠 흠. 일이 이리 되었구나. 만약 네년이 이승에 머물며 남편의 정기를 탐하지 않고, 네놈이 아내를 그토록 애타게 부르며 죽은 아내의 살을 탐하지 않았다면, 이 중대한 실수는 영영 묻힐 뻔했구나. 너희의 지극한 사랑이, 그 지독한 정념이 하늘의 실수를 바로잡은 것이다." 염라대왕은 옥좌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말했다. "너희의 사랑(情)이 죽음의 법도를 이겼다. 너희가 저지른 음양의 문란은 본디 큰 죄이나, 그 죄가 아니었다면 저승의 큰 실수를 바로잡지 못했을 것이다. 너희의 지독한 사랑이, 그 살을 맞대고 정을 나눈 그 뜨거움이, 이 차가운 저승의 법도를 녹인 게로구나. 내가 너희 두 사람을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옥영, 너는 남은 40년의 명을 남편과 함께 살고, 이선, 너는 아내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며 남은 생을 다하라. 이선, 너는 아내를 그리워한 나머지 죽은 자의 살을 탐하였으니, 이승으로 돌아가 그 빚을 너의 뜨거운 양기로 갚도록 하라. 옥영, 너는 남편의 양기를 탐하였으니, 돌아가 너의 따뜻한 몸으로 그에게 백배 천배 갚아주거라. 가서 너희가 못다 이룬 사랑을 마저 나누고, 자식도 많이 낳아 가문을 번창시키거라. 너희의 뜨거운 정이 이 저승까지 뒤흔들었으니, 이승에서는 오죽하겠느냐. 어서 돌아가 서로의 살을 부대끼며 백년해로하거라!" 염라대왕이 손을 휘젓자, 거대한 빛이 두 사람의 영혼을 감쌌다. 그 빛은 지옥으로 올 때의 어둠과는 비교도 안 되게 따뜻했다. 이선은 영혼을 갉아먹던 독초의 기운이 사라지는 것을, 옥영은 자신의 영혼에 다시 따뜻한 피가 도는 것을 느꼈다. "서방님!" "부인!"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았고, 눈을 떠보니 자신들의 방 안이었다. 이선은 독초를 마시고 쓰러졌던 바로 그 자리에 누워 있었고, 그의 곁에는 싸늘한 시신이었던 옥영이 누워 있었다. 이선은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몸을 만져보았다. 살아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아내의 뺨에 손을 대보았다. "아!" 얼음장 같던 아내의 뺨에 따뜻한 온기가 돌고 있었다. 옥영이 천천히 가느다란 신음을 내며 눈을 떴다. "서방님 저희 살아난 건가요?" 옥영의 피부는 창백한 빛을 잃고 복숭아 빛으로 물들어 있었으며, 그녀의 몸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옥영! 옥영!" 이선은 살아 돌아온 아내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내의 얼굴을 붙잡고, 마치 며칠을 굶주린 사람처럼 그 따뜻한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아내의 입술에서, 뺨에서, 목덜미에서 전해져 오는 생명의 온기에 그는 전율했다. "아 따뜻하오 당신의 입술이 당신의 몸이!" 아들의 방에서 곡소리가 나던 부모와 무당이 놀라 뛰어 들어왔다가, 두 눈을 의심했다. 죽었던 며느리가 버젓이 살아나 남편과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던 것이다. 방 안을 가득 채웠던 지독한 음기와 흙냄새는 온데간데없고, 두 남녀의 뜨거운 사랑의 기운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기적 같은 일은 순식간에 온 마을에 퍼져나갔고, 이선과 옥영은 염라대왕도 인정한 잉꼬부부로 불리게 되었다. 두 사람은 염라대왕의 명대로, 이후 40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서로를 뜨겁게 아끼고 사랑하며, 슬하에 옥동자 셋을 두고 백년해로했다고 전해진다.
유튜브 엔딩멘트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죽음마저 갈라놓지 못한 이선과 옥영 부부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인정한 염라대왕의 이야기는 『전등록』에 실려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의 힘은 때로 하늘의 법도와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설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르신들의 마음에도 이들의 따뜻한 사랑이 깊은 울림으로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잊지 마시고, 주변 분들에게도 널리 '공유'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이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다음에도 더욱 재미있고 유익한 옛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