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의 복수 금지 계약 , 저승에서도 복수를 외친 사내 『해동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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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내외)
"저승에서조차 복수심을 버리지 못한 한 남자의 영혼이 염라대왕 앞에 섰습니다. '평생 날 괴롭힌 그자를 저승에서라도 벌해주십시오!' 하지만 염라대왕의 답변은 놀라웠습니다. '네 원수를 벌하는 대신, 너를 다시 세상에 보내 그보다 백 배 더 잘살게 해주겠다. 단, 평생 복수는 금지다!' 과연 이 기묘한 계약의 결말은? 조선시대 『해동야화』에 전해지는, 복수보다 더 통쾌한 역전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시대 야담집 『해동야화』에 실린 염라대왕의 지혜로운 재판 이야기입니다. 평생 원수에게 시달리다 죽은 한 선비의 영혼이 저승에서도 복수를 외쳤지만, 염라대왕은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복수 대신 환생하여 원수보다 더 큰 복을 누리게 해주겠다는 것. 과연 이 계약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요? 복수보다 더 달콤한 성공의 이야기, 그리고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교훈을 만나보세요. 어르신들께서 좋아하실 재미와 감동이 가득한 이야기입니다.
※ 억울한 죽음과 저승행
조선 중종 때의 일입니다. 한양 북촌에 김생이라는 가난한 선비가 살았습니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혼자 힘으로 글을 익힌 그는 마음씨만큼은 여느 양반 못지않았지만, 세상은 그를 호락호락 대해주지 않았습니다.
특히 같은 동네에 사는 박진사라는 자가 김생의 평생 원수였습니다. 박진사는 본래 김생의 집안과 먼 친척 관계였는데, 김생의 부모가 돌아가신 뒤 그 땅문서를 가로챈 자였습니다. 어린 김생이 항의해봤자 소용없었습니다. 박진사는 관아에 돈을 쓰고 거짓 증인까지 내세워 땅을 모두 차지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김생의 고난이 시작되었습니다. 집을 잃고 남의 집 사랑채 귀퉁이에 얹혀살면서도 글공부를 놓지 않았지만, 과거시험 때마다 박진사가 방해를 했습니다. 시험관에게 뇌물을 주어 김생을 떨어뜨리게 하기도 하고, 허위 소문을 퍼뜨려 김생의 명예를 더럽히기도 했습니다.
"네놈이 감히 과거에 급제하여 나보다 높은 벼슬을 하겠다고? 꿈도 꾸지 마라!" 박진사는 술자리에서 늘 이렇게 말하고 다녔습니다.
김생은 몇 번이나 박진사를 관아에 고소하려 했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박진사의 벽은 너무나 높았습니다. 오히려 무고죄로 곤장을 맞을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억울함과 분노가 쌓이고 쌓여, 김생의 가슴속에는 검은 한恨이 맺혀갔습니다.
세월이 흘러 사십 줄에 접어든 김생은 끝내 병을 얻었습니다. 가난과 설움, 그리고 무엇보다 끓어오르는 복수심이 그의 몸을 좀먹었던 것입니다. 누런 얼굴로 누워 있으면서도 그의 입에서는 박진사를 저주하는 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늘이시여, 왜 저런 악인은 벌하지 않으십니까? 제가 죽어서라도, 저승에서라도 그자를 벌하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한恨을 품은 채, 김생은 마흔두 살의 나이에 쓸쓸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습니다. 동네 사람 몇이 그를 불쌍히 여겨 산기슭에 묻어주었을 뿐입니다.
김생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어둑한 길 위에 서 있었습니다. 사방이 안개로 자욱했고, 어디선가 구슬픈 곡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제야 자신이 죽었음을 깨달은 김생은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그래, 이제 저승이로구나. 좋아, 이제야말로 염라대왕께 박진사의 악행을 낱낱이 고해 바칠 수 있겠구나!"
저승사자 둘이 나타나 김생을 인도했습니다. 거대한 문 너머로 어마어마한 건물들이 보였고, 수많은 영혼들이 줄지어 심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염라대왕 앞의 재판정
드디어 김생의 차례가 왔습니다. 거대한 전각 안으로 들어서자, 높은 단 위에 위엄 있는 모습의 염라대왕이 앉아 계셨습니다. 그 얼굴은 엄숙하면서도 자비로워 보였고, 두 눈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습니다. 그 옆에는 수많은 관리들과 기록을 맡은 판관들이 도열해 있었습니다. 좌우에는 커다란 거울이 걸려 있었는데, 그 거울에는 사람의 일생이 고스란히 비친다는 업경대業鏡臺였습니다.
염라대왕이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한양 북촌에 살던 선비 김생, 네가 그 자냐?" 그 목소리는 천둥처럼 웅장했지만 동시에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러하옵니다, 대왕마마!" 김생은 힘차게 대답하며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복수심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판관이 장부를 펼쳐 김생의 일생을 낭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일, 박진사에게 땅을 빼앗긴 일, 과거시험에서 계속 낙방한 일들이 하나하나 읽혀졌습니다. 또한 가난 속에서도 남을 돕고 정직하게 살려 애쓴 일들도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굶주린 아이에게 자신의 마지막 밥을 나눠준 일, 억울한 사람을 변호해준 일, 노인을 업고 강을 건넌 일 등 작은 선행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염라대왕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일생을 보니, 큰 죄는 없구나.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 흔적도 보인다. 다만 마음속에 원한이 너무 깊어 그것이 독이 되어 네 명을 재촉했구나." 염라대왕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습니다.
김생이 벌떡 무릎을 세우며 외쳤습니다. "대왕마마! 소인의 원한을 들어주십시오! 박진사라는 자가 소인의 재산을 가로채고, 평생 저를 괴롭혔사옵니다. 과거시험마다 방해하고, 소인을 모함하고, 심지어 괴한을 보내 해치려 하기까지 했습니다. 저승에서만큼은 공정한 심판이 있을 줄 믿었사옵니다. 제발 그자를 벌해주십시오!" 김생의 목소리는 절박함과 분노로 떨렸습니다.
염라대왕은 잠시 침묵하더니 판관에게 명했습니다. "박진사의 명부를 가져오너라."
잠시 후 판관이 다른 장부를 펼쳐 읽었습니다. 박진사는 아직 살아 있었고, 그의 악행들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김생의 땅을 속여 빼앗은 일, 과거시험을 방해한 일, 관리들에게 뇌물을 바친 일, 가난한 소작인들을 착취한 일, 세금을 속여 낸 일, 심지어 이웃의 땅을 억지로 빼앗아 노름빚을 갚은 일까지 낱낱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악행의 목록은 끝이 없어 보였습니다.
"보십시오, 대왕마마! 저자는 악인 중의 악인이옵니다! 당장 저승으로 불러들여 벌을 내려주십시오!" 김생의 목소리는 더욱 절박해졌습니다. 주먹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그러나 염라대왕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김생아, 박진사는 아직 양세陽世에 살아 있다. 그의 명줄이 다하지 않았으니, 내가 함부로 불러올 수는 없는 일이다. 저승의 법도가 그러하니라. 아무리 악인이라도 그의 수명이 남아 있으면 기다려야 한다."
"그럼 그자의 명줄을 당겨주십시오! 하루라도 빨리 이곳으로 불러 벌을 받게 해주십시오! 제 땅을 돌려받게 해주십시오!" 김생이 애타게 청했습니다. 거의 울부짖는 것 같았습니다.
염라대왕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그것도 할 수 없다. 각자의 수명은 하늘이 정한 것이니, 염라대왕인 나라도 함부로 바꿀 수 없느니라. 만약 내가 그런 권한을 휘두른다면 저승의 질서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김생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럼, 그럼 제 이 원한은 어찌하오리까? 평생 쌓인 이 한恨을 어찌 풀라는 말씀이십니까? 저승에 와서도 정의가 없단 말씀이십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절망감이 가득했습니다.
저승에서 일하는 관리들은 무수히 많은 억울한 영혼들을 보아왔지만, 김생처럼 평생을 원한 속에서 산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때 염라대왕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김생아, 내게 한 가지 묘안이 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박진사를 벌하지는 못하지만, 네게 더 좋은 것을 줄 수 있다."
"더 좋은 것이라 하시면?" 김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눈물로 흐려진 눈을 깜빡이며 염라대왕을 쳐다보았습니다.
"너를 다시 인간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마. 그것도 박진사보다 훨씬 더 좋은 집안에, 훨씬 더 좋은 운명을 가지고 말이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높은 벼슬에 올라, 네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모든 것을 이루게 해주겠다. 어떠냐?" 염라대왕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습니다.
환생이라니! 그것도 부귀영화를 누린다니! 하지만 곧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정말이옵니까? 하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입니까? 박진사가 벌을 받지 않는다면... 제 한은 여전히 남는 것 아니겠습니까?"
※ 복수 금지 계약 체결
염라대왕이 손을 들어 김생의 말을 막았습니다. "잠깐, 내 말을 끝까지 들어보거라. 김생아, 내가 너를 박진사보다 더 잘살게 해주면, 그것이 곧 네 복수가 아니겠느냐? 생각해보아라. 네가 높은 벼슬에 올라 권세를 누리고, 박진사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비루하게 살아간다면, 네가 더 통쾌하지 않겠느냐? 복수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느니라. 직접 해를 입히는 것만이 복수가 아니다."
김생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염라대왕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직접 복수하는 것만큼 통쾌하지는 않지만, 원수보다 훨씬 더 잘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복수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박진사가 자신의 성공을 보며 이를 갈게 만드는 것도 복수의 한 방법이 아닐까요?
"하지만..." 김생이 여전히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다시 태어나서 박진사를 만나게 되면, 그때는 제가 직접 복수해도 되는 것이옵니까? 그자의 재산을 빼앗고, 관직에서 쫓아내고, 곤욕을 주어도 되겠습니까?"
염라대왕의 표정이 단번에 엄숙해졌습니다. 미소가 사라지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네게 걸 조건이다, 김생아. 내가 너를 다시 태어나게 하고 큰 복을 주는 대신, 너는 평생 박진사에게 복수해서는 안 된다. 그를 해치거나, 그의 재산을 빼앗거나, 그 어떤 방법으로도 직접적인 복수를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조건이니라. 이것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
"예?" 김생이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복수를 금지하신다고요? 그럼 제 이 끓어오르는 한을 어찌 풀라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너무 가혹하신 것 아닙니까?" 김생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염라대왕이 손가락으로 김생을 가리키며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김생아, 네 한의 진짜 원인이 무엇이냐? 박진사가 너를 괴롭힌 것 때문이 아니라, 네가 가난하고 힘이 없어서 그를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네가 그보다 강해지면 되는 것이다. 부자가 되고, 권력을 얻고, 높은 지위에 오르면, 그 자체로 네 한은 풀리지 않겠느냐? 복수는 또 다른 한을 낳을 뿐이다."
주위의 판관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일었습니다. 저승에서 일하는 관리들은 무수히 많은 복수극을 보아왔습니다. 복수는 끝없는 악순환을 만들어낼 뿐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의 제안은 과연 지혜로운 것이었습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한恨은 끝없이 이어지는 법입니다. 하지만 복수 대신 성공으로 한을 푼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었습니다.
김생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가슴속에서는 여전히 박진사를 직접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 들끓었습니다. 그의 얼굴을 때리고, 그의 재산을 빼앗고, 그를 무릎 꿇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염라대왕의 제안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모든 것을 이루고, 박진사가 부러워 죽을 만큼 잘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더 큰 복수일 수도 있었습니다.
"대왕마마..." 김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정말로 박진사보다 더 큰 복을 주시겠습니까? 그것도 훨씬 더요? 그자가 평생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제가 가질 수 있겠습니까?"
염라대왕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다. 내가 염라대왕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노라. 너는 양반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과거에 급제하고, 삼정승의 자리까지 오를 것이다. 재물도 넉넉하고, 자식도 훌륭하게 둘 것이다. 박진사가 평생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을 네가 가질 것이다. 이것은 내가 보장한다."
김생의 숨이 거칠어졌습니다. 삼정승이라니! 조선 최고의 권력자 자리가 아닙니까?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중 하나라는 말입니다. 그것이면 정말로 박진사 따위는 발밑에도 못 미칠 것입니다. 김생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염라대왕이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엄중해졌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복수해서는 안 된다. 만약 네가 이 약속을 어기고 박진사에게 해를 입힌다면, 너는 그 즉시 모든 복을 잃고 저승으로 돌아와 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알겠느냐? 이것은 매우 중요한 약속이니라."
김생은 길게 심호흡을 했습니다. 결정의 순간이었습니다. 복수를 포기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복수심으로 살아왔는데, 그것을 내려놓으라니요. 하지만 더 큰 성공을 얻는 것, 그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었습니다.
"좋습니다!" 마침내 김생이 결심한 듯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대왕마마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제가 박진사에게 직접 복수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오니, 약속하신 복을 주십시오! 삼정승의 자리, 부귀영화, 모든 것을 주십시오!"
염라대왕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좋다, 현명한 선택이다. 그럼 이제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라. 이것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속이니라."
판관이 커다란 두루마리를 펼쳤습니다. 거기에는 방금 나눈 대화의 내용이 한자로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김생이 환생하여 큰 복을 받는 대신, 평생 박진사에게 복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위반 시 즉각 저승으로 소환되어 벌을 받는다는 조항도 명확히 적혀 있었습니다.
김생은 떨리는 손으로 붓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적고 손도장을 찍었습니다. 붉은 손도장이 하얀 종이에 선명하게 찍혔습니다. 염라대왕도 거대한 옥새를 찍었습니다. 옥새에는 '염라대왕지인'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새로운 삶을 향한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환생과 신분 상승
"으앙! 으앙!" 아기의 울음소리가 한양 남산 아래 큰 기와집에 울려 퍼졌습니다. 좌의정을 지낸 윤대감의 저택에서 대를 이을 귀한 아들이 태어난 것입니다. 이 아이가 바로 다시 태어난 김생이었습니다.
그는 윤 공자라는 이름을 받고 귀하게 자랐습니다. 어려서부터 영특하기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전생의 기억은 희미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만큼은 남달랐습니다. 다섯 살에 천자문을 떼고, 열 살에 사서삼경을 줄줄 읽었습니다.
아버지 윤대감은 아들이 대견해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이놈이 장차 우리 가문을 더욱 빛낼 것이다!"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윤 공자는 쑥쑥 자랐습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봄, 윤 공자는 과거시험에 응시했습니다. 수많은 선비들이 모인 시험장에서 그는 단연 돋보였습니다. 문장은 화려하면서도 뜻이 깊었고, 경전에 대한 이해도 탁월했습니다. 당연히 장원급제를 했습니다.
"윤 공자 장원급제!" 방이 붙자 온 동네가 떠들썩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윤 공자는 조정의 관리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낮은 벼슬이었지만, 그의 능력은 금세 인정받았습니다. 임금께서도 그를 총애하셨습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 벌써 정삼품 당상관에 올랐고, 서른다섯에는 판서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의 집은 날마다 방문객들로 붐볐습니다. 재물도 넘쳐났습니다. 논밭이 수백 마지기요, 하인만 해도 수십 명이었습니다.
혼인도 잘했습니다. 명문가의 딸과 결혼하여 슬하에 삼 남매를 두었는데, 자식들도 하나같이 영특했습니다. 윤 공자의 인생은 그야말로 승승장구였습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고, 임금께서도 큰 일이 있으면 그의 의견을 물으셨습니다.
마흔이 되던 해, 드디어 그는 우의정에 올랐습니다. 삼정승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염라대왕의 약속이 정확히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윤 공자는 종종 자신의 이 놀라운 운명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가끔씩 꿈속에서 저승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르곤 했습니다. 염라대왕의 얼굴, 계약서, 그리고 어떤 조건이 있었다는 것까지는 어렴풋이 기억났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는 선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신이 이 모든 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확신만은 분명했습니다.
그의 명성은 온 나라에 퍼졌습니다. "윤 의정은 청렴하고 공정하며, 백성을 사랑하는 훌륭한 관리다!" 사람들은 그를 칭송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지 않았고, 억울한 사람들의 편에 섰습니다. 어쩌면 전생에서 당한 억울함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세월이 흘러 윤 공자, 이제는 윤 의정이 마흔다섯이 되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임금께서 지방 순시를 나서기로 하셨고, 윤 의정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일행은 경기도와 강원도를 거쳐 각 고을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양에서 북쪽으로 이틀 거리에 있는 작은 고을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지역 양반들이 임금을 배알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윤 의정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양반들 무리 속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이 육십 정도 되어 보이는 초라한 옷차림의 양반이었습니다. 그 순간 윤 의정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기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박진사! 전생의 원수, 박진사가 아닌가!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알아봤는지 자신도 신기했지만, 분명했습니다. 저 사람이 자신을 평생 괴롭혔던 그 박진사였습니다.
윤 의정은 몰래 측근에게 물었습니다. "저기 저 양반은 누구인가?" 측근이 수소문해서 돌아와 대답했습니다. "박씨 성을 가진 몰락한 양반이라고 합니다. 한때는 재산이 좀 있었다는데, 자식이 방탕하여 재산을 탕진하고 지금은 근근이 살아간다고 하옵니다."
자신은 지금 나라의 이인자 자리에 있고, 원수는 저렇게 초라하게 늙어가고 있었습니다. 염라대왕의 약속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 우연한 재회와 갈등
순시가 끝난 후, 윤 의정은 말에서 내려 주막에 잠시 들렀습니다. 목도 마르고 해서 차 한 잔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막 구석에 바로 그 박진사가 앉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박진사는 윤 의정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당연했습니다. 지금의 윤 의정은 전생의 가난한 김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으니까요. 화려한 관복을 입고 당당한 모습의 대신이었습니다.
윤 의정은 슬쩍 박진사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박진사는 탁한 막걸리 한 사발을 앞에 놓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에휴, 세상이 왜 이 모양인가. 예전엔 그래도 쓸 만했는데, 이제는 이 꼴이라니..."
윤 의정이 조용히 물었습니다. "어르신, 무슨 걱정이 그리 많으십니까?"
박진사가 고개를 들어 윤 의정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 절을 했습니다. "아, 아니, 대감마님! 소인이 대감마님인 줄도 모르고 실례를 했습니다!"
"아니오, 괜찮소. 그저 궁금해서 물었을 뿐이오." 윤 의정이 손을 저었습니다.
박진사는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은 소인이 한때는 이 고을에서 제법 알아주는 양반이었습니다. 땅도 많이 있었고, 재산도 좀 있었지요. 그런데 자식 농사를 잘못 지어서..." 그는 한숨을 깊이 쉬었습니다. "아들놈이 한양에 올라가 놀음과 기생에 빠져 재산을 다 날렸습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곤 이 낡은 초가집 한 채뿐입니다."
윤 의정은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하늘의 이치는 정확하구나. 남의 재산을 부정하게 빼앗은 자는 결국 자기 재산도 잃게 되는구나.'
박진사는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그래도 소인이 젊었을 때는 꽤 힘도 있었습니다. 관아에도 아는 사람이 많았고, 과거 보는 선비들 중에서도 소인 말 한마디면 떨어뜨릴 수 있었지요. 허허..."
그 말을 듣는 순간, 윤 의정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저놈이 바로 자신의 전생을 망친 장본인이었습니다. 저놈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습니까? 땅을 빼앗기고, 과거에서 떨어지고, 결국 병들어 죽지 않았습니까?
윤 의정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지금 자신은 우의정입니다. 한마디만 하면 저 박진사를 관아에 잡아넣을 수도 있었습니다. 과거의 부정 비리를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재산을 몰수하고 귀양을 보낼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 이제야말로 복수할 때다! 저놈을 벌해야 한다!' 윤 의정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머릿속에서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저승에서 염라대왕과 나눈 대화, 그리고 계약의 내용이었습니다. '절대로 복수해서는 안 된다. 만약 복수하면 모든 복을 잃고 저승으로 돌아가 벌을 받게 된다!'
윤 의정은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이 지금 누리는 이 모든 것은 복수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받은 것이었습니다. 만약 지금 박진사에게 복수한다면, 삼정승의 자리도, 재산도, 명예도,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저놈은 벌을 받아야 해!' 내면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싸웠습니다. 한쪽은 복수를 외쳤고, 다른 한쪽은 참으라고 말했습니다.
박진사는 윤 의정이 말없이 서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대감마님, 혹시 소인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윤 의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깊게 심호흡을 했습니다.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당장의 복수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누린 이 모든 복을 지킬 것인가?
"아니오..." 윤 의정이 간신히 말을 꺼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오. 그저... 어르신의 사정이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오."
그리고는 품에서 은자 몇 냥을 꺼내 박진사에게 건넸습니다. "이걸로 당분간 끼니나 해결하시오."
박진사가 감격해하며 받았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대감마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윤 의정은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서서 빠르게 주막을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수행원이 놀라 달려왔습니다.
"대감마님, 괜찮으십니까?"
"아, 아니다. 괜찮다. 그냥 잠시 어지러웠을 뿐이다." 윤 의정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날 밤, 윤 의정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박진사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복수하고 싶은 욕망과 염라대왕과의 약속 사이에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 계약의 완성과 교훈
그로부터 며칠 후, 윤 의정은 한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습니다. 박진사를 다시 만난 일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 윤 의정은 서재에 홀로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촛불이 흔들리고, 밖에서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는 자신의 일생을 돌이켜보았습니다.
전생에서는 가난하고 억울하게 살다가 일찍 죽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어떻습니까? 최고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장원급제를 하고, 우의정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재산도 명예도 가족도 모두 완벽했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아직도 박진사 때문에 괴로워하는가?' 윤 의정은 자문했습니다. '저자는 이미 몰락했다. 재산도 잃고 초라하게 늙어가고 있다. 반면 나는 이렇게 높은 자리에 있다. 이것이 곧 복수가 아닌가?'
문득 염라대왕의 말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네가 그보다 훨씬 더 잘살면, 그것이 곧 복수가 아니겠느냐?" 그제야 윤 의정은 깨달았습니다. 염라대왕은 처음부터 가장 현명한 복수 방법을 알려준 것이었습니다.
직접 박진사를 해치는 것은 일시적인 쾌감을 줄 뿐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성공하여 당당하게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였습니다. 게다가 만약 박진사가 지금의 윤 의정이 전생의 김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충격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윤 의정은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참으로 지혜롭구나. 나에게 복수를 금지시킨 것은 나를 위한 것이었어. 만약 내가 박진사에게 복수했다면, 나 자신도 원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윤 의정은 개운한 마음으로 일어났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가슴을 짓눌렀던 돌덩이가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그는 결심했습니다. 박진사를 완전히 잊기로. 아니, 잊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기로.
조정에 나가 임금을 뵙고,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논의했습니다. 억울한 백성들의 상소를 읽고 그들을 도왔습니다. 자신이 전생에 겪었던 억울함을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도록 힘썼습니다.
세월이 흘러 윤 의정은 오십이 되었습니다. 그해 봄, 마침내 좌의정에 올랐습니다. 조선의 최고 권력자 중 한 명이 된 것입니다. 염라대왕의 약속은 완벽하게 지켜졌습니다.
어느 날, 한 신하가 윤 의정에게 물었습니다. "대감마님께서는 평생 한 번도 권력을 남용하신 적이 없고, 늘 공정하게 처신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
윤 의정이 잠시 미소를 지었습니다. "글쎄요. 내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복수보다는 성공이 더 달콤하다는 것이오. 누군가를 미워하고 복수하는 데 힘을 쏟느니, 그 힘으로 나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올리는 것이 훨씬 낫소이다."
그날 밤, 윤 의정은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염라대왕이 나타났습니다. 염라대왕은 흡족한 표情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잘했다, 김생. 아니, 윤 의정이라 불러야겠구나. 너는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켰다. 복수를 참고 더 높이 올랐구나. 이제 알겠느냐? 내가 왜 그런 조건을 달았는지?"
윤 의정이 꿈속에서 대답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대왕마마. 복수는 한을 풀어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한을 키울 뿐이지요. 진짜 한을 풀려면 성공해야 합니다. 당당하게, 떳떳하게, 원수보다 훨씬 더 잘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복수이자 동시에 복수를 넘어서는 길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이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래, 바로 그것이다. 너는 이제 진정으로 자유로워졌다. 박진사라는 사람에게서, 그리고 복수심이라는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네 남은 인생도 복되게 살거라."
윤 의정이 꿈에서 깨어났을 때, 밖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창문을 열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공기가 참으로 상쾌했습니다.
그 후로 윤 의정은 더욱 훌륭한 정승으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백성들은 그를 청백리라 불렀고, 역사책에도 그의 이름이 기록되었습니다. 반면 박진사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으로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후세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전하며 말했습니다. "복수는 복수를 낳지만, 성공은 진정한 해방을 가져온다. 원수를 미워하는 것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낫고, 원수를 끌어내리는 것보다 자신을 더 높이 올리는 것이 낫다. 이것이 염라대왕이 김생에게, 아니 우리 모두에게 가르쳐준 삶의 지혜이니라."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조선시대 『해동야화』에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줍니다. 복수는 달콤해 보이지만 결국 우리 자신을 더 괴롭게 만들 뿐입니다. 반면 성공하여 당당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수이자 해방입니다.
염라대왕의 지혜처럼, 우리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복수하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더 높이 올리는 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우리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오늘도 이 이야기를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도 잊지 마시고요.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