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의 비밀 재판소, 지옥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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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조선 한양, 억울한 죽음을 맞은 자들의 원혼이 머무는 저승길이 열리는 밤. 염라대왕이 인간 세상에 비밀 재판소를 세우고 악인들의 영혼을 심판한다. 죽은 후에도 원한을 품고 떠돌던 영혼들의 처절한 증언과 악행을 저지른 자들의 공포에 찬 심판의 현장. 저승의 문이 열리고, 살아생전 지은 악행의 대가를 치르는 지옥의 심판이 시작된다.
후킹멘트
"한양 깊은 밤, 누군가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것은 산 자의 소리가 아니었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떠돌던 그 날 밤, 하늘이 열리고 땅이 갈라지며 염라대왕이 인간 세상에 나타났다.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 그곳에서, 살아생전 지은 악행의 대가를 치르는 무시무시한 재판이 열렸다. 오늘 밤, 귀에 속삭이는 저승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당신도 모르게 지은 죄가 있다면, 언젠가 염라대왕의 재판정에 서게 될지도 모르니..."
※ 원한의 밤, 억울한 죽음을 맞은 원혼들이 한양 거리를 떠도는 한밤중
한양의 밤, 칠흑 같은 어둠이 거리를 감싸고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세상은 그림자의 왕국이 되었다. 개도 짖지 않고 바람조차 숨을 죽인 그 밤, 삐걱거리는 대문 소리만이 적막을 가르며 음산하게 울렸다.
밤이 깊어갈수록 마을 어귀에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 안개는 보통의 안개와 달랐다. 차갑고 음습한 기운을 품고 있었으며, 그 속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울음소리가 마을 사람들의 잠을 설치게 했다.
"들리지 않소? 저 울음소리..." 잠에서 깬 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아내를 깨웠다.
"영감, 또 헛것을 보시는 겁니다. 어서 주무세요." 노파가 대답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도 불안함이 묻어났다.
그때였다. 마을 어귀의 안개 속에서 하얀 형체가 나타났다. 소복 차림의 여인,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 눈에서는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뒤로 또 다른 형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목이 잘린 사내,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노인, 물에 젖은 듯 옷자락을 흘리는 어린아이까지.
"오늘이... 그날이구나." 마을의 무당 할머니가 빗장을 걸고 문 앞에 부적을 붙였다. "십 년에 한 번,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이 모여드는 원한의 밤이 왔어."
마을 전체가 숨죽인 그 순간, 저 멀리서 징소리가 울려 퍼졌다. 삼경을 알리는 종소리와는 달랐다. 더 깊고, 더 무겁고, 마치 저승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소리였다.
"염라대왕의 부름이다." 무당 할머니의 입에서 떨리는 말이 새어 나왔다.
안개 속의 형체들이 그 소리에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움직임은 이제 더 이상 방황하는 듯하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양 외곽,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관아 건물. 그곳은 십 년 전 큰 화재로 모두가 떠나간 곳이었다. 불에 탄 기둥과 무너진 담벼락만이 남아 있는 그곳에 원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저기 가면 안 돼... 돌아와..." 어느 어머니가 하얀 소복의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 손은 허공을 헤집을 뿐이었다.
안개 속 백여 명의 원혼들이 폐관아로 모여들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한결같이 원한과 슬픔, 그리고 기다림이 깃들어 있었다. 살아생전 억울하게 죽은 자들, 누군가의 악행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 그들은 모두 이 밤을 기다려왔다.
관아 안, 불타 무너진 대청마루가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한 푸른빛이었으나, 점점 강렬해져 마침내 눈이 부실 정도의 광채를 내뿜었다. 그 빛 속에서 무언가가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거대한 재판대, 붉은 비단으로 덮인 높은 의자, 그리고 책들이 쌓인 탁자까지. 허공에서 저승의 재판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염라대왕의 비밀 재판소가 열렸다." 마을의 무당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 살아있는 악인들이 심판받을 것이다."
그 순간, 관아 앞을 지나던 젊은 선비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불타 버린 관아가 마치 새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호기심에 한 발을 들여놓은 그는 곧 자신이 백여 개의 창백한 얼굴들에 둘러싸여 있음을 깨달았다.
"살아있는 자가 여기에?" 원혼 하나가 그를 향해 다가왔다.
"아... 아니, 나는 그저..." 선비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좋은 때에 왔다, 살아있는 자여." 깊고 무거운 목소리가 관아 안에서 울려 퍼졌다. "오늘 밤 벌어질 심판의 증인이 되어라."
선비는 차마 뒤돌아보지 못했다. 그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기운이 그를 꼼짝 못하게 했다. 저승의 왕, 염라대왕이 인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저승문의 개방, 염라대왕이 인간 세상에 비밀 재판소를 여는 순간
관아 안에 모인 원혼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의 창백한 얼굴에는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했다. 오랜 세월 이 순간을 기다려왔지만, 저승의 왕 앞에 선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십 년에 한 번, 망자와 산 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오늘 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관아를 진동시켰다.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여, 그대들의 원한을 들어주기 위해 이 자리에 왔노라."
염라대왕의 모습은 선비의 눈에도 보였다. 사람의 형상이되, 일반 인간보다 두 배는 큰 키에 검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붉은빛을 띠었고, 눈에서는 푸른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생사부(生死簿)라 적힌 거대한 책이 들려 있었다.
"오늘 밤, 이 비밀 재판소에서 그대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들을 심판하리라." 염라대왕이 생사부를 펼쳤다. "그들이 살아있든, 죽었든, 이 자리로 불러들여 그 죄값을 치르게 하겠노라."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관아의 바닥이 갈라지며 붉은 빛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마치 땅속 깊은 곳에서 지옥의 문이 열린 것 같았다. 열기와 함께 올라오는 신음 소리에 선비는 온몸을 떨었다.
"저승문이 열렸다." 염라대왕이 손을 들어올렸다. "이제 첫 번째 심판 대상을 불러들이겠노라."
그가 생사부의 한 페이지를 가리키자, 그 이름이 붉은 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조학도, 한양 포도청의 포도대장. 그의 탐욕과 잔혹함으로 스물셋 명의 무고한 영혼이 저승길을 헤매고 있다."
선비는 그 이름을 듣자 숨을 들이켰다. 조학도는 현재 한양에서 가장 권세 있는 포도대장 중 하나였다. 그의 잔혹함은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 누구도 감히 그를 직접 고발할 수 없었다.
"저승사자들아, 그를 이 자리로 데려오라." 염라대왕의 명령에 네 명의 검은 갑옷을 입은 사자가 나타났다. 그들의 얼굴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고, 손에는 죽은 자의 영혼을 붙잡는 쇠사슬을 들고 있었다.
저승사자들이 지옥문으로 들어가자, 관아는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원혼들은 숨죽인 채 기다렸고, 선비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잠시 후, 저승사자들이 한 남자를 끌고 지옥문에서 나타났다. 그는 포도대장의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감히 나를 납치해!" 포도대장이 소리쳤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조학도." 염라대왕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대는 오늘 밤, 그대의 악행으로 인해 죽음을 맞은 이들 앞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다."
포도대장은 그제야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창백한 얼굴들을 보았다. 그중 몇몇은 그가 분명히 알아보는 얼굴들이었다. 그의 명령으로 고문받다 죽은 이들, 재산을 빼앗기고 억울하게 처형된 이들.
"이... 이건 꿈이다. 그래, 악몽일 뿐이야." 포도대장이 중얼거렸다.
"꿈이 아니다, 조학도." 염라대왕이 말했다. "오늘 밤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저승의 시간이다. 그대의 영혼은 잠시 육신에서 빠져나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포도대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은 위안이 되었지만, 동시에 이 상황이 단순한 악몽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를 더욱 공포에 떨게 했다.
"이제 심판을 시작하겠노라." 염라대왕이 생사부를 높이 들어올렸다. "조학도, 그대의 죄를 고하라."
"나... 나는 아무 죄가 없소! 나는 단지 나라의 법을 집행했을 뿐이오!" 포도대장이 항변했다.
그 순간, 원혼들 사이에서 한 여인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목에는 깊은 상처의 흔적이 있었다.
"저는 이 자의 손에 죽었습니다." 여인의 목소리가 관아에 울려 퍼졌다. "그는 제 남편의 재산을 탐내 거짓 증거를 만들어 저희 가족을 모두 반역죄로 몰았습니다."
또 다른 원혼이 나섰다. "저는 단지 그의 뇌물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고문받다 죽었습니다."
하나둘씩, 원혼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포도대장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고, 그의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것은 모두 거짓이오! 그들이 하는 말을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이오!" 포도대장이 소리쳤다.
"저승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느니라." 염라대왕이 무겁게 대답했다. "이곳은 모든 것이 드러나는 곳이다."
염라대왕이 손을 들어올리자, 선비의 눈앞에 한 장면이 펼쳐졌다. 마치 안개 속에서 그려지는 그림처럼, 포도대장이 뇌물을 받는 모습, 무고한 이들을 고문하는 모습, 재산을 강탈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나타났다.
"이것이 그대의 악행이다, 조학도."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이제 심판을 내리겠노라."
※ 첫 번째 재판, 탐관오리의 심판과 그가 저지른 만행의 증언
염라대왕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타올랐다. 그의 손이 포도대장 조학도를 향해 뻗어졌다. "네 죄를 부정하느냐? 이곳은 저승의 법정. 모든 거짓은 벌을 받는다."
조학도의 몸에서 갑자기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아악! 뜨겁다! 살려주시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염라대왕이 낮게 속삭였다. "죄를 인정하고 참회하지 않으면, 이 고통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원혼들이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 선비는 떨리는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는 보고 있는 광경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인정하겠소... 제가... 죄를 지었소!" 조학도가 마침내 절규했다. 그의 몸을 감싸던 붉은 연기가 사그라들었다.
"이제 그대의 죄를 하나하나 고하라." 염라대왕이 명령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조학도는 자신의 죄악을 하나씩 고백하기 시작했다. 뇌물을 받아 무고한 이들을 처형한 일, 재산을 탐내 가문을 몰락시킨 일, 여인들을 겁탈한 일까지. 그가 말할 때마다 생사부에는 붉은 글씨로 그의 죄가 새겨졌다.
"제 아들의 원한을 풀어주소서." 한 노인의 원혼이 앞으로 나섰다. "이자는 내 아들의 아내를 탐내 내 아들을 반역죄로 몰아 처형했소이다."
포도대장은 그 말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의 죄악이 하나하나 드러날 때마다 원혼들의 분노가 더욱 깊어졌다.
"이제 심판을 내리겠노라." 염라대왕이 생사부를 덮었다. "조학도, 그대의 죄는 사면될 수 없도다. 그러나 그대는 아직 살아있는 자. 단 십 일의 시간을 주겠노라."
"십... 십 일이라니요?" 조학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십 일 안에 그대가 저지른 모든 악행에 대해 속죄하고, 그대가 망하게 한 가문들의 명예를 회복시켜라. 그리하지 못하면..." 염라대왕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더욱 강렬해졌다. "열흘 밤, 저승사자가 그대의 영혼을 거두어 영원한 고통 속에 던져버릴 것이다."
조학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제가 벌인 일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염라대왕이 차갑게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열흘 후 그대의 운명을 기다리게나."
염라대왕이 손을 휘두르자 저승사자들이 조학도를 붙잡아 다시 지옥문으로 끌고 갔다. 그의 비명소리가 점점 멀어지며 사라졌다.
선비는 목구멍이 바짝 말랐다. 그가 지금 목격한 것은 분명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면, 자신은 지금 가장 두려운 일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심판을 시작하겠노라."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 두 번째 재판, 남편을 독살한 여인의 심판과 은밀한 죄악의 폭로
염라대왕이 생사부의 두 번째 페이지를 넘겼다. 그 순간 차가운 바람이 관아를 휩쓸었고, 원혼들이 일제히 몸을 떨었다.
"박씨 문중의 안주인, 박소진." 염라대왕이 이름을 불렀다. "독을 타 남편을 죽이고, 시아버지마저 독살한 죄."
저승사자들이 다시 지옥문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나타난 것은 사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품위 있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저승사자들에게 끌려오면서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차분한 모습이었다.
"염라대왕님께 인사드립니다." 여인이 우아하게 절을 했다. "이렇게 부르실 일이 있으셨나요?"
그녀의 태도에 원혼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선비는 그녀가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한 모습에 의아했다.
"박소진, 그대의 행동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가?"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저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제 남편은 병으로 돌아가셨고, 시아버님도 노환으로 세상을 뜨셨지요."
염라대왕의 눈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저승에서는 거짓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건만."
생사부에서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연기가 공중에 맺히며 하나의 장면을 형성했다. 그곳에는 여인이 몰래 약에 독을 타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여인의 표정이 순간 굳었지만, 곧 다시 차분해졌다. "환상입니다. 그런 일은 없었어요."
"아직도 거짓을 고하는가." 염라대왕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여인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윽..." 여인이 입을 틀어막았다. 검은 연기는 계속해서 그녀의 입과 코를 통해 새어 나왔다. "이게... 무엇입니까?"
"그대가 남편에게 먹인 독이다. 이제 그대 자신이 그 고통을 느껴보아라."
여인이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원혼들은 무표정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얼마 후, 여인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고백하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가... 남편과 시아버지를 독살했습니다."
"왜 그런 짓을 했느냐?" 염라대왕이 물었다.
"박씨 가문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여인이 흐느끼며 고백했다. "남편이 첩을 들인 후, 저는 분노했습니다. 시아버지는 항상 저를 학대했고요..."
한 원혼이 앞으로 나섰다. 단정한 차림의 중년 남성이었다. "저는 그녀의 남편입니다. 아내가 제게 독을 탄 후, 제 영혼은 십 년간 이 세상을 떠돌았습니다."
또 다른 원혼, 백발의 노인이 그 옆에 섰다. "나는 그녀의 시아버지다. 내 아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 나마저..."
여인은 두 원혼을 보자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용서해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는 피해자만이 줄 수 있는 것." 염라대왕이 선언했다. "이제 그대의 심판을 내리겠노라."
염라대왕은 생사부에 무언가를 적었다. "박소진, 그대 역시 아직 살아있는 자. 그대에게도 십 일의 시간을 주겠노라. 그 기간 동안 그대는 자신의 죄를 세상에 고하고, 빼앗은 재산을 정당한 상속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여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렇게 하면... 저는 감옥에 갇히고 처형될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 세상의 법이라면, 그대는 그 법을 따라야 할 것이다." 염라대왕의 목소리에 단호함이 묻어났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열흘 후 저승사자가 그대를 데려갈 것이며, 그대는 영원히 독의 고통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여인은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저승사자들이 다시 그녀를 붙잡아 지옥문으로 끌고 갔다.
관아에 다시 적막이 내려앉았다. 선비는 이제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대신, 그가 목격한 정의의 심판에 어떤 경외심을 느꼈다.
※ 마지막 재판, 어린 영혼들을 해한 무당의 심판과 영혼들의 복수
관아 안에 모인 원혼들 사이로 갑자기 작은 울음소리가 퍼졌다. 선비는 그 소리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것은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였다.
"마지막 심판 대상은..."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무녀 금월, 제물이라는 이름으로 일곱 명의 어린 영혼을 거둔 죄인이니라."
저승사자들이 지옥문으로 들어갔다가 한 여인을 끌고 나왔다. 그녀는 무당의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오십 대 중반의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여인이었다.
"이런, 이게 웬 일이시옵니까?" 무녀가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귀신을 다스리는 무녀입니다. 저승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요."
염라대왕의 눈이 분노로 번뜩였다. "네가 귀신을 다스린다고? 감히 저승의 이름을 도용해 무고한 영혼들을 해쳤단 말이냐?"
무녀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스쳤다. "저는 단지 제 의식을 행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은 병으로 죽은 것이지 제가..."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곱 개의 작은 형체가 원혼들 사이에서 앞으로 나섰다. 모두 열 살 미만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이었다. 그들의 목에는 모두 붉은 상처가 나 있었다.
"이 여자가... 우리를 죽였어요." 가장 나이 많아 보이는 소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어른들에게 우리가 저승에 제물로 바쳐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했어요."
또 다른 어린 소녀가 말을 이었다. "우리 목을 자르고... 피를 모았어요. 그리고 저승에 바친다며..."
선비는 그 말을 듣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어떻게 사람이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무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거짓말! 모두 거짓말이에요! 저는 단지..."
"침묵하라!" 염라대왕의 고함 소리에 관아 전체가 진동했다. "네 죄악은 이미 생사부에 적혀 있다. 네가 어린 영혼들을 해한 순간, 네 이름은 저승의 죄인 명부에 올라있었다."
염라대왕이 손을 뻗자, 무녀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무녀의 목을 휘감았다.
"으으윽!" 무녀가 몸부림쳤다. "살... 살려주세요!"
"네가 죽인 어린 영혼만큼 네 목이 조여드는 고통을 느껴라." 염라대왕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검은 연기 뱀이 일곱 번 무녀의 목을 감아 조였다. 무녀는 질식된 듯 괴로워하다가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나... 내가 죽였습니다." 그녀가 간신히 고백했다. "돈... 돈을 위해서..."
어린 원혼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무녀 금월." 염라대왕이 생사부에 무언가를 적었다. "네 죄는 너무 중하여 유예의 기회조차 주지 않겠노라. 이제 네 영혼은 저승으로 끌려가 일곱 번의 지옥을 경험할 것이다. 그 후에야 영원한 고통 속에 던져질 것이니라."
무녀의 얼굴에 공포가 스쳤다. "안돼! 저는 아직 살아있어요! 제발!"
"네 육신은 이미 지상에서 죽어가고 있다." 염라대왕이 차갑게 말했다. "네가 이곳에 있는 동안, 네 집은 불타고 있으며, 네 육신은 그 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저승사자들이 다가와 무녀를 붙잡았다. 무녀의 비명소리가 관아에 울려 퍼졌지만, 아무도 그녀를 동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옥문으로 끌려들어갔고, 문은 무겁게 닫혔다.
※ 심판의 종료, 염라대왕의 최후 선고와 지옥문으로 끌려가는 영혼들
심판이 모두 끝난 후, 관아는 다시 고요해졌다. 원혼들의 표정이 조금씩 편안해지는 것을 선비는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오랜 시간 품어온 원한이 조금은 풀린 듯했다.
염라대왕이 모든 원혼들을 향해 말했다. "오늘 밤 심판은 이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대들의 원한을 완전히 풀어주지는 못했으나, 이제 그대들을 해한 자들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어린 원혼들이 앞으로 나섰다. "저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염라대왕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이제 그대들은 저승으로 가야 한다. 더 이상 이 세상에 머물러서는 안 되느니라."
"하지만 저희는 무서워요..." 가장 어린 소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염라대왕은 손을 뻗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려워 말거라. 저승에서는 아무도 그대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서 그대들은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원혼들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졌다. 그들의 모습이 서서히 밝은 빛으로 변하더니, 마침내 빛의 작은 점들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다른 원혼들도 하나둘씩 빛으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이제 평화로운 표정이 자리 잡았다.
"살아있는 자여." 염라대왕이 선비를 향해 말했다. "그대는 오늘 밤 특별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것을 기억할 것이다."
선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왜 저에게 이것을 보여주신 것입니까?"
"그대가 앞으로 기록할 많은 이야기 중에, 이 밤의 기억도 남기길 바라서다." 염라대왕이 대답했다. "인간 세상에는 때로 저승의 정의가 필요하다. 그 정의를 기억하는 자가 있어야 하느니라."
선비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기억하겠습니다.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좋다." 염라대왕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대도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관아가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불타 무너진 폐허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원혼들은 모두 사라졌고, 염라대왕의 모습도 점점 희미해졌다.
"기억하라, 살아있는 자여." 염라대왕의 마지막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승의 정의는 언제나 지켜지고 있느니라."
선비는 갑자기 자신이 길 위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폐관아에서 나와 한참을 걸어온 듯했다. 하늘을 보니 동이 틀 시간이었다. 긴 밤이 지나고 있었다.
며칠 후, 한양 거리에는 놀라운 소문이 퍼졌다. 포도대장 조학도가 갑자기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신의 모든 죄를 고백하고 관직을 내려놓았다는 것. 그리고 박씨 문중의 안주인이 남편과 시아버지를 독살했음을 자백했다는 소식.
그리고 마을 외곽에 있던 무녀의 집이 불타 그녀가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그 집 주변에서 일곱 명의 어린아이 원혼들이 평화롭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선비는 그 모든 소식을 들으며 조용히 붓을 들었다. "염라대왕의 비밀 재판소, 지옥문이 열리다"라는 제목으로, 그는 그날 밤 본 광경을 하나하나 기록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전해드린 '염라대왕의 비밀 재판소, 지옥문이 열린다'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조선시대 한양의 깊은 밤, 열린 저승의 재판정과 원한 맺힌 영혼들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언젠가 심판받을 수 있다는 이 이야기가 여러분께 작은 울림이 되었길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저승 이야기, '염라대왕의 사위 - 실수로 염라대왕의 사위가 된 인간'을 준비했습니다. 한 가난한 선비가 우연한 실수로 염라대왕의 딸과 혼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과 인간과 저승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해두시면 다음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들으실 수 있습니다. 조선의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신비로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