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의 시험에 합격한 지혜로운 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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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영조 시대, 평안도 안주의 한 마을에 살던 열여덟 처녀 지은이는 갑작스레 찾아온 병으로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됩니다. 저승으로 끌려간 그녀 앞에 염라대왕이 나타나 세 가지 난제를 내밉니다. 지혜로운 대답으로 염라대왕의 마음을 움직인 지은이가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며 전하는 삶의 비밀. 옛 선조들이 생각한 삶과 죽음의 경계, 그리고 진정한 지혜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후킹멘트
"여러분은 혹시 '죽었다 살아났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조선시대에는 실제로 저승에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250년 전 평안도 안주에 살던 한 현명한 처녀가 염라대왕 앞에서 펼친 지혜의 대결에 관한 것입니다. 그녀는 어떤 시험을 받았을까요? 그리고 어떤 대답으로 삶을 되찾았을까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전설이 아닌, 우리 선조들이 생각했던 삶의 본질과 지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함께 저승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시죠."
※ 조선 영조 시대 평안도 안주, 현명하고 효심 깊은 처녀 지은이의 일상과 갑작스러운 병
조선 영조 40년, 평안도 안주의 작은 마을. 아침 안개가 막 걷히기 시작하는 시간, 열여덟 처녀 지은이는 일찍 일어나 부엌에 불을 지폈다. 그녀의 손길은 부지런했고, 눈빛은 총명했다. 마을에서는 그녀를 두고 '글공부를 했으면 과거에도 급제했을 아이'라고 칭찬했다.
"지은아, 벌써 일어났구나."
뒤뜰에서 나물을 다듬던 할머니가 지은이를 불렀다. 지은이는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네, 할머니. 오늘은 어머니 제삿날이라 일찍 준비하려고요.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오신다 하셨으니, 음식 준비를 서둘러야겠어요."
할머니는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은이의 어머니는 그녀가 열다섯 되던 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후로 지은이는 어머니 역할을 대신하며 집안을 돌봤다.
"네 어머니가 너를 보면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실까. 어린 나이에 집안일도 척척, 동생들 돌보는 것도 척척..."
지은이는 쌀을 일고 있던 손을 잠시 멈추고 먼 산을 바라보았다.
"할머니, 어머니는 지금 어디 계실까요? 정말 저승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실까요?"
할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당연하지. 저승에서도 너희들 걱정하며 지켜보고 계실 거야. 나중에 우리 모두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테니, 그때까지 착하게 살아야 한다."
지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종종 저승에 대해 생각했다.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어머니는 그곳에서 편안한 걸까? 저승차사는 정말 무섭게 생겼을까?
부엌으로 돌아온 지은이는 제사 음식을 준비하며 목에 이상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심해졌다. 목이 부어오르고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은아,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괜찮니?"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은이의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
"아이고, 이렇게 뜨겁다니! 빨리 누워야겠다."
지은이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할머니. 제사 준비를 마쳐야..."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지은이는 쓰러졌다. 놀란 할머니가 급히 이웃집 김 씨를 불러 의원을 모셔오게 했다. 마을 의원이 와서 지은이를 진찰했지만, 표정이 어두웠다.
"급성 목병입니다. 이런 병은... 대개 삼일을 넘기지 못합니다."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손녀의 손을 꼭 잡았다.
"아니야, 우리 지은이는 강하단다. 분명 이겨낼 거야."
그러나 의원의 말대로 지은이의 상태는 시시각각 나빠졌다. 마을로 급히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지은이는 이미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다.
"아버지..."
지은이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 아버지는 딸의 손을 잡고 울었다.
"지은아, 정신 차려라. 네가 이렇게 가면 어떻게..."
지은이는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목의 통증 때문에 말조차 힘들었다.
"아버지... 동생들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어머니... 만나면..."
말을 끝맺지 못한 채, 지은이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숨소리가 점점 약해지더니 마침내 멈췄다. 방 안에는 절규와 통곡만이 남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지은이는 자신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눈을 떠보니, 그녀는 방 천장 근처에 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자신의 몸이 누워있고, 가족들이 그 주위에서 울고 있었다.
"저게... 제 몸인가요?"
지은이가 놀라 중얼거렸을 때, 갑자기 방 문이 열리고 두 명의 기이한 모습을 한 사람이 들어왔다. 한 명은 붉은 얼굴에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푸른 얼굴에 차가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은이의 가족들은 그들을 보지 못하는 듯했다.
"너가 지은이냐?"
붉은 얼굴의 저승차사가 물었다. 지은이는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간이 다 됐다. 우리를 따라오너라."
푸른 얼굴의 차사가 손을 내밀었다. 지은이는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그녀는 완전히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왔고, 방 안의 모든 것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 지은이가 죽음을 맞이하고 저승차사에 이끌려 저승 세계로 가는 여정
"어디로 가는 건가요?"
지은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두 차사는 앞서 걸으며 대답했다.
"염라대왕님 앞으로 데려간다. 네 죄와 덕을 심판받게 될 것이다."
지은이는 공포에 떨었다. 염라대왕이라면 저승의 재판관이자 가장 무서운 존재라고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집안일을 열심히 했고, 동생들을 잘 돌봤다. 이웃과도 다툰 적 없었다. 하지만 한 번은 어려운 이웃집에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을 귀찮아한 적이 있었고, 또 한 번은 할머니에게 짜증을 낸 적도 있었다...
그들은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었다. 이상하게도 지은이의 발은 땅에 닿지 않았고,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낮인데도 그들이 가는 길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들이 깊은 숲속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저게 뭔가요?"
"저승문이다. 이곳을 지나면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올 수 없다."
지은이는 몸을 떨었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멀리 마을이 보였고, 그녀의 집도 어렴풋이 보였다. 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동생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잠깐만요... 제 가족들께 작별 인사라도..."
"그럴 시간이 없다. 빨리 걸어라."
차사들은 냉정하게 말했다. 지은이는 눈물을 삼키며 저승문을 향해 걸었다. 문을 지나자 갑자기 주변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그들은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벌판 위에 서 있었다. 희미한 안개가 발목을 감쌌고, 멀리서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이곳이... 저승인가요?"
"이곳은 저승의 입구일 뿐이다. 진짜 저승은 이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
그들은 계속해서 걸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점점 더 많은 영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지은이처럼 저승차사에게 이끌려 가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길가에 쪼그려 앉아 슬퍼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왜 저러고 있나요?"
"그들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영혼들이다.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염라대왕 앞에 서기도 전에 고통받게 된다."
지은이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자신은 죽었고, 이승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들은 큰 강에 도달했다. 강물은 검은색이었고, 끓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저건..."
"삼도천이다. 이 강을 건너면 진짜 저승이 시작된다."
강가에는 작은 나룻배가 있었고,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노를 잡고 있었다.
"탈 준비가 되었느냐?"
노인이 물었다. 지은이는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배에 올랐고, 노인은 천천히 노를 저었다. 강물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사람들의 울음소리와 신음소리가 섞인 것 같았다.
"너는 상당히 침착하구나."
붉은 얼굴의 차사가 문득 말했다.
"보통 이 길을 처음 가는 영혼들은 울고 소리치고 난리인데."
지은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두렵긴 하지만... 제가 이렇게 울고 소리친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요? 차라리 제 운명을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두 차사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
강을 건너자 거대한 성벽이 보였다. 성문 위에는 '저승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성문 앞에는 수많은 관리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고, 모두 저승의 장부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가 염라대왕이 계신 곳인가요?"
"그렇다. 저 안에는 열 명의 왕이 있고, 그중 염라대왕이 가장 높은 분이시다. 그분이 직접 너를 심판하실 것이다."
그들은 성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거대한 관청들이 줄지어 있었고, 수많은 저승 관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이승의 관아를 확대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마침내 그들은 가장 큰 전각 앞에 도착했다. 문 위에는 '염라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라. 염라대왕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지은이는 심호흡을 한 후, 떨리는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전각 안은 엄숙한 분위기였다. 중앙에는 거대한 의자가 있었고, 그 위에 위엄 있는 모습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엄격했지만, 눈빛에는 어딘지 자비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평안도 안주 출신 지은, 네가 맞느냐?"
우렁찬 목소리가 전각 안을 울렸다. 지은이는 두려움에 떨며 대답했다.
"네, 저...저가 맞습니다, 대왕님."
염라대왕은 옆에 있는 서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기는 커다란 책을 펼쳐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지은, 열여덟 살. 영조 22년 태어나 영조 40년 목병으로 사망. 생전에 효심이 깊었으며, 어머니 사망 후 집안을 잘 보살폈다. 큰 악행은 없으나..."
서기의 말이 이어지려는 순간, 염라대왕이 손을 들어 그를 멈추게 했다.
"잠시만."
염라대왕은 지은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의 눈에는 이상한 빛이 어려 있었다.
"너는 상당히 특별한 영혼인 것 같구나. 죽음을 앞두고도 당황하지 않고, 삼도천을 건너면서도 담담했다고 하더군."
지은이는 고개를 숙였다.
"감... 감사합니다, 대왕님."
염라대왕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너에게 시험을 하나 내겠다. 네가 그 시험에 통과한다면... 특별히 이승으로 돌려보내 주겠다."
※ 염라대왕 앞에 선 지은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시험을 지혜롭게 풀어내는 장면
염라대왕의 말에 지은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다니! 그녀의 마음은 희망으로 부풀었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느꼈다. 염라대왕이 내는 시험이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제가... 정말 돌아갈 수 있습니까?"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하지만 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세 가지 문제를 낼 것이니, 모두 답해야 한다."
주변의 저승 관리들이 술렁였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염라대왕이 직접 영혼에게 시험을 내는 일은 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준비되었느냐?"
지은이는 깊은 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왕님. 준비되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첫 번째 손가락을 들었다.
"첫 번째 문제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무엇이냐?"
지은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산일까? 바다일까? 아니면 하늘일까? 그러나 그녀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느꼈던 그 무거운 마음이 떠올랐다.
"대왕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마음'입니다."
염라대왕이 눈썹을 치켰다.
"그 이유는?"
"기쁜 마음은 깃털처럼 가볍지만, 슬픈 마음은 산보다 무겁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마음, 죄책감에 시달리는 마음, 원한으로 가득 찬 마음... 이런 마음들은 어떤 물질보다 무겁습니다. 천 개의 돌보다 무거운 것이 한 사람의 무거운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염라대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 기쁨의 빛이 어렸다.
"좋은 대답이다. 첫 번째 시험에 통과했다."
주변 관리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염라대왕은 두 번째 손가락을 들었다.
"두 번째 문제다. 세상에서 가장 멀리 있는 것은 무엇이냐?"
지은이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별일까? 해와 달일까? 혹은 저승일까? 그러나 그녀는 한때 마을에서 소식이 끊긴 채 타향살이를 하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시절을 떠올렸다.
"대왕님, 세상에서 가장 멀리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입니다."
염라대왕이 다시 눈썹을 치켰다.
"그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릴 때, 하루는 천 년 같고 일 년은 만 년 같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저는 매일 밤 어머니를 그리워했습니다. 비록 저승이 천 리 밖에 있다 해도, 그리운 마음은 그 거리를 더 멀게 느끼게 합니다. 별과 달은 눈에 보이지만, 보고 싶은 이의 얼굴은 눈앞에 없기에 더욱 멀게 느껴집니다."
염라대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놀라운 대답이다. 두 번째 시험도 통과했다."
저승 관리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커졌다. 이렇게 쉽게 두 문제를 통과하는 영혼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마지막 문제다."
염라대왕은 세 번째 손가락을 들었다.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냐?"
지은이는 깊이 생각했다. 소중한 것은 너무나 많았다. 가족? 건강? 부? 명예? 그러나 갑자기 그녀의 마음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하지만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단다."
지은이는 고개를 들고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왕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염라대왕이 이번에는 완전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이유를 말해보아라."
※ 마지막 난제에 맞서는 지은이와 염라대왕의 감동, 이승으로 돌려보내주기로 결정
"대왕님,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뿐입니다."
지은이의 목소리는 점점 확신에 차 있었다.
"저는 열여덟 해를 살면서 많은 것을 바랐습니다. 내일은 더 좋아질 거라 믿으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은 확실하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요."
지은이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저는 함께했던 순간들을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후회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가족과 함께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되는 것 아닐까요?"
염라대왕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전각 안은 완전한 침묵에 빠졌다. 모든 관리들이 숨을 죽이고 지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은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승으로 돌아간다면, 저는 매 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겠습니다. 아버지와 할머니, 동생들과의 매 순간을, 마을 사람들과 나누는 매 순간을, 심지어 힘들고 어려운 순간까지도요. 그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염라대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지은이에게 다가왔다.
"천 년 동안 수많은 영혼들을 심판해왔지만, 너처럼 지혜로운 영혼은 드물었다."
그는 지은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네 대답은 단순한 지식이나 꾀가 아니라, 진정한 지혜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마지막 대답은... 나조차도 감동시켰다."
주변 관리들 사이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염라대왕이 영혼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약속대로, 너를 이승으로 돌려보내겠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차갑지 않았으니, 영혼이 돌아가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왕님. 제게 두 번째 기회를 주셔서..."
염라대왕은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지은이는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면, 네가 여기서 배운 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야 한다. 특히 네 마지막 대답,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깨달음을 널리 알려야 한다. 사람들은 종종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느라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삶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다."
지은이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네, 대왕님. 제 생명을 바쳐 그 가르침을 전하겠습니다."
염라대왕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작은 구슬을 건넸다.
"이 구슬을 가지고 가거라. 이것은 네 영혼을 담고 있으며, 이승으로 돌아가는 길을 비춰줄 것이다."
구슬은 연한 푸른빛을 내며 반짝였다. 지은이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제 가거라. 저승차사가 너를 이승까지 데려다줄 것이다."
지은이가 물러서려는 순간, 염라대왕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네 어머니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 그녀는 이곳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네가 이승에서의 삶을 다하고 진정한 때가 되면, 그때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왕님."
염라전을 나서자, 푸른 얼굴의 저승차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놀랍구나. 네가 염라대왕님의 시험을 통과했다니."
지은이는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대왕님의 자비 덕분입니다."
"아니다. 네 지혜 덕분이다. 자, 이제 가자. 이승으로 돌아가는 길은 왔던 길과 같으나, 더 빠르게 갈 수 있다."
그들은 저승부를 빠져나와 삼도천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나룻배가 아닌, 작은 다리가 놓여 있었다.
"이 다리는 오직 특별한 이들만 건널 수 있다. 이승으로 돌아가는 영혼들을 위한 길이지."
지은이는 조심스럽게 다리를 건넜다. 놀랍게도 다리를 건너자마자, 주변 풍경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저승의 어둡고 황량한 풍경이 점점 밝아지더니, 어느새 그녀는 익숙한 산길 위에 서 있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너를 데려다줄 수 있는 곳이다. 이제 네 스스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저승차사가 말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엄격했지만, 어딘가 부드러워 보였다.
"길을 따라가면 네 마을에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기억해라, 네 몸은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았을 터이니, 서둘러야 한다."
지은이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서둘러 길을 따라 걸었다. 그녀의 마음은 가볍고 단단했다. 이제 그녀는 삶의 소중함을 진정으로 깨달았고, 그 가르침을 널리 전할 사명을 받았다.
멀리서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은이는 손에 든 푸른 구슬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여전히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고 마을로 향했다. 새로운 삶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이승으로 돌아온 지은이, 자신의 경험을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장면
지은이의 집, 대청마루에서는 상여를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멍한 표정으로 벽을 바라보고 있었고, 할머니는 흐느끼며 지은이의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 동생들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구석에 웅크려 있었다.
그때, 지은이의 방에서 기척이 들렸다. 가족들은 놀라서 방으로 달려갔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지은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지...지은아!"
아버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할머니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버지... 할머니..."
지은이는 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푸른 구슬이 들려 있었다.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딸을 끌어안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네가 분명 숨을 거두었는데..."
지은이는 미소를 지었다.
"저... 저승에 다녀왔어요. 염라대왕님을 만났고, 시험을 통과해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가족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에는 병으로 인한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지은이의 또렷한 눈빛과 차분한 목소리에 그들도 점차 믿기 시작했다.
마을 의원이 급히 왔다가 깜짝 놀랐다. 그는 지은이의 상태를 살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기적이로구나. 목병이 완전히 사라졌다."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지은이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모두가 그녀의 경험을 듣고 싶어했다.
일주일 후, 지은이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저승은 이승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관청이 있고, 강이 있고, 길이 있었죠. 하지만 모든 것이 더 엄숙하고 신비로웠습니다."
지은이는 저승차사와의 만남, 삼도천을 건넌 일, 그리고 염라대왕의 시험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했다.
"염라대왕님은 세 가지 질문을 하셨어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 '가장 멀리 있는 것',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녀의 대답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특히 마지막 대답인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우리는 늘 내일을 걱정하고, 어제를 그리워하느라 오늘을 놓치고 살아요. 하지만 삶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이 시간, 이웃과 나누는 이 순간, 심지어 힘들고 어려운 이 시간까지도 소중하게 여겨야 해요."
노인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젊은이들은 숙연해졌다. 지은이의 말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진정한 삶의 교훈으로 다가왔다.
"염라대왕님께서는 제가 이러한 깨달음을 널리 전하라는 사명을 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지은이는 자신의 손에 들린 푸른 구슬을 보여주었다. 구슬은 아직도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이 구슬은 제 영혼을 담고 있다고 해요. 이 구슬처럼, 우리 각자의 삶도 빛나는 순간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빛나는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갑시다."
마을 사람들은 감동받았다. 그들은 지은이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각자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불화가 있었던 이웃들이 화해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이 풀리는 일들이 생겨났다.
지은이는 염라대왕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녀는 자신이 배운 교훈을 이웃 마을까지 다니며 전했고, 많은 이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
※ 지은이가 전한 지혜로 마을이 변화하고 그녀가 노년에 이르러 평안하게 저승으로 가는 결말
세월이 흘러 지은이의 이야기는 점차 전설이 되어갔다. 안주 지역을 넘어 평안도 전체, 그리고 한양까지 그녀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저승에 다녀온 지혜로운 처녀'라는 이름으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지은이는 스물넷에 마을의 양반 집 둘째 아들과 혼인했다. 그녀의 남편은 지은이의 지혜와 선한 마음에 반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청혼했다고 한다. 그들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고, 세 명의 자녀를 낳아 기르며 살았다.
지은이가 마흔이 되었을 때, 그녀의 마을은 평안도에서 가장 화목하고 부유한 마을로 알려졌다. 그녀의 가르침으로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돕고 이해하며 살았고, 각자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종종 아이들을 모아놓고 저승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들은 두려움보다는 경이로움으로 그 이야기를 들었다. 지은이는 저승을 두려워할 곳이 아니라, 이승에서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하는 곳으로 설명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승에서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한 거지요."
세월이 더 흘러 지은이는 일흔을 넘겼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총명했고 마음은 따뜻했다. 그녀는 아홉 명의 손주들에게 둘러싸여 평화로운 노년을 보냈다.
어느 겨울 밤, 지은이는 꿈속에서 오래전 만났던 저승차사를 다시 보았다. 그는 이전과 달리 무섭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염라대왕님께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은이는 미소 지었다.
"알고 있었어요. 이제 갈 준비가 됐습니다."
그날 밤, 지은이는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가족들이 슬퍼했지만, 그녀가 남긴 가르침 덕분에 그들은 지은이의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은이의 영혼이 몸을 떠나자, 두 명의 저승차사가 그녀를 맞이했다. 오랜만에 보는 그들이었지만, 이번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은이가 공손히 인사했다. 저승차사들도 존경의 표시로 고개를 숙였다.
"당신은 이승에서의 사명을 잘 완수했습니다. 염라대왕님께서 매우 기뻐하십니다."
그들은 함께 저승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삼도천을 건널 때 나룻배가 아닌, 아름다운 다리가 놓여 있었다. 다리 위에는 꽃들이 피어 있었고, 경쾌한 바람이 불었다.
"이 다리는 특별한 영혼들만 건널 수 있는 '인연의 다리'입니다. 당신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이 다리를 건널 자격이 있습니다."
지은이는 감사히 다리를 건넜다. 다리 끝에는 오래전 만났던 염라대왕이 서 있었다. 그의 표정은 엄격했지만, 눈빛은 따뜻했다.
"지은아, 너를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구나. 네가 이승에서 내 가르침을 잘 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은이는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모두 대왕님의 은혜 덕분입니다."
염라대왕은 미소 지었다.
"이제 네 어머니를 만날 시간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너를 기다렸단다."
그 말에 지은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염라대왕은 그녀를 아름다운 정원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지은이는 마침내 어머니를 다시 만났다. 어머니는 젊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껴안고 오랫동안 그리웠던 마음을 나눴다.
"어머니, 제가 염라대왕님께 배운 것들을 이승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했어요. 그리고 아버지와 할머니, 동생들도 잘 돌봤어요."
어머니는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네가 그럴 줄 알았단다. 네 덕분에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었지."
지은이와 어머니는 이제 함께 저승에서 평화롭게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승에서는 지은이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전해져 내려갔다. '염라대왕의 시험에 합격한 지혜로운 처녀'의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에게 삶의 소중함과 지혜를 가르쳐주고 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염라대왕의 시험에 합격한 지혜로운 처녀'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들려드린 이야기는 단순한 전설이 아닌, 우리 조상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지은이가 염라대왕에게 답한 세 가지 질문의 답변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마음', '세상에서 가장 멀리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이 지혜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특히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깨달음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의미가 깊지 않을까요?
우리는 종종 과거에 미련을 두거나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의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곤 합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저녁 식사, 친구와 나누는 대화, 아침에 맞이하는 상쾌한 공기... 이 모든 일상의 순간들이 우리 삶을 이루는 소중한 조각들입니다.
다음 주에는 '생사의 경계에서 염라대왕에게 배운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저승에 끌려갔다가 특별한 임무를 받고 이승으로 돌아온 노인의 이야기... 그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얻은 세 가지 귀중한 가르침은 무엇일지, 함께 알아보시지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잊지 마시고, 댓글로 여러분이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나눠주세요. 여러분의 생각이 다른 시청자들에게도 큰 위로와 깨달음이 될 수 있답니다. 이번 주도 행복한 순간들로 가득하시길 바라며,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