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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라대왕의 저승의 저울

    인트로 (후킹용 나레이션)

    평양 대동강 변에서 만석꾼 대감으로 칭송받던 송학주가 눈을 감았습니다. 천 냥의 구휼미를 풀고 돌다리를 놓아 살아생전 활불이라 불렸던 그는 당연히 극락왕생할 줄 알았는데요. 하지만 염라대왕의 심판대 앞, 인간의 선악을 재는 저승의 황금 저울에 그의 공덕을 올리자 저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지옥 쪽으로 무섭게 기울어졌습니다. 평생 쌓은 수천 냥의 자선이 단 한 푼의 가치도 인정받지 못한 충격적인 이유와 그 속에 숨겨진 뜻밖의 반전은 무엇일까요. 진정한 선행의 무게를 묻는 조선의 기묘한 저승 설화 속으로 지금 바로 떠나보시죠.

    태그 (12개)

    #조선야담 #전설의고향 #염라대왕 #저승이야기 #권선징악 #인과응보 #오디오드라마 #옛날이야기 #시니어이야기 #고전소설 #인생교훈 #민담설화

     

    씬표 (6개)

    씬1: 대동강 변에 울려 퍼지는 칭송과 송덕비, 살아있는 부처라 불리며 화려한 선행을 베푸는 만석꾼 양반 송학주의 위세.
    씬2: 아흔을 바라보던 어느 겨울밤 찾아온 갑작스러운 죽음과 저승사자의 인도, 극락왕생을 확신하며 황천길을 건너는 송학주의 오만함.
    씬3: 염라대왕의 심판대와 업경대 앞에 선 송학주, 저승의 황금 저울 위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린 천 냥의 구휼미와 돌다리의 진실.
    씬4: 업경대에 비친 위선의 민낯과 피눈물 흘리는 소작농들의 원성, 지옥의 불구덩이 앞에서 무너져 내린 만석꾼의 자존심.
    씬5: 벼랑 끝에 몰린 저울을 극적으로 움직인 단 한 잎의 마른 버들잎, 송학주조차 잊고 있었던 이십 년 전 그믐밤의 진짜 선행.
    씬6: 다시 얻은 사흘의 이승 시간, 자신의 송덕비를 스스로 부수고 모든 재산을 진심으로 환원한 뒤 평안히 눈을 감은 송학주의 마지막 길.

    씬 1: 대동강 변에 울려 퍼지는 칭송과 송덕비

    평양성 남쪽, 유유히 흐르는 대동강 물줄기가 굽이치는 나루터 마을에는 삼대째 만석의 부를 누리며 살아가는 송학주라는 대부호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집은 아흔아홉 칸 고래 등 같은 기와집으로, 대문 앞에서부터 사랑채까지 걸어 들어가는 데만도 한참이 걸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송학주의 이름을 입에 올릴 때면 그의 막대한 재산보다도 그가 베푸는 엄청난 규모의 자선과 구휼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마을 어귀의 가장 목 좋은 삼거리에는 송학주의 공덕을 기리는 거대한 대리석 송덕비가 우뚝 서 있었고, 지나가는 나그네들마다 그 비석을 보며 혀를 내두르곤 했습니다.

    화창한 어느 봄날 아침에도 송학주의 대문 앞은 꽹과리와 북소리로 온 동네가 떠들썩했습니다. 흉년이 들어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송학주가 곳간을 열어 백미 삼백 석을 푸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갓 지은 비단 도포에 옥관자를 반듯하게 달고 나타난 송학주는 대문 옆에 높다랗게 설치된 단상 위에 올라앉아, 부채를 천천히 부치며 줄지어 선 백성들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자, 어서들 줄을 서시오! 우리 송학주 어르신께서 올해도 어김없이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천금 같은 백미를 내어주셨소! 쌀을 받아 가는 자들은 모두 단상 위의 어르신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그 은덕을 평생 잊지 말아야 할 것이오!"

    집사 최 씨가 목청껏 소리치자, 해진 베옷을 입은 백성들이 꾸벅꾸벅 절을 올리며 쌀자루를 받아 갔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송학주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평양 감영의 예방 아전과 고을의 유지들이 단상 위로 올라와 송학주에게 깊숙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송 어르신,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지난달에는 대동강 지류에 백 냥을 들여 큰 돌다리를 놓으시더니, 이번 달에는 부모 없는 아이들을 거두는 보육원 격인 혜민원(惠民院)을 세우시고, 오늘은 또 이리 많은 구휼미를 푸시니 과연 평양 땅의 살아있는 부처님이십니다. 이번 가을에는 관찰사 영감께서 직접 조정에 장계를 올려 어르신께 선행 표창과 함께 정삼품 당상관의 명예 교지를 내려주실 것이라 하더이다."

    예방 아전의 아첨 섞인 말에 송학주는 짐짓 손사래를 치면서도 눈꼬리가 한껏 올라갔습니다.

    "허허허, 당치도 않은 말씀이오. 내가 무슨 조정의 벼슬이나 명예를 바라고 이러는 줄 아시오? 그저 하늘이 내게 만석의 재물을 맡기셨으니, 가진 자로서 마땅히 불쌍한 백성들을 돌보는 것뿐이라오. 다만 내 작은 정성이 한양의 임금님 귀에까지 들어간다니 가문의 영광이긴 하구려. 여봐라, 저기 그림 그리는 화원(畵)은 오늘 백성들이 내 앞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쌀을 받아 가는 모습을 한 폭의 그림으로 아주 생생하게 남겨두어라. 후손들에게 가보로 물려주어야 할 것이니라."

    송학주가 점잖게 수염을 쓰다듬으며 명하자, 한구석에 대기하고 있던 화원이 붓을 바삐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잔치 분위기 속에서도 대문 한구석에서는 소란스러운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송학주의 땅을 부쳐 먹는 늙은 소작농 덕삼이가 피가 배어 나온 거친 손으로 집사 최 씨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최 집사님, 제발 어르신께 말씀 좀 잘 드려주십시오. 지난가을 수해로 논이 다 쓸려 내려가 소출이 반도 안 나왔는데, 도조(賭租)를 칠 할이나 가져가시고 또 봄에 빌린 장리쌀 이자로 남은 곡식마저 싹 쓸어가시면 저희 식구는 당장 굶어 죽습니다요. 지금 저기 남들에게는 공짜로 쌀을 나누어 주시면서, 어찌 평생 어르신 땅을 일군 소작인들에게는 이리도 매정하시단 말입니까!"

    집사 최 씨는 주위를 힐끔거리더니, 행여나 단상 위의 예방 아전과 화원이 들을까 봐 얼굴을 붉히며 덕삼이의 가슴팍을 발로 퍽 걷어찼습니다.

    "이 미련한 늙은이가 어디서 잔칫날에 재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느냐! 소작료와 이자를 칼같이 받는 것은 상도의 법도이고, 어르신께서 구휼미를 푸시는 것은 자비로운 보시인데 어찌 그 두 가지를 섞어 말하느냐! 당장 입 다물고 꺼지지 못할까!"

    단상 위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던 송학주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습니다. 저 천한 것들이 오늘같이 높으신 분들이 모인 귀한 날에 분위기를 흐리는 것이 심히 못마땅했던 것입니다.

    '에잉, 은혜를 모르는 무지렁이 같은 놈들. 내가 저놈들에게 땅을 빌려주어 먹고살게 해 준 것만도 감지덕지할 일이지, 감히 내 체면을 깎아내리려 들다니. 하지만 지금 저놈을 내치면 보는 눈이 많으니 짐짓 너그러운 척 넘어가야겠구나.'

    송학주는 보란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아래로 내려오더니, 흙바닥에 쓰러진 덕삼이를 일으켜 세우는 척하며 품속에서 쌀 한 되가 든 작은 주머니를 꺼내 쥐여 주었습니다.

    "허허, 최 집사, 그러지 말게나.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불쌍한 사람을 발로 차서야 쓰겠는가. 덕삼아, 소작 문서의 법도는 어길 수 없는 것이니 밀린 이자는 내일모레까지 기어이 채워 넣도록 하고, 당장 오늘 저녁 끼니는 내가 내리는 이 은혜로운 쌀로 죽이라도 쑤어 먹도록 하여라. 내 자비가 이토록 깊으니 너도 내 은덕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위에 모인 타지 사람들은 앞뒤 사정도 모른 채, 송학주가 소작농에게까지 직접 내려와 쌀을 쥐여 준다며 또 한 번 탄성을 터뜨렸습니다. 덕삼이는 손에 들린 얄팍한 쌀 주머니를 내려다보며 기가 막혀 피눈물을 삼켰으나, 송학주는 자신의 완벽한 처세와 자비로운 모습에 스스로 도취되어 하늘을 우러러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암, 이만하면 내가 죽어 저승에 간들 염라대왕이 버선발로 마중 나와 상석을 내어주지 않겠는가. 평양 땅에서 나만큼 큰돈을 들여 적선한 자가 있다면 나와 보라고 해!'

    씬 2: 갑작스러운 죽음과 저승사자의 인도

    그렇게 세상의 온갖 칭송과 명예를 한 몸에 누리며 당상관의 명예 교지까지 받아 쥐었던 송학주도, 흐르는 세월과 찾아오는 죽음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의 나이 일흔을 넘기던 어느 매서운 겨울밤, 대동강이 꽁꽁 얼어붙고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아랫목 화롯불 앞에서 인삼차를 마시던 송학주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며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콜록, 콜록! 여봐라... 밖에 누구 없느냐..."

    송학주가 힘겹게 방바닥을 짚으며 소리치자, 아들들과 며느리, 그리고 수많은 하인들이 사랑채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의원조차 부를 새 없이 송학주의 눈앞이 아득해지더니, 방 안의 촛불이 바람도 불지 않는데 파르르 떨리며 꺼져 버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을 통과해 검은 도포에 갓을 쓴 기골이 장대한 사내 두 명이 방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왔습니다. 사내들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창백했고, 손에는 붉은 줄이 묶인 명부와 쇠사슬이 들려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그 사내들을 전혀 보지 못하는지 그저 송학주의 몸을 흔들며 통곡할 뿐이었습니다.

    "평양 땅의 송학주, 금일 자시(子時)로 그대의 이승 수명이 다하였으니 어서 우리를 따라나서라."

    저승사자의 서늘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순간, 송학주는 자신의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며 방바닥에 누워 있는 자신의 늙은 육신으로부터 쑥 빠져나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송학주는 처음에는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방 안 벽면에 걸려 있는 어사화 그림과 자신이 세운 송덕비 탁본을 바라보며 두려움을 떨쳐냈습니다. 오히려 그는 저승사자들 앞에서 옷고름을 고쳐 매며 거드름을 피웠습니다.

    "아하, 그대들이 바로 말로만 듣던 저승사자들이구려. 내 평생 대동강에 다리를 놓고, 굶주린 자들에게 쌀 천 석을 풀었으며, 절간에 시주한 돈만 해도 수천 냥이 넘소이다. 아마 염라대왕께서도 내 소문을 익히 들어 아실 터인데, 이리 걸어서야 그 먼 황천길을 어찌 가겠소? 나를 모셔갈 꽃가마나 구름 수레는 밖에 대기시켜 두었는가?"

    송학주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검은 도포를 입은 강림차사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대꾸했습니다.

    "저승길에는 만석꾼도 없고 정승 판서도 없느니라. 꽃가마를 탈지, 가시밭길을 구를지는 염라대왕의 심판대 앞에 서 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법. 잔말 말고 어서 걸음이나 재촉하라!"

    강림차사가 명부로 송학주의 등을 떠밀자, 송학주는 투덜거리면서도 당당한 걸음걸이로 저승사자들을 따라나섰습니다. 자욱한 안개가 깔린 황천길을 지나고 시퍼런 물결이 출렁이는 삼도천을 건너는 동안, 송학주의 주변으로는 수많은 망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남루한 베옷을 입은 채 평생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다가 굶어 죽은 늙은이도 있었고, 길거리에서 얼어 죽은 걸인도 있었습니다. 송학주는 그런 초라한 망자들을 곁눈질로 흘겨보며 혀를 찼습니다.

    '쯧쯧, 저 불쌍한 것들은 이승에서도 거지꼴로 살더니만 죽어서도 저리 죄인처럼 끌려가는구나. 그에 비하면 나는 살아생전 쌓은 공덕이 태산 같으니, 심판대 앞에 서기만 하면 당장 극락세계의 연꽃 방석이나 다음 생의 왕후장상 자리가 예약되어 있을 것이야.'

    얼마를 걸었을까, 안개가 걷히며 하늘 끝까지 닿을 듯 거대하고 웅장한 흑석(黑石) 궁전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염라대왕이 망자들의 생전 죄업을 심판하는 염라전이었습니다. 궁전 앞마당에는 먼저 도착한 수백 명의 망자들이 사시나무 떨듯 떨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송학주는 뒷짐을 진 채 마치 평양 감영의 연회장에라도 들어서는 양 의기양양하게 대전을 향해 걸어 들어갔습니다.

    염라전 한가운데에는 붉은 관복에 금관을 쓴 염라대왕이 우뚝 앉아 있었고, 좌우로는 생사부를 기록하는 판관들과 우두마면(牛頭馬面)의 옥졸들이 시퍼런 삼지창을 들고 도열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심판대 정중앙에는 사람의 키보다 더 큰 거대한 황금 저울 하나와, 이승의 모든 일을 손바닥 보듯 비추어낸다는 맑은 거울인 업경대(業鏡臺)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다음 망자, 평양 대동강 변에 살던 송학주는 앞으로 나오라!"

    판관의 우렁찬 호명에 송학주는 기다렸다는 듯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 염라대왕을 향해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입을 열었습니다.

    "소인 평양의 송학주, 대왕마마께 문안 인사 올립니다요. 대왕마마께서도 소인의 명성을 익히 들으셨겠지만, 소인은 이승에서 만석의 재물을 오로지 불쌍한 백성들을 구제하는 데 아낌없이 바친 사람이옵니다. 마을 입구에 소인의 선행을 기리는 송덕비가 세 개나 서 있고, 나라에서 내린 효자 선행 정문(旌門)까지 받았사오니, 번거롭게 저울을 달아볼 것도 없이 어서 극락으로 가는 길이나 안내해 주시지요."

    씬 3: 염라대왕의 심판대와 업경대 앞에 선 송학주

    송학주의 기고만장한 태도에 염라대왕은 수염 한 올 까딱하지 않은 채, 깊고도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거대한 종소리처럼 대전 안을 가득 울렸습니다.

    "송학주여, 이승에서 세운 돌비석과 사람들의 입소문은 바람에 흩어지는 먼지와 같으니라. 이 염라전의 황금 저울은 인간의 눈에 보이는 재물의 크기가 아니라, 그 마음속에 담긴 진심의 무게만을 달아보느니라. 판관은 송학주의 일생 장부를 펼쳐 그의 죄업과 공덕을 저울에 올려라!"

    염라대왕의 명이 떨어지자, 좌측의 흑의 판관이 송학주가 평생 지은 탐욕과 교만, 인색함의 죄업을 모은 검은 돌덩이를 저울의 왼쪽 접시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자 거대한 황금 저울이 쿵, 하는 굉음을 내며 왼쪽 지옥 방향을 향해 바닥까지 푹 기울어졌습니다. 송학주는 그 모습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코웃음을 쳤습니다.

    "하하하, 사람이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작은 허물도 짓는 법이지요. 자, 이제 내가 평생 베푼 태산 같은 공덕들을 오른쪽 접시에 올려보시오. 저따위 검은 돌덩이는 단숨에 하늘 끝까지 튕겨 올라갈 것이오!"

    우측의 백의 판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대한 두루마리 장부를 펼쳤습니다.

    "송학주가 정유년 봄, 기근이 들었을 때 백성들에게 나누어 준 백미 삼백 석과 기해년에 내어놓은 구휼미 오백 석, 도합 팔백 석의 공덕을 저울에 올립니다!"

    판관이 손짓을 하자, 허공에서 하얀 쌀가마니 수백 개가 나타나 저울의 오른쪽 접시 위로 우르르 쏟아져 내렸습니다. 송학주는 이제 곧 저울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 믿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수백 석의 쌀가마니가 저울 접시에 닿는 순간, 마치 뜨거운 불길에 닿은 눈송이처럼 푸스스 연기를 내며 시커먼 잿더미로 변하더니 바람에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황금 저울은 단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송학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아, 아니! 저게 무슨 조화란 말이오! 내가 분명히 내 곳간에서 제일 좋은 햅쌀을 꺼내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어째서 쌀이 다 재로 변해 날아간단 말이오! 저울이 고장 난 것이 틀림없소!"

    송학주가 당황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염라대왕이 손가락을 들어 옆에 서 있는 거대한 거울, 업경대를 가리켰습니다.

    "저울은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느니라. 네 눈으로 직접 업경대를 보아라!"

    송학주가 고개를 돌리자, 맑은 거울 속에 자신이 이승에서 구휼미를 나누어 주던 그날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것은 겉모습만이 아니었습니다. 단상 위에 앉아 백성들에게 절을 받으며 흐뭇해하던 송학주의 가슴속 시커먼 속마음이 거울 속에 글자와 그림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내가 오늘 쌀 삼백 석을 풀면 관찰사 영감의 눈에 들어 가을에는 기어이 당상관 교지를 받겠지. 게다가 소문난 자선가라는 이름을 얻으면 관아의 세금 조사도 피할 수 있으니, 삼백 석으로 삼천 석의 이득을 보는 장사가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거울 화면이 바뀌더니, 송학주가 구휼미로 내놓은 쌀 삼백 석을 마련하기 위해 그 전날 자신의 소작농들의 집을 샅샅이 뒤져 밀린 장리쌀 이자를 강제로 빼앗아 오던 집사 최 씨의 모습과, 마지막 남은 씨나락까지 빼앗기고 부엌 바닥을 치며 통곡하는 소작농 덕삼이네 식구들의 피눈물이 거울 속에 선명하게 비쳤습니다.

    "보았느냐, 송학주여! 네가 백성들에게 나누어 준 쌀은 네 피땀으로 일군 것이 아니라, 가난한 소작농들의 고혈을 쥐어짜서 빼앗은 피 묻은 쌀이었느니라! 더구나 불쌍한 이들을 살리려는 측은지심은 손톱만큼도 없이 오로지 네 이름을 높이고 벼슬을 사려는 교만과 탐욕으로 뿌린 쌀이니, 저승의 저울 위에서는 한 줌의 더러운 재보다도 가벼운 것이니라!"

    염라대왕의 추상같은 호통에 송학주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대, 대왕마마! 쌀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인이 대동강 지류에 백 냥을 들여 놓은 튼튼한 돌다리와 부모 없는 아이들을 위해 세운 혜민원은 어찌 된 것입니까! 그 다리 덕분에 수많은 행인이 물에 빠지지 않고 강을 건넜고, 아이들이 비바람을 피했사옵니다! 어서 그것들을 저울에 올려주십시오!"

    씬 4: 위선의 민낯과 피눈물 흘리는 소작농들의 원성

    송학주의 발악에 백의 판관이 다시 장부를 넘기며 소리쳤습니다.

    "송학주가 무진년에 건설한 대동강 돌다리와 경오년에 세운 혜민원의 공덕을 저울에 올립니다!"

    허공에서 거대한 돌다리와 기와집 형상이 나타나 오른쪽 저울 접시 위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육중한 돌다리는 접시에 닿자마자 푸석푸석한 모래알처럼 부서져 내렸고, 기와집은 마른 지푸라기처럼 바스러져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저울의 왼쪽 접시에 놓인 죄업의 검은 돌덩이가 더욱 무거워지며 저울대가 부러질 듯 삐거덕거렸습니다.

    "그럴 리가 없소! 내가 내 돈 백 냥을 들여 놓은 다리가 어째서 모래알이 된단 말이오!"

    송학주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자, 업경대가 다시 한번 번쩍이며 이승의 진실을 비추어냈습니다. 거울 속에는 송학주가 돌다리를 놓던 당시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사실 그 다리는 마을 백성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강 건너편에 있는 송학주의 개인 소금 창고와 장터를 잇기 위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다리가 완공된 직후, 송학주는 자신의 수레가 다니기 편해졌다며 강을 건너던 가난한 나루터 사공들의 배를 모두 부수어 생계를 끊어버렸고, 심지어 다리를 건너는 타지 보부상들에게는 다리 보수비라는 명목으로 통행세까지 뜯어내어 삼 년 만에 공사비 백 냥의 갑절을 회수했던 것입니다.

    또한 그가 세웠다는 혜민원의 실상도 처참했습니다. 관아의 높은 관리들이 시찰을 나오는 날에만 아이들에게 고운 옷을 입히고 고깃국을 주었을 뿐, 평소에는 썩은 보리밥 한 덩이만 던져주며 열 살도 안 된 어린 고아들을 자신의 비단 공장과 논밭으로 끌고 가 하루 열두 시간씩 돈 한 푼 주지 않고 혹사시켰던 장면이 거울 속에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이 위선자야! 네가 세운 다리는 가난한 뱃사공들의 밥줄을 끊은 탐욕의 다리였고, 네가 세운 혜민원은 어린아이들의 고혈을 빨아먹은 감옥이었느니라! 네가 절간에 시주한 수천 냥 또한 남의 땅을 헐값에 강탈한 죄를 가리기 위해 부처님께 바친 뇌물에 불과했으니, 네 일생의 모든 선행은 거짓과 위선으로 칠해진 빈 껍데기뿐이로다!"

    염라대왕이 책상을 쾅 내리치자, 심판대 아래의 바닥이 갈라지며 시뻘건 불길이 치솟는 화탕지옥(火湯地獄)의 아가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죄인들이 고통스럽게 부르짖는 비명 소리가 올라오자, 조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던 만석꾼 송학주는 체면이고 뭐고 다 잊은 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오줌을 지리며 살려달라고 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대왕마마!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소인이 이승에서 명예와 칭송에 눈이 멀어 참된 선행이 무엇인지 몰랐나이다! 하지만 소인이 평생 이승에서 쓴 돈이 만 냥이 넘사옵니다. 그 많은 일들 중에 어찌 단 하나라도 저울을 움직일 공덕이 없단 말입니까! 제발 장부를 끝까지 한 번만 더 뒤져보아 주십시오! 소인은 저 불구덩이에 들어가기 싫사옵니다!"

    송학주가 바닥을 박박 기며 피눈물을 흘리자, 염라대왕은 차갑게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네 장부는 이미 마지막 장까지 모두 털었으나, 저울 눈금 하나 움직일 만한 진심이 나오지 않았다. 여봐라, 옥졸들은 저 위선자 송학주를 끌어내어 화탕지옥에 던져 넣어라!"

    소머리와 말머리를 한 거대한 옥졸들이 시퍼런 삼지창을 들고 송학주의 양팔을 거칠게 낚아채어 불구덩이 쪽으로 질질 끌고 갔습니다. 송학주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잠시 멈추어라!"

    장부의 맨 마지막 표지를 덮으려던 백의 판관이 갑자기 손을 멈추고 눈을 크게 떴습니다. 판관이 장부의 가죽 표지 안쪽, 먼지가 쌓인 가장 구석진 틈새를 손가락으로 살피더니 아주 작고 희미한 빛 알갱이 하나를 집어 올렸습니다.

    "대왕마마, 송학주의 장부 맨 구석에 기록조차 되지 않을 만큼 사소하여 먼지에 가려져 있던 아주 작은 흔적이 하나 남아 있사옵니다."

    "무엇이냐? 그것 또한 이름을 내기 위한 위선이더냐?"

    염라대왕의 물음에 백의 판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작은 빛 알갱이를 황금 저울의 오른쪽 접시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습니다. 빛 알갱이가 접시 위에 내려앉자, 그것은 다름 아닌 시들고 말라비틀어진 작은 버들잎 한 장과 거친 무명 수건 한 조각으로 변했습니다. 송학주는 옥졸들에게 붙잡힌 채 그 초라한 물건을 보며 망연자실하여 중얼거렸습니다.

    '아이고, 천 냥짜리 쌀가마니와 백 냥짜리 돌다리도 다 재가 되어 날아갔는데, 저따위 말라비틀어진 나뭇잎 한 장과 헌 헝겊 조각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제 나는 꼼짝없이 죽었구나!'

    씬 5: 잊고 있었던 이십 년 전 그믐밤의 진짜 선행.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염라전 안의 모든 판관과 옥졸들이 눈을 의심할 만큼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자그마한 마른 버들잎 한 장과 낡은 무명 수건 조각이 오른쪽 접시에 닿자마자, 눈부신 황금빛을 뿜어내더니 천근만근의 무게를 가진 듯 쿵, 소리를 내며 내려앉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옥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꿈쩍도 하지 않던 거대한 황금 저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서서히 움직이더니, 마침내 죄업의 검은 돌덩이를 들어 올리고 아슬아슬하게 수평을 이루었습니다.

    "허어! 저토록 작은 나뭇잎과 헝겊 조각이 천 석의 쌀보다 무겁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대전 안이 술렁이는 가운데, 송학주 역시 어안이 벙벙하여 두 눈을 껌뻑거렸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자신이 언제 누구에게 저런 버들잎과 수건을 주었는지조차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염라대왕이 손짓을 하자, 업경대 거울 속에 지금으로부터 무려 이십 년 전, 송학주가 한창 재산을 모으러 다니던 젊은 시절의 어느 비 내리는 그믐밤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밤, 타지 장터에서 수금을 마치고 나귀를 몰아 홀로 고갯길을 넘던 젊은 송학주는 폭우를 만나 길가의 낡은 서낭당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곳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비에 흠뻑 젖은 채 고열에 시달리며 죽어가던 일곱 살배기 거지 아이 하나가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물... 물 좀 주세요... 어머니, 목이 타요..."

    아이의 가느다란 신음 소리에 송학주는 처음에는 귀찮은 듯 외면하려 했습니다. 그 칠흑 같은 밤중 산속에는 자신을 지켜보는 고을 사람도 없었고, 관아의 관리도 없었으며, 저 거지 아이를 구해준들 세상 그 누구도 알아주거나 칭찬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불덩이처럼 뜨거운 몸으로 덜덜 떨며 죽어가는 어린아이의 가엾은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송학주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남아 있던 인간으로서의 순수한 연민과 측은지심이 저도 모르게 불쑥 솟구쳐 올랐습니다.

    거울 속의 젊은 송학주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비를 맞으며 계곡으로 내려가 자신의 갓에 맑은 약수를 가득 담아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급하게 물을 마시다 체할까 봐, 옛 어른들의 지혜대로 길가의 버드나무에서 버들잎 한 장을 따서 물 위에 띄운 뒤 아이의 입에 천천히 흘려 넣어 주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품속에서 자신이 땀을 닦으려 가지고 다니던 깨끗한 무명 수건을 꺼내 아이의 젖은 몸을 닦아주고, 자신의 마른 덧저고리를 벗어 아이의 몸을 감싸준 뒤 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조용히 밤길을 떠나갔던 것입니다.

    업경대의 화면이 사라지자, 백의 판관이 명부를 확인하며 감탄 어린 목소리로 아뢰었습니다.

    "대왕마마, 그날 밤 송학주가 아무런 대가도, 보는 눈도 없는 어둠 속에서 순수한 연민으로 살려낸 그 일곱 살 거지 아이는 목숨을 건진 뒤 열심히 학문을 닦아, 현재 경상도 산청 땅에서 가난한 병자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훌륭한 유의(儒醫)가 되어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사옵니다! 송학주 자신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날 밤의 버들잎 한 장과 수건 한 조각이야말로, 그의 일생에서 오직 단 한 번, 이름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행한 백 퍼센트 순수한 진심의 선행이옵니다!"

    염라대왕은 고개를 깊게 끄덕이며, 바닥에 엎드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송학주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송학주는 그제야 자신이 평생 자랑하던 수천 냥의 자선이 얼마나 부끄럽고 추악한 위선이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꽹과리를 치며 뿌렸던 수백 석의 쌀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죽어가는 아이를 불쌍히 여겨 건넨 물 한 모금과 버들잎 한 장이 하늘의 눈에는 천만 배나 더 귀하고 무거운 것이었습니다.

    "대왕마마... 소인이 어리석었나이다. 평생 내 이름을 높이고 남들의 칭송을 먹고사는 아귀처럼 살았나이다. 저 거울 속의 가난한 소작농들의 피눈물을 이제야 보았사오니, 소인을 달게 지옥 불에 던져 주시옵소서..."

    송학주가 처음으로 교만을 버리고 진심 어린 참회의 눈물을 흘리자, 염라대왕의 준엄하던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송학주여, 네가 비록 평생을 위선과 탐욕 속에 살았으나, 이십 년 전 그믐밤에 베푼 그 한 조각의 순수한 자비가 오늘 너를 지옥 문턱에서 구했느니라. 게다가 네가 구한 아이가 지금 이승에서 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으니 그 음덕(陰德)을 무시할 수 없도다. 내 너에게 특별히 사흘의 시간을 더 주어 이승으로 돌려보낼 것이니, 그 사흘 동안 네가 저지른 위선의 허물을 어떻게 씻어낼지 스스로 결정하고 다시 오도록 하라!"

    염라대왕이 소매를 한 번 크게 휘두르자, 거센 폭풍이 일며 송학주의 영혼은 까마득한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씬 6: 다시 얻은 사흘의 이승 시간

    "헉! 허억!"

    거친 숨소리와 함께 송학주가 번쩍 눈을 떴습니다. 방 안에는 병풍이 둘러쳐져 있었고, 이미 삼베 상복으로 갈아입은 아들들과 며느리들이 송학주의 시신 앞에서 곡을 하다가 아버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자 기절초풍하며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아, 아버님! 살아나셨습니까!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는데 이게 웬 기적입니까!"

    큰아들이 눈물을 닦으며 달려들었으나, 사흘 만에 숨을 되찾은 송학주의 눈빛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송학주는 비단 금침을 걷어차고 일어나더니, 떨리는 다리로 맨발인 채 방문을 박차고 나가 집사 최 씨를 불렀습니다.

    "최 집사! 당장 곳간 열쇠와 우리 집안의 모든 토지 문서, 그리고 소작인들의 장리쌀 차용증서를 전부 가져오너라! 또한 힘센 머슴들에게 큰 쇠망치와 도끼를 들려 마을 입구로 집합시켜라! 한시도 지체하지 마라!"

    송학주의 서슬 퍼런 외침에 집안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한 시간 뒤, 마을 입구 삼거리에 우뚝 서 있던 송학주의 거대한 대리석 송덕비 세 개 앞에는 온 동네 백성들이 영문도 모른 채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소복 차림의 송학주는 머슴에게서 무거운 쇠망치를 직접 건네받더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송덕비와 선행 정문 현판을 힘껏 내리쳐 박살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님! 왜 이러십니까! 나라에서 내린 정문과 아버님의 평생 업적인 송덕비를 어찌 스스로 부수신단 말입니까!"

    아들들이 놀라 말렸으나 송학주는 눈물을 흘리며 머슴들에게 명령해 돌비석들을 모조리 산산조각 내어 강물에 던져 넣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마당 한가운데에 화롯불을 피워놓고, 소작농들의 피눈물이 담긴 수백 장의 장리쌀 빚문서들을 불길 속에 전부 던져 넣었습니다.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송학주는 덕삼이를 비롯한 늙은 소작농들 앞에 무릎을 꿇고 흙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통곡했습니다.

    "여보게들, 나를 용서하소! 내가 그동안 살아있는 부처라는 허울 좋은 이름에 미쳐, 자네들의 피땀을 쥐어짜서 내 배를 채우고 내 이름을 높이는 데 썼네! 내가 어젯밤 저승의 염라대왕 앞에 끌려가 황금 저울에 달아보니, 내가 자네들에게서 빼앗은 쌀로 베푼 구휼은 전부 시커먼 재가 되어 날아가더군! 이 토지 문서들을 모두 자네들에게 조건 없이 나누어 줄 것이고, 내 곳간의 재물도 모두 내어놓을 터이니 제발 이 늙은 죄인의 허물을 용서해 주게나!"

    송학주는 그 길로 사흘 밤낮 동안 잠 한숨 자지 않고 자신의 아흔아홉 칸 기와집과 만석의 논밭을 평생 일해온 소작농들과 가난한 이웃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세웠던 혜민원의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새 옷과 풍족한 양식을 안겨주고 훌륭한 스승을 모셔와 글을 배우게 했으며, 대동강 돌다리 옆에서 쫓겨났던 뱃사공들에게는 새 배를 지어주고 통행세를 영구히 폐지했습니다. 모든 재산을 남김없이 정리한 송학주는 오직 자신이 입은 무명옷 한 벌만을 남긴 채, 가족들을 데리고 마을 뒤편의 작은 초가삼간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약속한 사흘째 되던 날 밤, 모든 짐을 내려놓은 송학주는 초가집 작은 방에 누워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맑고도 평온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자정이 되자 방문이 조용히 열리며 사흘 전에 보았던 강림차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서운 쇠사슬 대신 은은한 연꽃 향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차사의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서려 있었습니다.

    "송학주여, 사흘 동안 이승의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았는가. 지금 염라전의 황금 저울은 네가 흘린 참회의 눈물과 진심으로 인해 극락 쪽으로 한껏 기울어졌느니라. 자,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가자꾸나."

    송학주는 아들들의 손을 한 번 따뜻하게 잡아준 뒤, 어린아이처럼 맑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비록 만석의 재산과 화려한 비석은 모두 사라졌지만, 그가 떠난 대동강 변에는 비로소 진정한 봄바람과 함께 백성들의 진심 어린 축복과 감사의 노래가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고 전해집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300자 내외)

    오늘 준비한 조선의 신비한 저승 야담,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베푼 수천 냥의 자선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건넨 버들잎 띄운 물 한 모금이 저승의 저울을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주는데요. 진정한 선행은 재물의 크기가 아니라 상대를 아끼는 진실한 마음의 무게에 달려 있다는 옛 어른들의 지혜를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꼭 부탁드립니다. 저는 다음 시간에도 더욱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옛날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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