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의 특별 사면, 효심으로 부모를 살린 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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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부모님의 생명, 그 앞에서 모든 것을 걸었던 한 효자의 눈물겨운 사투! 그의 지극한 효심이 과연 냉철한 염라대왕의 마음을 움직여 저승의 법도마저 바꿀 수 있었을까요? 지금, 기적을 만든 효자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디스크립션
오늘 [이야기 보따리]에서는 조선시대, 죽음의 문턱에 선 부모님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한 효자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그의 애끓는 효심이 저승의 왕 염라대왕에게까지 닿아, 특별 사면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효(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 지금 만나보세요.
※ 스러져가는 등불, 효자 효성의 시름
조선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가난했지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초가삼간에 효성이라는 이름의 젊은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효성은 이름 그대로 지극한 효심을 가진 아들로, 연로하신 부모님을 봉양하는 것을 삶의 가장 큰 기쁨으로 여기며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비록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아침저녁으로 부모님께 따뜻한 진지를 올려드리고, 밤에는 부모님의 다리를 주물러 드리며 나누는 정담 속에서 효성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롭던 집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어느 해 가을부터였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환절기의 찬바람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연로하신 탓이었을까요. 효성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자리에 몸져눕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기침으로 시작된 병세는 날이 갈수록 깊어져, 이제는 두 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시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습니다.
효성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부모님 병간호에 매달렸습니다. 밤에는 잠시도 눈을 붙이지 않고 두 분의 이마를 짚어가며 열을 살폈고, 낮에는 좋다는 약초를 구하기 위해 이산 저산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자신의 끼니는 거르는 한이 있어도 부모님 약 달일 물만큼은 정성껏 길어왔고, 입맛을 잃으신 부모님을 위해 어떻게든 한 술이라도 더 드시게 하려 애를 썼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효성의 지극정성에 혀를 내둘렀지만, 안타깝게도 부모님의 병세는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용하다는 의원을 수소문해 모셔와도, 의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으며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미 노쇠하신 데다 병까지 깊어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수밖에요." 라는 절망적인 말만 남기고 돌아갈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님의 기력은 마치 꺼져가는 등불처럼 스러져갔습니다. 예전에는 효성의 손을 잡고 "내 아들, 네 덕에 산다"며 힘없이 웃어 보이시던 아버지도 이제는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어하셨고, 늘 따뜻한 말씀으로 효성을 위로해주시던 어머니는 가쁜 숨만 몰아쉬고 계셨습니다.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과 함께 약초 냄새,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효성은 매일 밤, 부모님 머리맡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늘이시여, 제발 부모님을 살려주십시오. 차라리 제 명을 가져가시고 부모님께 건강을 돌려주십시오.’ 그의 간절한 기도는 밤하늘의 별을 향해 퍼져나갔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했습니다. 그는 하루하루 야위어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슬픔과 함께 깊은 절망감에 휩싸였습니다.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조각배처럼,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 그의 온몸을 짓누르는 듯했습니다. ‘정녕 이대로 부모님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것인가…’ 효성의 시름은 깊어만 갔습니다.
※ 불길한 꿈, 저승사자의 방문 예고
며칠 밤낮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부모님 곁을 지키던 효성은 자신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지쳐 있었던 탓일까요, 그는 깊고 어두운 꿈의 세계로 빠져들었습니다. 꿈속에서 효성은 낯선 안갯길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사방은 온통 잿빛 안개로 뒤덮여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고, 발밑에서는 차가운 냉기가 스며 올라와 온몸을 으스스하게 만들었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그의 눈앞에 거대한 문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그 문은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검고 높은 위용을 자랑하며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 앞에는 검은색 도포를 입고 얼굴이 창백한 두 명의 사내가 서 있었습니다. 한 손에는 명부가, 다른 한 손에는 쇠사슬이 들려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저승사자였습니다. 그들의 눈빛은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차갑고 공허한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효성은 본능적인 공포감에 온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승사자 중 한 명이 효성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습니다. 그의 발걸음에는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그가 내뿜는 음산한 기운은 효성의 숨을 멎게 할 것만 같았습니다.
"네가 이효성이냐?" 저승사자가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효성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부모, 이 아무개와 박 아무개의 명이 오늘 밤 자시(子時)로 다하였느니라. 우리는 그들을 데리러 온 저승의 사자들이다."
다른 저승사자가 명부를 펼쳐 보이며 말했습니다. 명부에는 분명 효성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이 붉은 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 글씨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아직… 아직 돌아가실 때가 아닙니다!" 효성은 절규하듯 외치며 저승사자들 앞을 가로막으려 했습니다. "제발, 제발 우리 부모님을 데려가지 마십시오! 차라리 저를 데려가십시오!"
하지만 저승사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효성을 가볍게 밀쳐내며 차갑게 말했습니다.
"저승의 법도는 엄격하다. 정해진 명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네가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곧 시간이 될 것이니, 마음의 준비나 하거라."
저승사자들은 더 이상 효성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그의 부모님이 계실 법한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효성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마치 거대한 바위에 깔린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다만 애끓는 심정으로 "안 됩니다! 제발!" 이라고 소리 없는 절규를 터뜨릴 뿐이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효성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시고 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습니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지만, 꿈속에서 저승사자가 말한 자시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꿈은 너무나도 생생했고, 저승사자들의 차가운 목소리와 명부에 적힌 부모님의 이름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안 돼… 절대로 이대로 부모님을 보내드릴 수는 없어!’ 효성은 공포와 절망감에 휩싸였지만, 동시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절박함과 함께 어떤 강렬한 의지가 그의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꿈이 단순한 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 그리고 부모님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한의 공포가 그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습니다.
※ 효성의 마지막 간청, 삼신산(三神山)을 향한 여정
불길한 꿈에서 깨어난 효성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눈앞이 캄캄했고, 심장은 절망감으로 가득 차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정녕 이대로 부모님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것인가? 의원도, 약도 소용없다면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는 방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눈물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때, 효성의 뇌리를 스치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던 삼신산(三神山)과 그곳에서만 자란다는 불로초(不老草)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삼신산은 인간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험준한 곳에 숨겨져 있으며, 그곳에서 자라는 불로초를 달여 먹으면 죽을병도 낫고 늙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허무맹랑한 전설로만 여겼던 이야기였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 효성에게는 마지막 한 줄기 희망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 삼신산이다! 그곳에 가서 불로초를 구해오는 거야! 설령 그것이 헛된 전설이라 할지라도, 이대로 앉아서 부모님의 마지막을 기다릴 수만은 없어!’
효성의 두 눈에 다시금 결연한 빛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모님이 잠시 잠드신 것을 확인하고는 방문을 나섰습니다. 그는 부모님의 명을 이어주십사 간절히 하늘에 빌고 또 빌었습니다. 부엌으로 가 얼마 남지 않은 곡식을 털어 주먹밥 두어 개를 만들고, 낡았지만 튼튼한 지팡이 하나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옆집의 마음씨 좋은 이웃에게 부모님을 잠시만 돌봐주시길 눈물로 부탁한 뒤, 동이 트기도 전에 홀로 삼신산을 향한 멀고도 험한 여정을 떠났습니다.
삼신산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저 동쪽 멀고 먼 바닷가 험한 산맥 어딘가에 있다는뜬구름 같은 이야기만 전해질 뿐이었습니다. 효성은 무작정 동쪽을 향해 걷고 또 걸었습니다. 며칠 밤낮을 걸었는지, 발바닥은 이미 터지고 피가 맺혔으며, 가져온 주먹밥도 바닥난 지 오래였습니다. 굶주림과 갈증, 그리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그의 온몸을 짓눌렀지만, 효성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부모님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뿐이었습니다.
숲 속에서는 사나운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거친 강물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효성은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제가 반드시 불로초를 구해 돌아가겠습니다. 조금만 더 견뎌주십시오!" 그는 굶주림을 참기 위해 풀뿌리를 캐 먹고, 차가운 계곡물을 마시며 기운을 차렸습니다. 밤에는 바위틈이나 동굴에서 잠시 눈을 붙이며 추위와 싸워야 했습니다.
어느 날은 며칠 동안 폭우가 쏟아져 길이 끊기는 바람에 꼼짝없이 나무 밑에서 비를 맞으며 밤을 지새워야 했고, 또 어느 날은 길을 잃고 같은 자리를 며칠 동안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의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갔지만, 효성의 정신력은 오히려 더욱 강인해지는 듯했습니다. 그는 지칠 때마다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천지신명님, 부디 저의 효심을 가상히 여기시어 부모님을 살릴 약초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제 목숨을 가져가셔도 좋으니, 제발…"
그의 간절한 기도는 허공으로 흩어지는 듯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온 마음과 정신은 오직 부모님을 살리겠다는 효심 하나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지극한 정성은 보이지 않는 어떤 거대한 힘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마침내 한 달여의 고행 끝에, 효성은 구름 위에 솟아있는 세 개의 신비로운 봉우리를 멀리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직감적으로 저곳이 삼신산임을 깨달은 효성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그곳을 향해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의 모습은 이미 인간이라기보다는 고행을 거듭한 수행자의 그것과 같았습니다.
※ 저승의 명부와 염라대왕의 주목
한편, 효성이 인간 세상에서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고 있을 무렵, 아득히 깊은 지하세계, 저승의 명부전(冥府殿)에서는 염라대왕이 엄숙한 표정으로 인간들의 생사를 기록한 명부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명부전은 거대하고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곳으로, 수많은 저승의 관리들과 판관들이 분주히 오가며 죽은 자들의 기록을 정리하고 죄업을 심판하는 곳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은 그 모든 것을 총괄하는 저승의 절대자였으며, 그의 말 한마디에 인간의 운명은 물론, 때로는 귀신들의 운명까지도 결정되곤 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염라대왕 앞에는 두꺼운 명부 두루마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그의 옆에는 검은 먹물을 잔뜩 머금은 붓을 든 저승의 서기가 대기하고 있었고, 그 앞으로는 인간 세상에서 막 명을 다한 혼들을 데려온 저승사자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도열해 있었습니다.
"다음." 염라대왕의 낮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명부전에 울려 퍼졌습니다.
한 저승사자가 앞으로 나서며 공손히 아뢰었습니다.
"대왕님, 조선국 아무개 마을에 사는 이 아무개와 그의 처 박 아무개, 두 사람의 명이 오늘 자시로 다하였음을 보고드리옵니다. 명부에 기록된 대로 혼을 거두러 갈 준비를 마쳤사옵니다."
염라대왕은 눈을 들어 저승사자가 내민 명패를 잠시 바라보았습니다. 그 위에는 효성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 그리고 그들의 생년월일시와 함께 붉은 줄이 그어져 사망 예정 시각이 명확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염라대왕은 늘 그렇듯,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명을 내리려 했습니다. "음, 기록대로 처리하도…"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명부전 전체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미약하지만 분명한 진동과 함께, 어디선가 따스하고 밝은 기운 한 줄기가 저승의 어둠을 뚫고 희미하게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저승 특유의 차갑고 음산한 기운과는 전혀 다른, 맑고 순수한 에너지였습니다. 평소라면 인간 세상의 사소한 일에는 전혀 감응하지 않는 저승의 공간이었지만, 그 기운은 너무나도 강렬하고 순수하여 두꺼운 저승의 장막마저 뚫고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분주히 움직이던 저승의 관리들이 일순간 동작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염라대왕의 미간에도 처음으로 미세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저승을 다스려왔지만, 이토록 강렬하고 맑은 인간의 기운이 저승에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무슨 기운이냐?" 염라대왕이 나직이 물었습니다.
옆에 있던 지혜로운 판관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아뢰었습니다.
"대왕님, 방금 보고된 이 아무개와 박 아무개 부부의 명과 관련된 기운인 듯하옵니다. 그들의 자식 중 하나가 지극한 효심으로 어떤 비범한 행동을 하고 있는 듯하며, 그 정성이 하늘에까지 닿아 이러한 기운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염라대왕은 잠시 눈을 감고 그 기운의 근원을 더듬었습니다. 과연, 멀고 먼 인간 세상의 험준한 산맥 어딘가에서 한 젊은이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부모를 살리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느껴졌습니다. 그의 효심은 너무나도 깊고 순수하여,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빛이 되어 저승에까지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염라대왕은 다시 눈을 떴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흥미와 함께 약간의 곤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지극한 효심이라… 과연 인간 세상에는 아직도 저런 아름다운 마음이 남아있단 말인가."
그는 저승사자에게 명을 내리려던 손을 잠시 거두었습니다. 저승의 법도는 엄격하여 한번 정해진 명을 함부로 바꿀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이토록 강렬한 효심의 발현은 그로서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를 담고 있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 특별한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그의 오랜 지혜가 시험대에 오른 순간이었습니다.
※ 효심의 시험, 염라대왕의 특별 지시
염라대왕은 인간 세상에서 감지된 강렬한 효심의 기운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저승의 법도는 지엄한 것. 단지 기운이 감지된다는 이유만으로 수명을 다한 인간의 명을 함부로 거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는 효성의 마음이 진정으로 순수하고 굳건한지, 그리하여 저승의 법도를 잠시나마 유보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저 아이의 효심이 과연 하늘을 움직일 만한 것인지, 아니면 한낱 헛된 몸부림인지 직접 시험해 보아야겠다."
염라대왕은 가장 신임하는 저승사자 중 하나를 불렀습니다. 그는 일반적인 저승사자와는 달리,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뛰어나고 때로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이승의 일을 살피기도 하는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너는 지금 즉시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 저 '효성'이라는 아이를 찾아라. 허나, 너의 정체를 드러내서는 아니 된다. 평범한 산골 노인이나 길 잃은 나그네의 모습으로 접근하여, 그의 진심을 떠보도록 하라. 그 아이가 겪는 고난을 더욱 가중시켜 보기도 하고, 달콤한 유혹으로 그의 의지를 시험해 보기도 하라. 그의 효심이 과연 그 어떤 시련과 유혹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것인지, 너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돌아와 보고하도록."
명을 받은 저승사자는 즉시 인간 세상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깊은 산속에서 약초를 캐는 허름한 차림의 노인으로 변신하여, 효성이 마지막 힘을 다해 오르고 있는 삼신산의 중턱에서 그를 기다렸습니다. 효성은 이미 며칠을 굶은 데다 험한 산길에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변신한 저승사자는 지친 효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젊은이,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 험한 삼신산골을 이리도 위태롭게 오른단 말인가? 안색을 보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데."
효성은 갑자기 나타난 노인에 잠시 놀랐지만, 경계심을 풀고 자신의 사정을 간략히 털어놓았습니다. 위독하신 부모님을 살리기 위해 불로초를 찾아왔노라고. 그의 목소리는 쇠약했지만, 눈빛만은 강한 의지로 불타고 있었습니다.
노인으로 변신한 저승사자는 일부러 더욱 가혹한 말로 효성을 시험했습니다.
"허허, 불로초라니… 이 늙은이가 이 산에서 평생을 살았지만, 그런 것은 듣도 보도 못했네. 설령 있다 한들, 자네 같은 평범한 인간의 눈에 띌 리가 있겠는가? 헛된 희망으로 목숨만 버리지 말고 어서 산을 내려가게. 아마 지금쯤 자네 부모님은 이미 이승을 떠나셨을지도 모를 일이네."
그 말은 효성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잠시 그의 눈빛이 절망으로 흔들리는 듯했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더욱 굳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어르신. 제 부모님은 아직 살아계십니다. 그리고 설령 불로초가 없다 할지라도, 이대로 포기하고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을 살릴 수만 있다면 제 목숨이 다하는 한이 있어도 뭐든 할 것입니다."
저승사자는 다시 한번 효성을 시험했습니다.
"그렇다면 젊은이, 내가 신통한 약초를 하나 알고 있는데, 그것은 단 한 사람의 목숨만을 살릴 수 있다네. 자네 부모님 두 분 중 한 분에게만 쓸 수 있다는 말이지. 어찌하겠는가? 아니면 그 약초를 자네가 먹고 기운을 차려 더 좋은 약초를 찾아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효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습니다.
"어르신, 만약 그런 약초가 있다면 당연히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살려야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필요 없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부모님만 살릴 수 있다면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저승사자는 효성의 대답에 속으로 감탄했지만,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며 마지막 시험을 던졌습니다. 그는 품에서 잘 익은 복숭아 하나를 꺼내 효성에게 건넸습니다.
"보아하니 며칠은 굶은 듯한데, 이거라도 먹고 기운을 차리게. 이 복숭아는 이 산의 정기를 받아 특별한 효능이 있다네. 하나를 먹으면 열흘을 굶어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지."
효성은 며칠 만에 보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에 잠시 침을 삼켰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닙니다, 어르신. 이 귀한 것을 어찌 제가 먹겠습니까. 만약 이 복숭아가 정말 그런 효험이 있다면, 이것을 제 부모님께 가져다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풀뿌리라도 먹으며 버틸 수 있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그리 말하며 복숭아를 공손히 사양했습니다.
노인으로 변신한 저승사자는 더 이상 효성을 시험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의 효심은 깊은 절망 속에서도, 달콤한 유혹 앞에서도, 그리고 자신의 안위보다 부모를 먼저 생각하는 희생정신 속에서도 단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실로 하늘을 감동시키고도 남을 만한 지극한 효심이었습니다.
※ 감동의 기적, 염라대왕의 특별 사면
노인으로 변신했던 저승사자는 효성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즉시 저승으로 돌아와 염라대왕 앞에 엎드려 자신이 보고 겪은 바를 상세히 아뢰었습니다. 효성이 겪었던 육체적 고통, 그럼에도 꺾이지 않았던 의지, 그리고 부모를 향한 순수하고 이타적인 마음까지. 저승사자의 보고를 듣는 동안 염라대왕의 엄숙한 얼굴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깊은 눈에는 인간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순수한 빛에 대한 경탄과 함께, 법도를 넘어서는 감동이 서리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자신의 목숨보다 부모를 중히 여겼으며, 눈앞의 허기를 채우는 것보다 부모님께 드릴 복숭아 한 알을 먼저 생각하는 지극한 효심을 보였습니다. 또한, 두 분 중 한 분만 살릴 수 있다는 말에도 절망하거나 원망하기보다는 그 기회마저 감사히 여기려 했습니다. 그의 효심은 티끌 한 점 없는 진실된 것이옵니다, 대왕이시여."
저승사자의 보고가 끝나자, 명부전에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염라대왕은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승의 법도는 냉정하고 엄격하여 한 번 정해진 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효성의 이야기는 그 엄격한 법도마저 흔들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수천 년간 수많은 인간들의 삶과 죽음을 관장해왔지만, 이토록 순수하고 강렬한 효심은 그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마침내 염라대왕이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낮고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권위는 여전히 명부전을 압도했습니다.
"하늘의 뜻은 무심한 듯하나, 때로는 인간의 지극한 정성에 감응하기도 하는 법. 저 아이의 효심은 실로 하늘을 움직이고도 남음이 있다. 이승과 저승의 법도를 잠시 유보하고, 내 오늘 특별한 명을 내리노라."
염라대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명부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는 효성의 부모님 이름이 적힌 곳에 자신의 손을 얹었습니다.
"효성이라는 아이의 부모, 이 아무개와 박 아무개의 명을 각각 십 년씩 연장하도록 하라. 또한, 효성의 지극한 효심이 그들에게 기적을 가져왔음을 이승에도 알리도록 하라. 이는 저승의 법도에 따른 일반적인 처결이 아닌, 효심에 대한 나의 특별한 가상(嘉賞)이자 사면(赦免)이니라!"
염라대왕의 명이 떨어지자, 명부에 적혀 있던 효성 부모님의 이름 옆 붉은 줄이 스르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수명이 기록되었습니다. 동시에, 저승사자들은 효성의 부모님을 데려오려던 계획을 즉시 철회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한편, 삼신산에서 마지막 힘을 다해 쓰러질 듯 걷던 효성은 갑자기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네 효심이 하늘에 닿았으니,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모시거라. 신비한 약초는 이미 네 정성 속에 피어났느니라."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효성은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산을 내려왔습니다.
그가 초주검이 되어 집에 돌아왔을 때, 놀랍게도 부모님은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기력을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죽음을 눈앞에 두었던 분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색이 좋아지고, 효성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짓기까지 했습니다. 효성이 찾아 헤매던 불로초는 결국 손에 넣지 못했지만, 그의 지극한 효심 자체가 이미 기적의 약초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효성의 부모님은 염라대왕이 내려준 십 년의 수명을 더 누리며 건강하게 살았고, 효성은 더욱 극진히 부모님을 봉양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지극한 효심은 하늘도 감동시키고 저승의 법도마저 바꿀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들려드린 "염라대왕의 특별 사면: 효심으로 부모를 살린 효자 이야기", 어떠셨나요? 꺼져가는 부모님의 생명을 구하고자 했던 한 아들의 지극한 마음이 결국 냉철한 염라대왕의 마음까지 움직인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진정한 효심은 때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오늘 밤, 이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었기를 바랍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다음 시간에는 "윤회의 수레바퀴와 염라대왕"이라는 주제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조선시대의 환생 체계와 저승의 비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