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이 내린 기적의 판결 , 저를 대신 데려가요 한마디에 『청구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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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300자 내외)
"이보시오, 저승사자 양반! 내 남편 못 데려갑니다! 정 데려가려거든 나를 잡아가시오!"
저승 문턱에서 저승사자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 여인이 있습니다. 죽은 남편을 살리기 위해 제 발로 지옥 불구덩이 같은 염라대왕의 재판장까지 쫓아간 기막힌 아내! 서슬 퍼런 염라대왕 앞에서도 "남편 대신 내 목을 치라"며 울부짖은 그녀의 사랑이 과연 하늘을 감동시켰을까요? 저승의 법도마저 뒤집어버린 눈물겨운 부부의 기적, 오늘 밤 여러분의 차가운 가슴을 뜨겁게 적셔드립니다. 손수건 준비하시고 들어보세요!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금슬 좋기로 소문난 부부에게 닥친 청천벽력 같은 이별. 병으로 급사한 남편을 따라 저승길까지 쫓아간 아내의 처절한 사투가 펼쳐집니다. "남편은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제가 대신 죽겠습니다!" 염라대왕조차 붓을 떨게 만든 아내의 위대한 희생! 차갑고 무서운 저승 재판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이 부부에게 염라대왕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청구야담』 속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 삶과 죽음을 뛰어넘은 찐한 사랑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 행복했던 일상과 갑작스러운 투병
자, 옛날 저기 경상도 땅, 산 좋고 물 맑은 어느 고을에 김 진사 댁 아들 '덕수'와 그 아내 '정 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부부로 말할 것 같으면, 어찌나 사이가 좋은지 동네 개도 부러워서 쳐다보다가 침을 질질 흘릴 정도라 했습니다. 남편 덕수가 "아이고, 오늘따라 바람이 차네" 하면 아내 정 씨가 어느새 따뜻한 솜옷을 대령하고, 아내 정 씨가 "봄나물이 먹고 싶네요" 한마디만 하면 덕수가 그 길로 산에 올라가 냉이며 달래를 한 바구니 캐 오는, 그야말로 깨가 쏟아지다 못해 참기름 공장이 따로 없는 잉꼬부부였지요.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요? 좋은 일에는 마가 끼기 마련이라더니, 그 행복이 시샘을 받았나 봅니다. 어느 해 늦가을, 찬바람이 문풍지를 때리던 날부터 남편 덕수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는 겁니다. 처음엔 그저 고뿔이겠거니 했는데, 이게 웬걸?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지나도 열이 펄펄 끓고 헛소리를 해대는데, 약을 써도 소용이 없고 용하다는 의원을 불러다 침을 놓아도 백약이 무효라.
아내 정 씨의 속이 오죽 타들어 갔겠습니까? "여보, 정신 좀 차려보소. 내가 왔소. 이게 무슨 일이오!" 정 씨는 밤잠을 설치며 남편 머리맡을 지킵니다. 물수건을 짜서 이마에 올려주고, 손발이 찰까 봐 밤새 주무르고 또 주무릅니다. 어찌나 주물렀는지 정 씨의 손바닥 지문이 다 닳아 없어질 지경이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동네 뒷산 험한 바위 절벽에 자란다는 약초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는, 그 캄캄한 밤중에 호롱불 하나 들고 산을 오릅니다. 치마가 가시에 찢기고 발이 돌부리에 채여 피투성이가 되어도 아픈 줄도 모릅니다. 오직 서방님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절벽 끝에 매달려 약초를 캐 와서는, 흙투성이가 된 손으로 정성껏 달여 숟가락으로 떠먹입니다.
"여보... 이거 드소. 이거 먹으면 낫는다 하오. 제발 한 모금만 넘겨보소."
정 씨의 눈물이 약사발에 뚝뚝 떨어져 섞이니, 이게 약인지 눈물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하지만 야속한 하늘은 정 씨의 정성을 외면하더이다. 덕수의 얼굴은 점점 흙빛으로 변해가고, 숨소리는 쇳소리처럼 거칠어집니다.
운명의 그날 밤, 밖에서는 부엉이가 "우우~" 하고 재수 없게 울어대고, 방 안의 촛불은 바람도 없는데 가물가물 꺼질 듯 말 듯 춤을 춥니다. 덕수가 간신히 눈을 뜨더니, 힘없는 손을 들어 정 씨의 손을 잡습니다. 그 손이 어찌나 차가운지 정 씨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부인... 미안하오... 내 먼저 가오. 부디... 부디 나 같은 놈 잊고, 좋은 세상 오래오래 사시오..."
"안 됩니다! 여보, 무슨 섭섭한 말씀을 그리하시오! 당신 가면 나도 따라갈 거요! 정신 줄 놓지 마소! 여보! 여보!"
정 씨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치며 흔들었지만, 덕수의 고개는 힘없이 툭 떨어지고, 잡고 있던 손은 스르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아이고! 서방님! 이게 무슨 날벼락이오! 어제는 웃으며 밥 잘 먹더니, 오늘은 송장이 웬 말이오! 으흐흑!"
정 씨는 남편의 가슴을 치고, 땅을 치고, 나중에는 제 가슴을 쥐어뜯으며 통곡을 합니다.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절하고 비통한지, 지나가던 달님도 차마 보지 못하고 구름 뒤로 숨어버리고, 마당에 묶인 누렁이도 밥그릇을 엎으며 컹컹 짖어대더랍니다.
방 안은 순식간에 싸늘한 냉기로 가득 차고, 병풍 뒤에서 향 냄새가 피어오르는데, 정 씨의 눈에는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싸늘하게 식어버린 남편의 얼굴만이 보일 뿐.
"여보... 차라리 나를 데려가지... 당신 없이 내가 어찌 산단 말이오. 나 혼자 두고 가지 마오... 나도 데려가오..."
정 씨는 남편의 시신을 끌어안고 놓아주지를 않습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축시(새벽 1~3시)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제 곧, 무시무시한 손님이 들이닥칠 시간인 게지요.
※ 저승사자를 가로막고 황천길을 동행하는 아내
그렇게 남편 시신을 붙들고 울다가 지쳐 깜빡 잠이 들었나 봅니다. 정 씨가 눈을 떠보니, 방 안의 공기가 다릅니다. 서늘하다 못해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감도는데, 방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검은 갓을 쓰고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 셋이 방 안으로 쑥 들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얼굴은 창백하기가 밀가루 반죽 같고, 입술은 팥죽색인데, 눈매가 어찌나 매섭던지 쳐다만 봐도 오금이 저릴 지경입니다. 바로 저승사자들, 삼사자(三使者)였습니다.
가운데 선 저승사자가 품에서 붉은 명부(적패지)를 꺼내더니, 굵직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릅니다.
"김덕수! 김덕수! 김덕수! 년월일시가 다 되었으니 가자!"
그러자 누워 있던 남편 덕수의 몸에서 희미한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더니, 생전의 모습 그대로인 덕수의 혼이 쑥 빠져나와 멍하니 서는 겁니다. 저승사자 하나가 쇠사슬을 던져 덕수의 목에 척 감고는, 인정사정없이 질질 끌고 나갑니다.
"가자! 염라대왕님이 기다리신다!"
이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던 정 씨, 순간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내 서방님이 눈앞에서 끌려가는데 가만히 있을 여편네가 어디 있겠습니까? 정 씨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방문을 박차고 뛰어 나갑니다.
"이보시오! 잠깐만 멈추시오! 내 남편을 어디로 데려가는 거요!"
정 씨가 사력을 다해 달려나가, 대문 밖을 나서는 저승사자의 검은 도포 자락을 덥석 붙잡았습니다.
저승사자들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봅니다. 산 사람이, 그것도 여인네가 감히 저승차사의 옷자락을 잡다니,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니까요.
"에끼! 이 무슨 망측한 짓이냐! 산 사람은 빠져라! 우리는 저승의 명을 받고 온 차사들이다. 부정 탄다, 썩 놓거라!"
저승사자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호통을 쳤지만, 정 씨는 눈 하나 깜짝 안 합니다. 오히려 쇠사슬에 묶인 남편 덕수를 붙들고 늘어집니다.
"여보! 정신 차리시오! 어딜 간다고 그리 멍하니 끌려가오! 나를 두고 가면 어떡해!"
덕수의 혼은 기억을 잃었는지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다가, 아내의 목소리에 잠시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부인... 돌아가시오... 여긴 산 사람이 올 곳이 아니오..."
"못 갑니다! 당신 혼자 두고는 죽어도 못 갑니다! 이보시오, 저승사자 양반! 내 남편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고, 아직 나이도 창창하오! 어찌 벌써 데려간단 말이오! 뭔가 착오가 있는 게 분명하니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시오!"
정 씨가 악을 쓰며 대들자, 저승사자들도 기가 막힌 모양입니다.
"허허, 이 여자가 겁도 없이... 명부에 적힌 대로 데려가는 것이거늘, 어디서 행패냐! 썩 물러가지 않으면 너 또한 온전치 못할 것이다!"
저승사자가 억센 힘으로 정 씨를 밀쳐내니, 정 씨는 흙바닥에 나뒹굴고 맙니다. 무릎이 까지고 손바닥에서 피가 철철 나는데도, 정 씨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다시 달려가 남편의 허리춤을 꽉 껴안습니다.
"데려가려거든 나도 같이 데려가시오! 우리 부부는 한날한시에 죽기로 맹세했소! 남편 가는 길에 내가 빠질 수 없지! 자, 나도 묶으시오! 어서!"
이 지독한 사랑 앞에는 천하의 저승사자들도 혀를 내두릅니다.
"지독한 여편네로고... 산 사람이 황천길을 따라오겠다니, 제 명을 재촉하는구나. 좋다, 정 그리 원한다면 따라오거라. 허나, 그 길이 가시밭길이고 불길일 터이니, 네 발이 썩어 문드러져도 우리는 모른다!"
저승사자들은 코웃음을 치며 다시 덕수를 끌고 안개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정 씨는 이를 악물고 그 뒤를 따릅니다. 마을 어귀를 지나자 풍경이 싹 바뀝니다.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벌판, 발을 디딜 때마다 날카로운 돌조각이 발바닥을 파고들고, 차가운 바람은 살점을 뜯어내는 것 같습니다.
"여보, 조금만 참으소. 내가 곁에 있소. 절대 당신 혼자 안 보낼 거요."
정 씨의 맨발자국마다 붉은 피가 선명하게 찍히는데, 그녀는 아픔도 잊은 채 오직 앞서가는 남편의 뒷모습만 보고 걷고 또 걷습니다. 이승의 경계를 넘어, 이제 되돌아올 수 없는 황천길(黃泉路)로 접어든 것입니다. 과연 이 여인의 무모한 동행은 어디까지 계속될까요?
※ 무시무시한 저승 풍경
얼마나 걸었을까요? 발바닥은 이미 다 까져서 피범벅이 되고, 치마는 가시덤불에 찢겨 걸레짝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정 씨는 이를 악물고 저승사자 뒤만 보고 걷습니다. 안개 자욱한 황천길을 지나니, 코를 찌르는 비릿한 냄새와 함께 눈앞에 시커먼 강물이 ‘철썩, 철썩’거리며 흐르는 게 아니겠습니까? 바로 그 유명한 삼도천(三途川)입니다. 한번 건너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이별의 강이지요. 강물 색깔이 어찌나 검고 탁한지 깊이를 가늠할 수 없고, 물 위에는 주인 없는 낡은 나룻배 한 척만이 덩그러니 떠 있습니다.
저승사자가 덕수의 등짝을 떠밉니다. "타라! 이제 이 강만 건너면 진짜 저승이다." 덕수가 배에 오르려다 말고 뒤를 돌아봅니다. 헐떡거리며 쫓아온 아내 정 씨가 강가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게 보입니다. 덕수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릅니다.
"부인... 제발... 제발 돌아가시오. 여기서부터는 산 사람은 못 가오. 이 강을 건너면 당신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소!"
하지만 정 씨는 들은 척도 않습니다. 비틀비틀 일어나서 나룻배로 다가옵니다. "무슨 소리요! 당신 가는 곳이라면 지옥불이라도 내가 갈 거요! 비켜요! 나도 탈 거요!"
정 씨가 배에 오르려 하자, 저승사자가 삿갓을 고쳐 쓰며 지팡이로 정 씨의 어깨를 '탁!' 하고 밀쳐버립니다.
"에이끼! 이 독한 여편네야!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올라! 이 배는 망자(亡者)만 타는 배다. 산 사람이 타면 배가 가라앉아! 너는 여기서 기다리든지 돌아가든지 해라!"
그러고는 삿대로 강둑을 팍 밀어 배를 띄워버립니다. 나룻배가 스르르 강물 위로 미끄러져 나갑니다. 멀어지는 남편의 얼굴, 그리고 그를 잡지 못한 아내의 절규!
"안 돼! 여보! 가지 마! 나를 두고 가지 마! 으아아아!"
정 씨는 강가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이내 결심한 듯 치마끈을 질끈 동여맵니다. 그리고는 "풍덩!" 하고 그 시커먼 삼도천 물속으로 뛰어든 것입니다. 아이고, 맙소사! 삼도천 물이 어떤 물입니까? 살이 닿으면 뼈가 녹는 듯 시리고, 온갖 독사와 악어 떼가 득실거리는 죽음의 물 아닙니까?
"으악!" 정 씨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물이 닿은 살가죽이 불에 덴 듯 타오르고, 물속에서 귀신들이 발목을 잡아당깁니다. "이리 와... 너도 죽어... 우리랑 놀자..."
하지만 정 씨는 남편이 탄 배를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을 칩니다. 손톱이 빠지고 살점이 뜯겨나가도 멈추지 않습니다.
"여보... 기다려... 내가 가요... 내가 간다니까!"
배 위에 있던 덕수는 그 광경을 보고 가슴이 찢어집니다. "부인! 이러지 마오! 그러다 죽소! 제발 돌아가시오!"
저승사자들도 혀를 내두릅니다. "허허, 세상에... 독하다 독하다 해도 저런 독종은 처음 보네. 산 몸으로 삼도천을 헤엄쳐 건너오다니, 귀신보다 더한 년이로고."
결국 정 씨는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강 건너편 둑에 기어올라옵니다. 온몸에서 검은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벌벌 떨면서도, 그녀는 기어이 남편의 다리를 붙잡고 맙니다.
"내가... 내가... 같이 간다고 했잖아요... 헉, 헉..."
저승사자들은 이제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네 정성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아니 지옥을 찌르는구나. 좋다, 여기까지 왔으니 네 발로 염라대왕님 앞까지 가보아라. 가서 뼈도 못 추려도 우린 모른다."
그렇게 그들은 거대한 무쇠 문, '귀문관(鬼門關)'을 통과합니다. 문을 지나니 하늘은 핏빛이고, 땅에서는 유황 불길이 치솟는데, 곳곳에서 죄인들의 비명 소리가 "끼아아악! 살려주세요!" 하고 들려옵니다. 정 씨는 무서움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남편의 손을 꼭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저승의 심장부인 염라대왕의 재판장으로 향합니다. 과연 그곳에는 또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 죄를 묻는 염라대왕과 벌벌 떠는 남편
"여봐라! 죄인 김덕수 대령했느냐!"
천둥 같은 호통 소리에 대궐 기둥이 흔들립니다. 이곳은 바로 저승의 최고 법정, 염라대왕의 집무실입니다. 드높은 단상 위에 앉은 염라대왕의 풍채를 보니, 키는 산만하고 눈은 퉁방울만 한데, 수염은 붉은색이요 얼굴은 검붉은 것이, 딱 보기만 해도 오줌을 지릴 만큼 무시무시합니다. 그 옆에는 소 머리를 한 옥졸(우두)과 말 머리를 한 옥졸(마면)이 창을 들고 서 있고, 죄인들의 죄를 비추는 거울 '업경대'가 번쩍번쩍 빛나고 있습니다.
덕수는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려 벌벌 떱니다.
"죄인 김덕수,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왔으니, 이제 네 죄를 낱낱이 따져볼 것이다. 고개를 들어라!"
염라대왕이 명부책을 펼치며 붓을 들려는데, 갑자기 재판장 안이 술렁거립니다. 엎드려 있는 덕수 옆에, 웬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여인네가 같이 엎드려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산 사람 냄새가 진동을 하니, 옥졸들이 코를 킁킁거리며 창을 겨눕니다.
"뭐냐! 저것은 죽은 놈이 아닌데? 산 것이 어찌 여기까지 들어왔단 말이냐! 저승사자들은 뭣들 했느냐!"
염라대왕의 노호성에 저승사자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룁니다.
"대왕마마!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저 여인은 김덕수의 처이옵니다. 남편을 따라오겠다고 삼도천을 산 몸으로 헤엄쳐 건너온... 아주 지독한 여인이옵니다. 떼어내려 해도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어쩔 수 없이 데려왔사옵니다."
"뭐라? 삼도천을 헤엄쳐 와?"
염라대왕도 기가 막힌지 붓을 툭 떨어뜨립니다. 그 험한 강을, 그것도 여인의 몸으로 건너왔다니 믿기지 않는 게지요. 염라대왕이 몸을 앞으로 숙여 정 씨를 노려봅니다. 그 눈빛에서 불꽃이 튀는 듯합니다.
"네 이년!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왔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산 것이 발을 들이느냐! 당장 저년을 끓는 기름 가마에 처넣어라!"
옥졸들이 "예!" 하고 달려들어 정 씨를 끌어내려 합니다.
그때, 덕수가 엎드린 채 울부짖습니다.
"대왕마마! 안 됩니다! 제 아내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오직 못난 서방 하나 살리겠다고 온 불쌍한 여인입니다! 벌을 주시려거든 저를 주시고, 제 아내는 제발 살려 돌려보내 주시옵소서! 흑흑!"
덕수가 머리를 바닥에 쾅쾅 찧으며 피를 흘리자, 정 씨가 옥졸의 팔을 뿌리치고 덕수를 끌어안으며 소리칩니다.
"아니옵니다! 대왕마마! 제 남편은 잘못이 없습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고, 동네 사람들도 칭송하는 효자입니다! 아직 나이도 젊고 할 일도 많은데 어찌 벌써 잡아간단 말입니까! 명부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니 다시 봐주십시오!"
염라대왕은 콧방귀를 뀝니다.
"시끄럽다! 명부는 하늘의 뜻이다. 한 번 적힌 이름은 지울 수도, 고칠 수도 없는 법! 너희가 여기서 악다구니를 쓴다고 바뀔 것 같으냐? 김덕수의 명(命)은 오늘까지다. 더 이상 소란 피우면 너 또한 명대로 못 살고 여기서 죽게 될 것이다!"
재판장의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집니다. 절대 권력자 앞, 나약한 인간 부부는 그저 바람 앞의 촛불 신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했지요? 정 씨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공포에 질려 있던 눈빛이, 어느새 독기와 결기로 이글거리기 시작한 겁니다.
정 씨가 갑자기 벌떡 일어납니다. 그러고는 염라대왕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갑니다.
"좋습니다! 하늘의 뜻이라니 거역할 수 없겠지요. 허나! 저승에도 법이 있고 도리가 있다면, 제 말 한마디만 들어주십시오! 제 말을 듣고도 남편을 데려가야겠다면, 차라리 제 목을 먼저 치십시오!"
재판장에 정적이 감돕니다. 감히 염라대왕 앞에서 고개를 쳐들고 협박을 하는 인간이라니! 옥졸들도 숨을 죽이고, 염라대왕의 눈썹이 꿈틀거립니다.
"허허... 이년 봐라? 목숨이 두 개라도 되는 모양이지? 좋다. 죽기 전에 유언이라도 남기고 싶다면 들어나 보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게냐?"
자, 벼랑 끝에 선 정 씨, 과연 무슨 말로 이 절대절명의 위기를 뒤집으려 할까요? 그녀의 입에서 나올 충격적인 제안! 염라대왕조차 붓을 떨게 만들 그 한마디가 이제 다음 장에서 펼쳐집니다.
※ 아내의 목숨 건 탄원과 염라대왕의 당황
정 씨 부인이 염라대왕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엽니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또랑또랑하고 서릿발 같은지, 지옥의 끓는 가마솥 소리마저 잠재울 지경이었습니다.
"대왕마마! 하늘이 사람을 낼 때는 제각기 몫이 있어 낸다 들었습니다. 제 남편 김덕수는 위로는 늙으신 노모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요, 아래로는 동네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일꾼입니다. 헌데 저는 자식도 없이 그저 밥이나 축내고 베나 짜는 아녀자에 불과합니다. 세상을 위해 쓰임새를 따지자면 남편이 저보다 백 배, 천 배 더 귀한 목숨이옵니다!"
염라대왕이 턱을 괴고 흥미롭다는 듯 듣고 있습니다. 정 씨는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말을 이어갑니다.
"또한,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 하였습니다. 남편이 죽으면 저 또한 산송장이나 다름없으니, 어차피 죽을 목숨입니다. 하오니 대왕마마!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제 남편 김덕수의 이름 대신, 이 정 아무개의 이름을 명부에 적어주시고 남편을 살려 보내 주십시오! 제 목숨으로 남편의 남은 생을 대신하겠습니다. 이것이 제 소원이요, 마지막 청이옵니다!"
말을 마친 정 씨가 바닥에 머리를 쾅! 박습니다. 어찌나 세게 박았는지 이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려 저승의 차가운 바닥을 적십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 덕수가 기겁을 하며 정 씨를 껴안습니다.
"부인! 이게 무슨 미친 소리요! 안 되오! 나 살자고 당신을 죽이다니, 차라리 내가 지옥불에 떨어지리다! 대왕마마, 제 아내의 말은 다 헛소리입니다! 저를 데려가십시오, 어서요!"
두 부부가 서로 "나를 죽여라, 제발 저 사람은 살려달라" 하며 울부짖고 옥신각신하니, 살벌하던 재판장이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되고 맙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저승사자들도 코끝이 찡해져서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고, 험상궂은 소 머리 옥졸마저 훌쩍이며 콧물을 닦는 게 아니겠습니까?
염라대왕은 한동안 말이 없습니다. 그저 붉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피 흘리는 정 씨와 오열하는 덕수를 번갈아 바라볼 뿐입니다. 재판장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감돕니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만큼 긴장되는 순간. 마침내 염라대왕이 입을 엽니다.
"허허... 거참 기이하도다. 보통 인간들은 이곳에 오면 '나는 억울하다, 더 살고 싶다'며 제 목숨 구걸하기 바쁜데, 너희는 어찌 서로 죽겠다고 난리란 말이냐. 부부의 정이 이토록 깊은 것은 내 저승 판관 노릇 수천 년 만에 처음 보는구나."
염라대왕의 목소리에서 노기가 사라지고, 묘한 감동이 묻어납니다. 그는 천천히 단상에서 내려와 정 씨 앞으로 다가옵니다. 그 거대한 그림자가 정 씨를 덮치지만, 정 씨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애원하는 눈빛을 보냅니다.
"진심이냐? 네가 대신 죽고 남편을 살리겠다는 그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느냐?"
"없습니다! 제 목을 천 번 만 번 치셔도 후회는 없습니다!"
정 씨의 단호한 대답에 염라대왕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독하고도... 갸륵하구나.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했거늘, 네 정성이 하늘은 몰라도 내 마음은 움직였도다."
자, 염라대왕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저승의 법도는 엄한 법. 이미 명부에 '김덕수'라는 이름 석 자가 죽었다고 적혀 있는데, 이걸 어찌 바꾼단 말입니까? 과연 염라대왕은 어떤 기상천외한 판결을 내릴까요?
※ 염라대왕의 눈물과 파격적인 판결
염라대왕이 다시 단상으로 올라가더니, 황금색으로 빛나는 두꺼운 책, 바로 인간의 수명이 적힌 '생사부(生死簿)'를 펼칩니다.
"어디 보자... 김덕수... 김덕수..."
염라대왕이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촤르륵, 촤르륵' 적막을 가릅니다. 마침내 덕수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가 펼쳐졌습니다. 거기에는 분명 [김덕수, 향년 30세]라고 뚜렷하게 적혀 있었지요. 이미 먹물이 다 말라버린, 바꿀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판관들이 수군거립니다. "대왕님, 이미 명부에 적힌 것을 어찌합니까? 법을 어기시면 천계의 문책을 받으실 텐데요."
하지만 염라대왕은 붓을 들어 먹물을 듬뿍 찍습니다. 그리고는 정 씨 부인을 한 번 쳐다보고, 붓을 쥔 손에 힘을 줍니다.
"내 비록 저승의 왕이나, 이토록 아름다운 희생을 보고도 눈감는다면 어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심판한다 하겠느냐. 법은 차가우나 도리는 따뜻한 법! 내 오늘 저승의 법을 어기고 기적을 행하리라!"
염라대왕이 붓을 들어 [30세]라고 적힌 숫자 위에 획을 하나 더 긋습니다. 붓끝이 춤을 추듯 움직이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삼십(三十)이라는 글자가 순식간에 구십(九十)으로 바뀌는 게 아니겠습니까! 서른에 죽을 운명을 아흔까지 살 수 있도록, 무려 육십 년의 수명을 더 보태준 것입니다!
"허억!" 판관들과 옥졸들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염라대왕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옆에 적힌 아내 정 씨의 이름도 찾습니다. 그리고는 붓을 놀려 똑같이 [90세]로 고쳐 적습니다.
"잘 듣거라! 너희 부부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하여, 내 특별히 두 사람 모두의 수명을 늘려주노라. 이제 너희는 한날한시에 태어나진 못했으나, 한날한시에 눈을 감고 함께 저승으로 올 수 있도록 허락하노라!"
오, 이 무슨 꿈 같은 판결입니까! 덕수와 정 씨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을 합니다. 이번엔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감격과 환희의 눈물이었지요.
"대왕마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 은혜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두 사람이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절을 올리자, 염라대왕이 호탕하게 웃습니다.
"으하하하! 그만두거라. 내 마음 바뀌기 전에 어서 가거라! 갈 길도 멀고 험하니, 내 특별히 가마를 태워 보내주마."
염라대왕이 손짓하자, 오색 구름이 피어오르며 화려한 가마 한 채가 나타납니다. 올 때는 가시밭길 피투성이 맨발로 왔으나, 갈 때는 신선놀음이 따로 없습니다.
"어서 타라. 그리고 이승에 가서도 지금처럼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거라. 그리고... 나중에 올 때는 맛있는 술이나 한 병 빚어 오너라! 하하하!"
부부가 가마에 오르자,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휙휙 지나갑니다. 삼도천도, 가시밭길도, 저승의 어둠도 순식간에 멀어지고, 저 멀리서 따스하고 환한 빛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긴 악몽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말이지요.
※ 되살아난 부부와 해피엔딩
"으아악!"
덕수와 정 씨는 까마득한 절벽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에 비명을 지르며 눈을 번쩍 떴습니다. 눈을 떠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익숙한 천장, 퀴퀴한 향 냄새, 그리고 곡을 하던 동네 사람들의 놀란 얼굴들이 보입니다. 바로 덕수의 장례식장이었던 것입니다! 관 뚜껑이 열려 있고, 염을 하려던 덕수가 벌떡 일어나 앉으니, 조문 왔던 사람들이 "악! 귀신이다!" 하며 나 자빠지고 혼비백산 난리가 났습니다.
"여보!" 덕수가 옆을 보니, 쓰러져 있던 정 씨 부인도 부스스 눈을 뜨고 일어납니다.
"여보! 우리... 살아온 거요? 정말 살아온 거요?"
두 사람은 서로의 볼을 꼬집어 보고, 따뜻한 체온을 확인하더니 와락 끌어안고 엉엉 웁니다.
"아이고, 꿈이 아니었어! 염라대왕님이 정말 우리를 살려주셨어!"
도망갔던 동네 사람들이 슬금슬금 다시 모여들어 웅성거립니다.
"아니, 이게 무슨 조화속이래? 죽었던 송장이 둘이나 살아났어!"
"저 부부 금슬이 워낙 좋더니, 저승사자도 못 데려갔나 보네! 기적이야, 기적!"
그날 이후, 김 진사 댁 아들 덕수와 며느리 정 씨의 이야기는 온 고을, 아니 조선 팔도에 전설처럼 퍼져나갔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서로를 버리지 않았던 그 지독한 사랑이 저승의 명부마저 고쳐 썼다고 말이지요.
두 사람은 염라대왕과의 약속대로 정말 90세가 넘도록 장수했습니다. 머리가 하얀 파뿌리가 되고,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해질 때까지 단 한 번도 싸우지 않고, 늘 서로의 손을 잡고 다녔다지요.
어느 화창한 봄날,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따뜻한 햇볕을 쬐던 꼬부랑 할아버지 덕수와 할머니 정 씨.
"임자, 기억나오? 우리 젊었을 때 삼도천 건넜던 그날 말이오."
"호호, 어찌 잊겠소. 영감 그때 저승사자 무서워서 벌벌 떨던 거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오."
"허허, 이 할망구가... 그래도 그때 당신이 내 손 안 놓아줘서 우리가 이리 사는 거 아니오. 고맙소, 정말 고맙소."
두 노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습니다. 그러고는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아주 편안한 얼굴로 스르르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이번에는 슬픈 이별이 아니라, 염라대왕이 약속한 '한날한시의 행복한 동행'이었겠지요.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고, 어디선가 "잘 왔다, 약속을 지켰구나!" 하는 염라대왕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사랑, 그 위대한 기적의 이야기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어떻습니까, 여러분. 눈시울이 좀 뜨거워지셨는지요? 살다 보면 부부 싸움도 하고, 꼴 보기 싫을 때도 있다지만, 결국 내 마지막 순간 곁을 지켜줄 사람은 내 옆의 짝꿍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내가 먼저 상대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만큼 사랑한다면, 하늘도, 아니 저승의 염라대왕도 감동하여 돕는 법이지요.
오늘 밤, 주무시기 전에 옆에 계신 영감님, 할멈 손 한번 지그시 잡아주세요. 그리고 '고맙소, 사랑하오' 한마디 건네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게 바로 보약보다 더 좋은 장수의 비결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시고, 저는 다음에 더 기가 막히고 가슴 따뜻한 조선의 야담 보따리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부디 사랑 가득한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