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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형제애를 지킨 사내

by K sunny 202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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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형제애를 지킨 사내 , 염라대왕이 내린 한번의 정의 (출처-천예록)

태그 (Tags)

#조선시대, #야담, #전설, #염라대왕, #저승, #권선징악, #인과응보, #효도, #우애, #인생무상, #지혜, #교훈, #감동, #스르륵잠드는야담, #ASMR, #오디오드라마, #라디오드라마, #시니어, #어르신, #옛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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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Hooking Ment)

평생을 우애 깊게 살아온 황씨 형제가 나란히 저승에 불려갔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명을 내어놓는 형, 형님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며 함께 가겠다는 아우. 염라대왕은 이들의 기구한 사연과 깊은 우애에 감동하여 전례 없는 마지막 판결을 내리는데… 과연 염라대왕은 이들에게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눈물과 감동이 함께하는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디스크립션 (Description)

조선시대 야담집 '천예록'에 실린, 죽음 앞에서도 서로를 위했던 형제의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살아서는 가난했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며 살아온 형제. 이들의 깊은 우애는 냉철한 염라대왕의 마음마저 움직입니다. 이승의 법도가 아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저승의 마지막 판결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어르신들의 지혜로운 삶에 잔잔한 울림을 더해줄 이야기입니다.

※ 늙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지만 우애 깊게 살아가는 황씨 형제

충청도 어느 깊은 산골, 가을걷이가 끝난 텅 빈 들판처럼 스산한 바람이 드나드는 낡은 초가집이 있었습니다. 지붕의 이엉은 군데군데 삭아내려 하늘이 보일 지경이었고, 싸리문은 삐걱거리는 소리마저 힘겨워 보였지요. 이 집에 늙고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황씨 성을 가진 형제가 있었습니다. 비록 세간살이는 남루하고 끼니를 잇기조차 버거웠지만, 이들 형제의 우애만큼은 온 고을에서 으뜸으로 꼽힐 만큼 지극했습니다. 형은 아우의 그림자만 봐도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았고, 아우는 형의 기침 소리 한 번에 잠을 설칠 정도로 서로를 아꼈습니다. 좋은 것이 생기면 맛보기도 전에 서로에게 먼저 내밀었고, 힘든 일은 잠든 사이에 상대방이 먼저 해치워 버리곤 했습니다. 하루는 형이 읍내 장터에서 부잣집 상량(上樑) 일을 돕고 품삯으로 조기 한 손을 얻어 왔습니다. 몇 달 만에 구경하는 귀한 생선이었지요. 형은 군침을 삼키는 대신, 그 길로 아궁이로 달려가 불을 지폈습니다. 지글지글, 고소한 냄새가 초가집을 가득 채우자 늙은 어머니는 물론, 형제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형은 정성껏 구운 조기의 가장 실한 가운데 토막을 발라 어머니의 수저 위에 올려드리고, 남은 살점은 모조리 긁어모아 아우의 밥그릇에 산처럼 쌓아주었습니다. "아우야, 어서 먹어라. 오랜만에 기름진 음식이니 기운 좀 차려야지." 그러자 아우는 그릇을 받자마자 젓가락으로 살점을 고스란히 덜어 형의 밥그릇으로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형님이야말로 매일 고된 일에 몸이 상하셨으니 먼저 드셔야지요. 저는 이 고소한 냄새만 맡아도 십 리는 거뜬히 갈 것 같습니다." 형은 "이 녀석아!" 하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번졌고, 아우는 "형님이야말로!" 하며 마주 웃었습니다. 결국 두 형제는 조기 대가리에 붙은 작은 살점 하나를 가지고도 한참을 서로에게 양보하다가, 어머니의 중재로 겨우 한 점씩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일상이니, 비록 배는 곯을지언정 마음만은 늘 풍요로웠습니다. 그런데 그해 가을, 찬 서리가 내리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우의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얼굴빛이 누렇게 뜨고, 밥상 앞에서 수저를 드는 것조차 힘겨워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가을을 타는 것이려니, 고된 일에 몸이 축난 것이려니 여겼지만, 날이 갈수록 병세는 깊어져만 갔습니다. 밤마다 터져 나오는 마른기침은 그칠 줄 몰랐고, 급기야 기침 끝에 검붉은 피가 섞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한때는 아름드리나무 장작도 단번에 패던 듬직한 체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형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자신의 심장이라도 꺼내어 달여 먹일 수만 있다면, 그러고도 남을 심정이었습니다. 그는 아우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고, 밤늦게 돌아와서는 짚신을 삼아 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그렇게 번 돈푼은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 없이 모조리 약재를 사는 데 쓰였습니다. 늙은 어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스러져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마른 눈물마저 말라버렸고, 형은 그런 어머니를 위로하며 "어머니, 제가 아우를 꼭 살려낼 것입니다." 하고 억지로 다짐했지만, 등 뒤에서는 절망감이 목을 조여왔습니다. 그날 밤도 형은 끙끙 앓는 아우의 곁을 뜬눈으로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우는 높은 열에 들떠 헛소리를 하며 간간이 형과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형님… 어머님… 소자, 불효합니다…." 그 애처로운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형은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는 아우의 앙상한 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제발 정신을 차리라며, 이 형이 여기 있지 않냐며 애타게 속삭였습니다. 하지만 아우의 눈은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헤맬 뿐이었습니다. 창밖에서는 가을밤의 풀벌레 소리마저 애달프게 들려왔고, 간당간당한 목숨처럼 위태롭게 타오르던 호롱불 심지가 마침내 툭, 하고 꺼져버렸습니다.

※ 백약이 무효한 아우의 병세

아우의 병세는 이제 백약이 무효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용하다는 의원도 찾아와 진맥을 해보더니, 그저 고개만 가로저으며 돌아갈 뿐이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미 장기가 모두 상하여, 인력으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의원의 말은 비수처럼 형의 가슴에 박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인력으로 안된다면, 하늘의 힘이라도 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그날부터 낮에는 평소보다 곱절은 더 열심히 일해 아우의 약을 구하고, 밤이 되면 어김없이 마을 뒷산으로 향했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영험하다고 알려진 커다란 바위 앞에 자리를 잡고, 매일 새벽 첫 샘물로 길어온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삭풍이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밤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맨 무릎으로 차가운 바위 위에 꿇어앉아, 달이 뜨고 질 때까지, 하늘을 향해 빌고 또 빌었습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님, 저 하늘의 해와 달과 별님, 그리고 이 산을 지키시는 산신령님. 부디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저의 아우, 황 아무개는 평생을 살면서 남에게 해코지 한번 한 적 없고, 불의를 보고 지나친 적도 없는 착하고 어진 사람입니다. 늙으신 어머니께는 더없는 효자였고, 저 못난 형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우애 깊은 아우였습니다. 만약 저희 형제에게 죄가 있다면, 그 모든 죄는 제가 지은 것이오니, 부디 모든 벌을 저에게 내리시고, 제 아우의 목숨만은 거두어 가지 말아 주시옵소서. 아우를 살려만 주신다면, 제 남은 수명의 절반, 아니, 전부를 내어놓아도 아무런 여한이 없겠습니다. 제발… 제발 제 아우를 살려주십시오." 형의 간절한 기도는 밤마다 차가운 산골짜기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쉬어 갈라졌고,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의 무릎은 돌부리에 긁혀 피가 맺혔고, 이마는 땅에 찧어 시퍼렇게 멍이 들었지만, 그는 기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눈을 감으면 아우와 함께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이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어릴 적, 홍수에 떠내려가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작은 몸으로 거센 물살에 뛰어들었던 아우. 장성하여서는, 자신이 과거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아우. 그런 아우를 이대로 허망하게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어느덧 백일기도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그날 밤, 형은 마지막 남은 기력을 다해 기도를 올리다 지쳐, 자신도 모르게 바위에 기댄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런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비몽사몽간에,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더니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그의 앞에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노인의 얼굴은 인자했지만, 그 눈빛은 세상의 모든 이치를 꿰뚫어 보는 듯 깊었습니다. 노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대의 우애가 실로 지극하여 하늘도 감동하였고, 산신도 눈물을 흘렸느니라. 허나, 세상 만물에는 각기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이 있어, 죽고 사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거스를 수 없는 법. 그대의 아우는 이미 이승에서의 명이 다하였으니, 이제 그만 애통한 마음을 거두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형은 꿈속에서 노인의 옷자락을 붙잡고 통곡하며 애원했습니다. "신령님, 제발 그리 마옵소서. 제 아우를 데려가시려거든, 차라리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저를 대신 데려가 주십시오. 아우 없이는 저 또한 단 하루도 살아갈 의미가 없습니다." 노인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형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습니다. "어리석은 중생아, 삶과 죽음의 경계는 하늘이 정하는 것이다. 다만, 마지막까지 아우를 위하는 그대의 정성이 갸륵하여 내가 한 가지 방도를 알려주마. 오늘 밤 자시(子時)가 되면, 저승의 사자들이 너의 아우를 데리러 올 것이다. 그때, 저승사자들을 따라가 염라대왕을 직접 뵙고 그대의 진심을 고한다면, 혹시 아느냐. 냉철하신 대왕께서도 너희 형제의 사정을 딱하게 여기시어, 전례 없는 방도를 내려주실지도 모를 일이다." 그 말을 끝으로 노인의 모습은 안개처럼 스르르 사라졌고, 형은 온몸을 휘감는 한기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습니다. 그는 노인의 말이 단순한 꿈이 아닌, 하늘이 내려준 마지막 기회임을 직감했습니다. 그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미친 듯이 산을 내려와 아우의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우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듯 가쁜 숨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었고, 방 안의 공기는 마치 얼음장처럼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형은 조용히 아우의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싸늘하게 식어가는 동생의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싸 쥐었습니다. 그리고는 결심한 듯 나지막이 속삭였습니다. "아우야, 아무 걱정하지 마라. 혼자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 형이 너와 끝까지 함께 가주마."

※ 저승사자에게 이끌려 염라대왕 앞에 나란히 서게 된 형제

형이 아우의 손을 잡고 마지막을 준비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방문이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스르르 열리더니, 방 안의 호롱불이 푸른빛을 내며 파르르 떨다가 맥없이 꺼져버렸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과 함께, 사람의 것이라곤 할 수 없는 섬뜩한 한기가 방 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형체도 없이 목소리만 먼저 들려왔습니다. "시간이 되었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니, 검은 도포에 갓을 쓴 두 명의 저승사자가 어느새 방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은 밀랍처럼 하얗고 아무런 표정이 없었으며, 눈은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깊은 우물처럼 검었습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쇠사슬이 부딪히며 내는 '철커덩' 소리는 듣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한 저승사자가 두루마리처럼 생긴 명부를 펼쳐 들고는, 먼지를 툭툭 털며 읽어 내려갔습니다. "충청도 황 아무개의 아들, 황 아무개. 향년 스물아홉. 이승에서의 명이 금일 자시(子時)로 다하였으니, 우리를 따라 저승으로 가야 할 것이다. 어서 일어나 길을 떠날 채비를 하라!"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우의 육신에서 아지랑이처럼 반투명한 영혼이 스르르 빠져나왔습니다. 자신의 숨결이 닿지 않는 몸을 허망하게 내려다보던 아우의 영혼은, 늙은 어머니와 형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슬픔에 잠겼습니다. 바로 그때, 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벌려 저승사자들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이대로는 제 아우를 데려갈 수 없습니다! 저희에게는 연로하시고 병든 어머니가 계십니다. 제가 일찍이 장가를 들지 않아 슬하에 자식도 없으니, 아우마저 세상을 떠나면 어머니께서는 돌봐줄 사람 하나 없이 굶어 돌아가실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자비를 베풀어, 제 아우 대신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제가 아우의 남은 삶과 어머니 봉양의 의무까지 모두 대신하겠습니다!" 저승사자는 기계처럼 차가운 눈으로 형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아무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흥정할 걸 흥정해야지. 인간의 생사는 하늘이 정한 법도에 따르는 것. 너의 명은 아직 스무 해나 더 남아있으니, 우리는 너를 데려갈 수 없다. 공연히 저승의 법도를 어지럽히지 말고 썩 비키지 못할까!" 저승사자가 쇠사슬을 휘두르며 위협했지만, 형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저승사자의 다리를 붙잡고 눈물로 애원했습니다. "제발 제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시오. 제 남은 명을 모두 아우에게 주고,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기꺼이 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형의 처절한 외침에, 곁에 있던 아우의 영혼이 다가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형을 만류했습니다. "형님,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어찌 형님을 두고 저 혼자 편안히 갈 수 있겠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이승에서 형님과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복에 겨운 삶을 살았습니다. 부디, 제가 없더라도 어머니를 잘 부탁드립니다." 두 형제는 영혼과 인간의 몸으로 서로를 부둥켜안고 목 놓아 울었습니다. 한 사람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죽겠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형을 두고는 차마 갈 수 없다고 하니, 그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 차가운 저승사자들조차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한 저승사자가 명부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는 다른 저승사자와 무언가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너희 형제의 우애가 실로 인간의 것이라 하기엔 너무나 깊구나. 좋다. 우리 소관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너희 둘 다 우리를 따라오너라. 저승의 최고 재판관이신 염라대왕님께 직접 가서 판결을 받아보는 수밖에 없겠다." 저승사자들이 손에 든 쇠사슬을 한 번 휘젓자, 눈앞이 아찔해지며 순식간에 시공간이 뒤틀렸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형제는 거대하고 위압적인 궁궐 앞에 서 있었습니다. 궁궐의 거대한 현판에는 피처럼 붉은 글씨로 '염라전(閻羅殿)'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수많은 옥졸들이 창을 들고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영혼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형제는 저승사자에게 이끌려, 그 거대한 전각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전각의 가장 높은 곳, 거대한 옥좌에 염라대왕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그 눈빛은 세상의 모든 죄와 선을 꿰뚫어 보는 듯 서슬이 퍼렜습니다. 형제는 그 위엄에 압도되어 저도 모르게 땅에 엎드려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저승사자에게 명부를 건네받아 훑어보더니, 지옥을 울리는 듯한 근엄한 목소리로 아우에게 물었습니다. "고개를 들라. 네가 바로 이승에서의 명이 다한 황 아무개냐? 네 이승의 삶을 보니, 죄보다는 선이 많고, 불효보다는 효가 깊구나. 법도에 따라 다음 생을 준비함이 마땅하거늘, 어찌하여 네 형이 너를 대신하겠다며 이 저승의 질서를 어지럽히느냐?"

※ 아우 대신 자신을 데려가 달라 애원한다

염라대왕의 질문에 염라전 안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모든 옥졸과 영혼들의 시선이 땅에 엎드린 두 형제에게로 쏠렸습니다. 아우는 떨리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우고,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습니다. "대왕님,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 저의 형님만은 무사히 이승으로 돌려보내 주시옵소서. 저에게 형님은 단순한 형제가 아니었습니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저에게는 아버지와 같았고, 언제나 저를 품어주는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 형님을 홀로 남겨두고 어찌 제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습니까. 형님 없는 저승은 끝없는 지옥과 같을 것이옵니다. 차라리 저를 벌하여 주시고, 형님을 돌려보내 주십시오." 아우의 말이 끝나자, 이번에는 형이 머리를 땅에 찧을 듯 조아리며 아뢰었습니다. "지엄하신 염라대왕님, 저의 아우는 평생을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살아온 사람입니다. 밥 한 숟가락도 늙으신 어머니와 저에게 먼저 양보했고, 좋은 옷 한 벌도 자신을 위해 입어본 적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순한 동생입니다. 그런 아우마저 저세상으로 가면, 앞을 보지 못하시는 늙은 어머니께서는 의지할 곳 하나 없이 굶어 돌아가실 것이 뻔합니다. 부디 저의 어리석은 청을 가엾게 여기시어, 아우의 명을 스무 해만 늘려주시옵소서. 어머니께서 천수를 누리시고 돌아가시는 날까지만이라도, 아우가 어머니의 곁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 스무 해의 명은, 아직 남아있는 제 수명에서 가져가시면 아무런 원한이 없겠습니다. 대왕님, 부디 이 못난 형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시옵소서!" 두 형제는 서로 앞다투어 자신이 죽겠다며, 상대방을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들의 울음소리에는 한 치의 거짓이나 꾸밈도 없었습니다. 오직 서로를 위하는 진실한 마음만이 절절하게 배어 나와, 그토록 많은 영혼을 심판하며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던 염라대왕의 마음마저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염라대왕은 옥좌에 앉아 눈을 감고 깊은 고뇌에 빠졌습니다. 그의 앞에는 수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어겨진 적 없는 저승의 엄격한 법도와, 그 법도를 무색하게 만드는 순수하고 애틋한 형제의 우애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승의 모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저승의 명부에 그 태어남과 죽음의 시각이 정확하게 기록됩니다. 그 누구도, 심지어 염라대왕 자신이라도, 이 정해진 운명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법도대로라면, 아우의 영혼을 거두고 형은 즉시 이승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지극히 마땅했습니다. 하지만 염라대왕의 뇌리에는 방금 전 심판했던 한 탐욕스러운 부자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하루만 늘려주면 나라의 절반을 주겠다며 애걸복걸했지만, 그 속내는 숨겨놓은 재물을 자식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었습니다. 또, 자신의 죄를 동생에게 뒤집어씌우려던 파렴치한도 있었습니다. 그런 이기적이고 추악한 인간들의 모습을 수없이 봐왔기에,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으며 서로를 살리려는 이 가난한 형제의 모습은 더욱더 고귀하고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들의 우애는 저승의 법전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법도를 초월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염라대왕은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그의 눈빛은 이전의 냉철함 대신, 깊은 연민과 온화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는 옥졸에게 명하여 저승의 법도를 기록하는 붓과 종이를 가져오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옥좌에서 내려와, 직접 붓을 들고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붓끝이 움직일 때마다, 종이에서는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마침내 글을 다 쓴 염라대왕은 그것을 두 형제 앞에 내보이며, 지옥 전체를 울리는 장엄한 목소리로 선언했습니다. "듣거라. 이것이 내가 너희에게 내리는 마지막 판결이다."

※ 형제의 깊은 우애에 감동한 염라대왕

염라대왕의 선언에 전각 안의 모든 소음이 멎고, 숨 막히는 정적만이 감돌았습니다. 형제는 고개를 들어 염라대왕의 손에 들린 종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에는 그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판결문이 쓰여 있었습니다. 염라대왕은 그 판결문을 낭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한결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권위는 더욱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너희 형제의 우애가 실로 지극하여 하늘을 감동시켰고, 이 저승의 법도마저 부끄럽게 만들었으니, 내 특별히 전례 없는 새로운 명을 내리겠다. 저승의 법전 제1조, '모든 생명은 정해진 명을 따른다'는 조항에, '단, 그 우애와 효심이 하늘을 감동시킨 자에게는 예외를 둔다'는 새로운 규정을 추가하노라. 이에 따라, 형 황 아무개의 남은 명 스무 해를 반으로 정확히 나누어, 아우 황 아무개에게 열 해를 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두 사람은 지금 즉시 이승으로 돌아가, 앞으로 열 해 동안 함께 살아가며, 늙은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봉양하고 형제간의 우애를 세상에 널리 알려 귀감이 되도록 하라." 여기까지 들은 형제는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죽은 아우를 살려주는 것도 모자라, 형과 함께 살아갈 시간을 무려 십 년이나 허락해 준 것입니다. 이것은 저승이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없었던, 실로 기적과도 같은 판결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의 판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더욱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열 해가 되는 날, 같은 날, 같은 시에 너희 두 사람은 함께 저승으로 돌아와 나의 앞에 다시 서야 할 것이다. 이것은 너희에게 내리는 시혜인 동시에, 무거운 약조이니라. 만약 너희가 이 명을 어기고, 이승으로 돌아가 단 하루라도 우애를 저버리거나 어머니에게 불효를 저지른다면, 그 즉시 너희의 명은 다할 것이며, 너희 둘 다 가장 고통스러운 무간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받게 될 것이다. 이 판결을 마음에 깊이 새기겠느냐?" 형제는 감격에 겨워 제대로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흐느끼며 염라대왕을 향해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습니다. "성은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대왕님! 대왕님의 크나큰 은혜는 저희 형제,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염라대왕은 그런 형제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너희가 내게 고마워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내가, 너희 형제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이다. 너희 덕분에, 온갖 추악한 죄인들만 심판하며 메마를 대로 메마른 나의 마음이, 인간 세상에도 이처럼 아름다운 가치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그만 돌아가거라. 그리고 내가 내린 판결과 약조를 단 한 순간도 잊지 말고, 남은 시간 동안 이승에서 가장 행복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도록 하라." 염라대왕이 손짓을 하자, 눈앞이 다시 캄캄해지며 형제의 몸이 까마득한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듯한 아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콜록! 콜록!" 하는 기침 소리와 함께 아우가 먼저 눈을 떴습니다. 형은 동생의 기척에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화들짝 놀랐습니다. 창밖은 아직 동이 트기 전의 푸른 새벽이었지만, 꿈속에서 겪었던 저승의 일들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형은 떨리는 손으로 아우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았습니다. 지옥 불처럼 뜨겁던 열이 거짓말처럼 말끔히 내려가 있었습니다. "아우야! 정신이 드는 것이냐? 내 목소리가 들리느냐?" 아우는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형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메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형님… 제가…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염라대왕님을… 뵈었습니다." "그래, 꿈이 아니다! 꿈이 아니야! 염라대왕님께서 우리를 가엾게 여기시어, 너를 살려주시고 우리에게 십 년의 세월을 더 허락해 주셨다!" 형제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 동안이나 아이처럼 목 놓아 울었습니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과 감사, 그리고 환희의 눈물이었습니다. 잠시 후, 아우는 형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습니다.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제대로 넘기지 못했던 사람이, 언제 아팠냐는 듯이 몸이 날아갈 듯 가뿐하다고 했습니다. 형은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듯 기뻐하며 부엌으로 달려가, 가마솥에 남은 마지막 쌀을 한 줌 털어 넣어 정성껏 죽을 쑤었습니다. 아우는 형이 쑤어준 뜨거운 죽을 단숨에 한 그릇 비워냈고, 그날부터 아우의 병은 기적처럼 깨끗이 나았습니다.

※ 꿈에서 깨어난 형제

그날 이후, 형제는 염라대왕과의 약속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십 년이라는 시간은, 그저 살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감사인 선물이었습니다. 예전에도 우애가 깊었지만, 이제는 한 몸처럼 움직이며 서로를 위했습니다. 밭에 나가 일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두 사람은 늘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는 일에는 더욱더 정성을 다했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해드리기 위해 십 리 길을 마다않고 장에 다녀왔고, 밤이면 잠든 어머니의 이부자리를 몇 번이고 다시 덮어드렸습니다. 가난한 살림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세 식구가 한 방에 모여앉아 웃음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였고,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사연을 알 리 없는 동네 사람들은 모두 혀를 내둘렀습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멀쩡해져 밭을 가는 것도 신기한데, 두 형제의 우애는 날이 갈수록 깊어져, 보는 사람마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의좋은 형제'라 부르며 칭송했습니다. 그렇게 약속한 십 년의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그동안 늙은 어머니는 두 아들의 지극한 효도를 받으며, 잠을 자듯 편안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형제는 머리에 하얀 서리가 희끗희끗 내린 중년의 사내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염라대왕과 약속한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형제는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담담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마지막 날을 준비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깨끗하게 목욕재계를 하고, 가장 좋은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산소에 찾아가 정성껏 차린 음식을 올리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머니, 저희 형제, 이제 어머니 곁으로 가려 합니다. 지난 십 년 동안, 염라대왕님 덕분에 어머니를 잘 모시고, 저희 또한 후회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부디 저희를 마중 나와 주십시오." 집으로 돌아온 형제는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마치 먼 길을 떠나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단정하게 정리했습니다. 그리고는 나란히 방에 누워, 함께했던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며 조용히 그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형이 아우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아우야, 지난 십 년, 그리고 내 평생에 너와 함께여서 참으로 행복했다. 고마웠다." 아우도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형님,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형님과 함께라면, 저승 가는 길도 두렵지 않습니다. 이제 곧 대왕님을 다시 뵈러 가겠군요." 그날 밤, 정확히 자시가 되자, 십 년 전 그날처럼 두 명의 저승사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저승사자들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 대신, 존경심이 담긴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습니다. "염라대왕님께서 너희를 기다리고 계신다. 약조의 시간이 되었으니, 이제 그만 길을 떠나자꾸나." 형제는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평화롭게 눈을 감았습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고통이나 두려움의 흔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처럼, 더없이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다시 저승으로 돌아온 형제는 염라대왕의 앞에 섰습니다. 염라대왕은 옥좌에서 내려와 그들을 맞이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너희는 나와의 무거운 약속을 훌륭하게 지켜냈다. 지난 십 년 동안, 너희는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삶을 살았다. 이제 약속대로 너희에게 마지막 상을 내리겠다. 너희는 다음 생에, 이 나라에서 가장 존귀한 왕가의 쌍둥이 형제로 태어나, 평생 가난과 굶주림을 모르고, 서로를 의지하며 태평성대를 누리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형제는 염라대왕의 마지막 판결에 또 한 번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마주 보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들의 지극한 우애는 마침내 저승의 법도를 바꾸고,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낸 것이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어떠셨나요, 어르신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황씨 형제의 뜨거운 우애 이야기가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을 주었기를 바랍니다.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날도 많지만, 내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곤 하지요. 오늘 밤, 우리 어르신들도 곁에 있는 소중한 가족들을 한번 떠올려보시면서, 따뜻하고 편안한 밤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스르륵 잠드는 야담'은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지혜로운 삶에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더해줄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한번 꾹 눌러주시구요. 따뜻한 '댓글'도 많이 남겨주시면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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