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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이 눈물을 흘린 비참한 사연

by K sunny 2025.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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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이 눈물을 흘린 비참한 사연 - 지옥의 왕도 슬프게 만든 억울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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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198자)

수천 년간 죄인의 피눈물에도 미동 않던 지옥의 왕, 염라. 그런 그가 한 죄인의 사연 앞에 통곡하며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과연 얼마나 억울하고 비참한 죽음이었기에, 저승의 법도마저 뒤흔들고 염라대왕의 마음을 움직였을까요?

디스크립션 (298자)

‘해동잡록’에 기록된 가장 비통한 이야기. 간신들의 모함에 빠져 역적으로 몰려 죽은 충신 '이선우'. 그의 영혼이 당도한 저승의 법정에서, 지옥의 왕 염라대왕은 그의 생을 들여다보고 역사상 처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과연 정의는 죽음 너머에서라도 살아있을까요? ‘이야기 천사’가 들려주는 가장 슬프고도 위대한 재판이 시작됩니다.

※ 왕국의 충직한 검, 미움을 사다

조선 제15대 임금 광해군 시절, 조정에는 대쪽 같은 선비 정신으로 무장한 한 젊은 관리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이조참판 이선우. 그는 옳고 그름을 논하는 데 있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두려움이 없었고, 오직 백성과 나라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우직한 충신이었습니다. 그의 이러한 강직함은, 젊고 아직 기반이 약했던 임금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으나, 조정의 권력을 틀어쥐고 국정을 농단하던 영의정 최 대감과 그 일파에게는 더없이 불편한 눈엣가시였습니다. 그들은 임금의 총명을 가리고, 매관매직과 부정부패로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 여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아침의 어전 회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 대감은 전년도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으로 백성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와중에도, 명나라에 보낼 조공의 양을 늘려 임금의 위신을 세워야 한다는 해괴한 주장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다른 신하들이 모두 그의 권세에 눌려 침묵으로 동조하고 있을 때, 이선우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그 침묵을 깨고 나섰습니다. “영의정 대감! 지금 제정신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명나라에 잘 보이는 것이 굶주리는 내 백성의 목숨보다 중하다는 말씀이십니까! 이는 나라의 근간을 뒤흔드는 망언이며, 임금님의 성덕에 먹칠을 하는 행위이옵니다!” 그는 임금을 향해 돌아앉으며 피를 토하듯 간언했습니다. “전하! 저들의 아첨에 귀를 여시면 아니 되옵니다. 굶주린 백성이 들고일어나면 나라는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법! 지금은 조공을 줄이고, 창고를 열어 백성을 구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충의 길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그의 직언은 칼날처럼 날카로워, 최 대감의 심장을 그대로 꿰뚫었습니다. 최 대감의 노회한 얼굴이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고, 그를 따르는 무리들은 마치 부모의 원수라도 만난 듯 이선우를 향해 살기를 뿜어냈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물러난 최 대감은, 자신의 사랑채에 일파들을 모두 불러 모았습니다. 방 안에는 무거운 분노가 감돌았습니다. “이선우… 저 오만방자한 놈을 더는 두고 볼 수만은 없겠네. 저놈이 살아있는 한, 우리의 대업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의 말에 한 관리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섰습니다. “대감, 걱정 마십시오. 곧은 나무는 먼저 부러지는 법. 저놈의 강직함이 바로 저놈의 목을 칠 칼이 될 것입니다. 북방의 정세가 심상치 않은 이때, 그에게 역모라는 옷을 입혀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한번 역적의 누명을 쓰면, 신임이 두터운 임금이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교활하게 빛났습니다. 그들은 이선우의 충심이 깊을수록, 그가 받을 고통과 배신감이 더욱 클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 충심을 이용하여, 가장 잔인하고도 완벽한 함정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선우는, 그저 가뭄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한 구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그 시각에도 자신의 서재에서 밤늦도록 책장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목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말입니다.

※ 날조된 역모, 피로 물든 함정

며칠 뒤, 한양 최고의 지물포에서 일하던 가난한 필사장이 관아로 끌려갔습니다. 최 대감의 수하들은 그의 늙은 노모와 어린 자식들을 인질로 잡고, 이선우의 필체를 똑같이 베껴 쓰라 협박했습니다. ‘북방의 오랑캐와 내통하여 군사를 일으켜, 부패한 조정을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내용의, 그야말로 대역죄에 해당하는 서신이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동시에, 이선우 집안의 마부로 일하던 한 사내가 거액의 돈에 매수되었습니다. 그는 이선우가 밤마다 변복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러 갔으며, 그 상대가 북방 사투리를 쓰는 험상궂은 사내였다는 거짓 증언을 하도록 사주받았습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촘촘하게 짜여지고, 모든 준비가 끝난 칠흑 같은 밤. 마침내 금부도사들이 칼과 횃불을 들고 이선우의 집을 급습했습니다. 그 시각, 이선우는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아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단란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무꾼은….” 그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부서져라 열렸습니다. 수십 명의 군사들이 횃불을 들고 들이닥쳤고, 그들의 험악한 기세에 놀란 어린 아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아내는 새파랗게 질려 남편의 옷자락을 붙잡았습니다. 금부도사가 역모죄를 거론하며 그를 포박하려 할 때, 이선우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아내와 아들을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순순히 팔을 내밀었습니다. “오해가 있을 것이오. 가서 밝히면 될 일이니,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오.” 그의 그 말이,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는 그 길로 의금부의 가장 깊고 어두운 지하 옥사로 끌려갔습니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차가운 돌바닥과, 피비린내,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잔혹한 고문 도구들이었습니다. “네 이놈, 이선우! 네놈의 죄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순순히 역모의 전모를 자백하여 목숨이라도 부지하거라!” 형吏의 윽박지름에도, 이선우는 꼿꼿한 자세로 답했습니다.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몸. 모함이오.” 그 말에, 본격적인 고문이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다리뼈 마디마디를 으스러뜨리는 압슬형이 가해졌고, 살점을 파고드는 채찍질이 수없이 반복되었습니다.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그의 의식은 몇 번이고 끊겼다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정신이 들 때마다, “나는 결백하다… 나의 충심은 오직 전하와 이 나라를 향할 뿐….” 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의 육신은 무너져 내렸지만, 그의 정신과 충심은 강철보다도 단단했습니다. 날조된 증거와 거짓된 증언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을 때, 그는 비로소 이 모든 것이 최 대감의 계략임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런 간악한 무리에게 둘러싸여 진실을 보지 못하는 임금이 안타까워 가슴이 찢어질 뿐이었습니다. 그는 고문으로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북쪽에 있는 임금의 궁궐을 향해 조용히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전하, 부디 옥체를 보전하시고, 간신들의 말에 현혹되지 마시옵소서. 이 미천한 신, 죽음으로 저들의 간악함을 막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옵니다.’ 그의 그 충심 어린 기도는, 그러나 차가운 옥사의 벽을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 의인의 비참한 최후

모든 증거가 이선우를 역모의 수괴로 지목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고문 속에서도 끝까지 결백을 주장한 것은, 오히려 ‘증거가 명백함에도 반성의 기미가 없는 흉악한 죄인’으로 비칠 뿐이었습니다. 조정의 그 누구도, 심지어 그의 강직함을 믿었던 임금조차도, 산처럼 쌓인 거짓 증거 앞에서 그를 감싸줄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그에게는 역모죄의 으뜸 형벌, 즉 능지처참 후 목을 베어 저잣거리에 내거는 참수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그의 가문 역시 멸문지화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사형이 집행되던 날,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하늘마저 그의 억울함에 피눈물을 흘리는 듯했습니다. 이선우는 부서진 수레에 실려, 저잣거리의 형장으로 끌려갔습니다. 한때는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조정의 총신이었으나, 이제 그의 모습은 뼈와 가죽만 남은 초라한 죄수일 뿐이었습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그는 멍하니 거리를 둘러보았습니다. 백성들은 차마 그의 비참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고, 길목의 주루 위에서는 최 대감과 그 일파들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이선우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들의 세상이 되어버릴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어 가슴이 미어질 뿐이었습니다. 마침내 형장에 도착한 그는, 진흙탕 바닥에 무릎을 꿇려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느냐는 형 집행관의 물음에,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마지막 숨을 길게 내쉬었습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가족들의 얼굴과, 임금의 얼굴, 그리고 이 나라의 푸르른 산천이 차례로 스쳐 지나갔습니다. ‘부디… 모두 평안하시기를….’ 그의 마지막 기도가 끝나기가 무섭게, 망나니의 어깨 위로 시퍼런 칼날이 번쩍 솟아올랐습니다. 무심한 칼날이 빗물을 튕겨내며 그의 목을 내리치는 순간, 한 평생을 오직 의롭게 살고자 했던 한 충신의 삶은 그렇게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의 목에서 뿜어져 나온 선혈이 빗물과 섞여 흙바닥을 붉게 적셨습니다. 정의가 죽고, 불의가 승리하는 참혹한 순간이었습니다. 그의 죽음과 동시에, 그의 늙은 노모는 충격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고, 그의 아내는 스스로 목을 매었으며, 어린 아들은 노비로 팔려가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충신의 가문은 풍비박산이 나, 역사의 뒤안길로 비참하게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간 세상의 법은 그의 죄를 단죄했지만, 아직 하늘의 법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피 묻은 죄수복을 입은 그의 억울한 영혼은, 육신을 벗어난 그 순간부터 한 줄기 빛에 이끌려, 저승의 가장 깊고 서슬 퍼런 곳, 염라대왕의 법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그의 진짜 재판이 시작될 참이었습니다.

※ 저승의 문, 염라대왕 앞에 서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이선우의 영혼은, 육신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자 한 줄기 빛에 이끌려 끝 모를 어둠 속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지나가는 길, 황천길의 양옆에서는 수많은 영혼들이 통곡하고 있었습니다. 재물에 대한 미련, 권력에 대한 집착,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발을 떼지 못하고 울부짖는 영혼들. 하지만 이선우의 영혼은 그 어떤 것에도 미동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영혼을 감싸고 있는 것은 오직, 나라와 임금을 지키지 못했다는 깊고도 시린 슬픔뿐이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눈앞에 거대한 성문이 나타났습니다. 저승의 입구, 풍도였습니다. 소머리 나찰과 말머리 옥졸들이 창을 들고 영혼들을 무자비하게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그곳을 지나자, 불꽃이 강처럼 흐르는 도산지옥과 칼날이 숲처럼 솟아있는 검수지옥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살아생전 지은 죄의 무게에 따라, 영혼들은 각각의 지옥에서 끔찍한 형벌을 받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아수라장을 지나, 이선우의 영혼은 마침내 저승의 최종 법정, 염라대왕의 심판대 앞에 당도했습니다. 거대한 궁전은 수만 개의 횃불로 밝혀져 있었으나, 그 빛은 따스함 대신 서늘한 위압감만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옥좌에 앉은 염라대왕의 모습은 산처럼 거대하고 바다처럼 깊었습니다. 수천, 수만 년간 인간 세상의 모든 죄와 업보를 지켜봐 온 그의 눈빛은, 그 어떤 거짓이나 변명도 꿰뚫어 볼 듯 서슬이 퍼렇습니다. 그의 양옆으로는 저승의 다른 시왕(十王)들이 판관들과 함께 도열해 있었고, 죄인의 일생을 비추는 거울, 업경대(業鏡臺)는 차가운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심판대에 오른 영혼들은 저마다 살기 위해 발버둥 쳤습니다. “염라대왕님, 억울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라며 악을 쓰는 영혼,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라며 바닥에 엎드려 비는 영혼, “네놈들이 뭔데 나를 심판하느냐!”라며 끝까지 발악하는 영혼까지. 법정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마침내 이선우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피 묻은 죄수복을 입은 그의 영혼이 심판대 중앙에 서자, 소란스럽던 법정이 순간 조용해졌습니다. 다른 영혼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기이한 기운이 그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영혼에서는 죄인의 공포나 원망이 아닌, 성인의 그것과 같은 깊은 고뇌와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옥좌에 앉아 미동도 않던 염라대왕의 눈썹이 아주 희미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는 수만 년간 수억의 영혼을 심판해왔지만, 이토록 맑고도 슬픈 영혼은 처음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은 판관에게 명했습니다. “저 자의 생사록을 대령하라.” 죄인의 모든 생애가 기록된 거대한 두루마리가, 염라대왕의 앞에 펼쳐졌습니다. 이제, 지상의 법이 아닌 하늘의 법에 따른 진짜 심판이 시작될 참이었습니다.

※ 지옥의 왕이 흘린 눈물

염라대왕이 거대한 생사록을 펼치자, 이선우의 일생이 빛나는 글자가 되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이선우, 어미의 뱃속에서부터 충의 기운을 타고났으며, 일곱 살에 아비에게 글을 배워 나라에 목숨 바칠 것을 맹세하다.’ 염라대왕의 무심한 눈빛이 생사록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그가 장성하여 처음 관직에 나갔을 때, 상관이 건넨 뇌물을 “백성의 피와 땀이 묻은 돈은 받을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던 일. 흉년이 들어 굶주리는 백성을 위해 자신의 녹봉을 모두 털어 죽을 쑤어 나눠주었던 일. 늙고 병든 노인이 억울한 송사에 휘말렸을 때, 밤을 새워 그의 결백을 증명해주었던 일. 그의 삶은 온통 의로움과 충심, 그리고 백성을 향한 연민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단 한 줄의 사리사욕이나, 티끌만 한 불의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생사록의 마지막 장으로 갈수록 그의 충심은 더욱 빛났습니다. ‘왕의 신임이 두터워지자, 이를 시기한 간신배들의 모함이 시작되다.’, ‘거짓 서신과 날조된 증언, 피로 얼룩진 고문 속에서도 그의 충심은 단 한 치도 흔들리지 아니하였도다.’ 염라대왕은 이선우의 일생을 모두 읽고, 마지막 장에 적힌 그의 죄명과 마주했습니다. ‘죄명: 대역죄. 형벌: 참수.’ 한평생을 충의롭게 살아온 의인의 삶과, 가장 치욕스러운 죄인의 죽음. 결코 함께 있을 수 없는 두 개의 기록이 생사록 안에서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염라대왕의 얼굴이 처음으로 미세하게 굳어졌습니다. 그는 생사록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이선우의 영혼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한낱 인간의 영혼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위엄 있는 목소리가 법정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죄인 이선우는 고개를 들라.” 이선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네놈의 생은 의로움으로 가득했으나, 너의 죽음은 역적의 것이었다. 어찌하여 이리도 모순된 결과가 나왔는지, 네 입으로 직접 고하라. 너를 모함한 자들을 향한 원망은 없는가? 너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하늘에 호소할 생각은 없는가?” 모든 영혼과 옥졸, 판관들이 숨을 죽였습니다. 이제 이선우의 입에서 터져 나올 원망과 분노의 절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염라대왕을 향해 깊이 머리를 조아리며, 피눈물과도 같은 슬픈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전지전능하신 염라대왕이시여. 소인의 억울함은 논할 가치조차 없는 작은 일이옵니다. 소인이 죽음보다 더 원통하고 슬픈 것은, 소인의 어리석음으로 간신들의 계략을 미리 막지 못하여, 성군이신 전하의 눈과 귀를 흐리게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이제 저 간악한 무리들이 조정을 장악하여, 힘없는 백성들이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하니,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가 없나이다. 소인의 목숨은 아깝지 않사오나, 위태로운 나라의 운명이… 소인은 그것이 가장 한스럽고 비통할 따름이옵니다.” 그는 자신의 안위를 위한 단 한마디의 변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죽어서 저승의 법정에 와서까지, 그는 오직 나라와 임금, 그리고 백성만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수천, 수만 년간 그 어떤 죄인의 참혹한 사연 앞에서도, 그 어떤 영혼의 슬픈 절규 앞에서도 단 한 번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염라대왕의 눈가에, 이슬처럼 맑은 눈물 한 방울이 맺혔습니다. 그리고 그 눈물은, 그의 주름진 뺨을 타고 아주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렸습니다. 지옥의 왕이, 역사상 처음으로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그 눈물 한 방울에, 법정의 모든 소음이 멎고, 들끓던 지옥의 불길마저 잠시 그 기세를 죽였습니다.

※ 정의의 심판, 그리고 새로운 운명

염라대왕의 눈에서 흐른 눈물 한 방울은, 이내 하늘을 뒤흔드는 거대한 분노의 불길로 타올랐습니다. 그의 슬픔은, 감히 하늘의 인과율을 어지럽히고 지상의 정의를 더럽힌 인간들에 대한 서슬 퍼런 진노로 변했습니다. “네 이놈들! 감히 한 점 부끄럼 없는 충신의 삶을 이토록 참혹하게 짓밟고, 하늘의 눈을 속이려 들어!” 염라대왕이 옥좌를 내리치자, 저승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습니다. 그는 즉시 최 대감을 비롯한 간신들의 명부를 펼치라 명했습니다. 아직 지상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그들의 명부 위로, 염라대왕은 직접 붉은 먹을 갈아 끔찍한 심판의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최 아무개와 그 일파들은, 지상에서 주어진 명을 다하는 날까지 온갖 부귀를 누리게 될 것이나, 그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저승의 가장 포악한 옥졸들에게 붙들려 올 것이다. 그들이 죽어서 당도할 곳은 지옥의 가장 깊은 곳, 영원히 고통이 끝나지 않는 아비규환의 지옥, 아비지옥(阿鼻地獄)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이선우에게 가했던 고통의 수천, 수만 배에 달하는 형벌을, 영겁의 시간 동안 받게 될 것이다!” 그의 선고는 절대적인 법이었습니다. 지상에서의 짧은 쾌락 뒤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영원한 고통이 그들을 기다리게 된 것입니다. 지상의 법이 외면했던 정의를, 저승의 법이 비로소 바로 세우는 순간이었습니다. 무시무시한 심판을 내린 염라대왕은, 다시 부드럽고 자비로운 눈으로 이선우를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의 분노가 모두 씻겨나간, 온화한 음색이었습니다. “충신 이선우여, 고개를 들라. 너의 그 순수하고 위대한 충심이, 수천 년간 얼어붙어 있던 나의 마음마저 움직였다. 지상에서 네가 겪은 고통과 억울함은, 이제 하늘이 모두 보상해주리라. 내가 너에게 두 가지 길을 내릴 터이니, 네가 직접 너의 다음 생을 선택하도록 하라.” 염라대왕의 말에, 이선우의 피 묻은 죄수복이 눈부신 빛으로 변하며, 그의 몸을 감싸던 모든 상처가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그는 다시 늠름하고 위엄 있는 생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염라대왕이 말을 이었습니다. “첫째, 너는 이 땅의 가장 위대하고 평화로운 나라의 왕으로 환생하여, 네가 꿈꾸었던 정의로운 세상을 네 손으로 직접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윤회의 고리를 끊고 이 저승에 남아, 억울한 영혼들의 한을 풀어주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저승의 위대한 신장(神將)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죄인의 영혼에게는 내려질 수 없는, 파격적이고도 영광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이선우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는 결심한 듯, 염라대왕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선택을 고했습니다. 그의 선택은, 다시 한번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백성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선택에 염라대왕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이선우의 영혼은 수만 송이의 연꽃에 둘러싸여, 환생의 문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습니다. 억울한 죽음은 비록 비참했으나, 그의 꺾이지 않았던 충심은 마침내 하늘을 움직여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고, 지상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거대한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이야기 천사 시청자 여러분, 오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한 사람의 굳건한 신념과 충심이, 지옥의 왕마저 감동시켜 뒤틀린 운명을 바로잡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비록 현실에서는 억울한 일이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염라대왕의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염라대왕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는데요. 【염라대왕의 잘못된 판결로 벌어진 지옥 대혼란】! ‘기재잡기’에 기록된 이 흥미진진한 사건, 다음 시간에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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