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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이 지적한 하나의 죄

by K sunny 2025.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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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이 지적한 하나의 죄 , 조선의 탐관 그가 지은 진짜 죄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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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한양 제일의 권력가 이혁. 그는 세상 모든 것을 가졌지만, 단 하나, 기생 매화의 마음만은 얻지 못했습니다. 그녀를 품에 안은 그날 밤, 돌연 죽음을 맞이하고 염라대왕 앞에 서게 되죠. 하지만 그의 진짜 죄는 재물도, 여자도 아니었습니다. 염라가 내뱉은 서늘한 한마디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권력과 정욕에 취해 살던 한 관리가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의 삶을 마주합니다. 수많은 여인을 탐하고, 백성의 고혈을 빨아 부귀영화를 누렸던 그의 죄목은 끝이 없었죠. 그러나 염라대왕은 이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기고, 그의 영혼을 꿰뚫는 단 하나의 '진짜 죄'를 지적합니다. 그의 탐욕 끝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 기생 매화와의 첫 만남과 소유욕 발동

달빛마저 농염하게 쏟아져 내리던 한양의 어느 밤. 판서 이혁의 저택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연못 위 정자에는 기름진 음식 냄새와 고급 비단이 스치는 소리, 그리고 권력에 아첨하는 자들의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이혁은 그 중심에서, 가장 높은 상석에 비스듬히 기댄 채 금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의 나이는 마흔을 갓 넘겼지만, 탐욕으로 가꾼 풍채와 형형한 눈빛은 굶주린 맹수와 같아서 누구도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왕 아래 모든 것이 제 발밑에 있다는 오만함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의 옆에서는 아리따운 기생이 교태를 부리며 술을 따르고 있었지만, 그는 이미 질려버린 장난감을 대하듯 심드렁했다. 매일 밤 반복되는 향락은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자극도 주지 못했다. 지루함에 하품이 터져 나오려던 찰나, 그의 눈길이 정자 한편에 갓 들어서는 여인에게로 향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한양의 내로라하는 기생들이 저마다 붉고 푸른 화려한 색으로 자신을 뽐내는 것과 달리, 여인은 수수한 흰색 저고리에 쪽빛 치마를 입고 있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젖빛 달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청초했고, 무심하게 내리깐 눈매는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호수와도 같았다. 다른 기생들의 요란한 교태와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가 그저 시끄러운 소음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색이 사라지고 오직 저 여인만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 이혁이 턱짓으로 곁에 있던 집사를 불렀다. "저 아이는 누구냐." 집사가 허리를 조아리며 속삭였다. "근래 한양에 입성한 매화라는 아이입니다. 가야금 솜씨가 일품이라 들었사옵니다. 워낙 성정이 고고하여 이런 연회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 하옵니다만, 대감의 명이라 거역치 못한 모양입니다." 이혁은 코웃음을 쳤다. 가야금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저 손에 잡히지 않을 듯한 기운, 제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 같은 도도함이었다. 그는 손에 넣고 싶은 것을 반드시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내였다. 그것이 사람이든, 재물이든, 권력이든. 그는 매화를 향해 노골적인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가야금은 내 침소에서 따로 들을 터이니, 이리 와서 술이나 한잔 따르라 명하거라." 좌중의 시선이 모두 매화에게로 쏠렸다. 웬만한 기생이라면 영광이라 여기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왔을 터. 하지만 매화는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고개를 들어 이혁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빛에는 두려움도, 기쁨도, 아양도 없었다. 그저 맑고 투명한 눈동자로 이혁이라는 사람의 욕망과 오만, 그 속내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혁의 미간이 순간 꿈틀했다. 감히 제 앞에서 저런 눈빛을 하다니. 그러나 그 불쾌감은 이내 지독한 흥미로 바뀌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짐승을 발견한 사냥꾼의 희열이었다. 이혁은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술렁이던 연회장은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는 성큼성큼 매화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턱을 거칠게 붙잡아 들어 올렸다. 매화의 보드라운 살결이 그의 투박한 손아귀 안에서 느껴졌다. "네 이름이 매화라 하였더냐. 어찌 이리 향기가 없는 게냐." 그의 숨결에서 짙은 술냄새가 풍겨왔지만, 매화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걸렸다. "난초는 함부로 꺾는 이에게 향을 내어주지 않는 법이옵니다, 대감." 그 말에 이혁은 허, 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난초라. 제법이었다. 그는 매화의 턱을 놓아주는 대신, 그녀의 귓가에 뱀처럼 음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렇다면 내 오늘 밤, 그 난초를 뿌리째 뽑아내어 향을 맡아보아야겠다. 그 뿌리가 얼마나 깊고 질긴지 내 직접 확인해야겠어." 그의 손이 매화의 허리를 감아챘다. 저항할 틈도 없이 이혁의 품에 안긴 매화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비단 저고리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하면서도 여린 몸의 감촉에 이혁은 아랫배에 뜨거운 불길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는 매화를 거의 끌다시피 하여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뒤따르는 아첨꾼들의 음흉한 웃음소리와 다른 기생들의 시기 어린 눈빛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그의 머릿속은 저 길들여지지 않은 난초를 어떻게 꺾어버릴지, 그녀의 입에서 교태 어린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게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 매화를 얻기 위해 온갖 재물을 바치는 탐관

이혁의 침소는 그의 탐욕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방 안은 온통 청나라에서 들여온 값비싼 비단과 기물들로 가득했고,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침향 냄새마저 사치스러웠다. 이혁은 매화를 방 한가운데로 거칠게 밀어 넣고는 문을 닫았다. 쿵, 하고 육중한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혁은 겉옷을 벗어 던지며 매화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촛불 아래 드러난 그녀의 모습은 연회장에서보다 더욱 관능적이었다. 얇은 저고리 위로 봉긋 솟아오른 가슴선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풍성한 치마 아래 감춰진 다리의 곡선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이제 그 잘난 난초의 향을 맡아볼 시간이구나." 그는 굶주린 짐승처럼 다가가 매화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매화는 그의 손길을 유려하게 피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이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감, 하룻밤 노리개는 될 수 있으나 마음까지 가질 수는 없는 법입니다. 진정 저를 원하신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셔야 할 것입니다." 대가? 이혁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껏 어떤 여인도 제게 대가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그가 손짓 한 번 하면, 정절을 지키던 양반댁 규수마저 옷을 벗고 품에 안기는 것이 현실이었다. "대가라. 참으로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구나. 그래,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비단이더냐, 아니면 금은보화더냐. 말만 하거라. 네 방을 황금으로 채워줄 수도 있다." 이혁은 자신만만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믿는 사내였다. 그러나 매화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속물적인 것은 사양하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대감의 진심 어린 마음 한 조각이옵니다." 진심. 이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에게 진심이란 가장 쓸모없고 하찮은 감정이었다. 그는 여인을 자신의 소유물, 욕망을 배출하는 도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고작 기생 따위가 진심을 논하다니.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럴수록 매화에 대한 집착은 더욱 강해졌다. 그는 매화를 힘으로 꺾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녀가 원하는 '대가'라는 것을 한번 치러보기로 한 것이다. "좋다. 네가 원하는 것이 진심이라면, 내 얼마든지 보여주마. 내 너에게만큼은 진정한 사내의 마음을 보여줄 것이다." 그날 이후, 이혁의 기행이 시작되었다. 그는 국정마저 뒤로한 채 매화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몰두했다. 희귀한 서책과 값비싼 악기를 선물하는 것은 물론, 그녀가 좋아하는 시를 외워 읊어주기도 했다. 심지어 그녀의 처소 앞에 며칠 밤낮으로 서서 눈을 맞으며 기다리기까지 했다. 그가 서역에서 들여온 귀한 옥 노리개를 건넨 날, 매화는 그것을 받아 들고는 창가의 서책을 눌러두는 문진으로 사용했다. 이혁의 낯은 뜨거워졌지만, 그녀의 그런 무심함이 오히려 그의 정복욕을 더욱 불태웠다. 한양의 모든 이들이 혀를 찼다. 판서 대감이 기생에게 단단히 홀려 이성을 잃었다고, 조만간 나라가 망할 징조라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이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매화가 쳐놓은 '진심'이라는 그물에 걸린 줄도 모르고, 그는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혁의 마음속에는 단순한 소유욕을 넘어선 무언가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매화의 미소 한 번에 천하를 얻은 듯 기뻐했고, 그녀의 무심한 눈빛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밤이 되면 그녀의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녀의 몸을 탐하고 싶은 욕망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어느 달 밝은 밤, 이혁은 다시 매화의 처소를 찾았다. 그의 손에는 전설 속의 푸른 옥으로 만들었다는 값비싼 비녀가 들려 있었다. "매화야. 이젠 내 마음을 받아주겠느냐. 이 비녀는 오직 너만을 위해 만들게 한 것이다." 매화는 말없이 비녀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이혁을 향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오늘 밤, 대감의 침소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이혁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드디어 저 고고한 난초가 제 손에 꺾이는 순간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매화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차가운 손가락이 그의 뜨거운 손바닥 안에서 느껴졌다. 그날 밤, 이혁은 생애 가장 공들여 몸단장을 했다. 최고의 향유를 몸에 바르고, 가장 값비싼 비단 옷으로 갈아입었다. 오늘 밤, 그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사랑을 얻어낸 승리자가 될 터였다.

※ 마침내 매화를 품에 안은 탐관

촛불이 흔들리는 방 안, 이혁은 숨을 죽인 채 앉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목욕을 마친 매화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들어섰다. 얇은 명주 가운만을 걸친 그녀의 모습은 현실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난초 향기가 방 안을 가득 메웠고, 희미한 등불 아래 드러난 새하얀 살결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이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몸이, 그토록 손에 넣고 싶었던 여인이 드디어 제 앞에 서 있었다. 매화는 수줍은 기색 하나 없이 당당한 걸음으로 다가와 이혁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스스로 명주 가운의 옷고름을 풀었다. 스르륵, 소리를 내며 가운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완벽한 여인의 나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풍만한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뻗어 내린 다리까지. 이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매화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품 안에 가득 들어오는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 그녀의 살결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에 그의 이성은 순식간에 마비되었다. "매화야... 나의 매화..." 그는 짐승처럼 헐떡이며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매화는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지는 순간, 방 안의 공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이혁은 매화를 안아 침상으로 향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여인을 안아왔지만, 이토록 황홀한 기분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 숨결 하나하나가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는 마치 오랫동안 굶주렸던 사람처럼 정신없이 그녀의 몸을 탐했다. 매화의 하얀 살결 위에는 그의 거친 손길이 남긴 붉은 흔적들이 꽃처럼 피어났고, 방 안은 두 사람의 교성과 거친 숨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 격정 속에서도 이혁은 문득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제 밑에서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과 달리,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도 차분했다. 마치 영혼이 없는 인형을 안고 있는 듯한 서늘함. 그러나 그는 애써 그 느낌을 무시했다. 곧 저 눈동자마저 쾌락으로 흐릿해지리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의 몸을 탐하던 그때, 이혁은 온몸의 피가 머리끝으로 쏠리는 듯한 극한의 쾌락을 느꼈다. 세상 모든 것이 하얗게 변하고, 오직 매화의 존재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아...!" 그는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매화의 몸 위로 쓰러졌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고, 노곤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드디어... 드디어 그녀를 완전히 가졌구나. 그는 승리감에 취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데 그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어? 숨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눈앞이 흐려지고, 매화의 얼굴이 여러 개로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매...화...야..." 그는 간신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매화는 그의 위에서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얼굴은 쾌락의 흥분 대신 차가운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는 이혁을 그저 무심한 눈으로 내려다볼 뿐이었다. "대감... 이제 약조한 대가를 치를 시간이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혁의 눈앞은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인생 최고의 쾌락을 맛본 바로 그 순간, 그의 심장은 멈춰버린 것이다. 허무한 종말이었다. 그의 손은 마지막까지 매화의 옷자락을 붙잡으려 했지만,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방 안에 남은 것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신과, 창밖을 바라보는 매화의 서늘한 그림자뿐이었다.

※ 차가운 어둠 속에서 눈을 뜬 탐관

눈을 떴을 때, 이혁이 마주한 것은 화려한 비단 이부자리도, 매화의 아름다운 얼굴도 아니었다.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코끝을 찌르는 것은 지독한 흙냄새와 피비린내, 그리고 썩은 물이 고인 듯한 악취뿐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마치 거대한 바위에 짓눌린 듯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어둠 속에서 푸른빛의 등불 두 개가 유령처럼 떠올랐다. 등불이 가까워지자, 그것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검은 도포에 갓을 쓴 두 명의 사내. 그들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으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산한 기운만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혁. 네 수명이 다하였으니, 우리를 따라오너라." 목소리는 메마른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것처럼 차갑고 건조했다. 저승사자. 이혁은 그들의 정체를 깨닫고 경악했다. 내가... 내가 죽었다고? 말도 안 돼. 나는 조선 최고의 권력가다. 이런 식으로 죽을 리가 없어! 그는 소리치려 했지만, 목에서는 꺽꺽거리는 소리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 저승사자 중 하나가 다가와 이혁의 팔을 거칠게 잡아 일으켰다. 살아생전 느껴보지 못한, 저항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었다. 그의 몸은 종잇장처럼 가볍게 끌려갔다. 얼마를 걸었을까.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어둠이 걷히고, 황량한 길이 눈앞에 나타났다. 길가에는 이름 모를 흰 꽃들이 소복처럼 피어 있었고, 길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생기 없는 얼굴로 넋이 나간 채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이혁은 그들의 행색을 보고 기가 막혔다. 꾀죄죄한 옷차림의 백성들, 전쟁터에서 죽은 듯한 병사들, 심지어 역병으로 죽은 어린아이까지. 감히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네 이놈들!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리 함부로 대하는 것이냐! 당장 나를 놓아라! 나는 판서 이혁이다!" 그가 고함을 지르자, 주변의 망자들이 잠시 그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텅 빈 눈동자는 이혁을 비웃는 듯했다. 그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그의 농간으로 억울하게 옥에 갇혀 죽어간 한 백성이었다. 그 망령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이혁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 시선에 이혁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저승사자가 쯧, 하고 혀를 차며 말했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죄인일 뿐, 판서도 없고 종놈도 없다. 조용히 따라오기나 해라." 이혁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생전에 그가 누렸던 권세와 부귀영화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왕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자신에게 명령할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발아래 엎드려 목숨을 구걸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고작 저승사자 따위에게 끌려가야 한다니.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못 간다! 나는 절대 이런 곳으로 갈 수 없어! 내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가져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단 말이다!" 그의 절규는 공허한 외침이 되어 황량한 저승길에 흩어졌다. 그러자 다른 저승사자가 허리춤에서 쇠사슬을 꺼내 들었다. 쇠사슬은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이혁의 몸을 옭아맸다. 차가운 쇠의 감촉이 살을 파고드는 고통에 이혁은 비명을 질렀다. "크악!" 저승사자들은 인정사정없이 그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뾰족한 돌부리에 살이 찢기고 피가 흘렀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승에서의 화려했던 비단옷은 갈기갈기 찢겨 누더기가 되었고, 잘생겼던 얼굴은 흙과 피로 범벅이 되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얼마나 끌려갔을까. 저 멀리 거대한 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물은 핏빛처럼 붉고 탁했으며, 강을 건너려는 수많은 망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강 한가운데에는 흉측한 물귀신들이 들끓으며 망자들을 물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저곳이 바로 죄인들이 건넌다는 나하향(奈何鄕)이구나. 이혁은 공포에 질려 몸을 떨었다. 그리고 강의 건너편에는 거대한 성문이 보였다. 염라대왕이 있다는 명부(冥府)의 입구였다.

※ 염라대왕 앞에 선 탐관

명부의 문을 들어서자, 이혁은 거대한 법정의 한가운데에 내던져졌다. 사방은 수많은 귀졸들과 망자들로 가득했고, 모두가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법정 가장 높은 곳에는 거대한 옥좌가 있었고, 그 위에는 산처럼 거대한 몸집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머리에는 면류관을 쓰고, 온몸은 검은 용포로 감쌌으며, 불꽃처럼 타오르는 눈으로 이혁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염라대왕이었다. 그의 양옆으로는 죄의 무게를 기록하는 판관들이 산더미 같은 두루마리를 펼쳐 들고 서 있었다. "죄인 이혁은 고개를 들라." 염라대왕의 목소리는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듯 낮고 무거웠다. 그 위엄에 짓눌려 이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판관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 두루마리를 펼쳐 들고 그의 죄목을 읽기 시작했다. "죄인 이혁. 너는 관직에 있는 동안 수십만 냥의 뇌물을 받아 국고를 탕진했으며, 무고한 백성 오십여 명을 옥에 가두고 그들의 전 재산을 빼앗았다. 또한, 권력을 이용하여 스무 명이 넘는 여인을 겁탈하고 그중 셋은 너로 인해 목숨을 끊었다. 네가 사치를 부리기 위해 굶겨 죽인 백성이 삼백 명이 넘고, 네 발아래 짓밟힌 원혼의 수가..." 판관이 읽어 내려가는 죄목은 끝이 없었다. 하나하나가 생생하고 구체적이었다. 어느 마을의 누구를 어떻게 착취했고, 어떤 여인을 어떤 방식으로 유린했는지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법정은 이혁의 죄악에 경악하는 망자들의 탄식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혁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그는 뻔뻔하게 고개를 쳐들고 소리쳤다. "틀렸소! 나는 죄인이 아니오!" 법정이 순간 조용해졌다. 염라대왕의 눈썹이 꿈틀했다. "내가 뇌물을 받은 것은 더 큰 힘을 얻어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함이었고, 백성을 옥에 가둔 것은 모두 나라의 법도를 어지럽힌 흉악범들이었소! 여인들은 모두 스스로 내게 몸을 바쳤으며, 굶어 죽은 백성들은 그저 가뭄과 역병 때문이지, 어찌 내 탓이란 말이오!" 그는 자신의 모든 행동을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했다. 그것이 그가 이승에서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그는 자신의 탐욕을 대의로, 정욕을 풍류로, 악행을 통치로 둔갑시키는 데 능했다. 그는 진심으로 스스로가 옳다고 믿고 있었다. 그의 뻔뻔한 변명에 판관들과 귀졸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염라대왕은 말없이 이혁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마치 이혁의 영혼 가장 깊은 곳, 그가 스스로도 외면해 온 추악한 진실까지 들여다보는 듯했다. 한참의 침묵 끝에, 염라대왕이 입을 열었다. "가소롭구나. 네놈의 혀는 저승에 와서도 여전히 구렁이처럼 놀리는구나." 염라대왕은 판관을 향해 손짓했다. "그 두루마리는 치워라. 그런 하찮은 죄목들을 일일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 판관이 의아한 표정으로 두루마리를 거두었다. 이혁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나의 행동은 죄가 될 수 없지. 염라대왕마저도 나의 큰 뜻을 이해하는구나. 그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순간, 염라대왕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이혁. 네가 저지른 살인, 강도, 겁탈, 횡령... 그 모든 것은 그저 네가 저지른 수많은 악행 중 가장 작은 것에 불과하다." 염라대왕의 말에 이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다면 저의 가장 큰 죄는 무엇이란 말이옵니까?" 그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도대체 저것들보다 더 큰 죄가 무엇일까. 반역이라도 저질렀다는 말인가? 염라대왕은 옥좌에서 내려와 천천히 이혁에게로 다가왔다. 거대한 그림자가 이혁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염라대왕은 그의 귓가에, 그러나 법정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고 서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염라대왕이 단 하나의 진정한 죄를 꾸짖는다

"네 진짜 죄는..."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법정 전체를 울렸다. 이혁은 숨을 죽인 채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판결을 앞두고 있었다. 염라대왕은 그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말했다.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무언가를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순간, 법정에는 정적이 흘렀다. 이혁은 염라대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 그게 어째서 죄가 된다는 말인가? 그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사랑이라니요? 그게 죄라면 이 세상 모든 사내들이 죄인일 것입니다. 저는 사랑했습니다! 매화를... 그 여인을 진심으로 사랑했단 말입니다! 그녀를 위해 온갖 재물을 바치고, 제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의 외침에 염라대왕은 더욱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사랑이라 착각하지 마라, 어리석은 자여. 네가 매화에게 바친 것은 진심이 아니라 소유욕이었고, 네가 느낀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정복욕이었다. 너는 그녀를 사람으로 본 것이 아니라, 네가 수집한 수많은 값비싼 기물 중 가장 아름다운 장식품으로 여겼을 뿐이다." 염라대왕의 말이 비수처럼 이혁의 가슴에 꽂혔다. 소유욕, 정복욕...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감정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도 없었다. 매화를 처음 본 순간, 그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감탄한 것이 아니라, '저것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부터 했다.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것도, 그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길들여지지 않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그녀를 품에 안았을 때 느꼈던 황홀경마저, 사랑의 교감이 아니라 승리의 쾌감이었다. "너는 평생을 무언가를 '갖기' 위해 살아왔다. 더 많은 재물, 더 높은 권력, 더 아름다운 여자. 하지만 너는 단 한 번도 네가 가진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거나, 그것의 가치를 느껴본 적이 없다. 네가 먹은 쌀 한 톨에 담긴 농부의 땀을, 네가 입은 비단 한 올에 담긴 직공의 눈물을, 그리고 네 곁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의 마음을, 너는 단 한 번도 헤아려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염라대왕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 천둥처럼 울렸다. "네 영혼은 마치 밑 빠진 독과 같아서, 아무리 좋은 것을 쏟아부어도 결코 채워지지 않았다. 네가 가진 재물은 텅 빈 숫자에 불과했고, 네가 누린 권력은 허울뿐인 이름이었으며, 네가 탐한 여인들의 몸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다. 너의 삶은, 그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너의 가장 큰 죄다. 너는 신이 네게 허락한 삶이라는 귀한 선물을 가지고 그저 껍데기만을 핥으며 낭비해 버렸다!" 그제야 이혁은 깨달았다. 자신의 삶이 얼마나 공허하고 무가치했는지를. 그는 평생을 채우기 위해 살아왔지만, 그의 영혼은 단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었다. 오히려 무언가를 가질수록 더욱 갈증을 느끼고 공허해졌을 뿐이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과 약탈보다, 바로 이 '공허함'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죄악임을 깨달았다. 그는 무릎을 꿇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흘리는 진심 어린 눈물이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너의 죄는 너무도 무거워 지옥의 어떤 형벌로도 씻을 수가 없다. 하여 네게 특별한 벌을 내리겠다." 염라대왕이 선고했다. "너는 '아귀'가 되어 영원히 굶주리게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단 한 입도 먹지 못하며, 아름다운 여인을 눈앞에 두고도 손끝 하나 댈 수 없을 것이다. 네가 이승에서 그토록 갈망했던 모든 것을 눈앞에 두고,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너의 공허한 삶을 반성하도록 하라!" 염라대왕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혁의 몸이 흉측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배는 산처럼 부풀어 오르고, 목구멍은 바늘구멍처럼 좁아졌으며, 손톱과 이빨은 짐승처럼 날카롭게 자라났다. 피부는 바싹 말라붙어 뼈대가 드러났다. 그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한때 한양을 호령하던 판서 이혁이, 영원한 굶주림의 형벌을 받은 아귀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비명 소리는 명부 법정에 오랫동안 메아리쳤고, 그를 지켜보던 모든 망자들은 진정한 죄의 무게가 무엇인지 똑똑히 깨닫게 되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들려드린 '염라대왕과 탐욕스러운 관리'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는 악행만을 죄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진정한 죄는 삶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공허한 마음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삶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요? 이 이야기가 잠시나마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상이 재미있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잊지 마시고,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에는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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