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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 앞에서 무죄를 주장한 기생의 용기

by K sunny 2025.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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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 앞에서 무죄를 주장한 기생의 용기 - 죽어서도 당당했던 여인의 소름끼치는 재판 【계서야담】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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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00자)

천하의 염라대왕 앞에서 "소인은 죄가 없사옵니다!"를 외친 한 기생. 저승의 법도마저 뒤흔든 그녀의 당당한 외침. 남자를 홀린 죄로 심판대에 섰지만, 되려 양반들의 위선을 꾸짖은 그녀의 소름 돋는 재판이 시작됩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시대 야담집 『계서야담』에 실린 기이하고도 통쾌한 실화. 평생 손가락질 받던 기생 '매향'이 죽어 염라대왕 앞에 섭니다. 남자를 홀리고 가정을 파탄 낸 죄를 추궁당하자, 그녀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변호하기 시작합니다. 본 영상은 죽음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한 여인의 용기와, 위선자들의 허를 찌르는 지혜를 담은 오디오 드라마입니다.

※ 한 떨기 매화, 기생 매향의 삶

평양 기방의 밤은 언제나처럼 술과 웃음, 그리고 사내들의 넘치는 욕망으로 흥건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내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이는 단연 매향(梅香)이었다. 그녀의 이름처럼, 매향은 추운 겨울 눈 속에서도 홀로 맑은 향기를 뿜어내는 한 떨기 매화 같은 여인이었다. 그녀의 미모는 달도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을 정도라 했고, 그녀가 거문고를 타면 날아가던 기러기도 잠시 날갯짓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하지만 사내들이 진정 매향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시(詩)와 먹 향기 가득한 그림,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얼음 같은 도도함 때문이었다. 그날 밤도 평양 감사(監司)가 주최한 큰 연회가 열렸다. 감사는 떡 벌어진 어깨에 기름진 얼굴을 하고서, 연신 매향의 허리에 손을 올리려 껄떡거렸다. "매향아, 오늘 밤 내 수청을 들면, 네 어미의 빚을 탕감해 줄 수도 있느니라. 어떠냐?"

술에 취한 감사의 입에서는 역한 술내가 풍겼다. 다른 기생 같았으면 못 이기는 척 교태를 부리며 안겼을 테지만, 매향은 달랐다. 그녀는 부드럽게 감사의 손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운 춤사위를 선보였다. 나비처럼 가벼운 발걸음, 하늘거리는 소매 자락은 그 어떤 사내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영역을 만드는 듯했다. 춤이 끝나자, 감사는 더욱 애가 닳아 소리쳤다. "네년이 감히 이 사람의 말을 무시하는 게냐!"

그때 매향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맑았다. "대감, 소인의 춤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사옵니까? 그렇다면 이번엔 시 한 수 올리겠나이다." 그녀는 즉석에서 시 한 수를 읊었다. 그 내용은 '높은 벼슬아치가 권세를 믿고 함부로 꽃을 꺾으려 하나, 꽃은 그저 향기만을 보낼 뿐, 스스로 가지를 내어주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좌중의 다른 양반들은 그 뜻을 알아채고 슬며시 웃음을 터뜨렸고, 감사는 얼굴이 벌게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긴 매향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자신의 작은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화려한 비단옷을 벗고, 무거운 가체를 내려놓자 거울 속에는 낯선 여인이 서 있었다. 짙은 화장 아래 감춰진 스무 살 처녀의 맨얼굴. 그녀는 고단한 한숨을 내쉬며 목욕물을 준비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하루 종일 긴장했던 몸이 비로소 노곤하게 풀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면 위로, 그녀 자신의 몸이 비쳤다. 사내들이 그토록 탐하는 희고 부드러운 살결. 하지만 이 몸은 그저 자신의 것일 뿐,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었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기생이라는 굴레, 평생 씻을 수 없는 천한 신분. 차라리 모든 것을 잊고 깊은 잠에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그 순간, 갑자기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덮쳐왔다. "윽…!" 그녀는 비명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물속으로 스러져갔다. 평생을 맑은 향기처럼 살고자 했던 매향의 삶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 갑작스러운 죽음, 저승으로의 길

"일어나라, 매향. 갈 시간이 되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매향은 천천히 눈을 떴다.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심장을 찌르던 고통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검은 도포에 갓을 쓴, 창백한 얼굴의 사내 둘이 서 있었다. 그들의 눈은 텅 비어 있었고, 그들에게서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승사자. 매향은 모든 것을 직감했다. 아, 내가 죽었구나.

사자들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이끌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그녀가 살던 기방도, 평양의 거리도 온데간데없었다.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길이 있을 뿐이었다. 하늘에는 해도 달도 별도 없었고, 길가에는 이름 모를 흰 꽃들만이 죽은 사람의 넋처럼 피어 있었다. 이곳이 바로 황천길이구나. 매향은 수많은 영혼들과 함께 그 길을 걸었다. 갓난아이의 울음소리, 늙은 노인의 구슬픈 곡소리, 한창 나이에 죽은 청년의 억울한 절규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들은 모두 생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버리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걷고 있었다.

하지만 매향은 울지 않았다. 그녀의 삶은 고단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저 묵묵히, 꼿꼿한 자세로 사자들을 따라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거대한 강이 앞을 가로막았다. 삼도천(三途川).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라는 강이었다. 강물은 핏빛처럼 붉고 탁했으며, 강 건너에서는 희미한 불빛들이 아른거렸다. 나룻배 한 척이 다가왔고, 매향은 다른 영혼들과 함께 배에 올라탔다. 배가 강을 건너는 동안, 강물 속에서 수많은 손들이 튀어나와 사람들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 먼저 강을 건너지 못하고 물귀신이 된 원혼들이었다. 비명과 절규가 배 안을 가득 채웠지만, 매향은 눈을 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뿐이었다.

배가 강 건너에 닿자, 거대한 성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풍도성(酆都城)'이라 쓰인 현판이 걸린, 저승의 관문이었다. 성문 앞에는 수많은 귀졸(鬼卒)들이 창을 들고 서서 영혼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성문을 지나자, 거대한 광장이 나타났고, 그 끝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건물이 서 있었다. 염라대왕이 머무는 명부전(冥府殿)이었다. 사자들은 매향을 그곳으로 끌고 갔다. 쿵, 쿵, 쿵… 명부전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를 때마다, 그녀의 심장이 아닌, 그녀의 영혼이 거세게 울리는 듯했다. 이제 곧, 자신의 삶 전체를 심판받게 될 것이다. 매향은 마지막으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녀는 살아서도 당당했듯, 죽어서도 당당하게 자신을 변호하기로 마음먹었다.

※ 염라대왕의 법정, 죄를 고하라!

명부전의 문이 열리는 순간, 매향은 압도적인 광경에 숨을 멈췄다. 전각 내부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넓었고, 양옆으로는 시뻘건 불기둥이 치솟고 있었다. 수많은 죄인들이 그 불기둥에 묶여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험상궂게 생긴 옥졸들이 그들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전각 가장 깊숙한 곳, 수십 개의 해골로 장식된 거대한 옥좌에는 염라대왕이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그의 눈에서는 심판의 불꽃이 타오르는 듯했다.

염라대왕의 양옆으로는 죄인의 생전 업보를 비추는 거울인 업경대(業鏡臺)가 놓여 있었고, 그 아래로는 판관(判官)과 녹사(錄事)들이 빼곡히 앉아 죄인들의 죄목을 기록하고 있었다. 매향은 사자들에게 이끌려 염라대왕의 바로 앞, 차가운 돌바닥 위에 무릎을 꿇었다. 주변의 모든 소음이 멎고, 오직 염라대왕의 위엄만이 그녀를 짓누르는 듯했다.

그때, 판관 하나가 두루마리를 펼쳐 들고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죽은 자 매향은 듣거라! 너는 생전에 기생의 몸으로, 너의 요사스러운 미색과 간사한 기예를 이용하여 수많은 사내를 홀리고, 그들의 재물을 빼앗았으며, 마침내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사회의 기강을 무너뜨렸으니, 그 죄가 실로 크고 무겁다! 네 죄를 네가 알렷다!" 판관의 목소리가 명부전 전체를 울렸다. 매향의 죄목이 낭독되자, 주변에서 그녀를 향한 비난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쯧쯧, 기생이란 것들은 다 저렇지." "저런 것들은 마땅히 발설지옥(拔舌地獄)에 보내야 해."

모두가 그녀가 곧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매향은 달랐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감히 누구도 쳐다보지 못하는 염라대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얼음장처럼 차갑고 단단했다. "염라대왕이시여, 소인은 죄가 없사옵니다."

그 한마디에, 시끄럽던 명부전 전체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감히 염라대왕의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다니. 판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쳤다. "네 이년!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무죄를 주장하느냐! 네 죄가 업경대에 낱낱이 비치고 있거늘, 그래도 발뺌할 셈이냐!" 판관의 말대로, 그녀 옆의 업경대에는 그녀가 생전에 사내들과 술을 마시고 춤을 추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매향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더욱 힘주어 말했다. "대왕이시여, 소인의 죄를 논하기 전에, 먼저 소인의 삶을 논해야 할 것이옵니다. 저 거울에 비친 것은 제 삶의 껍데기일 뿐, 제 영혼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당당한 외침에, 옥좌에 앉아 모든 것을 지켜보던 염라대왕의 눈썹이 처음으로 꿈틀, 하고 움직였다.

네, 알겠습니다. 『계서야담』을 바탕으로 한 기생 매향 이야기의 후반부(씬 4, 5, 6)와 엔딩멘트를 캔버스 형식 없이, 분량을 충분히 늘려 작성해 드리겠습니다.

※ 기생의 항변, 죄는 누가 지었는가

판관의 호통과 주변의 수군거림에도 매향의 꼿꼿한 자세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조용한 미소를 머금은 채, 판관을 향해 차분히 입을 열었다. "판관 나으리, 소인이 사내를 홀리고 재물을 빼앗았다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소인이 칼을 들고 그들을 협박하여 기방으로 끌고 왔나이까? 아니면 요사스러운 술법이라도 부려 그들의 주머니를 강제로 열게 하였나이까?"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안에 담긴 논리는 명부전 전체를 울릴 만큼 명료했다.

"소인은 그저 평양성 기방의 작은 방 안에서, 제게 주어진 기예를 갈고닦았을 뿐입니다. 손님들이 찾아와 술을 청하면 술을 따랐고, 춤을 청하면 춤을 추었으며, 시를 청하면 시를 지어 그들의 흥을 돋우었을 뿐입니다. 그것이 기생의 소임이 아니옵니까? 소인은 제 소임에 충실했을 뿐,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거나 강요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나이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제 염라대왕을 향해 직접 말을 이었다.

"대왕이시여, 부디 저 업경대를 다시 한번 자세히 보아주시옵소서. 저 거울 속에, 소인이 사내들의 손목을 끌고 제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있나이까? 아니면 그들의 재물을 훔치는 모습이 있나이까?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거울 속에는, 좋은 옷과 갓을 차려입은 양반네들이 스스로 기방 문턱을 넘어 들어와, 소인의 앞에 돈다발을 던지며 하룻밤을 구걸하는 모습만이 가득할 것입니다. 그들은 소인의 시와 춤을 사기 위해 돈을 썼고, 소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서로 다투었으며, 소인과의 하룻밤을 위해 조강지처와 자식들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꽃을 보고 벌과 나비가 날아드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거늘, 어찌하여 꽃에게만 벌과 나비를 유혹한 죄를 물으시나이까? 벌과 나비에게는 정녕 아무런 죄가 없단 말씀이시옵니까?"

매향의 항변은 거침이 없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위선적인 사내들의 가슴에 꽂히는 듯했다. "또한, 소인이 그들의 가정을 파탄 냈다고 하셨습니다. 허나, 한낱 기생의 치마폭에 흔들릴 만큼 가벼운 가정이었다면, 그 가정은 소인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는 깨어졌을 것입니다. 굳건한 바위는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지만, 모래성은 작은 파도에도 무너지는 법. 어찌하여 모래성의 허약함을 탓하지 않으시고, 파도의 죄만을 꾸짖으시나이까? 소인은 그저 제 자리에 흐르는 강물이었을 뿐입니다. 스스로 배를 띄워 강물에 몸을 맡긴 것은 사공인 그들이었거늘, 어찌하여 강물에게 배를 뒤집은 죄를 묻는단 말입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고, 그 안에는 평생을 억눌러왔던 울분과 한이 담겨 있었다. "대왕이시여! 진정 죄를 물으시려거든, 소인이 아니라 소인을 찾아왔던 그 사내들에게 물으셔야 합니다. 나라의 녹을 먹는다는 자들이 밤마다 기방을 드나들며 국법을 어긴 죄, 조강지처를 버리고 외간 여자를 탐한 죄, 그리고 그 모든 죄를 한낱 기생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비겁함의 죄까지! 부디 그들의 죄를 먼저 심판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신다면, 소인은 그 어떤 지옥의 형벌이라도 달게 받겠나이다!" 매향의 외침이 끝나자, 명부전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녀의 논리 정연하고 당당한 항변 앞에, 그 누구도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판관들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고, 염라대왕은 굳은 표정으로 턱을 괸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 염라의 시험, 거짓을 가려내라

한참 동안의 침묵 끝에, 염라대왕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의 분노 대신, 깊은 흥미와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고개를 들라. 참으로 당돌하고 지혜로운 여인이로다. 네 말에도 일리가 있다. 좋다. 그렇다면 내가 너에게 직접 시험을 내리겠다. 네가 이 시험을 통과한다면, 너의 무죄를 인정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염라대왕이 손짓하자, 두 명의 죄인이 옥졸들에게 끌려와 매향의 앞에 섰다.

한 명은 생전에 대학자로 존경받았던 늙은 선비였고, 다른 한 명은 저잣거리에서 손가락질 받던 젊은 백정이었다. 염라대왕이 말했다. "이 두 사람 중, 한 명은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날 기회를 얻을 것이고, 다른 한 명은 축생으로 떨어져 평생을 고통 속에 살게 될 것이다. 너는 저 업경대를 보고, 두 사람의 생전 행적을 판단하여 누가 더 큰 죄를 지었는지 가려내 보거라. 단,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매향은 자리에서 일어나 업경대 앞으로 다가갔다. 먼저 늙은 선비의 삶이 거울에 비쳤다. 그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며 학문에만 정진했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으며, 임금에게 바른 소리를 하다 귀양을 가기도 한, 누가 보아도 의로운 선비의 모습이었다. 주변의 모두가 선비가 당연히 인간으로 환생할 것이라 수군거렸다. 다음으로 젊은 백정의 삶이 비쳤다. 그는 거친 욕설을 입에 달고 살았고, 소와 돼지를 잔인하게 잡았으며, 도박판을 전전하고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기 일쑤였다. 그의 모습에 모두가 혀를 차며, 그가 축생으로 태어날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매향은 달랐다. 그녀는 평생을 기방에서 온갖 인간 군상들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지켜봐 왔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표면적인 모습이 아닌,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 거울을 들여다보던 매향은, 마침내 염라대왕을 향해 돌아섰다. "대왕이시여, 소인의 판단이 끝났나이다." "말해보거라. 누가 더 죄가 무거우냐?"

매향은 망설임 없이 백정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백정이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야 마땅하며, 저 선비야말로 축생으로 떨어져야 할 죄인이옵니다." 그 말에 명부전이 발칵 뒤집혔다. 판관이 소리쳤다. "네 이년, 미쳤느냐! 어찌하여 만고의 충신을 죄인이라 하고, 천하의 무뢰배를 의인이라 한단 말이냐!" 매향은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으리, 저 선비의 삶을 다시 보시옵소서. 그는 가난을 청렴이라 포장했지만, 밤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아내와 자식들을 구박하였습니다. 또한, 임금에게 올린 상소는 나라를 위한 충언이 아니라, 자신과 뜻이 다른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모함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굶주리는 백성을 외면하고 자신의 명예와 학문만을 위해 평생을 살았습니다. 겉모습은 군자였을지언정, 그 속은 시기와 이기심으로 가득 찬 소인배에 불과합니다." 이어서 그녀는 백정을 가리켰다. "허나 저 백정은, 비록 입이 거칠고 행실이 바르지 못했으나, 그 마음만은 비단결 같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번 돈으로 병든 어미를 봉양했고, 저잣거리의 고아들을 몰래 거두어 밥을 먹였습니다. 그가 소와 돼지를 잡은 것은 천한 백정의 업이었을 뿐, 그는 살아있는 모든 것의 생명을 귀히 여겨 밤마다 눈물로 참회했습니다. 겉모습은 천한 백정이었을지언정, 그 속은 부처의 마음을 가진 진정한 의인이었습니다."

매향의 설명이 끝나자, 업경대에 다시 한번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이번에는 그들의 행동이 아닌, 그들의 마음속이 비쳤다. 선비의 마음은 시커먼 독으로 가득 차 있었고, 백정의 마음은 따뜻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매향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음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 무죄 판결, 새로운 삶을 얻다

명부전의 모두가 충격과 경탄에 휩싸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옥좌에 앉아 모든 것을 지켜보던 염라대왕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우렁찬 목소리로 판결을 내렸다. "매향의 말이 모두 옳다! 저 선비는 다음 생에 돼지로 태어나, 평생 남의 손에 목숨을 저당 잡힌 채 살게 할 것이며, 저 백정은 다음 생에 부귀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게 하라!"

염라대왕의 판결이 끝나자, 그는 이제 부드러운 눈빛으로 매향을 바라보았다. "매향아, 너는 나의 시험을 통과했다. 너는 사물의 겉모습에 속지 않고, 그 본질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가졌구나. 네가 생전에 겪었던 고단한 삶이, 오히려 너의 영혼을 더욱 맑고 깊게 만들었도다." 염라대왕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직접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내가 오늘 너에게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 저승의 법도 또한 인간 세상의 법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진실을 보지 못하고 형식에 얽매일 때가 있음을 알았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하였거늘, 우리는 그저 너의 신분과 행적만을 보고 너를 죄인이라 단정하였구나. 네 말이 옳다. 너를 찾아온 사내들의 죄가 더 무겁고, 그들의 위선을 꾸짖지 못한 우리의 죄 또한 가볍지 않다." 염라대왕은 명부전의 모든 판관과 옥졸들을 향해 호령했다. "오늘 이후, 이 저승에서는 그 누구도 신분이나 겉모습만으로 죄를 판단하지 말라! 모든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삶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살피도록 하라! 이를 어기는 자는 내가 직접 엄벌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매향을 향해 말했다. "너의 무죄를 선언하노라. 또한 너의 용기와 지혜에 대한 상으로, 너에게 새로운 삶을 내리겠다. 너는 다음 생에, 부귀한 대갓집의 여식으로 태어날 것이다. 너는 그곳에서 더 이상 손가락질 받지 않고, 너의 시와 그림, 그리고 거문고를 마음껏 펼치며 평생을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다."

매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염라대왕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서, 평생 처음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슬픔이나 한의 눈물이 아닌,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었다. 그녀는 염라대왕 앞에 다시 엎드려, 소리 없이 흐느끼며 깊이 절을 올렸다. "대왕마마… 그 은혜, 평생 잊지 않겠사옵니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명부전 한가운데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환생의 문이 열린 것이다. 매향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미소를 머금은 채 천천히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죽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새로운 삶을 얻게 된 한 떨기 매화는, 그렇게 저승의 전설이 되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죽음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용기, 위선자들의 허를 찌른 통쾌한 지혜. 기생 매향은 자신의 삶을 당당히 변호하여, 염라대왕마저 감복시키고 새로운 삶을 얻었습니다. 여러분은 그녀의 재판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하지만 이 엄격한 저승 세계에도 예외는 있었으니, 만약 염라대왕의 명령을 받은 저승사자가 인간적인 연민 때문에 그 명령을 거역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음 이야기, 『동야휘집』이 들려주는 염라대왕의 명령을 거역한 저승사자의 최후 | 지옥에서 벌어진 반역과 그 끔찍한 처벌 편에서, 저승을 뒤흔든 한 저승사자의 비극적인 운명이 펼쳐집니다. 다음 시간을 기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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