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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다 네 탓이야!"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대판 싸움, 이걸 말린 건 가난뱅이 농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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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264자)

    "아이고, 나 죽네!" 착하게만 살던 박 서방이 그만 저승에 뚝 떨어졌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준엄한 심판은커녕, 염라대왕과 옥황상제가 코앞에서 멱살잡이 직전이 아니겠어요! "이승의 법도가 엉망이니, 저승까지 엉망이지!" "지금 내 탓이라 하셨소!" 하늘과 저승이 다 흔들리는 두 거물의 싸움. 그 살벌한 싸움판 한복판에, 죄 없는 박 서방이 떡하니 불려 나가게 생겼으니, 이 가엾은 사람은 과연 어찌 될까요? 웃음과 눈물이 범벅된 저승 대소동, 지금 시작합니다!

    ※ 1: 착한 박 서방, 저승길에 오르다

    자, 오늘은 참으로 희한하고도 통쾌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저 아득한 저승에서, 하늘이 다 놀라고 땅이 다 뒤집힐 뻔했던 어마어마한 소동 이야기지요. 어디 편안히 앉으셔서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이런 이야기는 세상천지 어디 가서도 못 듣는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우리 이야기의 가엾은 주인공부터 먼저 만나 봅시다그려.

    옛날 옛적, 어느 두메산골에 박 서방이라는 사람이 살았더랍니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어, 그저 남의 논밭이나 갈아주며 하루 벌어 하루 먹던 가난한 농사꾼이었지요. 그런데 이 박 서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살림은 비록 궁색해도 마음 하나만은 비단결같이 고운 사람이었답니다. 길에 떨어진 남의 물건은 죽어도 손대지 않고, 문 앞에 굶주린 거지가 오면 제 밥그릇을 덜어 내주고, 이웃 노인이 무거운 지게를 지고 낑낑대면 한걸음에 달려가 대신 져주던, 그런 착한 사람이었지요.

    동네 사람들이 다 그랬답니다. "박 서방 저 사람, 복은 지지리도 없어도 심성 하나는 천하제일이여." 그렇지요. 착하기로 치면 그 골짜기에서 박 서방을 따라올 자가 없었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지요. 옆집 과부가 하나뿐인 소를 도둑맞고 마당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는데, 이 박 서방이 사흘 밤낮을 산을 헤매어 기어이 그 소를 찾아다 주었답니다. 제 논밭 갈 새도 없이 말이지요. 참 갸륵한 사람 아닙니까. 그뿐이랍니까. 흉년이 들어 온 마을이 굶주릴 적에도, 제 몫으로 남겨둔 씨감자를 몰래 이웃집 담 너머로 던져주던 사람이 바로 박 서방이었지요.

    그런데 사람 팔자라는 게 참 알 수가 없지요. 그해 여름, 마을에 모진 돌림병이 돌았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이 픽픽 쓰러지는데, 이 착한 박 서방도 그만 그 병을 얻고 말았지요. 며칠을 끙끙 앓다가, 어느 새벽 그예 숨이 턱 막히더니, 눈앞이 노랗게 흐려지는 것이었어요.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고, 손끝 발끝이 얼음장처럼 식어가는 것이, 아 이제 정말 마지막이구나 싶었지요.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이렇게 허망하게 가는가! 늙으신 어머니는 뉘한테 맡기고, 이 불효자식이 먼저 간단 말인가..."

    이 한마디를 끝으로, 박 서방은 그만 눈을 스르르 감고 말았답니다. 참 딱하지요. 평생을 착하게만 살았는데, 무슨 호강 한번 못 해보고 그리 갔으니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답니까. 못된 사람은 팔십, 구십을 살고, 착한 사람은 젊어서 이리 가버리니, 참 원통한 노릇이었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눈을 감았다 다시 떴는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방구석도 아니고 마당도 아니고, 눈앞이 온통 뿌옇게 안개가 자욱한 것이었지요. 발밑을 내려다보니 땅인지 구름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가고, 저 멀리서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스산한 바람이 휭― 하고 불어오는데, 박 서방은 그만 오싹 소름이 돋았답니다.

    '여기가... 여기가 대체 어디여? 내가 분명 방구석에서 죽었는데,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이여? 저승이라는 데가 이런 데인가?'

    두리번두리번 사방을 살피는데, 저 안갯속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스윽 걸어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새까만 도포 자락을 발끝까지 늘어뜨리고, 머리에는 커다란 갓을 지그시 눌러쓴 훤칠한 사내였지요. 얼굴은 창백하니 핏기 하나 없는데, 두 눈만은 서슬 퍼렇게 빛나는 것이, 한눈에 봐도 예사 사람이 아니었답니다.

    박 서방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지요. "누, 누구시오? 뉘신데 이 새벽에 남의 앞을 떡하니 막고 서 계시오?"

    그러자 그 검은 사내가 낮고 스산한 목소리로 이러는 것이었어요. "새벽이라니. 여기는 밤도 낮도 없는 곳이거늘. 박 서방, 자네 이승의 명이 다하여 내가 이렇게 데리러 왔네. 나는 저승차사일세. 자네를 염라대왕님 앞으로 데려가는 것이 내 소임이야."

    저승차사라는 말에, 박 서방은 그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답니다. "저, 저승차사요? 그, 그럼 내가 정말로 죽은 게요? 이 박 서방이 정녕 죽었단 말이오? 아이고, 이 일을 어쩐다냐. 나 없으면 우리 어머니는 뉘가 봉양한단 말이오."

    "허어, 이 사람아. 죽고 사는 것이 어디 사람 뜻대로 되는 일이던가. 다 명부에 적힌 대로 가는 것이지. 자네 명이 여기까지라 적혀 있으니,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네." 저승차사가 이렇게 답하는데, 그 목소리에 어딘가 안쓰러운 기색이 묻어 있었지요. 이 차사도 박 서방의 착한 살림을 익히 아는 눈치였답니다.

    "그렇다네. 자, 군말 말고 나를 따라오게. 염라대왕님 앞에 나아가 자네 살아온 내력을 낱낱이 아뢰어야 할 테니. 어서 서두르세. 오늘따라 저승이 유난히 어수선하여, 나도 마음이 급하네그려."

    아이고, 이 말을 들은 박 서방의 심정이 어땠겠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이, 눈앞이 다 캄캄했지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저승차사가 코앞에 와 있는데, 도망을 갈 수도 없고 떼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박 서방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터덜터덜 그 검은 사내의 뒤를 따라나섰답니다.

    그렇게 안갯길을 얼마나 걸었을까요. 박 서방은 자꾸만 뒤가 돌아보였답니다. 두고 온 초가집도, 늙으신 어머니도, 정든 이웃들도... 다시는 못 볼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지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서러운 눈물이 뚝뚝 떨어져, 안갯길 위에 점점이 자국을 남겼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박 서방이 아직 까맣게 모르고 있던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날 저승에서는 세상천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구경거리가 그를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지요. 자, 그 기막힌 사연이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궁금하시지요?

    ※ 2: 난장판이 된 명부전

    저승차사를 따라 안갯길을 하염없이 걷던 박 서방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저승이라는 곳이 원래 이렇게 어수선한 곳이던가 싶었던 게지요.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리고, 넋 나간 사람들이 갈 곳을 몰라 우왕좌왕하는데, 그 모양이 꼭 난리 통에 피란 나온 사람들 같았답니다. 어떤 이는 "나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닌데!" 하며 발을 구르고, 어떤 이는 "내 이름이 어째서 여기 적혀 있느냐!" 하며 관원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었지요.

    "여보시오, 차사님. 저승이 원래 이리 시끄러운 데요? 뭔가 좀 어수선한 것 같소만."

    박 서방이 조심조심 묻자, 앞서 걷던 저승차사가 긴 한숨을 푹 내쉬는 것이었어요. "휴우... 원래는 이렇지 않았네. 저승이라는 곳이 얼마나 법도가 삼엄하고 질서가 반듯한 곳이었는데. 죽은 자가 오면 명부를 딱 펼쳐, 착한 일 나쁜 일을 저울에 달아 한 치 어긋남 없이 심판하던 곳이었지. 그런데 요즘 들어 아주 난장판이 따로 없다네."

    '난장판? 저승이 난장판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저승이 다 난장판이 된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하긴 했지요. 저 한쪽에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나는 여든까지 살기로 되어 있었는데 어째서 예순에 끌려왔느냐!" 하며 관원의 소맷자락을 붙들고 늘어지고, 또 저 한쪽에서는 새파랗게 젊은 총각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 어린 나이에 저승길이냐!" 하며 땅을 치고 통곡하고 있었답니다. 그 광경을 보자니 박 서방도 남 일 같지가 않아 가슴이 미어졌지요.

    박 서방이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두 사람은 어느새 커다란 문 앞에 다다랐답니다. 시커먼 무쇠로 지은 대문인데, 어찌나 큰지 고개를 한껏 젖혀도 그 꼭대기가 보이질 않았지요. 문 위에는 커다란 글씨로 '명부전'이라 씌어 있는데, 그 세 글자만 봐도 오금이 다 저려왔답니다. 문 양옆에는 소머리를 한 우두와 말머리를 한 마두가 커다란 창을 들고 떡하니 지켜 서 있었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그 삼엄해야 할 명부전 안에서, 뜻밖에도 왁자지껄 요란한 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뭔가를 쾅쾅 내리치는 소리, 고래고래 언성을 높이는 소리, 그릇 깨지는 소리까지... 아이고, 이게 대체 저승의 심판정에서 날 법한 소리랍니까. 박 서방은 제 귀를 다 의심했지요.

    "차사님, 안에서 무슨 싸움이라도 났소? 어찌 이리 소란스럽소? 저승 심판정이 이래도 되는 게요?"

    박 서방이 겁에 질려 묻자, 저승차사가 또 한 번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며 이러는 것이었어요. "말도 말게. 저 안에서 지금... 아이고, 내 입으로 차마 못 하겠네. 자네가 직접 보면 알 것이야. 어서 들어가세. 어차피 자네도 저 앞에서 심판을 받아야 할 처지이니 말이야."

    저승차사가 그 육중한 무쇠 문을 스르르 밀자, 박 서방의 눈앞에 어마어마한 광경이 쫙 펼쳐졌답니다. 우선 그 넓이가 어찌나 광대한지, 한눈에 다 담기지도 않았지요. 저 높은 곳에는 시뻘건 곤룡포에 면류관을 눌러쓴, 위엄이 하늘을 찌르는 어른이 떡하니 앉아 계셨는데, 두 눈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올 듯 노기가 등등한 것이, 박 서방은 보자마자 무릎이 절로 꺾였답니다.

    '저, 저 어른이... 저 어른이 바로 염라대왕님이시구나! 아이고, 무서워라. 저 시뻘건 곤룡포며 저 면류관 좀 봐라. 눈도 못 마주치겠네.'

    그런데 이상한 것이, 그 무섭기로 소문난 염라대왕님의 표정이 어째 편치가 않았답니다. 심판을 내리는 위엄이라기보다는, 뭐랄까, 잔뜩 약이 오르고 분이 치민 사람의 얼굴이었지요. 손에 든 홀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손등에 시퍼런 힘줄이 다 돋아 있었답니다. 이따금 "에잇!" 하며 서안을 쾅 내리치기까지 하는데, 그때마다 명부전이 우르르 다 울렸지요.

    명부전 아래로는 저승차사들이며 판관들이며 옥졸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하나같이 사색이 되어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지요. 어떤 판관은 붓을 든 채 손을 벌벌 떨고, 어떤 옥졸은 아예 고개를 푹 숙이고 눈치만 살살 보고 있었답니다. 저승 벼슬아치들이 저 지경이 되도록,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을까요.

    박 서방은 문간에 바싹 붙어 서서, 침을 꼴깍 삼켰답니다. '내 심판이고 뭐고, 지금 여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구나. 잘못하다간 애먼 나까지 불똥이 튀겠어. 아이고, 몸 사려야지, 몸 사려야지.'

    바로 그때였지요. 명부전 한복판에 서 있던 한 판관이, 두루마리 명부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펼쳐 들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아뢰는 것이었어요. "대, 대왕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이번 달에도 명부가 또 뒤죽박죽이옵니다. 죽어야 할 자가 멀쩡히 살아 있고, 아직 명이 한참 남은 자가 저승에 잘못 끌려온 것이 무려 삼백 건이 넘사옵니다. 저 밖에서 원통하다 우는 혼백들을 이제 더는 감당할 수가 없사옵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염라대왕님이 벼락같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셨답니다. "무엇이라! 삼백 건이 넘어? 이런 고얀! 대체 위에서 명부를 어떻게 내려보내기에, 저승 살림이 이 모양 이 꼴이 된단 말이냐! 착한 자는 일찍 데려오고 못된 자는 놔두라니, 이런 앞뒤 안 맞는 명부가 어디 있어! 내 오늘은 기어이 그 어른을 만나 담판을 지어야겠다! 여봐라, 당장 천상에 기별을 넣어라!"

    아이고, 그 서슬에 명부전이 우르르 다 흔들리는 것 같았답니다. 박 서방은 그만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지요. 그런데 염라대왕님이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그 어른'이 대체 누구겠어요. 저승에서 감히 염라대왕님이 아쉬운 소리를 할 만한 어른이라면, 그건 오직 한 분뿐 아니겠습니까. 바로 저 하늘 꼭대기, 천상을 다스리시는 옥황상제님이셨지요. 자, 이제 이 두 거물이 정면으로 맞붙게 생겼으니, 이 노릇을 어찌한답니까. 박 서방의 앞날은 또 어찌 되고 말이지요.

    ※ 3: 하늘이 내려오다

    염라대왕님이 노기등등하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바로 그 순간이었지요. 명부전 천장이 갑자기 우르릉― 하고 갈라지더니, 눈부신 오색 빛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얼마나 눈이 부신지, 박 서방은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도 그 빛을 다 감당할 수가 없었답니다. 명부전 안이 온통 대낮처럼 환해지는데, 그 빛 속에서 은은한 풍악 소리까지 울려 퍼졌지요.

    그 빛 속에서, 서서히 한 어른이 내려오시는데... 아이고, 그 위엄이라는 것이 염라대왕님과는 또 차원이 달랐지요. 온몸에서 눈부신 광채가 뻗어 나오고, 흰 수염은 가슴팍까지 드리웠는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밑에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답니다. 바로 천상을 다스리시는 옥황상제님이셨지요.

    '저, 저 어른이 옥황상제님이시구나! 아이고, 내 평생에 이런 어른을 다 뵙는구나. 죽어서 오길 잘했나 싶기도 하고... 아니지 아니지, 지금 그런 한가한 소리 할 때가 아니지.'

    박 서방이 넋을 놓고 올려다보는데, 옥황상제님이 명부전에 사뿐히 내려서시더니 대뜸 이렇게 호통을 치시는 것이었어요. "염라! 자네가 요즘 저승 살림을 어찌 꾸리기에, 죽은 자들의 원성이 저 천상까지 다 들려온단 말인가! 응? 죽어서까지 억울하다 우는 자가 한둘이 아니니, 이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내 체면이 다 구겨질 지경이야!"

    아이고, 그러자 염라대왕님이 지지 않고 벌떡 맞받아치는 것이었지요. "상제님! 지금 그 말씀, 이 염라더러 하시는 게요? 저승이 이 모양이 된 게 어디 저승 탓이랍니까! 이승의 법도가 엉망이니, 저승까지 엉망이지요! 아 글쎄, 이승에서 못된 놈들은 떵떵거리며 백수를 누리고, 착한 사람들은 젊어서 픽픽 쓰러져 저승으로 밀려오는데, 이 뒤죽박죽인 명부를 저더러 어찌 바로잡으란 말입니까! 위에서 잘못 내려보낸 걸 아래서 뒤집어쓰라니, 이런 억울한 법이 어디 있소!"

    "뭣이라! 지금 그 말은, 이 모든 게 다 내 탓이란 말인가! 지금 내 탓이라 하셨소?"

    "내 탓이라 안 했으면 뉘 탓이겠소! 위에서 법도를 반듯이 세워 내려보내야, 아래에서도 그걸 받아 질서를 잡을 것 아니오! 뿌리가 굽었는데 가지가 어찌 곧겠소이까!"

    "허, 이 사람 말하는 것 좀 보게! 그럼 자네는 그 명부를 받아 든 뒤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살펴는 보았는가? 위에서 내려온 것만 탓하지 말고, 자네 손에 들어온 뒤의 일도 돌아보게!"

    "제대로 살펴? 하루에도 수천 장씩 밀려드는 명부를, 이 손이 열 개라도 다 살필 재간이 없소이다! 애당초 위에서 어긋난 것을 내려보내니, 아래가 백날 살펴봐야 그게 그거지요!"

    아이고, 이거 큰일 났지요. 저승에서 제일 높은 두 어른이 서로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이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명부전 기둥이 다 부들부들 떨렸답니다. 옥황상제님의 흰 수염이 파르르 떨리고, 염라대왕님의 시뻘건 곤룡포 자락이 펄럭펄럭 나부끼는 것이, 금방이라도 두 어른이 멱살을 붙잡고 한판 붙을 기세였지요.

    "허어, 이 사람이! 천상의 법도가 어찌 엉망이란 말인가! 못된 자들이 오래 사는 것은, 그자들이 마지막까지 스스로 뉘우칠 기회를 주는 하늘의 깊은 뜻이거늘! 자네가 그 깊은 뜻을 어찌 알겠는가!"

    "기회는 무슨 얼어 죽을 기회요! 그 못된 놈들이 뉘우치기는커녕, 그 긴 세월 동안 애먼 백성들 등골이나 쪽쪽 빼먹고 있질 않소! 그 등골 빠진 백성들이 다 어디로 오는 줄 아시오? 다 이 저승으로, 이 염라 앞으로 줄줄이 밀려온단 말이오! 매일같이 억울하다 우는 혼백들 얼굴을 상제님이 한번 보셔야 하오!"

    두 어른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는데, 급기야 옥황상제님이 소맷자락을 걷어붙이고, 염라대왕님도 곤룡포 자락을 척 걷어 올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이고, 명부전에 늘어선 판관이며 옥졸이며 저승차사들은 다들 사색이 되어 감히 말릴 엄두도 못 내고 발만 동동 굴렀답니다. 하늘과 저승을 다스리는 두 거물이 코앞에서 맞붙게 생겼으니, 뉘라서 감히 그 사이에 끼어들겠어요. 잘못 끼어들었다간 그 자리에서 벼락을 맞아 재가 되어도 할 말이 없을 판이었지요.

    이 어마어마한 광경을 문간에서 지켜보던 박 서방은, 그만 오금이 다 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답니다. '아이고, 어머니! 이게 대체 무슨 난리여! 내가 죽어서 심판을 받으러 왔더니, 하늘님하고 저승 대왕님이 멱살잡이를 하려 하니, 이 노릇을 어쩐다냐! 이러다 애먼 나까지 저 싸움에 휩쓸려 뼈도 못 추리는 거 아녀? 아이고, 살아생전에도 고생, 죽어서도 고생이구나.'

    박 서방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벌벌 떨었지요. 그저 이 무시무시한 자리에서 얼른 빠져나가고만 싶었답니다. 그런데 하필 그 순간이었어요. 옥황상제님의 성난 눈길이 명부전을 휙 훑고 지나가다가, 문간에 오도카니 주저앉아 있는 박 서방에게 딱! 하고 멎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눈길이 어찌나 매서운지, 박 서방은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답니다.

    "게 앉은 저 자는 누구냐! 오늘 새로 저승에 든 자더냐? 마침 잘되었다. 저 자를 이리 가까이 데려오너라! 이승에서 갓 올라온 자이니, 이승 형편을 낱낱이 물어보면 될 것 아닌가!"

    염라대왕님도 그 말에 눈을 번쩍 뜨시더니 이러셨지요. "옳거니,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저 자에게 물어봅시다. 대체 이승의 법도가 엉망인지, 아니면 우리 저승 살림이 엉망인지, 산 사람 눈으로 본 대로 곧이곧대로 아뢰라 하면 될 것 아니오!"

    아이고, 이제 그 불똥이 기어이 박 서방에게로 튀고 말았지요. 저 무시무시한 두 거물의 싸움판 한복판에, 죄 없는 박 서방이 떡하니 불려 나가게 생겼으니, 이 가엾은 사람의 운명은 대체 어찌 되는 것일까요. 박 서방은 이 아슬아슬한 자리에서 과연 무슨 말을 하게 될까요. 자, 그다음 이야기는 조금 있다 마저 들려드리겠습니다.

    ※ 4: 산 사람에게 묻다

    옥황상제님과 염라대왕님, 두 어른의 눈길이 동시에 박 서방에게 딱 꽂히자, 박 서방은 그만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답니다. 옥졸 둘이 성큼성큼 다가와 박 서방의 양팔을 척 붙들고는, 두 어른 앞으로 질질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이고, 박 서방은 다리가 풀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옥졸들에게 매달리다시피 끌려 나갔지요.

    "사, 살려주십시오! 소인은 아무 죄도 없사옵니다! 그저 오늘 새벽에 병들어 죽어 여기 온 죄밖에 없사옵니다!"

    박 서방이 넙죽 엎드려 벌벌 떨며 아뢰자, 옥황상제님이 수염을 쓰다듬으시며 이러셨어요. "허허, 겁먹지 말거라. 너를 벌하려는 것이 아니니라. 다만 한 가지 물을 것이 있어 불렀느니라. 너는 바로 어제까지 이승에 살아 있던 자이렷다?"

    "예, 예! 그러하옵니다. 소인은 어느 두메산골에서 남의 논밭 갈아주며 근근이 살던 박가라 하옵니다."

    "오냐. 그렇다면 산 사람의 눈으로 본 그대로, 이승 형편을 낱낱이 아뢰어 보아라. 요즘 이승의 법도가 어떠하더냐? 착한 자가 복을 받고 못된 자가 벌을 받는, 그 마땅한 이치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더냐? 조금도 보태지 말고, 조금도 빼지 말고, 본 대로 고하렷다. 만일 거짓을 아뢰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네가 더 잘 알렷다."

    아이고, 이거 참 난감한 질문이었지요. 위에서는 옥황상제님이 눈을 부릅뜨고 계시고, 옆에서는 염라대왕님이 어디 한번 말해 보라는 듯 팔짱을 딱 끼고 노려보고 계시니, 박 서방은 무슨 말을 어찌 꺼내야 할지 입이 다 얼어붙었답니다. 두 거물 사이에 끼어, 자칫 한마디 잘못했다간 어느 쪽 노여움을 사서 벼락을 맞을지 모를 판이었으니까요.

    '아이고, 이걸 어쩐다냐. 사실대로 말하자니 저 무서운 두 어른 중에 한 분은 필시 노발대발하실 테고, 거짓으로 둘러대자니 이 자리가 다른 데도 아닌 저승 심판정이라, 거짓말했다간 그 자리에서 혀가 뽑힐 판이고... 아이고, 이 노릇을 어째.'

    박 서방이 벌벌 떨며 말을 못 하고 있자, 염라대왕님이 답답하다는 듯 버럭 재촉하셨지요. "이놈아, 어서 아뢰지 못할까! 산 사람이 이승 형편을 모르면 뉘가 안단 말이냐! 네가 본 그대로만 말하면 될 것을, 무엇이 그리 무서워 벌벌 떠느냐!"

    그러자 옆에서 옥황상제님도 한 말씀 보태셨답니다. "겁내지 말거라. 네가 무슨 말을 하든 그로 인해 너를 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라. 오히려 사실을 숨기는 것이야말로 큰 죄가 되느니라. 자, 마음 놓고 아뢰어 보아라."

    그 서슬에 박 서방은 그만 눈을 질끈 감고, 에라 모르겠다, 본 대로 다 아뢰기로 마음을 먹었답니다. 어차피 죽은 몸, 더 잃을 것도 없다 싶었던 게지요. 게다가 두 어른이 벌하지 않겠다 약조까지 하셨으니, 이참에 이승에서 겪은 그 서러운 일들을 하늘님께 다 일러바치자 싶기도 했답니다.

    "그, 그럼 소인이 본 대로만 아뢰겠사옵니다. 대감마님들, 요즘 이승 법도가... 참말로 엉망이옵니다. 소인이 사는 고을만 해도 그러하옵니다. 사또라는 자가 백성 등골을 쪽쪽 빼먹는데, 없는 죄도 만들어 붙여 재물을 빼앗고, 멀쩡한 논밭을 세금으로 다 훑어가옵니다. 그런데 그 사또는 어찌 그리 팔자가 좋은지, 배는 남산만 하고 얼굴은 기름이 좔좔 흐르며, 벌써 환갑을 넘겨 아직도 정정하옵니다."

    박 서방의 목소리에 점점 울분이 실리기 시작했지요. "헌데 소인의 옆집 김 첨지로 말할 것 같으면, 평생 남 속인 적 없고 제 논 한 뙈기 가진 것 없이 성실하게만 살았는데, 그 사또한테 없는 죄를 뒤집어쓰고 곤장을 맞아 그예 세상을 떴사옵니다. 그 착한 사람이 마흔도 안 되어 죽었단 말이옵니다! 남긴 처자식은 지금 길바닥에 나앉아 빌어먹고 있고요. 대감마님들, 이게 어디 법도가 제대로 선 세상이옵니까? 착한 사람은 이리 일찍 죽어 나가고, 못된 놈은 저리 오래 사니, 소인 같은 무지렁이가 봐도 이건 뭔가 크게 뒤틀린 것이 분명하옵니다."

    "뿐만이 아니옵니다." 한번 봇물이 터지니 박 서방의 입에서 그간 쌓인 설움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지요. "고을 아전이라는 것들은 또 어떻사옵니까. 세금을 걷는답시고 없는 살림에 곱절로 뜯어 가고, 그러고도 모자라 뒷돈을 안 찔러주면 멀쩡한 사람을 옥에 가둬버리옵니다. 그자들은 백성 피눈물로 곳간을 채우면서도 배 두드리며 잘만 사는데, 정작 그 밑에서 뼈 빠지게 일하는 백성들은 자식새끼 굶기지 않으려 제 몸을 갈아 넣다가 병들어 죽어 나가옵니다. 소인이 이번에 걸린 돌림병도, 실은 몸이 성할 때 제대로 먹고 쉬지 못한 탓이 크옵니다. 이런 세상이 어디 성한 세상이겠사옵니까."

    이 말을 듣자, 염라대왕님이 옳다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치셨답니다. "그것 보시오, 상제님! 저 무지렁이 백성도 다 아는 것을! 이승이 저 지경으로 뒤틀렸으니, 착한 김 첨지 같은 자가 명도 못 채우고 밀려 내려오는 것 아니겠소! 저승이 난장판이 된 뿌리가 다 이승에 있단 말이오!"

    그러자 옥황상제님이 얼굴을 붉히시며 맞받으셨지요. "허어, 그것만으로 어찌 다 내 탓이라 하는가! 이보게 박가야. 그럼 하나만 더 묻자. 그렇게 세상이 온통 뒤틀리고 못된 자들만 득실거린다면, 이승에는 착한 사람이라곤 씨가 말랐더란 말이냐? 정녕 그러하더냐?"

    아이고, 이 물음에 박 서방이 뭐라 답하느냐에 따라, 이 팽팽한 싸움의 저울이 어느 쪽으로 확 기울지 모를 판이었지요. 박 서방은 잠시 숨을 고르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답니다. 이 물음이야말로 오늘 이 싸움의 진짜 알맹이라는 것을, 무지렁이 박 서방도 어렴풋이 느꼈던 게지요. 자, 이 가난한 농사꾼의 입에서 과연 어떤 말이 흘러나올까요.

    ※ 5: 가난뱅이의 한마디

    박 서방은 옥황상제님의 그 물음에,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답니다. 그러고는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차분하고도 진솔한 목소리로 이렇게 아뢰기 시작했지요. 조금 전까지 못된 것들을 성토할 때의 그 울분은 어느새 가라앉고, 이번에는 목소리에 따스한 정이 배어 나왔답니다.

    "아니옵니다, 상제님. 씨가 마르다니요.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소인이 아까는 분한 마음에 못된 것들만 잔뜩 아뢰었사오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승에는 아직도 착한 사람이 참으로 많사옵니다. 아니, 못된 몇몇을 빼고 나면, 그저 하루하루 제 몫을 성실히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사옵니다."

    "허어, 그러하냐? 어디 한번 자세히 말해 보아라." 옥황상제님의 목소리가 어느새 한결 부드럽게 누그러져 있었지요.

    "예. 아까 말씀드린 그 김 첨지 있잖사옵니까. 그 사람이 곤장 맞아 죽은 뒤에, 길에 나앉은 그 처자식을 뉘가 거두었는 줄 아시옵니까? 저희 마을 사람들이옵니다. 다들 제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한 처지에, 너 나 할 것 없이 쌀 한 줌, 보리 한 됫박씩 모아다가 그 과부와 어린것들을 먹여 살렸사옵니다. 소인도 뭐 가진 게 있어야 보태지요. 그저 제 밥그릇에서 반을 덜어다 주는 게 고작이었사옵니다만."

    이 말에, 그렇게 서슬 퍼렇게 다투던 두 어른이 어느새 조용해지셨답니다. 박 서방의 이야기는 잔잔히 이어졌지요.

    "흉년이 들어 온 마을이 굶주릴 적에도 그러하였사옵니다. 다들 제 식구 먹일 것도 없으면서, 담 너머 굶는 이웃이 있으면 몰래 씨감자를 던져주고, 앓아누운 노인이 있으면 서로서로 죽을 쑤어 나르고... 그렇게들 살아왔사옵니다. 지난겨울에는 눈길에 쓰러진 낯선 나그네를 온 동네가 사흘이나 거두어 살려 보낸 일도 있었사옵니다. 제 코가 석 자인 사람들이 말이옵니다. 소인이 죽던 날 밤에도, 이웃들이 밤새 소인의 머리맡을 지키며 눈물을 흘려주었사옵니다. 대감마님들, 세상이 아무리 못된 것들 때문에 뒤틀렸어도, 이렇게 서로 붙들고 정을 나누는 착한 백성들이 있어 그나마 세상이 굴러가는 것 아니겠사옵니까. 소인이 보기에, 이승은 아직 버릴 세상이 아니옵니다."

    박 서방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답니다. "다만 소인이 원통한 것은 이것 하나이옵니다. 그리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어째서 하나같이 복은 못 받고 일찍 죽어 나가느냐 하는 것이옵니다. 김 첨지도, 그리고 이 소인도... 남한테 못할 짓 한번 안 하고 살았는데, 어째서 이 나이에 병들어 죽어 여기까지 끌려와야 하옵니까. 착한 사람이 복을 받아야 남들도 '아, 착하게 살면 되는구나' 하고 따라 할 것 아니옵니까. 착한 사람이 자꾸 손해만 보고 일찍 죽으면, 대체 뉘가 착하게 살려 하겠사옵니까. 그것이 원통하고 또 원통할 뿐이옵니다."

    이 마지막 한마디가 두 어른의 가슴을 쿵 하고 울렸지요. 그것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가 왜 바로 서야 하는지를 콕 짚는 말이었으니까요. 옥황상제님이 문득 무언가 짚이는 게 있으신 듯 안색이 확 변하셨답니다. "가만... 가만있어 보아라. 네 이름이 무엇이라 하였느냐? 박가라 하였겠다? 여봐라, 판관은 어서 명부를 가져와, 이자의 명이 어찌 적혀 있는지 당장 살펴보아라!"

    판관이 부랴부랴 두툼한 명부를 뒤져 박 서방의 이름을 찾아내더니, 그만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지요. 손끝이 부들부들 떨려 명부를 제대로 짚지도 못했답니다. "사, 상제님! 이, 이것이... 이 박가라는 자는, 본디 예순여덟까지 살도록 명이 적혀 있사옵니다! 헌데 이번 돌림병 명부에 이름이 잘못 섞여 들어가, 서른다섯에 그만... 명을 삼십 년 넘게나 앞당겨 잘못 데려온 것이옵니다! 하늘이 정한 명을 이리 함부로 앞당겼으니, 이 무슨 큰일이옵니까!"

    "무엇이라! 삼십 년을 앞당겨? 이런 변고가 있나! 착한 자를 이리 억울하게 데려왔단 말이냐!"

    명부전이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답니다. 옥황상제님도 염라대왕님도, 그제야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셨지요. 방금까지 네 탓이네 내 탓이네 삿대질을 하던 두 어른이, 눈앞에 딱 벌어진 이 생생한 증거 앞에서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린 것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이 박 서방이야말로, 두 어른이 그토록 다투던 그 '뒤죽박죽 명부'의 산증인이었던 셈이지요. 착한 사람이 억울하게 명을 도둑맞은 일이, 바로 이 자리에 떡하니 서 있었던 것이니까요.

    염라대왕님이 먼저 헛기침을 하시며 겸연쩍게 입을 여셨지요. "험, 험... 상제님. 이자를 보아하니, 위에서 명부가 어긋나게 내려온 것도 사실이고..."

    옥황상제님도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나직이 말을 받으셨답니다. "그러게 말일세. 헌데 아래에서 그 어긋난 것을 미처 못 걸러낸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이 착한 자가 억울하게 삼십 년을 도둑맞았으니, 이는 우리 둘 다 낯을 들 수 없는 노릇일세. 서로 네 탓 내 탓 하며 목청을 높인 것이, 돌이켜 보니 다 부끄럽구먼."

    "소생도 그러하옵니다, 상제님. 저 무지렁이 백성 하나가, 우리 두 사람이 미처 못 본 것을 이리 훤히 짚어주니, 참으로 면목이 없고 부끄럽사옵니다." 염라대왕님이 이렇게 고개를 숙이시니, 조금 전까지 멱살잡이 직전이던 두 어른의 얼굴에 어느새 겸연쩍은 웃음기가 감돌았답니다.

    아이고, 그렇게 팽팽하던 두 어른이 이 가난한 박 서방의 진솔한 한마디, 그리고 그 앞에 놓인 명백한 증거 앞에서 스르르 누그러지기 시작했지요. 자, 그렇다면 억울하게 삼십 년을 도둑맞은 우리 박 서방은 과연 어찌 되는 것일까요. 이 착한 사람에게도 드디어 복이 굴러들어 오는 것일까요.

    ※ 6: 화해, 그리고 환생

    옥황상제님과 염라대왕님이 서로의 잘못을 어렴풋이 인정하고 나니, 명부전에 감돌던 그 살벌하던 기운이 어느새 스르르 가라앉았답니다. 두 어른은 잠시 마주 앉아, 이 뒤죽박죽이 된 저승 살림을 어찌 바로잡을지 진지하게 의논하기 시작하셨지요.

    먼저 옥황상제님이 입을 여셨어요. "염라, 내 오늘 이 박가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네. 내가 저 위에서 명부를 내려보내며, 이승 백성들의 형편을 너무 소홀히 살폈던 게야. 못된 자에게 명을 길게 준 것이 저들 뉘우칠 기회라 여겼다만, 정작 그자들은 그 세월에 착한 백성들만 못살게 굴었으니, 이는 내 헤아림이 짧았던 게지."

    염라대왕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러셨지요. "아니올시다, 상제님. 소생 또한 밀려드는 명부에 치여, 그 하나하나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잘못이 크옵니다. 이 박가처럼 억울하게 명을 도둑맞은 자가 얼마나 더 있을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하옵니다. 앞으로는 명부를 받는 족족 이 두 눈으로 낱낱이 대조하여, 단 한 사람도 억울한 이가 없도록 하겠사옵니다."

    두 어른은 그 자리에서 굳게 약조를 나누셨답니다. 옥황상제님은 이승의 법도를 바로 세우기로 하셨지요. 백성 등골 빼먹는 못된 벼슬아치들에게는 더는 헛된 장수를 허락지 않고, 죄를 지은 만큼 벌을 앞당기기로 하셨어요. 반대로 남몰래 선을 쌓는 착한 백성들에게는 복과 수명을 넉넉히 더해주기로 하셨지요. 그리고 염라대왕님은 저승으로 내려오는 명부를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펴, 억울하게 끌려온 이가 있으면 지체 없이 되돌려 보내기로 하셨답니다.

    "자, 그럼 우선 이 박가부터 바로잡읍시다." 염라대왕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며 박 서방을 굽어보셨지요. "이보게 박가. 자네는 본디 예순여덟까지 살 사람인데, 애먼 돌림병 명부에 휩쓸려 삼십삼 년이나 명을 앞당겨 끌려왔네. 이는 전적으로 우리 저승의 실수일세. 하니 자네를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내 남은 명을 다 채우게 할 것이야."

    아이고, 이 말을 들은 박 서방의 심정이 어땠겠어요.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그만 입이 딱 벌어졌지요. "예에? 소, 소인을 다시 이승으로요? 참말이시옵니까? 이 박 서방이 다시 살아난단 말씀이시옵니까?"

    "허허, 그렇다니까 그러네. 그뿐이 아닐세." 이번에는 옥황상제님이 껄껄 웃으시며 말씀을 보태셨답니다. "내 자네의 그 진솔한 이야기 덕에 크게 깨우친 바가 있으니, 어찌 그저 돌려보내기만 하겠는가. 자네가 평생 남몰래 쌓은 그 착한 덕이 참으로 갸륵하도다. 굶주린 이에게 밥을 나누고, 곤경에 빠진 이웃을 제 몸처럼 도운 그 공덕을 내 하나하나 다 헤아렸느니라. 하여 자네에게는 남은 명에 더하여, 복록을 넉넉히 내려주겠노라. 이승에 돌아가거든, 그간의 가난은 씻은 듯이 걷힐 것이야."

    박 서방은 그만 감격하여 그 자리에 넙죽 엎드려 눈물을 펑펑 쏟았답니다. "가, 감사하옵니다! 대감마님들,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으오리까! 소인, 이승에 돌아가거든 더욱 착하게 살며, 어려운 이웃을 제 몸같이 돌보겠사옵니다!"

    "오냐, 그리하여라. 그리고 이승에 돌아가거든, 오늘 저승에서 본 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일러주어라. 하늘도 저승도 다 지켜보고 있으니, 착하게 살면 반드시 복을 받고 못되게 살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것을 말이니라. 그것이 자네가 다시 사는 값이니라."

    두 어른의 당부에, 박 서방은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렸지요. 그러자 옥황상제님이 소맷자락을 한 번 휘― 하고 내저으셨답니다. 그 순간, 박 서방의 눈앞이 오색 빛으로 아득해지더니, 온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았어요.

    "으음..." 정신이 번쩍 들어 눈을 떠보니, 이게 웬일이랍니까. 박 서방은 제 초가집 방구석에, 이불을 덮고 떡하니 누워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머리맡에서는 늙으신 어머니와 이웃들이 눈물을 흘리며 곡을 하고 있었지요. 죽었던 박 서방이 벌떡 일어나 앉자, 온 방 안이 그만 발칵 뒤집혔답니다. "아이고, 박 서방이 살아났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났어!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늙으신 어머니는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눈을 뜨자,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아들을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을 하셨지요. "아이고 내 아들아! 정녕 네가 살아온 게냐! 이게 꿈이냐 생시냐!" 온 마을 사람들도 소식을 듣고 하나둘 몰려들어, 다들 제 일처럼 기뻐하며 눈시울을 붉혔답니다. 박 서방은 그제야 저승에서 있었던 그 어마어마한 일이 꿈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두 손 모아 하늘에 감사를 올렸지요.

    그 뒤로 박 서방이 어찌 되었느냐고요?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하는 일마다 술술 풀렸답니다. 오래 묵혀 쓸모없던 뒷산 자락을 헐값에 얻어 일구었더니 그 아래서 실한 밭이 열리고, 손대는 장사마다 이문이 붙어, 몇 해 지나지 않아 그 골짜기에서 손꼽는 부자가 되었더랍니다. 옥황상제님이 내려주신 그 복록이 참말로 실현된 것이었지요.

    허나 박 서방은 재물이 늘어도 결코 교만하지 않았답니다. 저승에서의 그 약조대로, 어려운 이웃을 제 몸같이 돌보며 착하게 살았지요. 흉년이 들면 곳간을 활짝 열어 굶는 이웃을 먹이고, 곤경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두말없이 손을 내밀었답니다. 김 첨지가 남긴 처자식도 데려다 제 식구처럼 거두어, 어엿하게 시집 장가까지 다 보냈지요.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일러주었답니다. "하늘도 저승도 다 지켜보고 있으니, 부디 착하게들 사시게. 못된 짓 해서 잠깐 잘사는 것 같아도, 그 값은 언젠가 반드시 치르게 되어 있다네. 착한 마음, 그것 하나면 하늘도 저승도 다 자네 편이 되어준다네."

    박 서방은 옥황상제님이 다시 정해주신 명대로, 예순여덟까지 복을 누리며 오래오래 잘 살았더랍니다. 그리고 그가 저승에서 보고 온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그 고을 사람들이 서로서로 착하게 살기를 힘쓰게 되었다지요. 참으로 흐뭇한 이야기가 아닙니까. 오래오래 복 받고 산 우리 박 서방처럼, 이 이야기를 듣는 여러분도 다들 착한 마음으로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자,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랍니다. 다들 편안한 밤 되세요.

    유튜브 엔딩멘트 (250자)

    자, 오늘 [저승사자 야담] 이야기 재미나게 들으셨는지요. 착하게 살던 박 서방이 억울하게 저승에 끌려갔다가, 그 진솔한 한마디로 옥황상제님과 염라대왕님의 싸움까지 말리고 다시 살아났으니, 참으로 통쾌하지요. 하늘도 저승도 다 지켜보고 있으니, 착한 마음 하나면 반드시 복이 돌아온다는 이야기였답니다. 오늘도 시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시고,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시면 큰 힘이 된답니다. 늘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1. 저승 갔더니 염라대왕과 옥황상제가 멱살잡이… 죽은 박 서방이 본 충격의 광경
      → "죽었더니 하늘님과 저승대왕이 싸우고 있더라"는 황당한 상황을 그대로 던지는 방식입니다. 시니어 시청자가 가장 좋아하는 '어이없고 통쾌한' 결을 살렸고, '충격의 광경'으로 궁금증을 닫아버려 클릭을 유도합니다.
    2. "이게 다 네 탓이야!"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대판 싸움, 이걸 말린 건 가난뱅이 농부였다
      → 대사 후크 + 반전 구조입니다. 천하의 두 거물 싸움을 '가난뱅이 농부 한 명'이 말렸다는 극적 대비가 클릭을 부릅니다. 주인공의 정체를 끝에 배치해 '어떻게?'라는 궁금증을 남기는 게 핵심이죠.
    3. 억울하게 저승 끌려간 착한 농부, 옥황상제 앞에서 딱 한마디 했더니 벌어진 일
      → '한마디 했더니 벌어진 일' 계열은 이 채널 톤에서 조회수가 잘 나오는 공식입니다. 착한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 + 결말 궁금증(다시 살아남·복 받음)을 동시에 자극해서,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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