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 저승법원 - 뇌물을 받은 판관

by K sunny 2025. 2. 20.
반응형

저승법원 - 뇌물을 받은 판관

태그

#저승이야기, #조선괴담, #저승판관, #인과응보, #저승재판, #저승법정, #조선설화, #저승심판, #민속이야기, #저승차사, #조선미스터리, #전통괴담

디스크립션

저승에서 가장 공정하다고 알려진 판관 박한수. 그는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 처음으로 뇌물을 받아 부자의 생명을 연장해줍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키고, 저승법원은 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인간적 선택이 부른 저승의 심판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후킹멘트

"판관님, 인간의 생명을 거래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하지만 그 선택 앞에 당신의 딸이 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저승의 법과 인간의 정, 그 갈림길에서 당신은..."

"공정한 판관" - 저승 최고의 판관으로 알려진 박한수의 일상과 그의 딸의 병세가 드러나는 장면

저승법원의 아침은 늘 분주하게 시작됩니다. 수많은 혼령들이 자신의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고, 저승사자들은 새로운 혼령들을 데리고 들어왔지요. 삼백 년간 저승법원의 수석판관으로 일해온 박한수는 오늘도 무거운 걸음으로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판관님, 오늘 첫 재판은 살인자의 건입니다."

서기가 건넨 생사부를 펼치자, 그 안에는 한 살인자의 일생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스물다섯 해를 살며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였지요.

"피고인을 데려오시오."

살인자의 혼령이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생전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그의 몸은 반투명했고 발은 땅에 닿지 않은 채 허공에 떠 있었지요.

"네 죄를 알고 있느냐?"

"저... 저는 그저 살기 위해..."

"침묵하라. 생사부에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

박한수는 생사부를 넘기며 말을 이었습니다.

"너는 돈을 위해 무고한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에 네게 무간지옥 천 년의 형을 선고하노라."

순간 법정 바닥이 갈라지며 붉은 불길이 치솟았고, 살인자의 혼령은 비명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박한수의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그의 딸 한이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지요.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판관님. 역시 최고의 판결이었습니다."

다른 판관들이 찬사를 보냈습니다. 삼백 년간 단 한 번의 실수도, 단 한 번의 부정도 없었던 박한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저승에서 가장 공정한 판관으로 알려져 있었지요.

"잠시 자리를 비우겠소."

재판을 마친 박한수는 서둘러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특별한 거울을 꺼냈지요. 이승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신령한 거울이었습니다.

거울 속에는 병석에 누운 한이의 모습이 비쳤습니다. 스무 살의 꽃다운 나이였지만, 그녀의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했고 숨소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었지요.

"한이야... 아버지가 어떻게든..."

박한수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저승의 높은 판관이지만, 그도 결국 한 명의 아버지였던 것입니다.

"부자의 제안" - 수명 연장을 위해 거액의 뇌물을 제시하는 부자와 박한수의 갈등

그날 밤, 저승법원이 텅 빈 시각. 박한수는 여전히 집무실에 남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지요.

"들어오시오."

문이 열리자 한 부자의 혼령이 나타났습니다. 금빛 도포를 입은 그는 다른 혼령들과는 달리 꽤나 선명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요.

"감히 늦은 시각에 찾아뵙습니다, 판관님. 제 이름은 서백호라고 하옵니다."

박한수는 즉시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날 재판을 앞둔 혼령이었지요. 생전에 고리대금으로 수많은 이들을 괴롭혔고, 결국 그들의 원한으로 인해 저승에 일찍 오게 된 자였습니다.

"내일 재판이 있을 텐데, 이렇게 찾아오다니 무슨 뜻이오?"

"판관님... 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서백호는 소매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그것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저승전이었지요. 저승에서만 통용되는 특별한 화폐로, 이승의 금은보화보다 더 값진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이승에서 모은 재물을 저승전으로 바꾼 것입니다. 모두 판관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뇌물을 제안하다니, 죄를 더하는구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제 청이 있습니다."

서백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의 눈에서는 진심어린 눈물이 흘러내렸지요.

"제게는 어린 손자가 있습니다. 제가 죽은 뒤, 그 아이는 거리에서 구걸하며 살고 있지요. 제가... 제가 그저 이십 년만 더 살 수 있다면, 그 아이의 앞날을 보살필 수 있을 텐데..."

박한수는 순간 망설였습니다. 서백호의 생사부에는 분명 그의 손자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지요. 고아가 된 어린아이가 추운 거리에서 잠드는 모습까지...

"게다가... 판관님의 따님에 대해서도 알고 있습니다."

서백호의 말에 박한수의 눈빛이 날카로워졌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오?"

"이 저승전이라면 충분할 것입니다. 이승의 어떤 병이라도 고칠 수 있는 영약을 살 수 있지요. 판관님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그 약을 구해드리겠습니다."

박한수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눈앞에 아픈 딸의 모습이 스쳐지나갔지요. 그동안 그는 한 번도 자신의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딸의 생명이 걸린 문제였습니다.

"딸의 위기" - 딸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고, 치료비를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장면

그날 밤, 신령한 거울 속에 비친 이승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습니다. 한이의 병실에는 의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불길한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왔지요.

"아가씨의 맥이 점점 약해집니다. 이대로 가다간..."

의원의 말에 박한수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저승의 판관이기에 그는 알 수 있었습니다. 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생사부에 적힌 운명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 아버지는 어디 계신가요..."

한이가 의식 없이 중얼거렸습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은 마치 저승의 혼령처럼 하얗게 변해있었지요.

"여기 있다, 한이야... 아버지가 여기 있단다..."

박한수는 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습니다. 이승과 저승은 그렇게 가깝고도 먼 곳이었지요.

"판관님."

어디선가 저승사자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그의 손에는 붉은 색으로 빛나는 생사부가 들려있었지요.

"이건... 한이의 생사부입니까?"

"네. 곧 저승으로 데려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승사자의 말에 박한수의 온몸이 떨려왔습니다. 삼백 년간 그는 수많은 이들의 운명을 심판해왔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딸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지요.

"잠시만... 조금만 더 시간을..."

"판관님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정해진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을..."

그때였습니다. 집무실 구석에 놓아둔 서백호의 저승전이 달빛에 반짝였습니다. 그 돈이라면... 그 돈이라면 딸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요.

"제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청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십시오."

"한이를... 제가 직접 데리러 가고 싶습니다."

저승사자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누구보다 공정했던 판관의 마지막 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지요.

"단... 운명의 시간을 넘겨서는 안 됩니다."

"금단의 거래" - 결국 뇌물을 받아들이고 부자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순간

저승법원의 창고에는 수많은 생사부가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천 년의 세월 동안 쌓인 운명의 기록들이었지요. 박한수는 떨리는 손으로 서백호의 생사부를 꺼냈습니다.

"이것이... 정말 옳은 일일까..."

생사부의 페이지를 넘기자 서백호의 남은 수명이 보였습니다. 이제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시간이었지요. 그의 손자는 곧 완전한 고아가 될 운명이었습니다.

"판관님, 결정하셨습니까?"

어둠 속에서 서백호가 나타났습니다. 그의 손에는 약속했던 저승전이 들려있었고, 그 뒤로는 커다란 상자가 놓여있었지요.

"이것이 약속드린 영약입니다. 저승의 약령시에서 구한 것으로, 어떤 병도 고칠 수 있다고 합니다."

박한수는 천천히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푸른빛을 내뿜는 약병이 있었고,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지요. 분명 범상치 않은 약이었습니다.

"하지만... 대가가 있을 것이오."

"물론입니다. 제 수명을 이십 년 연장해주신다면, 이 모든 것이 판관님의 것입니다."

박한수의 손이 떨렸습니다. 삼백 년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았던 저승의 법... 그것을 어기는 순간이 바로 지금이었지요.

"이 일은...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당연하지요. 제 입에서 절대 새어나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박한수는 천천히 생사부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손이 생사부의 글자를 지우기 시작했지요. 새로운 운명을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당신의 수명은 이십 년 연장되었소."

서백호의 몸이 순간 밝게 빛났습니다. 그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지더니,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변했지요. 연장된 수명의 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판관님. 이제 어서 따님에게 가보시지요."

박한수는 영약을 품에 안고 서둘러 집무실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방금 전 자신이 한 일이 저승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용서하소서... 하지만 이것이 이 아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습니다."

"균형의 파괴" - 한 사람의 수명 연장이 가져온 저승 질서의 혼란

저승의 시간은 평소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서백호의 수명이 연장된 그날 이후, 이상한 일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지요.

"판관님, 큰일입니다!"

어느 날 아침, 한 저승사자가 급히 박한수를 찾아왔습니다. 그의 손에는 새까맣게 변색된 생사부가 들려있었지요.

"이승에서 죽어야 할 사람들이 죽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의 수명이 다른 이들의 목숨을 빨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박한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서백호에게 준 이십 년의 수명... 그것이 다른 이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저승의 인과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승사자의 말대로였습니다. 저승 재판정은 그 어느 때보다 혼잡했습니다. 죽어야 할 사람이 살아남는 바람에, 그와 인연된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뒤틀리고 있었지요.

"여기 보십시오. 서백호가 살아남는 바람에 그에게 빚진 이들이 파산하지 않았고, 그들과 거래하려 했던 상인들은 큰 손해를 보았으며, 그 상인들의 행상 길에서 만났어야 할 사람들은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생사부 위로 수많은 이름들이 흐릿하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먹물이 번지듯, 한 사람의 운명 변화가 다른 이들의 삶을 물들이고 있었지요.

"이대로 가다간 저승의 질서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서백호의 수명을 연장하면서 그가 받은 영약... 그것은 이승의 자연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었습니다. 한이의 병이 기적적으로 나았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승의 많은 이들이 저승의 영약을 구하려 했지요.

"판관님, 약령시에 이상한 자들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저승전을 가지고 영약을 구하려는 자들이..."

박한수의 손에 들린 붓이 떨어졌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파장을 이제야 깨달은 것입니다. 저승의 영약이 이승에 퍼진다면, 더 이상 죽음도 삶도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었습니다.

"아...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가..."

"동료의 배신" - 박한수의 비리를 눈치챈 다른 판관들의 반응과 내부 고발

저승법원의 혼란이 계속되던 어느 날, 박한수의 집무실에 한 판관이 찾아왔습니다. 오랫동안 그와 함께 일해온 정판관이었지요.

"한수 자네... 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

정판관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른 무거움이 있었습니다. 그는 천천히 서안 위에 한 장의 문서를 올려놓았지요.

"이건... 서백호의 생사부 사본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는 모든 생사부를 두 벌씩 보관하지."

박한수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그는 원본만 수정하고, 사본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수명이 이십 년이나 연장되어 있더군. 원본과 사본이 다르다는 것은... 누군가 생사부를 조작했다는 뜻이겠지."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정판관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지요.

"삼백 년을 함께 일했네. 자네가 가장 공정한 판관이라고 믿었어. 하지만 이제는... 염라대왕께 이 사실을 보고해야 할 것 같아."

"잠시만... 내 설명을 들어보시오."

"설명이라...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라고 하겠지? 하지만 한수, 우리는 저승의 법관이야. 개인적인 정이 법의 자리를 대신할 순 없네."

그때였습니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러 저승사자들이 급히 몰려오는 소리였지요.

"큰일입니다! 이승의 약령시에서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한 저승사자가 황급히 보고했습니다.

"서백호가... 서백호가 더 많은 영약을 구하려다 약령시의 비밀을 이승 사람들에게 누설했습니다.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저승의 약을 찾아 몰려들고 있습니다."

정판관의 눈빛이 차가워졌습니다.

"보시게... 자네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이제 이승과 저승의 경계마저 흐려지고 있어."

박한수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의 발밑으로 검은 그림자가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주변의 시선들이 날카로운 화살처럼 그를 파고들었습니다.

"나으리... 어찌 이런 일이..."

함께 일하던 서기들과 다른 판관들도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실망감과 분노가 가득했지요.

"결국 자네도... 권력 앞에서 무너진 것이군."

"심판의 시간" - 염라대왕 앞에 서게 된 박한수의 재판

염라대전은 깊은 적막에 잠겨있었습니다. 수많은 저승사자와 판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한수는 피고인의 자리에 섰습니다. 삼백 년간 그가 서 있던 자리가 아닌, 심판받는 자의 자리였지요.

"박한수, 너의 죄를 알고 있느냐?"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전각 전체를 울렸습니다. 그의 앞에는 두 개의 생사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원본과 사본, 그 다른 기록이 박한수의 죄를 증명하고 있었지요.

"네... 신은 알고 있습니다."

"삼백 년간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던 자가...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냐?"

박한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의 눈에는 이제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오직 담담한 체념만이 남아있었지요.

"신은... 단 한 번만이라도 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의 말에 전각 안이 술렁였습니다. 일부 판관들의 눈에서는 연민의 빛이 스쳐 지나갔지요.

"삼백 년 동안, 신은 한 번도 제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권력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염라대왕의 눈빛이 깊어졌습니다. 그의 앞에 놓인 생사부가 저절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지요.

"네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큰 혼란을 가져왔는지 아느냐?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흐려지고, 수많은 운명이 뒤틀렸다. 게다가 서백호는 네가 준 기회를 이용해 더 큰 죄를 저질렀다."

"그것은... 신의 잘못입니다."

"하지만 네가 한 일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로서의 정... 그것을 우리가 모를 리 없지."

염라대왕의 말에 박한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투명한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그것은 하얀 꽃으로 피어났지요.

"그래서 우리는 특별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너에게 두 가지 길을 주겠다."

"딸의 선택" -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수명을 내놓겠다고 나서는 딸

"첫 번째 길은 네 딸의 생명을 다시 거두고,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의 죄는 모두 사할 것이며, 다시 판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염라대왕의 말씀에 박한수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목숨과 딸의 목숨을 맞바꾸는 선택이었지요.

"두 번째 길은... 네가 딸을 대신해 저승에 머무는 것이다. 영원히 망자들의 넋을 달래주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전각 안이 술렁였습니다. 영원한 형벌과도 같은 선택이었지요. 살아있는 자의 시간을 모두 포기하고, 영원히 저승을 떠돌아야 하는 운명이었습니다.

"시간을 주겠다. 잘 생각해보거라."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전각의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들어섰습니다. 바로 한이였지요.

"아버지!"

"한이야! 너는... 너는 어찌 여기에..."

"저승사자님께서 모든 것을 알려주셨어요. 아버지께서 저를 위해 어떤 일을 하셨는지..."

한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아버지 앞으로 걸어와 무릎을 꿇었지요.

"제가... 제가 모든 것을 돌려놓겠습니다. 제 목숨을 다시 거두어 가십시오."

"안된다! 그것만은..."

"아버지, 당신께서는 삼백 년 동안 한 번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셨어요. 그런 아버지를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로 저예요."

한이의 말에 박한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더구나... 저는 이미 아버지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어요. 제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큰 희생을 하시다니... 이제는 제가 아버지를 위해 무언가를 할 차례예요."

염라대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과연...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이토록 깊을 줄이야. 하지만 한이야, 너의 선택이 정말 그것으로 확실하더냐?"

"네. 제 목숨을 거두어 가시되... 부디 아버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아버지는 그저 저를 사랑하신 것뿐이니까요."

"판관의 마지막 재판" - 자신의 죄를 스스로 판결하는 박한수의 최후

염라대왕은 한동안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지요.

"박한수, 네 딸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겠다고 하니... 이제 마지막 판결을 내리겠다."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습니다. 그때 염라대왕이 뜻밖의 말을 꺼냈지요.

"네가 마지막으로... 한 번의 재판을 더 하게 하겠다. 이번에는 너 자신을 심판하는 재판이다."

박한수는 천천히 일어나 판관의 자리로 걸어갔습니다. 삼백 년 동안 그가 지켜온 자리였지요. 이번만큼은 자신이 피고인이자 판관이 되어, 스스로의 죄를 판단해야 했습니다.

"저는... 저는..."

박한수의 눈앞에 지난 삼백 년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수많은 재판들, 그가 내린 판결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지른 죄까지...

"제 죄는 판관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 아닙니다. 제 죄는... 다른 길이 있었음에도, 쉬운 길을 택한 것입니다."

법정이 조용해졌습니다.

"딸을 살리기 위해 뇌물을 받아들이기 전에... 저는 염라대왕님께 청원할 수도 있었고, 다른 판관들과 상의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 결정하고, 혼자 죄를 저질렀습니다."

한이가 흐느끼며 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제 판결은... 저와 제 딸, 모두의 수명을 반으로 나누어 서로 나누어 갖는 것입니다. 제가 받은 삼백 년의 시간과 제 딸의 남은 시간을 모두 합해 둘로 나누어...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염라대왕의 눈이 빛났습니다.

"과연... 끝내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구나. 좋다. 너의 판결을 받아들이겠다."

그렇게 박한수와 한이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특별한 운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낮에는 이승에서 아버지와 딸로 살고, 밤에는 저승에서 영혼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지요.

"이제 서백호를 데려오거라. 그자의 재판을 마지막으로... 이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하자."

엔딩멘트

"저승의 법도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법에 인간의 정이 섞이는 순간, 천 년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도 했지요. 당신이 저승 판관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