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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사자의 인간 관찰일지 - 조선인들은 어떻게 살았나?

by K sunny 202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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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의 인간 관찰일지 - 조선인들은 어떻게 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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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망자변명, #인간의나약함, #욕심, #후회, #인생교훈, #삶과죽음, #사후세계, #因果應報, #심판, #조선의지혜, #옛이야기

디스크립션

저승에서 인간 세상에 대한 심각한 오해가 퍼지자, 저승사자 천백진은 특별 임무를 맡게 된다. 조선 시대 인간들의 실제 생활을 관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것. 철저히 관찰자로만 남아야 하는 규칙을 지키며 250년 조선의 일상을 기록하던 그는 점점 인간에게 정이 들기 시작하는데... 저승과 인간 세계 사이에서 펼쳐지는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

후킹멘트

"이해할 수 없군.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있다니." 인간에 대한 선입견으로 가득했던 저승사자 천백진. 조선 인간들의 희로애락을 관찰하며 그가 발견한 것은 저승에서 결코 볼 수 없었던 '삶의 아름다움'이었다. 냉정한 관찰자로 시작해 어느새 인간들의 든든한 응원자가 된 저승사자의 250년 조선 탐방기!

1: 저승 최고 의회에서 인간 세계 오해 문제로 특별 임무를 부여받는 저승사자 천백진

저승의 중앙 회의장은 언제나처럼 흑백의 색조로 가득했다. 천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영혼을 인도해온 저승사자 천백진은 차가운 표정으로 회의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의 검은 도포는 바닥에 닿을 듯 길었고, 손에는 언제나처럼 생사부가 들려 있었다.

"천백진 사자, 알다시피 최근 저승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소."

말문을 연 것은 대사자 윤강림이었다. 저승 최고 의회의 수장인 그는 근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인간 세계에 대한 오해가 저승 전역에 퍼지고 있소. 대체 인간들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삶에 집착하는지, 죽음을 두려워하는지 우리 사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단 말이오."

천백진은 미동도 없이 대답했다. "대사자님, 인간들의 삶은 덧없고 무의미합니다. 그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욕망에 빠져 살다가 결국 모두 저승으로 오지요. 이해할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그것이 문제요!" 윤강림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선입견 때문에 최근 영혼 인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소. 사자들이 인간을 이해하지 못해 영혼들을 제대로 달래지 못하고 있단 말이오."

회의장에 침묵이 흘렀다. 천백진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내심 의아했다. 인간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가? 그저 정해진 시간에 영혼을 데려오면 그만인데.

"그래서 특별 임무를 내리겠소." 윤강림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백진 사자, 당신은 조선이라는 나라에 가서 인간들의 실제 생활을 관찰할 것이오.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왜 삶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모두 기록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시오."

천백진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관찰하라고요?"

"그렇소. 태조부터 순조까지, 약 250년간의 기간을 관찰하시오. 당신은 저승사자로서 인간에게 보이지 않으니 완벽한 관찰자가 될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대사자님, 제 본래 임무는 영혼을 인도하는 것입니다."

윤강림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번 임무 동안은 다른 사자가 대신하겠소. 당신은 오직 관찰만 하시오. 단, 한 가지 규칙이 있소."

"규칙이라뇨?"

"절대로 인간 세계에 개입해서는 안 되오. 당신은 철저히 관찰자로만 남아야 하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생사에 관여해선 안 되오. 이 규칙을 어기면 즉시 소환되어 천 년간 염라대왕의 지옥문을 지키는 벌을 받게 될 것이오."

천백진은 생사부를 꽉 쥐었다. 전에 없던 임무였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대사자님."

"좋소. 내일 새벽, 조선의 첫 번째 왕인 태조가 즉위하는 날부터 임무를 시작하시오. 인간들을 잘 관찰하여 저승의 오해를 풀어주길 바라오."

천백진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천 년간 영혼만 대해온 그에게 살아있는 인간을 관찰하라니. 이해할 수 없는 임무였지만, 저승사자로서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회의장을 나서며 천백진은 생각했다. '조선이라... 인간들의 삶이라... 설마 내 생각과 다를 리가 있겠는가.'

2: 조선 초기, 첫 관찰 임무에서 양반가의 삶과 민초들의 현실 차이에 충격받는 천백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지 3년째 되는 해, 한양의 아침은 활기로 가득했다. 천백진은 검은 도포를 휘날리며 하늘을 떠다녔다. 아무도 그를 볼 수 없었기에 그는 자유롭게 조선의 모든 곳을 살필 수 있었다.

"인간 관찰, 첫째 날."

그는 허공에 중얼거리며 생사부 대신 들고 온 관찰일지에 글을 써내려갔다. 먼저 그가 향한 곳은 한양 북쪽의 큰 양반가였다.

"흥미롭군. 이 집 주인은 벼슬이 정3품이라는데..."

천백진은 담장을 훌쩍 넘어 안채로 들어갔다. 양반 가문의 아침은 의식으로 가득했다. 주인은 서책을 읽고, 부인은 하녀들에게 일을 지시했다. 아이들은 서당에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체계적이군. 이들의 삶은 철저한 규율로 이루어져 있어."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천백진은 지루해졌다. 너무 형식적이고 틀에 박힌 생활이었다. 그는 곧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한양 시전 근처의 작은 초가집. 이곳에서 그는 완전히 다른 삶을 목격했다.

"이런..."

천백진의 눈이 커졌다. 한 가족이 작은 방 하나에서 모두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미 일터로 나갔고, 어머니는 아픈 아이를 돌보며 동시에 베를 짜고 있었다. 먹을 것은 찬장에 쌀 한 됫박이 전부였다.

"저승에서 들은 것과 다르군. 인간 세계는 계층에 따라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어."

그날 하루 동안 천백진은 한양 곳곳을 돌아다녔다. 궁궐의 화려함, 양반가의 풍요로움, 그리고 민초들의 고된 삶이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저녁이 되자 그는 한 초가집 앞에 멈춰 섰다. 가난한 집이었지만,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들어가 보니 온 가족이 하루 일을 마치고 작은 상 앞에 모여 있었다. 쌀을 아끼기 위해 죽을 끓였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상하군. 이토록 가난한데 어째서 행복해 보이지?"

그때 아버지가 말했다. "오늘도 우리 모두 건강하게 하루를 보냈으니 큰 복이다. 내일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천백진은 혼란스러웠다. 저승에서 그는 인간들이 재물과 권력만을 좇는다고 배웠다. 그러나 이 가족은 그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했다.

"첫날부터 의문이 생기는군."

그날 밤, 천백진은 처음으로 관찰일지에 자신의 감정을 적었다.

"인간들은 내가 알던 것과 다르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더 관찰이 필요하다."

3: 시장과 장터에서 활기찬 조선인들의 상업 활동과 문화를 관찰하며 호기심을 느끼는 장면

조선 건국 30년째, 세종 즉위 초기의 어느 장날이었다. 천백진은 한양 남대문 밖에 펼쳐진 큰 장터 위로 떠다니며 인간들의 활동을 관찰했다. 그의 관찰일지는 이제 상당히 두꺼워져 있었다.

"인간 관찰, 제1072일. 오늘은 장날이란 것을 확인했다. 음력으로 5일마다 반복되는 풍습인 듯하다."

장터는 이른 아침부터 활기로 가득했다. 농부들은 직접 기른 채소와 곡식을, 어부들은 강에서 잡은 생선을, 장인들은 자신이 만든 그릇과 도구를 가지고 모여들었다.

"흥미롭군. 물물교환도 하고 돈을 사용하기도 하는군."

천백진은 한 상인의 어깨 위에 앉아 거래 과정을 자세히 관찰했다. 누구도 그를 볼 수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봐, 이 무는 싱싱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니까. 값은 조금 비싸도 맛은 보장하지!"

상인의 외침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흥정이 시작되었고, 천백진은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가격을 낮추려 애쓰는 저 여인은 이미 세 번째 왔군. 상인도 그것을 알면서 모르는 척하고 있어. 재미있는 게임이군."

장터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한쪽에서는 광대들이 줄타기와 땅재주를 선보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소식통들이 각지의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세종대왕께서 새로운 글자를 만드신다는 소문이 있다네!"
"그래? 양반들은 한자가 있는데 무슨 글자를 더 만든다는 거야?"
"글을 모르는 백성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라고 하더군."

천백진은 귀를 기울였다. 이런 이야기는 저승의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장터 한가운데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그들은 죽마타기를 하며 웃음소리를 내뿜었다. 천백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에게 다가갔다.

"즐거워 보이는군. 죽음을 모르는 무지의 행복일까?"

그러나 곧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 놀던 아이 중 하나가 갑자기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피가 흘렀지만, 아이는 잠시 울다가 다시 일어나 친구들과 놀기 시작했다.

"이상하군. 고통을 알면서도 즐거움을 선택하다니."

천백진은 장터를 빠져나와 언덕 위에 앉았다. 그곳에서 바라본 장터는 마치 살아 숨쉬는 생명체 같았다. 소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였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질서와 삶의 리듬이 있었다.

그날 밤, 그는 관찰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인간들은 고통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며 산다. 죽음을 알면서도 오늘을 살아간다. 그들의 장터는 삶 그 자체의 축소판인 것 같다. 처음으로... 호기심이 생겼다."

4: 임진왜란 시기, 전쟁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는 인간들에게 감동받는 천백진

1592년, 임진년의 봄. 천백진은 200년 가까이 조선을 관찰해온 베테랑 사자였다. 그러나 지금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동안 보아온 것과 완전히 달랐다. 부산 앞바다에는 수백 척의 일본 군함이 밀려들었고, 조선의 땅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인간 관찰, 제73,012일. 왜국 사람들이 조선을 침략했다. 죽음이 이토록 대규모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천백진은 한양으로 향하는 왜군을 뒤따르며 관찰일지를 적었다. 전쟁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저승사자로서 죽음은 일상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죽음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은 그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마을마다 불타고 사람들이 죽어간다. 오늘 하루만 해도 내가 관찰한 지역에서 327명이 죽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죽어가는 이들보다 살아남은 이들에게 쏠렸다. 고향을 등지고 피난 가는 사람들, 가족을 잃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왜군에 맞서 싸우는 의병들.

경상도의 작은 마을, 천백진은 한 가족을 발견했다. 집은 불타 없어졌지만, 그들은 폐허 속에서 다시 삶을 일구고 있었다.

"아버지, 이제 어떻게 해요?" 어린 소년이 물었다.

아버지는 타다 남은 기둥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다시 짓는 거지. 살아있으니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천백진은 그들 곁에 앉아 지켜보았다. 하루 만에 집의 뼈대가 다시 세워졌고, 이웃들이 와서 돕기 시작했다. 누구도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를 돕는 모습이 그의 눈에 새롭게 비쳤다.

"인간들은... 끈질기군."

다른 지역에서는 의병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농부, 상인, 양반, 노비 할 것 없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뭉쳤다.

"죽을 줄 알면서도 싸우는군. 왜지?"

그 답을 찾던 중, 천백진은 한 의병장의 말을 들었다.

"우리가 물러서면 우리 자손들은 어찌 되겠소? 조선이 망하면 백성들은 어디서 살겠소? 죽을지언정 싸워야 하오!"

천백진은 처음으로 '미래'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단지 현재만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 이후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전쟁은 계속되었고, 천백진은 끊임없이 관찰했다. 그는 슬픔에 잠긴 사람들, 분노에 찬 사람들, 그리고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기록했다.

어느 날 밤, 피난민 캠프에서 그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슬픈 노래였지만, 그 속에는 깊은 위로와 희망이 담겨 있었다.

그날, 천백진은 관찰일지에 평소와 다른 글을 적었다.

"오늘 처음으로 인간을 이해한 것 같다. 그들은 죽음을 알면서도 삶을 선택한다. 죽음이 눈앞에 있어도 내일을 준비한다. 이것이... 인간의 힘인가?"

5: 궁중 연회에 몰래 잠입해 왕실의 화려함과 그 이면의 비극을 목격하는 장면

영조 35년, 1759년의 겨울. 천백진은 경복궁 상공을 맴돌았다. 오늘은 영조 임금의 생일을 기념하는 큰 연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인간 관찰, 제610,24일. 오늘은 임금의 생일이라 한다. 궁궐에서는 축하 연회가 열린다고 하니 인간 세계의 최상층부를 관찰할 좋은 기회다."

천백진은 가볍게 궁궐 담장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조선을 관찰한 지 300년 가까이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궁중 생활에 호기심이 있었다. 민간에서는 보기 힘든 화려함과 의식이 펼쳐지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정전 앞마당에는 화려한 장식이 설치되었고, 문무백관들이 정장을 하고 모여들었다. 임금이 자리에 오르자 모든 신하들이 머리를 조아렸다.

"오늘 과인의 생일을 맞아 이렇게 모두가 모였으니 기쁘구나."

영조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천백진은 그의 눈에 깃든 깊은 피로와 슬픔을 볼 수 있었다. 수십 년간의 왕위를 지키며 겪은 고통이 그의 주름에 새겨져 있었다.

연회가 무르익자 천백진은 내전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그는 임금의 가족들을 발견했다. 세손(후의 정조)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고, 왕비는 시녀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흥미롭군.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민간의 양반가와 다를 바 없어."

천백진은 좀 더 깊숙이 들어가 궁녀들의 생활 공간도 살폈다. 그곳에서 그는 또 다른 면을 발견했다. 화려한 연회를 위해 밤새도록 준비해온 궁녀들의 피로와, 다른 이들 모르게 눈물 흘리는 어린 궁녀의 모습까지.

"이 아이는 왜 울고 있지?"

그때 옆에서 나이 든 궁녀의 말이 들렸다.

"울지 마라. 네 부모가 너를 궁에 들여보낸 것은 더 나은 삶을 바란 것이다. 여기서는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

천백진은 그 말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화려한 궁궐 안에 숨겨진 슬픔과 억압된 감정들. 그것은 그가 민간에서 본 인간의 솔직한 감정 표현과는 너무 달랐다.

연회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천백진은 다시 정전으로 돌아왔다. 화려한 춤과 음악이 펼쳐지고, 풍성한 음식이 차려졌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이제 다른 것이 보였다.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정치적 계산, 아부의 말 속에 담긴 권력 다툼, 그리고 그 모든 중심에 홀로 앉아 있는 노쇠한 임금.

"인간 세계의 최고 권력자조차도 결국은 외로운 존재인가."

연회가 끝나고 모두가 물러간 후, 천백진은 혼자 남은 영조를 지켜보았다. 임금은 신하들이 없는 자리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도야... 내가 잘못했던 것일까..."

천백진은 그때서야 기억해냈다. 영조는 몇 년 전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게 한 임금이었다. 화려한 연회의 이면에 숨겨진 깊은 비극이었다.

그날 밤, 천백진은 관찰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궁궐은 인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곳이지만, 동시에 가장 슬픈 곳일지도 모른다. 왕이라 해도 결국은 인간이며, 그들도 감정과 후회, 슬픔을 가진 존재다."

6: 민간의 생로병사와 세시풍속을 관찰하며 점점 인간에게 정이 들기 시작하는 천백진

정조 23년, 1799년의 봄. 천백진은 한 작은 마을의 초가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400년에 가까운 관찰 시간 동안, 그는 이제 특정 가문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마을의 김 씨 가문이었다.

"인간 관찰, 제75,482일. 오늘은 김 씨 집안의 막내딸이 태어난 지 백일이 되는 날이다. 백일잔치라는 의식을 치른다고 한다."

마당에는 간소하지만 정성스러운 상이 차려져 있었다.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 아기의 백일을 축하했다. 천백진은 빨간 실로 만든 금줄을 바라보았다. 인간들이 액운을 막기 위해 만든 장치였다.

"재미있군. 내가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인데."

그는 웃으며 마당으로 내려갔다. 누구도 그를 볼 수 없었기에 금줄은 의미가 없었다.

아기는 백일상 앞에 앉혀졌고, 여러 물건들이 놓였다. 실, 책, 붓, 돈... 아기가 무엇을 먼저 집느냐에 따라 미래를 점치는 풍습이었다.

천백진은 호기심에 아기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는 인간의 운명에 개입할 수 없었지만, 이런 풍습이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 늘 궁금했다.

"어서 붓을 집어라. 학자가 되면 좋겠구나."

아기는 마치 그의 말을 들은 듯 붓을 향해 손을 뻗었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천백진은 의아했지만 곧 그것이 우연임을 깨달았다.

백일잔치가 끝나고, 그는 집안을 더 살펴보았다. 할아버지는 병석에 누워 있었고, 가족들은 번갈아가며 그를 돌보고 있었다. 천백진은 생사부가 없어도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간의 삶은 참 짧구나. 백일을 맞은 아이가 태어나고, 칠순을 넘긴 노인은 떠나고..."

저녁이 되자 마을에서는 도깨비불 놀이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횃불을 들고 뛰어다니며 밤의 어둠을 밝혔다. 천백진은 그들 사이를 떠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두렵지 않은가? 이 불이 너희를 태울 수도 있는데."

물론 아무도 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 아이가 그의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깨비불은 무섭지 않아요.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불을 제대로 다루는 법을 알면 두려울 게 없다고요."

천백진은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 아이가 자신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그는 김 씨 집안의 할아버지 곁에 앉았다. 할아버지는 가족들이 잠든 후에도 깨어 있었다.

"많이 사셨습니까?" 천백진이 물었다.

"누구... 누구시오?" 할아버지가 희미하게 대답했다.

천백진은 깜짝 놀랐다. 죽음이 가까운 사람은 간혹 저승사자를 볼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저는... 당신을 관찰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내 삶이 그렇게 흥미롭소?" 할아버지가 미소지었다.

"네. 매우 흥미롭습니다. 특히 오늘 백일을 맞은 증손녀를 보는 할아버지의 눈빛이..."

할아버지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구려. 하지만 그래도 볼 수 있어 행복하오."

천백진은 그날 처음으로 인간에게 질문을 했다. "죽음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두렵지. 하지만 내가 심은 나무 그늘에서 후손들이 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오."

그 말에 천백진은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그날 관찰일지에는 이렇게 적혔다.

"오늘 처음으로 인간에게 정이 든 것 같다. 그들의 짧은 삶, 그러나 깊은 의미... 나는 이제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7: 규칙을 어기고 죽어가는 아이를 구해준 후 저승에서 소환되어 질책받는 장면

헌종 12년, 1846년의 여름. 찌는 듯한 더위가 조선 땅을 덮친 날이었다. 천백진은 자신이 오랫동안 관찰해온 남양 김씨 가문의 집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그 집안의 막내아이, 열 살배기 김동이가 심한 열병을 앓고 있었다.

"인간 관찰, 제927,10일. 며칠째 김동이의 상태가 위태롭다. 마을의 의원도 손을 놓은 상태다."

천백진은 아이의 방에 들어가 그의 곁에 앉았다. 450년 동안 그는 수많은 인간의 죽음을 목격했지만, 이번은 달랐다. 그는 이 아이의 성장을 지켜봐 왔다. 백일잔치부터 첫 걸음마까지, 그리고 서당에 처음 들어가던 날까지.

"가지 마라, 김동이야."

천백진은 중얼거렸다. 물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오직 관찰자일 뿐, 인간의 생사에 개입할 수 없었다.

아이의 어머니가 방에 들어와 아이의 이마에 찬물수건을 올렸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체념의 빛이 어려 있었다.

"동이야, 엄마가 여기 있단다. 힘내거라..."

어머니가 잠시 물을 가지러 나간 사이, 아이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천백진은 아이의 숨이 멎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다른 저승사자가 이 아이의 영혼을 데리러 올 것이었다.

"안 돼..."

천백진은 갑자기 결심했다. 그는 손을 뻗어 아이의 가슴에 올렸다. 450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규칙을 어기는 순간이었다.

"살아라, 김동이야."

저승의 힘이 그의 손끝에서 아이에게로 흘러들어갔다. 생명력이 아이의 몸에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창백한 얼굴에 조금씩 혈색이 돌아왔다.

그 순간,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다. 천백진은 강제로 저승으로 소환되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알았기에 저항하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그는 저승 최고 의회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대사자 윤강림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천백진! 네가 무슨 짓을 한 것이냐! 450년 동안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았던 규칙을 어겼다!"

천백진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대사자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네 임무는 관찰뿐이었다! 인간의 생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규칙이었거늘!"

의회의 다른 사자들도 모두 실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천백진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지만, 규칙을 어긴 것은 사실이었다.

"설명해 보아라. 왜 그런 짓을 했느냐?" 윤강림이 물었다.

천백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 인간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이냐?"

"450년 동안 조선 인간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을 지켜봤습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점점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 아이는... 제가 태어날 때부터 지켜본 아이였습니다."

윤강림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인간에게 정이 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경계하는 것이다."

"제가 규칙을 어겼습니다. 벌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윤강림은 천백진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함께 이상한 빛이 어려 있었다.

"천 년간 염라대왕의 지옥문을 지키는 벌을 내릴 것이다. 네 관찰일지는 모두 검토한 후 필요한 부분만 남길 것이다."

천백진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편에는 이상한 평화가 있었다. 김동이는 살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8: 조선 말기,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저승으로 돌아가 충격적인 보고서를 제출하는 천백진

고종 34년, 1897년의 늦가을. 조선은 이제 막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꾸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천백진은 한양의 남산 위에서 변화하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250년 전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인간 관찰, 마지막 날이다. 250년 임무가 드디어 끝난다."

천백진의 손에는 두꺼운 관찰일지가 들려 있었다. 450년 간의 기록 중 벌을 받은 후에도 남은 부분들이었다. 그는 150년간의 지옥문 지키기 벌을 받은 후, 남은 100년의 관찰 임무를 마저 수행하도록 허락받았다.

"인간들은 끊임없이 변한다. 복식도, 언어도, 문화도... 하지만 그들의 본질은 같다."

천백진은 한양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마지막 관찰을 마무리했다. 전차가 다니기 시작했고,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며 조선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그는 마지막으로 남양 김씨 가문을 찾았다. 150년 전 그가 목숨을 구해준 김동이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자손들이 여전히 그 집에 살고 있었다. 김동이의 증손자가 학교에서 돌아와 근대 서적을 읽고 있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구나."

관찰을 마친 천백진은 저승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강제 소환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저승의 중앙 회의장에는 대사자 윤강림을 비롯한 고위 사자들이 모여 있었다.

"250년의 관찰을 마치고 돌아왔다.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다."

천백진은 두꺼운 관찰일지를 의회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윤강림이 말했다.

"이제 네 결론을 들려주거라. 인간들은 어떤 존재였느냐?"

천백진은 잠시 침묵했다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인간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존재입니다."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모든 사자들의 시선이 천백진에게 집중되었다.

"인간들은 죽음을 알면서도 삶을 사랑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수명이 짧다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더 강렬하게 살아갑니다.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때로는 전혀 모르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합니다."

천백진은 계속했다.

"양반과 노비, 임금과 백성, 부자와 가난한 자... 그들의 삶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웃고, 울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450년 동안 조선인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삶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윤강림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그렇다면, 우리 저승사자들이 오해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냐?"

"우리는 인간의 삶이 덧없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였습니다. 인간의 삶은 짧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의미가 있습니다. 그들은 유한한 시간 속에서 영원을 꿈꾸고, 자신이 죽은 후에도 남을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위대함입니다."

회의장에 놀라움의 탄성이 흘렀다. 천백진의 말은 저승의 기존 관념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백진이 결론을 맺었다. "인간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이 있습니다. 가족, 사랑, 명예, 의리... 이러한 가치들 때문에 그들은 때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윤강림은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네 보고는 저승의 인간관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을 새롭게 이해해야 할 것 같구나."

천백진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임무는 끝났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상한 그리움이 남아있었다. 450년 동안 관찰해온 인간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윤강림이 다시 말했다. "이제 넌 어떻게 하고 싶으냐?"

천백진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새로운 임무를 원합니다. 조선을 넘어, 세계 각국의 인간들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우리 저승사자들이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윤강림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하겠다. 이제 넌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인간 세계의 이해자로서 새로운 임무를 시작할 것이다."

천백진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관찰일지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조선 250년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이제 그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사자님. 인간 세계에서 배운 것처럼, 저도 이제 새로운 의미를 찾아 나서겠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인간이란 참으로 흥미로운 존재군요. 때론 어리석고, 때론 아름답지만… 결국 모두 저승의 길 위에서 마주치게 될 운명이죠. 다음에도 흥미로운 인간사를 함께 들여다보도록 하죠. 저승사자의 인간 관찰일지, 다음 편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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