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서의 세 번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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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한 평범한 선비가 저승에서 세 번의 기회를 얻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가 깨닫게 된 인생의 진리는 무엇이었을까요?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이야기. 마지막 순간,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후킹 멘트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갈까요? 한 선비가 저승에서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그 기회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과연 그는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까요?"
1: 죽음의 문턱에서
한겨울의 차가운 밤이었다. 눈발이 흩날리는 조선의 작은 마을, 달빛이 흐릿하게 비치는 외딴길을 따라 한 선비가 힘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현. 과거에 급제하여 학식과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삶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벼슬길에 나아가려 했으나 정치적 싸움에 휘말려 결국 초야에 묻혀야 했고, 사랑했던 여인은 병으로 떠나버렸다. 고된 삶 속에서 어느덧 그는 허망함에 젖어 살고 있었다.
이현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운 밤하늘에는 달이 희미하게 빛났고, 소복하게 쌓인 눈이 길을 따라 반짝이고 있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갑작스럽게 시야가 흐려지더니, 귓가에는 알 수 없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이현, 이제 때가 되었다."
낯선 목소리에 몸을 돌리자, 검은 도포를 걸친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눈이 내리는 어둠 속에서도 그 존재는 선명하게 보였다.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희고, 깊고 날카로운 눈빛이 그의 영혼을 꿰뚫는 듯했다. 저승사자였다.
이현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지만, 저승사자는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저승사자다. 네 명이 다했다. 이제 따라와야 한다."
"아닐세! 아직 나는 해야 할 일이 많다네!"
이현은 필사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삶이 허망하다고 생각해왔지만, 막상 죽음 앞에 서니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감정과 미련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몸을 숙여 깊이 절하며 간청했다.
"저승사자님, 부디 기회를 주시오.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고,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소이다."
저승사자는 묵묵히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부탁을 하는 이들은 많았다. 삶에 미련이 없는 자란 없었고, 누구나 한 번쯤은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다. 그러나 죽음이란 이미 정해진 운명. 그리 쉽게 번복될 수 없는 일이었다.
"삶이 그리 소중하다면 왜 살아 있을 때 소중히 하지 않았느냐?"
이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자신의 무력함을 원망하며 허무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막상 죽음을 맞닥뜨리니,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후회하고 있소. 그래서 한 번만, 단 한 번만 기회를 주시오."
저승사자는 그런 이현을 바라보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현이 단순한 미련이 아니라 진심 어린 후회를 품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좋다. 내가 너에게 세 번의 기회를 주겠다. 너의 삶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어라. 하지만 명심해라. 이 기회는 단순한 미련을 위한 것이 아니다. 네가 진정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현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가 생각지도 못한 기회였다.
"세 번의 기회?"
"그래. 너는 네가 살아온 삶을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가 끝난 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너는 다시 나와 함께 저승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이현은 저승사자의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마지막 순간이 오더라도, 그는 지금 이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순간, 세상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더니,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과거의 어느 순간이었다.
이현은 숨을 삼켰다. 저승사자의 말처럼, 그는 자신의 삶을 다시 체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기회가 시작되고 있었다.
2: 첫 번째 기회 – 후회 속의 가족
이현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었다. 조용한 마당, 단정하게 손질된 대청마루, 그리고 창호지를 통해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 그는 순간적으로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여긴 내 집?"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당 한쪽에서 한 여인이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곱게 빗어 넘긴 머리에 단정한 옷차림, 그리고 손끝에 얹힌 실바늘이 섬세하게 천을 꿰매고 있었다.
"어머니"
이현은 무심코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손을 뻗어 그녀를 만져보려 했으나, 그의 손은 허공을 스치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구나."
그 순간, 문이 열리며 어린 소년이 뛰어나왔다.
"어머니! 형님은 언제 돌아오나요?"
"곧 돌아오실 거란다. 네 형은 학문에 힘쓰고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거라."
소년은 입을 삐죽이며 대청마루에 앉아 발을 흔들었다. 이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서?"
이현의 동생, 이제 겨우 열 살 남짓이던 어린 동생이었다. 이현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과거 벼슬길을 준비하며 가족들과의 시간을 거의 보내지 않았다. 동생의 얼굴도 희미하게 기억될 정도였다. 항상 "나중에 더 잘하면 보답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가족을 뒷전으로 미뤄왔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어머니와 동생의 모습은, 그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외로워 보였다.
그 순간, 안채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급히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자, 이현도 본능적으로 따라갔다.
방 안에는 한 남성이 누워 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숨소리는 가늘었다. 이현은 그를 보자마자 두 눈이 커졌다.
"아버지"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때가 아버지가 병환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그러나 당시 그는 벼슬길에 집중하느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있었고, 어린 이서는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아버님, 약 드실 시간이에요."
어머니가 정성스레 한약을 내밀었지만, 아버지는 미약한 손짓으로 거절했다.
"괜찮네 이현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가?"
이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버지."
그가 살아 있을 때, 그는 단 한 번도 아버지의 기대에 제대로 응답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더 성공한 후에 찾아뵙겠다"고 핑계를 대며 바쁜 삶을 탓했다. 그러나 지금, 아버지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현아, 네가 나중에라도 오면 전해주게. 내가 항상 자랑스럽다고."
이현은 그 순간 뒷걸음질쳤다. 그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은 그의 과거였다.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난 뒤였다. 그는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마지막 순간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것이다.
그때, 다시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알겠느냐? 네가 무엇을 놓쳤는지."
이현은 주저앉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후회가 그를 짓눌렀다.
"돌아가고 싶다 다시 한 번, 내 손으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싶다"
그러나 과거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이제야 그것을 깨닫게 되었다.
3: 두 번째 기회 – 탐욕과 후회의 그림자
이현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낯선 공간에 서 있었다. 아니다. 익숙한 곳이었다. 그의 기억 속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장소, 한양의 한 기방이었다. 촛불이 은은하게 빛나는 안쪽 방에는 화려한 옷을 걸친 사람들이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곳은”
이현은 천천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그가 젊은 시절 종종 드나들던 곳이었다. 학문과 벼슬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마다, 그는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유흥을 즐기며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 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위로였을까?
그 순간,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이 이건 내 모습이잖아.”
방 안에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젊은 시절의 이현이었다. 그는 비싼 비단 도포를 걸치고, 손에는 값비싼 옥패를 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자만과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이었다.
“자, 모두 마시거라! 오늘 밤, 이 몸이 대작을 한 수 읊어볼 테니.”
젊은 이현은 호기롭게 술잔을 높이 들었다. 그의 주변에는 그와 어울리던 선비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중 진정한 벗이라 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저승사자가 그의 곁에서 조용히 말했다.
“이곳에서 너는 무엇을 얻었느냐?”
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이곳에서 순간의 쾌락을 얻었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허망함만이 남았다. 명망 있는 선비라 자부하며,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삶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 순간, 한 사내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이현 형님, 이번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 있는데, 형님께서도 투자를”
이현은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흥, 귀찮다. 나는 이런 시시한 장사에는 관심이 없네. 나의 학문이야말로 가장 큰 자산이지.”
이 말을 남긴 후, 그는 술잔을 기울였다.
이현은 숨을 삼켰다.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 사내는 그의 어릴 적 친구였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견뎌낸 친구였지만, 점점 벼슬길과 학문에 몰두하는 동안 멀어져 갔다. 친구가 간절히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는 단 한 번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결국, 이 친구는 실패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식이 끊겼다.
이현은 몸을 움켜쥐었다.
“나는 나는 왜 그렇게 살았던 걸까.”
그는 항상 자신이 똑똑하고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부귀영화는 손쉽게 쥘 수 있는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니, 그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고 있었다.
저승사자는 고요하게 그를 내려다보았다.
“탐욕은 재물에만 있지 않다. 너는 학문과 명예에 대한 욕심에 사로잡혀, 결국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놓쳤다.”
이현은 다시 한 번 무릎을 꿇었다.
“나는 기회를 헛되이 썼다 다시 한 번, 단 한 번만이라도.”
그러나 과거는 변하지 않았다.
저승사자는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직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다.”
그 순간, 세상이 또다시 어두워졌다. 이현은 마지막 남은 기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두렵고도 간절한 마음으로 다음 순간을 기다렸다.
4: 세 번째 기회 – 선택의 기로
이현의 시야가 다시금 밝아졌을 때, 그는 낯익지만 아련한 곳에 서 있었다. 눈앞에는 작은 기와집이 보였고, 집 안에서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기는?"
그의 발걸음이 저절로 문 앞에 멈췄다. 그 순간,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단아한 한복을 입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얼굴은 한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이현은 그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소연"
그녀는 그의 오랜 사랑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소연은 마당에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깊은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손에는 반쯤 닳아버린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이현은 그것을 보고 또렷이 기억해냈다.
그것은 그녀가 자신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였다.
"이현, 당신은 저보다 더 크고 높은 곳을 바라보고 계시겠지요. 저는 다만 당신이 저를 기억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는 그 편지를 받았을 때, 단 한 번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땐 중요한 일이 많았고, 자신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홀로 남아 하늘을 바라보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이제는 오지 않겠지 당신도, 내 마음도."
이현은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손끝에 닿을 수 없었다.
"소연아!"
그러나 그녀는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죽은 자였고, 그녀는 여전히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때,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깨달았느냐?"
이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이제야 알았다."
그는 자신의 욕망과 야망만을 좇아 사랑하는 이들을 뒤로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그것이 끝없는 후회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선택하라."
저승사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이제 세 번의 기회를 통해 너의 삶을 돌아보았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다시 삶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모든 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이현은 한참을 망설였다.
돌아간다 한들, 그는 이전처럼 살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만약 그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얻는다면, 이번에는 진정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결연한 눈빛으로 저승사자를 바라보았다.
"내게 다시 기회를 주시오. 이번에는 후회 없이 살겠다."
저승사자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너의 선택을 존중하겠다."
그 순간,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풍경이 희미해지며, 모든 것이 한줄기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현은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새로운 삶을 향해 눈을 떴다.
5: 저승사자의 심판
이현이 눈을 떴을 때, 그는 다시 저승사자와 마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주위는 끝없는 어둠이었고,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스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승사자는 묵묵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판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저승사자의 목소리는 무겁고도 위엄이 있었다.
"네가 세 번의 기회를 통해 깨달은 것은 무엇이냐?"
이현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왔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저승사자를 바라보았다.
"나는 사랑하는 가족을 외면했고, 진정한 우정을 가벼이 여겼으며,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이현의 목소리는 깊은 후회와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만약 다시 기회를 얻는다면, 이번에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겠다."
저승사자는 묵묵히 그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네가 정말로 변화할 수 있겠느냐?"
이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결코 후회하지 않겠다."
저승사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마치 이현의 영혼을 꿰뚫어 보듯 깊이 응시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던 저승사자는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이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좋다. 하지만 명심하거라."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호했다.
"이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네가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때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다."
이현은 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다."
그 순간, 저승사자의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퍼져나갔다. 이현은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허공을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주위의 어둠이 천천히 걷히면서, 그는 점점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저승사자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변해 있을 것이다."
이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절대로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영혼은 현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6: 운명을 바꿀 마지막 순간
숨이 멎을 듯한 침묵 속에서 이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찬 기운이 감도는 방 안, 익숙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그는 천천히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폈다. 창호지 너머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새벽빛, 그리고 탁한 한약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디지?"
그는 손을 움직이려 했지만, 몸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메마른 목이 따끔거렸다.
그 순간,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살며시 열리더니, 단아한 옷차림의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작은 등잔을 들고 있었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이현 깨어나셨나요?"
이현의 심장이 순간 요동쳤다.
"소연?"
그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다 이내, 눈가가 촉촉해지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이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꿈이 아니었다. 그는 돌아왔다. 저승사자의 마지막 기회를 통해, 다시 삶으로 돌아온 것이다.
소연은 조용히 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길은 따뜻했다.
"얼마나 아프셨는지 아세요? 나흘이나 깨어나지 못하셨어요. 의관께서도 크게 걱정하셨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그동안 그를 돌보며 얼마나 애가 탔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현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니었다. 욕망과 허영에 휩싸여 사랑하는 사람들을 외면했던 과거의 자신이 아니었다.
그는 마른 입술을 열어 조용히 말했다.
"소연아"
소연은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네, 듣고 있어요."
이현은 한순간 목이 메어왔다.
그는 다시는 하지 못할 것 같았던 말을, 너무 늦게나마 전하고 싶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소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저는 기다렸어요. 당신이 다시 저를 불러줄 날을요."
그녀의 손이 이현의 손을 감쌌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 순간, 이현은 결심했다.
이번에는 다르게 살겠다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제 다시는 놓치지 않을 거야."
창문 너머로 희미한 새벽빛이 스며들었다. 그것은 마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빛처럼 부드럽고 따스했다.
7: 눈을 뜬 선비, 그리고 새로운 삶
이현은 창문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새벽빛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햇살이 그의 손등을 감싸며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누운 채로 숨을 가다듬으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살아 있다."
그 단순한 깨달음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저승에 있었고, 저승사자와의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살아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소연이 조용히 그의 곁을 지켰다.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쥔 채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않았다.
"이제 괜찮으신가요?"
이현은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 한구석이 저려왔다. 그는 그동안 소연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
"소연아, 나는"
그녀는 그의 말을 조용히 막았다.
"괜찮아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요. 하지만 이제부터 중요한 건, 남은 시간이잖아요?"
소연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그녀는 과거에 대한 원망도, 아쉬움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으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이현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동안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외면했고, 욕망과 허영에 휩싸여 삶을 소홀히 여겼다. 하지만 소연은 여전히 곁에 있었다. 이번에는 그가 그녀를 붙잡아야 했다.
"그래, 맞아. 이제부터가 중요하지."
그는 그녀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으며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방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형님이 깨어나셨다고요?"
이서였다.
이현은 순간적으로 놀랐다. 그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아직 기운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소연이 그의 어깨를 조심스레 받쳐주며 말했다.
"이서가 매일 와서 형님이 깨어나기를 기다렸어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활짝 열리며 이서가 뛰어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기쁨과 안도감이 뒤섞여 있었다.
"형님! 정말 다행이에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이서는 이현의 곁에 앉으며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손끝에는 떨림이 묻어 있었다.
이현은 동생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과거, 그는 늘 동생에게 무관심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이서 역시 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이서야."
이현은 동생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었다.
"형이 그동안 너무 모질게 굴었다. 정말 미안하다."
이서는 눈을 크게 떴다. 형이 이렇게 직접 사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형님. 이제 형님이 깨어나셨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번에는 다르게 살겠다."
그는 더 이상 욕망이나 허영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그는 이제 다시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하자."
엔딩 멘트
"우리는 때때로 후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삶 아닐까요? 여러분이라면 저승에서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