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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벌어진 기적의 화해 - 염라대왕이 고개를 숙인 날

by K sunny 2025.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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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벌어진 기적의 화해 - 염라대왕이 고개를 숙인 날

※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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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200자 이내)

평생을 원수로 살다 저승에서 만난 두 형제. 염라대왕의 서슬 퍼런 심판대 앞에서 이들의 운명은? 지옥의 형벌마저 멈추게 한 감동적인 화해의 순간, 그 기적 같은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 디스크립션 (300자 이내)

한 뼘의 땅을 두고 평생을 등졌던 형제가 죽어서야 염라대왕 앞에 함께 섭니다. 서로를 향한 원망과 미움만이 가득했던 그곳. 하지만 염라대왕이 내민 거울에 비친 것은 원망이 아닌 그리움과 후회의 눈물이었습니다. 미움의 벽을 허무는 용서의 힘에 대한 뭉클한 이야기.

※ 돌담 하나 사이의 원수

어르신들, 반갑습니다. 살다 보면 등 돌린 형제, 마음 상한 이웃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을 때가 있으시지요.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바로 그 지긋지긋한 미움의 벽을 허무는 ‘용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우리 마음속 묵은 응어리도 눈 녹듯 스르르 풀릴지 모를 일입니다.

옛날 어느 평화로운 마을에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생김새는 꼭 닮았지만 성품은 물과 불처럼 달랐지요. 형의 이름은 이선재, 아우의 이름은 이태호였습니다. 형 선재는 성정이 깊고 신중하여 매사 아버지를 도와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는 듬직한 맏이였습니다. 반면 아우 태호는 불같고 호탕하여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하고 싶은 말은 속에 담아두지 못하는 성격이었지요.

성품은 달랐어도, 두 형제의 우애는 마을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돈독했습니다. 산에서 토끼를 잡아도 똑같이 나누었고, 장터에서 떡 한 조각을 얻어도 형이 먼저 아우 입에, 아우가 먼저 형 입에 넣어주곤 했으니까요. 밭일을 할 때도 나란히 서서 땀을 흘렸고, 쉴 때면 큰 느티나무 아래서 똑같이 누워 하늘을 보았습니다. 그들에게 세상은 하나였고, 서로는 그 세상의 전부와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무심하고, 재물은 사람의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법인가 봅니다. 두 형제가 장성하여 혼인을 하고 각자 가정을 꾸리게 되었을 때, 평생을 기둥처럼 버텨주시던 아버지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아버지가 남긴 유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임종 직전, 형 선재의 손을 잡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선재야, 네가 형이니 집안의 기둥이다. 이 논과 밭을 잘 건사하여 우리 가문을 일으키고, 아우 태호를 잘 보살피거라.”

선재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모든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하고, 동생 태호에게는 해마다 소출의 일부를 나누어 주며 함께 농사를 짓자고 했습니다. 그것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보다 가문을 지키는 길이라 굳게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격 급한 태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똑같은 자식인데 어찌하여 모든 땅이 형의 것이 되는가. 아버지가 자신을 못 미더워하신 것이 분명하다, 형이 욕심을 부려 재산을 독차지하려 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태호는 형을 찾아가 소리쳤습니다. “형님,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아버지께서 남기신 땅에 어찌 내 몫은 없단 말이오! 형님이 내 몫까지 다 가로채려는 수작이 아니시오?” 선재는 억울했습니다. “태호야, 오해다. 나는 아버지의 뜻을 따를 뿐이다. 재산을 나누면 우리 힘이 약해지니, 함께 힘을 합쳐 더 큰 부를 일구자는 것이 내 뜻이다.” 하지만 한번 의심에 사로잡힌 태호의 귀에는 형의 진심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형의 모든 말이 변명처럼 들렸고, 그 신중한 표정마저 음흉한 속내를 감추려는 가면처럼 보였습니다.

그날 이후, 두 형제는 완전히 등을 돌렸습니다. 태호는 형이 주는 소출을 거부하고, 집안의 재산을 뚝 잘라 자신의 몫을 달라며 매일같이 싸움을 걸었습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선재는 전체 논밭 중 가장 척박한 땅 한 뙈기를 떼어 동생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이제 되었느냐! 이 땅을 줄 터이니,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거라!”

그날로 형제의 집 사이에는 어른 허리 높이의 돌담이 쌓였습니다. 마음의 벽이 현실의 벽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들은 한 마을에 살면서도 서로를 없는 사람 취급했습니다. 길에서 마주쳐도 침을 뱉고 지나갔고, 상대의 집안에 초상이 나도 문상은커녕 담벼락에 소금을 뿌리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미움은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져, 두 집안 아이들은 서로 말도 섞지 못하고 자라났습니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 모두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렸지만, 돌담 너머를 향한 원망의 불길은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죽는 날까지 서로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맹세하고 또 맹세했습니다.

※ 저승에서의 조우

미움이라는 것은 참으로 지독한 병과 같아서, 사람의 영혼까지 파고들어 좀먹는 법입니다. 이선재와 이태호, 두 형제는 평생을 서로를 향한 미움이라는 약을 먹고 살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주름진 얼굴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아닌, 서로에 대한 원망과 증오의 세월만이 깊게 새겨져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해 겨울, 마을에 지독한 역병이 돌았습니다. 웬일인지, 형 이선재가 먼저 기침을 하며 자리에 눕더니, 며칠 뒤에는 돌담 너머 아우 이태호마저 똑같은 증세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태어날 때처럼, 갈 때마저 약속이나 한 듯이 말입니다. 형 선재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가는구나. 허나 저놈보다 하루라도 더 살다 가야 하는데… 원통하다.’ 아우 태호 역시 꺼져가는 숨을 몰아쉬며 이를 갈았습니다. ‘억울하다. 저 영감탱이 낯짝에 침이라도 한번 더 뱉고 갔어야 했는데….’

결국 두 사람은 한날한시에 마지막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평생을 서로 등지고 살았던 형제가 죽음만은 함께 맞이한 기구한 운명이었지요. 정신을 차려보니, 두 사람은 안개 자욱한 황천길에 덩그러니 서 있었습니다. 아직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아우 태호였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살아생전의 증오가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아니, 형님이 여긴 어쩐 일이시오? 혹시 내 뒤를 밟기라도 한 것이오?” 형 선재 역시 지지 않고 쏘아붙였습니다. “이놈! 네가 왜 여기에 있느냐! 불효막심한 놈이 먼저 지옥에나 떨어질 것이지, 어딜 감히 멀쩡히 서 있느냐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저승길 한복판에서 또다시 삿대질을 하며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살아생전과 다른 것이라곤, 그들의 몸이 희미한 연기처럼 변해 있다는 것뿐이었지요. 그 순간,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의 차사 둘이 나타나 말없이 쇠사슬을 던졌습니다. 두 형제는 꼼짝없이 쇠사슬에 묶여, 서로를 노려보며 마지못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바로 염라대왕의 심판이 이루어지는 거대한 염라전이었습니다. 수많은 귀졸들이 도열한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두 형제는 나란히 염라대왕 앞에 꿇어앉혀졌습니다. 보통의 망자라면 그 위엄에 눌려 고개조차 들지 못할 터였지만, 이들 형제는 예외였습니다. 염라대왕이 지옥의 밑바닥에서부터 울려오는 듯한 깊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너희는 이선재, 이태호 형제가 맞느냐. 살아생전 무슨 연유로 한날한시에 이곳까지 오게 되었느냐.”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태호가 소리쳤습니다. “대왕님! 소인이 먼저 아뢰겠나이다! 저기 있는 자는 제 형이 아니라, 부모님의 유산을 독차지하고 아우를 내친 천하의 파렴치한이옵니다! 부디 저 자에게 큰 벌을 내려주시옵소서!” 그러자 형 선재도 참지 못하고 맞받아쳤습니다. “닥치거라! 대왕님, 속지 마십시오! 저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가문을 지키려 했을 뿐인데, 저 배은망덕한 놈이 제 욕심만 채우려 들고 형에게 대들어 평생 저의 속을 썩인 놈입니다! 죄를 따지자면 저놈의 죄가 백배는 더 클 것이옵니다!”

두 형제는 염라대왕의 심판대 앞이라는 것도 잊은 채, 서로의 멱살이라도 잡을 듯이 달려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평생 동안 쌓이고 쌓인 원망과 서러움을 토해내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염라전의 모든 귀졸들과 망자들이 기가 막힌다는 듯 그들을 쳐다보았습니다. 거룩하고 엄숙해야 할 심판의 장이, 마치 시골 장터의 싸움판처럼 변해버린 것입니다.

한참 동안 그들의 추한 다툼을 말없이 지켜보던 염라대왕이 마침내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습니다. 순식간에 염라전에는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두 형제는 그제야 정신이 좀 드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염라대왕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곧 누가 더 죄가 큰지,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 생각했지요. 하지만 염라대왕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노여움 대신, 깊은 연민과도 같은 기운이 서려 있었습니다.

“딱하구나. 너희는 평생을 미워하다 죽어서까지 서로를 붙들고 있구나. 좋다. 너희의 죄를 심판하기 전에, 너희가 한평생 무엇을 잃고 살았는지를 먼저 보여주겠다. 저들에게… 업경대를 내어주어라.”

※ 업경대에 비친 그리움

염라대왕의 명이 떨어지자, 거대하고 맑은 거울이 두 형제의 앞에 홀연히 나타났습니다. 업경대(業鏡臺). 살아생전의 모든 것을 비춘다는 저승의 거울이었지요. 이선재와 이태호, 두 형제는 서로를 흘깃거리며 마른침을 삼켰습니다. 각자 자신의 결백함과 상대방의 악랄함이 저 거울에 비치기를, 그리하여 이 지긋지긋한 싸움의 정당한 승자가 되기를 속으로 바라고 있었던 게지요.

하지만 업경대는 그들의 기대를 무참히 배신했습니다. 거울의 표면이 맑은 수면처럼 한 번 일렁이더니, 제일 먼저 비춘 것은 뜻밖에도 그들의 유년 시절이었습니다. 때는 쨍한 햇살이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 두 형제는 발가벗은 채 냇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습니다. 얼굴도, 웃음소리도 똑 닮은 두 아이는 한 마리의 잠자리를 잡으려고 함께 넘어지고, 함께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형이 동생의 등을 밀어주고, 동생이 형의 머리카락에 붙은 지푸라기를 떼어주는 모습. 그곳에는 미움도, 재물도, 원망도 없었습니다. 오직 세상에 둘도 없는 형제애의 순수한 빛만이 가득할 뿐이었습니다.

두 형제는 순간 말을 잃었습니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잊고 살았던, 아니, 잊으려 애썼던 기억이었습니다. 저토록 해맑게 웃던 시절이, 서로가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들의 영혼을 감싸고 있던 증오의 갑옷에 아주 작은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거울의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이번에 비친 곳은 형 선재의 안방이었습니다. 때는 아버지의 제사를 지낸 깊은 밤, 모두가 잠든 시간이었습니다. 거울 속의 선재는 홀로 촛불 아래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앞에는 가문의 족보와 장부가 놓여 있었지만, 그의 눈은 그것을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의 시선은 창밖, 돌담 너머 동생 태호의 집 쪽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낮 동안의 엄격함이나 냉정함은 온데간데없고, 깊은 시름과 회한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는 혼잣말처럼 나직이 읊조렸습니다.

“태호야, 이 어리석은 아우야... 내가 밉겠지. 내가 원망스럽겠지. 허나 이 가문을 지키고 너와 네 식솔들을 굶기지 않으려면, 나로서는 이 길밖에 없었다. 내가 모질게 굴어야만 우리 모두가 산다고 믿었다. 이 형의 깊은 속을 네가 어찌 알겠느냐….”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그의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주름진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동생 태호는 숨을 멈췄습니다. 그가 평생을 냉혈한이라 욕하고, 탐욕스러운이라 손가락질했던 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저 모습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형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니, 자신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홀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마음을 짓누르던 원망의 바위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업경대는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다음 장면을 비추었습니다. 이번에는 명절날, 아우 태호의 집이었습니다. 이웃집에서는 웃음소리가 담을 넘었지만, 태호는 마루에 홀로 앉아 막걸리 사발만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말했습니다. “그만 드시구려. 명절인데 아이들 보기도 민망하지 않소.” 그러자 태호는 술기운을 빌려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시끄럽소! 명절은 무슨 놈의 명절! 저 담벼락 너머에서는 내 것을 훔쳐간 도둑놈이 떵떵거리고 있는데!”

하지만 그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울은 그의 영혼 깊은 곳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의 눈동자에 서린 것은 분노가 아닌, 지독한 ‘그리움’과 ‘외로움’이었습니다. 그는 술잔을 내려놓고는 돌담 쪽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렸습니다. 그 목소리는 아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것이었지요.

“형님… 오늘은 아버님 생각도 나고, 옛날 생각도 나는구려. 내가 정말 원했던 건 저 논 몇 마지기가 아니었는데…. 그저 예전처럼 형님과 함께 막걸리 한잔 기울이며 아버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내가 왜 이리 꼬여버렸을까.”

그의 어깨는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의 무게에 짓눌려 초라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형 선재의 영혼은 거대한 망치로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아우의 그악스러움이 실은 서운함의 다른 표현이었음을, 그 억지가 실은 형을 잃은 슬픔의 몸부림이었음을 그는 단 한 번도 헤아려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업경대의 빛이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염라전에는 다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그 살벌한 침묵과는 달랐습니다. 두 형제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서로에게 던졌던 모진 말들과 냉정한 눈빛들이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을 느껴야 했습니다.

※ 백 년의 미움, 한순간의 눈물

염라전의 침묵은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이선재와 이태호, 두 형제는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혹은 너무나 그리워했던 사람처럼 서로를 차마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가로막고 섰던 돌담보다 더 높고 두꺼운 후회와 미안함의 벽이 그들 사이에 생겨난 듯했습니다. 그 무겁고도 성스러운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아우 태호였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묻어두었던 평생의 세월만큼이나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형님….”

그 한마디에 형 선재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습니다. 태호가 ‘형님’이라고, 그 원수 같던 자신이 ‘형님’이라고 불렀습니다. 태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밤마다… 그리 혼자… 울었소? 형님의 그 깊은 속도 모르고… 이 미련한 아우는 평생을 형님 가슴에 대못만 박았구려….”

그 말에 마침내 형 선재의 강인했던 둑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는 대답 대신 아이처럼 ‘허헝’ 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평생을 짊어지고 왔던 맏이라는 무게, 가문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동생에게 미움받는 고통을 단 한 번도 내색하지 못했던 그의 영혼이 마침내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의 울음은 억울함의 울음이 아니었습니다. 미안함의 울음이었고, 아우를 향한 연민의 울음이었습니다.

그 울음소리에 태호 역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형에게 기어가다시피 다가가 그 앞에 엎드렸습니다. “형님! 내가 죽일 놈이오! 내가 천하의 불효자요, 천하의 몹쓸 아우요! 형님의 눈물을 내 손으로 닦아주지는 못할망정, 그 눈물 위에 소금을 뿌렸으니 나를 매우 치시오! 나를 지옥 불에 던지시란 말이오!”

선재는 우는 동생을 일으켜 세우려 했습니다. 그의 손이 태호의 어깨를 향했지만, 연기처럼 변한 몸은 서로를 통과할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필사적으로 동생을 끌어안으려는 듯 몸짓했습니다.

“아니다, 아우야! 내가 못난 탓이다! 내가 너를 좀 더 보듬고, 내 속을 터놓고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내 고집이, 내 자존심이 너를 외롭게 만들었다. 이 형을 용서해다오….”

두 사람은 서로의 실체 없는 몸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들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서로를 향한 원망의 외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통한의 눈물이었고, 서로의 아픔을 이제야 알아준 것에 대한 안도의 눈물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형제’가 될 수 있다는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수십 년을 얼어붙게 만들었던 미움의 돌담이, 뜨거운 눈물 한 방울에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염라전을 가득 채웠던 삼엄한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두 형제의 진실한 눈물만이 성스러운 빛을 발하며 주위를 밝혔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 “형님!” “아우야!” 그 부름 속에는 ‘미안하다’, ‘고맙다’, ‘그리웠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수만 가지의 말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염라대왕의 심판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이미 서로를 용서하고, 서로에게 용서받음으로써, 스스로의 영혼을 구원한 것입니다. 평생을 서로에게 가장 무거운 지옥이었던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게 가장 따뜻한 천상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단상 위에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염라대왕의 무표정한 얼굴에, 천 년 만에 피는 꽃처럼 아주 희미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위대한 심판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염라를 감동시킨 용서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염라전을 가득 채웠던 두 형제의 울음소리가 마침내 잦아들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듯, 혹은 잃어버렸던 자신의 반쪽을 되찾은 듯, 말없이 서로를 향해 있었습니다. 그들의 영혼을 옭아매고 있던 수십 년 묵은 증오와 원망의 쇠사슬은, 뜨거운 눈물에 씻겨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염라전에는 더 이상 죄인과 죄인이 아닌, 그저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한 쌍의 형제만이 서 있을 뿐이었지요.

그때였습니다. 단상 위에서 그 모든 것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염라대왕이 아주 오랜만에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더 이상 지옥의 심판자처럼 차갑고 서늘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깊은 겨울을 이겨낸 봄날의 햇살처럼, 혹은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깊고 따뜻한 울림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에 희미하게 피어났던 미소는, 이제 자애로운 빛이 되어 온화하게 염라전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들라, 어리석고도 아름다운 영혼들이여.”

그 목소리에 두 형제는 화들짝 놀라 염라대왕을 바라보았습니다. 염라대왕은 말을 이었습니다.

“너희는 이 저승에 와서 가장 어려운 심판을 스스로 끝마쳤다. 이 염라전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수만 명의 죄인들을 심판하지만, 너희처럼 스스로를 심판하고 스스로를 구원하는 영혼은 실로 보기 드물다.”

염라대왕의 시선은 두 형제를 넘어, 마치 살아있는 모든 인간들을 향하는 듯 깊어졌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나직한 가르침이 되어 염라전에 울려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지옥의 불이 가장 뜨거운 형벌이라 생각한다. 허나 진정 가장 뜨거운 지옥불은 제 가슴에 미움이라는 불을 품고, 밤낮으로 스스로를 태우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도산지옥의 칼날이 가장 아픈 형벌이라 생각한다. 허나 진정 가장 아픈 고통은 살아생전 가장 사랑했던 이와 서로의 마음에 칼날을 박고 할퀴는 것이다. 너희는 평생을 바로 그 지옥 속에서 살아왔으니, 내가 더 이상 무슨 벌을 내릴 수 있겠느냐.”

그의 말에 두 형제는 다시금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들의 삶이야말로 진정한 지옥이었음을, 그들은 이제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서로를 미워하며 보낸 하루하루가 바로 끓는 가마솥이었고, 서로에게 던진 모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심장을 찌르는 칼날이었던 것입니다.

“허나 너희는 마침내 그것을 이겨냈다.” 염라대왕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습니다. “너희는 이 저승에서 가장 위대한 힘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그것은 바로 ‘용서’라는 이름의 힘이다. 용서란 상대를 위한 것이기 이전에, 미움이라는 감옥에서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는 가장 위대한 열쇠이니라. 미움의 돌담을 쌓는 데는 평생이 걸렸으나, 그것을 허무는 데는 진실한 눈물 한 방울이면 충분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한 기적이 아니겠느냐.”

염라대왕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그리고는 두 형제를 향해 선언했습니다.

“이에 너희에게 죄를 묻지 않겠다. 너희는 이미 서로의 지옥이 되었다가, 서로의 천상이 되었으니, 더 이상의 심판은 무의미하다. 너희는 무죄다. 이제 모든 원망과 후회는 이 염라전에 내려놓고, 형제의 손을 잡고 너희의 마지막 길을 떠나거라.”

그것은 판결이라기보다 축복에 가까웠습니다. 이선재와 이태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다시금 맑은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이번에는 후회의 눈물이 아닌, 감사와 평온의 눈물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염라대왕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여 마지막 절을 올렸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서로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수십 년 만에 맞잡은 형제의 손은, 비록 실체는 없었으나 그 어떤 것보다도 따뜻하고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나란히 서서, 한평생 등지고 살았던 서로의 그림자를 처음으로 하나로 합치며 천천히 염라전을 걸어 나갔습니다.

※ 함께 건너는 마지막 강

염라전을 빠져나온 두 형제의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안갯속 길이 나타났습니다. 그 길의 끝에는 거대한 강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강은 죄인들이 건너는 검고 험한 한탄강이 아니었습니다. 강물은 맑은 옥색 빛을 띠고 있었고, 그 위로는 새벽녘의 물안개처럼 신비롭고 뽀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강물 소리는 구슬픈 흐느낌이 아니라, 마치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평화롭고 잔잔하게 들려왔습니다. 그곳은 모든 망자가 거쳐 간다는 망각의 강, 망천(忘川)이었습니다.

두 형제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의 그 어떤 어둠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강가에 다다른 형 선재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평온을 되찾아 있었습니다.

“아우야, 저 강을 건너면 살아생전의 모든 기억을 잊게 된다고 하더구나.”

그 말에 아우 태호가 형의 손을 더욱 꽉 잡으며 대답했습니다. “상관없소, 형님. 우리가 서로를 미워했던 기억이라면 깨끗이 잊는 것이 더 좋지 않겠소. 허나… 단 하나, 우리가 이곳에서 서로를 용서하고 다시 형제가 되었다는 이 기억만큼은 잊고 싶지 않구려.”

선재는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이 기억만 있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다시 태어나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게다.”

두 사람은 강물에 천천히 발을 담갔습니다. 강물은 놀랍도록 따뜻했습니다. 그 따뜻한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자, 평생 그들을 짓눌렀던 삶의 무게와 마음의 응어리들이 안개처럼 스르르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들은 강을 건너며,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형님, 기억나시오? 어릴 적 서리 맞은 홍시를 따겠다고 담에 올랐다가 내가 떨어졌을 때, 형님이 나를 업고 오십 리 길을 달려 약방으로 갔던 것 말이오.”

“어찌 잊겠느냐. 그때 네가 어찌나 울던지, 내 등짝이 온통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었었지. 너는 그때를 기억하느냐? 내가 장터 왈패들에게 맞고 있을 때, 네가 조그만 주먹을 쥐고 내 앞을 가로막으며 ‘우리 형님을 때리지 말라!’고 소리쳤던 것을.”

“물론이오, 물론이고말고. 그때 형님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큰 산이었소.”

그들의 대화 속에는 이제 그 어떤 원망도, 아쉬움도 없었습니다. 오직 서로에 대한 애틋한 기억과 따뜻한 추억만이 강물처럼 잔잔히 흘렀습니다. 강은 점점 깊어졌고, 허리까지 차오른 물안개는 그들의 모습을 희미하게 감추었습니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이선재와 이태호라는 이름의 개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형제’라는 이름의 하나의 존재가 되어, 서로에게 의지한 채 평화로운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그들의 모습이 강 저편의 안갯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아우 태호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형님, 다음 생에는… 부디 더 좋은 형제로 만납시다.” 그러자 형 선재의 목소리가 화답하는 듯했습니다. “아니다, 아우야. 나는 다음 생에도 너를 내 아우로 만나고 싶다. 그때는… 내가 더 잘하마.”

두 개의 빛은 그렇게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안개 저편의 영원한 평온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미움이라는 긴 겨울을 끝내고, 마침내 함께 따뜻한 봄을 맞이한 것입니다. 어르신들, 이처럼 용서란, 상대를 위한 것이기 이전에, 길고 어두운 터널을 헤매던 자기 자신을 마침내 빛으로 이끄는 구원의 손길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요.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들려드린 두 형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그것은 상대를 위한 것이기 이전에, 미움이라는 차가운 감옥에서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는 가장 위대하고 따뜻한 여정일 것입니다.

어르신들의 마음속에도 혹여나 풀지 못한 응어리가 있다면, 오늘 밤 용서라는 이름의 따뜻한 약을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미움과 재물에서 벗어난 진짜 부자는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시간에는 <염라대왕이 가르쳐준 "진짜 부자"가 되는 방법>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저희에게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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