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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춤춘 기생 홍연

by K sunny 2025.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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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춤춘 기생 홍연, 염라대왕이 내린 뜻밖의 판결 『청구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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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죽음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한평생 춤 하나로 한양을 울린 기생 '홍연'. 마침내 염라대왕 앞에 불려가자, 그녀는 목숨을 구걸하는 대신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대왕님! 제 춤 한 곡조를 올리게 해주십시오!" 과연, 저승의 왕 앞에서 펼쳐진 춤사위는 그녀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었을까요?

디스크립션

시니어 여러분께 들려드리는 '청구야담' 속 놀라운 이야기. 천한 기생의 신분으로 죽어 염라대왕의 심판대에 오른 '홍연'. 그녀가 가진 무기는 오직 춤뿐. 모두가 지옥을 말할 때, 그녀는 춤으로 극락을 쟁취합니다. 한평생 갈고닦은 '예(藝)'가 운명을 바꾸는 짜릿하고 감동적인 순간을 만나보세요.

※ 한양 제일의 기생 '홍연'

때는 조선 숙종 시절, 온갖 풍류와 멋이 넘치던 한양. 그중에서도 제일로 치는 요정 '명월관'의 밤은 유난히 뜨거웠습니다. 좌의정 대감의 환갑을 축하하는 거대한 연회가 열린 것입니다. 온갖 기름진 음식 냄새와, 사내들의 호탕한 웃음소리, 그리고 여인들의 간드러진 교태가 뒤섞여,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지요.

"허허허, 역시 대감의 잔치답게, 한양의 내로라하는 기생들은 모두 모였구려!" "아, 보시게. 저기 저 스무 살 갓 넘은 '월향'이. 저 아이의 가야금 소리가 요즘 한양의 풍류를 휘어잡고 있다지 않소." 사내들의 시선이 온통 젊고 어여쁜 기생, 월향에게로 쏠려 있었습니다. 월향은 그 시선을 한껏 즐기며, 붉은 입술로 아양을 떨었지요.

바로 그때, 연회장의 문이 열리고, 좌의정 대감이 가장 아끼는 기생, '홍연(紅蓮)'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녀가 등장하자, 시끄럽던 연회장이 순간,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홍연은, 마흔 줄에 들어선 기생이었습니다. 스무 살 월향의 풋풋함에 비하면, 그녀의 눈가에는 세월의 잔주름이 살짝 잡혀 있었지요. 하지만 그 세월이, 그녀에게서는 독(毒)이 아니라, 깊은 향기(香氣)가 되어 풍겨 나왔습니다. "아니, 저이는 홍연이 아닌가." "아직도 저이가 제일이란 말인가? 저 나이에"

젊은 기생 월향이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습니다. "흥, 한물간 홍연 언니가 어찌 대감의 잔치에" 하지만 좌의정 대감은 자리에서 일어나, 친히 홍연의 손을 잡았습니다. "홍연아, 네가 오지 않으면 이 잔치는 잔치가 아니다. 너의 춤이 없으면, 이 술은 그저 맹물일 뿐이지." 홍연은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연회장 한가운데로 나아갔습니다. 그녀는 다른 기생들처럼 화려한 비단옷을 입지도, 요란한 장신구를 달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하얀 소복(素服)과도 같은 춤옷, 그 하나뿐이었습니다.

음악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느리고 구슬픈 가락, 이내 빠르고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는 장단. 홍연의 춤사위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그런 교태 섞인 춤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손끝은 허공을 가르며 한(恨)을 풀어냈고, 그녀의 발 디딤은 땅을 울리며 생(生)의 기쁨을 노래했습니다. 젊은 기생 월향의 춤이 나비를 흉내 내는 '기교'라면, 홍연의 춤은 나비 그 자체가 되어 날아오르는 '경지'였습니다. 그녀는 한평생 천한 기생의 몸으로 살았지만, 스스로의 춤만은 천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내 몸은 사내들에게 술을 따르지만, 내 춤은 하늘에 올리는 제물이다." 이것이 그녀의 철학이었습니다.

연회장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습니다. 좌의정 대감은 눈을 감고 그 춤사위에 담긴 희로애락을 음미했고, 홍연을 비웃던 월향은, 자신도 모르게 손에 쥔 손수건을 꽉 움켜쥐었습니다. 저것은 흉내 낼 수 없는 춤이었습니다. 수십 년의 세월을 오롯이 춤 하나에 바친 자만이 출 수 있는, 영혼의 춤이었습니다. 마침내 춤이 절정에 달했습니다. 홍연은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져 허공으로 두 팔을 뻗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땀으로 젖었지만, 그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가장 완벽한 동작으로 허공에 멈춰 섰던 홍연의 몸이, '툭', 하고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으로 쓰러졌습니다. "!" "홍연아!" "무슨 일이냐!" 연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좌의정 대감이 달려가 홍연을 끌어안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일생일대 가장 완벽한 춤을 마치고, 바로 그 절정의 순간에 심장이 멎어버린 것입니다.

※ 절정의 춤을 마친 홍연

"홍연아! 홍연아, 정신을 차리거라!" 좌의정 대감의 절박한 외침이, 마치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몽롱하게 멀어져 갔습니다. '아 대감의 목소리다. 춤이 마음에 드셨나 보군.' 홍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기분 좋은 피로감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쉬었다가 일어나야지. 오늘 춤은, 정말 나쁘지 않았어.'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홍연은 문득, 지독한 한기(寒氣)에 눈을 떴습니다. 화려했던 연회장의 등불도, 기름진 음식 냄새도, 사내들의 웃음소리도 모두 사라진 뒤였습니다. "여기가 어디지?" 눈앞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안개 자욱한 흙길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공기는 축축하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대감? 월향아? 아무도 없느냐?"

그때, 등 뒤에서 무감각하고 메마른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헛되다. 이승의 이름을 부르지 마라." 홍연이 화들짝 놀라 돌아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전설로만 듣던 '저승사자'가 서 있었습니다. 새까만 갓을 쓰고, 창백하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얼굴. 그의 손에는 망자(亡者)의 이름이 적힌 명부(名簿)가 들려 있었습니다. "나리. 나리는 누구십니까?" "나는 명부(冥府)의 차사(差使). 너를 데리러 왔다." "저를 데리러 오다니요? 저는 좌의정 대감의 연회에"

저승사자는 명부를 '탁' 소리 나게 펼쳤습니다. "한양 기생 홍연. 수(壽)가 다하여, 오늘 자시(子時)에 명을 거두었노라." 홍연은 그제야 자신이 쓰러졌던 순간을, 그리고 싸늘하게 식어가던 몸의 감각을 떠올렸습니다. "내가 죽었구나." 다른 망자들 같았으면, 이 순간 땅을 치며 통곡하고, 살려달라 애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홍연은, 그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볼 뿐이었습니다. "죽었구나"

저승사자는 이런 반응이 낯설다는 듯, 홍연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울지 않느냐? 발버둥 치지도 않고." 홍연은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울면 살려주시는 겁니까?" "아니." "그럼, 울어서 무엇합니까." 그녀는 오히려 당당하게 저승사자를 마주 보았습니다. "그런데, 나리. 정말 아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쉬운 것?" "예. 제 춤이 마지막 한 가락을 미처 다 끝내지 못했습니다. 딱 한 번만, 그 마지막 동작만 마치고 가면 안 되겠습니까?"

저승사자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수천 년간 망자를 데려오면서, "돈을 더 벌어야 한다", "자식들 얼굴 한 번만 더 보게 해달라"는 망자는 수없이 봤어도, "춤을 마저 춰야 한다"는 망자는 처음이었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마라. 춤이 밥 먹여주더냐? 이미 죽은 몸, 춤이 다 무슨 소용이냐. 어서 가자. 염라대왕님이 기다리신다." 저승사자는 홍연의 팔을 잡아끌려 했습니다. 하지만 홍연은, 그 차가운 손을 뿌리치고는, 저승길 한복판에 꼿꼿이 섰습니다.

"나리. 나리께 밥은 목숨일지 모르나, 저에게 춤은 목숨 그 자체였습니다. 밥을 굶어도 춤을 추었고, 뭇 사내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때도, 춤 하나로 버텼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천한 기생의 목소리가 아닌, '장인(匠人)'의 긍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잠시 멈칫했습니다. 그는 홍연의 눈에서, 두려움이나 원망이 아닌, 알 수 없는 '빛'을 보았습니다. "가자. 대왕님 앞에서도, 그따위 당돌한 소리가 나오는지 보자꾸나." 저승사자는 재촉하듯 앞서 걸었고, 홍연은 하얀 춤옷 자락을 여미며, 묵묵히 그 뒤를 따랐습니다. 안개 자욱한 저승길을, 그녀는 마치 새로운 무대로 걸어가는 듯,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 염라대왕의 심판정 '명부전' 도착

얼마나 걸었을까요. 춥고 어둡던 안갯길이 끝나자, 홍연의 눈앞에 거대하고 시커먼 궁궐이 나타났습니다. 현판에는 '명부전(冥府殿)'이라는, 피처럼 붉고 서슬 퍼런 글씨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 문을 통과하자, 거대한 광장이 나왔는데, 그곳은 이미 이승에서 끌려온 수백의 망자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모두가 공포에 질려, 흙빛이 된 얼굴로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고 있었지요. "흐흑 내가 왜 이곳에" "살려주시오! 살려주시오!"

홍연은 그들 사이에 조용히 섰습니다. 그때, 명부전의 육중한 문이 '끼이익' 하고 열리며, 옥졸(獄卒)이라 불리는, 소머리와 말머리를 한 무시무시한 귀신들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들은 쇠사슬로 망자 여럿을 한데 묶어 끌고 나왔습니다. "으악! 잘못했습니다!" "이놈! 이놈! 감히 염라대왕님을 속이려 들어!" 옥졸들이 끌고 나온 첫 번째 망자는, 이승에서 고리대금업으로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던 거부(巨富)였습니다. "저는 저는 억울합니다! 저는 그저, 부지런히 돈을 모았을 뿐입니다! 절도 짓고, 불상도 시주했단 말입니다!"

그러자 옥졸이 '업경대(業鏡臺)'라 불리는 거대한 구리 거울을 그자 앞에 들이밀었습니다. "네놈의 위선을 직접 보아라!" 거울 속에는, 흉년에 쌀값을 열 배로 올려 굶어 죽는 아이들을 외면하던 거부의 모습, 그리고 절에 시주한 돈이 사실은 빼앗은 땅문서 값이었음이 낱낱이 비쳤습니다. "아 아악!" 거부는 자신의 죄를 보고 경악했습니다. "저놈을 '아귀도(餓鬼道)'로 보내라! 평생 굶주림의 지옥에서 고통받게 하라!" 옥졸들은 거부를 질질 끌고 지옥문으로 사라졌습니다.

다음은, 낯이 익은 얼굴이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위세 등등하던, 한양의 어느 탐관오리였습니다. 그는 이승에서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저승사자에게도 뇌물을 바치려 했습니다. "사자님, 사자님. 제 집에 황금이 천 근이 있소. 나를 살려 보내주면, 그 절반을" 저승사자는 경멸의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때, 명부전 안에서 산이 무너지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저 어리석은 놈을 당장 끌어들이라!"

탐관오리는 명부전 안으로 끌려 들어갔고, 잠시 후 끔찍한 비명과 함께 다시 내동댕이쳐졌습니다. "백성의 고혈을 짜내 제 배를 불린 죄! '도산지옥(刀山地獄)'에 처한다!" 옥졸들이 칼이 솟아난 산으로 그를 끌고 갔습니다. 홍연은 이 모든 광경을, 창백해진 얼굴로 지켜보았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저런 대감들도, 저런 부자도, 얄짤없이 지옥으로 가는구나. 그렇다면 나 같은 천한 기생은' 홍연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춤옷 자락을, 자신도 모르게 꽉 움켜쥐었습니다.

※ 판관이 '기생'으로서의 죄목

"망자 홍연. 들라." 저승사자가 홍연의 등을 떠밀었습니다. 홍연은 떨리는 다리를 애써 가누며, 거대한 명부전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전(殿) 안은 수천 개의 횃불로 대낮같이 밝았으나, 그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저 높은 옥좌(玉座)에, 그림으로만 보던 '염라대왕(閻羅大王)'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분노도, 기쁨도 없는 '무(無)' 그 자체였으나, 그 두 눈은 이 세상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깊고도 무서웠습니다. 좌우로는 수십 명의 저승 판관(判官)들이, 망자들의 죄를 기록한 두루마리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홍연은 그 앞에 엎드렸습니다. 염라대왕의 시선이, 홍연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훑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잠시 후, 한쪽의 판관이 두루마리 하나를 펼쳐 들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낭독하기 시작했습니다. "망자 홍연. 갑자년(甲子年) 생. 한양 기생." 판관의 목소리는 그녀의 모든 삶을 낱낱이 고발했습니다. "일곱 살에 기방(妓房)에 팔려와, 열다섯에 머리를 올리고, 평생 수천의 사내들에게 술을 따르고 웃음을 판 죄."

판관이 염라대왕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이 계집은 천한 기생의 몸으로, 뭇 사내들을 홀리고, 그 처자식들의 눈에 피눈물을 내게 한 죄가 크옵니다. 또한, 밤낮으로 풍악을 울려 풍기를 문란케 하였으니, 마땅히 '색욕지옥(色慾地獄)'에 처해야 할 줄로 아뢰오!" '색욕지옥'. 그 말을 듣는 순간, 홍연은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습니다.

염라대왕이, 산이 울리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망자 홍연. 너는 기생으로 살며, 사내를 홀린 죄를 인정하느냐." 홍연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방금 전, 지옥으로 끌려가던 거부와 탐관오리의 비명이 귓가에 쟁쟁했습니다. 그녀 역시 "억울합니다!", "시어미니가 시켜서",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고 변명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홍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옥좌의 염라대왕을, 떨리지만 꼿꼿한 눈으로 마주 보았습니다. "대왕마마. 소인이 기생으로 산 것은 사실이오나, 사내를 '홀린' 적은 없사옵니다." "뭣이라?" 판관들이 경악하며 소리쳤습니다. 감히 망자가 염라대왕 앞에서 변명을 하다니. "네년이 술을 따르고 춤을 춘 것이 홀린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홍연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판관님. 소인이 판 것은 술과 웃음이 아니오라, '예(藝)'였습니다." "예?" "예. 소인은 춤을 팔았습니다. 이승의 대감들이 소인의 춤을 보고, 시름을 잊고, 마음의 평안을 얻으셨다면, 그것이 어찌 '죄'가 된단 말입니까. 소인은" 홍연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습니다. "소인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소인의 춤을 더럽힌 적이 없사옵니다. 그것은 소인의 목숨이자, 유일한 진심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의 미간이 꿈틀했습니다. "진심이라. 이 저승의 심판대 위에서, '진심'을 논하는 자는 네가 처음이로구나. 좋다. 허나, 그 입으로 떠드는 진심을 내가 어찌 믿는단 말이냐." 지옥행이 거의 확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홍연이 눈물을 닦고 당당히 제안

'이대로 끝인가. 내 춤이, 내 일생이, 그저 '사내를 홀린 죄'로 끝나버리는 것인가.' 홍연은 절망감에 눈을 감았습니다. 지옥의 끔찍한 형벌보다, 자신의 삶이 그저 '죄'로만 기록된다는 것이 더 무섭고 억울했습니다. 그때,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 '말'로서는 안 된다. 이분들은 내 춤을 본 적이 없다. 내 평생의 진심은 혀끝이 아니라, 발끝과 손끝에 담겨 있었다.'
홍연은 그 자리에 '쿵' 소리가 나게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염라대왕이시여!" 염라대왕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듯 차가웠습니다. "또 무슨 할 말이 남았느냐. 변명은 듣지 않겠다." "소인의 말주변이 짧아, 제 삶의 진심을 다 표현하지 못하겠나이다. 부디 소인의 삶을, 소인의 '몸'으로 직접 보여드리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염라대왕의 목소리에 의아함이 깃들었습니다. "몸으로? 그것이 무슨 뜻이냐." 홍연은 고개를 들고, 결코 물러서지 않을 기세로, 당당하게 외쳤습니다. "소인의 춤 한 곡조를, 이 자리에서 올리게 해주십시오! 그 춤을 보시고도 소인이 지옥에 가야 한다면, 그땐 아무 원망 없이 '도산지옥'이라도 달게 가겠나이다!"

그 순간, 명부전 전체가 술렁거렸습니다. "뭣이라!" "저 미친 계집이!" "감히 대왕님 앞에서 춤을 추겠다?" "저승의 법도를 어지럽히는 망발이다! 당장 저년의 혀를 뽑아라!" 판관들이 경악하며 옥졸들을 불렀습니다. 홍연을 끌고 왔던 저승사자 역시, 자신이 데려온 망자가 천하의 망동을 부린 것에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수천 년 명부 생활에 이런 망신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는 왕의 눈치를 보며, 당장 홍연을 끌어내야 하나 안절부절못했습니다. "홍연! 네 이년, 죽고 싶어 환장을 했느냐! 당장 입을 다물지 못할까!"
"모두, 조용히 하라." 염라대왕의 한마디에, 모든 소리가 멎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옥좌에 기댄 채,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홍연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의 앞에서는 모두가 죄인이었습니다. 모두가 울고, 빌고, 변명했습니다. 그 지루한 반복 속에서, '춤'이라니. 그것은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 감상의 대상이 아닌가. "춤이라. 좋다. 수천수만 년간, 이 심판대에서 살려달라 애원하고, 거짓으로 눈물 흘리는 놈들은 숱하게 보았으나, '춤을 추겠다'는 놈은 네가 처음이다." 염라대왕은 턱을 괴었습니다. "좋다. 추어보거라. 네년의 그 '예'라는 것이, 이 저승의 법도보다 무거운지, 나도 한 번 보겠다."

"허나!"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다시 서릿발처럼 차가워졌습니다. "만약 네년의 춤이, 과인을 속이기 위한 요사스러운 몸짓이거나, 이승의 사내들을 홀리던 그 따위 교태 섞인 춤이라면, 그 자리에서 네 몸을 찢어 '화탕지옥(火湯地獄)'의 끓는 가마솥에 던져, 영원히 고통받으며 그 교태를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홍연은 절을 올리고,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그녀는 낡은 춤옷의 매무새를 가다듬고, 심판정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습니다. 횃불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염라대왕을 보지 않았습니다. 비웃는 판관들도, 끔찍한 옥졸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오직, 자신이 평생을 바친 '춤'의 무대만이 보였습니다. 음악도, 장단도 없었습니다. 오직, 지옥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비명 소리와, 저승 관료들의 비웃음 섞인 숨소리뿐이었습니다.
홍연은 두 눈을 감았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일찍 저를 버리셨지요. 괜찮습니다. 저에겐 춤이 있었습니다.' '정인(情人)이여. 나를 배신하고 떠났지요. 괜찮습니다. 그 슬픔 덕에 내 춤이 깊어졌습니다.' '좌의정 대감님. 저의 춤을 알아봐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나, 홍연아. 평생 천하다 손가락질받았으나, 너의 춤만은 천하지 않았음을 오늘, 이 저승의 왕 앞에서 증명하리라.' 그녀는 이승의 모든 인연과, 모든 희로애락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 일생일대의 춤을 춤. 기쁨, 슬픔, 한(恨)이 담긴 춤

홍연의 춤이 시작되었습니다. 음악은 없었지만, 그녀의 춤사위 하나하나가 음악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먼저, 숨을 깊게 들이마셨습니다. 모든 소란이 멎고, 그녀의 숨소리만이 명부전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끝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첫 동작은, 일곱 살, 기방에 팔려와 서럽게 울던 어린아이의 몸짓이었습니다. 두 번째 동작은, 열다섯, 처음 사내를 알고 수치심에 떨던 소녀의 절규였습니다. 이승의 사내들을 홀리던 교태 섞인 춤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겪어야 했던 처절한 '삶' 그 자체였습니다. 판관들은 처음에는 "흥, 저게 춤이냐, 발버둥이냐"라며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춤이 이어질수록, 그들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홍연의 춤은, 스무 살, 벚꽃 잎을 줍듯 수줍게, 사랑에 빠진 여인의 환희(歡喜)를 그렸습니다. 연인을 향해 달려가듯 격정적으로 휘몰아쳤습니다. 그러나 그 환희는 짧았습니다. 춤은 곧, 믿었던 정인에게 버림받은 여인의 배신감과 처절한 원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녀는 바닥을 치며 울부짖는 듯했으나, 이내 그 슬픔을 딛고 일어섰습니다.

판관들의 손에 쥔 붓이, 죄목을 적는 것을 잊은 채 허공에 멈추어 섰습니다. 저 춤사위는, 자신들이 '죄'라고 규정했던 모든 감정 희(喜), 노(怒), 애(哀), 락(樂)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 '삶'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법전(法典)으로는 도저히 심판할 수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홍연의 춤은, 억울하게 옥에 갇힌 자의 '한(恨)'을 풀어내는 '살풀이'가 되었고, 이내, 속세의 모든 번뇌를 잊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승무'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춤에는, 죄 많은 사내들을 원망하는 대신,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달래주려 했던 '자비(慈悲)'가 담겨 있었습니다. 춤사위는 절정으로 치달았습니다. 홍연은 마치 저승의 한복판이 아니라, 신(神)에게 제사를 올리는 제단(祭壇) 위에 선 듯, 온 영혼을 불태웠습니다. 그녀의 춤은 더 이상 '기생 홍연'의 춤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승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의 슬픔을 짊어지고, 저승의 왕에게 바치는 '공양(供養)'이었습니다.
마침내, 이승의 연회장에서 미처 끝내지 못했던 그 마지막 동작. 홍연은 두 팔을 하늘로 뻗어, 이 세상 모든 것을 끌어안는 듯한 자세로, 천천히, 그리고 완벽하게 춤을 마무리지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섰습니다.

명부전은, 완벽한 침묵에 휩싸였습니다. 지옥에서 들려오던 비명 소리마저, 어느새 멎어 있었습니다. 비웃던 판관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홍연을 바라보았고, 홍연을 끌고 왔던 저승사자는, 자신의 창백한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옥좌의 염라대왕. 그는 미동도 없이, 오랫동안 홍연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서, 수만 년 만에 처음으로, 거대한 파문이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홍연의 춤에서, 방금 전 지옥으로 보낸 탐관오리의 '탐욕'이 아닌, 그 탐욕에 스러져간 백성의 '슬픔'을 보았습니다. 그는, 아귀도로 보낸 거부의 '인색함'이 아닌, 그 인색함에 굶주려야 했던 어미의 '한'을 보았습니다. 홍연의 춤은, 그 모든 망자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 무섭던 왕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감동이 아니라, '깨달음'이었습니다. '아, 과인이 심판한 것은 죄(罪)였으나, 정작 그들의 삶(生)은 보지 못했구나.'
한참의 침묵 끝에, 염라대왕이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산을 울리는 듯한 위엄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깊은 울림을 느낀, 한 사람의 목소리였습니다. "홍연아." "수천, 수만 년간, 과인은 이 옥좌에 앉아 수억의 망자들을 심판하였다. 그들은 모두, 과인에게 금은보화를 바치겠다 하였고, 거짓으로 경전(經典)을 외웠으며, 살려달라 비굴하게 울부짖었다." "허나" 염라대왕은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과인에게, 이 저승에, '진심'이 담긴 '아름다움'을 바친 자는, 네가 처음이다."

※ 천한 몸으로 가장 순수한 '예'를 이루었다

염라대왕이 옥좌에서 내려와, 홍연의 앞에 섰습니다. "네 춤에는, 거짓이 없었다. 네 춤은, 네가 왜 기생이 되어야 했는지를, 그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켜냈는지를, 천 마디 말보다 더 진실하게 보여주었다." 염라대왕은 저승의 모든 관료를 향해, 장엄한 목소리로 선포했습니다. "모두 들으라! 망자 홍연. 그녀는 이승에서 천한 기생의 몸으로 살았으나,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예(藝)'의 길을 걸었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명부전 전체에 울려 퍼졌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네 몸을 천하다 하였으나, 너의 '예'는 지극(至極)에 달했다. 몸은 비록 속세(俗世)에 있었으나, 그 마음은 이미 보살(菩薩)의 경지에 이른 것과 같다. 한평생, 오직 한 가지 일을 순수한 마음으로 갈고닦아 그 절정(絕頂)에 이르는 것. 그것은, 거짓으로 백만 번 절을 하는 것보다 더 큰 '공덕(功德)'이다."
염라대왕은 홍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판관들은 이 계집의 죄를 '색욕지옥'이라 하였으나, 나는 판결한다. 저 춤은, 사내를 홀린 춤이 아니라, 부처님께 올리는 '법공양(法供養)'과 다름이 없다." 판관들은 일제히 붓을 들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경악과 함께, 수만 년 만에 새로운 법도를 목격하는 경외감이 서려 있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저승사자를 불렀습니다. "저승사자는 듣거라." 저승사자가 황급히 엎드렸습니다. "이 영혼을 지옥으로 보내지 말라." 저승사자가 놀라 고개를 들었습니다. "또한, 이승의 고통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환생(還生)'의 문으로도 보내지 말라." 염라대왕은 장엄하게 선포했습니다. "판관들은 기록하라! 이 시간부로, 명부의 법도를 새로 정한다. 이승에서 제아무리 천한 일을 하였어도, 그 일에 '진심'을 담아 타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예'의 경지를 이룬 자, 그 공덕은 만 권의 경전을 읽은 것과 같으니, 마땅히 극락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염라대왕은 홍연을 향해 말했습니다. "이 영혼을, 저 서방정토(西方淨土) '극락(極樂)'의 문으로 인도하라! 가서, 부처님 앞에서 그 춤을 올리도록 하라!" '극락왕생'. 홍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천한 기생인 자신이, 지옥이 아니라 극락에 가다니. "대왕마마"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것은 서러움의 눈물이 아닌,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인정'의 눈물이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이번에는 공손하게 두 손으로 홍연을 부축해 일으켰습니다. 그는 더 이상 '차사'가 아니었습니다. '극락왕생'하는 귀한 영혼을 모시는 '시자(侍者)'였습니다. 그의 목소리마저 따뜻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홍연 님. 이쪽입니다." 무섭고 차갑던 명부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눈앞에는 눈부시게 따뜻한 빛과 함께, 끝없는 꽃밭 길이 펼쳐졌습니다. 이승의 그 어떤 비단보다 부드러운 구름이 발을 받쳐주었고, 퀴퀴한 저승의 냄새 대신,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연꽃 향기(蓮花香)가 가득했습니다. 멀리서, 맑고 청아한 천상의 음악이 들려왔습니다.
홍연은 돌아서서, 염라대왕을 향해, 이승에서 추었던 그 어떤 춤보다도 아름다운 자태로, 마지막 절을 올렸습니다. 그것은 죄인의 '용서'를 구하는 절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예'를 알아봐 준, 지음(知音)을 만난 예술가의 '감사'를 담은 절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은, 그런 홍연을 향해, 수만 년 만에 처음으로,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나직이 읊조렸습니다. "참으로, 좋은 춤이었다."
홍연은 하얀 춤옷 자락을 날리며, 저승사자의 인도를 받아, 꽃잎이 흩날리는 극락의 길로 걸어갔습니다. 그녀의 발걸음은, 마치 또 다른 춤을 추는 듯, 더할 나위 없이 가볍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시니어 시청자 여러분, '염라대왕 앞에서 춤춘 기생' 홍연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천한 신분이었지만, 평생을 바쳐 자신의 '예'를 갈고닦은 그 순수한 진심이, 결국 무서운 염라대왕의 마음까지 움직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의 귀천(貴賤)은 남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진심을 다해 살았느냐에 달려있음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저희 '조선시대 전설/야담'은 앞으로도 시청자님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과 재미를 드리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좋아요 꼭 눌러주시고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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