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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의 면접관 염라대왕

by K sunny 2025.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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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의 면접관 염라대왕, 당신에게 던지는 마지막 3가지 질문 『출처-기화집』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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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내외)

조선시대 선비 이담로가 죽어서 저승에 갔습니다. 염라대왕 앞에 선 그는 생전의 모든 행적이 담긴 업경대 앞에서 떨고 있었지요. 염라대왕은 이담로에게 딱 세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살아생전 부모에게 효도했는가?", "이웃을 사랑했는가?",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가?" 이 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그의 내세가 결정됩니다. 과연 이담로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그리고 염라대왕이 진짜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죽음 이후의 세계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깊은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시대 야담집 『기화집』에 전해지는 사후세계 이야기를 재구성했습니다. 한 선비가 저승에서 염라대왕을 만나 세 가지 질문을 받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효도, 이웃 사랑, 양심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옛 어르신들이 들려주시던 저승 이야기의 깊은 의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냈습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가 남겨야 할 것에 대한 따뜻한 성찰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 갑작스러운 죽음

조선 숙종 연간, 한양 북촌에 이담로라는 선비가 살았습니다. 마흔다섯의 나이로 벼슬길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지요.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그저 여느 사람들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선비였습니다.
어느 가을날 저녁이었습니다. 이담로는 서당에서 돌아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에 누워 있었습니다. 몸이 좀 으슬으슬한 것이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았지요.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날씨가 좀 풀렸으면 좋겠는데..."
이담로는 이불을 끌어당기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았지요.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자고 있는데도 자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몸은 누워 있는데 의식은 또렷했지요.
그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담로, 나오시오."
낯선 목소리였습니다. 이담로는 이상하다 싶어 눈을 떴습니다. 아니, 눈을 뜬 것 같았는데 자신의 몸이 여전히 이불 속에 누워 있는 게 보였습니다. 마치 다른 사람의 몸을 보는 것처럼요.
"이게 무슨..."
"시간이 없으니 빨리 나오시오."
이담로는 정신없이 방 밖으로 나갔습니다. 마당에는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차가웠지요. 이담로는 본능적으로 알았습니다. 저승사자였습니다.
"저, 저승사자님들... 무슨 일이십니까?"
"이담로, 그대의 수명이 다했소. 우리를 따라 염라대왕님께 가야 하오."
"수명이 다했다니요? 저는 아직 마흔다섯밖에 안 됐는데요! 뭔가 착오가 있는 것 아닙니까?"
저승사자 중 하나가 두루마리를 펼쳤습니다.
"이담로, 1659년생, 수명 45년. 틀림없소. 가시지요."
이담로는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정말 죽는다는 말인가?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늙은 어머니도 봉양해야 하고, 어린 자식들도 키워야 하는데!
"제발 조금만 더... 어머니께 인사라도 하게 해주시오!"
"안 됩니다. 정해진 규칙이오. 빨리 가시지요."
저승사자들이 이담로의 팔을 잡았습니다. 순간 주변 풍경이 휙 바뀌었습니다. 어느새 캄캄한 길을 걷고 있었지요. 주변에는 다른 혼령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나이 든 이도 있고, 젊은이도 있고, 심지어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모두들 두려운 얼굴로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저기가... 삼도천인가요?"
앞쪽에 큰 강이 보였습니다. 물은 시커멓고, 강물 소리는 으스스했지요. 강가에는 여러 다리가 놓여 있었는데, 어떤 다리는 화려하고 튼튼해 보였고, 어떤 다리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생전의 행실에 따라 건너는 다리가 다르오. 착하게 산 사람은 좋은 다리를, 악하게 산 사람은 험한 다리를 건너야 하지."
이담로는 어느 다리로 가게 될지 두려웠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착하게 살았다는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크게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요.
저승사자는 이담로를 중간쯤 되는 다리로 안내했습니다. 화려하지도, 너무 험하지도 않은 평범한 돌다리였지요. 이담로는 조심스럽게 다리를 건넜습니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강물 속에서 손들이 올라와 발목을 잡으려 했지만, 다행히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리를 건너니 거대한 성문이 나타났습니다. 성문 위에는 '명부전'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지요. 성문을 지나자 넓은 광장이 펼쳐졌고, 광장 한가운데에는 엄청나게 큰 전각이 있었습니다.
"저기가 염라대왕님이 계신 곳이오. 들어가시오."
이담로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전각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높은 옥좌에 염라대왕이 앉아 있었습니다. 키는 장대했고, 눈빛은 번개처럼 날카로웠으며, 위엄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옥좌 옆에는 커다란 거울 같은 것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사람의 생전 행적을 다 비춰준다는 업경대였습니다.
"이담로, 앞으로 나오너라."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전각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이담로는 덜덜 떨며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대왕님, 소인 이담로 여기 있사옵니다."
"그래, 45년의 인생을 살다 왔구나. 이제 네 생전의 삶을 심판할 것이다."
이담로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심판이라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잘했는지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떨지 마라. 나는 너를 벌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세 가지 질문을 하겠다. 그 답에 따라 네가 갈 곳이 정해질 것이다."
"세... 세 가지 질문이옵니까?"
"그렇다. 첫 번째 질문을 하겠다."

※ 염라대왕의 첫 번째 질문 - 효도

염라대왕이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이다. 이담로, 너는 살아생전 부모에게 효도했느냐?"
그 말과 동시에 업경대가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거울 속에 이담로의 과거가 하나씩 비춰지기 시작했지요.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이담로가 어렸을 때였습니다. 가난한 집안이었지만 부모님은 이담로를 글공부 시키기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밤늦게까지 바느질을 해서 서당 학비를 마련했고, 아버지는 품팔이를 하며 책을 사주었지요.
"공부 열심히 하거라. 우리 문수가 훌륭한 선비가 되는 게 우리 소원이란다."
어머니의 따뜻한 목소리가 업경대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이담로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때 부모님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겼었지요.
다음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이담로가 스물다섯 살 되던 해, 아버지가 병으로 누워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불러 말했습니다.
"문수야, 내가 이제 오래 못 살 것 같구나. 너는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도 좋은 일이니..."
아버지는 그렇게 당부하시고 며칠 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담로는 슬퍼했지만, 장례를 치르고 나서는 일상으로 돌아갔지요. 가끔 아버지 산소에 찾아가 절을 올렸지만,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가지는 못했습니다.
염라대왕이 물었습니다.
"아버지 산소에 1년에 몇 번이나 갔느냐?"
이담로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송구스럽게도... 명절과 기일에만 갔사옵니다."
"그것도 빠뜨린 해가 있지 않으냐?"
업경대에 또 다른 장면이 비춰졌습니다. 어느 해 추석날, 친구가 이담로를 찾아와 술자리를 제안했습니다. 이담로는 고민하다가 친구를 따라 나섰지요. 성묘는 다음 날 가면 되지 않겠냐고 자신을 합리화하면서요. 하지만 다음 날은 숙취로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그해 추석 성묘는 가지 못했습니다.
"면목이 없사옵니다, 대왕님..."
"계속 보자꾸나."
업경대는 어머니와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혼자 사셨습니다. 이담로는 가끔 문안을 드렸지만, 늘 바쁘다는 핑계로 오래 머물지 않았지요.
어느 날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문수야, 요즘 어머니가 많이 외로우니... 시간 날 때 자주 좀 오너라."
"예, 어머니. 다음에 꼭 오겠습니다."
하지만 이담로는 약속을 잘 지키지 못했습니다. 서당 일도 바쁘고, 친구들과의 모임도 있고, 이런저런 핑계가 많았지요. 어머니는 아들이 바쁜 줄 아시고 섭섭한 내색을 하지 않으셨지만, 혼자 계실 때는 한숨을 쉬셨습니다.
업경대에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홀로 방에 앉아 아들이 어렸을 때 입던 옷을 꺼내 보며 눈물을 닦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문수가 그렇게 바쁘니... 어머니는 이해한단다. 하지만 가끔은... 가끔은 어머니 얼굴이라도 보고 싶구나."
이담로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외로워하신 줄 몰랐습니다. 아니, 알았어도 외면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왕님, 소인이 정말 불효자였습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사옵니다!"
염라대왕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늦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느니라. 하지만..."
염라대왕이 잠시 말을 멈췄습니다.
"완전한 효자는 세상에 없느니라. 다만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너는 비록 자주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있었느냐?"
이담로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 대왕님. 어머니를 사랑했습니다. 다만 제가... 제가 그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래, 그 마음은 거짓이 아니로구나. 업경대에 네 진심이 보인다."
업경대에 또 다른 장면이 비춰졌습니다. 어느 겨울날, 이담로가 형편이 어려운 중에도 어머니께 드릴 솜옷을 장만하려고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니던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돈을 마련해서 솜옷을 사 어머니께 드렸을 때,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셨지요.
"우리 문수가 이렇게 효성스러운데... 어머니가 바랄 게 뭐가 있겠니?"
그 장면을 보며 이담로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염라대왕이 말했습니다.
"효도는 완벽할 수 없느니라. 중요한 것은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너는 부족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은 있었구나. 첫 번째 질문은 통과다."
이담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염라대왕의 표정은 여전히 엄숙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두 가지 질문이 남았느니라. 두 번째 질문을 하겠다."

※ 두 번째 질문 - 이웃 사랑

"이담로, 너는 이웃을 사랑했느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느냐?"
업경대가 다시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담로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가 펼쳐졌지요.
첫 번째 장면은 이담로가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담로는 성실한 훈장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예의범절을 일깨워주었지요. 아이들은 이담로를 따랐고, 부모들도 믿고 자식을 맡겼습니다.
"선생님, 이 글자는 무슨 뜻인가요?"
"그건 말이다. 인(仁)이라는 글자인데,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란다. 사람은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이담로는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업경대는 계속해서 다른 장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날, 가난한 집 아이가 서당비를 내지 못해 울고 있었습니다. 이담로는 그 아이를 불렀습니다.
"서당비는 걱정 말거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담로는 그 아이의 서당비를 받지 않았습니다. 자신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를 외면할 수 없었지요. 그 아이는 나중에 훌륭한 선비가 되었습니다.
염라대왕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것은 좋은 일이로구나."
하지만 업경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음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길에서 한 노인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담로는 그 노인을 보았지만, 잠시 망설이다 그냥 지나쳤습니다. 늦은 시간이었고, 집에 가야 했거든요. 누군가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발길을 돌렸지요.
다행히 다른 사람이 그 노인을 도와주었지만, 이담로는 한동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일을 잊어버렸지요.
"그때... 제가 도와드렸어야 했습니다."
이담로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업경대는 계속해서 장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웃이 어려울 때 외면했던 순간들, 도움을 청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던 순간들이 하나씩 드러났지요.
한번은 옆집 과부가 찾아와 쌀을 좀 꾸어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며칠째 제대로 먹지 못했다면서요. 이담로는 그때 쌀이 있었지만, 나중에 자신이 어려울까 봐 없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미안하오. 우리 집도 형편이 어려워서..."
과부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갔습니다. 이담로는 그날 밤 잠을 설쳤지만, 다음 날이 되자 또 잊어버렸지요.
업경대에 그 과부의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아이들에게 물만 먹이며 견디던 그 며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담로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대왕님, 소인이 너무 이기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했습니다."
염라대왕은 잠시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너는 완전히 이기적이지만은 않았느니라."
업경대에 다른 장면들이 나타났습니다.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가는 아이에게 자신의 갓을 씌워준 일, 길 잃은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준 일, 아픈 이웃에게 약을 구해다 준 일들이 하나씩 비춰졌지요.
이담로 자신도 잊고 있던 작은 친절들이었습니다. 그때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었지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한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담로가 길에서 떨어진 동전 몇 푼을 주워 가난한 아이에게 준 일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그 돈으로 굶주린 동생에게 떡을 사줄 수 있었지요. 아이는 이담로에게 몇 번이나 절을 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나리! 선생님은 저희 집 은인이십니다!"
이담로는 그때 그저 작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은혜였습니다.
염라대왕이 말했습니다.
"이웃 사랑도 완벽할 수 없느니라. 때로는 외면하고, 때로는 도왔구나. 중요한 것은 완전히 냉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너는 때때로 따뜻한 마음을 가졌느니라."
이담로는 부끄러웠습니다. 자신이 도운 일보다 외면한 일이 더 많은 것 같았거든요.
"대왕님, 소인은 이웃 사랑에 있어서도 부족했습니다."
"모든 사람을 도울 수는 없느니라. 중요한 것은 도울 수 있을 때 도우려는 마음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너는 가끔이지만 그런 마음을 가졌구나."
염라대왕은 잠시 업경대를 바라보다가 말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도 통과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이 가장 중요하니라."
이담로는 긴장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무엇일까요?
염라대왕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세 번째 질문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니 똑바로 대답하거라."

※ 세 번째 질문 - 양심

"이담로, 마지막 질문이다. 너는 부끄럽지 않게 살았느냐?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네 양심을 속이지 않았느냐?"
그 말에 이담로는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부모에 대한 효도, 이웃에 대한 사랑은 그래도 남들이 볼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양심의 문제는 오직 자신만이 아는 일이었지요.
업경대가 다시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담로 혼자 있을 때의 모습들이 비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장면은 서당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부유한 집안의 학부형이 서당비와 함께 넉넉한 사례금을 주었습니다. 돈을 세어보니 실수로 더 많이 준 것 같았지요. 이담로는 잠시 고민했습니다. 돌려줘야 할까, 아니면 그냥 가질까?
"저 양반은 돈이 많으니까 이 정도는 모를 거야. 우리 집 형편도 어려운데..."
이담로는 결국 그 돈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양심이 찔렸지만, 곧 합리화했지요. 어차피 상대방도 모를 것이고, 자신에게 더 필요한 돈이니까요.
업경대에는 그날 밤 이담로가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모습도 비춰졌습니다. 양심이 불편했던 것이지요.
다음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친구가 이담로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담로는 돈을 빌려주었지만, 친구가 약속한 날까지 갚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친구가 찾아와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문수야, 정말 미안하네. 집안에 우환이 생겨서 돈을 구하지 못했네. 조금만 더 기다려주게."
이담로는 겉으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그 친구의 험담을 했지요.
"저 친구가 나한테 돈을 빌려가고는 갚지도 않더군. 아마 딴 데 쓴 것 같네."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정말로 집안 사정이 어려웠고, 나중에 어렵게 돈을 갚았습니다. 하지만 이담로의 험담으로 그 친구의 평판은 이미 나빠진 뒤였습니다.
업경대에 그 친구가 다른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이담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대왕님,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친구를 헐뜯었습니다."
염라대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업경대는 계속해서 장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날, 이담로는 길에서 지갑을 주웠습니다. 안에는 제법 큰돈이 들어 있었지요.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담로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지갑을 품에 넣었습니다.
"누가 잃어버렸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주겠어. 이건 하늘이 내게 준 거야."
하지만 업경대는 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지갑의 주인은 가난한 농부였습니다. 1년 농사를 지어 번 돈을 장에 가서 팔고 돌아오던 길에 잃어버린 것이었지요. 농부는 지갑을 잃어버린 걸 알고 통곡했습니다.
"이를 어쩌나! 일 년 농사가 물거품이 되었구나! 이 돈으로 식구들 겨울나기를 하려 했는데..."
농부의 아내와 아이들이 굶주리며 추운 겨울을 나던 모습이 업경대에 비춰졌습니다. 이담로는 차마 눈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대왕님... 제가... 제가 정말 못된 짓을 했습니다."
염라대왕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양심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더욱 빛나야 하느니라. 하지만 너는 혼자일 때 양심을 속였구나."
이담로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대왕님. 소인이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염라대왕은 다시 업경대를 가리켰습니다.
"하지만 네가 양심을 지킨 순간들도 있었느니라. 보거라."
업경대에 다른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어느 날 이담로가 혼자 서당을 정리하고 있을 때, 귀한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학부형이 놓고 간 은비녀였지요. 팔면 큰돈이 될 물건이었습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담로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비녀를 정성껏 보관했다가 다음 날 주인을 찾아 돌려주었습니다.
또 다른 장면도 있었습니다. 제자가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려는 걸 이담로가 발견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덮어줄 수도 있었지만, 이담로는 그 제자를 불러 타일렀지요.
"잘못된 방법으로 얻은 것은 결코 네 것이 될 수 없단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염라대왕이 말했습니다.
"너는 때로는 양심을 속였지만, 때로는 양심을 지켰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느니라. 중요한 것은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담로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대왕님, 만약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번에는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습니다."

※ 염라대왕의 판결

"이담로, 세 가지 질문을 모두 마쳤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네가 천당에 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담로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옵니다, 대왕님. 소인은 효도도 제대로 못 했고, 이웃 사랑도 부족했으며, 양심을 속인 적도 많았습니다. 지옥에 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염라대왕은 잠시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다면 묻겠다. 천당에 갈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겠느냐? 완벽한 사람만이 천당에 갈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천당 갈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이담로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염라대왕이 계속 말했습니다.
"효도를 완벽하게 한 사람이 있느냐? 부모님께 한 번도 서운한 말을 안 한 사람이 있느냐? 이웃을 항상 사랑한 사람이 있느냐? 단 한 번도 이기적이지 않았던 사람이 있느냐? 양심을 한 번도 속이지 않은 사람이 있느냐?"
이담로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염라대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느니라. 나는 완벽함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심판하는 것이다. 너는 부족했지만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이웃을 도우려는 마음이 있었으며, 때로는 양심을 속였지만 뉘우치는 마음도 있었느니라."
이담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대왕님..."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세 가지니라. 첫째,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느냐. 둘째, 베푸는 마음이 있었느냐. 셋째, 뉘우치는 마음이 있느냐. 너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었느니라."
염라대왕은 업경대를 다시 가리켰습니다. 이번에는 이담로의 마음이 비춰졌습니다.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 이웃에게 미안한 마음,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는 마음들이 모두 보였지요.
"보거라. 이것이 네 진짜 모습이니라. 행동은 부족했지만, 마음만큼은 진실했느니라."
이담로는 감격하여 절을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왕님."
염라대왕이 말했습니다.
"이제 너에게 선택권을 주겠다. 천당에 가서 편히 쉴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도 있느니라. 어떻게 하겠느냐?"
이담로는 놀랐습니다.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씀이옵니까?"
"그렇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다시 살아가는 것은 편안한 천당에서 쉬는 것보다 훨씬 힘들 것이니라. 그래도 가겠느냐?"
이담로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돌아가고 싶습니다, 대왕님. 어머니께 제대로 효도하고 싶고, 이웃들에게 베풀고 싶으며,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습니다."
염라대왕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다. 그 마음이 진실하구나. 하지만 명심하거라. 이것은 꿈이 아니니라. 너는 정말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돌아가서 본 것, 느낀 것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잊지 말고 살아가거라."
염라대왕이 손을 들어 이담로를 가리켰습니다.
"가거라, 이담로. 그리고 기억하거라. 완벽한 삶이 아니라 진실한 삶을 살아가거라. 사랑하고, 베풀고, 뉘우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그것이 바로 하늘이 원하는 삶이니라."
밝은 빛이 이담로를 감쌌습니다. 그는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염라대왕의 모습이 흐려지고, 명부전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왕님! 잊지 않겠습니다!"

※ 깨어난 아침

"으윽..."
이담로는 신음 소리와 함께 눈을 떴습니다. 천장이 보였습니다. 익숙한 자기 방의 천장이었지요. 몸을 움직여보니 살아 있었습니다. 정말로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여보! 여보! 정신이 드십니까?"
부인이 달려와 이담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부인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습니다.
"당신이 갑자기 숨을 안 쉬셔서... 정말 돌아가신 줄 알았어요. 의원을 불렀는데 의원도 이미 숨이 끊어졌다고..."
이담로는 부인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여보, 나 괜찮소.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좋소!"
부인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남편을 바라봤습니다. 죽다 살아났는데 좋다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요.
이담로는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습니다.
"어머니 계신 데로 가야겠소!"
"지금요? 아직 몸이 약하실 텐데..."
"아니오. 지금 당장 가야 하오!"
이담로는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어머니 댁까지 한걸음에 달려갔지요. 문을 두드리자 어머니가 나오셨습니다.
"어머니!"
이담로는 어머니를 꼭 껴안았습니다.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아들의 행동에 놀라셨습니다.
"문수야, 무슨 일이냐? 왜 이러느냐?"
"어머니, 그동안 불효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자주 오겠습니다. 아니,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얘야, 무슨 일이 있었느냐? 왜 갑자기 이러느냐?"
이담로는 염라대왕을 만난 이야기를 어머니께 들려드렸습니다. 어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아들의 진심만큼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 네 마음을 알았다. 하지만 억지로 함께 살 필요는 없구나. 자주 얼굴만 보여주면 어미는 그것으로 족하단다."
"아니옵니다, 어머니. 제가 정말로 모시고 싶습니다."
그날부터 이담로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기 시작했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드렸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냈지요.
서당에서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서당비를 더 받았던 일이 생각난 이담로는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실은 예전에 제가 실수로 서당비를 더 받았습니다. 이렇게 돌려드립니다."
학부형은 놀랐습니다.
"아니,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저는 몰랐는데... 선생님께서 정말 정직하시군요."
이담로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이웃들에게도 변화를 보였습니다. 예전에 외면했던 과부를 찾아가 사과하고, 쌀을 넉넉히 드렸습니다. 길에서 어려운 사람을 보면 외면하지 않고 도왔지요.
어느 날, 길에서 지갑을 주웠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가졌을 텐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주인을 찾기 위해 온 동네를 다녔고, 마침내 주인을 찾아 돌려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이담로는 뿌듯했습니다. 남을 돕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부인과 대화를 나누었지요.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여보, 오늘 하루도 참 좋았소."
"당신, 정말 많이 달라지셨어요. 예전보다 훨씬 행복해 보이세요."
"그렇소. 이제야 진짜 사는 게 뭔지 알았소."
한 달쯤 지났을 때, 예전에 험담했던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자네, 그때 내가 자네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했네. 정말 미안하네. 용서해주게."
친구는 눈물을 흘리며 이담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자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고맙네. 나도 자네를 오해했었네."
두 사람은 화해했고, 예전보다 더 돈독한 우정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담로는 날마다 저승에서의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염라대왕의 말씀, 업경대에 비친 자신의 모습, 그리고 다시 살 수 있게 해준 은혜를요.
"완벽한 삶이 아니라 진실한 삶을. 사랑하고, 베풀고, 뉘우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이담로는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습니다. 여전히 실수도 하고,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습니다. 잘못을 깨달으면 즉시 뉘우치고 고쳤지요.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담로는 천천히 늙어갔지만, 마음만큼은 날로 풍요로워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했고, 제자들은 그를 따랐으며, 이웃들은 그를 사랑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이담로는 마당에 앉아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는 건강하셨고, 가족은 화목했으며, 이웃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마음은 부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염라대왕님. 다시 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담로는 하늘을 향해 조용히 감사를 표했습니다. 별들이 반짝이며 대답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이제 알았습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것을요. 왜냐하면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으니까요.
언젠가 다시 염라대왕을 만나게 되더라도, 이번에는 떳떳하게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사후세계 입국심사, 염라대왕의 질문 3가지'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조선시대 야담집 『기화집』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염라대왕이 이담로에게 던진 세 가지 질문, 기억하시나요? 부모에게 효도했는가, 이웃을 사랑했는가,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은 비단 저승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데도 중요한 질문입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실수하고, 후회하고, 부족한 점이 있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마음, 베푸는 마음, 뉘우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웃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잘못한 일이 있다면 용기 내어 사과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모두 이담로처럼 부끄럽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조선시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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