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첩 - 저승사자의 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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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저승사자의 부탁으로 인간 세상에 첩자가 된 기생이 자신의 전생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매달 보름날 저승사자에게 죽어야 할 사람의 명단을 전해주는 대가로 영원한 생명을 약속받았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명단에 적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01
평양 기방 홍루, 열여섯 살 꽃처럼 어여쁜 기생 홍련이 병석에 누워있던 그날 밤. 홍련의 숨소리가 점점 희미해져갈 때, 창밖에서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제 네 시간이 다 되었구나."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가 홍련의 방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홍련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없었지요.
"이리도 어여쁜 얼굴로 저승길을 가다니..." 저승사자가 홍련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열여섯 해를 살면서 웃음도 모르고, 사랑도 모르고... 참으로 안타깝구나."
홍련은 힘겹게 입을 열었습니다. "저승사자님... 제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그녀의 눈에는 간절함이 서려 있었지요.
저승사자가 홍련을 자세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녀의 눈빛에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발견한 듯했지요.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냐?"
"살고 싶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알고 싶고, 웃음도 알고 싶습니다..." 홍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저승사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제안을 했습니다. "거래를 하자꾸나. 매달 보름날,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야 할 이들의 명단을 나에게 전해준다면... 너에게 영생을 주마."
홍련의 눈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이들의 목숨을..."
"그들은 이미 정해진 운명일 뿐이다. 네가 하는 일은 그저 전령이 되는 것뿐..." 저승사자의 말에 홍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날 이후, 홍련은 평양 제일의 기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매달 보름날이 되면, 그녀는 검은 비단 보자기에 싸인 명단을 저승사자에게 전해야 했지요.
02
꽃이 만발한 봄날 저녁, 홍루에 한 선비가 찾아왔습니다. 하얀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들어선 그의 모습에 홍련은 순간 숨을 멈췄습니다. 마치 전생에서 본 듯한 낯익은 얼굴이었지요.
"시를 읊조리는 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선비가 말했습니다. "달빛 아래 시를 읊는 목소리가 너무도 처연해, 발걸음이 절로 이끌렸습니다."
홍련은 그제야 자신이 무심결에 시를 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흘러나온,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슬픈 노래였지요.
"그 시는... 제가 지은 시인데..." 선비의 눈빛이 흔들렸습니다. "십 년 전, 강릉 지방에서 쓴 시입니다. 어찌 아가씨가 알고 계신 것입니까?"
홍련의 머릿속에 이상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정자, 달빛 아래서 시를 주고받던 순간, 그리고... 깊은 벼랑 아래로 몸을 던지던 순간까지.
"그저...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 부른 것뿐입니다." 홍련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 한켠이 애틋하게 저려왔지요.
"제 이름은 이수혁이라고 합니다." 선비가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 순간 홍련의 눈앞에 또다시 지난날의 환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때도 분명 그 이름이었는데...'
달빛이 마당에 가득 찼고, 매화나무 가지 사이로 봄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이상하게도 이 순간이 마치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만 같았지요.
03
보름달이 뜨는 밤, 홍련은 평소처럼 후원의 매화나무 아래에서 저승사자를 기다렸습니다. 달빛이 은은하게 내리비치는 가운데, 까마귀 울음소리와 함께 검은 도포 자락이 나부꼈지요.
"이번 달의 명단이다." 저승사자는 평소와 다른, 묘하게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의 손에 들린 붉은 비단 보자기 속의 명단이 달빛에 희미하게 빛났지요.
홍련은 명단을 받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저승사자의 눈빛이 평소와 달리 깊은 연민을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달라 보이시네요."
"명단을 펼쳐보거라." 저승사자의 말에 홍련은 천천히 명단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지요.
이수혁, 다음 보름날 진시(辰時)...
"이럴 순 없어요..." 홍련의 손이 떨렸습니다. "이제 막 찾은 사람인데... 제발..."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저승사자는 말없이 홍련을 바라보았습니다. "운명이란 것은 피할 수 없는 법이지. 네가 그동안 전해준 모든 명단 속의 사람들처럼... 그도 정해진 때가 온 것이란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요. 그는... 그는..." 홍련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전생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홍련의 손에 들린 명단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고, 그녀의 마음도 함께 흔들렸지요.
04
홍련은 깊은 밤, 선비를 찾아갔습니다. 그의 거처인 객주 방문을 두드리는 그녀의 손이 떨렸지요.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셔야 합니다. 제 말을 믿어주세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선비는 홍련의 다급한 눈빛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마치 전생에서도 이런 순간이 있었던 것처럼,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믿었지요.
홍련은 선비를 도성 밖 깊은 산속의 한 암자로 숨겼습니다. 그곳은 그녀가 어린 시절 병을 치료받았던 곳이었고, 주지 스님은 그녀의 은인이었지요.
"홍련아, 네가 저승사자와 맺은 약속을 어기는 것이란 걸 알고 있느냐?" 스님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습니다. "네 영생의 기약이 끊어질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스님." 홍련의 눈에는 비장함이 서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이번만은 그를 살려야만 합니다. 제 마음이, 제 영혼이 그를 살려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달빛이 암자의 처마 끝을 비추었습니다. 선비는 홍련을 바라보며 물었지요. "아가씨... 혹시 우리가 전생에서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이상하게도 당신이 너무나 낯익고, 당신을 믿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홍련은 대답 대신 눈물만 흘렸습니다. 자신의 영생이 끊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를 살리기 위해 저승의 법도를 어기는 이 순간... 그녀의 가슴 속에는 이상한 해방감이 깃들었지요.
05
보름날 새벽, 홍련이 숨어있던 암자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저승사자였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에는 분노 대신 옅은 미소가 어려 있었지요.
"과연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삼 년 동안 수많은 명단을 전하면서, 너는 한 번도 망설이지 않았지. 그저 운명이라 생각하며..."
홍련은 선비를 감싸 안듯 그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저승사자님... 제 목숨을 대신 가져가신다면..."
"아직도 모르겠느냐." 저승사자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너를 위한 시험이었다는 것을... 네가 진정한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홍련의 눈이 커졌습니다. 암자 마당에 떨어지는 새벽 이슬처럼 저승사자의 말이 그녀의 마음에 스며들었지요.
"영생이라는 것이 과연 축복일까?" 저승사자가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영원히 산다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어야 하는 법..."
선비는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습니다. "저는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전생에서부터 이어진 꿈을... 그리고 그 꿈속에서 홍련을 기다려온 것만 같았습니다."
달이 지고 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새벽빛 속에서 저승사자의 모습이 점점 달라지더니, 마침내 한 노승의 모습으로 변했지요. 바로 암자의 주지 스님이었습니다.
06
"이제 너의 전생 이야기를 들려주마." 노승의 모습을 한 저승사자가 홍련 앞에 앉았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실린 이야기가 마치 안개처럼 피어올랐고, 홍련의 눈앞에 과거의 장면들이 펼쳐지기 시작했지요.
"십 년 전 강릉 고을, 너는 양반가의 규수였다." 저승사자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젊은 선비를 만났지. 바로 지금의 이수혁과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을..."
홍련의 눈앞에 푸른 바다가 보이는 정자가 어렴풋이 나타났습니다. 달빛 아래서 시를 주고받던 두 사람의 모습, 몰래 나누던 편지,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물결처럼 밀려왔지요.
"하지만 그대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신분의 차이와 가문의 반대... 그리고 마침내 네가 다른 사람과의 혼인을 강요받게 되었을 때..."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무거워졌습니다.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건가요?" 홍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렇다. 깊은 벼랑에서 몸을 던졌지.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선비도 너를 따라 세상을 떠났다." 저승사자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사랑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저승의 법도를 어기는 일. 그래서 너희는 서로를 잊은 채 다시 태어나야만 했다."
홍련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처음 선비를 봤을 때 느낀 그 낯익은 감정이, 그의 시구가 절로 입에서 나왔던 이유가... 모두 전생의 기억이었던 것입니다.
07
새벽 동이 터오기 직전, 저승사자는 홍련 앞에 붉은 비단 보자기 두 개를 펼쳤습니다. 하나는 검은 글씨로, 하나는 붉은 글씨로 쓰여 있었지요.
"이제 너에게 마지막 선택을 하게 하마."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렸습니다. "검은 글씨의 명단을 선택하면 선비는 저승으로 가고 너는 영생을 얻으리라. 붉은 글씨의 명단을 선택하면 네 영혼을 바쳐 그를 살릴 수 있다."
홍련은 두 명단을 번갈아 바라보았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곳에 선비가 서 있었고, 그의 눈빛은 아직도 혼란스러워 보였지요.
"시간이 많지 않다."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해가 떠오르기 전에 선택해야 한다. 이번에는 전생처럼 둘 다 죽는 선택은 허락되지 않는다."
홍련의 마음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영생을 얻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다는 유혹... 하지만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대가로 한 것이었지요.
"내가 죽고 그가 산다..." 홍련이 중얼거렸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영생이 아닐까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간다면..."
저승사자의 눈빛이 깊어졌습니다. 마치 홍련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듯 그녀를 바라보았지요. "전생에서는 둘 다 죽음을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하나의 생명만이 희생되어야 한다. 그것이 저승의 법도니라."
08
홍련은 천천히 붉은 글씨의 명단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단단했지요.
"이번에는... 이번에는 다르게 선택하겠습니다." 홍련의 목소리가 흔들렸습니다. "전생에서는 저희 둘 다 죽음을 택했지만, 이번에는 제 목숨으로 그를 살리고 싶습니다."
선비가 놀라 앞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안 됩니다! 제가 당신을 어떻게 두고..." 하지만 저승사자의 손짓 한 번에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섰지요.
"지난 삼 년간 수많은 명단을 전하면서도 한 번도 망설이지 않았던 네가, 이제는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하는구나." 저승사자의 목소리에는 깊은 감동이 서려있었습니다.
홍련은 붉은 명단을 가슴에 안았습니다. 그 순간 명단에서 붉은 빛이 피어올랐고, 그 빛은 점점 그녀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지요. 마치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이수혁 선비님..." 홍련이 미소 지었습니다. "이번 생에서는 더 오래 사셔야 해요. 제가 못다 한 사랑을, 못다 핀 꿈을 대신 피워주세요."
새벽하늘에 첫 빛이 스미기 시작했습니다. 홍련의 모습이 점점 투명해져 갔고,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마치 달빛처럼 반짝였습니다.
09
저승사자는 미소 지었습니다. 그것은 천 년을 살아온 영물의 깊은 통찰이 담긴 미소였지요. "이제야 알게 되었구나... 전생에서 네가 저지른 업보의 의미를."
달빛이 스러지고 새벽빛이 스미는 그 순간, 홍련의 눈앞에 전생의 기억이 물결처럼 밀려왔습니다. 벼랑 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던 그날,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목숨을 끊은 것은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었다."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 너는 다른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는구나. 그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니라."
홍련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것은 후회의 눈물이 아닌, 깨달음의 눈물이었지요. "전생에서는 저 하나만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제가 사랑하는 이를 위한 선택입니다."
암자 마당에 떨어지는 새벽 이슬처럼, 저승사자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는 홍련이 마침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음을 알았지요. 자신을 버리는 것이 아닌, 자신을 내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10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갑자기 선비의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동안 얼어붙은 듯 서있던 그가 앞으로 나섰지요. "제가... 제 목숨을 바치고 싶습니다."
저승사자와 홍련이 놀란 눈으로 선비를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빛에는 이제 더 이상 혼란이 없었고, 오직 단단한 결심만이 서려있었지요.
"전생의 기억이 돌아왔습니다." 선비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강릉 고을에서 그녀를 만났던 순간부터, 벼랑 아래 그녀의 시신을 발견하고 저도 따라 죽었던 그 순간까지... 모든 것이 기억납니다."
홍련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안 돼요... 이번에는 달라야 해요. 제가..."
"이번에는 제가 선택하겠습니다." 선비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전생에서는 당신을 따라 죽음을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당신을 살리기 위해 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달빛이 갑자기 쏟아져 내렸습니다. 마치 하늘이 그의 결심을 축복하는 것만 같았지요. 선비의 몸이 달빛처럼 투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라져가는 순간에도 선비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습니다.
11
저승사자의 눈에서 천 년 만의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홍련과 선비, 두 사람 모두가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려 한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감동한 것이지요.
"천 년을 살며 인간의 생사를 지켜보았지만..."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이토록 순수한 희생은 처음 보았노라. 두 사람 모두 상대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하다니..."
저승사자는 천천히 걸어와 검은 비단 보자기와 붉은 비단 보자기를 모두 들어올렸습니다. 그러자 두 보자기가 공중에서 서로 얽히더니 황금빛으로 변해갔지요.
"이제 너희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겠다." 저승사자가 미소지었습니다. "바로 환생의 기회... 이번에는 아무런 업보도, 슬픔도 없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홍련과 선비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영혼이 맑아지고 가벼워지는 것이 눈에 보일 듯했지요. 이제 그들은 모든 업보에서 자유로워진 것입니다.
"다음 생에서는..."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렸습니다. "아무런 방해도 없이, 오직 서로를 향한 마음만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너희의 진정한 사랑에 대한 하늘의 축복이니라."
12
그 후 평양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저승사자가 홍루 옛터를 찾아온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두 연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했습니다.
달빛 아래서 저승사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어줄 수 있는 것... 그것을 가르쳐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마."
세월이 흘러 홍루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는 매년 봄이면 한 쌍의 매화나무가 꽃을 피웠습니다. 사람들은 그 나무가 바로 홍련과 선비의 영혼이 다시 태어난 것이라 믿었지요.
더욱 신기한 것은, 그 매화나무 아래서 맺어진 인연은 모두 백년해로를 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두 사람의 사랑이 다른 이들의 사랑도 축복하는 것만 같았지요.
달이 밝은 밤, 그 매화나무 아래에 서면 간혹 멀리서 들려오는 비파 소리와 시 읊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전생의 한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이룬 두 사람의 목소리라고 하지요.
이제 저승사자는 더 이상 명단을 들고 오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달빛 아래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보며 미소 짓는다고 합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알려준 그들을 영원히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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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자신을 위한 죽음이 아닌, 상대를 위한 희생으로 피워낸 진정한 사랑의 이야기...
지금도 평양의 어딘가에는 두 그루의 매화나무가 서로를 향해 피어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달빛 아래 서면, 간혹 비파 소리와 함께 시 읊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지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조선 시대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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