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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명부에 적힌 양반의 죄목

by K sunny 2025.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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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명부에 적힌 양반의 죄목 , 염라대왕이 단칼에 내린 심판 (출처-어우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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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300자 내외)

평생을 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악덕 양반 '김태참'. 그가 드디어 염라대왕 앞에 섰습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감히 이 양반에게!" 호통치던 그의 기세도 잠시, 염라대왕이 붉은 붓으로 '명부'를 펼치자 그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합니다. 그가 평생 숨겨왔던 모든 악행, 그가 죽인 머슴, 그가 뺏은 땅 단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된 명부의 충격적인 내용. 과연 염라대왕은 이 악독한 자에게 어떤 심판을 내렸을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시니어 여러분, '어우야담'이 들려주는 인과응보 이야기입니다. 살아서는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도, 벼슬과 재물로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다 믿었던 한 양반. 하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했습니다. 염라대왕의 '생전 기록부'는 그가 저지른 모든 죄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던 비밀까지 말입니다. 스르르 잠들기 전, 정의가 살아있는 저승의 심판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 악명 높은 김태참 대감의 죽음

조선 팔도에서도 인색하고 악독하기로 이름난 자가 있었으니, 사람들은 그를 '김태참' 대감이라 불렀습니다. '태참(太慘)'이라, 그 이름처럼 참혹하게 아랫사람들을 쥐어짰지요. 경기도 광주 땅에서 그의 소작농이 되는 것은, 호랑이 아가리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들 했습니다. 그는 수십 년간 긁어모은 재물로 99칸 기와집을 짓고, 쌀이 썩어나는 창고를 보며 껄껄 웃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도 어김없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일흔을 넘긴 김태참 대감이 지독한 병으로 자리에 눕게 된 것입니다. 으리으리한 안방, 두껍게 깔린 비단 요 위에서도 그의 몸은 앙상하게 말라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독기 어린 눈빛만은 여전했지요. 방 안에는 아들 내외와 집안 하인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으나, 그들의 얼굴에는 슬픔 대신 알 수 없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콜록! 콜록! 이 이놈들 물 물을 대령치 않고 무얼 하느냐!" 김태참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 소리쳤습니다. 며느리가 황급히 물을 떠다 바쳤지만, 그는 그마저도 "미지근하지 않느냐!"라며 손을 쳐냈습니다. 며느리의 하얀 손등이 붉게 부어올랐지만, 누구 하나 감히 그를 원망하지 못했습니다. 김태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들을 노려보았습니다. "내 내가 죽거든 저 저 광에 숨겨둔 궤짝 콜록! 그 그것을" 그는 자신의 죄업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도 숨겨둔 재물을 염려하고 있었습니다. 하인들은 '저러다 곧 숨이 넘어가겠구나' 생각하며, 그저 이 지옥 같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방안을 환하게 밝히던 촛불이 갑자기 '푸드득' 소리를 내며 꺼지고, 싸늘한 바람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으 으으" 김태참의 눈이 천장을 향해 뒤집혔습니다. 그의 앙상한 가슴이 크게 한 번 부풀었다가, 이내 축 처졌습니다.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였습니다. 그렇게 악명 높던 김태참 대감의 숨이, 드디어 멎은 것입니다.

※ 저승사자의 등장

김태참은 문득,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습니다. 지독했던 기침도, 온몸을 짓누르던 통증도 사라졌습니다. '허어, 몸이 나았는가?' 그가 눈을 뜨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자신이 방바닥에 쓰러진 자신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그가 소리쳤지만, 아들 내외는 울기는커녕 "드디어 가셨구나" 속삭이며 그의 시신을 덮을 뿐, 아무도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이놈들이!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그가 아들의 멱살을 잡으려 했지만, 그의 손은 아들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 버렸습니다.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내 내가 죽었단 말인가' 그 순간,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끼이익'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저절로 열렸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선 것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검은 도포에, 칠흑같이 검은 갓을 쓴 두 사내. 그들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고, 두 눈에서는 푸른빛이 번뜩였습니다. 저승사자였습니다. "김태참. 명이 다하였으니, 염라대왕의 명을 받들어 너를 데리러 왔다." 차갑고도 무거운 목소리. 김태참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네 네 이놈들! 감히! 내가 내가 누군 줄 알고! 나는 정3품 당상관을 지낸 김태참이다! 썩 물러가지 못할까!" 그의 호통에도 저승사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승의 벼슬은 이승에서 끝났다. 쇠사슬을 받아라." 한 사자가 쇠사슬을 던지자, 그것이 뱀처럼 날아와 김태참의 목을 칭칭 감았습니다. "아악! 이거 놔라! 이거 놔!" 그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쇠사슬은 살을 파고드는 듯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저승사자들은 김태참의 혼을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가 평생을 가꾼 99칸 기와집도, 썩어나던 쌀 창고도,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눈앞에는 그저, 끝도 보이지 않는 어둡고 가시덤불이 우거진 황천길뿐이었습니다. 바람 소리는 귀신의 울음소리 같았고, 발밑에서는 뾰족한 돌들이 그의 발을 찔렀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나 죽네" 그가 울부짖자, 저승사자가 매섭게 소리쳤습니다. "시끄럽다! 넌 이미 죽었다! 어서 발걸음을 재촉하라!" 김태참은 그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습니다. '이 이럴 수가 없다. 내가 평생 모은 재물이 얼만데 이대로 갈 순 없다!' 그는 문득 꾀를 냈습니다. "여 여보게들, 사자 양반. 내 내 말 좀 들어보게. 내 집에 황금이 천 근일세. 자네들이 나를 다시 살려만 준다면 그 절반을 줌세! 아니, 다 줌세!" 저승사자들이 우뚝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김태참의 얼굴에 희미한 희망이 떠올랐습니다. '역시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없지.' 하지만 사자의 대답은 절망적이었습니다. "어리석은 놈. 네 놈의 황금이 저승에서도 통할 줄 알았더냐. 그 천 근의 황금은, 네 놈이 굶겨 죽인 백성들의 피눈물이다. 네 놈의 죄만 무거워질 뿐이다." 저승사자는 더욱 거칠게 쇠사슬을 잡아당겼습니다. "아악!" 김태참은 비명을 지르며 질질 끌려갔습니다.

※ 염라대왕의 위엄과 지옥의 광경

얼마나 걸었을까. 아니, 얼마나 끌려왔을까. 시간 감각조차 무뎌질 무렵, 김태참은 숨이 멎을 듯한 거대한 광경과 마주했습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황무지의 끝에,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성문이 서 있었습니다. 성문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무쇠로 만들어진 듯했으며, 그 표면에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고통스러운 표정들이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성문의 꼭대기에는 '지옥문(地獄門)'이라는 세 글자가 불타고 있었습니다. 성문 양쪽으로는, 집채만 한 크기의 괴물들이 창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하나는 소의 머리를 하고(우두, 牛頭), 하나는 말의 얼굴을 한(마면, 馬面) 지옥의 문지기였습니다. 그들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김태참은 오줌을 지릴 듯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저승사자들이 그를 성문 안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습니다. "들어가라, 망자 김태참! 대왕 전이시다!"
성문 안의 광경은, 이승의 그 어떤 궁궐이나 관아보다도 거대하고, 장엄하며, 또한 끔찍했습니다. 그곳은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동굴과도 같은 법정이었습니다. 천장은 수만 길 높이에 있어 어둠에 잠겨 보이지 않았고, 좌우로는 수천, 수만의 망자들이 죄인처럼 엎드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법정의 양옆으로는, 시뻘건 용암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고, 그 열기만으로도 혼이 타들어가는 듯했습니다. 그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귀졸(鬼卒)들이 도열해 있었습니다. 붉은 눈에, 뾰족한 이빨을 드러낸 그들은, 망자들을 감시하며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자가 있으면 불타는 채찍을 휘둘렀습니다. "흐흐흑 억울합니다 살려주세요" 망자들의 울음소리가 법정 전체를 메아리쳤습니다.

그리고 가장 높은 단상, 수백 개의 해골로 장식된 거대한 옥좌에는, 산처럼 거대한 체구의 존재가 앉아 있었습니다. 검붉은 용포를 입고, 머리에는 열두 개의 구슬이 달린 면류관을 쓴 존재. 그가 바로 이 저승의 주인, '염라대왕(閻羅大王)'이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위엄으로 가득 차 있었고, 수염은 마치 철사처럼 뻣뻣했으며, 두 눈은 너무도 깊고 밝게 빛나, 그 안에 이 세상의 모든 선과 악, 수천 년의 세월이 담긴 듯했습니다. 김태참은 그 압도적인 위엄에 눌려,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하지만, 평생을 남들 위에 군림하며 살아온 그의 오만함은, 이 지독한 공포 속에서도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이대로 당할 순 없다. 내가 누군데! 저 자도 결국 왕이 아닌가. 왕에게는 예법이 통한다!'
그는 애써 공포를 누르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이승에서 관아에 드나들던 버릇대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대 대왕님! 소 소인은 억울합니다! 소인은 이승에서 정3품 당상관, 가선대부를 지낸 양반 김태참이라 하옵니다! 나라의 녹을 먹은 공신(功臣)의 후손을, 어찌 이리 죄인 취급하며 짐승처럼 끌고 올 수 있단 말입T니까! 당장 이 무례한 쇠사슬을 풀고, 소인에게 변론할 자리를 주시지요!" 그 말이 끝나자마S자, 수만 망자들의 울음소리로 시끄럽던 법정 전체가 순간, 얼어붙는 듯한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귀졸들도 채찍질을 멈추었고, 망자들도 울음을 그쳤습니다. 그들의 시선이 모두, 당돌한 망자 김태참에게 쏠렸습니다. 염라대왕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어 김태참을 노려보았습니다. 그의 옥좌에서 '우지끈'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그의 손이 옥좌의 팔걸이를 강하게 움켜쥐었습니다. 그 눈빛에 담긴 분노와 어쩌면, 경멸에 김태참은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네 이 놈!"
염라대왕의 목소리는 법정 전체를 울렸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목소리가 아니라, 지옥의 용암이 끓어오르고, 수천의 칼날이 부딪히는 듯한, 영혼을 찢어발기는 소리였습니다. "네 놈이 정녕 네가 누군지 모르고 이 자리에 섰느냐! 네 놈이 이승에서 벼슬을 했든, 황금을 쌓았든, 왕의 총애를 받았든! 이곳 저승에서는, 그 모든 것이 한낱 먼지보다도 가치 없는 것임을 정녕 몰랐단 말이더냐!" 염라대왕이 자리에서 일어설 듯 몸을 앞으로 숙였습니다. "네 놈이 모시던 이승의 왕도, 명이 다하면 이곳에 와 나에게 무릎을 꿇고 심판을 받는다! 네 놈이 따르던 이승의 법률도, 내가 정한 이 저승의 '업보의 법칙' 앞에서는 한낱 어린아이의 장난에 불과하다! 그런데 감히 감히 네 놈 따위가, 그 더러운 벼슬자리를 내세워 나에게 예법을 논하려 들어? 네 놈의 신분은, 네 놈이 쌓은 죄업을 가리는 가리개가 되지 못한다!" 염라대왕이 손을 들자, 옆에 있던 청백(靑白)의 관복을 입은 판관이 거대한 책을 들고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것은 표지가 검붉은 피로 얼룩진 듯한, 보기만 해도 섬뜩한 책. 바로, 이승에서 지은 모든 죄가 단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는 저승의 '명부(冥府)', 즉 '생전 기록부'였습니다.

※ 염라대왕 명부를 펼치다

염라대왕이 김태참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호령했습니다. "네 놈이 억울하다 하였겠다. 좋다. 네 놈이 이승에서 행한 일들을, 이 명부가 기록한 대로 똑똑히 읽어주마. 네 놈의 두 귀로 직접 듣고, 네 놈의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억울하다'는 말이 나오는지 보자! 명부를 펼치고, 업경대를 밝혀라!" 염라대왕의 명이 떨어지자, 거대한 명부가 '촤르르륵' 소리를 내며 저절로 펼쳐졌습니다. 그 소리는 마치 마른 뼈들이 부딪히는 소리 같았습니다. 동시에, 법정 한쪽에 세워져 있던 거대하고 시커먼 거울, '업경대(業鏡臺)'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울 표면을 감싸고 있던 안개가 걷히고, 그 안이 이승의 풍경처럼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옆에 섰던 판관이 명부의 첫 장을 가리키며, 낭랑하지만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습니다. "망자 김태참. 그 첫 번째 죄를 고한다. 임진년(壬辰年) 춘궁기. 네 놈이 다스리던 고을에 끔찍한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풀뿌리로 연명하고 있었겠다." 김태참은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임진년 가뭄? 아, 그때였지. 곡식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던 그때 쌀을 풀지 않아 큰 이문을 남겼었지.' 그는 그것이 죄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대왕님! 그것이 어찌 죄가 됩니까! 가뭄은 하늘이 내린 재앙이지, 소인의 탓이 아닙니다! 또한, 제 창고의 쌀은 제 것이니, 그것을 풀고 말고는 제 마음이 아닙니까! 법도에도 없는 죄를"

"네 이놈! 아직도 네 놈의 그 더러운 혀를 놀리느냐!" 염라대왕이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업경대를 보아라!" 거울 속에는, 김태참의 거대한 쌀 창고가 비쳤습니다. 쌀가마니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쌀알이 썩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하인들이 쌀을 뒤집고 있었습니다. 쥐들조차 살이 뒤룩뒤룩 쪄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어, 김태참의 대문 앞이 비쳤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백성들이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중, 갓난아이를 안은 한 젊은 어미가 김태참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애원하고 있었습니다. "나 나으리 제발 쌀 한 줌만 제 아이가 아이가 굶어 죽어갑니다 제발" 업경대 속의 김태참은, 기름진 닭다리를 뜯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는 귀찮다는 듯, 그 여인을 발로 걷어찼습니다. "썩 꺼지지 못할까! 이 천한 것들! 네놈들이 게을러 굶어 죽는 것을 왜 나에게 와서 지껄이느냐! 여봐라, 저것들을 당장 내치지 않고 무얼 하느냐!" "그것이 네 놈의 '재물'을 지킨 방식이더냐!"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김태참이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그렇습니다! 제 재물을 제가 지킨 것입니다. 게으른 백성들까지 제가 먹여 살릴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네 놈의 재물이라 하였느냐!" 염라대왕이 기가 막힌 듯 웃었습니다. "판관! 저 쌀이 어찌하여 저놈의 것이 되었는지, 그 근본을 읽어주라!" 판관이 명부의 앞 장을 다시 넘겼습니다. "망자 김태참은, 10년 전, 임진년 가뭄이 들기 10년 전에, 흉년을 미끼로 백성들에게 쌀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그 이자로, 원금의 세 배를 요구하였다. 가뭄에 시달린 백성들은 그 이자를 갚을 길이 없었고, 망자는 이를 빌미로 백성들의 땅문서를 헐값에, 혹은 강제로 갈취하였다. 업경대에 비친 저 여인의 땅 또한, 망자가 그녀의 아비에게 술을 먹이고 노름빚을 지게 한 뒤 빼앗은 땅이었음!" "뭣 뭣이라!" 김태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아 아니다 그 그것은 정당한" "정당한 거래라 하려는가! 업경대를 보아라!" 거울 속에는, 10년 전, 김태참이 그 여인의 아비에게 술을 따르며 "걱정 말게, 이 형님이 다 알아서 해주겠네"라며 웃고, 그가 술에 취해 쓰러지자 하인들을 시켜 그의 지장을 위조된 땅문서에 찍게 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비쳤습니다. "네 이놈! 네 놈의 창고에 쌓인 쌀은, 네 놈의 재물이 아니다! 그것은 네 놈이 속여 빼앗은 백성들의 땅에서 난 곡식이요, 네 놈이 흘리게 한 그들의 피눈물이다! 네 놈의 창고가 쌀로 찰수록, 백성들의 배는 굶주림으로 꺼져갔다. 네 놈이 문을 걸어 잠근 그날 밤!"

염라대왕이 손가락으로 거울을 가리켰습니다. 거울 속에서는, 김태참에게 발길질당한 그 여인이, 갓난아이와 세 살배기 큰아이를 품에 안고 담벼락 밑에서 떨고 있었습니다. 담장 너머로는 김태참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고기 굽는 냄새와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인은 마지막 힘을 다해, 자신의 얼어붙은 젖을 아이에게 물리려 했지만 아이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습니다. 여인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다가, 그 아이를 껴안은 채로 얼어 죽어갔습니다. "네 놈의 탐욕이! 무고한 세 생명을! 그것도 어린아이 둘을 굶기고 얼려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것이 네 놈의 첫 번째 죄다! 이래도 네 놈이 억울하다 하느냐!" 염라대G왕의 말이 끝나자, 업경대 속에서 얼어 죽었던 그 여인과 두 아이의 망령이, 푸른빛을 띠고 스르르 기어 나왔습니다. 그들은 김태참의 앞에 엎드려, 원망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속삭였습니다. "쌀 쌀 한 줌만 우리 아이가 춥 춥습니다 나으리" "허 허억 으아아아악! 저 저리 가라! 저리 가! 귀 귀신이다!" 김태참은 공포에 질려 뒤로 나자빠지며, 아이처럼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의 오만했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습니다.

※ 명부에 기록된 충격적인 악행들

"그뿐인 줄 아느냐!" 염라대왕의 목소리는 법정에 선 모든 망자들의 혼을 떨게 만들었습니다. 염라대왕이 손짓하자, 옆에 섰던 판관이 명부의 다음 장을 넘겼습니다. 그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마치 김태참의 살점을 도려내는 칼 소리처럼 섬뜩하게 울렸습니다. 판관이 낭랑하지만 감정 없는 목소리로 명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계사년(癸巳年) 가을. 망자 김태참의 집에서 10년을 무던히 일한 머슴 '돌쇠'가, 주인이 아끼던 벼루를 닦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깨뜨렸다." 김태참의 안색이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아 그 그 멍청한 놈' 그는 기억해냈습니다. 그 벼루는 그가 아첨을 떨어 겨우 얻어낸 값비싼 물건이었습니다. "그 그놈이 제 물건을 깨뜨렸으니 벌을 준 것은 마땅합니다!" 김태참이 애써 변명하려 했으나, 염라대왕은 그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네 이놈! 어디서 감히 변명을 하려 드느냐! 이 명부에 쓰여 있기를, '벼루 값은 고작 열 냥이었으나, 김태참은 평소 돌쇠가 우직하여 밉보였던 차에, 본보기로 삼는다며 마당 기둥에 묶고 사흘 밤낮으로 매질을 하였다.'고 적혀있다! 그것이 사실이냐!" "소 소인은 그저 버릇을 고치려 아랫것들의 기강을 잡으려" "버릇이라! 기강이라! 네 놈은 돌쇠에게 3년간 밀린 새경 스무 냥도 주지 않았음이 명부에 기록되어 있다! 굶주림과 과로에 지친 돌쇠가, 너의 무자비한 매질을 이기지 못하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나으리 잘못했습니다 제 새경에서 깎으시지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었다! 허나 네 놈은 어찌했는가! '병으로 죽었다'고 관아에 거짓을 고하고, 그 시신을 뒷산 거친 멍석에 말아 짐승처럼 묻어버렸다! 한 생명을 파리 목숨처럼 여긴 죄, 사람을 물건보다 하찮게 여긴 죄, 이 죄 또한 어찌할 것이냐!" 업경대(業鏡臺)에 끔찍한 매질의 광경이 생생하게 비쳤습니다. 비가 내리는 밤, 흠씬 두들겨 맞은 돌쇠가 축 늘어져 숨이 끊어지는 모습, 그리고 하인들이 그 시신을 아무렇게나 둘러메고 산에 파묻는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김태참은 공포에 질려 말조차 잇지 못했습니다. "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염라대왕의 분노는 극에 달해, 옥좌를 내리쳤습니다. "네 놈의 며느리는 어떠한가! 네 하나뿐인 아들이 어렵게 얻은 아내, 그 고운 며느리를 네 놈은 어찌 대했느냐!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구실로, 그 추운 동짓달, 강이 꽁꽁 어는 날에 임신한 며느리를 마당에 꿇어앉히고 '네년의 악독한 심보를 고치겠다'며 냉수마찰을 시켰겠다!" "그 그것은 가 가문의 법도 며느리의 기강을" "시끄럽다! 네 놈의 뒤틀린 욕심과 잔인함이 법도더냐! 이 명부에는 네 며느리의 애원 소리까지 기록되어 있다! '아버님 아버님 제발 뱃속의 아이만은 아버님의 손주입니다 제발' 네 놈은 이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것도 못 버티면 내 손자가 될 자격이 없다'며, 감히 발길질까지 하였다! 그로 인해 며느리는 그 자리에서 피를 쏟으며 유산을 하였고,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네 놈의 귀한 혈육까지 네 놈의 손으로 직접 죽인 것이다! 이래도 네 놈이 억울하다 하느냐! 이래도 네가 양반이라 목에 힘을 줄 것이냐!"

※ 억울하게 죽은 망자들이 증인으로 등장

김태참은 이제 온몸을 짐승처럼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완전히 엎드렸습니다. 명부에 적힌 내용, 업경대에 비친 광경. 그 어느 것 하나 틀린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지옥에 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마지막 남은 오기와 꾀를 쥐어짰습니다. "대 대왕님 소 소인이 소인이 백 번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습니다 허나 허나!" 그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허나! 저것은 그저 기록일 뿐입니다! 저 책에 적힌 것이 어찌 산 사람, 아니, 죽은 사람의 진실이라 확신하십니까! 혹 누군가 소인을 음해하려 거짓을 적어 넣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소인이 이승에서 한 일은 아무도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증거가 증거가 있습니까! 소인을 고발할 증인을 대시란 말입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발악했습니다. 증거가 없지 않느냐, 나만 아는 일이지 않느냐, 이 저승의 법도에도 허점이 있지 않겠느냐, 항변한 것입니다. 그 어리석음에, 염라대왕은 분노를 넘어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하 하하하! 어리석고 미련한 놈이로다! 네 놈은 네 놈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이라 믿었구나. 네 놈이 이승에서 쓴 장부에는 네 놈의 공적과 재물만 가득하겠지. 허나 이 저승의 명부는, 네 놈이 남몰래 흘린 잔인한 눈빛, 네 놈이 뱉어낸 악독한 속삭임, 네 놈의 탐욕스러운 숨소리 하나까지도 빠짐없이 기록한다! 이 명부는 잉크로 쓰는 것이 아니다!" 염라대왕이 소리쳤습니다. "이 명부는, 네 놈이 굶겨 죽인 자들의 눈물로 쓰였으며! 네 놈에게 매 맞아 죽은 자의 혈흔으로 적혔으며! 네 놈의 악행에 짓밟힌 자들의 한(恨)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감히 증거를 찾느냐! 네 놈이 증인을 원하였느냐! 좋다! 네 놈의 그 추악한 눈으로 똑똑히 보아라! 네 놈의 죄를 증언할 증인들을 대령하라!" 염라대왕이 거대한 손을 법정 한가운데의 허공을 향해 휘젓자, 공기가 종잇장처럼 찢어지며 검은 구멍이 생겨났습니다. 그 구멍 속에서, 이승의 것이 아닌 처절한 울음소리와 함께, 세 개의 처참한 형상이 천천히 떠올랐습니다. 굶주림으로 뼈만 앙상하게 남아, 서로를 부둥켜안고 떨고 있는 어미와 아이의 망령. 온몸이 피멍투성이이고, 팔다리가 뒤틀린 채 축 늘어진 머슴 돌쇠의 망령. 그리고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작은 핏덩어리의 형상을 한, 며느리가 잃은 태아의 영혼이었습니다. 김태참은 그들을 보고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허 허억! 아 아니다! 저리 가라! 저리 가! 저 천한 것들 돌 돌쇠야! 네 네가 네가 감히!" 돌쇠의 망령이 원망이 가득 담긴,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으리 나으리 벼루 값은 제 새경에서 깎으시지 어찌 어찌 저를 그리 추 춥고 배고픕니다, 나으리 10년을 일했는데 멍석 한 장에 말려 너무 춥습니다" 굶주린 어미의 망령은 그저 "쌀 쌀 한 줌만 아이가"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울부짖었습니다. "으아아악! 저리 치워라! 저것들은 귀신이다! 환영이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나는 양반이다! 감히 천한 것들이 나를!" 김태참은 실성한 듯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을 뒹굴며, 귀를 막으려 애썼습니다.

※ 지옥으로 끌려가는 김태참의 비명

"이제 보았느냐." 염라대왕이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발악하는 김태참을 완전히 덮어버렸습니다. 법정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절대적인 침묵에 휩싸였습니다. 오직, 염라대왕의 천둥 같은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습니다. "망자 김태참. 더 이상 들을 필요도, 변명할 기회도 없다. 네 놈의 눈으로 직접 증인을 보았고, 네 놈의 귀로 네 놈의 죄를 들었다. 네 놈은 살아서 재물을 탐하여 백성의 피를 빨았고, 아랫사람을 짐승만도 못하게 학대했으며, 굶주린 자를 외면하고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심지어 네 혈육마저 무참히 해하였다!" 염라대왕은 한 걸음, 한 걸음, 김태참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걸음마다 지옥의 불길이 바닥에서 솟구쳤습니다. "네 놈의 혀는 백성을 속이고 아랫사람을 저주하며 거짓을 일삼았으니. 네 놈의 손은 무고한 자를 때리고 남의 것을 빼앗아 피로 물들었으니. 네 놈의 발은 굶주린 자를 짓밟고 네 혈육을 해하는 데 쓰였으니. 네 놈의 마음은 동짓달 얼음보다 차갑고 짐승보다도 악독하니. 네 놈의 일생은 그야말로 죄업의 탑이로다!" 염라대왕이 붉은 붓을 높이 들어, 하늘을 찢을 듯한 목소리로 최후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한다! 망자 김태참은, 그 죄가 너무도 무겁고 참혹하여 인간은 물론, 미물로도 다시 태어날 자격조차 없다! 저놈을 당장 '발설지옥(拔舌地獄)'으로 끌고 가, 그 거짓되고 악독한 혀를 뽑아버려라!" "그 다음, '도산지옥(刀山地獄)'으로 보내, 죄 없는 며느리를 걷어찬 그 악독한 발이 수천의 칼날에 찢기게 하라!" "그 다음, '거해지옥(鉅解地獄)'으로 보내, 돌쇠를 때려죽인 그 잔인한 팔다리를 톱으로 썰어내라!" "마지막으로, 그 차갑고 탐욕스러운 심장과 영혼은 '화산지옥(火山地獄)'의 영원한 불길 속으로 던져 넣어, 네 놈이 외면했던 굶주린 자들의 고통을 천만 년 동안 맛보게 할 것이다! 당장 저놈을 끌어내라!" 판결이 떨어지자마자, 바닥이 갈라지며 시뻘건 불길과 함께, 흉측한 몰골의 귀졸(鬼卒)들이 쇠사슬과 불타는 쇠꼬챙이를 들고 튀어나왔습니다. 그들이 일제히 김태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아아아악! 싫다! 싫어! 나는 나는 양반이다! 나는 억울하다! 대왕님! 대왕님! 단 한 번만 단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내 내 재산이 황금이 천 근이오! 이 저승에 거대한 절을 으아아악!" 귀졸들이 쇠꼬챙이로 김태참의 혼을 꿰뚫고, 붉게 달아오른 쇠사슬로 그의 목을 감았습니다. "나는 억울 으윽!" 김태참의 처절한 비명은, 그가 평생 외면했던 가난한 자들의 울음소리처럼, 지옥의 붉은 불길 속으로 삼켜져 갔습니다. 그의 비명이 사라진 법정은 다시 고요해졌습니다. 염라대왕은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다, 자신의 옥좌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명부의 다음 장을 넘겼습니다. 다음 심판을 받을 망자의 이름이 호명되었습니다. 저승의 심판은, 이승의 신분과 재물에 상관없이, 그저 공평하게, 자신이 지은 죄의 무게만큼 내려지고 있었습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400자 내외)

시니어 여러분, 오늘 '어우야담'이 들려드린 악덕 양반 김태참의 저승 심판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김태참 대감의 마지막 비명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합니다. 살아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권세를 누렸지만, 죽음 앞에서는 그 모든 것이 한낱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던 악행들이, 저승의 명부에는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지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과응보'라는 네 글자의 무거움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남의 눈에 피눈물을 내면, 언젠가 제 눈에도 피눈물이 흐르는 법이지요. 부와 명예도 중요하지만, 오늘 하루 남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친절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저승길에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공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밤,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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