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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 명부 고쳐 쓴 맹인 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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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트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번지르르한 비단옷과 화려한 말솜씨로 세상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감쪽같이 속이며 평생을 호의호식한 위선자가 있다면, 과연 죽어서 간 저승에서까지 그 거짓말이 통할 수 있을까요? 여기, 비록 두 눈은 멀어 앞을 보지 못하지만 마음의 눈과 코끝으로 사람의 선악을 귀신같이 꿰뚫어 보던 청산골의 맹인 점쟁이 이 봉사가 있습니다. 우연히 같은 날 저승길에 오른 가짜 암행어사 조 참봉의 뻔뻔한 거짓말 앞에, 이 봉사가 터뜨린 통쾌하고도 서늘한 일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염라대왕의 무릎을 치게 만들고 저승의 명부까지 새로 고쳐 쓰게 만든 맹인 할아버지의 속 시원한 저승 재판 이야기! 지금 바로 그 엄숙하고도 통쾌한 심판대 앞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 1: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던 이 봉사

    충청도 산기슭에 자리 잡은 평화로운 고을 안성골에는, 일곱 살 때 앓은 열병으로 두 눈의 빛을 잃었지만 마음의 눈만큼은 보름달처럼 밝은 일흔 살의 노인 '이 봉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장터 어귀의 조그만 오두막집에서 산통을 흔들며 점을 쳐 주는 이 봉사는, 가난한 농부나 과부들이 찾아오면 복채는커녕 오히려 따뜻한 보리차 한 사발을 내어주며 굽은 등을 토닥여 주는 고을의 살아있는 부처님 같은 어른이었습니다.

    비록 두 눈은 감겨 있었으나 이 봉사의 귀와 코는 남들보다 열 배는 더 예민했습니다. 발걸음 소리만 듣고도 찾아온 이의 근심을 알아맞혔고,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만 맡고도 그 사람이 착한 일을 하고 왔는지 나쁜 짓을 하고 왔는지 귀신같이 꿰뚫어 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늦가을 장날 오후였습니다. 장터 한복판이 시끌벅적하더니 꽹과리와 피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마을 어귀에 거대한 돌비석을 세우는 제막식이 열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봉사의 오두막 앞에서 심부름을 해주던 더벅머리 총각 돌쇠가 혀를 끌끌 차며 달려왔습니다.

    "아이고, 할아버지! 저기 장터 어귀에 사람들 모인 것 좀 보십시오... 아차, 할아버지는 안 보이시지! 글쎄 저 아랫마을의 구두쇠 조 참봉 영감이 자기 이름으로 또 선행비를 세웠지 뭡니까요! 이걸로 벌써 열두 번째 비석이옵니다!"

    이 봉사는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마루 끝에 걸터앉으며 나지막이 물었습니다.

    "허허, 조 참봉이 이번에는 또 무슨 선행을 했다고 저리 요란하게 비석을 세운다더냐?"

    "듣자 하니, 지난번 이웃 고을에 밤도둑 떼가 들어 백성들이 알거지가 되었을 때 조 참봉이 썩은 쌀 몇 가마니를 풀었다면서, 자기가 천하의 대자대비한 부자라고 관아에 돈을 찔러 넣어 비석을 세웠다지 뭡니까!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건요, 그 비석을 세우는 비용이랑 오늘 잔칫상 비용을 대느라 자기 땅을 부치는 소작농들에게 비석 세금까지 따로 뜯어냈다는 거 아닙니까요!"

    돌쇠가 분통을 터뜨리자, 이 봉사는 빈 동공을 허공에 둔 채 코를 킁킁거리며 바람 냄새를 맡았습니다. 장터 쪽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 속에는 향긋한 음식 냄새와 향 연기가 섞여 있었지만, 이 봉사의 코끝에는 전혀 다른 시큼하고도 비릿한 냄새가 강하게 찔러 들어왔습니다.

    '쯧쯧, 어리석은 중생 같으니라고. 백성들의 고혈을 짜낸 피비린내가 저리도 진동을 하건만, 차가운 돌덩이에 금칠한 글씨 몇 자 새긴다고 하늘과 귀신의 눈을 속일 수 있을 줄 아는가.'

    사실 고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쉬쉬하며 도는 흉흉한 소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밤마다 인근 고을의 부잣집이나 조금 먹고살 만한 평민들의 집에 '암행어사 출두요!'를 외치며 들이닥쳐, 죄를 뒤집어씌우고 재물을 몽땅 털어가는 정체불명의 일당이 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짜 암행어사 패거리의 우두머리가 다름 아닌 낮에는 자선가 행세를 하는 저 조 참봉이라는 의심이 파다했지만, 워낙 조 참봉의 권세가 등등하고 관아의 관리들까지 매수해 놓은 터라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비석 제막식을 마친 조 참봉이 화려한 비단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하인들을 거느리고 장터 길을 행차하기 시작했습니다. 살이 피둥피둥 찐 얼굴에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조 참봉은, 길가에 엎드린 백성들을 거만한 눈초리로 내려다보며 수염을 쓰다듬었습니다.

    "에헴! 너희 같은 무지렁이들이 이 조 참봉 어른의 넓고 깊은 은덕 덕분에 굶어 죽지 않고 사는 줄 알아라! 내 이름이 새겨진 저 열두 개의 선행비가 있으니, 내가 훗날 백 살까지 호의호식하다 저승에 가더라도 염라대왕께서 버선발로 뛰어와 나를 극락세계 상석으로 모실 것이야! 하하하!"

    그 오만방자한 호통 소리가 오두막 앞까지 들려오자, 마루에 앉아 있던 이 봉사가 대나무 지팡이로 마당을 '탁' 하고 내리쳤습니다. 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어찌나 서늘한 기운이 담겨 있던지, 지나가던 조 참봉의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어졌습니다.

    조 참봉이 미간을 찌푸리며 오두막 쪽을 돌아보았습니다.

    "네 이놈, 눈먼 장님 녀석아! 감히 이 조 참봉 어른이 행차하시는 길에 지팡이를 땅에 두드려 부정(不淨)을 타게 만들다니, 두 눈만 먼 것이 아니라 두 귀까지 먹었느냐!"

    하인들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려 하자, 이 봉사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조 참봉이 서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똑바로 들었습니다.

    "조 참봉 어르신, 소인은 비록 두 눈이 멀어 어르신의 그 화려한 비단옷과 열두 개의 돌비석은 보지 못하옵니다. 하나, 어르신의 그 비단 도포 자락 속에서 풍겨 나오는 가짜 마패의 구린내와 억울하게 재물을 빼앗긴 백성들의 피눈물 냄새만큼은 십 리 밖에서도 맡을 수 있사옵니다."

    "뭐, 뭐라? 가짜 마패? 이 미친 장님 놈이 감히 누구 앞에서 요망한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조 참봉은 정곡을 찔려 얼굴이 시뻘게졌지만, 많은 눈이 보는 앞이라 애써 침착한 척 헛기침을 했습니다.

    "어르신, 이승의 관아와 백성들의 눈은 돈과 돌비석으로 가릴 수 있을지 모르오나, 저승 시왕청의 업경대와 명부는 결코 속이지 못하는 법이옵니다. 머지않아 저승사자가 문밖을 찾아올 터인데, 그때 가서 무슨 낯으로 염라대왕 마마를 뵈시려고 이리 죄업을 쌓으시나이까!"

    "닥치거라! 내 나이가 이제 겨우 예순인데 무슨 저승사자 타령이냐! 당장 저 재수 없는 영감탱이의 오두막을 부수어버려라... 아니지, 오늘 같은 길일에 피를 보면 내 선행비에 흠집이 나니 오늘은 그냥 가자! 퉤, 재수가 없으려니까!"

    조 참봉은 찜찜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습니다. 이 봉사는 멀어져 가는 조 참봉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 봉사의 마음의 눈에는 이미 조 참봉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는 검은 그림자와, 자기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평온한 이별의 시간이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습니다.

    ※ 2: 황천길에서 마주친 비단신과 짚신

    그날 밤, 안성골에는 두 번의 곡소리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장터 어귀의 작은 오두막집에서는 이 봉사가 목욕재계를 하고 깨끗한 무명옷으로 갈아입은 뒤, 수십 년간 자신의 손발이 되어주었던 대나무 지팡이를 가슴에 안고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마지막 숨을 거두었습니다. 고통도 미련도 없이 마치 깊은 단잠에 빠져드는 듯한 평안한 임종이었습니다. 돌쇠와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진심 어린 눈물로 이 봉사의 가는 길을 배웅해 주었습니다.

    반면, 같은 시각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서 성대한 축하연을 벌이던 조 참봉네 집에서는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기생들에게 둘러싸여 산해진미와 독한 술을 마시며 자신의 선행비를 자랑하던 조 참봉이, 갑자기 낮에 들었던 이 봉사의 경고가 떠올라 화를 내다가 기름진 떡이 목구멍에 컥 막혀버린 것이었습니다!

    "컥! 켁켁! 무, 물 가져와라! 내 목구멍에... 으아악!"

    조 참봉은 눈을 허옇게 뒤집고 목을 움켜쥔 채 방바닥을 뒹굴다가, 비단 보료 위에서 그만 숨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인들과 일가친척들은 조 참봉이 쓰러지자마자 슬퍼하기는커녕,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방의 금고 열쇠와 땅문서를 차지하려고 머리채를 잡고 싸우기에 바빴습니다.

    이윽고 자욱한 안개가 피어오르는 저승의 문턱, 삼도천 나루터에 두 사람의 혼백이 저승사자들의 인도를 받아 도착했습니다.

    이 봉사는 생전의 모습 그대로 검소한 무명옷에 짚신을 신고, 익숙한 대나무 지팡이를 짚은 채 담담하게 걸어왔습니다. 반면 조 참봉은 제사상에 급히 올린 화려한 금박 비단 수의에 옥관자까지 달고, 발에는 코가 뾰족한 비단 꽃신을 신은 채 저승사자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여보시오, 사자 양반들! 내가 이승의 안성골에서 이름만 대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대자선가 조 참봉이란 말이오! 나를 데려가려면 꽃가마는 못 태워줄망정 이렇게 걸어서 끌고 오다니, 도대체 저승의 예법이 왜 이 모양이오!"

    저승사자가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쳤으나, 조 참봉은 품속에서 제사상에 올라왔던 가짜 종이돈(지전) 한 뭉치를 꺼내 사자의 소매 속에 찔러 넣으려 했습니다.

    "에헴, 사자 양반. 이거 약소하지만 받으시고, 이따가 염라대왕님 앞에 가면 내 칭찬 좀 잘 말씀드려 주시오. 내 이승에 세워둔 선행비만 열두 개가 넘는 사람이니, 대왕님께서도 나를 귀빈으로 대접하실 것이오!"

    바로 그때, 조 참봉의 옆을 지나가던 이 봉사가 걸음을 멈추고 혀를 끌끌 찼습니다.

    "허허, 조 참봉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기어이 저승길까지 오셔서도 그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하셨구려. 사자 나으리들께 뇌물을 쓰려 하시다니, 참으로 딱하십니다그려."

    조 참봉이 고개를 휙 돌려 이 봉사를 발견하고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억! 네, 네 이놈은 장터의 눈먼 장님 이 봉사가 아니냐! 네놈이 어찌하여 나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이곳에 와 있단 말이냐! 아이고, 산통 다 깨졌네! 귀한 양반 가시는 저승길에 천한 장님 놈과 동행을 하게 되다니!"

    조 참봉은 이 봉사의 무명옷 자락이 자기 비단옷에 스치기라도 할까 봐 옷자락을 휙 걷어 올리며 침을 뱉었습니다.

    "이보게, 이 봉사! 이승에서는 네놈이 주둥이 하나로 요망한 소리를 지껄였을지 모르나, 이곳 저승재판소에서는 생전에 쌓은 공덕 문서로 재판을 받는다고 들었네! 너처럼 평생 가난뱅이로 살며 절간에 시주 한 번 제대로 못 해본 놈은 필시 지옥 불을 면치 못할 것이고, 나처럼 고을마다 선행비를 열두 개나 세우고 다리를 놓아준 대인은 천상 선계(仙界)로 직행할 터이니, 저만치 떨어져서 내 뒤나 졸졸 따라오너라!"

    '흥, 어디 저승 판관들이라고 별수 있겠느냐! 이승에서 내가 관아의 이방과 사또를 구워삶아 문서를 꾸며냈듯이, 저승에서도 내 화려한 언변과 열두 개의 비석 이야기만 꺼내면 판관들도 다 내 편을 들어줄 것이야!'

    조 참봉은 여전히 사후세계의 준엄한 법도를 알지 못한 채, 세 치 혀와 거짓 명예로 저승의 심판대마저 능멸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이 봉사는 그런 조 참봉의 가엾은 어리석음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지팡이 소리를 내며 삼도천의 나룻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 3: 저승재판소의 세 치 혀

    삼도천을 건너 도착한 저승 시왕청의 제5전, 염라대왕의 대법정은 천장 높이가 구름에 닿을 듯 거대하고 엄숙했습니다. 양옆으로는 쇠방망이와 창을 든 우두머리 야차와 마두머리 나찰들이 무서운 눈을 부라리며 도열해 있었고, 단상 위에는 산처럼 거대한 몸집에 붉은 관복을 입은 염라대왕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앉아 있었습니다.

    단상 아래 좌우에는 망자들의 생전 기록이 적힌 두꺼운 명부를 펼쳐 든 판관들이 붓을 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이 봉사는 순서를 기다리며 법정 한구석의 대기석에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았고, 성질 급한 조 참봉이 먼저 불려 나와 심판대 한가운데에 섰습니다.

    수석 판관인 최 판관이 안경을 고쳐 쓰며 두꺼운 명부를 한 장씩 넘기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충청도 안성골에서 온 예순 살 조만석(조 참봉)이렷다! 어디 보자... 네놈의 명부 기록이 어찌 이리 앞뒤가 흐릿하고 먹물이 번져 있느냐?"

    사실 조 참봉이 이승에서 가짜 암행어사 노릇을 할 때 워낙 교묘하게 얼굴을 가리고 남의 이름을 팔아 악행을 저지른 데다, 낮에는 온갖 선행비를 세워 백성들의 칭송 문서를 관아에 올렸기 때문에, 이승의 토지신과 성황신이 저승으로 올려보낸 1차 장부 기록이 심하게 뒤엉켜 있었던 것입니다.

    이 틈을 놓칠 조 참봉이 아니었습니다. 조 참봉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악어의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대왕 마마! 그리고 판관 나으리! 소인이 바로 안성골에서 평생을 불쌍한 백성들을 위해 바친 조 참봉이옵니다! 명부에 먹물이 번진 것은 필시 소인이 선행을 베풀 때마다 흘린 감격의 눈물과, 은혜를 입은 백성들이 소인을 칭송하며 올린 눈물이 섞여서 그리된 것일 줄 아옵니다!"

    최 판관이 귀가 솔깃하여 물었습니다.

    "호오, 네가 이승에서 그토록 많은 선행을 베풀었단 말이냐? 증거가 있느냐?"

    "증거라니요, 나으리! 지금 당장 이승의 안성골 장터와 고을 어귀를 내려다보시옵소서! 소인이 가뭄 때마다 곳간을 털어 굶주린 백성들을 살려내고, 도둑 떼에게 재산을 잃은 가엾은 이들에게 쌀과 베를 나누어 주어, 고을 백성들이 소인의 은덕을 기리고자 자발적으로 세운 '조 참봉 시혜불망비(施惠不忘碑)'가 무려 열두 개나 우뚝 서 있사옵니다! 돌에 새긴 글씨는 천 년이 가도 지워지지 않는 법인데, 어찌 거짓이 있겠사옵니까!"

    조 참봉은 가슴을 치며 현란한 말솜씨로 자신의 거짓 선행을 줄줄이 읊어댔습니다. 어찌나 연기가 감쪽같고 목소리가 간절하던지, 명부를 살피던 최 판관과 옆의 서기들조차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허어, 과연 안성골 어귀에 조 참봉의 선행비가 열두 개나 서 있는 것이 사실이로구나! 대왕 마마, 이자의 명부 뒷부분에 약간 검은 얼룩이 있기는 하오나, 이토록 많은 송덕비가 세워진 것을 보면 필시 큰 덕을 쌓은 선인(善人)이 틀림없는 줄 아옵니다. 이자를 상등 극락으로 보내거나 부귀영화를 누릴 왕족으로 환생시키는 것이 마땅할 줄 아옵니다!"

    판관의 호의적인 보고에 조 참봉은 바닥에 엎드린 채로 입이 귀에 걸려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키히히! 거봐라, 내 이럴 줄 알았지! 돌비석 열두 개 세운 본전을 저승에서까지 백 배로 뽑아먹는구나!'

    단상 위의 염라대왕이 턱을 괴고 조 참봉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려는 찰나였습니다.

    "딱! 딱! 딱!"

    고요하고 엄숙한 저승재판소 바닥을 울리는 맑고도 단호한 대나무 지팡이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대기석에 앉아 있던 맹인 노인 이 봉사가 지팡이를 짚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심판대 한가운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온 것이었습니다!

    야차들이 창을 가로막으며 소리쳤습니다.

    "네 이놈! 아직 네 차례가 아니거늘 감히 어디라고 나서느냐!"

    조 참봉도 화들짝 놀라 이 봉사를 가리키며 핏대를 세웠습니다.

    "대왕 마마! 저 미친 장님 놈이 이승에서부터 소인의 부귀를 시기하더니, 감히 대왕 마마의 법정까지 어지럽히고 있사옵니다! 당장 저 무례한 놈의 주둥이를 찢어 내쫓아 주시옵소서!"

    그러나 이 봉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단상 위의 염라대왕을 향해 정중히 허리를 굽힌 뒤, 법정 전체가 카랑카랑하게 울릴 정도의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대왕 마마! 소인은 비록 일곱 살에 두 눈이 멀어 평생 햇빛 한 줄기 보지 못하고 살다 온 안성골의 천한 맹인 이 봉사이옵니다! 소인의 눈이 멀었기에 저 옆에 서 있는 조 참봉이 걸친 화려한 금박 비단옷도 보지 못하고, 저자가 자랑하는 열두 개의 돌비석도 보지 못하옵니다!"

    이 봉사는 고개를 돌려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조 참봉을 향해 지팡이 끝을 똑바로 겨누었습니다.

    "하나 대왕 마마! 소인은 두 눈이 먼 대신 코끝이 살아 있어, 저자의 화려한 비단옷 속에서 풍겨 나오는 썩은 구린내와 수백 명 백성들의 피비린내는 똑똑히 맡을 수 있사옵니다! 또한 소인은 두 귀가 열려 있어, 저자가 세운 열두 개의 돌비석 밑에서 밤마다 굶어 죽어간 소작농들과 억울하게 재산을 빼앗긴 백성들이 피를 토하며 울부짖는 원혼들의 통곡 소리를 똑똑히 듣고 있사옵니다! 어찌 세 치 혀와 차가운 돌덩이 몇 개에 속아, 백성의 살을 깎아 먹은 악귀를 극락으로 보내려 하시나이까!"

    이 봉사의 서릿발 같은 일갈에 저승재판소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 4: 칠십 년 만에 열린 천안(天眼)

    단상 위에서 묵묵히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염라대왕의 부리부리한 두 눈에서 갑자기 번개 같은 금빛 안광이 번쩍 빛났습니다. 염라대왕이 책상을 '쾅!' 하고 내리치자, 대법정 기둥들이 우르릉 흔들리며 최 판관과 서기들이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습니다.

    "하하하! 통쾌하도다! 참으로 통쾌하도다!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있는 내 저승의 판관들은 저 간교한 놈의 세 치 혀와 가짜 비석 기록에 눈이 멀었거늘, 오직 두 눈을 감은 이승의 맹인 노인만이 진실의 냄새를 맡고 정의의 소리를 들었단 말이냐!"

    염라대왕의 우렁찬 호통에 조 참봉은 사색이 되어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발악했습니다.

    "대, 대왕 마마! 저 장님 놈의 모함이옵니다! 앞도 못 보는 놈이 냄새만으로 사람을 죄인으로 몰다니요! 소인의 명부에는 분명 열두 개의 선행비가 적혀 있지 않사옵니까! 소인은 억울하옵니다!"

    염라대왕은 조 참봉의 변명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 아래로 천천히 걸어 내려왔습니다. 거대한 염라대왕이 이 봉사의 앞에 멈춰 서자, 서늘하면서도 자애로운 신령한 기운이 이 봉사의 온몸을 감쌌습니다.

    "이 봉사야, 네가 이승에서 칠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거짓된 욕심을 품지 않고, 눈먼 몸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살아온 공덕을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느니라."

    염라대왕은 큰 손을 들어 이 봉사의 굳게 감긴 두 눈 위에 살포시 얹었습니다.

    "네가 이승의 더러운 꼴을 보지 않으려 칠십 년 동안 눈을 감고 마음의 눈을 닦았으니, 이제 이 저승 법정에서는 내가 너에게 하늘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천안(天眼)'을 열어주겠노라! 눈을 떠서 저 간악한 자의 명부에 적힌 진짜 글씨를 네 입으로 직접 읽어 보아라!"

    염라대왕의 손끝에서 따스하고도 눈부신 황금빛 기운이 뿜어져 나와 이 봉사의 눈꺼풀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아... 아아!"

    이 봉사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열병을 앓고 어둠 속에 갇힌 지 실로 예순세 해 만에, 이 봉사의 감겼던 두 눈이 스르르 열리며 찬란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처음으로 마주한 세상은 이승의 흐릿한 풍경이 아니라, 선과 악이 흑백으로 뚜렷이 갈리는 저승 대법정의 장엄한 광경이었습니다. 게다가 염라대왕이 열어준 눈은 단순한 육신의 눈이 아니었습니다. 사물의 겉모습 너머에 숨겨진 본질과 영혼의 색깔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신비로운 영안(靈眼)이었습니다!

    이 봉사가 번쩍 뜨인 두 눈으로 옆에 엎드려 있는 조 참봉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세상에나... 대왕 마마의 은덕으로 소인이 눈을 떠서 보니, 저 조 참봉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금박 비단옷이 아니라 원한을 품고 죽어간 백성들의 시커먼 피고름 덩어리이옵니다! 그리고 저자의 머리 위에는 돈에 눈이 멀어 지은 죄업들이 시꺼먼 독사 떼가 되어 우글거리고 있사옵니다!"

    "히익! 저, 저 장님이 정말로 눈을 떴단 말이냐!"

    조 참봉은 이 봉사의 맑고도 매서운 눈빛과 마주치자, 마치 심장을 바늘로 찔린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이 봉사는 곧바로 최 판관의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조 참봉의 저승 명부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최 판관의 눈에는 그저 '열두 개의 선행비를 세움'이라고 적힌 뒤에 먹물이 조금 번진 것으로만 보였던 그 장부가, 천안을 얻은 이 봉사의 눈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최 판관 나으리, 이 장부를 자세히 보시옵소서! 이 먹물 얼룩은 습기가 차서 번진 것이 아니옵니다! 조 참봉이 낮에 가짜 선행을 한 줄 적어 넣을 때마다, 밤에 저자가 저지른 끔찍한 악행의 피눈물이 장부 뒤편에서 배어 나와 글씨를 지워버린 자국이옵니다!"

    이 봉사가 손가락으로 명부의 검은 얼룩을 짚자, 놀랍게도 그 시커먼 먹물 속에서 시뻘건 핏빛 글씨들이 꿈틀거리며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5: 가짜 암행어사의 추악한 민낯

    명부 위에서 핏빛 글씨들이 솟아오르자, 최 판관을 비롯한 저승의 관리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염라대왕은 단상 위로 다시 올라가 앉으며 호령했습니다.

    "여봐라! 명부의 숨겨진 죄상이 드러났으니, 지금 당장 업경대(業鏡臺)의 덮개를 열어 저 조만석 놈이 이승의 밤마다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만천하에 비추어 보아라!"

    "예이!"

    야차들이 법정 한쪽에 서 있는 집채만 한 청동 거울, 업경대의 붉은 비단 덮개를 휙 벗겨냈습니다. 거울 표면에 푸른 안개가 소용돌이치더니, 이윽고 조 참봉이 이승에서 저질렀던 추악한 범행 현장들이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연극처럼 생생한 소리와 함께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울 속 화면에는 달빛도 없는 그믐밤, 복면을 쓴 건장한 사내 스무 명을 거느린 조 참봉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조 참봉은 관아의 아전에게 돈을 주고 몰래 빼돌린 관복을 입고, 구리로 위조해 만든 가짜 마패를 손에 높이 쳐들고 있었습니다.

    거울 속에서 조 참봉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흘러나왔습니다.

    "암행어사 출두요! 이 집 주인 박 부자는 나라의 세금을 포탈하고 역모를 꾀하였다는 투서가 들어왔으니, 집 안의 모든 재산과 땅문서를 관아로 압수하고 주인은 당장 포박하여 산속에 가두어라!"

    영문도 모른 채 자다가 끌려 나온 백성들이 피를 흘리며 매를 맞고,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쌀가마니와 패물, 땅문서들이 조 참봉의 사설 창고로 고스란히 실려 가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비쳤습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그다음 장면이었습니다. 밤새 가짜 암행어사 노릇을 하여 백 가마니의 쌀을 강탈한 조 참봉이, 날이 밝자마자 비단옷으로 갈아입고 그 피해자 마을로 찾아가, 자기가 훔친 쌀 중에서 썩고 벌레 먹은 쌀 딱 세 가마니를 던져주며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에헴! 밤사이에 흉악한 도둑 떼가 들어 너희가 재산을 다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자비로운 조 참봉이 쌀을 가지고 왔느니라! 너희는 내 은혜를 잊지 말고 마을 어귀에 내 선행비를 크게 세우도록 하여라! 만약 비석을 세우지 않으면 너희가 빌려 쓴 빚을 당장 내일이라도 갚아야 할 줄 알아라!"

    거울 속에서 백성들이 피눈물을 삼키며 억지로 돌을 깎아 조 참봉의 선행비를 세우는 장면까지 모두 상영되자, 저승재판소 안은 분노의 함성으로 들끓었습니다. 대기석에 앉아 있던 다른 망자들까지 조 참봉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이런 천하에 찢어 죽일 놈을 보았나! 남의 재산을 백 개나 훔쳐 놓고 썩은 것 세 개를 돌려주며 선행비를 세워?"

    "나라의 암행어사를 사칭한 것도 모자라, 저승의 염라대왕님까지 속이려 들다니 저놈은 열 번을 죽여도 시원치 않다!"

    모든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조 참봉은 변명 한마디 하지 못하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오줌까지 지리고 말았습니다.

    "히이익! 대, 대왕 마마! 살려주시옵소서! 소인이 귀신에 홀려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이승에 두고 온 금은보화를 전부 저승에 바치겠사옵니다!"

    염라대왕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습니다.

    "네 이 어리석고도 간악한 놈아! 아직도 저승을 네놈의 더러운 돈으로 매수할 수 있는 줄 아느냐! 최 판관은 당장 네가 들고 있는 붓을 저 이 봉사에게 넘겨주어라!"

    최 판관이 황급히 붓에 붉은 주묵(朱墨)을 듬뿍 찍어 이 봉사에게 두 손으로 바쳤습니다. 염라대왕이 엄숙하게 명했습니다.

    "이 봉사야, 네가 마음의 눈과 하늘의 눈으로 저자의 죄를 밝혀냈으니, 네 손으로 직접 저자의 더럽혀진 명부를 바르게 고쳐 쓰도록 하여라!"

    "대왕 마마의 추상같은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칠십 평생 글씨를 볼 수 없어 붓을 잡아본 적이 없던 이 봉사였으나, 신기하게도 염라대왕의 신통력이 깃들자 그의 손끝이 바람처럼 움직이며 조 참봉의 명부 위에 있는 '열두 개의 선행비' 기록을 붉은 줄로 박박 그어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힘차고 뚜렷한 글씨로 조 참봉의 진짜 죄목을 새로 적어 내려갔습니다.

    "죄인 조만석은 이승에서 관권을 사칭하여 양민의 고혈을 약탈하고, 거짓 선행비로 하늘을 기만하였으며, 저승 법정에서마저 세 치 혀로 대왕을 능멸하려 하였으니, 그 죄가 만고에 으뜸이라!"

    이 봉사가 마지막 마침표를 '콕' 찍는 순간, 명부에서 시뻘건 불길이 확 솟구치며 기록이 영원히 각인되었습니다.

    ※ 6: 저승 명예 판관이 된 이 봉사

    새로 고쳐 쓰인 명부를 확인한 염라대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심판의 의사봉을 세 번 내리쳤습니다.

    "죄인 조만석은 듣거라! 네놈은 이승에서 남을 속인 세 치 혀의 죄를 물어 먼저 발설지옥(혀를 뽑는 지옥)에서 오백 년 동안 혀를 뽑히는 형벌을 받을 것이며, 그 뒤에는 백성들의 피눈물을 짜낸 죄를 물어 펄펄 끓는 무쇠 가마솥이 있는 화탕지옥(火湯地獄)에서 천 년 동안 삶아지는 고통을 겪을 것이다! 그리고 형기가 끝나거든 이승의 시궁창을 기어 다니는 구더기로 환생하여 평생 썩은 오물이나 먹고 살도록 하라! 야차들은 당장 저놈을 끌어내어 화탕지옥으로 던져 넣어라!"

    "예이!"

    험상궂은 우두머리 야차들이 쇠스랑으로 조 참봉의 비단옷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쇠사슬로 꽁꽁 묶어 질질 끌고 나갔습니다.

    "으아악! 살려주십시오! 이 봉사야! 내가 잘못했다! 내 재산 다 줄 테니 제발 한 마디만 해다오! 으아아악!"

    조 참봉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지옥 문 너머로 아득하게 사라지자, 법정 안의 모든 이들이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후련함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염라대왕은 온화한 미소를 되찾고 이 봉사를 단상 가까이 불러 세웠습니다.

    "이 봉사야, 오늘 네가 아니었더라면 자칫 저승 시왕청의 기강이 무너지고 천하의 대역죄인이 극락으로 갈 뻔하였구나. 너의 그 맑은 영혼과 올곧은 지혜는 저승의 어느 판관보다도 뛰어나도다!"

    염라대왕은 품에서 황금으로 만든 판관의 직인(도장)과 오색 구슬 하나를 꺼내어 이 봉사에게 하사했습니다.

    "내가 오늘부로 너를 저승 시왕청의 '명예 판관'으로 임명하노라! 또한 네가 이승에서 칠십 년 동안 앞을 보지 못하며 겪은 고생을 치하하여, 너에게 특별히 삼십 년의 수명을 더 늘려주어 백 살까지 살게 해 주겠다. 네가 새로 얻은 그 밝은 두 눈을 가지고 이승으로 돌아가, 안성골의 아름다운 산천도 실컷 구경하고 억울한 백성들의 사정을 살피며 여생을 복되게 누리다가 삼십 년 뒤에 내 곁으로 와서 진짜 판관 노릇을 하도록 하여라!"

    이 봉사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큰절을 올렸습니다.

    "대왕 마마의 하늘 같은 은혜, 소인이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뼈에 새겨 잊지 않겠사옵니다!"

    염라대왕이 소매를 한번 크게 떨치자, 향기로운 연꽃 바람이 불어와 이 봉사의 몸을 감싸 안았습니다.

    잠시 후, 안성골의 조그만 오두막집 안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봉사의 시신을 모셔두고 밤새 통곡하던 돌쇠와 마을 사람들 앞에서, 병풍 뒤에 누워 있던 이 봉사가 깊고 긴 숨을 몰아쉬더니 칠십 년 동안 굳게 감겨 있던 두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던 것입니다!

    "헉! 하, 할아버지가 살아나셨다! 아니, 할아버지 눈이... 눈이 보이십니까요!"

    이 봉사는 눈물을 흘리며 매달리는 돌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오냐, 네가 우리 착한 돌쇠로구나! 네 얼굴이 이리도 훤하고 복스럽게 생겼을 줄이야! 내가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 마마를 뵙고 두 눈을 선물 받아 돌아왔느니라!"

    같은 시각, 고래등 같던 조 참봉네 기와집에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져 조 참봉이 세웠던 열두 개의 거짓 선행비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내렸습니다. 그리고 관아에서 새로 부임한 진짜 어사가 조 참봉의 비밀 창고를 급습하여, 가짜 마패와 함께 그동안 백성들에게 빼앗았던 땅문서와 재물을 모두 찾아내어 원래 주인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었습니다.

    게다가 나라에서는 조 참봉의 숨겨진 죄상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남겼던 이 봉사에게 큰 상금과 비단, 그리고 너른 집을 하사하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백 살까지 장수한 이 봉사는, 밝아진 두 눈으로 낮에는 돌쇠와 함께 아름다운 꽃과 푸른 하늘을 구경하며 행복하게 살았고, 이승의 탐관오리들이나 나쁜 부자들이 거짓말을 하려 들 때면 저승에서 받아온 명예 판관의 호통으로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며 안성골의 든든한 수호신으로 오래오래 칭송받았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함께 들어본 맹인 점쟁이 이 봉사의 통쾌한 저승 재판 이야기, 속이 뻥 뚫리는 기분으로 들으셨나요? 번지르르한 비단옷과 열두 개의 돌비석으로 세상 사람들의 눈은 속일 수 있었을지 몰라도, 마음의 눈을 가진 이 봉사와 사후세계의 준엄한 거울 앞에서는 그 어떤 거짓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으로 통쾌한 교훈을 줍니다.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시원한 사이다 같은 즐거움을 드렸다면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소중한 지인분들께 공유도 꼭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밝은 눈과 따뜻한 마음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 보내시길 바라며, 다음 시간에도 더욱 재미있고 감동적인 옛날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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