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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염라대왕이 되었더니

by K sunny 2025.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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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염라대왕이 되었더니, 첫 재판에 올라온 내 원수의 영혼 (출처: 용재총화)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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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00자)

조선시대,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죽은 선비가 염라대왕이 되어 저승에서 망자들을 심판하게 됩니다. 그런데 첫 번째 재판에 올라온 영혼이 바로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수였다면? 과연 그는 공정한 심판을 내릴 수 있을까요?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염라대왕의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디스크립션 (300자)

용재총화에 수록된 조선시대 야담을 각색한 오디오 드라마입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선비가 염라대왕이 되어 자신의 원수를 심판하게 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의 교훈을 통해 시니어 시청자들께 감동과 교훈을 선사합니다. 전통 설화의 깊은 의미와 재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 선비 김문수의 죽음과 저승 도착

조선 성종 15년 가을, 한양 성균관 근처의 조용한 골목길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진 어두운 밤, 그 적막한 골목에서 한 젊은 선비가 피를 토하며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스물여섯 나이의 김문수였습니다.
"하... 하늘이시여... 이것이 정녕 소인의 운명이란 말입니까...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야 하는 것이 소인의 숙명이란 말입니까..."
김문수는 가슴을 부여잡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의 눈가에는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깊은 절망이 가득했습니다. 입가에서는 계속해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고, 온몸이 차가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김문수는 한양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선비 중 하나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총명하기로 소문났던 그는 열다섯 나이에 향시에 급제했고, 스무 살에는 성균관에 입학하여 학문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었습니다. 성균관 동료들과 스승들 모두가 그를 장래 조선의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칭찬하곤 했습니다.
특히 김문수는 단순히 학문에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백성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가난한 농가에서 자란 그는 굶주리는 백성들의 삶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꿈은 단순히 벼슬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것이었습니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니, 백성이 편안해야 나라가 태평하다."
이것이 김문수의 평소 지론이었습니다. 그는 종종 성균관 동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하면 백성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박진사 때문에 무너져버렸습니다. 박진사는 김문수의 스승이자 당대 최고의 학자로 추앙받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여러 번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을 하고 있었고,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덕망 높고 청렴한 선비의 모습이었지만, 실제로는 권력과 돈에 눈먼 탐욕스러운 인간이었습니다.
김문수가 박진사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 늦게 스승의 집에 급한 일로 찾아갔다가, 그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박진사가 권력자들과 모여 앉아 과거 시험 문제를 미리 빼돌려 그들의 자제들에게 팔고 있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이번 문과 시험에서는 이런 문제가 나올 것이니, 미리 준비하게 하시오. 물론 대가는..."
"걱정 마시오, 박진사. 약속한 금전은 반드시 지불하겠소."
김문수는 그 광경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과거 제도는 조선의 인재 등용 시스템의 근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돈과 권력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부정행위가 아니라 나라의 근본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였습니다.
양심상 이 사실을 묵과할 수 없었던 김문수는 며칠을 고민한 끝에 박진사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이 본 것에 대해 말했습니다.
"스승님, 며칠 전 밤에 보았던 일... 그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옵니다. 이는 나라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니, 부디 그만두시기 바랍니다."
김문수는 스승이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박진사의 반응은 전혀 예상과 달랐습니다.
"무엇? 네가 감히 스승인 나를 의심한다는 것이냐?"
박진사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습니다. 그리고는 오히려 김문수를 위험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부정행위가 드러날까 두려웠던 박진사는 김문수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며칠 뒤 박진사는 권력자들과 손을 잡고 치밀한 계략을 꾸몄습니다. 김문수에게 역적이라는 누명을 씌운 것입니다. 가짜 증거를 조작하고, 거짓 증언자들을 매수했습니다.
"김문수는 왕실을 모독하고 역모를 꾀한 역적입니다!"
"그자는 평소 나라를 비방하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박진사가 조작한 거짓이었지만, 이미 권력의 끈을 움켜쥔 그의 말에 아무도 의심을 품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김문수는 역적으로 몰려 관가에 잡혀들어갔습니다.
감옥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김문수는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소인은 결코 역적이 아니옵니다! 소인이 한 일이라고는 스승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미 박진사가 철저히 짜놓은 함정에서 그는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거짓 증거들이 차례로 제시되었고, 매수된 증인들이 김문수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습니다.
결국 김문수는 참수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형장에서 마지막 말을 남길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는 하늘을 향해 절규했습니다.
"하늘이시여! 소인이 죽어서라도 이 억울함을 반드시 풀겠습니다! 박진사의 악행이 반드시 세상에 드러나게 하소서!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이런 세상이 언젠가는 바로잡히게 하소서!"

※ 전생의 선행으로 염라대왕이 되는 김문수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분명히 죽었는데 의식이 또렷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살아있을 때보다 더욱 맑고 깨끗한 정신상태였습니다. 김문수가 조심스럽게 눈을 떠보니 그곳은 이승이 아니었습니다.
사방이 오색찬란한 구름으로 둘러싸인 신비로운 공간이었습니다. 발아래로는 끝없이 펼쳐진 구름바다가 보였고, 위로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궁전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그 궁전에서는 은은한 선율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김문수야."
갑자기 들려온 장엄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에 김문수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습니다. 그곳에는 화려한 용포를 입고 황금관을 쓴 장엄한 모습의 신령이 서 있었습니다. 그 주위로는 수십 명의 천신들이 공손히 서 있었습니다.
"옥... 옥황상제 마마이십니까?"
김문수는 본능적으로 그 신령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하늘을 다스리는 옥황상제였던 것입니다.
"그렇다. 나는 옥황상제다. 김문수야, 네 억울한 죽음을 우리가 모두 지켜보았느니라."
옥황상제의 눈빛에는 깊은 자비와 동시에 엄숙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는 김문수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계속 말했습니다.
"네가 살아생전 행한 모든 선행들을 우리는 낱낱이 기록하고 있었다. 네가 굶주린 이웃에게 나누어준 마지막 한 그릇의 밥, 병든 할머니를 업고 의원에게 데려간 일, 억울하게 매를 맞는 아이를 구해준 일... 이 모든 것들을 우리가 다 기억하고 있다."
김문수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그 작은 선행들을 하늘이 모두 기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옥황상제가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특히 네가 정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것은 가히 하늘이 감동할 만한 일이었다. 네가 박진사의 부정을 고발한 것은 개인적인 원한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라와 백성을 위한 것이었음을 우리가 안다."
옥황상제 주위의 천신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들의 눈빛에는 김문수에 대한 존경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네게 새로운 임무를 주고자 한다. 염라대왕이 되어 저승에서 망자들을 심판하라."
"염라대왕이라고요?"
김문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저승의 최고 통치자였습니다. 모든 죽은 자들의 생전 행적을 심판하여 그들의 다음 생을 결정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그렇다. 기존의 염라대왕이 천 년의 임기를 마치고 상계로 올라갔다. 이제 새로운 염라대왕이 필요한 때다. 그리고 너만큼 공정하고 정의로운 심판을 내릴 수 있는 자는 없다고 우리는 판단했다."
옥황상제의 말에 주위의 모든 천신들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마마, 소인은 아직 젊고 경험이 부족합니다. 과연 그런 중대한 임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마라. 네 옆에는 천 년 동안 저승에서 일해온 노련한 판관들이 도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식이나 경험이 아니라 진실을 보는 눈과 공정한 마음이다. 이 두 가지를 너는 누구보다 잘 갖추고 있다."
옥황상제가 손을 들자 화려한 왕복과 면류관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금으로 만들어진 심판의 망치도 함께 나타났습니다.
"이제 이 옷을 입고 저승으로 가라. 그리고 네가 가진 정의로운 마음으로 모든 망자들을 공정하게 심판하라."
김문수는 떨리는 손으로 왕복을 받아들었습니다. 그 순간 그의 몸은 찬란한 빛에 휩싸였고, 그는 진정한 염라대왕의 모습으로 변화했습니다.
곧이어 김문수는 저승으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은 장엄하고도 엄숙한 염라궁이었습니다. 거대한 궁전의 중앙에는 높은 옥좌가 있었고, 그 앞에는 선악을 저울질하는 거대한 천칭이 놓여 있었습니다. 벽면에는 지옥의 무서운 모습과 극락의 아름다운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진 그림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새로운 염라대왕 마마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수많은 저승 관리들과 귀신들이 모여 새로운 왕에게 절을 올렸습니다. 그들의 눈빛에는 호기심과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특히 김문수의 옆에 선 판관은 수백 년 동안 저승에서 일해온 노련한 관리였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지혜와 경험이 스며있었습니다.
"전하,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젊은 염라대왕이로구나. 지난 왕들은 모두 천 년 이상 살다가 이곳에 오신 분들이었는데, 전하처럼 젊은 나이에 이 자리에 오른 분은 처음입니다."
판관이 감회 깊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판관님, 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합니다.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전하의 겸손하신 마음가짐이 벌써부터 마음에 듭니다. 저승의 일은 이승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여기서는 그 어떤 권력도, 돈도, 인맥도 소용없습니다. 오직 그 사람이 살아생전 행한 선악만이 심판의 기준이 됩니다."
판관의 말에 김문수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승에서 겪었던 부조리와 불의가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반드시 공정한 심판을 하겠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편파적이지 않고, 오직 진실과 정의에 따라 판결하겠습니다."

※ 원수 박진사가 재판정에 올라오다

염라궁의 대전에는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높은 옥좌에 앉은 김문수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첫 번째 심판을 준비했습니다. 그의 앞에는 생사부가 펼쳐져 있었고, 거대한 천칭이 조용히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전하, 이제 첫 번째 재판을 시작하실 때가 되었습니다."
판관이 공손히 고하자, 김문수는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염라대왕이 된 첫날의 첫 번째 심판이었습니다. 그는 반드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겠다고 다시 한 번 마음에 다짐했습니다.
"좋다. 첫 번째 망자를 데려오라."
김문수의 명령에 저승차사가 대전 밖으로 나갔습니다. 잠시 후 차사가 한 영혼을 이끌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김문수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습니다.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첫 번째 재판에 올라온 영혼이 바로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박진사였던 것입니다.
박진사의 영혼은 매우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살아생전 화려했던 비단 의복은 온데간데없고, 누더기처럼 해진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한때 위엄 있던 얼굴은 이제 파리하고 초췌해져 있었고, 눈빛은 흐리고 불안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손과 발에는 저승길에서 겪었을 고생의 흔적들이 역력했습니다.
박진사는 염라대왕의 얼굴을 보는 순간 전신이 굳어졌습니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이... 이럴 수가... 김문수? 네가 어떻게...?"
하지만 곧 그는 자신이 저승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눈앞의 인물이 염라대왕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습니다.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박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습니다.
"염... 염라대왕 마마... 소인은... 소인은 정말 모르고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김문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원망을 억누르려 애썼습니다. 바로 눈앞에 자신의 원수가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역적이라는 누명을 씌워 죽음으로 몰아넣은 바로 그 악인이 무릎을 꿇고 떨고 있었습니다.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지금 당장 박진사를 무간지옥으로 보내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김문수는 이제 염라대왕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옥황상제가 그에게 맡긴 것은 복수가 아니라 공정한 심판이었습니다.
김문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그리고 위엄 있으면서도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박진사... 네 생전의 죄상을 낱낱이 고하라."
주위에 있던 판관과 저승차사들은 이 상황의 특별함을 눈치챘습니다. 새로운 염라대왕과 첫 번째 피심자 사이에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박진사는 더욱 심하게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김문수가 자신의 모든 죄악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짓말로 빠져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소... 소인은... 정말로..."
"거짓말 하지 마라!"
김문수의 목소리가 염라궁 전체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 순간 궁전의 벽에 그려진 지옥도가 불타는 듯이 붉게 빛났고, 천칭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저승이다. 그 어떤 거짓도 통하지 않는 곳이다. 네 생전의 모든 행적이 이미 생사부에 기록되어 있다. 진실만을 말하라."
박진사는 더 이상 변명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인은... 소인은 과거 시험 문제를 미리 빼돌려 권력자들에게 팔았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이를 고발하려던 김문수에게 역적이라는 누명을 씌웠습니다..."

※ 김문수와 박진사의 악연이 드러나다

박진사의 고백이 시작되자 염라궁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김문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박진사의 말을 들었지만, 그의 마음속은 복잡한 감정들로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계속 말하라. 네가 저지른 모든 죄악을 빠짐없이 고백하라."
김문수의 차가운 명령에 박진사는 더욱 위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숨길 수도 없었습니다. 저승에서는 모든 진실이 드러나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인은... 소인은 십 년 넘게 그런 일을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뇌물을 받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어느 권력자가 자신의 아들이 과거에 급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을 때... 소인은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박진사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돌이키며 어떻게 타락의 길에 빠져들게 되었는지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문제의 방향만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받은 금전의 달콤함을 맛본 후... 소인은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급기야는 시험 문제를 직접 빼돌려 팔기까지 했습니다."
김문수는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박진사가 말하는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인재들이 과거에 낙방했을지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그럼 그동안 급제한 자들 중 상당수가...?"
"그렇습니다... 실력이 아니라 돈으로 급제한 자들이 많았습니다. 반면 진짜 실력이 있었던 가난한 선비들은 번번이 낙방했습니다."
박진사의 고백을 들으며 김문수는 조선의 인재 등용 시스템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되었는지 깨달았습니다. 가난하지만 실력 있는 선비들이 기회를 잃고, 돈 많은 무능한 자들이 관직에 앉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김문수가 나타났을 때는...?"
"처음에는 소인의 제자 중에서도 가장 총명하고 의로운 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자가 소인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소인은 두려웠습니다. 그자가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릴까 봐..."
박진사는 잠시 말을 멈췄습니다. 그리고는 더욱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소인은 악한 계략을 꾸몄습니다. 권력자들과 손을 잡고 김문수에게 역적이라는 누명을 씌웠습니다. 가짜 증거를 만들고, 거짓 증인들에게 돈을 주어 매수했습니다."
"어떤 증거를 조작했느냐?"
"김문수가 왕실을 비방했다는 가짜 편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자가 역모를 꾀한다는 허위 고발서도 작성했습니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소인의 조작이었습니다."
김문수의 눈에 분노의 불꽃이 타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제력을 잃지 않았습니다. 판관이 옆에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전하, 생사부를 확인해보시겠습니까?"
김문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판관이 거대한 생사부를 펼쳤습니다. 그 안에는 박진사의 모든 죄악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박진사, 나이 쉰일곱. 생전에 저지른 죄악: 과거 시험 부정행위 총 67회, 뇌물 수수 총 138회, 무고한 선비 모함 12건, 그중 4명 사형, 8명 유배..."
판관이 읽어내려가는 죄목들은 끝이 없었습니다. 박진사가 저지른 악행의 규모는 김문수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습니다.
"특히 김문수에 대한 모함은 가장 악질적인 범죄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순수한 정의감으로 잘못을 지적한 제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스승으로서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배신행위입니다."
박진사는 자신의 죄목이 낱낱이 읽혀지자 더욱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변명할 여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박진사는 자신의 부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다른 무고한 선비들도 여러 명 모함했습니다. 그중에는 가족이 있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김문수는 분노를 넘어 깊은 절망을 느꼈습니다. 박진사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박진사야, 네가 저지른 죄악의 무게를 이제 깨달았느냐?"
"예... 소인은... 소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염라대왕

모든 진실이 드러난 후 염라궁에는 깊은 정적이 흘렀습니다. 김문수는 옥좌에 앉아 복잡한 심경으로 박진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서로 다른 두 목소리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끓어올랐습니다. '이자 때문에 내가 억울하게 죽었다. 이자 때문에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당장 무간지옥으로 보내버려야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염라대왕으로서의 책임감이 그를 붙잡았습니다. '나는 이제 개인적인 원한을 가진 김문수가 아니다. 옥황상제가 내게 맡긴 것은 공정한 심판이다.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김문수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때 옥황상제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오직 진실과 정의에 따라 판결하라."
'진실과 정의... 과연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
김문수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는 살아생전 언제나 정의로운 세상을 꿈꿔왔습니다. 권력과 돈이 아니라 진실과 선량함이 승리하는 세상을 원했습니다. 그런 그가 이제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편파적인 판결을 내린다면, 그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일까요?
판관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전하, 어떻게 판결하시겠습니까? 박진사의 죄는 명백합니다. 생사부에 기록된 죄목만으로도 무간지옥에 충분합니다."
김문수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습니다. 주위의 저승차사들과 관리들도 모두 숨을 죽이고 새로운 염라대왕의 첫 번째 판결을 기다렸습니다.
그때 갑자기 박진사가 고개를 들고 말했습니다.
"염라대왕 마마... 아니, 김문수야..."
"무엇이냐?"
"소인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느냐?"
김문수는 대답하지 않고 박진사를 바라보았습니다.
"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일이다. 너는 정말로 훌륭한 제자였다. 소인보다 훨씬 뛰어난 인격과 학식을 가진 참된 선비였다. 그런 너를 소인의 욕심 때문에..."
박진사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후회가 담겨있었습니다.
"소인은 죽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너를 생각했다. 너의 억울함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김문수의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박진사의 후회가 진심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네가 저지른 죄는 너무나 크다."
"알고 있다. 소인은 어떤 벌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다만... 한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무엇이냐?"
"소인이 모함했던 다른 무고한 사람들... 그들의 명예만은 회복시켜 달라. 그들의 가족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해달라."
김문수는 박진사의 마지막 부탁을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악인이지만 마지막에라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인 것입니다.
그때 김문수의 머릿속에 어떤 깨달음이 스쳤습니다. '진정한 정의는 단순한 복수가 아니다. 진정한 정의는 악을 벌하되, 그것이 더 큰 선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김문수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선언했습니다.
"박진사, 네 죄는 명백하다. 하지만 나는 염라대왕으로서 공정한 판결을 내리겠다."

※ 공정한 심판과 깨달음

김문수가 심판의 망치를 들어 올렸습니다. 염라궁 안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그의 판결을 기다렸습니다. 거대한 천칭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벽의 지옥도와 극락도가 은은하게 빛을 발했습니다.
"박진사의 죄는 다음과 같다. 과거 시험 부정행위, 뇌물 수수, 무고한 선비들에 대한 모함, 그리고 정의로운 제자를 역적으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 죄."
김문수의 목소리가 궁전 전체에 울려 퍼졌습니다.
"이 모든 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이다. 따라서 박진사는 지옥에서 삼백 년간 형벌을 받을 것이다."
박진사는 고개를 숙이고 판결을 받아들였습니다. 예상했던 바였습니다.
"하지만..."
김문수가 말을 이었습니다.
"네가 마지막에 보인 진심 어린 후회와, 다른 무고한 이들을 위한 간청을 참작하여 다음과 같이 명령한다."
모든 이들이 김문수의 다음 말을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첫째, 박진사가 모함했던 모든 무고한 선비들의 명예를 즉시 회복시킨다. 이승의 기록에서 그들의 누명을 벗겨내고, 그들의 가족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조치한다."
판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받아 적었습니다.
"둘째, 박진사가 부정하게 급제시킨 모든 자들의 관직을 박탈하고, 진짜 실력이 있었던 선비들에게 그 기회를 돌려준다."
"셋째, 조선의 과거 제도를 개혁하여 이런 부정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김문수의 명령은 단순한 처벌을 넘어서 근본적인 개혁을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박진사에게는 특별한 기회를 준다. 지옥에서의 형벌 기간 동안 진심으로 참회하고 개과천선한다면, 그 후에 다시 환생할 기회를 주겠다. 단, 다음 생에서는 반드시 선행을 베풀며 살아야 한다."
이 말을 들은 박진사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는 무간지옥에 영원히 갇힐 줄 알았는데, 김문수가 그에게 구원의 기회를 준 것입니다.
"정... 정말입니까? 소인 같은 죄인에게도..."
"이것이 진정한 정의다. 악을 벌하되, 개과천선할 기회까지 빼앗지는 않는 것. 하지만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만약 다음 생에서도 악행을 저지른다면, 그때는 정말로 무간지옥에 영원히 갇히게 될 것이다."
박진사는 눈물을 흘리며 김문수에게 절을 올렸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염라대왕 마마. 소인은 반드시 참회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생에서는 꼭 선한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저승차사들이 박진사를 지옥으로 끌고 가자, 염라궁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판관이 감탄하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전하, 정말 훌륭한 판결이었습니다. 복수가 아닌 진정한 정의를 보여주셨습니다."
김문수는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첫 번째 심판이 끝났지만, 그의 마음은 복잡했습니다.
"판관님, 내가 올바른 판결을 한 것일까요?"
"물론입니다, 전하. 개인적인 원한을 뛰어넘어 더 큰 선을 추구하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염라대왕의 모습입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찬란한 빛이 내려왔습니다. 옥황상제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김문수야, 네 첫 번째 판결을 지켜보았다. 훌륭했다. 너는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 있구나."
김문수는 옥좌에서 일어나 하늘을 향해 절을 올렸습니다.
"개인적인 원한을 뛰어넘어 더 큰 선을 추구하는 것, 악을 벌하되 개과천선의 기회까지 빼앗지 않는 것, 이것이 진정한 정의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으로 모든 망자들을 심판하라."
옥황상제의 말씀이 끝나자 빛이 사라졌습니다. 김문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평화를 느꼈습니다. 그는 이제 진정한 염라대왕이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제 다음 망자를 데려오라."
김문수의 명령에 저승차사가 다시 움직였습니다. 그의 첫 번째 심판은 끝났지만, 염라대왕으로서의 긴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승에서는 김문수의 명령에 따라 모든 억울함이 바로잡혀갔습니다. 무고한 선비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부정한 관리들이 처벌받았으며, 과거 제도가 개혁되어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억울한 죽음을 당한 김문수가 염라대왕이 되어 자신의 원수를 심판하게 된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김문수가 개인적인 복수심을 뛰어넘어 진정한 정의를 실현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원수를 벌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선을 위해 올바른 판결을 내린 것이죠. 이것이야말로 우리 조상들이 추구했던 참된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조선시대 야담집 용재총화에는 이런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메시지를 통해 올바른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죠.
다음 시간에는 "저승의 판결을 미리 엿본 남자"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계산야담에 수록된 이야기로, 한 남자가 우연히 자신의 저승 판결을 미리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을 그린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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