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죽은 줄 알았던 첫사랑이 저승사자로 돌아왔다 | 15년 전 이별, 그녀가 내 목숨을 거두러 온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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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 시대, 서울 남산골에 살던 선비 강유성은 열병에 걸려 죽음이 임박합니다. 임종의 순간, 그의 앞에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 저승사자의 얼굴은 다름 아닌 15년 전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의 첫사랑 연이었습니다. 양반가의 아들과 기생의 딸 사이의 금지된 사랑, 그리고 죽음을 초월한 재회. 그녀는 왜 그의 목숨을 거두러 왔을까요?
후킹멘트
"서방님,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의 목소리에 강유성의 심장이 멈췄습니다. 15년 전, 그가 직접 묻어준 첫사랑 연이의 목소리였습니다. "당신이 살기 위해 나를 버렸던 그날, 나는 죽음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이제 당신의 목숨을 거두러 왔습니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 속에 깃든 슬픔과 원망. 과연 그는 자신의 과거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까요? 아니면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1: 병석에 누운 강유성과 첫사랑 저승사자의 등장
조선 숙종 34년, 초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서울 남산골 양반가의 깊은 뜰을 감싸고 있었다. 대청마루 옆 방에서는, 사흘째 고열에 시달리며 숨이 끊어질 듯 헐떡이는 한 남자의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도령님, 의원 나리께서 오셨습니다."
방문이 열리고 의원이 들어왔다. 강유성은 간신히 눈을 떴다. 마흔을 넘긴 그의 얼굴은 병으로 인해 창백했고, 한때 총명함으로 빛나던 눈은 이제 흐릿하게 풀려 있었다.
의원은 유성의 맥을 짚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습니까, 의원 나리?" 유성의 부인 이씨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열이 너무 높아 이미 오장육부가 상했습니다. 지금까지 써본 모든 약이 효험이 없으니... 정성껏 간호하며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의원은 마지막 처방을 적어주고 떠났다.
"여보, 들리십니까? 의원 나리께서..."
유성은 부인의 말을 흐릿하게 들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를... 혼자 두어주오..."
이씨는 한숨을 내쉬며 방을 나갔다. 유성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몸의 열기 속에서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 젊은 날의 열정, 그리고... 그녀를 떠올렸다.
"연이..."
반쯤 의식이 흐려진 상태에서 그는 문득 방 안의 공기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뜨거운 여름날이었지만, 갑자기 방 안이 한겨울처럼 서늘해졌다. 유성은 힘겹게 눈을 떴다.
방 구석에 검은 도포를 입은 형체가 서 있었다. 처음에는 흐릿하게 보였지만, 점차 그 형체가 선명해졌다. 검은 갓, 검은 도포, 그리고 흰 얼굴. 저승사자였다.
유성은 공포보다는 이상하게 평온함을 느꼈다. '이제 때가 된 건가...'
저승사자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유성의 침상 앞에 멈춰 섰다. 어둠 속에서도 저승사자의 눈이 이상하게 빛났다.
"강유성. 너를 데리러 왔다."
그 목소리에 유성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남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너무나 익숙했다.
"누... 누구냐?"
저승사자가 천천히 자신의 갓을 벗었다. 그리고 드러난 얼굴. 유성은 숨을 멈췄다.
"서방님,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창백한 얼굴, 길고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슬픔이 가득한 그 눈동자. 15년 전, 그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얼굴 그대로였다. 다만 이제는 핏기 없이 차갑게 변해있었다.
"연이... 어떻게..."
연이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입니다, 서방님. 15년 만이군요."
유성은 믿을 수 없었다. 연이는 15년 전 죽었다. 그가 직접 그녀의 시체를 묻어주었다. 그날 이후 그는 평생 그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다.
"넌... 죽었잖아..."
"그렇습니다. 저는 죽었어요. 당신이 가문을 위해 저를 버렸을 때, 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연이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그 눈에는 깊은 슬픔이 어려 있었다.
"그런데 왜... 어떻게 네가 저승사자가..."
"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충분해요. 당신의 남은 시간 동안..."
연이는 소매 속에서 붉은 명부를 꺼냈다. "이곳에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오늘이 당신의 명부에 적힌 날이에요."
유성은 이제야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의 첫사랑, 그가 버린 여인, 그로 인해 목숨을 끊은 그녀가 이제 자신의 목숨을 거두러 왔다.
"연이야... 나는... 네게 할 말이..."
"지금은 아닙니다. 우선, 당신의 과거를 돌아볼 시간입니다."
연이는 손을 들어 유성의 이마에 가볍게 댔다. 순간, 유성의 의식은 15년 전으로 돌아갔다.
2: 15년 전 양반가 도령과 기생의 딸의 금지된 만남
"유성아, 오늘 시험 어떻게 봤느냐?"
"선생님께서 늘 칭찬해 주셨습니다, 아버님."
열아홉 살의 강유성은 아버지 앞에서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그는 조선 최고의 명문가 중 하나인 강씨 가문의 자랑이었다. 뛰어난 학식과 재능으로 과거시험 합격은 이미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 내 아들이 자랑스럽구나. 다음 달이면 벌써 과거 시험이구나. 꼭 급제하여 가문의 영광을 빛내거라."
"네, 아버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성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은 이미 남산골 작은 개울가에 가 있었다.
해가 질 무렵, 유성은 몰래 담을 넘어 집을 빠져나왔다. 평소에는 서당에 간다고 말하곤 했지만, 오늘은 과거 시험 준비로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 있겠다고 했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남산골 개울가에 이르자, 유성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버드나무 아래 돌 위에 앉아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연이야, 기다렸니?"
소복을 입은 열여섯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연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아니에요, 서방님. 방금 왔어요."
유성은 연이 옆에 앉았다. 그들은 이미 1년 넘게 비밀리에 만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연한 만남이었다. 유성이 시를 짓기 위해 찾은 남산골 개울가에서 빨래하던 연이를 만난 것이다. 연이는 기생 출신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녀였다. 신분은 천했지만, 어머니가 가르쳐 준 덕에 글을 읽고 쓸 줄 알았고,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어떤 책을 가져왔어요?"
유성은 품에서 작은 책을 꺼냈다. "오늘은 '춘향전'이야. 이몽룡과 성춘향의 이야기지."
연이의 눈이 반짝였다. "진짜요? 전에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셨는데, 너무 읽고 싶었어요!"
"그럼 내가 읽어줄게."
유성은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양반 자제 이몽룡과 기생의 딸 성춘향의 사랑 이야기. 그들의 상황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책을 읽어주는 동안, 유성은 자주 연이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진지한 표정, 이야기에 빠져들 때마다 살짝 벌어지는 입술, 감정이 고조될 때 빛나는 눈동자.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이몽룡은 과거에 급제해서 돌아왔군요. 그리고 춘향이를 구했어요." 연이가 감동에 젖어 말했다.
유성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과거에 급제하면, 널 아내로 맞이할 거야."
연이의 눈이 커졌다. "정말인가요? 하지만... 저는 기생의 딸인데..."
"상관없어. 내가 높은 벼슬에 오르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야."
연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서방님..."
유성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약속할게, 연이야. 난 널 절대 버리지 않을 거야. 우리 꼭 함께하자."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그렇게 순탄할 리 없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유성은 아버지의 분노에 직면해야 했다.
"이 불효자식! 네가 감히 기생의 딸과 눈을 맞추고 있었다고?"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아버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유성의 행적을 수상히 여긴 가문의 하인이 미행한 것이었다.
"아버님, 제발 연이를 만나보세요. 그녀는 비록 기생의 딸이지만, 마음씨 착하고 지혜롭습니다. 저는 그녀를..."
"입 닥쳐!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줄 알기나 하느냐? 우리 강씨 가문에 먹칠을 하려는 것이냐?"
아버지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날 밤, 유성은 방에 감금되었다.
"내일 당장 너를 먼 친척 집으로 보내 과거 시험 전까지 가두어 둘 것이다. 그 계집은 이미 경계 밖으로 내쫓았으니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유성의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아버님, 제발!"
"하나 더, 만약 네가 그 계집을 찾아간다면, 그녀의 목숨은 없을 줄 알아라. 우리 가문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말에 유성은 얼어붙었다. 아버지의 눈에 담긴 살기는 진심이었다.
3: 이별의 날, 가문을 선택한 유성과 죽음을 선택한 연이
다음 날 새벽, 유성은 담을 넘어 남산골로 달려갔다. 연이가 어머니와 살던 작은 초가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이웃들은 어제 밤중에 포졸들이 와서 연이의 어머니를 끌고 갔다고 했다.
"기생 딸년도 함께 잡으려 했는데, 도망쳤다더라."
유성은 연이를 찾아 미친 듯이 남산골을 헤맸다. 마침내 그녀를 발견한 곳은 그들이 처음 만났던 개울가였다. 연이는 버드나무 아래 웅크리고 있었다.
"연이야!"
유성이 달려가자, 그녀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서방님... 어머니가... 어머니가..."
"알아, 들었어. 내 아버지가 한 짓이야."
연이가 흐느꼈다. "포졸들이 어머니를 잡아갔어요. 어디로 보냈는지도 모르겠어요."
유성은 연이를 꼭 안아주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의 선택이 무엇이든 누군가는 상처를 입을 것이다. 연이를 선택하면 아버지는 그녀를 죽일 것이고, 가문을 선택하면 그녀를 영원히 잃게 될 것이다.
"연이야, 내가... 내가 널 도망가게 해줄게. 멀리 다른 곳으로."
연이의 눈이 커졌다. "서방님도 함께 가는 건가요?"
유성은 말문이 막혔다. 그의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 그렇군요." 연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연이야, 내가 과거에 급제하면 널 꼭 다시 찾을게. 그때는 아버지도 어쩔 수 없을 거야. 내가 높은 벼슬에 오르면..."
"그만해요." 연이가 고개를 저었다. "다 거짓말이잖아요. 당신은 결국 가문을 선택했어요."
"그게 아니라... 내가 널 정말 지키고 싶은데, 아버지가 너를 죽이겠다고 했어. 내가 널 찾아가면..."
"죽인다고요?" 연이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네가 지금 도망가야 해. 멀리, 아주 멀리."
연이는 한참을 침묵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서방님, 제가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마지막 부탁이에요."
"뭐든지 말해봐."
"저와 함께 하루만 더 보내주세요. 내일 아침이 되면, 제가 스스로 사라질게요. 두 번 다시 서방님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
유성은 망설였다. 아버지는 오늘 그를 먼 친척 집으로 보내려 했지만, 하루 정도는... 그는 결심했다.
"좋아, 연이야. 오늘 하루는 너와 함께할게."
그들은 산속 폐가에 몸을 숨겼다. 하루 종일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지난날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유성은 연이에게 과거에 급제하면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고, 연이는 그저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해가 질 무렵, 연이는 조용히 말했다.
"서방님, 저 약속 하나만 더 해주세요."
"응, 말해봐."
"내일 아침, 제가 떠나고 나면 부디 저를 잊으세요. 새로운 삶을 살아가세요. 아버님 말씀 잘 듣고, 과거 급제해서 훌륭한 어른이 되세요."
유성은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무슨 소리야? 난 널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연이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지 마세요. 제발... 저를 기억하지 말고 새 삶을 살아가세요."
그날 밤, 그들은 마지막으로 서로를 안고 잠이 들었다. 새벽녘, 유성이 눈을 떴을 때 연이는 이미 그의 곁을 떠나 있었다. 다만 그녀가 남긴 편지 한 장이 있었다.
"서방님께, 우리의 짧았던 시간이 제 평생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서방님이 가문을 위해 저를 포기한 그 순간, 이미 제 마음도 죽었습니다. 몸도 곧 그 뒤를 따를 것입니다. 서방님, 부디 좋은 삶을 사세요. 그리고 저를 잊으세요. - 연이 올림"
유성은 편지를 읽자마자 창백해졌다. "안돼..."
그는 미친 듯이 주변을 뒤졌다. 연이는 어디로 간 걸까? 마침내 그가 그녀를 찾은 곳은 개울가였다. 그들이 처음 만난 그곳. 하지만 이번에는 연이가 물 위에 떠 있었다. 하얗게 부풀어 오른 채.
유성의 비명이 남산골 전체에 울려 퍼졌다. "연이야!!!"
4: 저승사자 연이의 비밀과 저승에서의 15년
과거의 기억에서 현실로 돌아온 유성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날의 기억은 지난 15년간 그를 괴롭혀온 악몽이었다. 연이의 시신을 자신의 손으로 묻은 후, 그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친척집으로 가 과거 시험을 준비했고, 마침내 급제했다. 그리고 좋은 집안의 규수와 혼인하여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연이가 있었다.
"이제 기억이 돌아왔나요, 서방님?" 연이가 차갑게 물었다.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도 널 잊은 적이 없었어, 연이야. 내가 한 일을... 용서해 달라고 하기도 염치없지만..."
"용서라..." 연이의 눈에 씁쓸함이 어렸다. "저는 이미 죽은 몸. 용서나 미움 같은 인간의 감정은 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럼 왜... 왜 내 목숨을 거두러 온 거야? 복수하려고?"
연이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건 제 임무니까요."
"네 임무라고? 어떻게 네가 저승사자가 된 거지?"
연이는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달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저는 저승길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원한과 미련이 너무 강해서..."
"그래서?"
"저승에는 규칙이 있어요. 자살한 영혼이 저승에 들어가려면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저승사자가 되어 100년간 봉사하거나, 환생하여 전생의 기억 없이 새 삶을 살거나, 아니면 원한을 품은 채 이승을 떠돌며 귀신이 되는 것."
유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래서 네가 저승사자를 선택했구나..."
"네. 저는 환생하면 서방님에 대한 기억을 잃을까 두려웠어요. 귀신이 되기엔... 너무 외롭고 슬플 것 같았고요. 그래서 저승사자가 되기로 했죠."
"그럼 지난 15년 동안 네가 사람들의 목숨을..."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졌죠. 죽음이란 그저 다른 세계로의 여행일 뿐이니까요."
유성은 연이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이제 이승의 인간에게서는 볼 수 없는 깊은 지혜와 고요함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내 목숨을 거두러 온 거야? 저승에는 수많은 저승사자가 있을 텐데..."
연이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자원했어요."
"자원?"
"네. 저승의 왕께서 말씀하셨죠. '오늘 강유성의 명이 다하니, 누가 그의 영혼을 데려올 것인가?' 그때 제가 나섰어요."
유성의 눈에 충격과 의문이 교차했다. "왜?"
"그건..." 연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서방님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에서 푸른빛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승사자의 눈물.
"그리고 서방님께 묻고 싶었어요. 정말로 저를 사랑하셨는지. 아니면 그냥 일시적인 감정이었는지..."
유성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연이야... 난 널 진심으로 사랑했어. 지금도... 지금도 사랑해."
그 말에 연이의 눈물이 더욱 많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결국 저를 버리셨죠."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줘, 연이야. 내가 널 구하지 못해서... 내가 너무 어리석고 겁이 많아서..."
연이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쓸쓸하고 차가웠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요? 우리는 이미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에요."
그녀는 천천히 유성에게 다가갔다.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 서방님. 저승으로 가실 준비를 하세요."
5: 유성의 속죄와 연이의 시험
유성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연이를 바라보았다. 죽음을 앞둔 사람치고는 의외로 평온해 보였다.
"내가 죽기 전에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넌 정말 내가 죽는 걸 보고 싶어서 온 거야? 복수하고 싶어서?"
연이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15년 전, 제가 죽기 직전에 서방님께 저주를 했어요. '당신이 죽을 때 내가 꼭 데리러 와서 당신의 두려움을 보겠다'고."
"그랬구나..."
"하지만 지금은..." 연이가 망설였다. "저는 지금 복잡한 마음입니다. 저승사자로서 15년을 지내며 많은 죽음을 보았어요. 원한으로 가득 찬 죽음, 평온한 죽음, 억울한 죽음...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깨달았죠. 미움과 원한이 결국 누구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유성은 조심스럽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럼 지금은 어떤 마음이야?"
"혼란스러워요. 저승사자로서 저는 서방님의 영혼을 데려가야 합니다. 하지만 연이로서의 저는..."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유성은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의 손은 그녀를 통과해버렸다. 연이는 이미 이 세상 존재가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내 목숨을 바치는 것 말고... 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든 말해줘."
연이의 눈에 갑자기 이상한 빛이 어렸다. "정말요? 무엇이든 하시겠다고요?"
"그래, 무엇이든. 내가 15년 전 못 했던 모든 것을 지금이라도..."
연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했다.
"저에게는 권한이 없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방법?"
"저승의 규칙에는 예외가 있어요. 죽음이 임박한 사람이 진정한 속죄와 희생을 보여준다면, 그의 명을 조금 연장할 수 있습니다."
유성의 눈이 빛났다. "정말?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하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서방님은 진정으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어떤 대가?"
연이는 유성을 깊이 바라보았다. "서방님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유성은 잠시 생각했다.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 지위? 재산? 가문? 그는 이제 더 이상 그런 것들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 남은 인생? 그것도 괜찮아. 내가 죽는 대신 다른 누군가가 살 수 있다면..."
연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서방님의 가문. 서방님은 15년 전 저를 버리고 가문을 선택했죠. 지금, 그 선택을 되돌릴 수 있나요?"
유성은 놀랐다. "내 가문?"
"네. 서방님은 지금 마지막 순간에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서방님이 15년 전 기생의 딸을 사랑했고, 그녀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유성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런 고백은 그의 가문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특히 그의 아들이 이제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
"만약 제가 그렇게 한다면... 연이야, 넌 나를 용서해줄 수 있을까?"
연이의 눈에 슬픔이 어렸다.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서방님이 진정으로 변했는지 보고 싶어요."
유성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문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여보! 아들아! 모두 이리 와주오!"
6: 두 사람의 최종 선택과 운명의 결말
잠시 후, 유성의 부인 이씨와 스무 살 된 아들 강민이 황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소리를 지르시고..."
"아버님, 괜찮으십니까?"
유성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았다. 연이는 방 구석에 서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유성 외에는 아무도 그녀를 볼 수 없었다.
"내가... 죽기 전에 고백할 것이 있소."
이씨와 강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슨 말씀을..." 이씨가 더듬거렸다.
유성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15년 전, 내가 과거에 급제하기 전... 나는 한 여인을 사랑했소. 그녀의 이름은 연이, 기생의 딸이었지."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이씨의 얼굴이 굳어졌고, 강민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는 서로 깊이 사랑했지만, 내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소. 그리고 나에게 가문과 그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했지. 나는... 비겁하게도 가문을 선택했소."
유성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결과, 연이는 자신의 목숨을 끊었소. 내가... 내가 그녀를 죽게 만든 거요."
이씨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강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지난 15년간, 나는 그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소. 매일 밤 그녀가 꿈에 나타났고... 이제야 고백하오. 내가 한 일은 잘못되었소. 가문의 체면과 지위를 위해 진정한 사랑을 버린 것은... 나의 가장 큰 죄였소."
유성은 아들을 바라보았다. "강민아, 네가 앞으로 살아가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거라. 가문의 이름이 아니라, 네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따르거라."
방 구석에서 지켜보던 연이의 눈에 놀라움이 어렸다. 그녀는 유성이 정말로 모든 것을 고백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씨는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보... 저는 알고 있었어요."
유성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
"우리가 혼인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제가 우연히 당신의 일기를 본 적이 있어요. 거기에 연이라는 이름과 그녀에 대한 당신의 마음이 적혀 있었죠."
유성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왜 아무 말도..."
"제가 당신을 사랑했으니까요. 그리고... 그 여인의 영혼이 편안히 쉬길 바랐어요."
이씨의 말에 연이의 눈에서 푸른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천천히 유성에게 다가갔다.
"서방님..."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이전과 달리 따뜻했다. "당신이 진정으로 변했군요."
유성은 고개를 돌려 연이를 바라보았다. "용서해줄 수 있겠니?"
연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더 이상 차갑거나 원망에 찬 것이 아니었다. "이제... 저도 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소매 속에서 붉은 명부를 꺼내 펼쳤다. "강유성, 당신의 명은 오늘까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손가락으로 명부의 글자를 어루만졌다. 놀랍게도 글자가 변하기 시작했다.
"저승의 왕께서 당신의 진정한 참회를 보고 10년의 수명을 더 허락하셨습니다."
유성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정말?"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앞으로 10년, 당신은 진정으로 옳은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유성은 감격에 떨며 물었다. "그럼 너는? 이제 어디로 가는 거야?"
"저는 제 임무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승사자의 일을 계속해야 하니까요."
"그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연이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10년 후, 제가 서방님을 데리러 올지도 모르죠. 그때까지 후회 없는 삶을 사세요."
그녀는 천천히 유성에게 다가가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감촉이었다.
"안녕히 계세요, 서방님. 이번에는 진정한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어 다행입니다."
연이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저도 여전히 서방님을 사랑합니다."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고, 방 안에는 유성과 그의 가족만이 남았다. 유성의 몸에서는 이상한 빛이 나기 시작했고, 그의 얼굴에 핏기가 돌아왔다. 열이 내리고, 몸에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아버님! 갑자기 얼굴색이 좋아지셨어요!" 강민이 놀라 외쳤다.
유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1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고 있었다. 연이에게, 그리고 자신의 과거에 진정으로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제... 새로운 시작이구나."
창밖으로 새벽빛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하루, 그리고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은 지금 조선시대에 전해지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죽은 줄 알았던 첫사랑이 저승사자로 돌아온' 전설을 들으셨습니다. 신분의 벽에 가로막힌 사랑, 비겁한 선택과 그로 인한 비극, 그리고 15년 후 찾아온 운명적인 재회와 구원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기록된 야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당시 신분제 사회에서 진정한 사랑이 얼마나 큰 시련을 겪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유교적 가치와 개인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당대 지식인들의 고뇌를 반영하고 있죠.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저승사자가 된 연이의 복수와 용서? 아니면 15년 동안 첫사랑을 잊지 못한 강유성의 후회와 속죄?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공유해주세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 알려드리자면, 저승사자와 관련된 조선시대 전설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 내려옵니다. 어떤 버전에서는 저승사자가 된 연인이 원래 사랑했던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대신 저승에 가는 이야기도 있고, 또 다른 버전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저승과 이승 사이의 존재가 되어 사랑을 이어간다는 결말도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흥미진진한 조선시대 전설을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구독과 좋아요로 다음 이야기도 함께해주세요.
여러분의 인생에서도 미처 말하지 못한 진심, 풀지 못한 후회가 있다면, 지금 그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강유성처럼 너무 늦기 전에 말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