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왕생을 위한 49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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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조선시대, 어머니를 여의고 49재를 정성껏 준비하는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매주 제사를 지내면서 망자인 어머니의 모습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마지막 49재에서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돕게 되는 효심 깊은 이야기입니다. 불교의 천도재와 조선의 유교 문화가 어우러진 감동적인 전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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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양 도성, 어머니를 여의고 49재를 지내던 한 선비가 있었습니다. 매주 지내는 제사에서 그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고통스러운 모습이었던 어머니가 제사를 지낼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어머니는 무사히 극락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1. 어머니의 임종과 49재 결심
한양 도성, 늦가을의 새벽.
창 밖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던 그날, 윤 선비의 어머니는 마지막 숨을 거두셨습니다. 평생을 홀어머니로 자식을 키우시느라 고생하신 어머니였지요.
"어머님... 어머님..."
윤 선비는 어머니의 차가워진 손을 잡고 흐느꼈습니다. 새벽녘 까마귀 울음소리가 더욱 처연하게 들려왔지요.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의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상헌아... 상헌아..."
그리고는 한숨처럼 마지막 말씀을 남기셨지요.
"내가 가면... 절에 가서... 불공이라도..."
윤 선비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평생 불심이 깊으셨던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하지만 유교 집안에서 자란 그로서는 불교식 제사를 지내는 것이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밤,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습니다. 어두운 길을 헤매시는 모습이었지요.
"어머님!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
하지만 어머니는 대답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셨습니다.
잠에서 깬 윤 선비는 즉시 인근의 절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노승을 만나 49재에 대해 들었지요.
"49일은 망자가 다음 생을 받기까지 거치는 일곱 개의 관문이오. 매주 제사를 지내어 망자의 넋을 인도해야 하나니..."
노승의 말씀에 윤 선비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유교의 예법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리는 것이 진정한 효도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디 어머님의 49재를 잘 준비해주십시오."
"망자를 위한 천도재는 정성이 가장 중요하오. 특히 매주 드리는 제사에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야 하느니..."
그렇게 윤 선비의 49일간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하기 위한 마지막 효도의 길이 열린 것이었지요.
2. 초재(첫째 주): 고통스러운 망자의 모습
첫 번째 제사, 조용한 사찰의 법당.
새벽녘, 목탁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초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윤 선비는 정성스레 준비한 제물을 차리고 향을 피웠습니다.
"망자의 넋이시여..."
스님의 독경이 시작되자 법당 안에 잔잔한 울림이 퍼졌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춥다... 너무 춥구나..."
어디선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윤 선비가 고개를 들자, 불단 앞에 어머니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생전의 어머니와는 달랐습니다. 온몸이 얼어붙은 듯 떨고 계셨고,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지요. 마치 깊은 어둠 속을 헤매다 온 것처럼 지치고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님! 어머님!"
윤 선비가 소리쳤지만, 어머니는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대신 계속해서 중얼거리셨습니다.
"이곳이 어디지... 너무 어둡고 춥구나... 상헌아, 내 아들아..."
어머니의 모습에서는 이승의 미련과 저승으로 가는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스님, 어머님이 저렇게 고통스러워하시는데 어찌해야 합니까?"
윤 선비가 스님께 애타게 물었습니다.
"망자는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첫 관문에서 큰 고통을 겪습니다. 산 자의 세계를 떠나는 아픔이지요. 더구나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크시니..."
스님의 말씀에 윤 선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평생 자식을 위해 사신 어머니께서 이제는 그 자식 때문에 미련을 남기고 고통받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이 향이 어머님의 길을 밝히고, 이 제사가 어머님의 극락왕생을 돕게 하소서..."
윤 선비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습니다.
점차 독경 소리가 커지면서 어머니의 모습은 희미해져갔고, 마지막 순간 어머니는 아들을 바라보며 울먹이는 듯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다음 주에는 꼭 더 나은 모습으로 뵙게 해주소서..."
윤 선비의 기도가 법당에 울려 퍼졌습니다.
3. 이재(둘째 주): 저승으로 가는 길
둘째 주 제사, 어스름한 새벽의 법당.
이번에는 더 많은 제물을 준비했습니다. 윤 선비는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음식들을 정성껏 마련했지요.
"이재를 시작하겠습니다..."
스님의 독경이 시작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법당 안에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그 안개 속에서 길고 어두운 길이 나타났습니다.
그 길 위에 어머니가 서 계셨습니다. 지난주보다는 덜 떨고 계셨지만, 이제는 끝없이 이어지는 어두운 길 앞에서 망설이고 계신 모습이었지요.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내가 가야 할 곳이 이 끝에 있단 말인가..."
어머니의 중얼거림이 들려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치 수천 개의 풍경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지요.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많은 영혼들의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스님이 설명해주었습니다.
"살아생전의 업보에 따라 어떤 이는 천상으로, 어떤 이는 지옥으로 가는 갈림길이지요."
윤 선비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어느 길로 가시게 될까? 평생을 선하게 사셨지만, 자식에 대한 걱정으로 아직도 이승을 못 떠나고 계신 것은 아닐까...
"어머님, 제가 잘 있을 테니 걱정 마시고 좋은 길로 가세요..."
윤 선비의 간절한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돌아보셨습니다. 이번에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신 듯했습니다. 어머니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고, 떨리는 발걸음으로 그 길을 한 걸음 내딛으셨습니다.
"아, 이 향냄새... 상헌이가 피운 향이로구나..."
어머니는 제단에 피워진 향의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셨습니다. 마치 그 향이 이정표가 되어 길을 밝혀주는 듯했지요.
"염불소리가 들리는구나... 이 길이 바른길인가 보다..."
어머니의 발걸음이 조금씩 확신에 차기 시작했습니다.
4. 삼재(셋째 주): 업장의 무게
셋째 주 제사, 여명이 밝아오는 법당.
삼재가 시작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법당 안에 거대한 저울이 나타난 것입니다. 한쪽에는 흰 구슬이, 다른 쪽에는 검은 구슬이 수없이 쌓여있었지요.
"이제 망자의 업장을 달아보는 시간입니다."
스님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게 무엇이란 말이냐..."
어머니는 두려움에 떨고 계셨습니다.
그때 저울 위로 하나둘 구슬들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구슬이 올라갈 때마다 어머니의 모습이 고통스러워 보였고, 흰 구슬이 올라갈 때마다 편안해 보였지요.
검은 구슬에서는 어머니의 지난 삶이 비춰졌습니다.
"이웃집 숙희 어미와 다툰 날..."
"빚쟁이에게 거짓말을 한 순간..."
"아들에게 화를 낸 그때..."
하지만 흰 구슬에서는 더 많은 선한 일들이 빛났습니다.
"굶주린 이웃과 밥을 나눈 날"
"병든 거지를 돌본 때"
"마을 아이들을 먹이고 입힌 순간들..."
특히 윤 선비를 키우면서 겪은 고난의 순간들이 모두 흰 구슬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식을 위한 희생이 모두 공덕이 된 것이지요.
"어머님의 일생이 저울 위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자식을 위한 고난은 모두 극락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나니..."
점점 저울의 한쪽이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흰 구슬이 담긴 쪽으로 기울어가는 것이었지요. 어머니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스쳤습니다.
"상헌아... 네가 이렇게 정성껏 제사를 지내주니, 내 마음도 점점 가벼워지는구나..."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윤 선비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니의 한평생이 저울 위에서 재판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팠기 때문입니다.
"부디 어머님의 선한 마음이 극락으로 가는 길이 되게 하소서..."
그의 기도가 끝나자 저울은 서서히 사라졌고, 법당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왔습니다.
5. 사재(넷째 주): 저승법정의 심판
넷째 주 제사, 어두운 법당 안.
사재가 시작되자 법당은 갑자기 저승의 법정으로 변했습니다. 높은 곳에 시왕이 앉아있고, 좌우로는 판관들이 늘어섰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어머니가 무릎을 꿇고 계셨지요.
"이제 망자의 심판이 시작되었구나."
스님의 말씀에 윤 선비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망자여, 그대의 생전 모습을 보여주겠노라."
시왕의 목소리가 울리자 허공에 영상이 펼쳐졌습니다.
그곳에는 어머니의 일생이 담겨있었습니다. 열다섯에 시집와서 스무 살에 홀로 되어 윤 선비를 키우신 모습, 끼니를 걸러가며 아들을 공부시키신 장면, 한밤중에 몰래 눈물 닦으시던 순간들...
"어찌하여 이리 많은 고난을 겪었느냐?"
시왕이 물었습니다.
"돌아가신 남편의 뜻을 이어 아들을 훌륭히 키우고 싶었습니다."
어머니의 대답에 판관들이 수군거렸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빚을 지고, 거짓말도 했으며..."
판관이 죄목을 읽어내려 가자 어머니는 고개를 더욱 숙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법당에서 독경하던 스님의 목소리가 저승법정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이 망자의 아들이 지극한 정성으로 사재를 올리고 있나니, 그 공덕을 함께 살펴주시옵소서."
시왕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허공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윤 선비가 49재를 준비하는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밤새 경전을 베끼고, 정성껏 제물을 준비하고, 매일 새벽 예불을 드리는 모습이었지요.
"아들의 효심이 어머니의 업장을 씻어주는구나..."
시왕의 말씀에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내 아들아...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어머니의 모습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6. 오재(다섯째 주): 지옥문의 시험
다섯째 주 제사, 깊어가는 밤의 법당.
오재가 시작되자 법당 안에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철문이 나타났고, 그 앞에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옥문이로다..."
스님의 말씀에 윤 선비의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모든 망자는 극락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옥문을 통과해야 하나니..."
스님의 독경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지옥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문이 열리자 지옥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끓어오르는 기름 가마, 날카로운 칼산, 얼음 지옥... 그 속에서 수많은 영혼들이 고통받고 있었지요.
"두렵구나... 너무 두렵구나..."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지옥문 앞에 염라대왕이 나타났습니다.
"망자여, 네가 지은 업보에 따라 이 문을 통과할 수 있는지 시험하겠노라."
염라대왕은 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고, 그곳에 세 개의 환영이 나타났습니다.
첫 번째 환영에서는 굶주린 걸인이 어머니께 쌀을 구걸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저 걸인에게 쌀을 나누어 주겠습니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어머니의 대답에 첫 번째 환영이 사라졌습니다.
두 번째 환영에서는 아이를 업은 여인이 빚을 독촉받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어찌하겠느냐?"
"제가 가진 돈을 빚돌이에게 주어 그 여인을 도와주겠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에 두 번째 환영도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환영은 윤 선비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배고픈 아들 앞에 마지막 남은 밥 한 그릇이 있었지요.
"이때 어찌했느냐?"
"아들에게 밥을 주고, 저는 며칠을 굶었습니다."
그 순간 지옥문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지옥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꽃길이 나타났지요.
"네 마음속의 자비와 사랑이 지옥문을 꽃길로 바꾸었노라."
염라대왕의 말씀이 울렸습니다.
윤 선비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니의 선한 마음이 이렇게 큰 시험을 통과하게 해준 것입니다.
7. 육재(여섯째 주): 연옥에서의 정화
여섯째 주 제사, 새벽녘의 법당.
육재가 시작되자 법당 안에 맑은 연못이 나타났습니다. 그 주위로 하얀 안개가 피어올랐고, 그 속에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곳이 바로 연옥이로다. 영혼이 마지막으로 정화되는 곳이니..."
스님의 설명에 윤 선비는 숨죽여 지켜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연못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계셨습니다. 물에 비친 모습은 지난 49일간의 모든 순간들이었지요.
"이제 마지막 때가 되었구나. 그동안의 모든 기억을 내려놓아야 할 시간이다."
스님의 말씀이 울렸습니다.
어머니는 천천히 연못으로 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발을 담글 때마다 어머니의 몸에서 색색의 빛이 피어올랐지요.
검은 빛은 응어리진 한(恨)이었습니다.
"아버지 없는 자식 키우느라 고생만 했구나..."
회색 빛은 미련이었습니다.
"내 아들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어..."
붉은 빛은 원망이었습니다.
"왜 이리 일찍 남편을 데려가셨나요..."
하지만 그 모든 빛이 연못에 녹아들 때마다 어머니의 모습은 점점 맑아져갔습니다. 마치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드러나는 것처럼, 어머니의 본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아... 이제야 모든 것이 내려지는구나."
어머니의 목소리가 맑아졌습니다.
연못에 완전히 몸을 담그자 어머니의 모습이 점점 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름이 펴지고, 흰 머리가 검어지고, 굽었던 허리가 펴졌습니다.
"이제 모든 업장에서 자유로워지셨나이다."
스님의 말씀이 끝나자 어머니의 모습에서 은은한 빛이 퍼져나왔습니다.
"상헌아... 이제야 내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진 것 같구나. 네 정성이 여기까지 이르러 나를 이렇게 맑게 해주었다..."
윤 선비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연옥의 물에 비친 어머니의 모습은 마치 젊은 시절 아버지를 처음 만나던 때의 모습 같았습니다.
8. 칠재(일곱째 주): 극락으로 가는 길
일곱째 주 제사,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는 법당.
마지막 칠재가 시작되자 법당이 황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허공에서는 천상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은은한 꽃향기가 가득했지요.
"아, 이것이 바로 극락으로 가는 길이로구나..."
스님의 말씀에 윤 선비는 숨을 죽였습니다.
그때 구름이 걷히며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칠색 무지개가 하늘로 이어져 있었고, 그 위로 연꽃이 한 송이씩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 앞에 어머니가 서 계셨지요.
어머니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동시에 성스러운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흰 도포자락이 바람에 나부꼈고,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어려 있었지요.
"상헌아..."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아들을 불렀습니다.
"이제 나는 가야 한다. 그동안 네가 지내준 49재 덕분에 이렇게 좋은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멀리서 천상의 봉황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머님..."
윤 선비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울지 마라. 네 정성이 나를 극락으로 인도하였으니, 이보다 더 큰 효도가 어디 있겠느냐."
어머니의 발걸음 아래로 연꽃이 피어났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은한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그것은 마치 극락에서 어머니를 맞이하는 소리 같았지요.
"가끔 달 밝은 밤에 네 꿈에 찾아가마. 그때는 밝은 모습으로 만나자꾸나."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이 울렸습니다.
점점 어머니의 모습이 빛나기 시작했고, 그 빛은 너무나 눈부셔서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어머니는 무지개 다리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셨고, 멀리서 아미타불의 환영이 어머니를 맞이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스님의 독경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윤 선비는 마지막 배웅을 했습니다. 그의 눈물은 이제 슬픔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지요.
9. 마지막 천도재의 순간
마지막 천도재, 달이 떠오르는 저녁의 큰 법당.
이제 49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의식이 시작되었습니다. 큰 법당에는 백 개의 등불이 켜져 있었고, 향 연기가 하늘로 피어올랐습니다.
"오늘은 망자의 극락왕생을 확인하는 마지막 의식입니다."
주지스님의 말씀에 모인 스님들이 염불을 시작했습니다.
법당 안에는 윤 선비가 49일 동안 정성껏 준비한 모든 것들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매일 밤 베낀 경전, 매주 올린 제물, 그리고 어머니의 영정 앞에는 49송이의 흰 연꽃이 놓여있었지요.
"이제 마지막 천도를 시작하겠습니다."
주지스님이 요령을 흔들자, 갑자기 법당 안에 신비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허공에는 일곱 개의 문이 나타났습니다. 각각의 문에는 지난 49일간 어머니가 지나온 길들이 비춰졌지요. 첫 번째 문에는 어둠 속을 헤매던 모습부터, 마지막 문에는 극락으로 향하던 모습까지...
"옴마니반메훔..."
백 명의 스님들이 동시에 진언을 외우자 일곱 개의 문이 모두 활짝 열렸습니다. 그 너머로 서방정토의 장엄한 모습이 비춰졌고, 그곳에서 어머니가 연꽃 위에 앉아 미소 짓고 계셨습니다.
"어머님..."
윤 선비가 영정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허공에서 갑자기 금빛 꽃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법당 안은 아미타불의 정토와 이어진 듯했습니다. 백 개의 등불이 일제히 밝게 빛났고, 은은한 향기가 가득했지요.
"이제 망자께서 완전한 해탈을 이루셨습니다."
주지스님의 말씀이 울렸습니다.
윤 선비의 눈에서는 감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49일간의 긴 여정이 마침내 끝나고, 어머니께서 진정한 평화를 찾으신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모든 스님들의 독경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져 법당을 울렸고, 그 소리는 마치 천상의 음악처럼 들려왔습니다.
10. 어머니의 편지
천도재를 마친 다음 날, 어머니의 방.
윤 선비는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구석구석 어머니의 체취가 남아있는 이 공간에서, 그는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요.
장롱 깊숙한 곳에서 낡은 보자기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조심스레 풀어보니 그 안에는 편지 한 통과 함께 오래된 물건들이 들어있었습니다.
"상헌아..."
편지를 펼치자 어머니의 떨리는 글씨체가 보였습니다.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면, 나는 이미 이승에 없겠구나. 미안하다... 네게 좋은 것만 남겨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보자기 안에는 윤 선비의 어린 시절 물건들이 하나하나 정성스레 싸여 있었습니다. 처음 신었던 아기 신발, 첫 글씨를 쓴 종이, 과거 시험을 준비하며 밤새 공부할 때 사용하던 낡은 촛대...
"이것들은 네 인생의 순간순간을 담은 보물이란다. 힘들 때마다 이걸 만지며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네가 태어나서부터 장성하기까지, 모든 순간이 내겐 축복이었어..."
편지는 계속되었습니다.
"49재를 지내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했구나. 불가의 자식도 아닌 네가 이런 부탁을 들어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네가 반드시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것을... 그것이 네 효심이니까."
윤 선비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49일의 시간... 그 시간 동안 나는 이제껏 하지 못한 말을 전하고 싶구나.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편지 끝에는 작은 글씨로 마지막 말이 적혀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좋은 곳으로 가렵니다. 너를 지켜보며 부처님 앞에서 매일 기도할 테니,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내 아들아..."
11. 극락왕생하는 어머니
그날 밤, 달이 유난히 밝은 법당 앞.
편지를 읽고 난 윤 선비는 마음을 가눌 수 없어 다시 절을 찾았습니다. 법당 앞 마당에 홀로 서서 달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달빛이 이상하게 흔들리더니, 하늘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려왔지요.
"상헌아..."
눈부신 빛 속에서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연꽃 위에 앉아계신 어머니는 마치 관세음보살을 닮아 있었고, 온몸에서는 금빛 광채가 났습니다.
"어머님!"
윤 선비가 놀라서 앞으로 달려나갔습니다.
"내 아들아, 너의 정성으로 이렇게 좋은 곳에 왔단다. 이곳은 서방정토...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극락이란다."
어머니의 주위로 천사들이 날아다니고, 맑은 연못에서는 연꽃이 피어올랐습니다.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고, 멀리서 천상의 음악이 울려 퍼졌지요.
"보아라... 이곳에는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단다. 매일 아침 연꽃이 피어나고, 저녁이면 아미타부처님의 설법을 듣는단다."
어머니의 모습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생전의 모든 고통과 근심이 사라진 채, 완전한 평화를 얻은 모습이었지요.
"걱정하지 마라. 이제 나는 참 행복하단다. 네가 지내준 49재 덕분에 이런 좋은 곳에 오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효도가 어디 있겠느냐."
그때였습니다. 멀리서 아미타부처님의 모습이 나타나시고, 천상의 보살들이 어머니를 맞이하러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제 가봐야겠구나. 하지만 걱정 말거라. 달 밝은 밤이면 이렇게 너를 보러 올 테니..."
어머니의 모습이 점점 빛나더니, 마침내 서방정토의 환영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하늘에는 일곱 색깔의 무지개가 걸렸고, 법당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렸습니다.
12. 후세에 전해지는 49재의 의미
오늘날까지, 그 절에서는.
해가 지고 달이 뜰 때면, 그 옛날 윤 선비가 49재를 지냈던 법당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온다고 합니다. 지금도 누군가 망자를 위해 정성껏 제사를 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49일이라... 참 긴 시간이지만, 망자를 위한 마지막 정성이라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소중하답니다."
현재 그 절의 주지스님은 말씀하십니다.
법당 한켠에는 윤 선비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머니를 위해 49재를 지내던 그의 효심, 그리고 극락에 이른 어머니의 이야기가 방문객들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있지요.
"달 밝은 밤이면 아직도 이곳에서 모자의 모습이 보인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연꽃을 들고, 아들은 향을 피우며... 서로를 바라보는 그 눈빛에서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지요."
49재를 지내러 오는 이들은 이제 이렇게 말합니다.
"49일의 시간이 망자와 이별하는 시간이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 절에 오면, 저녁 무렵 은은한 경전 소리와 함께 달빛이 법당을 비출 때가 있습니다. 그때면 모두가 알게 된다고 합니다. 또 한 명의 영혼이 극락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길을 밝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정성과 사랑이라는 것을.
엔딩멘트
"그 후로 49재는 망자를 위한 가장 중요한 의식이 되었다고 합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마지막 여정이자, 효도의 마지막 순간이 된 것이지요. 지금도 누군가 49재를 지낼 때면, 저승의 문이 열리고 망자가 극락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고 합니다. 밤이면 절에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는 어쩌면 누군가의 어머니가 극락으로 가는 길을 인도하는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정성이 망자의 마지막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는 것을 이 이야기는 전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