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재 끝나기도 전에 되살아난 남편, 그날 밤 아내를 끌어안고... 저승사자가 기겁하고 도망간 사연 『어우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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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아이고, 마누라! 나 죽었소!" 한양의 소문난 애처가 이 참봉, 청천벽력 같은 죽음으로 저승길에 오르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한창 49재가 진행 중이던 사흘째, 관 뚜껑이 '벌컥' 열리더니... "여보! 나 왔소! 그 저승사자 놈이..." 저승사자가 혼비백산하여 도망친 그날 밤의 기막힌 사연.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시대 한양, 아내 사랑이 지극하기로 유명했던 이 참봉이 갑작스레 세상을 뜹니다. 슬픔에 잠긴 아내는 남편의 49재를 올리는데... 어찌 된 일인지, 명부를 잘못 들고 온 저승사자가 이 참봉을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냅니다. 49재가 한창인 장례식장, 되살아난 이 참봉을 보고 모두가 기겁하는데!
※ 한양의 소문난 애처가 이 참봉과 그의 아내 오 부인
조선 숙종 시절, 한양 정동(貞洞)에는 이 참봉(李參奉)이라 불리는 사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나이가 쉰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기골이 장대하고 목소리가 우렁찼지요. 그에게는 열 살 아래인 아내 오 부인(吳 夫人)이 있었는데, 이 오 부인이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어찌나 곱고 태가 고왔던지, 웬만한 스무 살 처녀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습니다. 두 사람의 금실은 한양에서도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쉰이 넘은 사내가 아침저녁으로 아내의 손을 붙잡고 "아이고, 내 보물", "내 강아지" 하며 물고 빠는 통에, 집안의 종들은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이 참봉은 재산도 제법 있었지만, 그에게는 재산보다, 벼슬보다, 아내 오 부인이 천하제일의 보물이었습니다. 특히 이 참봉이 끔찍이 아꼈던 것은, 마흔이 넘어도 여전히 백옥 같고 보드라운 아내의 살결이었습니다. 그는 저녁상만 물리고 나면 슬그머니 안방으로 들어가 아내의 어깨를 주무르는 척, 목덜미에 코를 박고 그 향긋한 살 냄새를 맡는 것이 하루 중 가장 큰 낙이었습니다. "마누라. 오늘따라 더 고와 보이는구려. 혹시 나 몰래 회춘이라도 하는 약을 먹는 것이오?" 하고 너스레를 떨면, 오 부인은 "주책이십니다, 참봉 어른. 쇤네 나이가 몇인데... 어서 주무시기나 하셔요"라며 수줍게 웃곤 했지요.
하지만 그날 밤, 잠자리는 수줍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참봉은 쉰이 넘은 나이에도 혈기가 왕성하여, 밤일에도 소홀함이 없었습니다. 그는 종종 친구들에게 "사내란 모름지기 아랫도리가 튼튼해야 집안이 화평한 법일세. 내 비록 나이는 먹었으나, '이놈' 하나만큼은 아직도 이팔청춘일세!"라며 제 허벅지를 툭툭 치곤 했습니다. 그 말은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밤도 이 참봉은 아내의 부드러운 몸을 탐하며, "아이고, 내 복덩이... 당신 없으면 내가 무슨 낙으로 산단 말이오"라며 연신 아내를 귀찮게 굴었습니다. 오 부인은 남편의 그런 '주책'이 싫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사내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여인으로서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지요. 두 사람은 낡은 기둥이 삐걱거릴 정도로 격렬한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땀에 젖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 날이었습니다. 어젯밤, 너무 무리를 했던 탓일까요? 이 참봉은 아침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아랫배가 살살 아파왔습니다. "허어... 이거 참. 어젯밤에 힘을 너무 썼나..." 오 부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죽을 쑤어다 바쳤지만, 이 참봉은 몇 술 뜨지도 못하고 도로 자리에 누워버렸습니다. 오 부인은 "쇤네가 어젯밤에 너무... 어른을 힘들게 해드린 것 같습니다"라며 얼굴을 붉혔지만, 이 참봉은 "허허, 무슨 소리. 마누라 탓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그런 것을. 그나저나 이놈의 배가 왜 이리..."라며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그렇게 끙끙 앓던 이 참봉은, 그날 밤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사인은 급성 복통, 요즘 말로 하면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것이었겠지요. 오 부인은 "영감! 영감! 눈을 떠보세요!"라며 남편의 시신을 붙들고 오열했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몸은 대답이 없었습니다.
※ 이 참봉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 참봉은 제 몸에서 영혼이 쏙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방금 전까지 아랫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구르던 고통은 사라졌지만,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진 것이 영 이상했습니다. 그가 어리둥절하여 제 몸을 내려다보니, 오 부인이 자신의 시신을 붙들고 "영감!"을 외치며 통곡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마누라! 나 여기 있소! 왜 내 말은 못 듣고, 그 차가운 몽둥이(시신)만 붙들고 우는 것이오!" 이 참봉이 아무리 소리를 쳐도, 오 부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방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검은 갓을 쓰고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 둘이 방 안으로 쑥 들어왔습니다. 사내들의 얼굴은 종이처럼 하얗고,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한 사내가 손에 붉은 명부(赤牌)를 들고 말했습니다. "한양 정동 거주, 이 참봉. 명(命)이 다하였으니, 우리와 함께 가야겠다." 저승사자였습니다.
이 참봉은 그제야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갈 수는 없었습니다. "아니 되오! 사자님, 나 이대로 못 갑니다! 우리 마누라... 우리 마누라 저 고운 것을 두고 내가 어찌 간단 말이오!" 이 참봉은 저승사자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애원했습니다. "사자님, 제발... 하룻밤만, 아니, 단 반나절만이라도 시간을 주시오. 내 마누라 손 한 번 더 잡아보고, 그 보드라운 살결에 뺨 한 번 더 부벼보고 가게 해주시오! 저렇게 울다 쓰러지면 어찌합니까!"
저승사자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습니다. "시끄럽다. 이승에 미련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네놈의 미련 때문에 우리가 지체할 수는 없다. 묶어라!" 다른 저승사자가 쇠사슬을 꺼내 이 참봉의 영혼을 묶었습니다. "억울하오! 나 이렇게는 못 가! 마누라! 여보!" 이 참봉은 끌려가면서도 오 부인을 향해 절규했습니다. 오 부인은 남편의 영혼이 끌려가는 것도 모른 채, "아이고, 영감... 어젯밤까지만 해도... 쇤네 품에서... 아이고!"라며 가슴을 치며 울고 있었습니다.
이 참봉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습니다. '아아, 내가 어찌하여... 어젯밤, 내 기력이 아직 쓸 만하다고 그리 좋아했건만. 내 마누라, 저 고운 것을... 이제 어느 놈이... 아니 된다, 아니 돼!' 이 참봉의 영혼은 질투와 미련과 아내에 대한 뜨거운 욕정으로 이글이글 타올랐습니다. 저승사자들은 "쯧쯧, 죽어서도 색욕(色慾)은 남아가지고... 어서 가자!"라며 사정없이 그의 등을 떠밀었습니다. 그렇게 이 참봉은 통곡하는 아내를 뒤로하고, 차갑고 어두운 저승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집안에는 이 참봉의 장례를 준비하는 곡소리와 함께, 아내 오 부인의 서러운 울음소리만 가득했습니다.
※ 저승길에 오른 이 참봉
이 참봉이 끌려간 저승길은 스산하고 춥기 그지없었습니다. 이승의 따스한 햇볕은 온데간데없고, 안개인지 연기인지 모를 것이 자욱하게 깔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참봉을 끌고 가던 저승사자들은 말이 없었습니다. "여보시오, 사자님들. 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어 이리 급히 죽은 것이오? 내 나이 이제 쉰넷이오. 아직 정정하단 말이오!" 이 참봉이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쇠사슬을 잡아끄는 '철커덕' 소리뿐이었습니다.
한참을 걸었을까, 저 멀리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물은 핏빛처럼 붉고 탁했으며, 물살은 거세게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저... 저곳은?" "삼도천(三途川)이다. 저 강을 건너면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저승사자의 말에 이 참봉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못 가! 나는 저 강을 건너지 못하겠소! 내 마누라... 내 마누라를 두고 어찌..."
이 참봉이 버티고 앉아 울부짖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목탁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아내 오 부인의 목소리였습니다. "마... 마누라?" 이 참봉이 귀를 기울였습니다. "서방님... 불쌍한 우리 서방님...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쇤네가 49재(49齋)를 올립니다... 부디... 부디 이승의 미련일랑 다 잊으시고..." 오 부인이 절간에서 남편의 49재를 올리며 독경을 하는 소리가 저승까지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참봉의 가슴은 미어졌습니다. "아이고, 마누라... 당신은 지금 나더러 다 잊으라지만... 내가 어찌 당신을 잊는단 말이오! 당신의 그 따뜻한 품을... 그 보드라운 살결을... 흑흑..." 이 참봉은 삼도천 강가에 엎드려 통곡했습니다. 다른 영혼들은 저승사자의 재촉에 못 이겨 하나둘 배에 오르는데, 이 참봉만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승사자들도 난감했습니다. 억지로 끌고 가자니 이승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 배가 뒤집힐 것 같고, 달래자니 시간이 없었습니다. "허어, 이놈의 영혼, 참으로 질기구나. 이승의 정(情)이 이토록 깊으니... 특히 색정(色情)이 이리도 강할 줄이야." 저승사자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김 사자'가 혀를 찼습니다. "일단 묶어두어라. 저승 명부(名簿)가 당도하는 대로 염라대왕 전(殿)으로 압송해야 하니, 여기서 잠시 대기한다." 저승사자들은 이 참봉을 삼도천 입구의 망부석(望夫石) 같은 바위에 묶어두고는, 다른 영혼들을 인솔하러 가버렸습니다. 이 참봉은 바위에 묶인 채, 이승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울음 섞인 독경 소리를 들으며 피눈물을 삼키고 있었습니다. '아아, 내 다시 살아나... 마누라의 그 눈물만 닦아줄 수 있다면...!'
※ 저승 명부(名簿) 대조
한편, 저승의 관청인 명부전(冥府殿)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염라대왕(閻羅大王)의 명을 받아 이승에서 막 도착한 명부(名簿)를 대조하던 서기(書記)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습니다. "이... 이럴 수가! 큰일 났구나!"
방금 전, 김 사자가 데려온 이 참봉의 명부를 확인하던 중, 엄청난 실수를 발견한 것입니다. "아니, 한양 정동의 이 참봉이... 갑자생(甲子生) 쉰넷이 아니라, 을축생(乙丑生) 예순둘이 아닌가! 생년(生年)이 다르다!" 서기가 다급하게 다른 명부를 뒤졌습니다. 과연, 어제저녁 명을 거두기로 한 '이 참봉'은 두 명이었습니다. 한 명은 한양 정동에 사는, 아내 오 부인을 둔 쉰넷의 이 참봉. 다른 한 명은 그 아랫마을 마포에 사는, 평생 홀아비로 늙어 옴짝달싹 못 하고 누워있던 예순둘의 이 참봉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이 거두라고 명한 것은, 바로 마포의 늙은 이 참봉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사자가 급한 마음에 이름과 지명만 보고 엉뚱한 사람, 그것도 아직 수명이 20년이나 넘게 남은 정동의 이 참봉을 데려온 것이었습니다. "이런 미친... 김 사자 그놈이 또 사고를 쳤구나!" 서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염라대왕에게 달려갔습니다.
"대왕 전하! 큰일 났사옵니다! 저승사자 김 사자가... 명부에 없는 자를 데려왔사옵니다!"
염라대왕이 붉은 눈을 부릅떴습니다. "뭐라고! 이놈들이 또 실수를 해? 당장 김 사자를 잡아들이고, 그 억울한 영혼은 어디에 있느냐!"
"지금... 삼도천 입구에 묶여 있다 하옵니다. 하오나... 그 영혼의 이승에 대한 집착, 특히... 부인에 대한 애욕(愛慾)이 너무 강해... 저승의 음기(陰氣)에도 식지를 않아 골칫거리라 하옵니다."
염라대왕은 혀를 찼습니다. "쯧쯧. 양기(陽氣)가 그리도 성한 자를 데려왔단 말이냐. 그러니 이승이 뒤집히고 저승이 소란하지! 당장 김 사자를 불러! 그놈이 직접 그 영혼을 데리고 이승으로 돌아가, 원래의 육신에 넣어주고 오라고 해라! 만약 육신이 식어 되돌리지 못하면, 김 사자 그놈의 목을 칠 것이다!"
염라대왕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저승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 소식은 삼도천에서 대기하던 김 사자에게도 전해졌습니다. "뭐... 뭐라고? 내가... 내가 데려온 놈이... 아니라고?" 김 사자는 손에 들고 있던 붉은 명패를 떨어뜨렸습니다. 그의 하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아이고... 나 죽었네! 염라대왕님 성격에... 이번엔 진짜 내 목이...' 김 사자는 당장 이 참봉이 묶여있는 바위로 미친 듯이 달려갔습니다. "이, 이 참봉! 어서 일어나게! 어서!"
※ 저승사자의 다급한 귀환
삼도천 강기슭, 차가운 바위에 묶여 아내의 독경 소리만 애타게 듣고 있던 이 참봉. 그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마누라... 내 다시 한 번만이라도 당신의 그 보드라운... 그 따뜻한...' 하며 이승의 쾌락을 곱씹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 멀리서 웬 시커먼 그림자가 먼지를 일으키며 미친 듯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바로, 자신을 잡아왔던 저승사자, 김 사자였습니다. 김 사자의 하얀 얼굴은 이제 새파랗다 못해 흙빛이 되어 있었습니다.
"허억... 허억... 이, 이 참봉! 자네, 자네...!"
김 사자는 숨이 턱에 차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 참봉을 묶은 쇠사슬을 풀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참봉은 어리둥절했습니다. "왜... 왜 이러시오, 사자님. 이제 날 지옥 불 구덩이에라도 처넣으려는 것이오? 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소. 내 마누라..."
"아, 시끄럽고! 자네, 살았네! 살았어! 아니, 아니지... 내가 살았네, 내가!" 김 사자가 거의 울상이 되어 소리쳤습니다. "가자! 어서 이승으로 돌아가야 하네!"
"예? 이... 이승이라니요? 저승사자가 농담도 하시오? 지금 저기 삼도천이 펄펄 끓고 있는데..."
"농담이 아니야! 내 실수였네! 아이고, 내가 이 몹쓸 놈의 건망증 때문에... 염라대왕 전하의 명부를 잘못 봤어! 자네가 아니었네! 한양 마포에 사는, 오늘내일하던 그 늙은 이 참봉을 데려왔어야 했는데... 엉뚱하게 아직 수명이 스무 해도 더 남은, 정동의 '힘 좋은' 이 참봉을 데려왔으니! 내가 죽일 놈일세! 아이고, 내 목이야!"
김 사자는 제 목을 움켜쥐며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이승으로 돌아간다', '수명이 스무 해도 더 남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에게 돌아간다'는 말. 이 참봉의 영혼은 그 순간, 차가운 저승의 음기(陰氣) 속에서도 번쩍하고 불꽃이 튀었습니다. "뭐... 뭐라고요? 내... 내가 다시 산다고? 내 마누라! 오 부인에게로?"
"그래! 자네 마누라! 그 곱다는 오 부인! 아이고, 내가 그 여자한테 죽을죄를 졌네 그려! 자, 시간이 없네! 자네 육신이 다 식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야! 염라대왕 전하께서 자네 육신이 썩기 전에 못 돌려놓으면 내 목을 치신다고 하셨단 말일세! 어서 뛰게!"
이 참봉의 영혼은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었습니다. '하하하! 내가 돌아간다! 내가 살아 돌아간다! 마누라! 내 잠시 저승 구경 좀 하고 오느라 늦었소! 오늘 밤, 이 서방이 단단히...' 이 참봉의 영혼은 저승에 막 도착했을 때의 그 축 처진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이승의 아내를 향한 뜨거운 정염(情炎)과 '양기(陽氣)'가 영혼 전체에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갑시다! 사자님! 꾸물거릴 시간이 없소!"
오히려 이 참봉이 김 사자의 팔을 잡아끌었습니다. 두 영혼, 아니 한 영혼과 한 저승사자는 왔던 길을 미친 듯이 되짚어 달렸습니다. 음산하고 안개 자욱했던 저승길이, 돌아가는 길에는 왠지 훤하게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 참봉은 어찌나 기력이 넘치는지, 저승사자인 김 사자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나갔습니다. 그의 영혼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뜨거운 '양기'에, 음기 덩어리인 김 사자는 마치 불에 덴 듯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아이고, 뜨거워라... 웬 놈의 영혼이 이리도 뜨겁단 말이냐! 저러니... 저러니 쉰이 넘어서도... 아이고, 나 죽네!"
김 사자는 헐떡거리며 이 참봉의 뒤를 따랐습니다. 이승의 집은 금세 가까워졌습니다. 귀를 찢을 듯한 곡소리와 함께, 스님들의 장엄한 목탁 소리, 독경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망자 이 참봉 영가시여..." 이 참봉이 죽은 지 이제 갓 사흘째. 한창 49재의 '초재(初齋)'가 진행 중인 바로 그 현장이었습니다. 김 사자와 이 참봉은 '후다닥' 하고 높은 담벼락을 단숨에 넘어, 이 참봉의 시신이 안치된 대청마루로 뛰어들었습니다.
대청마루는 그야말로 눈물바다였습니다. 멍석이 깔려있고, 가사장삼을 걸친 스님들이 염불을 외고 있었으며, 아내 오 부인은 하얀 소복을 입은 채, 넋이 나간 모습으로 관(棺) 앞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아이고... 서방님... 불쌍한 우리 서방님..." 그녀의 애달픈 울음소리가 이 참봉의 영혼을 후벼 팠습니다.
"저... 저기다! 저 관 속에 자네 몸이 있네! 어서! 어서 들어가게!"
김 사자가 다급하게 손가락으로 관을 가리켰습니다. 이 참봉은 제 몸이 누워있을 관을 보자마자, 아내를 다시 안아볼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이 뒤집혔습니다.
"아이고, 답답한 곳에 누워있었네! 마누라! 이 서방이 왔소!"
이 참봉의 영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단히 닫혀 있던 관 뚜껑을 그대로 '슈욱' 하고 통과하여, 사흘간 식어있던 제 육신 속으로 '쏙' 하고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 순간, 대청 기둥 뒤에 숨어 이 광경을 지켜보던 김 사자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두 손을 모으고 빌기 시작했습니다. '제발... 제발 살아나라! 저 뜨거운 양기로 육신을 데워라! 제발...!'
※ 한창 49재가 진행 중인 이 참봉의 집
대청마루는 스님들의 엄숙하고도 구슬픈 독경 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망자(亡者) 이 참봉 영가시여... 속히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왕생하소서... 이승의 모든 미련일랑... 으, 으악!"
가장 연세가 지긋해 보이던 노승(老僧)의 염불 소리가 갑자기 기괴한 비명으로 바뀌었습니다. 노승의 눈알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커졌습니다. 바로 그의 눈앞에 놓여있던, 묵직한 이 참봉의 관(棺)이 '덜컹!' 하고 크게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덜컹', 그다음에는 '쿵! 쿵!' 마치 안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무... 무슨... 무슨 소리냐..." 노승이 목탁을 떨어뜨렸습니다.
관 앞에 엎드려 울고 있던 오 부인도, 곡을 하던 가족들도 모두 숨을 죽였습니다. "아... 아이고!" "고, 고양이가 들어갔나?" "아니야... 저건..."
모두가 공포에 질려 주저앉아 있는데, 관 속에서 쇠가 긁히는 듯한, 혹은 목이 잔뜩 쉰 듯한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 이거 참... 답답해서 못 있겠네! 누가 이리 꽉꽉 막아놨어!"
그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콰과광!' 하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장정 여럿이 들어도 무거울 관 뚜껑이 박살 나며 사방으로 튀어 나갔습니다. 박살 난 나뭇조각이 스님의 갓을 맞히고, 제사상 위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먼지 자욱한 관 속에서... 하얀 수의(壽衣)를 입은 이 참봉이, 마치 잠에서 막 깨어난 사람처럼 부스스하게 몸을 일으켰습니다.
"커헉, 커헉! 아이고, 톱밥 먼지 좀 보게! 쯧쯧. 관을 짜려면 좀 좋은 나무로 짤 것이지... 마누라! 나요, 나! 당신 서방!"
이 참봉은 제 몸에 묻은 톱밥 가루를 툭툭 털어내며, 관 밖으로 성큼 걸어 나왔습니다. 그 모습은 도저히 사흘 전에 죽은 시신이라고는 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승의 음기를 싹 몰아내고, 이승의 양기를 되찾은 덕분인지, 그 어느 때보다 혈색이 좋고 눈빛이 형형했습니다.
대청마루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독경을 하던 스님들은 "사, 사, 살려주시오! 시, 시신이... 시신이 일어났다!" "강시(殭屍)다!"라며 목탁이고 불경이고 다 내팽개치고는, 줄행랑을 쳐서 마당으로 도망쳤습니다. 점잖게 곡을 하던 친척들도 "아이고, 초상났네! 초상났어! 이 참봉이 귀신이 돼서 돌아왔다!" "저, 저... 몽둥이를 가져와라!" 하며 그대로 기절하거나 대문 밖으로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 오 부인만이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녀는 눈앞의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며 남편이었던 '그것'을 바라보았습니다. 입술이 파래진 그녀가 겨우 목소리를 쥐어짰습니다. "서... 서방님? 정녕... 정녕 서방님이 맞으십니까? 혹... 쇤네를 데리러 온... 원귀(怨鬼)는 아니시온지..."
이 참봉은 아내의 그 겁먹은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 아내의 어깨를 와락 붙잡았습니다. "귀신은 무슨! 나요, 나! 이 참봉! 만져보시오! 이리 뜨겁지 않소!"
오 부인은 남편의 손이 닿자 화들짝 놀랐습니다. 차갑고 축축할 줄 알았던 남편의 손은, 마치 뜨거운 인두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아... 아아..." 그제야 오 부인은 눈앞의 존재가 귀신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서방님! 아아... 서방님! 살아... 살아 돌아오셨군요!" 오 부인은 남편의 품에 와락 안기며 목 놓아 울었습니다.
이 참봉은 아내의 등을 거칠게 토닥이며 말했습니다. "울지 마시오. 내가... 내가 저승에 가보니, 명부가 잘못되었답니다. 내가 아니라 마포 사는 늙은 이 참봉이 가야 할 것을, 그 망할 놈의 저승사자가 실수를 했지 뭐요! 하하하!"
이 참봉은 통쾌하다는 듯이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문득, 대청 기둥 뒤에 숨어, 이 광경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여전히 덜덜 떨고 있는 김 사자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산 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죽었다 살아난 이 참봉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었지요. 이 참봉이 김 사자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씩 웃었습니다. "그래도 그 사자 놈이 실수한 덕분에, 우리 마누라 49재 독경 소리도 다 듣고...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지. 안 그렇소? 거기 숨어있는 김 사자 양반?"
김 사자는 '히끅!' 하고 딸꾹질을 했습니다. '저... 저놈이 날 보네! 아이고, 저 양기 덩어리...!'
※ 되살아난 이 참봉과 아내의 감격적인 재회
이 참봉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내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습니다. 사흘간의 슬픔으로 푸석해졌지만, 여전히 그의 눈에는 천하 절색이었습니다. "아이고, 내 보물. 내 강아지. 그만 우시오. 내가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 돌아왔는데... 며칠 못 봤다고 더 예뻐지면 어떡하시오. 응?"
이 참봉은 대청마루에 기절한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건 말건, 마당에서 스님들이 "관세음보살... 저게 대체..." 하며 수군거리건 말건, 오직 아내 오 부인만 보이는 듯했습니다. 그는 사흘간 저승의 한기(寒氣)에 시달렸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아내의 귓불을 슬쩍 입술로 깨물며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었습니다.
"마누라. 내가 저 어둡고 추운 저승길에서... 당신 49재 독경 소리를 들으면서... 얼마나... 얼마나 당신이 그립고 보고 싶었는지 아시오? 그 목소리만 듣는데도... 온몸이... 아니, 영혼이 다 후끈거리더란 말이오. 특히... 어젯밤, 아니 그젯밤... 우리가 마지막으로 나눴던... 당신의 그 뜨겁고 보드라웠던 살결이... 아..."
이 참봉의 노골적인 속삭임에, 오 부인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습니다. 죽었던 남편이 살아 돌아온 것은 기쁘다 못해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초상집 대청 한복판에서, 그것도 수의(壽衣) 차림으로 이런 '망측한' 소리를 할 줄은 몰랐던 것입니다. 그녀는 남편의 단단한 가슴을 솜방망이 같은 주먹으로 툭 쳤습니다.
"영감! 지금 제정신이세요? 사람들이 다 보고... 스님들도... 아이고, 망측해라!"
"스님들은 무슨! 다 도망갔소! 하하! 보긴 누가 본단 말이오? 다들 기절했거늘!" 이 참봉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오 부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마누라. 내가 며칠 굶었소! 저승에서는 밥도 안 주더이다! 밥도 먹어야 하고... 당신과... 못다 한 '정(情)'도 나눠야겠소! 이거야 원... 저승 구경을 하고 났더니, 기력이 열 배는 무슨, 백 배는 더 좋아진 것 같단 말이오! 지금 당장 호랑이라도 때려잡겠소!"
"아, 아이고, 영감! 뭐 하시는 거예요! 내려놓으세요, 읍!" 오 부인이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이 참봉은 쉰넷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엄청난 힘으로 아내를 번쩍 안아 들었습니다. 마치 신혼 첫날밤, 새색시를 안아 들던 스무 살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싫소! 나 오늘 밤 못 참겠소! 나를 저 추운 관 속에 사흘이나 재운 벌이오! 오늘 밤... 우리 다시 첫날밤이오, 마누라!"
이 참봉은 쩌렁쩌렁하게 외치며, 아내를 안고 곧장 안방으로 향했습니다. '쾅!' 하고 안방 문이 세차게 닫혔습니다. 마당에서 이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스님들은 "아... 아미타불... 저... 저 보살님은... 49재 중에... 아이고..."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기절했던 가족들이 하나둘 깨어나서는 안방 쪽을 바라보며, "저게... 산 거야, 죽은 거야...", "귀신한테 단단히 홀렸네, 홀렸어..."라며 웅성거렸습니다.
그리고... 대청 기둥 뒤에 숨어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저승사자, 김 사자. 그는 안방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곧이어 들려오는 오 부인의 교태 섞인 비명과 이 참봉의 우렁찬 호령 소리를 똑똑히 듣고 말았습니다.
"아, 아이고... 영감... 천천히... 아직 49재도 안 끝났는데..."
"49재는 무슨! 오늘부터 '백년해로(百年偕老)재'요! 내가 저승사자 놈 혼쭐을 내서라도 당신 곁에 딱 붙어있을 것이니, 그리 아시오! 허허!"
김 사자는 하얀 얼굴이 새빨개지다 못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아이고... 망측해라... 망측해... 저, 저놈은... 죽었다 살아나자마자 저... 저게 무슨 짓이냐!' 그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다가는, 이 참봉의 저 뜨거운 양기에 자신의 영혼마저 타버릴 것 같았습니다. 49재가 끝나기는커녕, 초재(初齋)조차 다 마치지 못한 장례식장에서, 되살아난 영혼이 저리도 '펄펄하게' 날뛰며 아내와 정을 통하는 모습에 기가 질려버린 것입니다.
"아, 나는 모르겠다! 나는 몰라! 염라대왕 전하께는... 그냥... 그냥 잘 돌려보내고 왔다고만 하자... 아이고, 내 팔자야..."
김 사자는 혀를 차며, "다시는, 다시는 한양 정동 쪽으로는 오줌도 안 눠야지! 저런 양기 덩어리 근처에도 가기 싫다!"라고 다짐하며,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그 후, 이 참봉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는 염라대왕의 '실수'와 저승사자의 '헛걸음' 덕분에, 약속되었던 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았습니다. 저승의 음기를 이겨낸 그 '양기' 덕분인지, 백 살이 가깝도록 정정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아내 오 부인과의 금실은 날이 갈수록 좋아져, 예순이 다 된 나이에 늦둥이 아들까지 보았다고 하니... 이 어찌 기이하고 통쾌하며, 행복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유튜브 엔딩멘트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는지요?
49재가 끝나기도 전에 관 뚜껑을 박차고 나온 이 참봉.
죽음의 문턱에서 그를 되돌린 것은 저승사자의 어이없는 실수였지만,
어쩌면 그 이면에는 아내를 향한 식지 않는 뜨거운 사랑과
삶에 대한 강렬한 애착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부부의 정(情),
그리고 저승사자마저 기겁하게 만든 '삶의 활력'.
비록 이야기는 짓궂고 야릇하지만,
그 속에 담긴 긍정적인 기운만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의 오늘 밤도,
저승사자가 "아이고, 뜨거워라!" 하며 도망갈 만큼
뜨겁고 활기찬 밤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다음에도 더 재미있고 구수한 옛날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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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