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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깊고 험한 산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에 보람이라는 착하고 효심 깊은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보람이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셨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진 성품과 배려심으로 사랑받는 아이였습니다.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누구보다도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행복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보람이의 아버지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자리에 눕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피로인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의 몸에 괴상한 종기들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상처는 갈라져 고름이 흐르며 고통을 주었습니다. 병세가 깊어지면서 아버지는 점차 기력을 잃어가고, 먹는 것조차 힘들어졌습니다. 아버지를 바라보는 보람이와 어머니의 마음은 하루하루 무거워졌습니다.
보람이는 그 작은 어깨에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진 채,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매일 산속으로 들어가 약초를 찾아 헤맸습니다. 어머니 또한 아버지를 간호하느라 지친 몸을 돌보지 않고 정성을 다했지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마저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두 분 모두 병에 걸리자 보람이는 혼자 남아 부모님을 간호하며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혼자서 아침마다 산으로 올라 약초를 캐고, 돌아오면 집안일과 부모님의 병수발을 해야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보람이의 지극한 효심을 입에 담았지만, 전염병이 두려워 보람이네 집을 멀리했습니다. 서로 속으로는 연민을 느끼면서도, 그 누구도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고된 생활 속에서도 부모님의 병이 나을 거란 희망 하나로 매일을 버텼습니다.
산속 깊은 곳에서 길을 잃다
어느 날, 보람이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약초를 찾기 위해 평소보다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평소 가던 길에서 벗어나 낯선 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산을 헤매게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약초를 캐던 그녀는 어느덧 해가 저물고, 산속에 어둠이 내려앉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나무들은 어둠 속에서 괴물처럼 손을 뻗은 듯했고, 짙은 어둠이 모든 것을 삼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보람이는 떨리는 손으로 약초를 손에 쥔 채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둠이 짙어져 길이 보이지 않았고, 길을 잃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산속에서 혼자 길을 잃은 상황에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발밑에서 나뭇가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겁이 났습니다. 돌아갈 길을 찾으려 해도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산인지 알 수 없는 막막함에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한참을 어둠 속에서 헤매던 보람이는 마침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무섭고 막막해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얼굴이 떠올라 울음을 꾹 삼켰습니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주저앉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그때,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연속적이면서도 규칙적인 발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보람이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둠 속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달빛 속에 희미하게 빛나는 두 개의 눈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산짐승인 줄 알고 겁이 났지만, 이내 그 두 눈은 자신을 지켜보며 다가오는 큰 개의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털을 가진 이 개는 보통 개와는 달리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그 두 눈은 연민과 따스함이 담긴 듯했습니다.
보람이: “어머나, 넌 어디서 왔니? 나를 도와주러 온 거니?”
개는 대답 대신 앞발로 땅을 가볍게 긁으며 마치 따라오라는 듯 보람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숲 속 깊은 곳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보람이는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그 개의 부드러운 눈빛과 신비로운 분위기에 이끌려 개의 뒤를 따랐습니다. 마치 자신을 안전하게 인도하겠다는 듯한 개의 태도에 보람이는 두려움을 조금씩 잊게 되었습니다.
산신의 수호자, 백구 와의 동행
보람이는 개의 뒤를 따라 어둠 속에서 걸음을 옮겼습니다. 개는 자신이 지나가는 길을 환하게 비추는 듯, 그녀에게 길을 알려주었고, 때때로 위험한 비탈길에서는 멈춰서서 보람이가 안전하게 따라오도록 기다려주기도 했습니다. 걸음마다 그녀를 지켜주려는 듯 다정한 모습이었고, 마치 자신이 산신의 수호자라도 된 듯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보람이가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할 때도 개는 몸을 내어주며 그녀가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산속의 짙은 어둠에도 개의 하얀 털은 은은하게 빛나, 마치 달빛을 머금은 듯했습니다. 보람이는 개를 따르는 동안 점점 마음속의 두려움이 사라져갔고, 개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꼈습니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나무들 사이에 비밀스러운 공간처럼 나무 하나 없이 텅 빈 작은 공터였습니다. 공터의 한가운데에는 오래된 무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개는 보람이를 무덤 앞으로 안내하더니 잠시 그녀를 응시하며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마치 자신이 할 일을 모두 끝마쳤다는 듯, 무덤 옆에 가만히 앉아 보람이가 다가갈 수 있도록 조용히 지켜보았습니다.
보람이가 조심스레 무덤 앞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때 어디선가 낮고도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신령의 목소리: "보람아… 네 효심이 깊어 이곳에 묻힌 약초가 너를 도울 것이다. 이 개는 산신의 수호자로, 내가 너를 돕기 위해 보낸 것이다."
보람이는 신령의 목소리에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무덤을 바라보았습니다. 개는 그저 조용히 그녀 옆에 앉아 신령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보람이는 개가 산신의 수호자임을 깨닫고 감격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신령의 목소리는 다시 보람이의 마음속에 울려 퍼졌습니다.
신령: “내가 보내준 이 수호자의 도움을 받아 무덤 속 산삼을 찾아라. 그 산삼이 네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해줄 것이다. 다만, 돌아갈 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뒤를 돌아보아선 안 된다.”
보람이는 신령의 말을 깊이 새기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녀는 산신의 수호자인 개의 옆에서 두 손을 모아 감사를 표하고, 무
덤을 조심스레 파기 시작했습니다. 개는 보람이 곁을 지키며, 그녀가 두려움 없이 약초를 찾을 수 있도록 무덤 앞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신령의 산삼을 찾다
손이 흙투성이가 되고, 손톱에 흙이 박힐 때까지 보람이는 끈기 있게 무덤을 파내려갔습니다. 손끝이 찢어지고 아파도 그 고통을 무시하며 아버지를 위해 산삼을 캐려는 마음 하나로 버텨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그녀의 손끝에 단단한 산삼이 닿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사람의 다리처럼 생긴 신비로운 모습이었고,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보람이는 이 산삼이야말로 아버지를 고쳐줄 신령의 선물임을 직감했습니다.
그녀는 산삼을 조심스레 손에 쥐고 눈물을 글썽이며 기도를 올렸습니다. “신령님, 이 산삼으로 아버지를 고칠 수 있게 해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개는 그녀가 산삼을 캐는 순간까지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았고, 보람이가 무사히 산삼을 품에 안았을 때 다시 앞서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의 유혹과 개의 도움
보람이는 신령의 당부를 되새기며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개는 다시 앞장서서 그녀가 집으로 안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했습니다. 길을 내려가던 중,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음산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며 마치 그녀의 발걸음을 막으려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보람이는 그 기운에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개가 앞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돌아보는 순간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개는 마치 ‘힘을 내라’는 듯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개는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며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보람이는 개에게 감사를 표했지만, 개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서서히 숲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마치 자신의 임무를 다한 것처럼 조용하고 당당한 걸음으로 말입니다.
보람이는 눈물을 훔치며 집으로 들어와 신령의 산삼을 다려 아버지께 드렸습니다. 아버지는 산삼을 드신 후 기적처럼 병이 나았고, 보람이는 신령과 개의 도움에 깊이 감사했습니다. 이후, 그녀와 신령의 개에 대한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전설처럼 전해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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