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선행만 한 양반, 그러나 업경대가 보여준 한 가지 숨겨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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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평생을 선행으로 채운 양반 이만규. 고을 전체가 통곡하며 그를 보내던 날, 저승 문턱에선 한 장의 업장부가 펼쳐졌습니다. 빼곡히 적힌 선행 만 삼천 건. 염라대왕조차 고개를 끄덕이며 극락으로 보내라 명하셨지요. 그런데 업경대 지기 저승사자 하나가 허리를 굽히며 아뢰기를, "대왕마마, 이 망자의 뒷덜미에 어쩐지 한 자락 그림자가 어른거리옵니다. 청컨대 업경대를 청하옵나이다." 이백오십 년 저승 일에도 좀체 꺼내지 않는다는 그 거울 앞, 반백 년 동안 아무도 몰랐던 한 장면이 스르르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일흔둘 늙은 양반이 무릎을 꿇고 토해내는 이름 석 자에, 저승 궁궐의 공기가 숨을 멈추었습니다.
※ 1: 온 고을이 울던 날
충청도 내포 땅 예산 고을에 이만규라는 양반이 살았다. 올해 나이 일흔둘, 벼슬은 높지 않으나 집안은 삼대째 양반이요, 조상이 물려준 전답이 넉넉하여 살림은 풍요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고을 사람들이 이만규를 두고 입 모아 칭송하는 까닭은 전답이나 가문 때문이 아니었다. 평생을 두고 선행을 쌓아 올렸기 때문이었다.
흉년이 들면 곳간을 열어 백성에게 쌀을 나누었고, 고을 어귀 낡은 다리가 무너지면 사재를 털어 돌다리를 새로 놓았으며, 길에서 만난 고아를 거두어 글을 가르치고 장가를 들여보내기가 여러 번이었다. 집안의 종들도 나이가 차면 차례로 속량하여 양민으로 내보냈고, 그때마다 전답 한 마지기씩을 딸려 보냈다. 이 모든 일을 이만규는 드러내지 않고 조용조용 행하였다. 오히려 아랫사람들을 단속하여 이르기를 "네 일을 알리지 말거라, 자랑이 붙으면 복이 달아나는 법이니라" 하였다.
그러한 양반이 일흔둘 나이로 몸져누운 지 달포 만에 숨을 거두니, 예산 고을에는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상여가 나가던 날 아침, 대문 밖 길가엔 이만규에게 신세 진 사람들이 흰 무명 두건을 쓰고 줄줄이 엎드려 있었다. 그중에는 속량 받아 나간 옛 종들도 있었고, 흉년에 쌀 한 됫박으로 목숨 부지한 촌로들도 있었으며, 열두어 살 나이에 글을 배워 어엿한 서당 훈장이 된 고아 출신 선비도 있었다.
"우리 대감마님 같으신 분을 앞으로 또 어디서 뵈옵겠습니까."
"저승길에 꽃가마 타고 곧장 극락 가실 어른이오. 이런 분이 극락에 못 가시면 누가 간단 말이오."
고을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한결같았다. 인근 선비들도 붓을 들어 만장을 쓰는데, 하나같이 "청풍명월의 덕이요 일월 같은 마음"이라 적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만규라는 이름 석 자는 예산 고을에서 이미 살아 있는 보살과 다름없는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만규 자신만은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어쩐지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맡을 지키던 맏아들이 조심조심 귀를 기울이자, 노인은 갈라진 목소리로 무언가를 읊조렸다.
"복길아……. 복길아……."
맏아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가까운 친척 중에 복길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집안 족보에도 없고, 자신이 평생 살아오며 아버지 입에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복길이라니. 돌아가시는 길에 허튼소리가 섞이신 겐가. 아니면 마지막에 무슨 한 가지 맺힌 것이 계시던가.'
그러나 다시 여쭤볼 새도 없이 이만규는 두 손을 가슴 위에 얹더니 길게 한숨을 뽑고 눈을 감았다. 얼굴은 평화로워 보이되, 감긴 눈꺼풀 아래로 맑은 물 한 줄기가 흘러 귓바퀴를 적시고 있었고, 이불 밖으로 나온 손가락 끝은 무엇인가를 움켜쥐려는 듯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저승길에 오르던 그 순간, 이만규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반백 년 묵은 이름 한 자 한 자가 여전히 파르르 떨리고 있었던 것이다. 바깥 마당에선 이미 곡소리가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었고, 처마 끝 풍경이 바람도 없이 한 번 댕그랑 울었다.
※ 2: 저승 문턱의 이만규
이만규가 다시 눈을 뜨니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주위는 온통 뿌연 안개요, 발밑엔 희뿌연 자갈길이 한 줄기 곧게 뻗어 있었다. 머리 위엔 해도 달도 없는데 사방은 희붐하게 밝았고, 바람은 불지 않는데 옷자락이 저절로 일렁였다.
'아아, 내가 드디어 가는구나. 이 길이 말로만 듣던 저승길이로구나.'
고개를 들어보니 저만치 앞에서 검은 관복 차림의 두 사내가 이만규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머리엔 뾰족한 관을 쓰고 허리엔 기다란 장도를 찼으며, 한쪽 손에는 누런 두루마리 장부를 들었으되 발걸음은 어찌나 조용한지 자갈길에 발자국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두 저승사자는 이만규 앞에 이르자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예산 고을 이만규 대감이시지요. 소인들은 염라대왕마마의 명으로 대감을 모시러 온 사자이옵니다. 놀라지 마시고 저희 뒤를 따라오시지요."
여느 망자에게는 호통부터 친다던 저승사자였으나, 이만규 앞에서는 어조가 공손하기 짝이 없었다. 이만규는 얌전히 뒤를 따랐다. 길은 들판을 지나고 강을 건너 어느 거대한 궁궐 문 앞에 이르렀다. 기둥은 검고 지붕은 핏빛이었으며, 문 위에는 '저승 제일 관문'이라는 큼지막한 현판이 걸려 있었다. 저승사자가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문은 스르르 소리 없이 열렸다.
궁궐 안으로 들어서니 높다란 옥좌 위에 붉은 도포를 입은 염라대왕이 좌정하고 있었다. 수염은 희끗하고 눈썹은 먹처럼 짙었으며, 얼굴은 무섭기보단 오히려 근엄하고 지혜로워 보였다. 옥좌 양옆으론 판관들이 두루마리를 든 채 늘어서 있었고, 그 너머로 수많은 망자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런데 이만규가 든 순서는 한참 뒤였건만, 저승사자들이 곧장 그를 옥좌 앞으로 안내하였다. 판관 하나가 이미 두루마리 장부를 펼쳐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염라대왕 전에 아뢰옵나이다. 조선국 충청도 예산 고을 양반 이만규, 향년 일흔둘. 평생에 지은 공덕이 다음과 같사옵니다."
판관이 두루마리를 쭉 펼치는데 그 길이가 옥좌 계단 아래까지 닿았다. 판관의 목소리가 궁궐 안에 낭랑하게 울렸다.
"흉년에 굶는 이에게 쌀을 베푼 것이 이천사백 석, 병든 이에게 약을 내준 것이 삼백 첩, 속량하여 내보낸 종이 열일곱, 거두어 기른 고아가 아홉이요 그중 장가들여 내보낸 이가 넷이옵니다. 길에서 굶어 죽어가는 노인을 업어다 살려낸 것이 두 번, 빚 대신 딸을 팔려던 집 빚을 대신 갚아준 것이 세 번……. 죄목은 없사옵나이다. 공덕이 모두 일만 삼천칠백여 건에 달하오니, 저승 기록을 통틀어도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이옵니다."
염라대왕은 장부를 한 번 훑어보더니 수염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허어, 이만하면 더 물을 것도 없겠구나. 이 영혼은 극락 서방 연화대로 곧장 보내어 다음 생에는 부귀와 장수를 함께 누리도록 하라. 그만 물러서라, 이만규 망자는 잘 다녀가시도록."
이만규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벅찬 안도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올랐다. 평생을 쌓은 것이 저승 장부에 이리 고스란히 적혀 있으니, 이제 편히 다음 길로 갈 일만 남은 듯싶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옥좌 아래 늘어선 판관들 가운데 가장 끝자리에 서 있던 저승사자 하나가 조용히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궁궐 안의 공기가 미세하게 뒤척였다.
※ 3: 업경대를 청하는 저승사자
그 저승사자는 다른 이들과 달리 유독 눈빛이 매섭고, 관복 깃엔 은실로 수놓은 작은 거울 문양 하나가 박혀 있었다. 그는 조심조심 고개를 숙이고 염라대왕 앞에 부복하였다.
"대왕마마,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인 한 가지 청이 있사옵나이다."
염라대왕은 의아한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
"업경대 지기 강 사자가 아니냐. 공덕이 저만하고 죄목이 없다 한 영혼에 무슨 할 말이 있는고."
강 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시선은 이만규 쪽으로 가 있었다.
"소인이 이 망자의 기운을 찬찬히 살펴보건대, 아무래도 한 모퉁이가 이상하게 가려져 있사옵나이다. 장부에는 티끌 하나 적히지 않았사오나 이 영혼의 뒷덜미께에 어쩐지 한 자락 흐릿한 그림자가 아른거리옵니다. 소인이 업경대를 지킨 지 이백오십 년이온데, 이러한 그림자는 오직 망자가 평생 누구에게도 고하지 못한 큰 한 가지 일을 가슴에 묻어둔 때에만 나타나옵지요. 청컨대 업경대를 한 번 비추어보아 주시옵소서."
궁궐 안이 일순 술렁였다. 양옆의 판관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고, 줄지어 기다리던 망자들마저 목을 늘여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업경대라. 저승에서 가장 무섭다 일컫는 그 보물이 아닌가. 이승에서 살아온 모든 장면이, 당사자조차 까맣게 잊은 어느 구석의 한순간까지 낱낱이 비치고 만다는 거울. 염라대왕조차 좀체 꺼내 쓰지 않는다는 그 물건이었다.
이만규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였다. 평생을 곰곰이 돌이켜보아도 남에게 해를 끼친 일이라곤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종을 매질한 적도 없고, 아랫사람 품삯을 떼먹은 적도 없으며, 장사치에게 값을 후려친 적도 없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나 이만규에게 업경대라니. 혹 다른 망자와 이름을 혼동한 것은 아닌가.'
그러나 가슴 한편에선 이미 검은 얼룩 하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평생 덮어두고 덮어두어, 덮어둔 줄도 모르고 지나온 그 한 자리가. 염라대왕은 한참 수염을 쓸어내리다가 마침내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강 사자의 눈이 그리 보였다면 분명 까닭이 있으렷다. 선행도 선행이로되 감춰둔 일을 감춘 채로 두고 판결을 내릴 수는 없음이 저승의 법도이니, 업경대를 청하라."
판관 하나가 명을 받고 물러나자, 잠시 후 궁궐 뒤편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더니 거대한 청동 틀에 얹힌 둥근 거울 하나가 스스로 미끄러지듯 옥좌 앞으로 나아왔다. 거울은 수레바퀴만 하였고 테두리엔 용이 감겨 있었으며, 거울 면은 마치 잔잔한 못물처럼 느릿느릿 일렁이고 있었다. 거울이 다가올수록 공기가 서늘해지고 안개가 가시었다. 옥좌 양옆의 횃불들마저 저절로 고개를 숙이는 듯하였다.
강 사자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거울 앞에 손을 얹었다.
"망자 이만규, 이리로 가까이 오시지요. 이 업경대는 이승의 모든 장면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옵니다. 거짓으로 꾸미지도, 무고하게 덧붙이지도 않사옵지요. 지금부터 비치는 것이 바로 대감께서 살아오신 한 장면이오니, 마음 단단히 잡수시옵소서."
이만규는 떨리는 걸음으로 거울 앞에 다가섰다. 거울 면은 그의 모습을 일렁이듯 한 번 담았다가, 이내 안개처럼 흐려지더니 서서히 다른 풍경을 띄우기 시작했다. 거울 속 하늘은 봄 하늘처럼 푸르고, 마당엔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으며, 감나무 아래 두 아이가 무엇인가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이만규의 얼굴이 그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
'저, 저것은……. 저 마당은 내 어릴 적 살던 본가의 뒷마당이 아닌가.'
숨이 턱 막혔다. 이만규는 두 다리가 풀려 휘청 주저앉고 말았다. 거울 속 어린 두 아이의 모습은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 4: 업경대에 비친 한 장면
거울 속 풍경은 점점 또렷해졌다. 봄날 오후, 노란 햇살이 마당 가득 내려앉고, 감나무 가지엔 여린 연둣빛 순이 돋아나 있었다. 그 아래에 열여덟쯤 되어 보이는 도련님 하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내아이 하나가 어깨를 맞대고 서 있었다. 도련님은 아직 상투를 얹기 전 댕기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어린 이만규였고, 맞은편의 까무잡잡한 사내아이는 집안 몸종의 외아들 복길이었다.
두 아이는 어릴 적부터 한 마당에서 자랐다. 복길이 어미는 이만규의 어미를 모시는 몸종이었고, 복길과 이만규는 젖을 먹던 나이부터 한 치마폭 안에서 장난을 치며 자랐다. 신분은 하늘과 땅이었으되 정은 친형제나 진배없었다. 종으로 부리는 자와 부리는 자가 아니라, 꼴이 고울 때는 벗이었고 미울 땐 멱살잡이도 서슴지 않는 사이였다.
거울 속 어린 이만규는 손에 무엇인가를 쥐고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증조부에게서 물려받아 애지중지하던 옥노리개였다. 백옥 바탕에 붉은 실을 꿰어 장식한, 이 집안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아버지가 장롱 깊숙이 넣어 두고 열쇠까지 채워 두던 것을 어린 만규가 몰래 꺼내어, 벗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마당으로 들고나온 참이었다.
"야, 복길아. 이것 좀 봐라. 우리 할아버지 할아버지 적부터 내려오는 옥이란다. 백 년 묵은 옥이지."
"아이고 도련님, 그것 대감마님이 끔찍이 아끼시는 물건 아닙니까요. 빨리 도로 갖다 놓으십시다요. 들키시면 경치시옵니다."
"이리 줘봐라. 햇빛에 비추니까 더 고와 보이지 않느냐. 너도 만져볼테냐."
복길이 걱정스레 손을 내밀고 만규가 안 뺏기려 몸을 돌리던 바로 그 찰나였다. 옥노리개는 두 아이의 손가락 사이로 쏙 빠져나가 마당의 섬돌에 떨어지고 말았다. 쩔그렁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백옥은 두 조각으로 쩍 갈라졌다. 두 아이는 숨이 멎은 듯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바로 그때 마당 저쪽 사랑채 쪽에서 큰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였다. 어린 만규는 머리 속이 그만 새하얘졌다. 저 엄하디엄한 아버지가 평생 가장 아끼는 옥을 자식이 몰래 꺼내어 깨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랑방 종아리 매질은 물론이요 집안의 수치라 하여 몇 날 며칠을 꿇어앉혀 놓을 것이 분명했다. 형들 앞에서 아비의 호령을 들을 일과, 어미가 눈물짓는 얼굴이 한꺼번에 머리에 떠올랐다.
그 순간 어린 만규의 입에서, 평생을 두고 돌이킬 수 없는 한마디가 저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렸다.
"아, 아버지. 복길이가……. 복길이가 이것을 몰래 꺼내 만지다가 떨어뜨렸사옵니다."
복길이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입을 벌렸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변명할 새도 없이 아버지의 지팡이가 허공을 갈랐다.
"네 이놈, 천한 종놈 새끼가 어찌 감히 대감의 물건에 손을 댔단 말이냐. 여봐라, 이놈을 마당 한복판으로 끌어내어 매우 쳐라. 본때를 보여야겠다."
거울 속 복길은 대청 아래로 질질 끌려 나가 마당에 엎어졌다. 집안 하인들이 거친 손으로 옷을 찢어 내리고 몽둥이를 들었다. 한 대, 두 대, 열 대가 지나고 이십 대가 넘어가자 복길의 등에선 피가 배어 나와 마당 흙을 적셨다. 마흔 대째 몽둥이가 떨어졌을 때 복길은 이미 정신이 혼미해져 신음 소리마저 사라졌다. 울부짖던 복길이 어미는 그 곁에서 함께 끌려 나가 머리채가 뜯기고 옷자락이 찢겼다. 어린 만규는 차마 그 광경을 마주 보지 못하고 기둥 뒤에 몸을 숨겨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귀를 막아도 몽둥이 소리와 복길 어미의 울부짖음은 또렷이 들려왔다.
그날 해가 지기 전에 복길 모자는 봇짐 하나 없이 대문 밖으로 쫓겨났다. 어미는 발걸음을 뗄 때마다 뒤돌아 양반집 대문을 원망스레 올려다보았고, 피투성이 복길은 어미의 소매를 겨우 붙든 채 절뚝이며 걸어 나갔다. 마을 어귀를 벗어나는 둘의 그림자가 저녁놀에 붉게 물들었다.
거울 속 풍경은 거기서 스르르 사라졌다. 저승 궁궐 안에는 한동안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염라대왕도, 판관들도, 저승사자들도 말을 잊은 채 업경대 앞에 엎드린 이만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흔둘의 노인은 이미 바닥에 얼굴을 묻은 채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었다. 눈물이 저승 궁궐의 검은 돌바닥을 적시었다.
"아이고. 아이고 복길아……. 네가 그날 일을 내 어찌 잊었겠느냐. 한평생 단 하루도 잊은 날이 없었느니라. 어찌 잊을 수가 있었겠느냐……."
※ 5: 육십오 년의 속죄
이만규는 얼굴을 바닥에 묻은 채 한참을 흐느꼈다. 어느새 저승 궁궐의 싸늘한 공기마저 그를 위로하듯 잠잠해져 있었다. 염라대왕은 재촉하지 않았다. 평생 선업을 쌓아 올린 노인이 지금 쏟아내는 눈물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고 있는 듯하였다. 판관들도 붓을 잠시 내려놓고 말없이 지켜보았다.
마침내 이만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눈물로 흠뻑 얼룩져 있고,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지만 또렷하였다.
"대왕마마, 숨기지 않겠사옵나이다. 아니, 숨길 수도 없사옵지요. 방금 업경대에 비친 그 일은 소인이 열여덟 되던 해 봄날의 일이옵나이다. 그날 제 한마디에 제 동무 복길이가 등에 매를 맞고 제 집에서 쫓겨났사옵고, 제가 누구보다 사랑하던 복길이 어미는 도둑놈 새끼의 어미라는 욕을 뒤집어쓰고 평생 살아온 집에서 떠밀려 나가셨사옵니다. 그날 그 순간이 소인의 한평생 가슴에 박힌 가시옵나이다."
그는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하였다. 긴 숨을 한 번 내쉬고 나서 겨우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뒤로 소인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사옵니다. 스물이 되던 해 복길 모자의 소식을 몰래 수소문하였사오나, 어미는 이미 떠돌던 끝에 객사하였다 하였고 복길은 어디론가 떠돌다 소식이 끊겼다 하였사옵니다. 소인이 직접 나가 찾아 나서지도 못하였사옵니다. 양반 체면이라는 것이, 그리고 아직 아버지 그늘 아래 매여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 지금 돌이키면 모두 핑계일 뿐이오나 그때의 저는 그리하지 못했사옵지요. 그저 마음속으로만 천 번 만 번 빌었사옵니다. 복길아, 어디서든 살아만 있어 다오. 내가 언젠가는 이 죄를 갚을 기회를 다오 하고 말이옵나이다."
염라대왕의 짙은 눈썹이 가늘게 흔들렸다. 이만규는 울음을 삼키며 말을 이어갔다.
"그날 이후 소인이 행한 모든 선행은 실은 속죄였사옵니다. 흉년에 쌀을 내었을 때도, 종을 속량하였을 때도, 고아를 거두었을 때도, 제 마음 한구석에는 늘 복길이의 피투성이 등이 서 있었사옵지요. 종을 양민으로 풀어 보낼 때마다 혹 그 길에 복길이가 주막에라도 들러 따뜻한 밥 한 상 얻어먹을 수 있기를 빌었사옵고, 고아를 거둘 때마다 이 아이 중에 복길이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속으로 몇 번씩 되뇌었사옵니다. 그러므로 소인의 선행은 남 앞에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사옵니다. 그것은 그저 반백 년 묵은 빚을 한 푼 한 푼 갚아 나가는 일이었을 뿐이옵지요."
궁궐의 판관들이 저마다 두루마리에 붓을 놀리고 있었다. 그들도 오랜 세월 저승 기록을 보아온 몸이지만, 이렇듯 드러내지 않은 속죄로만 한 평생을 채운 사례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강 사자는 업경대 옆에 서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하오나 대왕마마, 소인 끝내 한 가지를 하지 못하였사옵나이다."
이만규는 이마를 찧듯 머리를 조아렸다. 흰 머리가 검은 돌바닥에 닿았다.
"복길이를 찾지 못하였사옵고, 찾았다 하더라도 그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보지 못하였사옵나이다. 세상의 만 사람에게 쌀을 내고 약을 내어주었사오나, 그 한 사람 앞에 제 죄를 자복하지 못하였사옵니다. 그러니 소인의 선업이 아무리 많다 한들 그것은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옵지요. 소인이 남긴 선행이 결국 가벼운 갚음이었음을 누구보다 소인 자신이 잘 알고 있사옵니다. 대왕마마께서 부디 이 반쪽짜리 빚을 어찌 메울 수 있는지 일러주시옵소서. 지옥 불에 떨어지라 하옵시면 달게 받겠사오나, 남은 빚만은 어떻게든 갚고 싶사옵니다."
말을 마친 이만규는 양손바닥을 뒤집어 위로 하고 옥좌 아래 엎드렸다. 일흔둘의 육신은 이미 이승에서 떠났으되, 그 영혼은 여전히 열여덟 살 봄날의 그 마당에 서서 벌을 기다리는 어린 자세 그대로였다. 저승 궁궐 안에는 오직 강 사자가 곁에 세워둔 업경대의 거울 면만이 못물처럼 잔잔히 일렁이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이만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미 한평생 짊어져온 것이 저승 궁궐 돌바닥에 쏟아져 내린 뒤였다.
※ 6: 삼일의 말미
염라대왕은 한참을 말이 없었다. 수염을 천천히 쓸어내리다가 옆에 선 판관에게 가만히 눈짓을 보냈다. 판관 하나가 종종걸음으로 물러나더니, 이번엔 다른 두루마리 장부를 들고 돌아왔다. 검은 테두리가 둘린 그 장부에는 이만규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바로 복길이었다.
염라대왕은 장부를 천천히 훑더니 고개를 들고 이만규를 내려다보았다. 표정에서 노여움은 이미 말끔히 사라져 있었고, 그 자리엔 어떤 깊은 헤아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만규 망자여, 고개를 들라. 내 너에게 몇 가지 일러줄 것이 있노라."
이만규는 조심조심 고개를 들었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궁궐 안에 잔잔히 울렸다.
"네가 그리도 그리워하던 그자, 복길이라 하였더냐. 이 장부에 따르면 그는 훗날 성을 얻어 박복길로 불리다가, 나이 들어서는 박 의원이라 불리었노라. 네 집에서 쫓겨난 뒤 어미마저 길바닥에서 잃고 산속 작은 절에 흘러 들어가, 그곳에서 한 노승을 만나 몇 년 동안 글과 의술을 배웠다 한다. 노승이 입적하신 뒤로는 약상자 하나 짊어지고 팔도를 두루 돌며 병자를 돌보았지. 돈이 없는 이에겐 약값을 받지 않았고, 길가에서 숨이 넘어가는 이를 만나면 밤을 새워 간병하였으며, 나이 들어서는 강원도 정선 깊은 산골 마을에 자리 잡아 근동 수십 리 백성의 생사를 함께했다. 복길의 장부에는 구한 목숨이 천삼백여 건이라 적혀 있느니라."
이만규는 가쁘게 숨을 들이쉬었다. 복길이 살아 있었던 것이다. 살아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한평생 사람을 살리며 살아낸 것이다. 염라대왕의 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일찍이 스무 살이 되던 해 그 노승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일이 있었다 하더라. '저를 이 지경으로 만든 그 도련님을 칼을 품고 찾아가 죽이고자 하옵니다. 그리해도 되겠사옵니까.' 노승이 일러 가로되, '원한으로 칼을 들면 네 손이 먼저 베이리라. 네 원수가 언젠가 스스로 뉘우칠지 어찌 알겠느냐. 네가 할 일은 그 원한을 약초 한 뿌리로 바꾸는 일이다.' 그 말에 박 의원은 한밤을 울고 나서 칼 대신 약 바구니를 들었다 하였다. 그리하여 팔도를 돌아다니는 중에 한 번씩 예산 고을 소식을 얻어듣곤 하였지. 그 고을에 선한 양반 한 사람이 있어 종을 속량하고 고아를 거두더라 하는 소문이 들려올 때마다 박 의원은 속으로 이리 되뇌었다더라. '혹 그 양반이 내 그 어린 도련님이거든, 그것만으로도 나는 원한을 풀 듯하다' 하고 말이다."
이만규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이번엔 회한의 눈물만이 아니었다. 무언가 뜨겁고 벅찬, 고마움의 눈물이 한데 섞여 있었다. 염라대왕은 그 눈물을 잠시 지켜보다가 옥좌의 팔걸이를 가볍게 한 번 쳤다. 소리가 궁궐 천장에 울렸다.
"그러나 이만규여, 박 의원이 속으로 너를 용서하였다 한들 네가 그 사실을 끝내 모른 채 저승길에 든다면, 이는 여전히 반쪽 갚음이로다. 그가 용서한 것을 네가 알지 못하면 네 마음속의 빚은 영영 갚아지지 않을 것이요, 저승에 든 너의 혼이 구름 한 자락 걷히지 않은 채로 남을 것이니라. 하여 내 오늘 너에게 한 가지 은혜를 허하노라. 이제 돌아가라. 삼 일의 말미를 주겠노라. 이승에 돌아가 네 자식들과 옛 종들 앞에 네 숨겨온 한 가지 일을 모두 고하라. 그리고 박 의원이 잠든 그 자리를 찾아가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라. 삼 일 뒤에 다시 이 업경대 앞에 서거든, 네 뒷덜미에 얹혀 있던 그림자가 걷혀 있을 것이니라."
염라대왕이 방망이로 옥좌 앞 놋그릇을 한 번 탁 치자, 궁궐 안에 맑은 쇳소리가 길게 울리며 바람이 일었다. 이만규의 몸이 깃털처럼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 사자는 허리를 굽혀 이만규를 배웅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부디 삼 일을 헛되이 쓰지 마시옵소서. 저승의 시계는 바삐 흐르나, 한마디 용서를 구하는 말은 천 년을 기다려주기도 하는 법이옵지요."
이만규는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긴 채 눈을 감았다. 다음 순간, 그의 귓가에 익숙한 곡소리가 물결처럼 밀려들었고, 코끝엔 향 냄새와 콩나물국 냄새가 섞여 번졌다.
※ 7: 무덤 앞의 용서
이만규가 눈을 뜬 곳은 집 안방의 병풍 안이었다. 몸에는 이미 염습의 흰 베가 감겨 있었고, 머리맡엔 상복 차림의 자식들이 촛불 아래 둘러앉아 곡을 하고 있었다. 이만규가 손을 움직여 베를 헤치자 맏아들이 눈이 휘둥그레져 뒤로 나자빠질 뻔하였다.
"아, 아버님. 아버님, 숨이 돌아오셨사옵니까. 이, 이게 어찌 된……."
"그래, 내 잠시 염라대왕마마께 이승 길 삼 일을 빌려 왔다. 지금부터 내 말을 똑똑히 들어두어라. 낯선 이야기 한 토막이 나올 터이나 모두 참말이니 한 자도 놓치지 말거라."
자식들과 집안 종들이 놀란 가슴을 누르고 빙 둘러앉자, 이만규는 베 위에 반듯이 앉아 육십오 년 전 봄날의 이야기를 난생처음 입 밖에 꺼냈다. 옥노리개가 어찌 깨어졌는지, 복길이 왜 매를 맞고 쫓겨났는지, 그 뒤로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한평생을 걸어왔는지 한 자도 빠뜨리지 않고 풀어놓았다. 맏아들은 몇 번씩 소매로 눈을 훔쳤고, 옆에 앉은 집안의 늙은 종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만규는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지팡이를 짚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시간이 없다. 내 오늘 안으로 강원도 정선 산골의 박 의원 묘소로 떠나야겠다. 수레를 준비하고 가는 길 노자와 술 한 동이, 향 한 자루를 넉넉히 챙겨라. 맏이 너도 따르거라."
그리하여 이만규는 맏아들의 부축을 받아 수레에 올랐다. 꼬박 이틀을 달리고 달려 사흘째 되는 날 정오, 정선 근처 작은 산골 마을 어귀에 수레가 닿았다. 이만규가 지팡이로 마을을 가리키며 박 의원의 묘소를 묻자, 지팡이를 짚은 한 늙은이가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며 앞장섰다.
"아이고, 박 어른 묘를 찾는 양반이 다 계시오 이거. 그 어른 돌아가신 지 꼭 삼 년이 되었소. 저기 저 솔밭 너머 양지바른 산자락에 모셨소이다. 따라오시오."
묘는 소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양지바른 산자락에 소담히 자리하고 있었다. 제법 큼직한 비석 하나가 서 있었고, 비석 앞에는 근동 백성들이 두고 간 듯한 들꽃 몇 송이가 시든 채 흩어져 있었다. 이만규는 비석 앞에 이르러 두루마기를 벗고, 이마가 땅에 닿도록 깊이 엎드렸다.
"복길아, 내가 왔다. 이만규가 왔다. 일흔둘 늙은이가 되고서야 이제야 네 앞에 무릎을 꿇는다. 네 등에 매가 꽂히던 그날로부터 오늘까지 꼭 오십사 년이로구나. 한 번도 잊지 않고 살았으되 한 번도 네 앞에 오지 못하였으니 이 어찌 사람 된 도리였겠느냐. 네가 이승에 살아 있을 적엔 내 용기가 모자라 찾지 못하였고, 네가 저승에 든 뒤에야 비로소 용기를 내었으니 이 부끄러움을 어디에 비할까. 죽기 전에 꼭 한마디 하고 싶었다. 미안하다, 복길아. 정말 미안하다."
이만규는 엎드린 채 한참을 흐느꼈다. 어깨가 들썩이고 흰 수염이 흙바닥에 닿아 엉클어졌다. 그때 앞장섰던 늙은이가 조심조심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어르신, 혹시 예산 이 대감이 아니시오? 박 어른이 돌아가시기 전에 소인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르신 말씀이 있소이다. '혹여 먼 예산 땅에서 웬 늙은 양반이 나를 찾아와 이 묘 앞에서 울거든, 내가 진작에 그를 용서하였노라 전해주시오. 내가 그때 그 일을 당하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의 박 의원이 되지 못했을 것이오. 천삼백 목숨을 구한 이 손은 사실 그때 내 어깨를 울린 그의 손이 만들어준 손이니, 원망은 이미 오래전에 바람결에 다 날려 보냈노라 꼭 전해주시오' 하셨소. 박 어른 유언이 바로 그 한마디였소이다."
이만규는 땅에 엎드린 채 길고 긴 소리를 한 번 토해냈다. 그것은 울음도 웃음도 아니었고, 오십사 년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풀리는 소리였다. 그는 비석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다가 겨우 일어서서 곁에 선 맏아들에게 엄히 일렀다.
"이 묘에 해마다 향 한 자루, 술 한 사발 올릴 사람을 반드시 두어라. 우리 집안이 이 묘와의 인연을 끊지 않는 한, 우리 집에는 복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내 말을 네 자식에게 또 그 자식에게 꼭 물려주거라."
그날 밤, 이만규는 산골 주막의 툇마루에 앉아 보름 가까운 달을 한참 올려다보았다. 삼 일째 자정이 다가오자 그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다시 저승 궁궐 업경대 앞에 선 그의 뒷덜미에는 이제 어떤 그림자도 남아 있지 않았고, 염라대왕은 조용히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서쪽 연화대 길을 가리켰다고 한다. 예산 고을 사람들은 그 뒤로 흙 돋우고 비석 다듬을 때마다 "이 어른은 두 번 돌아가신 어른이시오. 한 번은 집에서, 또 한 번은 용서 받으시고서" 하고 두고두고 이야기 삼았다 한다.
유튜브 엔딩멘트
업경대 앞에서 반백 년 묵은 비밀을 마침내 씻어낸 이만규 대감의 이야기,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 번의 선행보다 단 한 번의 진심 어린 사과가 더 무겁다는 옛 어른의 지혜가 오늘 여러분 마음에 따뜻하게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구독과 좋아요, 댓글은 다음 이야기의 큰 힘이 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썸네일 이미지 프롬프트 (16:9, photorealistic, no text)
Cinematic 16:9 hyper-photorealistic scene of the dark underworld throne hall of Yeomra, the Korean King of the Dead. Towering blood-red lacquered pillars frame the composition, thick swirling mist pooling across a polished black stone floor. At the center stands a giant round bronze-framed mirror called the Karmic Mirror mounted on a carved dragon stand, its luminous surface softly displaying a ghostly reflection of a sunlit Joseon-era spring courtyard with a persimmon tree and two small boys beneath it. In the foreground kneels an elderly Korean yangban nobleman in his early seventies, white-haired with a long thin beard, wearing a pristine white hanbok with a dark silk overrobe, hands pressed to the cold stone floor in deep remorse, a single tear catching the pale blue glow of the mirror on his weathered cheek. Behind him on an elevated black throne sits the stern yet compassionate King Yeomra in crimson and gold royal robes, tall black gat hat, long flowing white beard, holding a wooden judgment tablet. On either side of the throne stand two tall grim reapers (jeoseung saja) in solemn black hanbok and black pointed hats, carrying long yellow scrolls and glowing paper lanterns. Dramatic chiaroscuro lighting blends deep crimson torchlight from either side of the hall with the cold pale blue luminance of the mirror, heavy incense smoke drifting upward into the shadowed ceiling beams. Rich traditional Korean afterlife folklore aesthetic. Ultra-detailed textures on silk hanbok fabric, carved wooden pillars, aged bronze mirror frame, weathered stone tiles, long beards and wrinkled hands. Solemn, majestic, emotionally charged atmosphere. Absolutely no text, no letters, no captions, no logos, no watermarks anywhere in the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