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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도 해결 못한 조선의 미스터리 사건

by K sunny 2025.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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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도 해결 못한 조선의 미스터리 사건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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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200자)

사람의 목숨을 거두고 죄를 심판하는 저승의 군주, 염라대왕. 하지만 그런 염라대왕조차 고개를 저으며 판결을 내리지 못한, 조선 팔도를 뒤흔든 기묘한 사건이 있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지금부터 그 전대미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시대, 덕망 높기로 이름난 한 판서가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이승의 법도, 저승의 심판도 그의 죽음 앞에선 무력하기만 한데... 염라대왕의 업경대(業鏡臺)마저 흐릿하게 만든 전대미문의 미스터리. 과연 그날의 진실은 무엇이며, 판서의 영혼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시니어들을 위한 가장 흥미로운 야담이 시작됩니다.

※ 인품과 덕망으로 모두에게 존경받던 김판서.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고 까치가 사람 말을 하던 시절보다야 가깝지만, 그래도 지금으로부터는 아득히 먼 옛날, 조선 땅 한양에 김판서라 불리는 대감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대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청렴결백하기가 마치 가을 하늘 같고, 그 인품이 깊고 따뜻하기가 겨울날 아랫목 같아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지요. 나랏일에서는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여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고, 물러나서는 백성들의 작은 신음 소리 하나 허투루 듣는 법이 없었습니다.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릴 때면 말없이 자신의 곳간을 열어 쌀을 나누어 주었고, 억울한 일을 당한 이가 있으면 발 벗고 나서서 그 원통함을 풀어주려 애썼습니다. 그러니 장안의 백성들은 물론, 조정의 동료들까지도 그를 우러러보며 ‘진정한 어른’이라 칭송하기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집 앞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도움을 청하러 온 이, 가르침을 구하러 온 이, 그저 그 인품을 가까이서 뵙고 싶어 찾아온 이들까지. 김판서는 단 한 번도 그들을 박대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지친 날이라도 찾아온 이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시오? 내 힘이 닿는 데까지는 힘이 되어 드리지다.” 하고 넉넉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집 담장은 높았으나, 그 마음의 문턱은 늘 낮았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아침이었습니다. 밤새 맑은 달빛이 온 세상을 비추고, 귀뚜라미 소리만이 고즈넉하게 울려 퍼지던 평화로운 밤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김판서를 깨우러 안방 문을 연 몸종은 그러나, 이내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지르며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습니다.

“대감마님! 대감마님! 정신 차리십시오, 마님!”

평소처럼 단정하게 잠자리에 누워있는 김판서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 마치 깊은 잠에 빠진 듯 보였으나, 그의 몸은 이미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있었습니다. 부인이 놀라 달려와 그의 코에 손을 대어보고, 가슴에 귀를 대어보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야속한 정적뿐이었습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내일은 장터에 들러 아이들에게 줄 엿이라도 사 와야겠소.” 하며 자애롭게 웃던 남편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기침 한 번 한 적 없었고, 어제저녁 식사도 평소와 다름없이 맛있게 비워냈던, 그야말로 건강하기 그지없던 양반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이리도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버린 것입니다.

집안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대감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를 따르던 모든 이에게 크나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슬픔이 가시고 난 자리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의문’이었습니다. 집안사람들 그 누구도 대감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평생을 선하게 살아오신 분이, 아무런 병환도 없이, 이토록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혹, 간밤에 자객이라도 들었던 것일까? 하지만 방안 어디에도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었고, 대감의 몸에는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는 상처 하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혹, 누군가 음식에 독이라도 탄 것이 아닐까? 허나 어젯밤 대감과 겸상을 했던 부인과 자식들은 모두 멀쩡했습니다. 그릇을 살피고 남은 음식을 확인해 보아도 독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마치 하늘이 정해준 명을 다하고 잠이 들 듯, 그렇게 고요하게 떠나버린 죽음. 그러나 그 죽음에는 그 어떤 설명도, 이유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평온했기에, 오히려 너무나도 기이하고 섬뜩한 죽음이었습니다.

※ 슬픔에 잠긴 가족들의 요청으로 관아의 수사가 시작되지만, 독살의 흔적도, 자결의 이유도 찾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덕망 높은 판서의 석연치 않은 죽음은 삽시간에 한양 전체로 퍼져나갔습니다. 백성들은 저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찌 저리 어지신 분을 벌써 데려가신단 말인가.” 하며 탄식했고, 조정에서는 나라의 큰 기둥 하나가 부러졌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하지만 슬픔과 별개로, 이 기묘한 죽음에 대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김판서의 부인은 눈물을 머금고 관아에 수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제 남편의 죽음은 평범한 죽음이 아닙니다. 부디 그 원통함을 풀어주시어, 제 남편이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사건은 한양 최고의 수사관으로 이름난 박 포교에게 맡겨졌습니다. 박 포교는 날카로운 눈매와 멧돼지 같은 끈기로, 아무리 복잡하게 얽힌 사건이라도 실타래 풀 듯 풀어내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곧장 판서의 집으로 향해, 사건 현장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불의 작은 실오라기 하나, 마루의 희미한 자국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매서운 눈으로 살폈습니다. 하지만 한 시진, 두 시진이 지나도록 그가 발견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방안은 너무나도 평온했고, 다툼의 흔적이나 외부 침입의 증거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김판서가 잠을 자다가 그대로 숨이 멎어버린 듯한,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정녕 아무런 흔적도 없단 말인가…”

박 포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안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심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불려 온 것은 평생을 김판서 곁에서 그를 모셔온 늙은 집사였습니다. “어르신, 대감마님께서 최근에 혹시 심려가 깊으신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아니면 원한을 품을 만한 이가 있었는지요?” 집사는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리, 우리 대감마님께서는 평생 남에게 원한 살 일을 하지 않으신 분입니다. 오히려 자신의 것을 내어주지 못해 안달이신 분이었지요. 최근에도 별다른 근심 없이 평온하셨습니다. 며칠 뒤 있을 손자의 백일잔치를 무척이나 기다리셨지요.”

다음은 음식을 담당했던 찬모(饌母)였습니다. 혹시 모를 독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지요. “그날 저녁, 대감마님께서 드신 음식에 혹 이상한 점은 없었느냐? 평소와 다른 재료를 쓴 것이 있거나, 누군가 부엌에 드나든 것을 본 적은 있느냐?” 찬모는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나리,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제가 이 댁에 들어와 밥을 지은 지가 어언 20년입니다. 대감마님께 올리는 음식은 제가 직접 맛을 보고 확인합니다. 그날도 대감마님께서는 평소 좋아하시던 숭어찜을 아주 맛있게 드셨습니다. 그 자리에 마님과 아기씨도 함께 계셨는데, 어찌 대감마님께만 탈이 날 수 있겠습니까.”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살의 가능성도 희박했습니다. 김판서는 독실한 불교 신자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가장 큰 죄악으로 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그가 남긴 유서 한 장 없었으며, 주변인들 모두 그가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하나, 누구도 알지 못하는 희귀한 병에 의한 급작스러운 자연사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의원들을 불러 시신을 살펴보게 해도, 모두들 고개만 저을 뿐이었습니다. “맥은 이미 끊겼으나, 시신 어디에도 병색(病色)이 보이지 않습니다. 혈색은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처럼 맑고, 오장육부 어디에도 탈이 난 흔적이 없습니다. 의술로서는 도저히 이 죽음의 원인을 밝혀낼 길이 없습니다.”

결국, 이승의 법도와 의술로는 김판서의 죽음을 설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박 포교는 자신의 수사 인생에서 처음으로 ‘미제(未濟)’라는 치욕적인 딱지를 붙여야만 했습니다. 사건은 그렇게 종결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알지 못하는 한, 산 자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 법. 김판서의 부인은 매일 밤 남편의 영정 앞에서 눈물로 밤을 지새웠고, 그를 따르던 백성들은 진정한 어른을 잃은 슬픔에 잠겨있었습니다. 이승의 시간이 그렇게 안타깝게 흘러가는 동안,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 기이한 사건의 진짜 재판은 이제 막, 다른 세상에서 시작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 이승의 시간이 멈추고, 저승차사의 손에 이끌려 명부(冥府)에 도착한 김판서.

이승에서의 시간이 멈춘 그 순간, 김판서의 영혼은 안개처럼 몸에서 스르르 빠져나왔습니다. 눈을 떠보니, 그는 낯선 길 위에 홀로 서 있었습니다. 주변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고, 발밑에서는 냉기가 스며들어와 등골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푸른빛의 등불 두 개가 일렁이며 다가왔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것은 등불이 아니라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의 눈빛이었습니다. 검은 도포에 갓을 쓴 두 명의 사내, 바로 저승의 명을 받고 망자를 데리러 온 저승차사(冥府使者)였습니다.

“김 아무개. 너의 이승에서의 삶은 여기까지다. 이제 우리를 따라 명부로 가야 한다.”

차사의 목소리는 감정 한 점 섞이지 않은, 차가운 쇠붙이 소리 같았습니다. 김판서는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습니다. 그는 평생을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며,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이 순간을 마음속으로 준비해왔습니다. 그는 차사들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습니다. “두 분 차사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다만 한 가지 여쭐 것이 있습니다. 제가 어찌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까? 제게 주어진 명이 여기까지였던 것입니까?” 차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이내 무심한 표정으로 답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답할 바가 아니다. 너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은 염라대왕님의 심판대 앞에서 밝혀질 것이다. 왈가왈부하지 말고 어서 길을 서둘러라.”

김판서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묵묵히 차사들의 뒤를 따랐습니다. 그들이 걷는 길은 이승의 길이 아니었습니다. 날카로운 칼날이 촘촘히 박힌 도산지옥(刀山地獄)을 지나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강을 이룬 화탕지옥(火湯地獄)을 건넜습니다. 죄를 지은 수많은 영혼들이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지만, 김판서는 흔들림 없이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이 떳떳했기에, 저승의 심판 앞에서 두려울 것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기이한 죽음의 진실을 드디어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으로는 안도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래, 이승에서 풀지 못한 수수께끼라면, 저승의 법도는 분명 그 답을 알고 있겠지. 전지전능하신 염라대왕님께서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실 것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그들의 앞에 거대하고 위압적인 문이 나타났습니다. 문 위에는 ‘명부(冥府)’라는 두 글자가 서늘한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문이 열리자, 그 안으로는 거대한 궁전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곳이 바로 모든 죽은 자들의 죄를 심판하는 염라대왕의 법정, 염라전(閻羅殿)이었습니다. 김판서는 차사들의 손에 이끌려 법정 중앙으로 나아갔습니다. 높은 단상 위에는 열 명의 왕, 시왕(十王)이 좌우로 늘어서 있었고, 그 중앙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엄을 뿜어내는 존재가 앉아 있었습니다. 바로 저승의 군주, 염라대왕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인간의 죄와 선을 기록한 거대한 명부(名簿)를 펼쳐 들고, 지옥을 울리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이승에서 판서를 지낸 김 아무개렷다. 너의 이름이 명부에 올랐으니, 이제 너의 생전의 업(業)을 심판할 것이다. 네가 살아생전 베푼 선행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곳간을 열어 굶주린 백성을 구하고, 억울한 이의 편에 서서 정의를 바로 세웠으니, 그 공덕이 실로 작지 않다. 허나, 너의 죽음에는 한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구나.” 김판서는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습니다. “대왕님, 소인 역시 그것이 궁금하여 이곳에 왔나이다. 부디 소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주시옵소서.” 염라대왕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법정 한쪽에 놓인 거대한 거울을 가리켰습니다. 그 거울은 망자의 일생을 남김없이 비추어준다는 신비한 거울, 업경대(業鏡臺)였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업경대를 통해 너의 마지막 순간을 들여다볼 것이다. 그 어떤 거짓도, 비밀도 업경대 앞에서는 모두 드러나게 될 것이니라!” 염라대왕의 말이 끝나자, 업경대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김판서의 생애를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장원급제하던 순간, 백성을 위해 헌신하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김판서는 물론, 시왕들과 모든 저승의 관리들이 숨을 죽이고 업경대를 주목했습니다. 과연 저 거울은, 이승의 그 누구도 풀지 못했던 미스터리의 답을 보여줄 것인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바로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 염라대왕은 김판서의 일생을 비추는 업경대를 살피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의 마지막 순간만은 짙은 안개에 휩싸인 듯 흐릿하게 보여 판결을 내리지 못한다.

염라대왕의 호령과 함께 업경대는 맑고 투명한 빛을 내며 김판서의 마지막 날 밤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와 같이 책을 읽고,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는 평온한 모습이 거울 위에 선명하게 펼쳐졌습니다. 시왕들과 판관, 옥졸들까지 모두 숨을 죽이고 거울에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이제 곧, 모두가 궁금해하던 그 순간이 오리라.’ 바로 그때였습니다. 김판서가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방문을 닫고, 촛불을 끄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맑고 투명하던 업경대의 표면이 갑자기 검은 먹물을 풀어놓은 듯 일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거울 속 장면은 짙은 안개에 휩싸인 듯 순식간에 흐릿해졌습니다. 무언가 형상이 비치는 듯하다가도 흩어지고,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가도 끊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거울 너머에서 거대한 손으로 진실을 가리고 있는 듯한,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현상이었습니다.

“아니, 저것이 어찌 된 일인가!”

법정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수천, 수만 년 동안 단 한 번도 오류가 없었던 업경대였습니다. 그 어떤 흉악한 죄인의 은밀한 악행도, 가장 깊은 마음속에 숨겨진 비밀까지도 남김없이 비추어내던 신물(神物)이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지금, 저 거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낱 인간의 죽음 앞에서, 천지의 이치를 비추는 거울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입니다. 염라대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습니다.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습니다. “업경대가… 업경대가 흐리다니. 이런 일은 명부가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몇 번이고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게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김판서가 잠자리에 든 이후부터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의 모든 기록이, 마치 지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공백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김판서 역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자신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줄 유일한 희망이었던 업경대마저 진실을 보여주지 못하자, 그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그의 죽음은 수수께끼로 남아야만 하는 운명이란 말인가. 선한 삶에 대한 보답이 이토록 가혹한 혼돈이란 말인가.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염라대왕에게 물었습니다. “대왕님, 어찌하여 저의 마지막 순간만은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부디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염라대왕은 무거운 침묵 끝에 입을 열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껏 없었던 깊은 고뇌가 서려 있었습니다. “나 또한 알 수가 없구나. 너의 죽음은 이승의 법도는 물론, 저승의 이치마저 거스르고 있다. 이는 필시 평범한 죽음이 아니나, 그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죄를 물을 수도, 상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지녔던 염라대왕의 심판이 처음으로 멈춰 서고 만 것입니다.

※ 염라대왕은 시왕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지만,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염라대왕의 고뇌 어린 선언에 거대한 염라전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이윽고 염라대왕은 좌우에 늘어선 시왕들을 향해 명을 내렸습니다. “모든 판관과 옥졸들은 물러가라. 이 문제는 우리 시왕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시 논해야겠다.” 염라대왕의 명에 따라 법정은 텅 비었고, 오직 저승을 다스리는 열 명의 왕, 시왕만이 남아 기이한 사건을 둘러싼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망자의 죄를 심판하는 제1전의 진광대왕이었습니다. 그는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업경대가 흐려진 것은 실로 기이한 일이나, 법도는 법도입니다. 저 자의 생전 기록 어디에도 죄를 찾아볼 수 없으니, 마땅히 선인으로 대우하여 극락으로 인도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그의 말에 제3전의 송제대왕이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습니다. “아니 되옵니다. 업경대가 흐려졌다는 것은, 그 안에 천지조차 관여할 수 없는 거대한 비밀이나 혹은 악업이 숨어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죽음을 섣불리 선업으로 판단했다가, 훗날 저승의 질서에 큰 화를 미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습니다. 만약 김판서의 죽음이 신조차 속일 수 있는 교묘한 악행에 의한 것이라면, 섣부른 판단은 저승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제5전의 염라대왕 자신과 함께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제7전의 태산대왕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혹, 이것은 우리 저승에 내리는 시험이 아닐까 하옵니다. 하늘 위의 하늘, 옥황상제께서 우리의 지혜와 판단력을 시험하시고자 이런 기이한 숙제를 내리신 것은 아닐는지요.” 태산대왕의 말에 시왕들은 다시 한번 술렁였습니다.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넘어선, 신들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로 번져나갔기 때문입니다. 어떤 왕은 김판서가 사실 인간의 탈을 쓴 신선이었기에 저승의 법도가 통하지 않는 것이라 주장했고, 어떤 왕은 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 세상에 내려온 요물을 해하여 그 저주를 받은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수많은 의견이 오갔지만, 그 어떤 것도 명쾌한 해답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논의가 길어질수록, 저승의 절대적인 질서와 법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만이 깊어질 뿐이었습니다.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다면 심판은 불가능한가. 천하를 꿰뚫어 본다는 신의 눈마저 가릴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면, 저승의 심판은 과연 완전하다 할 수 있는가. 하나의 죽음이 던진 질문 앞에, 수만 년간 저승을 다스려온 열 명의 왕들은 기나긴 침묵에 빠졌습니다. 김판서의 사건은 이제 한 개인의 재판을 넘어, 저승의 존립 근거를 뒤흔드는 거대한 철학적 난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 결국 염라대왕은 판결을 보류하고, 이 사건을 '하늘의 비밀'이라는 뜻의 '천잠'으로 봉한다.

오랜 시간 이어진 침묵을 깬 것은 염라대왕이었습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의 고뇌가 아닌, 무언가를 결단한 자의 비장함이 서려 있었습니다. 시왕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향했습니다. “결론을 내렸소. 이 사건은 우리 시왕들의 지혜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오. 업경대마저 진실을 비추지 못하는 죽음이라면, 그 진실은 오직 하늘만이 알고 있을 것이오.”

염라대왕은 다시 김판서를 법정으로 불러들였습니다. 그리고는 온 저승에 울려 퍼지는 장엄한 목소리로 자신의 판결을 선포했습니다. “듣거라, 김 아무개의 영혼이여. 너의 삶은 선했으나, 너의 죽음은 미스터리 그 자체다. 이승의 법도도, 저승의 심판도 너의 죽음 앞에서는 무력했다. 이에 나는 너의 사건을 ‘천잠(天箴)’으로 봉하노라.” ‘천잠’. 그것은 ‘하늘의 경계’ 혹은 ‘하늘만이 아는 비밀’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즉, 인간 세상의 법으로도, 저승의 법으로도 판결을 내릴 수 없는, 오직 하늘의 뜻에 맡겨야만 하는 사건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염라대왕의 판결은 계속되었습니다. “너는 죄인이 아니기에 지옥으로 보낼 수 없으며, 죽음의 원인이 불분명하기에 선인으로서 극락으로 인도할 수도 없다. 또한, 너를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낸다 한들, 이미 육신이 사라진 네가 돌아갈 곳은 없을 것이다. 하여 나는 너에게 특별한 명을 내린다. 너의 영혼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 삶과 죽음의 경계에 머물며 ‘진실의 수호자’가 되어라.” 김판서의 눈이 커졌습니다. 진실의 수호자라니, 그것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염라대왕은 그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너는 이승을 떠도는 억울한 영혼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진실을 저승에 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너 자신의 미스터리는 풀지 못했으나, 너로 인해 다른 이들의 미스터리는 풀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언젠가 너의 죽음에 얽힌 하늘의 비밀이 밝혀지는 그 날, 너는 비로소 완전한 평온을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염라대왕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결이었습니다. 심판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더 큰 차원의 심판을 기약한 것입니다. 김판서의 영혼은 염라대왕의 판결을 받아들여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몸은 서서히 투명한 빛으로 변하며, 이승과 저승 사이의 아득한 공간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후로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세상에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나 억울한 죽음이 있을 때, 밤하늘 어딘가에서 ‘진실의 수호자’가 된 김판서의 영혼이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입니다. 염라대왕조차 풀지 못했던 그의 죽음은, 그렇게 시대를 넘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영원한 전설이 되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염라대왕의 업경대마저 흐릿하게 만든 김판서의 죽음. 과연 그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면 진실이란, 인간의 법도나 신의 심판을 넘어서는 더 깊은 곳에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오늘 이야기가 흥미로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는, 서슬 퍼런 염라대왕 앞에서 자신의 죄를 웃으며 고하고, 오히려 저승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한 배짱 좋은 도둑의 최후! <염라대왕 앞에서 자신의 죄를 당당히 인정한 조선 도둑의 최후> 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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