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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가 바꿔버린 염라대왕

by K sunny 2026.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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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 이야기] 영화 『신과함께』가 바꿔버린 염라대왕 이미지 - '지옥이 법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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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400자 이상)

여러분, 염라대왕이 요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거 아셨나요? 수천 년 동안 지옥에서 죄인들의 혀를 뽑고 끓는 기름에 튀기며 호령하던 그 무시무시한 염라대왕이, 영화 한 편 때문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습니다. 신과함께, 천만 관객을 동원한 그 영화가 터진 뒤로 지옥에 올라오는 망자들이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변호사를 불러달라, 묵비권을 행사하겠다, 업경은 사생활 침해 아니냐. 심지어 비트코인으로 뇌물을 주려는 놈까지 나타났습니다. 옥황상제는 지옥을 법정으로 개조하라 명하고, 독단적이던 염라대왕은 하루아침에 절차를 지키는 판사가 되어야 했습니다. 곁에는 꼰대라고 대놓고 쏘아붙이는 MZ세대 신참 차사까지 붙었으니, 이건 지옥이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웃기지만 뜨끔하고, 황당하지만 통쾌한 염라대왕의 좌충우돌 법정 생존기. 오늘 밤, 지옥에서 가장 웃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1단계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그때는 지옥이 지옥다웠다.

눈을 뜨면 시뻘건 불길이 하늘을 핥아 올리고, 죄인들의 비명 소리가 이승의 닭 울음보다 더 우렁차게 새벽을 열던 시절이었다. 펄펄 끓는 기름 가마솥 앞에서는 그 어떤 영웅호걸도, 천하를 호령하던 왕들도 사시나무 떨듯 무릎을 꿇었다.

나, 염라대왕.

이름만 들어도 이승의 아이들이 울음을 뚝 그치고, 왕도 제 관을 벗어 절을 올리며, 장수조차 투구를 숨기고 엎드리던 존재. 내 기침 한 번이면 십만 옥졸이 창을 고쳐 잡았고, 눈길 하나면 죄인의 혀가 돌처럼 굳어버렸다.

지옥의 운영은 명쾌하고 단순했다.

죄인이 끌려오면, 내가 옥좌에 앉아 업경을 비춘다. 그 맑고도 잔인한 거울 속에 죄인의 일생이 낱낱이 펼쳐진다. 숨기려 해봐야 소용없다. 이승에서 몰래 이웃의 아내 치맛자락을 훔쳐보던 치한의 눈깔이 업경에 찍히고, 장터에서 남의 전대를 털던 좀도둑의 손끝이 선명하게 비춰진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증거가 눈앞에 대문짝만 하게 펼쳐져 있는데 무슨 변명이 통하겠는가.

"네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내가 내리치는 호통 한 마디가 곧 법이었다. 내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이 곧 판결이었다. 혀를 뽑을지, 기름에 튀길지, 칼산을 맨발로 오르게 할지. 모든 것이 내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에 결정되었다. 변명이요? 사정이요? 그런 건 이승에서나 통하는 물렁한 껍데기였다. 여기는 지옥이다. 지은 죄만큼 정확하게 고통을 돌려받는 곳. 복잡한 절차도, 지루한 서류 뭉치도, 배심원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었다.

오직 죄와 벌. 그리고 나의 절대적인 권위만이 존재하던 곳.

가마솥에서 비명이 터지면 옥졸들은 박자를 맞춰 몽둥이를 내리쳤고, 칼산에서 피를 흘리며 기어 내려오는 죄인들의 행렬은 마치 지옥의 군무처럼 질서정연했다. 아름답다고까지 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화끈하고 깔끔했다.

단순하고 명쾌했다.

아, 그 시절의 뜨겁고도 통쾌했던 나의 왕국이여. 그때는 정말 좋았다. 정말이지, 그때가 좋았다.

그런데 세상이라는 게, 아니 저승이라는 게, 영원한 것은 없더라.

※ 2단계 주제 제시 (Theme Stated)

어느 날이었다.

다른 때와 다를 것 없는, 죄인의 비명이 배경 음악처럼 깔려 있는 평범한 오후. 내가 옥좌에 기대앉아 오후의 심판 목록을 훑고 있을 때, 눈치 없는 판관 놈 하나가 쭈뼛거리며 내 앞에 섰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급 관리들은 다 그게 그거 아닌가.

녀석의 손에는 이승 트렌드 보고서라는 해괴한 제목이 붙은 두루마리가 들려 있었다. 저승에서 이승의 트렌드를 보고한다니, 대체 언제부터 이런 유행이 생긴 건지.

대왕님, 요새 이승에서 영화 하나가 천만 관객을 넘기며 난리가 났답니다. 그… 신과함께라고 하던가요.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콧방귀를 뀌었다. 감히 신성한 염라국에서 광대 놀음 이야기를 꺼내다니. 이승의 유행 따위가 지옥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목을 쳐야 마땅한 불경이었지만, 심심하던 터라 들어는 주기로 했다.

녀석이 내 심기를 살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 그게 말이지요. 그 영화 때문에 사람들이 이제 저승을 거대한 법정으로 안답니다. 변호사가 있고, 판사가 있고, 증인 심문이 있고, 아주 민주적인 절차로 재판을 받는 줄 알아요. 염라대왕님도 영화에서는 뭐 상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분으로 나오시더라고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니. 나는 이가 갈렸다. 내가 언제부터 이성적이었나. 나는 지은 죄에 정확한 벌을 내리는 천벌의 화신이지, 양쪽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동네 노인네가 아니다.

녀석은 한술 더 떴다.

시대가 바뀌면 저승도 좀 세련되게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지 쇄신이라고나 할까요. 요즘 망자들이 영화를 보고 와서 기대치가 높아져 있거든요.

나는 혀를 찼다.

이놈아, 저승의 법도는 우주가 생겨날 때부터 불변인 것이다. 고작 영화 한 편 유행한다고 내가 내 스타일을 바꿀 것 같으냐? 썩 물러가라!

녀석은 꼬리를 말고 사라졌다.

그때는 몰랐다. 그 건방진 판관 놈의 말이, 곧 닥쳐올 재앙의 예고편이었다는 것을.

※ 3단계 설정 (Set-Up)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더니.

변화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찾아왔다.

처음에는 사소한 것이었다. 갓 죽어서 끌려온 망자 하나가 옥졸에게 대들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옥 문을 넘는 순간 모든 망자는 공포에 질려 혼백이 반쯤 빠진 상태가 되는 법이었다. 그런데 이놈은 달랐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저기요, 변호사는 어디서 배정받나요?

옥졸이 기가 막혀 몽둥이를 들었더니 이놈이 한술 더 떴다.

잠깐만요, 그거 폭행이에요. 고소할 수 있어요.

그 뒤로는 걷잡을 수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망자들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하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던 옛날 망자들은 온데간데없고, 눈을 부릅뜨고 품속에서 종이 쪼가리를 꺼내 드는 놈들이 줄을 이었다.

대왕님, 방금 그 발언은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합니다.

제 변호사 올 때까지 묵비권 행사하겠습니다.

증거 있습니까? 업경 그거, 사생활 침해 논란 있는 거 아시죠? 초상권법 위반입니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이것들이 단체로 뭘 잘못 먹었나 싶었다.

알고 보니 이승에서 그 영화를 보고 온 놈들이었다. 저승이 무슨 국선 변호인 제도가 완비된 복지 국가인 줄 알고, 법률 자문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주접을 떠는 것이었다.

몽둥이를 들라치면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소리를 빽 질렀다. 끓는 가마솥으로 끌고 가려 하면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을 금지한 유엔 결의안을 들먹였다. 지옥에서 유엔이라니. 이건 완전히 미쳐 돌아가는 거였다.

옥졸 도깨비들도 주눅이 들어 몽둥이를 높이 들지 못하고 어깨춤만 추며 쭈뼛거렸다. 나의 권위가 실시간으로 갉아먹히고 있었다.

※ 4단계 사건 발생 (Catalyst)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이 갈라지며 옥황상제의 긴급 공문이 떨어졌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두루마리였다. 옥황상제의 인장이 찍힌, 지엄한 칙령. 나는 두루마리를 펼쳤다. 읽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세 번을 다시 읽었다. 하지만 글자는 바뀌지 않았다.

저승 선진화 방안. 오늘부로 염라대왕의 독단적 즉결심판권을 박탈한다. 모든 심판은 피고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삼심제 법정 공방으로 전환할 것. 지옥의 이미지를 쇄신하라. 업경 사용 시 반드시 본인 동의를 받을 것. 모든 판결에 항소 기회를 부여할 것. 이상.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내가 재판장이고 검사고 집행관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양쪽 말이나 듣고 앉아 있는 판사 노릇만 하라니. 눈앞에서 죄를 비추고, 내 입으로 직접 벌을 선고하고, 내 손으로 집행하던 권한이 일시에 쪼개졌다. 검사 따로, 변호인 따로, 판결 따로, 집행 따로.

명령은 즉시 집행되었다.

옥졸들은 몽둥이를 내려놓고 책상을 날랐다. 끓는 가마솥은 구석으로 치워지고, 칼산은 안전 펜스가 둘러쳐졌다. 대신 그 자리에 산더미 같은 소송 서류와 법전이 쌓였다. 지옥의 불길 대신 형광등이 켜졌다. 비명소리 가득하던 심판장은 어느새 조용한 법정이 되어 있었다. 나의 옥좌 앞에는 재판장이라는 초라한 명패가 놓였다.

나는 그 명패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수천 년을 지옥의 절대 권력으로 군림했던 염라대왕이, 이제 나무토막 하나에 자격이 정의된 관리가 되었다. 이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었다. 아니, 모욕이었다.

※ 5단계 고민 (망설임)

못 해 먹겠다. 아니, 안 한다!

나는 옥황상제에게 당장 사표를 던지겠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옥좌를 걷어차고, 서류를 집어 던지고, 재판장 명패를 벽에 내동댕이쳤다. 나무 조각이 바닥에 흩어지는 소리가 허무하게 울렸다.

내가 이 짓을 수천 년을 했는데, 이제 와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 말싸움이나 듣고 있으라고? 차라리 나를 지옥불에 튀겨라!

옥졸들이 겁을 먹고 물러섰다. 나의 분노는 진짜였다. 수천 년간 쌓아온 권위와 자존심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난 것이다. 나는 하다 하다 이제 퇴직하겠다는 마음까지 먹었다. 염라국을 접고, 어디 한적한 명산에 들어가 도를 닦으며 살리라.

그러나 옥황상제의 전령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두 번째 공문을 들이밀었다.

업무 거부 시 즉시 염라직 파면. 이후 벌칙으로 대한민국 이십대 취업 준비생으로 환생시킬 것. 스펙 없음. 인맥 없음. 자본금 없음. 흙수저 설정.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이승을 내려다보며 가장 불쌍하게 여겼던 존재가 바로 그 취준생 아니었던가. 끝없는 경쟁, 수십 번의 면접 탈락, 좁은 고시원,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삶. 자기소개서라는 것을 열두 번째 고쳐 쓰며 밤을 새는 인간들의 모습을 내려다볼 때마다 고개를 저었었다. 이게 무간지옥이지. 지옥이 따로 없구나. 하고.

천하의 염라대왕이 컵라면을 훌쩍거리며 자기소개서를 쓰는 꼴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옥졸들 앞에 서지 못할 치욕이었다. 나의 입지라는 자세로 시작하는 문서를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리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상상은 공포가 되어 내 발목을 잡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검은 법복을 집어 들었다. 무겁고, 거추장스럽고, 어깨가 축 처지는 옷이었다. 곤룡포의 장엄함에 비하면 상갓집 옷이나 다름없었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나. 아니, 환생 안 시켜주나.

그래. 판사 노릇, 까짓것 해주마.

※ 6단계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그렇게 나는 지옥의 법관이 되었다.

화려한 곤룡포 위에 거추장스러운 검은 법복을 걸쳤다. 도깨비 방망이 대신 가벼워 빠진 나무 법봉을 손에 쥐었다. 이 법봉이라는 것이 참으로 거시기했다. 내 묵직한 방망이는 한 번 내리치면 바닥이 갈라지고 죄인의 간담이 서늘해졌는데, 이 나무토막은 아무리 세게 내려쳐도 톡톡 하는 싱거운 소리만 났다.

첫 번째 재판이 시작되었다.

피고인은 이승에서 직원 수십 명의 월급을 떼어먹고 해외로 도주한 악덕 사장 놈이었다. 도주 중에 술을 퍼마시고 강에 빠져 죽어서 올라왔다. 죽어서도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영락없는 상놈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놈이 내 눈을 마주치는 순간, 혀를 뽑아 뜨거운 철판 위에 지글지글 구웠을 것이다. 이승에서 남의 피땀을 빨아먹은 주둥이니, 혀부터 타는 맛을 보여줘야 마땅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피고 측 변호인, 최후 변론 하십시오.

내 입에서 그 말이 나갈 때,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죄인에게 변론의 기회를 주다니. 천지가 뒤집힌 일이었다.

죄인의 변호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서류를 넘기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피고인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이는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사회 구조적 문제입니다. 피고인은 직원들의 월급을 체불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의한 지급 유예였으며, 이는 파산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합니다.

저 따위 소리를 듣고 앉아 있어야 한다니.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끓는 물에 확 집어넣고 싶은 충동이 손끝까지 밀려왔다. 법봉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를 악물고 참았다. 참지 않으면 취준생이 된다. 컵라면이 된다. 자기소개서가 된다.

나는 이를 갈며 법봉을 톡, 내려놓았다.

지옥이 죄인에게 벌을 주는 곳이 아니라, 나에게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 곳으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 7단계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설상가상이었다.

옥황상제는 나에게 보조관을 한 명 배정했다. 이름은 가온. 신참 저승차사였다. 이놈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놈과는 사이가 안 좋아지겠구나.

가온이라는 놈은 소위 말하는 MZ세대 차사였다. 머리카락에 푸른색 물을 들이고, 한쪽 귀에는 이름 모를 장신구를 달고, 손에는 최신형 태블릿을 들고 다녔다. 표정은 늘 시큰둥했고, 말투는 건조했다. 웃어른을 공경하는 기색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놈이 첫날부터 나의 판결에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대왕님, 방금 그 발언은 판례 삼십사조 이항에 위배됩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시죠.

또 이러기도 했다.

꼰대처럼 굴지 마시고 절차를 지키세요. 그래야 항소당했을 때 뒤집히지 않습니다.

꼰대. 꼰대라고. 수천 년을 저승을 다스린 내가, 꼰대라니.

아주 기가 막혔다. 내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죄인들을 다스려왔는데, 젖비린내 나는 녀석이 고개도 제대로 숙이지 않고 나를 가르치려 들었다. 법봉 대신 이놈의 머리통을 내려치고 싶은 충동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솟구쳤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 복잡한 신식 법률 용어를 해석하는 데는 이 녀석이 필요했다. 삼심제니 항변권이니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이니, 내 수천 년 경력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단어들이었다. 가온은 밉살스럽게 굴면서도 귀신같이 법전을 찾아내는 솜씨 하나는 기막혔다. 어떤 망자가 억지 주장을 펼치면, 녀석은 태블릿을 스슥 넘기며 판례 하나를 딱 집어 반박했다.

우리는 사사건건 으르렁거렸다.

나는 녀석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고, 녀석은 나의 방식이 구식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 골치 아픈 법정 놀음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기묘한 동거를 시작해야 했다. 서로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없으면 안 되니까.

※ 8단계 재미 구간 (볼거리)

지옥 법정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이승의 온갖 진상이 죽어서까지 진상 짓을 하며 법정에 들어왔다. 살다 살다 지옥에서까지 민원을 처리하는 내 신세가 기가 막혔다.

내가 거짓말탐지기 대신 전통의 업경을 들이대며 죄를 비추려 하자, 한 망자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이거 불법 촬영물 아닙니까?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겠습니다!

업경이 불법 촬영이라니. 천지개벽 이래 업경에 시비를 거는 놈은 처음이었다. 옥졸들이 어이없어 몽둥이를 떨어뜨렸다.

또 어떤 놈은 재판 시작 전에 내 손에 슬그머니 뭔가를 쥐여주며 귓가에 속삭였다.

대왕님, 이거 비트코인 지갑입니다. 비밀번호는 대왕님 생신으로 해놨습니다. 잘 좀 봐주십쇼.

저승에서 쓸모도 없는 가상 화폐를 뇌물이랍시고 주는 꼴이라니. 이건 뇌물죄 이전에 모욕죄였다. 나를 고작 비트코인 몇 개에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한 번은 아예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며 법정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코를 고는 놈이 나타났다. 옥졸이 일으켜 세우려 하자 이놈이 눈을 번쩍 뜨고 외쳤다.

강제 기상은 수면권 침해입니다!

수면권이라니. 지옥에서 수면권을 주장하는 놈은 진짜 처음이었다. 옥졸들마저 어이없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또 한 놈은 자기가 이승에서 유튜버였다며 재판 과정을 생중계하겠다고 우겼다. 지옥 법정 브이로그라니. 구독자가 늘 거라며 신이 나 있었다.

참다못한 내가 법봉을 집어 던지며 고함을 질렀다.

에라, 모르겠다! 여봐라, 저놈들을 당장 끓는 기름에 튀겨라!

그러면 옆에서 가온이 기겁하며 내 팔을 붙잡았다.

대왕님! 절차 위반입니다! 그러다 감사 나옵니다!

감사라니. 지옥에 감사가 나온다니. 세상이, 아니 저승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그야말로 지옥 같은 법정의 나날이었다.

※ 9단계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그러다 그놈이 나타났다.

이름은 기억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놈의 눈빛은 잊을 수 없다. 겉으로는 물기를 머금은 순한 눈. 속으로는 칼날처럼 차갑고 계산적인 눈. 이승에서 수천 명을 속이고, 수백억을 갈취한 희대의 사기꾼이었다.

그런데 이놈이 지옥 법정에서는 세상 둘도 없는 효자로 둔갑해 나타났다.

변호인을 앞세운 놈은 눈물 젖은 효도 스토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목소리까지 떨며, 연극을 하는 것이었다.

저는 어머니의 약값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을 했습니다. 병원비가 밀리고, 집에서 독촉장이 오고, 어머니가 고통 속에서 신음하시는 것을 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 효도를 한 것입니다.

뻔한 레퍼토리였다. 이승에서 수천 번은 써먹었을 대본이었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훌쩍거렸다. 여기저기서 코를 풀고 눈물을 닦는 소리가 법정에 울려 퍼졌다.

내 오랜 감각이 경고하고 있었다.

저놈은 악질 중의 악질이다. 눈물 뒤에 숨겨진 비릿한 탐욕이 보였다. 눈빛의 떨림이 연기라는 것을, 입꼬리의 미세한 들림이 조롱이라는 것을, 수천 년의 심판 경험이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증거가 없었다.

놈은 변호사를 통해 모든 악행을 합법적인 투자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놓았다. 빈틈없이 짜여진 서류의 벽 앞에서 나의 직감은 무력했다. 가온마저 태블릿을 뒤지다 고개를 저었다.

서류상으로는 무죄입니다, 대왕님.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 법은 철저히 놈의 편이었다.

결국 나는 이를 악물고 판결문에 도장을 찍었다.

피고인, 무죄. 환생을 허한다.

법정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놈의 변호사가 서류를 흔들며 웃었다. 배심원들이 박수를 쳤다.

내 속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 10단계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환생 판결을 받고 법정을 나서던 놈이, 문 앞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만 들릴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영화 한 편 보고 공부 좀 했더니 염라대왕 속이기 쉽네. 법이라는 게 참 좋네요, 대왕님.

놈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조롱의 미소. 내가 수천 년간 보아온 수많은 악인들의 얼굴 중에서도, 가장 역겨운 웃음이었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판결은 이미 내려졌고,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같은 죄로 두 번 재판할 수 없었다. 법이 나를 묶고 있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염라대왕 별거 아니더라. 연기 좀 하고 법대로 따지면 다 풀려난다더라.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후 재판장에 들어오는 망자들은 너도나도 거짓 진술을 해대기 시작했다. 살인자도 억울하다 했고, 도둑도 사정이 있었다 했고, 사기꾼도 선의였다 했다. 진심으로 참회하는 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죄를 인정하면 바보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지옥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었다.

옥황상제의 경고장이 또 떨어졌다.

지옥 기강 해이 심각. 사태 해결 못 할 시 즉시 취준생 환생 집행.

위기였다. 나의 무능함이 지옥을 진짜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법을 따르자니 악인이 빠져나가고, 법을 무시하자니 내가 잘려나가고. 어느 쪽을 택해도 지옥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지옥이었다.

※ 11단계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혼란을 수습하려 밤낮없이 서류와 씨름하던 가온이, 결국 쓰러졌다.

법정이 끝나고 빈 재판장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가온이 서류 뭉치를 안은 채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태블릿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가며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텅 빈 법정에 메아리쳤다.

과로였다. 새벽까지 판례를 뒤지고, 서류를 정리하고, 내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제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나는 기겁하며 달려가 녀석을 안아 일으켰다. 가볍더라. 이놈이 원래 이렇게 가벼웠나. 뼈밖에 안 남은 것처럼 가벼웠다. 얼마나 밥을 안 먹고 일만 한 건지.

가온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옷깃을 잡았다. 힘없는 손이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또렷했다.

대왕님… 그거 아십니까.

뭘.

대왕님은 판사가 아니라… 그냥 겁쟁이 같습니다.

내 손이 멈추었다.

법 뒤에 숨어서, 책임지기 싫어하는 비겁한 겁쟁이요. 절차를 핑계로 눈앞의 악을 모른 척하잖아요. 그게 정의입니까. 진짜 정의가 뭔지… 모르시는군요.

녀석의 눈이 감겼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쓰러진 가온을 안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뻔뻔하고 건방진 줄만 알았던 녀석이었다. 꼰대라며 대놓고 쏘아붙이고, 절차 절차 하며 내 신경을 긁던 녀석. 하지만 그 녀석의 마지막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정확히 심장 한가운데를 꿰뚫었다.

겁쟁이.

나는 시스템에 적응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굴복한 것이었다. 법을 지킨다는 핑계로 눈앞의 악인을 놓아주고, 절차를 따른다는 명목으로 내 부하가 쓰러질 때까지 방관했다. 나는 염라대왕의 자격이 없었다.

※ 12단계 영혼의 밤 (깊은 절망)

텅 빈 법정에 홀로 앉았다.

형광등은 꺼져 있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지옥불의 붉은빛만이 희미하게 법정을 비추고 있었다. 적막이 공기처럼 감돌았다. 평소라면 죄인의 비명이라도 들렸을 텐데, 기강이 무너진 지옥은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벽에 걸린 초상화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붉은 곤룡포를 입고, 도깨비 방망이를 손에 쥐고, 호탕하게 웃고 있는 염라대왕. 눈빛에 불꽃이 타오르고, 한 손으로 업경을 들어 올린, 두려움 없이 당당했던 나의 옛 모습.

지금 검은 법복을 입고 서류 쪼가리에 매달려 쩔쩔매는 이 초라한 늙은이는 누구인가. 법봉 하나 제대로 내려치지 못하고, 죄인의 연기에 속아 넘어가고, 부하 하나 지키지 못한 이 한심한 존재가 정녕 나란 말인가.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두꺼운 법전을 펼쳤다.

그리고 한 장씩 찢기 시작했다.

찌익. 찌익. 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빈 법정의 정적을 갈랐다. 한 장, 두 장, 열 장, 백 장. 수천 조항의 법률이 내 손에서 너덜너덜한 종이 조각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

법이 정의를 지키는 게 아니라, 죄인을 숨겨주는 도구가 되었구나.

법이 문제가 아니었다. 법 뒤에 숨은 내가 문제였다. 절차를 핑계로 결단을 미루고, 규정을 방패로 책임을 회피했다. 나는 법에 지배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법에 숨어든 것이었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은 옥황상제의 공문도, 복잡한 소송 절차도, 감사를 피하기 위한 서류도 아니었다.

죄지은 자를 벌하고, 억울한 자를 달래는 것.

그것이 내가 수천 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이유였다.

바닥을 치고 나니 비로소 고개가 들렸다.

내 눈빛이, 벽의 초상화 속 눈빛처럼,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 13단계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나는 낡아빠진 판사복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그리고 벗어 던졌다.

검은 천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그 아래 감춰져 있던 붉은 곤룡포가 드러났다. 처음부터 벗지 않고 있었다. 법복 안에 곤룡포를 입고 있었다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도 이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묵직한 비단이 어깨를 감싸자, 잊고 있던 힘이 혈관을 타고 솟구쳤다. 등이 곧게 펴졌다. 무릎에 힘이 들어갔다. 수천 년간 이 옷을 입고 지옥을 호령했던 기억이 세포 하나하나에서 깨어났다.

법정은 유지하되, 판결은 내 방식대로 한다.

나는 의무실에서 쉬고 있던 가온을 찾아갔다.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던 녀석을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라, 꼬마야. 할 일이 생겼다.

부스스 눈을 뜬 가온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법복 대신 곤룡포를 입고 서 있는 내 모습에 녀석의 눈이 커졌다.

대왕님? 복장이…

법복은 벗었다. 하지만 법정을 엎지는 않는다. 시스템은 쓰되, 거기에 끌려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내 방식을 더하마.

그 사기꾼 놈. 아직 이승으로 가는 문을 넘지 않았지?

가온이 태블릿을 꺼내 확인했다. 화면을 스슥 넘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직 환생 게이트 대기 중입니다. 환생자가 밀려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어요.

당장 잡아와.

내 명령에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가온은 아픈 몸을 일으키며, 처음으로 나에게 씩 웃어 보였다.

법전을 찢어버린 자리에, 진짜 염라대왕이 돌아왔다.

※ 14단계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이승으로 가는 환생의 문 앞에서 놈의 덜미를 잡았다.

이미 환생복을 입고 대기 줄에 서 있던 놈이었다. 내 손이 어깨를 움켜쥐는 순간, 놈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곤룡포를 입은 내 모습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이놈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금세 얼굴을 추스르며 소리를 높였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저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일사부재리의 원칙 모르십니까? 이미 끝난 재판입니다!

법을 방패 삼는 것은 이놈의 특기였다. 주변의 망자들과 옥졸들이 웅성거리며 지켜보았다. 놈은 당당했다. 법이 자기 편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법전을 놈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찢긴 페이지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한 쪽을 펼쳤다. 구석에 작게 적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조항.

제칠백구십이조 특칙. 재판장이 심증적으로 확신하되 물증이 부재한 경우, 현장 검증을 실시할 수 있다. 현장 검증 시 업경의 강제 투영을 허한다. 단, 재판장이 직접 업경 속에 진입하여 확인해야 하며, 그 결과를 만인 앞에 공개해야 한다.

법 좋아하니까 법대로 해주마. 현장 검증이다.

놈의 얼굴이 비로소 일그러졌다.

나는 놈의 팔을 잡고 업경 앞으로 끌고 갔다. 거대한 업경이 빛을 내뿜으며 활성화되었다. 이번에는 법정의 스크린에 비추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직접 업경 속으로, 놈의 기억 속으로 뛰어들었다. 가온이 태블릿으로 업경의 출력을 지옥 전체에 생중계했다.

업경 속에서 펼쳐진 놈의 진짜 과거는, 법정에서의 눈물 연기와 정반대였다. 어머니의 약값이라며 모은 돈은 곧장 도박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가 아들을 찾는 동안, 놈은 주지육림에 빠져 여인들의 허벅지 위에서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붉은 치마가 흘러내리는 방 안에서, 남의 재산으로 유흥을 즐기던 놈의 진짜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기름진 손으로 여인의 허리를 감싸 안던 놈, 노름판에서 남의 전 재산을 쓸어 담으며 킬킬거리던 놈, 어머니의 병원비를 빼돌려 사치품을 사던 놈. 눈물로 포장했던 효도 뒤에 숨겨진 추악한 본색이 업경의 빛 아래 낱낱이 벗겨졌다.

놈이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하지만 업경의 빛 앞에서는 어떤 연기도, 어떤 서류도, 어떤 법 논리도 통하지 않았다.

나는 놈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법 논리는 여기까지다. 네 변호사의 궤변도 여기까지야. 이제부턴 내 방식이다.

나는 놈을 지옥불 아궁이에 처넣었다.

놈의 비명이 지옥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비명은 오랫동안, 지옥의 모든 구석까지 메아리쳤다. 환생 대기 줄에 서 있던 망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숙였다. 겁에 질린 얼굴로, 발끝만 내려다보며 줄 한 칸도 움직이지 못했다.

지옥의 질서가 제자리를 찾는 소리였다.

※ 15단계 마지막 장면 (파이널 이미지)

다시 재판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법정의 풍경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형광등은 그대로 켜져 있었고, 서류도, 법전도, 변호인석도 그대로 있었다. 절차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달라진 것은 재판장석이었다.

나는 옥좌에 삐딱하게 걸터앉아 있었다. 왼손에는 가온이 건네준 최신형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 판례 검색용이었다. 오른손에는 묵직한 도깨비 방망이가 쥐어져 있었다. 즉결 집행용이었다. 곤룡포 위에 법복은 더 이상 입지 않았다. 대신 곤룡포의 깃에 재판장이라는 작은 뱃지를 하나 달았다. 가온이 달아준 것이었다.

다음 피고인 들어오라 그래.

내 목소리가 법정에 울렸다. 예전의 호통만큼 무시무시하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는 절차의 무게와 전통의 위엄이 동시에 실려 있었다.

망자들이 다시금 공포에 질려 질서정연하게 줄을 섰다. 묵비권이니 변호사니 하던 배짱은 온데간데없고, 고개를 바짝 숙인 채 차례를 기다렸다.

나는 방망이를 손에서 툭툭 튕기며 말했다.

억울하면 변호해 봐라. 들어는 주마. 절차는 보장한다. 네 변호사가 할 말이 있으면 끝까지 듣겠다. 증거도 검토하마. 업경도 동의하에 비추겠다. 법대로 해주마.

그러고는 방망이를 바닥에 쾅 내리찍으며 이를 드러내고 씨익 웃었다.

단, 거짓말하는 순간.

방망이가 바닥에 박히며 법정 전체가 흔들렸다. 형광등이 흔들리고, 서류가 날리고, 망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혀가 뽑히는 건 예전이랑 똑같다.

가온이 내 옆에 서서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녀석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여전히 건방진 표정이었지만, 그 안에 신뢰가 섞여 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현대의 시스템과 고전의 카리스마가 조화된 법정.

절차를 지키되, 악에게는 가차 없는 법정.

진정한 신과 함께 하는 지옥의 법정은, 오늘도 성업 중이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시대가 바뀌면 지옥도 바뀌어야 할까요? 염라대왕도 적응하느라 고생이 많네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 하나, 거짓말하면 혀가 뽑힌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답니다. 웃기면서도 뜨끔한 이 이야기가 좋으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리고요, 듣고 싶은 야담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이야기에서 또 만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 traditional Korean Hell scene. Boiling cauldrons of oil, jagged mountains of knives. In the center, King Yama sits on a giant, terrifying throne, wearing red ancient royal robes and a long black beard. He is shouting with a thunderous expression. Goblins are punishing sinners with clubs. Dark, fiery, majestic atmosphere.

A small, nervous scribe/official bowing deeply to King Yama. He holds a scroll titled "Movie Trend Report". King Yama looks annoyed and dismissive, waving his hand. The background is a dimly lit palace interior.

A queue of modern ghosts waiting in front of King Yama. Instead of crying, they are wearing suits, looking confident, holding documents, and pointing fingers. King Yama looks confused and stressed, holding his forehead.

A giant golden scroll descends from the sky with glowing magical text. The text reads "Hell Modernization Decree: 3-Trial System". King Yama reads it with a shocked face, dropping his traditional mace.

King Yama throwing a tantrum, throwing paperwork into the air. A holographic projection of the Jade Emperor smiles cruelly. In the hologram, an image of a tired young man in a small room studying for exams (job seeker) is shown.

King Yama awkwardly wearing a black modern judge's robe over his traditional clothes. He sits at a high wooden bench, holding a gavel. A courtroom setting with ghost lawyers and prosecutors. Yama looks bored and irritated.

A young, trendy Grim Reaper (Gaon) with dyed hair and glasses, standing next to Yama. He holds a tablet and points at a screen, correcting Yama. Yama looks at him with a mix of annoyance and begrudging respect.

A chaotic courtroom scene. A ghost tries to hand Yama a Bitcoin ledger. Another ghost lies on the floor claiming illness. Yama screams in rage, while Gaon tries to calm him down. Funny, chaotic atmosphere.

A handsome man (scammer) crying fake tears in the witness stand. The jury of ghosts is wiping their eyes. Yama looks suspicious, squinting his eyes, but holds a stamp marked "Reincarnation".

The scammer walking out of the courtroom, turning back to smirk at Yama. He whispers something. The scene is broadcasted on screens throughout Hell. Other ghosts start lying and rioting. Red warning lights flash.

Gaon collapsing on the floor, surrounded by piles of paperwork. He looks pale and exhausted. Yama stands over him, looking shocked. Dark shadows loom over the courtroom.

Yama sitting alone on the steps of his throne in a dark, empty courtroom. He is ripping pages out of a law book. He looks at an old painting of himself on the wall, contrasting his current weak state.

King Yama standing up, casting aside the judge's robe. He reveals his dragon robe underneath. His eyes glow with power. Gaon wakes up in the background, looking surprised.

Yama dragging the scammer by the collar back into the courtroom. He stands before a giant glowing mirror (Karma Mirror) that acts as a portal. Yama pushes the scammer into the mirror. Fire erupts from the mirror.

King Yama sitting confidently on his throne. In his left hand, he holds a modern tablet PC. In his right hand, he holds his traditional spiked club. He smiles with charisma. The line of ghosts looks orderly and scared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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