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서조차 굽히지 않은 자, 염라대왕조차 인정한 의기 『출처-기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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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 선비가 죽어 저승에 도착했을 때, 모든 망자들이 염라대왕 앞에서 무릎을 꿇고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선비만은 당당히 서서 염라대왕과 눈을 마주했습니다. "나는 살아생전 한 번도 무릎 꿇지 않았는데, 죽어서도 꿇을 이유가 없다!" 과연 이 용감한 선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조선시대 기화집에 전해지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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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야담집 『기화집』에 수록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생전에 올바르게 살았던 한 선비가 저승에서 염라대왕을 만나 벌어지는 놀라운 일화를 다룹니다. 죽음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 선비의 당당함과, 그에 대한 염라대왕의 예상치 못한 반응이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선악과 정의에 대한 깊은 메시지가 담긴 감동적인 이야기로, 시니어 세대가 좋아할 교훈적이면서도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 탐관오리와의 갈등과 선비의 죽음
때는 조선 중기, 경상도 안동 땅에 한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김정직. 이름처럼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이었지요. 비록 가난했지만 작은 서당을 운영하며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절 안동 고을에는 악질 탐관오리인 현감 조흉배가 있었습니다. 백성들을 쥐어짜서 재물을 모으는 것이 취미인 악독한 관리였지요.
어느 날,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던 김정직에게 한 농부가 울면서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큰일났습니다! 현감이 또 세금을 거두겠다고 하는데, 작년에 이미 다 냈는데도 말입니다!"
김정직이 놀라며 물었습니다.
"무슨 소리요? 세금을 또 낸다고요?"
"네, 현감이 '등불세'라는 새로운 세금을 만들었어요. 밤에 등불을 켜는 집마다 돈을 내라는 겁니다!"
김정직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등불세라니, 이런 황당한 세금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오. 법에도 없는 세금을 어떻게 거둘 수 있단 말이오?"
"하지만 현감이 강제로 거두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정직이 일어서며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내가 현감을 만나보겠소. 이런 불의는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농부가 깜짝 놀라며 만류했습니다.
"선생님, 안 됩니다! 현감은 무서운 사람이에요. 자칫하면 화를 당할 수 있어요!"
하지만 김정직의 마음은 이미 굳어져 있었습니다.
"백성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 그냥 있을 수는 없소."
다음 날, 김정직은 관아로 향했습니다. 현감을 만나 직접 따지려는 것이었지요. 관아 문 앞에서 아전이 그를 막았습니다.
"어디서 온 놈이 현감님을 만나겠다고 하는가?"
"저는 서당 훈장 김정직입니다. 현감께 할 말이 있어 왔습니다."
아전이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촌 선비 주제에 현감님을 만나겠다고? 꺼져라!"
하지만 김정직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이 억울해하는 일이 있습니다. 현감께서 직접 들어보셔야 할 일입니다."
결국 현감 조흉배가 김정직을 만나주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불쾌함으로 가득했지요.
"감히 촌 선비가 나를 만나자고? 무슨 일인가?"
김정직이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현감님께서 새로 만드신 등불세는 법에 없는 세금입니다. 즉시 거두기를 중단하셔야 합니다."
현감의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무엇이라? 감히 내 정치에 간섭하겠다는 것이냐?"
"간섭이 아닙니다. 법을 지키자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이미 충분히 고생하고 있는데, 없는 세금까지 만들어서 괴롭히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현감이 분노하며 소리쳤습니다.
"이놈! 감히 나에게 훈계를 하겠다는 것이냐?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지 않으면 큰일 날 줄 알아라!"
하지만 김정직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잘못한 일이 없습니다. 무릎을 꿇을 이유가 없습니다."
"뭐라고? 이 미친놈이 끝까지 버티겠다는 것이냐?"
현감이 호통을 쳤지만, 김정직은 오히려 더욱 당당해졌습니다.
"현감님, 저는 평생 올바른 일만 해왔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왔습니다. 그런 제가 왜 무릎을 꿇어야 합니까?"
현감이 이를 갈며 말했습니다.
"좋다! 끝까지 버티겠다는 것이지? 네놈을 곤장으로 때려 죽여주겠다!"
현감이 아전들에게 명령했습니다.
"이놈을 붙잡아서 곤장 백 대를 때려라!"
아전들이 김정직을 붙잡으려 했지만, 김정직은 마지막까지 당당했습니다.
"때리시오! 하지만 저는 무릎을 꿇지 않겠습니다!"
곤장이 김정직의 등을 내리쳤습니다. 한 대, 두 대... 피가 흘러나왔지만 김정직은 신음 소리조차 내지 않았지요.
"항복하겠느냐?"
현감이 소리쳤지만, 김정직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오. 저는 틀린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곤장질이 계속되었습니다. 오십 대, 육십 대... 김정직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의 정신만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백 대가 다 끝났을 때, 김정직은 거의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말했습니다.
"현감님... 백성을... 괴롭히지... 마시오..."
그리고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끝까지 무릎을 꿇지 않은 채로 말이지요.
마을 사람들이 김정직의 죽음을 슬퍼했습니다. 의로운 선비가 권력의 횡포에 희생당한 것이었지요.
※ 삼도천과 지옥의 참혹한 광경들
김정직이 눈을 뜨자, 주변은 온통 캄캄했습니다. 몸의 아픔도 사라져 있었고,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었지요.
"여기가... 저승인가?"
그가 중얼거릴 때, 저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였습니다. 본능적으로 그 빛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지요. 한참을 걸었을까요, 갑자기 앞에 거대한 강이 나타났습니다.
강물은 시커멓고, 그 위로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어요. 강 위에는 낡은 나무다리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다리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삼도천이로구나..."
김정직이 감탄하며 중얼거렸습니다. 전설로만 들었던 그 강을 실제로 보게 된 것이었지요.
줄의 맨 앞에서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가 사람들을 하나씩 검사하고 있었거든요.
"이놈! 생전에 남의 물건을 훔쳤구나! 강물에 빠뜨려라!"
저승사자의 명령에 따라 귀신들이 한 남자를 강물에 던져버렸습니다. 그 남자가 물에 빠지며 끔찍한 비명을 질렀지요.
"살려주세요! 다시는 그런 짓 안 할게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강물이 그를 삼켜버렸거든요. 물속에서 들려오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김정직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정직 앞에 서 있던 할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이고... 무서워라. 내가 죽어서 이런 곳에 오다니..."
"할머니, 괜찮으실 겁니다. 선하게 사시지 않았습니까?"
김정직이 위로하자, 할머니가 한숨을 쉬며 말했지요.
"아니야... 나는 며느리를 못살게 굴었어. 그리고 이웃집 닭도 몰래 잡아먹었지..."
할머니의 차례가 되었을 때, 저승사자가 그녀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년! 며느리를 학대하고 남의 닭을 훔쳐 먹었구나! 지옥으로 가라!"
할머니가 비명을 지르며 끌려갔습니다. 김정직이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지요.
이런 식으로 몇 사람이 더 지나갔습니다. 대부분 지옥으로 끌려가거나 강물에 빠졌어요. 간혹 천당으로 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극히 소수였지요.
드디어 김정직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승사자가 그를 보더니 깜짝 놀랐어요.
"어? 이상하군. 네 몸에서 특별한 기운이 느껴진다."
"무슨 기운 말씀이십니까?"
"정의로운 기운이다. 그런데... 네 수명을 보니 아직 30년이나 남았는데? 어째서 여기 있는 것이냐?"
김정직이 씁쓸하게 말했습니다.
"권력자에게 굽히지 않았더니 곤장에 맞아 죽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놀라며 어디론가 달려갔다가 돌아왔습니다.
"큰일 났다! 네가 억울하게 죽은 것이 확실하구나. 이런 경우는 염라대왕님이 직접 처리하셔야 한다!"
"염라대왕을요?"
"그렇다! 어서 강을 건너가거라. 하지만 조심해라. 염라대왕님은 무척 엄하신 분이거든."
김정직이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다리는 생각보다 길었고, 건너는 동안 강물에서 무서운 소리들이 계속 들려왔어요.
"도와줘... 여기서 나가고 싶어..."
"너무 추워... 너무 뜨거워..."
강물 속에는 생전에 죄를 지은 영혼들이 고통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김정직이 그들을 불쌍히 여기며 계속 걸어갔지요.
다리를 다 건너자, 거대한 성문이 나타났습니다. 그 위에는 '명부'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어요. 저승의 입구였던 것입니다.
성문을 지키는 귀신이 김정직을 보더니 말했습니다.
"새로 온 망자구나. 들어가거라."
성문 안으로 들어서자,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수많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각각 다른 지옥을 관장하는 곳들이었지요.
"검지옥", "화지옥", "한지옥"... 건물마다 무서운 이름들이 적혀 있었고,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아악! 칼로 찔리는 고통이!"
"불이야! 너무 뜨거워!"
"얼어 죽겠다!"
지옥에서 형벌을 받는 영혼들의 비명이었습니다. 김정직이 그 소리들을 들으며 몸서리쳤지요.
드디어 가장 큰 건물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 건물은 다른 건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었어요. 건물 위에는 '염라대왕전'이라는 현판이 금글씨로 빛나고 있었지요.
※ 무릎 꿇지 않는 선비 vs 분노한 염라대왕
김정직이 염라대왕전의 거대한 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압도적인 위압감이 그를 덮쳤습니다. 천장이 까마득히 높은 거대한 전각이었고, 벽면에는 인간의 선악을 그린 무서운 그림들이 가득했지요.
전각 중앙에는 황금으로 만든 보좌가 있었고, 그 위에 염라대왕이 앉아 있었습니다. 키가 거인처럼 크고, 얼굴은 새까맣고, 눈은 번개처럼 번뜩이는 무시무시한 모습이었어요. 머리에는 황금관을 쓰고 있었고, 손에는 생사를 결정하는 붓을 들고 있었습니다.
염라대왕 앞에는 거대한 책상이 있었는데, 그 위에 펼쳐진 책이 바로 생명책이었습니다. 모든 인간의 일생이 낱낱이 기록된 바로 그 책 말이지요.
김정직이 들어가기 전에도 이미 심판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한 중년 남자가 염라대왕 앞에서 무릎을 꿇고 벌벌 떨며 빌고 있었지요.
"염라대왕님!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염라대왕이 생명책을 보며 엄하게 말했습니다.
"망자 박씨! 네 놈은 생전에 과부의 재산을 가로챘고, 그 집 아이들을 굶주리게 만들었구나!"
"그... 그때는 제가 너무 가난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난이 죄악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염라대왕이 붓을 크게 휘두르자, 갑자기 바닥에 불구멍이 뚫렸습니다. 그 구멍에서 뜨거운 불길이 솟구쳤지요.
"아비지옥으로 떨어뜨려라!"
"아악! 뜨거워! 살려주세요!"
박씨라는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불구멍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다음으로 젊은 여인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녀 역시 무릎을 꿇고 떨고 있었어요.
"망자 최씨! 네 년은 시어머니를 학대하고, 몰래 독을 먹여 죽게 만들었도다!"
"아닙니다! 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염라대왕이 생명책을 펼쳐 보이자, 그 위에 여인의 죄악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졌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증거가 여기 다 있다!"
"한지옥으로 보내겠다!"
염라대왕이 다시 붓을 휘두르자, 이번에는 바닥이 얼음으로 변했습니다. 여인이 얼음 구덩이로 빨려들어가며 비명을 질렀지요.
이런 식으로 몇 명이 더 심판을 받았습니다. 모두 지옥으로 떨어지거나 끔찍한 형벌을 받았어요.
드디어 김정직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망자들과 달리 무릎을 꿇지 않았습니다. 당당히 선 채로 염라대왕을 바라보았지요.
전각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망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염라대왕도 깜짝 놀라며 김정직을 바라보았습니다.
"망자여! 네 이름이 무엇이냐?"
"김정직입니다."
김정직의 목소리는 전혀 떨리지 않았습니다.
"감히... 내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는 것이냐?"
"네, 그렇습니다."
"무엇이라? 나는 저승의 왕이다! 모든 망자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렸습니다. 전각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지요. 하지만 김정직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습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무릎을 꿇을 수 없습니다."
"뭐라고? 감히 나에게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거역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평생 올바르게 살았습니다. 무릎을 꿇을 이유가 없습니다."
염라대왕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습니다.
"이놈! 네가 아무리 올바르게 살았다 해도, 여기서는 내가 절대적인 왕이다! 당장 무릎을 꿇지 않으면 가장 무서운 지옥으로 보내버리겠다!"
하지만 김정직은 전혀 굽히지 않았습니다.
"대왕님, 저는 생전에 권력자들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가난해도 굽히지 않았고, 곤장을 맞으면서도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죽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염라대왕이 더욱 분노하며 소리쳤습니다.
"감히! 감히 나와 현세의 권력자를 같다고 보는 것이냐?"
"권력의 크기는 다르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저는 옳지 않은 것에는 굽히지 않습니다."
전각 안의 모든 귀신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저승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거든요.
염라대왕이 분노에 떨며 생명책을 펼쳤습니다. 김정직의 일생을 직접 확인해보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책을 펼치는 순간, 염라대왕의 표정이 급변했습니다.
"이... 이게 무엇이냐?"
생명책에 기록된 김정직의 일생은 온통 선한 일들로만 가득했습니다. 단 하나의 악행도 찾을 수 없었지요.
염라대왕이 당황하며 김정직을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진짜 시험이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 선비와 염라대왕의 설전과 위기
염라대왕이 생명책을 덮으며 김정직을 바라보았습니다.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요.
"흠... 네 기록을 보니 정말 선한 일만 했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김정직이 차분하게 대답했습니다.
"대왕님, 제가 묻겠습니다. 왜 무릎을 꿇어야 합니까?"
"무엇이라? 감히 나에게 되묻는 것이냐?"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저는 평생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고, 오직 정의로운 길만을 걸어왔습니다. 그런 제가 무슨 이유로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염라대왕이 잠시 말문이 막혔습니다. 지금까지 그는 권위로만 다스려왔지,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은 없었거든요.
"여... 여기는 저승이다! 나는 이곳의 왕이고, 모든 망자는 나에게 복종해야 한다!"
"복종은 두려움 때문에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존경 때문에 하는 것입니까?"
김정직의 질문에 전각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귀신들도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지요.
"그...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규칙은 규칙이다!"
"규칙이라면, 저도 평생 지켜온 규칙이 있습니다. 바로 정의를 위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염라대왕이 점점 더 당황해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망자는 처음이었거든요.
"좋다! 그렇다면 네 정의가 무엇인지 들어보자!"
김정직이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제 정의는 간단합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가난한 아이들이 배우지 못하는 것을 보고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권력자가 백성을 쥐어짜는 것을 보고 맞서는 것입니다."
"그런 네 정의 때문에 죽지 않았느냐!"
"그렇습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해서 정의를 포기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삶이 아닙니다."
염라대왕이 화를 내며 일어섰습니다.
"그렇다면 네 정의로 나를 심판해보겠느냐!"
김정직이 놀라며 물었습니다.
"제가 대왕님을 심판한다고요?"
"그렇다! 네가 그렇게 정의롭다면, 나의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해보라!"
전각 안의 모든 귀신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염라대왕이 망자에게 심판받겠다고 하다니!
김정직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습니다.
"대왕님, 저는 대왕님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제 신념을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신념? 그 신념이 나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냐?"
"네, 그렇습니다. 신념을 버리면서까지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염라대왕이 더욱 분노했습니다.
"그렇다면 죽어라! 나는 네놈을 가장 무서운 지옥으로 보내겠다!"
염라대왕이 붓을 들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김정직이 말했습니다.
"대왕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무엇이냐!"
"대왕님은 정말 행복하십니까?"
염라대왕의 손이 멈췄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거든요.
"행복? 그게 무슨 상관이냐?"
"대왕님은 하루 종일 사람들을 심판하고 지옥으로 보내고 계십니다. 그런 삶이 정말 행복하십니까?"
염라대왕이 당황하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나는 내 의무를 다하고 있을 뿐이다!"
"의무라면, 저도 제 의무를 다했습니다. 선량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제 의무였습니다."
김정직의 말에 염라대왕이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 염라대왕의 정체와 예상치 못한 결말
염라대왕이 한참 동안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지요.
"하하하! 정말 재미있는 놈이로구나!"
김정직이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대왕님, 왜 웃으시는 겁니까?"
"김정직아, 네가 진짜 궁금한 것은 내가 왜 무릎을 꿇으라고 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과연 무릎을 꿇을 자격이 있는 자인지 아닌지가 아니냐?"
김정직이 놀라며 대답했습니다.
"그...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권력만으로는 존경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염라대왕이 다시 웃으며 말했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진실을 알려주겠다!"
염라대왕이 일어서더니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가면이었던 것입니다!
가면을 벗은 염라대왕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자비로운 미소를 띤 중년 남자의 모습이었어요.
"나는 진짜 염라대왕이 아니다."
"무엇이라고요?"
김정직이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전각 안의 모든 귀신들도 술렁거렸지요.
"나는 수백 년 전에 너와 같은 상황에서 죽은 선비다. 이름은 이정의라고 한다."
"그럼... 진짜 염라대왕은 어디에 계십니까?"
"진짜 염라대왕은 오래전에 은퇴하셨다. 그분은 이런 말씀을 하셨지 '진정한 심판은 두려움이 아니라 깨달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이다."
김정직이 더욱 놀라며 물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의 심판은 모두 가짜였다는 말씀입니까?"
"가짜는 아니다. 다만 진정한 시험이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정말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지, 아니면 단순히 벌이 무서워서 빌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정의가 계속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너를 시험해본 결과, 너는 진정으로 의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죽음도, 지옥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신념만을 지키려 했으니까."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너에게는 선택권을 주겠다. 천당으로 가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거나, 아니면 현세로 돌아가서 다시 의로운 삶을 살거나."
김정직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습니다.
"현세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왜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 악한 현감을 바로잡고, 아이들을 더 가르치고 싶습니다."
이정의가 감동하며 말했습니다.
"역시 진정한 의인이로구나! 좋다, 네 소원을 들어주겠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무엇입니까?"
"앞으로 30년 후에 네 수명이 다하면, 너도 이곳에서 나를 도와 진정한 심판관이 되어주어야 한다."
김정직이 기쁘게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정의가 붓을 들어 공중에 글자를 그었습니다. 그러자 김정직의 몸이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했어요.
"이제 가거라! 그리고 계속해서 의로운 삶을 살아라!"
김정직이 마지막으로 인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정의가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진짜 의인을 만났구나. 이제 나도 조금 더 희망을 가질 수 있겠어."
※ 되살아난 선비와 마을의 변화
김정직이 눈을 뜨자, 자신이 마을의 조그만 초가집에 누워 있었습니다. 옆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어요.
"선생님! 선생님이 깨어나셨어요!"
한 농부가 기뻐하며 소리쳤습니다. 김정직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사람들이 깜짝 놀랐지요.
"선생님, 무리하지 마세요! 이틀 동안 죽은 것처럼 꼼짝도 안 하셨어요!"
"이틀?"
김정직이 의아해했습니다. 저승에서는 훨씬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는데 말이지요.
"네, 현감한테 곤장을 맞고 쓰러지신 후로 계속 의식을 잃고 계셨어요. 숨도 거의 안 쉬시고... 우리는 선생님이 죽으신 줄 알았어요."
김정직이 자신의 몸을 살펴보니, 곤장 맞은 상처들이 모두 깨끗하게 나아 있었습니다.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선생님, 현감이 찾고 있어요. 선생님이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또 해코지를 할지도 모릅니다."
김정직이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이제는 두렵지 않습니다."
그때 문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습니다. 현감 조흉배가 부하들을 데리고 온 것이었지요.
"김정직! 나와라!"
현감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걱정스러워했지만, 김정직은 태연하게 밖으로 나갔습니다.
"왔습니다."
현감이 김정직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히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멀쩡히 서 있었거든요.
"네... 네놈이 어떻게 살아있는 것이냐?"
"하늘이 살려주셨나 봅니다."
김정직의 당당한 모습에 현감이 당황했습니다. 예전과는 뭔가 다른 기운이 느껴졌거든요.
"그... 그래도 내 명령을 거역한 죄는 변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정말로 죽여주겠다!"
현감이 칼을 뽑으려는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리고 현감의 손에서 칼이 떨어져 나갔지요.
"이... 이게 무슨 일이냐?"
그때 멀리서 말을 탄 사람들이 달려왔습니다. 바로 관찰사의 부하들이었어요.
"현감 조흉배! 너는 체포되었다!"
"무... 무슨 소리냐?"
"백성들로부터 수많은 고발이 들어왔다. 없는 세금을 만들어서 거두고, 선량한 선비를 해친 죄로 파직이다!"
현감이 당황하며 소리쳤습니다.
"누가 감히 나를 고발했단 말이냐?"
바로 그때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직의 용기에 감동받은 그들이 드디어 용기를 낸 것이었지요.
"우리가 고발했습니다!"
"현감이 얼마나 악한 짓을 했는지 모두 관찰사님께 알렸습니다!"
"김 선생님처럼 우리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현감이 체포되어 끌려가면서도 김정직을 째려보았습니다.
"네놈... 네놈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하지만 김정직은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현감님, 악한 일을 했으니 그 대가를 받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뉘우치시기 바랍니다."
현감이 끌려간 후,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새로 온 현감은 청렴한 사람이었고, 백성들을 잘 돌보았지요.
김정직은 다시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이번에는 더 많은 아이들이 찾아왔어요. 그의 이야기가 널리 퍼져서 멀리서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선생님, 정말 저승에 다녀오신 건가요?"
한 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습니다.
김정직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거란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이야."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바르게 살아야 한다. 남을 괴롭히지 말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무엇보다 자신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렇게 김정직은 30년 동안 더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도왔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대로 30년 후, 편안히 눈을 감았지요.
마을 사람들은 그를 '의로운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그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어주신 '염라대왕 앞에서 무릎 꿇지 않은 자의 운명'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조선시대 기화집에 실린 이 놀라운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진정한 용기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라는 메시지 말이지요.
김정직 선비처럼 권력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 용기, 그리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덕목이 아닐까요? 비록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올바른 마음가짐만은 잃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더욱 흥미진진한 조선시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바로 "조선의 염라대왕, 죽은 자를 어떻게 심판했나?" 청구야담에 수록된 또 다른 놀라운 저승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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